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 동역자로 세워가라!

< 본문 - 로마서 16:3-5 >

   언론·문학·음악작품 분야에서 미국 내 최고로 권위 있다고 평가받는 상이 퓰리처상(Pulitzer Prize)입니다. 이 퓰리처상은 모두 14개 분야에서 시상을 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사진 분야입니다. 지난 2006년 이 퓰리처상 사진 부분의 수상작은 사진기자 토드 헤슬러(Todd Heisler)가 찍어 ‘마지막 경례 스토리(Final Salute story)’라는 제목을 단 20장의 사진들입니다. 그 가운데 한 장을 여러분에게 보여드리겠습니다.<사진1> 이 사진은 이라크 전에서 전사한 남편 제임스 케이시(James Cathey)의 장례식 전날 밤, 남편의 시신이 담긴 관 옆에 잠들어 있는 만삭의 아내 캐서린 케이시(Catherine Cathey)의 모습을 찍은 것입니다. 남편이 생전에 좋아했던 노래를 컴퓨터로 틀어놓은 채 관 옆에 나란히 누워 엎드려서 잠이 든 아내는 마지막 밤을 남편과 함께 보내고 싶었던 것입니다. 남편 제임스는 이라크로 떠나며 아내 캐서린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다고 합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나 많이 사랑하고 그리워 할 것인지를 형용할 말이 없어. 당신에게 한 가지 약속할게. 나는 꼭 집에 돌아갈 거야. 나는 보호해야 할 부인과 갓난아기가 있어. 그리고 가족들은 나의 전부야.” 관 옆에는 정복을 한 해병대원이 관을 지키며 서 있는데, 이것은 전사자인 남편이 마지막 유언으로 ‘가족을 지켜 달라.’고 부탁을 했기 때문입니다. 사진의 배경으로 보아 아마도 전사한 군인의 자택 거실일 것이라고 추정됩니다. 이제 날이 새면 그동안 함께 살았던 남편의 시신을 떠나보내야 합니다. 떠나보내는 아쉬움에 평상시와 다름이 없이 남편 옆에다가 매트리스와 이불을 펴고 그 위에 두 개의 베개를 나란히 놓고 누워 잠이 들었습니다.

   이 사진이 퓰리처상을 받은 이유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젊은이를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해병대 정복차림을 한 군인을 부동자세로 관 옆에 세워놓고 정중하게 조의를 표한 미국정부의 태도와 마지막 밤을 같이 보내고 싶어 하는 젊은 아내의 마음이 진하게 감동으로 밀려오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젊은 아내는 그 마지막 시간을 남편과 함께 살았던 가장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며 상상의 대화를 나누다가 잠이 들었을 것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부부는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있어야 하는 존재이고, 함께 있고 싶은 존재여야 합니다. 아이들은 키워놓으면 다 부모 곁을 떠나갑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 부모를 떠나는 것이 맞습니다. 성경에서도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남자가 그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한 몸을 이룰지로다.”(창세기 2:24) 자녀가 성장하면 부모를 떠나는 것이 성경적이고, 지극히 정상적입니다. 그러나 한 몸을 이룬 부부는 인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함께 있어야 할 존재입니다.

   아프리카 속담에 “혼자 가면 빨리 가고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혼자서 가면 자신이 가고 싶은 속도에 맞춰 가기 때문에 빨리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같이 가면 서로 보폭을 맞춰야 합니다. 때로는 서로 불편한 점도 있고, 신경 써야 하는 부분도 많습니다. 그러나 함께 가면 오래 멀리 갈 수 있습니다. 어쩌면 하나님께서 아담 혼자 사는 것을 좋지 않게 여기시고 그에게 하와를 짝지어 주신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사명의 길을 감에 있어 함께 힘을 모아 오랫동안 그 일을 감당하도록 하시기 위해서 말입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브리스가와 아굴라 부부는 참으로 멋진 신앙, 멋진 인생을 산 사람들입니다. 아굴라가 남편이고 브리스가가 부인입니다. 부인인 브리스가의 원래 이름은 브리스길라인데, 바울은 오늘 본문에서 브리스길라의 애칭인 브리스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성경에 나타난 이 아굴라와 브리스길라의 모습을 통해서 몇 가지 면에서 참 모범적인 부부였음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가 사도 바울과 만나게 된 것은 사도 바울이 제2차 선교여행 중에 있을 때였습니다. 그 이야기가 사도행전 18장 1절 이하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로마에 살고 있었는데, 주후 49년 로마 황제 글라우디오가 유대인들을 로마에서 추방할 때 로마를 떠나 고린도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제2차 선교여행 중 고린도에 방문한 사도 바울은 오랫동안 고린도에 머물면서 아굴라과 브리스길라 부부가 운영하는 천막공장에 취업을 해서 생활비를 벌어 생활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사도 바울을 만난 이들 부부는 이후에 사도 바울의 선교여행에 동행하다가 에베소에 머물러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사도 바울이 로마서를 쓸 당시에는 다시금 로마로 돌아가서 로마에 머물며 로마교회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들 부부가 모범적인 신앙생활을 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성경이 이들을 소개할 때엔 언제나 부부의 이름이 함께 나온다는 것입니다. 성경에 이들 부부의 이름이 언급된 것은 모두 6번입니다.(사도행전 18:2, 18:18, 18:26, 로마서 16:3, 고린도전서 16:19, 디모데후서 4:19) 그런데 그 여섯 번 모두 부부의 이름이 같이 나옵니다. 남편의 이름만 나오고 부인의 이름이 없다든지, 부인의 이름은 있는데 남편의 이름이 없다든지 하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오늘날 민주화되고 여권이 신장된 우리 사회에서도 누군가를 소개할 때 부부의 이름을 꼭 함께 언급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2천 년 전입니다. 당시 사회는 남성중심의 사회였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예수님 시대에는 사람의 숫자를 헤아릴 때 여자나 아이들은 숫자에 포함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만큼 여성이 사회로부터 소외당하던 시대였습니다. 그런데 성경에서는 그들 부부가 언급될 때에는 언제나 이름이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사실에서 우리는 아주 중요한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부부는 언제나 함께 하는 존재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의 이름이 늘 함께 나온다는 것은 그들은 늘 함께 했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로마에 있을 때에도, 또 로마에서 추방되어 고린도에 머물 때에도, 사도 바울을 따라 에베소로 거처를 옮길 때에도, 그리고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것처럼 다시 로마로 돌아가 거기에 머물 때에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언급된 디모데후서의 기록으로 보아 바울이 로마 감옥에 갇혔을 때에는 디모데의 사역을 돕기 위해서 에베소에 머물고 있었는데, 그 때에도 그들 부부는 항상 같이 움직였습니다. 같이 살았습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부부는 같이 살아야 합니다. 같이 살면서 서로를 돕는 것이 부부입니다. 하나님께서 아담과 하와를 짝지어 주실 때 그 목적이 서로 ‘돕는 배필’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돕기 위해서는 같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내 아내 내 남편을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를 알 수 있고, 그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사회적 현상을 보면서 제가 개인적으로 참 안타까운 것 가운데 하나는 이유야 어떻든 간에 부부가 서로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때는 자식들 유학 보낸다고 부부가 떨어져 살던 것이 유행처럼 된 적이 있었습니다. 남편은 한국에 남아서 돈을 벌고 아내는 아이들 데리고 미국에 건너가서 아이들 곁에 있는다는 이유로 떨어져 살았습니다. 요즘은 그런 일들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만, 그것은 아마도 학습효과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아이들 잘 되게 하겠다고 부부가 떨어져 살다보니 부부의 정도 점점 식어지고, 자식들은 아버지를 마치 자신의 뒷바라지를 위해서 돈이나 벌어주는 존재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미국에서 공부하여 성장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아버지의 역할이나 존재 의미가 사라지고 맙니다. 자식들과 아버지 사이에 부모자식이라는 가족의 관계가 무의미해져버렸습니다. 다 커서 아버지를 만나러 와도 멀뚱멀뚱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버지들이 ‘내가 이러려고 뼈 빠지게 고생했나?’라는 회의감이 듭니다. 부부 사이에도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 살다보니 오랜만에 만나면 낯선 남자, 낯선 여자를 만나는 것처럼 서먹서먹합니다. 편안하고 마음 푸근한 가족의 모습이 사라져버렸습니다. 행복해야 할 가정에서 행복의 모습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요즘 그런 말이 있습니다. 주말 부부가 되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고 합니다. 저는 그런 주말부부를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주말부부로 사는 것이 얼마나 좋으면 그런 말이 나왔을까 하는 생각에 씁쓸해집니다. 결코 성경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말부부로 살면 좀 편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여러분, 성경은 부부가 서로 돕는 존재여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줘야 할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서로의 약점을 알고, 그것을 이해하고, 그것을 서로 메꾸어줘야 합니다. 그런데 주말부부가 되어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만나 하루나 이틀 정도 같이 지내다가 다시 남남처럼 살면 어찌 서로 도울 수 있겠습니까? 아마도 서로 약점이나 부족한 모습을 보지 않고 대충 넘어갈 수 있어 편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것은 결코 성경적이지 않습니다.

   여러분, 부부는 같이 살아야 합니다. 부대끼며 같이 살아야 합니다.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같이 살면서 서로를 도와주어야 합니다. 서로 온전한 인격을 갖춘 사람이 되도록, 서로 온전한 신앙인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부로 만나게 하신 이유입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가 참으로 멋진 부부라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들의 이름이 언급되는 순서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들 부부의 이름이 언급된 성경 6곳 가운데 남편인 아굴라의 이름이 먼저 언급된 곳은 2곳이고, 아내인 브리스길라(브리스가)의 이름이 먼저 언급된 곳이 4번입니다. 성경에서 사람의 이름을 나열할 때 그 순서는 아주 중요합니다.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에 그 이름을 앞세우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남성중심의 사회인 2천 년 전의 시대적 상황에서 왜 부인인 브리스길라의 이름이 먼저 언급된 곳이 남편의 이름이 먼저 언급된 곳보다 더 많겠습니까?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그것은 초대교회에서 남편인 아굴라보다 부인인 브리스길라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에서도 부인인 브리스길라(브리스가)의 이름이 더 먼저 언급됩니다. 이것은 당시 로마교회에서 부인 브리스길라가 교회 사역에서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성경학자들은 남편보다 부인인 브리스길라가 사역에서 더 열심히 하고, 더 적극적으로 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기도 합니다. 성경학자 로버트슨(Robertson)은 브리스길라가 로마의 귀족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반면 남편인 아굴라는 본도 출신의 유대인인데(사도행전 18:2) 그가 로마에 살았던 이유는 아마도 노예였기 때문이라고 추정됩니다. 그래서 노예였던 아굴라가 귀족인 브리스길라 집에서 생활하다가, 아굴라의 성실함을 보고 브리스길라가 그를 남편으로 맞았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그런 추론이 맞다면 아굴라보다도 브리스길라가 훨씬 더 사회적인 신분에서도 높았을 뿐만 아니라, 많이 배웠기 때문에 남편을 리드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요, 우리가 추론한 것처럼 아내인 브리스길라가 사회적으로 귀족 출신이고 많이 배웠다 하더라고, 그리고 교회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결코 남편을 무시하거나 업신여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남자는 자존심을 먹고 살고, 여자는 사랑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남자는 자존심을 목숨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내 앞에서는 전혀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를 씁니다. 눈치 빠른 여자들은 다 아는 데도, 아둔한 남자들은 어떻게든 얄팍한 자존심 때문에 자신의 부족함을 그러내려 하지 않습니다. 고대에 남자들이 전쟁에서 승리해야 하는 이유는 자존심 때문이고, 현대에 사업에 성공하고 더 높은 직급에 올라가야 하는 이유도 자존심 때문입니다. 심지어 헬스장에 가서 근육을 키우는 이유도 자존심 때문입니다. 남자는 자존심이 꺾이거나 무시당하면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아내들은 어떤 경우에도 남자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면 안 됩니다. 남자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면 남자는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고 어떤 짓을 할지 알 수 없습니다.

   다윗이 그랬습니다. 다윗이 다윗 성을 건축하고 편안하게 생활할 때 하나님의 언약궤가 초라한 곳에 방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 언약궤를 자기가 살던 다윗 성으로 모셔왔습니다. 모셔오는 과정에서 첫 번째 시도는 실패하고 두 번째 시도에 성공적으로 다윗성으로 언약궤를 모셔올 수 있었습니다. 언약궤가 다윗 성으로 들어올 때 다윗은 너무 기뻐서 춤을 췄습니다. 그런데 그 광경을 목격하던 다윗의 아내 미갈이 다윗을 엽신여겼습니다. 그리고 다윗에게 ‘오늘 왕께서 하신 짓은 천박하기 그지 없는 짓이고, 정신 나간 사람들이나 하는 짓을 한 것’이라고 비아냥거렸습니다. 자신은 왕의 딸 공주 출신이고, 다윗은 시골 목동 출신이라는 것을 암시적으로 드러내면서 ‘촌놈 출신’ 다윗의 자존심을 짓밟은 것입니다. 그 결과 어떻게 된 지 아십니까? 자존심이 짓밟힌 다윗이 아내 미갈을 멀리했습니다. 성경은 ‘미갈이 죽는 날까지 자식이 없었다.’(사무엘하 6:23)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말씀은 하나님의 언약궤가 들어오는 그 성스러움에 참여하지 못하고 다윗을 업신여긴 미갈에게 하나님께서 벌을 내리셔서 자식을 허락하지 않으셨다는 뜻이지만, 그 내면에는 다윗이 아내 미갈과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내와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는 말은 더 이상 아내를 아내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자존심을 상하게 한 아내에게 한 다윗의 복수와 같은 것입니다.

   아내 여러분, 우리의 남편이 아무리 신앙이 약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결코 자존심을 상하게 하면 안 됩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먼저 신앙을 주신 것은 신앙심이 부족한 남편을 잘 도와서 남편을 좋은 신앙의 사람으로 만들라는 사명입니다. 신앙적인 면에서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돈을 좀 적게 벌어 와도, 남들처럼 번듯한 직장을 가지지 못했어도, 또 누군가와 비교해서 좀 부족한 것이 많아도 결코 남편은 업신여길 대상이 아닙니다. 그런 부족한 것을 내가 도와서 채워주어야 하고, 그를 세워주어야 합니다. 부족한 남편이지만 그 남편을 자꾸만 앞장 세워야 합니다. 그것이 돕는 배필로서 아내가 해야 할 일입니다.

   어디 아내만 그렇습니까? 남편들도 아내의 부족함 때문에 아내의 자존심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아내에게 부족한 점이 보인다면 그것은 내가 채워주어야 할 부분이고, 오랫동안 기도하고 노력해도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보인다면 그것은 내가 더 많이 수고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지 내 아내가 모자라서 그런 것이 결코 아닙니다.

   부부는 서로 돕는 배필이기 때문입니다.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는 서로 서로를 높여주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어떤 성경학자들이 추론한 것처럼 아굴라는 노예 출신이요 브리스길라가 귀족출신이라면 브리스길라는 남편 아굴라를 위해서 참 많이 노력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에서는 브리스길라 뿐만 아니라 아굴라도 사도 바울의 동역자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도 바울의 동역자가 될 정도로 아내 브리스길라가 남편을 세워주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이들 부부를 동역자라고 표현한 것에 주의를 기울여 보십시다. 그렇게 늘 함께 살면서 서로를 도와주었던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를 향해서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나의 동역자들’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동역자’라는 말은 함께 일하는 사람만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사역을 위해서 협력하는 사람, 뒤에서 묵묵히 후원하고 원조해 주는 사람, 누군가가 열심히 사역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일을 촉진시켜주는 사람을 모두 포함합니다. 사도 바울은 자신의 선교사역에서 자신을 도와주었던 사람들을 향하여 동역자라고 표현했습니다.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도 그런 사람들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그들을 향하여 ‘동역자들’이라고 복수로 표현했습니다. 이 말은 아굴라나 브리스길라 어느 한 사람만 동역자가 아니라 두 사람 모두 사도 바울을 돕는 좋은 동역자들이었다는 것을 강조한 것입니다. 한 사람만 믿음이 좋아서 열심 한 것이 아니라 두 사람 모두 하나님의 사역을 위해서 사도 바울을 기꺼이 도왔던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둘을 떼어놓고 보아도 좋은 동역자이고, 부부로 함께 생각해도 좋은 동역자라는 말씀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처음 시작이나 지금까지 교회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남편인 아굴라보다도 아내인 브리스길라가 더 적극적이고 중심적인 사역자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남편인 아굴라가 ‘아내가 열심히 하니까 나는 가만히 있어도 돼.’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 역시 최선을 다해 하나님의 사역을 위해 수고했습니다. 그래서 부부가 모두 사도 바울의 좋은 동역자들이었습니다.

   아굴라와 브리스길라가 사도 바울에게 얼마나 좋은 동역자였는지를 본문 4-5절에서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사도 바울을 위해서라면 목까지도 내어놓을 사람들이었습니다. 사도 바울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3절에서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나의 동역자들’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주님의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사도 바울을 돕기 위해서 자신의 생명까지도 기꺼이 내어놓을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주님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생명까지도 내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아굴라와 브리스길라였다는 뜻입니다. 주님의 사역을 하다가 생명의 위험을 느끼는 순간이 온다 하더라도 결코 뒤로 물러서지 않는 사람들이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이방인의 모든 교회도 그들에게 감사한다.’고 말씀합니다. 그들 부부는 사도 바울을 돕는 것만이 아니라 여러 교회를 돕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누구를 도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많은 교회들이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에게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힘들 때 도움을 주고 용기를 주고 힘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자기들의 집을 교회의 집회 장소로 내놓았습니다. 성경학자 라이트풋(Lightfoot)에 의하면 적어도 주후 3세기 이전에는 로마제국의 영토에 있는 교회들이 모두 교회당이라고 하는 특정 건물을 갖지 않고 개인의 집에서 예배를 드렸다고 합니다.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도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습니다. 자기의 집을 교회 집회 장소로 사용하도록 하였습니다.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 번째는 자기 집을 집회 장소로 이용하도록 개방한다는 것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닙니다. 주일에 한 번 예배드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수시로 모여 기도하고 교제하는 장소가 예배처소입니다. 모일 때에는 장소만 개방하는 것이 아닙니다. 손님 맞을 준비도 해야 하고, 성도의 교제를 나눌 때 먹을 것도 준비해야 합니다. 초대교회 때에는 예배를 드릴 때마다 성찬식을 행했습니다. 그렇다면 성찬식 준비도 해야 합니다. 여간 힘든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는 기꺼이 집을 개방하고 그 모든 힘들고 귀찮은 일들을 도맡아 했습니다. 자기 집을 예배장소로 개방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또 하나의 이유는 로마의 박해 때문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네로 황제(주후 54-68년 통치) 이전에는 간헐적으로 박해가 있었지만, 네로 황제 이후로는 그 박해가 조직적이었고 엄청나게 심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자기 집을 예배장소로 개방한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일 수 있습니다. 로마의 감시가 늘 존재했고, 언제 끌려가서 순교를 당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는 기꺼이 자기 집을 예배장소로 개방했습니다. 주님을 위해 헌신된 마음, 주님의 동역자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여러분,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가 처음부터 그렇게 열심한 것은 분명 아니었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바울의 좋은 동역자인 것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더구나 부부가 모두 좋은 동역자라고 칭찬받을 정도로 훌륭한 신앙인이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부부가 함께 믿음의 삶을 살면서 서로 격려하고 도와주면서 함께 동역자로 세워져갔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배필인 부부를 허락하신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서로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돕는 배필’을 허락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내 아내, 내 남편을 어떻게 도와야 하겠습니까? 어떤 사람이 되도록 도와야 하겠습니까? 오늘 본문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분명한 답을 가르쳐 주십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좋은 동역자가 되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입니다. 먼저는 아내는 남편의 좋은 동역자가 되어야 하고, 남편은 아내의 좋은 동역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남편과 아내가 서로를 하나님의 좋은 동역자로 세워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온전한 그리스도인이 되도록 도와주는 ‘돕는 배필’의 역할입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는 부부를 같이 살게 하셨습니다. 부부로 만나 한 가족을 이루게 하셨고, 교회 공동체에서 한 가족으로 만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그런 복을 주신 이유는 서로를 좋은 동역자로 세워가도록 하시기 위함입니다. 내 욕심을 내려놓고 내 아내, 내 남편을 좋은 하나님의 동역자로 세워가는 멋진 그리스도인이 되십시다. 그것이 우리 부부에게 거는 하나님의 기대입니다.

< 2018년 5월 27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