십자가의 흔적을 가진 부활

< 본문 - 요한복음 20:24-29 >

  유태계 루마니아인인 리챠드 범브란트(Richard Wurmbrand) 목사가 쓴 『새장을 벗어난 새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이 있습니다. 원래 제목은 ‘승리하는 신앙’(Victorious Faith)입니다. 원래의 제목과 다르게 우리나라에서 그 책을 펴내면서 『새장을 벗어난 새의 이야기』라고 제목을 바꾼 이유는 그 책에서 가장 먼저 ‘새장을 벗어난 새의 이야기’를 하고 있고, 그 이야기가 우리 기독교 신앙의 핵심을 말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옛날 어떤 왕자가 아주 귀한 새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새의 이름을 ‘트위트위’라고 짓고, 황금으로 만든 새장에 넣어두었습니다. 트위트위는 멋진 황금 새장 안에 있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왕자에게 ‘자신은 조금도 행복하지 않으니 풀어달라.’고 간청을 합니다. 그러나 왕자는 그 새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도저히 놓아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트위트위는 이런 부탁을 합니다. ‘숲속의 내 가족들은 지금 내가 죽은 줄로 알고 너무 슬퍼하고 있을 거예요. 그러니 가족들에게 비록 황금 새장에 갇힌 몸이긴 하지만 아직 살아 있다는 소식만이라도 전해 주세요. 특별히 내 여동생은 나를 너무나도 사랑하여 병까지 얻었을 거예요.’ 왕자는 기꺼이 그의 청을 받아들여 직접 숲속으로 들어가 트위트위의 가족들에게 트위트위의 소식을 전해 주었습니다. ‘당신의 오빠는 죽지 않고 지금 왕궁에서 왕자님의 사랑을 받으며 황금 새장에서 잘 살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트위트위의 여동생이 땅으로 뚝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왕자는 ‘자유를 사랑하는 트위트위가 새장에 갇혀 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고 여동생이 죽고 만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슬픈 마음으로 궁전으로 돌아와서는 트위트위에게 여동생이 죽었다는 슬픈 소식을 전해 주었습니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트위트위도 자기 여동생과 똑같이 새장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왕자는 여동생의 죽음 소식에 충격을 받고 트위트위도 죽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죽은 새를 더 이상 새장 안에 가두어놓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왕자는 트위트위를 꺼내 창문 밖으로 던져버렸습니다. 그러자 죽은 줄 알았던 트위트위가 날개를 퍼덕이더니 날아가 나뭇가지에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왕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리석은 왕자님, 제 여동생은 꾀가 많답니다. 왕자님께서 나쁜 소식이라고 생각하며 제게 전해 준 것은 사실 제 여동생이 저에게 새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준 것입니다.” 그 말을 마치고 트위트위는 숲속으로 날아가버렸습니다.

  여러분, 이 이야기가 왜 기독교 복음의 진리를 보여주는 이야기인지 아십니까? 여동생이 죽은 척 하는 것을 보고서 트위트위는 자신도 죽은 척 했습니다. 죽은 새를 새장에 가둬놓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새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죽는 것 밖에 없습니다. 죽어야만 새장에서 풀려나 자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기독교의 진리는 거기에 있습니다. 자신이 죽어야만 산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어야만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요한복음 12:24) 더 큰 것을 얻기 위해서는 지금 가지고 있는 작은 것을 버려야 합니다. 높아지기를 원하는 사람은 낮아져야 합니다. 이것이 기독교의 역설적 진리입니다. 버려야 얻을 수 있고, 죽어야 산다는 그 역설적 진리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죽으셨습니다. 가장 처절한 고통을 겪으시면서 십자가에 죽으셨습니다. 십자가에 죽으셨기에 우리 주님은 다시 사실 수 있었습니다. 십자가의 죽음이 없이는 부활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 8일이 지난 때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 사이에 제자들에게는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10일 전에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습니다. 그 때 제자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예수님의 수제자라고 하는 베드로는 멀찍이서 예수님을 따라 대제사장의 뜰에까지 갔지만, 거기에서 ‘당신도 예수와 함께 있던 나사렛 사람 아니냐?’는 질문에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하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세 번이나 말입니다. 그나마 사랑하는 제자 요한이 예수님의 어머니를 비롯한 몇몇의 여인들과 함께 골고다 언덕 -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시는 현장에 있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사흘이 지났을 때, 막달라 마리아를 비롯한 몇 명의 여인들이 준비해 두었던 향품을 가지고 무덤을 찾아갔다가 무덤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았고, 천사들로부터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여인들로부터 소식을 전해들은 베드로와 사랑하는 제자 요한이 무덤에 달려가서는 역시 예수님의 시체는 보지 못하고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천사의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제자들이 함께 모여 있을 때 부활하신 주님께서 그들에게 친히 나타나셨습니다. 그런데 그때 도마는 그 자리에 있지 않았습니다. 그날 저녁 제자들이 함께 모여 있었던 이유는 이른 새벽 무덤을 직접 찾아갔던 여인들과 여인들의 말을 듣고 무덤에 달려갔던 베드로와 요한의 이야기를 듣고 의아해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천사들로부터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소식을 듣긴 했지만 아직까지 그들은 부활하신 주님을 뵙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마태복음 28장에서 증언하고 있는 것처럼, 대제사장과 장로들이 예수님의 무덤을 지키던 경비병들에게 뇌물을 주며 ‘예수님의 제자들이 예수님의 시체를 도둑질해 갔다.’는 거짓 소문을 내게 했는데, 그것 때문에 제자들은 유대 권력자들이 두려워서 모였는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한 편에서는 여인들과 두 제자가 들은 천사의 말처럼 예수님께서 정말 부활하셨을까 하는 기대감과 함께, 그 진위를 이야기 나누기 위해서 모였는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도마를 제외한 모든 제자들이 모여 있었는데, 유독 도마는 그 자리에 함께 하지 않았습니다. 도마가 무슨 연유로 그 자리에 함께 하지 않았는지 성경은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합리적인 추론을 해 볼 수 있습니다. 그 근거는 누가복음 24장에 기록된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의 이야기입니다. 엠마오로 내려가던 두 제자는 부활하신 주님께서 그들에게 나타나셔서 ‘너희가 길을 가면서 주고받은 이야기가 무엇이냐?’고 물으실 때, 그들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이스라엘을 속량할 자라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권력자들에 의해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말았다. 그런데 어떤 여자들이 새벽에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갔다가 그의 시체는 보지 못하고 주님이 살아나셨다고 증언하는 천사들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엠마오로 내려가던 두 제자는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소식을 분명 전해 들었습니다. 비록 자기들이 직접 부활하신 주님을 뵙지 못하였기만 말입니다. 주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음에도 그들은 주님의 부활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이 이스라엘을 구속하실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예수님께서는 이스라엘을 로마의 압제로부터 해방시켜 주실 분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예수님께서 권력자들에 의해서 십자가 처형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비록 여자들과 몇몇 사람들이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셨다고 증언해도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십자가에 달려 죽임 당하실 정도로 나약한 존재라면 이스라엘을 구원할 메시야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께 걸었던 기대가 무너지자 실망한 마음으로 엠마오로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쩌면 도마도 그랬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신 후에 권력자들이 보낸 군사들에게 붙잡히셨습니다. 그리고 대제사장과 로마 총독에게 심문을 받으신 후에는 십자가 처형을 당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 역시 예수님께서 이스라엘을 회복하실 메시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뒤를 따라오면서 ‘누가 크냐?’라는 문제로 서로 논쟁을 벌이기도 했고, 예수님께서 마지막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실 때에는 ‘예수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때 우리를 오른편과 왼편에 앉혀 달라’고 청탁을 하기도 했습니다. 누가 높으냐 하는 문제로 다투고, 오른편과 왼편에 앉혀 달라고 했다는 것은 예수님께서 메시아로 세상의 권력자들처럼 어떤 큰 권력을 얻으실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뜻입니다. 예수님께 그런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예수님께서는 권력의 자리에 오르시는 것이 아니라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하시고 말았습니다. 그러니 제자들의 실망감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붙잡히실 때 모두 예수님을 버려두고 도망치기 바빴고, 3년이나 따라다니던 스승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처형당하시는 데에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도마 역시 큰 실망감에 빠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큰 실망감이 그를 그 자리에 있지 못하게 했습니다. 엠마오로 내려가는 두 제자가 큰 실망감에 주님의 부활소식을 듣고도 낙심하여 엠마오로 간 것처럼, 도마 역시 너무 큰 실망감에 주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소식을 들어도 그것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튼 도마는 제자들이 모두 모여 있는 그 자리에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이 모인 그 자리에 친히 찾아오신 부활하신 주님을 뵐 수가 없었습니다. 나중에야 제자들로부터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뵈었노라’는 말을 듣지만, 그것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주님 손의 못 자국을 보며 내 손가락을 그 못 자국에 넣으며 내 손을 그 옆구리에 넣어보지 않고는 믿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무슨 말입니까? 제자들이 만났다고 하는 부활하신 주님이 정말 우리 주님 맞느냐는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이 십자가에 죽으신 그 주님이시라면 주님의 손에 못 자국이 있을 것이고, 옆구리에는 군병들이 창으로 찌른 그 흔적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는 주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도마가 그렇게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에 유대 권력자들은 예수님의 무덤을 지키고 있던 경비병들에게 뇌물을 주면서 ‘예수님이 부활하신 것이 아니라, 제자들이 밤중에 몰래 와서 예수님의 시체를 훔쳐가고는 예수님이 부활하셨다고 거짓말하는 것’이라고 소문을 내게 했습니다. 소문은 무척이나 빠르게 전파됩니다. 더구나 예수님께서 십자가 처형을 당하신 이야기는 당시 유대인들에게는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예수님의 시체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들리는 소문은 제자들이 예수님의 시체를 훔쳐갔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당시 유대인들에게 그것만큼 핫 이슈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그 소문은 금새 퍼져나갔습니다. 그 소문을 도마도 들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두 소문 가운데 도마는 갈등을 합니다. 여인들과 제자들의 말처럼 주님이 부활하셨다는 이야기를 받아들일 것이냐, 아니면 예루살렘에 퍼지고 있는 제자들이 예수님의 시체를 훔쳐갔다는 그 소문을 받아들일 것이냐 하고 말입니다. 어느 쪽의 이야기도 확신할 수 없어 도마는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고민의 시간이 무려 8일이나 되었습니다. 거짓 소문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는데, 그래도 예수님의 제자로 살았던 지난 3년의 생을 되돌아보니 어쩌면 제자들의 주장이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제자들이 모인 그 자리에 도마가 참석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자 거기에 부활하신 주님께서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는 도마를 향하여 ‘네 손가락을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말씀을 들은 도마는 곧 주님을 향해서 믿음의 고백을 합니다. ‘주는 나의 주님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십니다.’라고 말입니다.

  여러분, 도마가 자신이 말했던 것처럼 주님 손의 못 자국과 창으로 찔린 주님의 옆구리에 직접 자신의 손가락을 넣어보았는지는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아마도 직접 손을 넣어보진 않았지만 주님께서 내민 그 손을 보면서 못 자국을 확인은 했을 것입니다. 도마는 자신의 두 눈으로 똑똑히 주님의 손에 난 못 자국을 보았습니다.

  여러분, 그 못 자국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십자가의 흔적입니다. 주님께서 십자가에서 못에 박혀 죽으셨다는 확실한 증거입니다. 그 십자가의 흔적인 못 자국을 보고서 도마는 더 이상 주님의 부활을 의심할 수 없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아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부활하신 주님의 몸에 십자가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왜 부활하신 주님의 몸에 십자가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몸은 33년 동안 사시면서 가지셨던 그런 육체의 몸은 분명 아닙니다. 요한복음 20:19절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부활하신 주님은 문이 굳게 닫힌 곳에 나타나셨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몸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몸이었습니다. 고린도전서 15장에서 말씀한 표현으로 한다면 ‘신령한 몸’(고린도전서 15:44)입니다. 신령한 몸이라고 해서 그 형체를 전혀 알아볼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제자들과 도마에게 나타나실 때 주님의 모습으로 나타나셨습니다. 제자들은 주님을 뵈올 때 그 분이 자기들이 3년 동안 따라다녔던 자기들의 스승 예수님임을 금방 알아보았습니다. 그처럼 부활하신 예수님의 몸은 육체의 입고 사셨던 때의 모습을 간직함과 동시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시는 몸이었습니다. 고린도전서 15장의 표현대로 부활하신 주님의 몸이 ‘신령한 몸’이라면 굳이 그 신령한 몸에 못 자국을 남겨놓을 필요가 없습니다. 상처나 흠이 없는 온전한 모습이어도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부활하신 주님의 몸에는 못 자국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여러분, 왜 그랬을까요? 왜 부활하신 주님은 신령한 몸을 입으셨는데도 손에 못 자국만은 그대로 갖고 계셨을까요? 굳이 못 자국을 남겨두지 않으셔도 되는 신령한 몸을 입으셨는데도 말입니다.

  십자가의 흔적을 가지신 주님의 몸은 승리의 상징입니다. 사람들은 주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심이 패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붙잡히시고 십자가에 못 박히실 때 제자들은 다 주님을 버리고 도망쳤습니다. 예수님께서 어린 나귀를 타시고 예루살렘으로 들어오실 때 수많은 사람들이 ‘호산나!’를 외쳤습니다. 메시아가 나타나셨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지내시는 며칠 동안에 그들은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권력자들의 음모에 현혹된 그들은 예수님이 결코 메시아일 수 없다고 생각하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쳤습니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음으로 자기들이 승리한 것처럼 생각했습니다. 예수님을 눈엣가시처럼 생각하던 권력자들 역시 자기들의 계획대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후에 자기들이 이겼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심은 결코 패배가 아닙니다. 세상의 모든 죄를 용서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부활하심은 죄와 악에 대한 하나님의 승리입니다. 십자가가 패배가 아니라 승리이듯이, 부활은 그 승리를 확증하는 사건입니다. 그래서 우리 주님의 십자가의 흔적은 곧 승리의 흔적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 못 자국을 그대로 간직하고 계신 것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십자가가 결코 패배가 아님을 보여주시기 위해서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도마에게 손의 못 자국을 보여주신 것도 승리의 증표를 보여주신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주님의 그 십자가 사랑을 통해서 구원받은 백성이 되었습니다. 주님의 십자가가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죄 가운데서 사망의 종노릇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좌와 사망을 이기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에게도 십자가의 흔적을 가져야 합니다. 사도 바울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내가 내 몸에 예수의 흔적을 지니고 있노라.”(갈라디아서 6:17) 사도 바울이 자신의 몸에 가졌다고 말하는 예수의 흔적이 곧 십자가의 흔적입니다.

  그 십자가의 흔적은 우리가 누리는 부귀영화가 아닙니다. 남들보다 더 빨리 출세하고 더 많은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이 우리에게 있는 십자가의 흔적이 아닙니다. 내 삶이 평안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모든 일이 잘 풀려지는 것이 내 삶에 있는 십자가의 흔적이 아닙니다. 십자가의 흔적은 내가 그리스도의 종이라는 표시입니다. 그리스도의 종으로 살기에 우리의 삶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가 드러나는 것입니다. 내 욕망과 정욕을 십자가에 못 박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거듭난 삶을 사는 것이 십자가의 흔적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는 도마에게 십자가의 흔적을 보여주시며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할 십자가의 흔적은 우리의 그 가슴으로 세상에 그리스도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에 있는 십자가의 흔적은 우리의 그 모습으로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보여줌으로 그들로 믿게 만드는 것이어야 합니다.

  십자가는 모든 것을 포기하는 삶입니다. 하나님을 위해서 나의 원함도, 나의 계획도, 나의 편안하고자 하는 욕구도 다 내려놓는 것입니다. 우리 주님의 십자가가 그런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가 십자가의 흔적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곧 우리의 욕망을 십자가 아래에 내려놓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직 주님께서 주시는 십자가의 은혜로 사는 것입니다. 내 지혜가 아니라 주님의 은혜로 말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주님은 도마에게 십자가의 흔적인 손의 못 자국을 보여주셨습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에게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줄 십자가의 흔적이 있어야 합니다. 십자가의 흔적을 가진 사람은 반드시 하나님께서 승리하게 하십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을 하나님께서 부활로 승리하게 하신 것처럼 말입니다. 십자가의 흔적을 가진 사람들은 세상이 감당하지 못합니다. 무덤이 예수님을 사망 가운데 가두어둘 수 없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십자가의 흔적을 가진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누리며 삽니다. 우리 주님께서 부활하셔서 영원한 생명의 나라로 들어가신 것처럼 말입니다.

< 2018년 4월 1일 주일낮예배 - 부활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