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이스라엘 왕이여!

< 본문 - 역대하 28:16-21 >

   2003년 3월 초 프랑스의 유명한 요리사가 엽총으로 자살했다는 소식이 프랑스인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날 프랑스의 텔레비전 방송에서는 정규 뉴스 시간에 그의 자살 소식을 보도했고, 며칠 후에는 그에 대한 특집 다큐멘터리가 방영될 정도였습니다. 그 요리사의 이름은 베르나르 르와조(Bernard Loiseau)입니다. 그는 프랑스의 수도 파리가 아니라 파리에서 약 200km정도 떨어진 브르고뉴(Bourgogne) 지방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당시 얼마나 유명한 요리사였느냐 하면 그의 음식을 먹기 위해서 파리에 사는 미식가들이 파리에서 200km나 떨어져 있는 그 식당에 찾아와서 식사를 하고 갈 정도였습니다. 그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많은 훈장을 받은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가 그렇게 유명한 요리사가 된 이유가 있습니다. 그는 섬세하고 예민하여 완벽을 추구하는 요리사였습니다. 17세부터 요리를 배워 부르고뉴 지방의 유서 깊은 식당인 ‘라 코트 도르’(La Côte d’Or)를 인수한 뒤 이 식당을 최고 식당 반열에 올려놓았을 뿐만 아니라,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의 여러 지방에서 호텔과 식당을 잇따라 인수하며 큰 성공을 거둡니다. 그런데 그에게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세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레스토랑 평가 잡지인 미슐랭 가이드(Guide Michelin)로부터 27년간 최고 등급인 별 세 개의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미슐랭 가이드는 매년 한 차례 발행하는 잡지로, 세계 90여 개 나라에서 1700만 부가 팔리는 ‘식당 및 여행 정보 안내서’입니다. 그 미슐랭 가이드에는 세계 유명한 음식점을 평가하여 등급을 매기는데, 별 하나는 ‘해당 분야에서 특히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이라는 의미이고, 별 2개는 ‘먼 거리에 위치한 레스토랑이라고 하더라도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란 뜻이고, 별 3개는 ‘일부러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탁월한 레스토랑’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 권위 있는 잡지에서 르와조는 27년 동안이나 별 세 개를 받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2003년 발행된 미슐랭 가이드에서 르와조가 운영하는 식당이 두 등급이나 강등된 별 하나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에 수치심을 이기지 못한 르와조는 결국 자살로 그의 생을 마감하고 말았습니다. 27년 동안이나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그리고 자신은 최고의 요리사로 명성을 얻었는데 그 명성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던 것입니다.

  여러분, 명성이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진 않습니다. 오랜 기간 수고하고 노력해야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그 명성이 무너져내린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명성이 언젠가 내리막길을 가야 할 때가 반드시 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육체가 쇠잔해지는 것처럼 인간의 능력도 어느 시점을 넘어서면 감퇴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세계 최고의 운동선수라 하더라도 나이가 들면 젊고 유능한 선수에게 최고의 자리를 내어주어야 하고, 그렇게 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육체적인 활동이 많은 운동선수들만 그런 것 아닙니다.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도 어느 시점에선가에는 그 능력이 약화될 수 있고, 더 유능한 요리사들이 등장함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르와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27년 동안이나 최고의 요리사로 평가받았다는 데에 감사해야 합니다. 아무리 솜씨가 좋은 최고의 요리사라 하더라도 한도 없이 그런 명성을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명예, 명성이라는 그것이 그를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비참한 현실을 만들어내고 말았습니다.

  인본주의 심리학의 창시자인 아브라함 매슬로우(Abraham Harold Maslow, 1908-1970)는 인간은 다섯 단계의 욕구를 가지고 산다고 말합니다. 첫 번째 욕구는 생리적인 욕구입니다.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에 대한 욕구로 먹고 자고 하는 기본적인 욕구를 말합니다. 두 번째 욕구는 안전에 대한 욕구입니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돈 걱정이 없는 안정된 삶, 안전한 환경에서 아프지 않고 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 욕구는 사회적 욕구입니다.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은 욕구입니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또 어느 정도 돈 걱정 없는 안정된 삶을 살면 그 다음에는 가족이나 집단 또는 어떤 사회에 소속되어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네 번째 욕구는 존중의 욕구입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수용되고 가치 있는 존재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입니다. 어떤 사회나 단체에 소속되어 살면서 어떤 좋은 일이나 훌륭한 일을 했을 때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거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는 자아실현의 욕구입니다. 앞서 말한 네 가지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고 싶은 욕구가 생겨납니다. 때로는 한계에 부딪치기도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면서 더욱 분발하여 더 높은 목표를 향해 가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 자아실현의 욕구가 우리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매슬로우의 그런 주장에 근거한다면 앞서 말한 루아조는 네 번째 욕구인 존중의 욕구에서 걸림돌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인정받고 존중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데 이제 인정박지 못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니까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던 것입니다.

  여러분, 사람에게는 명예라는 것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모든 인간에게 안정의 욕구가 있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명예를 얻고 명성을 얻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르와조처럼 그 명예를 잃었다고 생각될 때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거 아세요? 지금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명성을 얻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살아갈 삶을 모두 다 살고난 후에 후세의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해 주느냐 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평가는 지금 보여진 내 모습에 대한 평가이지만 내가 죽고 난 후에 나에 대한 평가는 내 인생 전체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사람들에게 명성을 얻는 것보다 하나님께 인정받는 것이고, 하나님께서 나를 어떻게 평가하시느냐 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인정해 주지 않으시면 그 삶은 결코 가치 있는 삶이 아니고,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좋게 평가해 준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나에 대해서 낙제점수를 주신다면 내 인생은 잘못 산 것이 되고 말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은 남 유다 12번째 왕이 아하스 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오늘 본문에서 남 유다의 왕인 아하스를 이야기하면서 ‘이스라엘 왕’이라고 표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당시 이스라엘은 남과 북으로 나눠져 있었습니다. 남 유다는 다윗과 솔로몬 왕의 가문을 통해서 왕들이 이어져 오고 있었고, 북 이스라엘은 200여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19명의 왕이 통치를 하면서 왕조가 8번이나 바뀌었습니다. 남왕국 유다와 북왕국 이스라엘이 존재했기에 남왕국 유다의 왕을 북왕국의 왕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그런데도 성경은 남왕국 유다의 왕인 아하스를 북왕국의 왕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성경을 기록한 기록자의 의도가 있고, 그것은 곧 하나님께서 아하스 왕에 대한 평가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성경은,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분명 남왕국 유다의 왕인 아하스를 북 이스라엘의 왕이라고 표현한 것입니까?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아하스는 비록 남 유다의 왕이긴 하지만 그가 하는 행동이나 그의 모습은 북왕국 이스라엘의 왕들과 결코 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하스 왕의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역대하 28:1-2절에서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하스가 왕위에 오를 때에 나이가 이십 세라. 예루살렘에서 십육 년 동안 다스렸으나 그의 조상 다윗과 같지 아니하여 여호와 보시기에 정직하게 행하지 아니하고 이스라엘의 길로 행하여 바알들의 우상을 부어 만들고.” 아하스를 한마디로 평가한다면 그는 다윗 왕의 후손이지만 다윗을 따르지 않고 북 이스라엘 왕들과 북 이스라엘 백성들의 행태를 그대로 따랐다는 것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북 이스라엘은 200여년의 역사 가운데 19명의 왕들이 통치했습니다. 그런데 그 19명의 왕들 가운데 단 한 사람도 정직하게 여호와 하나님을 섬기는 왕이 없었습니다. 구약 시대 가장 위대한 선지자로 꼽히는 엘리야와 엘리사를 비롯해서 아모스 호세야 등 수많은 선지자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외치며 하나님께로 돌아오기를 바랬지만, 북이스라엘 왕들 가운데 단 한 사람도 하나님을 섬기는 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남 유다의 12번째 왕이 된 아하스가 꼭 그런 북이스라엘의 왕들과 다름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하스 왕이 하나님을 버리고 했던 일들이 역대하 28장에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렇게도 싫어하시면서 섬기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바알을 섬겼습니다. 역대하 28:2절에서는 단순히 ‘바알을 섬겼다.’ 그렇게 표현하지 않고 ‘바알들의 우상을 부어 만들었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바알은 일반적으로 단수로 사용됩니다. 바알이라는 말은 ‘주인’이라는 뜻으로 고대근동지역에서는 폭풍과 바람의 신으로 농사에 필요한 바람과 비를 보내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가나안 땅에 정착하여 살게 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가장 큰 유혹이 될 우상이 바알이었고, 그것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전부터 수없이 바알을 섬겨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셨습니다. 그런데도 이스라엘 백성들은 너무 자주 바알 숭배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우상숭배에 빠지곤 했습니다. 특히 북 이스라엘 백성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여호와 하나님을 섬기는 신앙이 없었기 때문에 자기들에게 유익을 준다고 생각하는 바알을 섬기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 나오는 남유다의 왕 아하스는 바알을 섬기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바알들을 섬겼습니다. 바알이라는 우상을 섬긴 아하스에게 ‘바알들의 우상을 부어 만들었다.’고 말씀한 것은 그가 바알이라는 우상을 수도 없이 만들어 전국에 바알의 신상을 세워놓고 백성들에게 그 바알을 섬기게 했기 때문입니다.

  아하스는 바알을 섬기는 것에 끝나지 않았습니다. 3절에 보면 힌놈의 아들 골짜기에서 분향했다고 말씀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자기 자녀들을 불살라 드리는 인신제사를 드린 것을 말합니다. 자기 자녀를 불살라 제물로 드린 것은 당시 암몬 족속이 몰렉이라는 신에게 제사를 드리던 풍습이었습니다. 그것을 3절에서는 ‘가증한 일’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가증한 일이라는 말은 ‘구역질날 정도로 싫어하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하나님께서 구역질날 정도로 싫어하시는 그런 짓을 행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나님을 버리고 우상을 숭배하면서 하나님께서 구역질이 나실 정도로 싫어하는 일을 자행하는 아하스에게 하나님께서는 벌을 내리십니다. 남 유다 주변에 있는 나라들이 남 유다를 침공하여 엄청난 고통을 겪게 하신 것입니다. 5절에서는 아람 왕이 유다를 침공해 들어와서 수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아 갔다고 말씀하고 있고, 8절 이하에서는 북 이스라엘이 남유다를 침공하여 여자들과 아이들을 포함해서 이십만 명을 포로로 끌어갔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17절에서는 에돔 사람들도 유다를 침공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포로로 잡아갔다고 말씀하고 있고, 18절에서는 블레셋의 침공을 받은 남 유다는 선조들이 빼앗은 땅을 다시 블레셋에게 빼앗겼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북 이스라엘이 침공하여 20만 명이 포로로 끌려갈 때에는 하나님께서 북 이스라엘의 선지자 오뎃을 통해서 포로로 잡혀온 남 유다 백성들을 모두 돌려보내도록 하셨습니다. 이쯤 되면 아하스가 깨달아야 합니다. 그런데 아하스는 깨닫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