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안으신 하나님

< 본문 - 신명기 1:29-33 >

    ‘라틴 아메리카 민중의 어머니’ ‘고난 받는 이들의 어머니’라고 일컫는 아르헨티나의 여가수 메르세데스 소사(Mercedes Sosa, 1935-2009)는 군사독재의 탄압으로 오랜 세월동안 힘든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1810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아르헨티나는 1982년 민주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거의 170년 동안이나 군사쿠데타에 시달리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군부의 인권탄압에 목숨을 잃거나 실종당했습니다. 그런 시기에 소사는 인간애가 넘치는 노래를 통해 아르헨티나 민중들은 물론, 비숫한 고통에 실달리고 있던 라틴 아메리카 민초들에게 희망을 노래하면서 군부에 맞서 저항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런 그녀를 군부가 가만 놔둘리 없었습니다. 체포와 석방을 되풀이 하던 그녀는 1979년 아르헨티나에서 영구히 추방되었습니다. 그러나 약 3년 후인 1982년 그녀는 위험을 감수하고 아르헨티나로 돌아왔고, 그녀가 돌아온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아르헨티나의 군사정권은 몰락했습니다. 귀국한 그녀가 오페라 극장에서 가졌던 공연은 말 그대로 감동의 무대였습니다. 그 때 불렀던 노래가 그 유명한 ‘생에 감사해’(Gracias a la vida)입니다. ‘비올레따 빠라’(Violeta Parra)가 작사 작곡한 이 노래의 가사는 이렇습니다.

  “나에게 그토록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해. 내가 두 눈을 떴을 때 어두운 것과 밝은 것, 높은 하늘의 많은 별, 그리고 많은 사람 중에서 내 사랑하는 사람을 또렷하게 구별 할 수 있는 빛나는 두 눈을 주신 것에 감사해. 내게 많은 것을 준 인생에 감사해. 귀뚜라미와 카나리아 소리, 망치 소리, 터빈 소리, 개 짖는 소리, 소나기 소리, 그리고 내 사랑하는 사람의 부드러운 목소리, 이런 소리들을 밤낮으로 어느 곳에서나 들을 수 있는 귀를 주신 것에 감사해. 어머니, 친구, 형제 그리고 내 사랑하는 영혼의 길을 비춰주는 빛,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말하는 단어의 소리와 문자, 나에게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해. 도시와 웅덩이, 해변과 사막, 산과 평원, 그리고 당신의 집과 당신의 길, 당신의 정원을 걸었던 내 지친 다리의 행진, 그 많은 것을 내게 준 삶에 감사해. 인간의 지식에서 나온 열매를 볼 때, 악에서 아주 멀리 있는 선을 볼 때, 당신의 맑은 두 눈의 깊이를 볼 때, 그것을 알고 떨리는 심장을 주신 것에 감사해. 행운과 불행을 구별할 수 있게 한 웃음과 눈물을 준 삶에 감사해. 웃음과 눈물로 내 노래는 만들어졌다네. 모든 이들의 노래는 모두 같은 노래이고 모든 이들의 노래는 바로 나의 노래라네. 내게 그토록 많은 것을 준 생에 감사해.”

  여러분, 군사정권에 의해서 탄압을 받고 쫓겨나는 등 수없이 많은 인고의 삶을 살았던 그녀가 오히려 삶의 예찬으로 가득한 노래를 불렀던 것입니다. 암울한 시대에 고난 받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악의 세력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가 아니라, 그렇게 힘든 삶을 살아왔지만 오히려 그 모든 삶에 감사하고 있는 아름다운 내용의 노래입니다. 그리고 이 노래로 그녀는 상처받고 고통 받는 수많은 라틴 아메리카의 민중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주었습니다.

  여러분, 이 노래의 가사처럼, 우리가 매일 아침 일어나면서 ‘오늘 맞은 내 하루가 기적이다.’ ‘오늘도 새 아침을 맞을 수 있도록 새생명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그런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삶이겠습니까? 오늘 살아갈 삶이 여유롭고, 풍요롭고, 자유롭기 때문이 아니라 오늘도 삶의 무게 때문에 힘들게 살아야 할 하루인데도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보면서 희망을 노래할 수 있다면 그는 분명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살아온 삶의 길이 내가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이 잘 풀렸고 오늘 살아온 삶에 기분 좋은 일이 가득하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나도 힘들고 지친 삶을 살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루를 버텨올 수 있었음에 감사하여 하늘의 별을 보면서 기쁨을 노래할 수 있다면 그는 분명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무거운 인생의 짐과 고난의 무게 때문에 쓰러질 것만 같다 하더라도 들녘에 핀 이름 모를 한 송이 꽃을 보면서 자연을 섭리하시고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은총을 느끼며 나도 모르게 입가에서 웃음과 찬송소리가 흘러나온다면 그 역시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음에 분명합니다.

  여러분!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어찌 좋은 일만 있겠습니까?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길이 어찌 평탄하기만 하겠습니까? 아무리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삶이라 하더라도 어찌 기쁜 일만 있겠습니까?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40년 동안의 광야생활을 거의 마무리할 때에 주신 말씀입니다. 40년의 광야생활을 끝내고 이제 요단강을 건너기만 하면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젖과 꿀이 흐른다는 가나안 땅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40년 동안 이스라엘 백성들의 광야 삶을 이끌었던 모세는 요단강을 건너 그 가나안 땅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물론 모세도 가나안 땅에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모세의 가나안 땅 입성을 거부하셨습니다. 모세의 역할은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생활 하는 동안 그들을 인도하는 것으로 끝났기 때문입니다.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한 모세는 가나안 땅에 들어갈 이스라엘 백성들을 생각하니 한 편으로는 부럽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이미 오래 전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을 통해서 약속하신 그 가나안 땅, 젖과 꿀이 흐른다는 그 가나안 땅에 들어가는 백성들을 보니 부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난 40년 광야생활을 하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보여준 신앙과 삶의 태도를 보면 여간 걱정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망각하고 불평하고 원망하고 불신으로 가득한 삶을 살아온 것이 이스라엘 백성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직전 모압 평지에 진을 치고 있을 때 이스라엘 백성들을 불러모아놓고 마지막 당부를 합니다. 가나안 땅에 들어가거든 절대로 하나님을 섬기는 데에서 돌이켜 거짓된 우상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말입니다. 하나님께서 광야에서 주신 말씀을 꼭 붙들고 살면 분명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복을 주실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고 하나님을 떠나면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복 대신을 징벌을 내리실 것입니다. 그러니 결코 하나님을 떠나서는 안 된다고 말입니다. 그것이 신명기 전체의 말씀 내용입니다.

  그러면서 오늘 본문의 말씀에서는 바란광야 가데스바네아에서 있었던 일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 때의 이야기가 민수기 13장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정탐꾼 12명을 선택해서 가나안 땅을 정탐하도록 하셨습니다. 그들이 들어갈 땅이 얼마나 아름다운 땅인지를 보여주시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데 40일 동안 가나안 땅을 정탐하고 돌아온 정탐꾼 가운데 10명이 그 땅에 대해서 혹평했습니다. 땅이 좋긴 한데 그 곳에는 네피림 후손인 아낙 자손의 거인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결코 그 땅에 들어갈 수 없다고 말입니다. 그런 정탐꾼들의 보고를 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은 울고불고 난리가 났습니다. 밤새도록 통곡하면서 하나님과 모세를 원망했습니다. 가나안 땅에 들어 가려다가는 아낙자손의 손에 꼼짝없이 죽게 생겼다고 말입니다.

  그 때, 절망 가운데서 울부짖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모세가 오늘 본문의 말씀으로 권면했습니다. 아무리 아낙 자손의 거인들이 살고 있다 하더라도 그들을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이 누구냐? 우리를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이 누구냐?’고 말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로하고 권면하면서 하나님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본문 31절입니다. “사람이 자기의 아들을 안는 것 같이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가 걸어온 길에서 너희를 안으사 이곳까지 이르게 하셨느니라.” 우리가 믿는 하나님, 우리를 인도하신 하나님은 ‘우리를 안으신 하나님’이라는 말씀입니다.

  우리를 안으신 하나님! 여러분, 이 말 한 마디에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를 인도하신 하나님의 모습이 다 담겨져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온 지난 삶의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고백할 수 있는 말 가운데 하나가 우리의 하나님은 우리를 안으신 하나님이셨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란광야 가데스바네아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걸어온 길은 희비가 공존하는 삶의 길이었습니다. 400년 동안 종살이하던 애굽에서 하나님의 기적을 체험했습니다. 홍해 앞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는 홍해를 갈라 육지같이 건너게 하셨습니다. 마라에서 물이 너무 써서 마실 수 없을 때 하나님께서는 그 물을 단물로 바꾸어 마시게 하셨고, 먹을 것이 떨어졌을 때에는 만나를 주셔서 굶주리지 않고 풍족하게 먹게 하셨습니다.

  물론 그 가운데는 힘든 것도 분명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일 때에는 구름기둥으로 그들을 보호하셨고, 광야의 밤은 무척이나 추운데 그 추운 밤에는 불기둥으로 그들을 보호하셨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이 광야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며칠씩 쉬지도 못하고 걸어야 했고, 어떤 때에는 한 달 이상 한 곳에 머물러 있어야 했습니다. 사막의 모래바람과 같은 거센 바람도 견디어내야 했고, 성인 남자만 60만 명이 넘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는 것도 참 힘든 일인데 그것도 견뎌야 했습니다.

  때로는 힘들기도 하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순간도 있었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안으사 여기까지 오게 하셨습니다. 그 하나님께서 그들 앞에 놓은 네피림의 후손 아낙 자손의 거인들로부터 이스라엘을 어찌 보호해 주지 않으시겠습니까? 지난 날 하나님께서 도우시고 인도하셨던 일을 생각하면 앞으로 다가올 어려움이나 힘든 상황도 넉넉히 이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모세는 (오늘 본문 33절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하나님께서 너희보다 먼저 너희가 가야 할 길을 앞서 가시며 장막 칠 곳도 다 예비해 놓으시고, 너희의 모든 길을 지켜주실 것’이라고 말씀합니다.

  여러분, 우리가 살아온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십시다. 우리의 삶에도 분명 힘들고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때로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길을 가야 할 때도 있었고, 때로는 너무너무 힘들어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예수 믿고 신앙생활 잘 하면 모든 것이 형통할 것만 같았는데, 기도하며 나아가는 우리의 앞길에 너무 많은 장애물 때문에 불평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우리가 불만스러운 생각을 가지고 바라보면 불만 아닌 것이 없습니다. 반대로 신앙의 눈으로 우리를 도우시고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하면 우리가 살아온 모든 삶이 하나님의 은혜 아닌 것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때로는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알지 못했을지라도 하나님께서 우리를 안으사 여기까지 인도하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안아주지 않으셨다면 우리는 지난 날 우리 앞에 놓인 어떤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안아 인도하지 않으셨다면 작은 문제조차도 우리 힘으로 풀지 못한 채 고통 가운데 신음하며 살아야 했습니다. 우리를 안으신 하나님, 마치 어머니가 사랑하는 아들을 품에 안 듯이 사랑하는 우리를 안으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도와주지 않으셨다면 우리는 이미 오래 전에 절망의 수레바퀴 아래 깔리고 말았을 것입니다.

  비록 지금 우리의 삶이 내가 원하는 것만큼의 풍요와 행복의 순간은 아닐지라도 하나님의 도우심과 은혜를 생각하면 지금의 내 모습에도 감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신앙의 최고 단계는 모든 삶에 감사하는 것입니다. 부족한 것이 있을지라도 부족한 것을 바라보지 않고 내 삶에 채워져 있는 작은 것을 바라보며 감사하고, 풍요롭진 않을지라도 내 삶에 베풀어주신 사랑을 기억하며 감사한다면 그것은 최고의 신앙고백입니다. 스위스 철학자 칼 힐티(Karl Hilty, 1833-1909)는 그의 책 『행복론』에서 행복의 첫째 조건이 ‘감사’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감사가 행복한 삶의 첫 번째 조건일 뿐만 아니라 감사는 신앙생활에 최고의 가치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알고 인정하고 고백하는 사람만이 감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김귀동’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습니까? 그 이름을 잘 모르신다면 충북 음성에 있는 ‘꽃동네’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오늘의 그 꽃동네를 있게 만든 장본인이 김귀동이라는 분입니다. 그는 음성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일제 강제징용에 끌려갔다가 되돌아온 후 집안은 몰락했고, 그는 음성 무극천 다리 아래서 걸인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그는 비록 남에게 동냥을 해서 먹고 살아야 했지만 자신의 주린 배를 채우기 보다는 남을 위해 동냥을 했습니다. 40여 년 동안 움막에서 지내면서 주변에 있는 걸인들을 먹이고 병간호까지 하며 보살펴 주었습니다. 움직일 수조차도 없는 거지 노인들을 모아 그들을 살리고자 동상에 걸려 썩어가는 발을 비닐과 새끼로 묶어 질질 끌고 다니면서 밥을 구걸해서 노인들을 먹인 것입니다. 그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구걸한 밥을 결코 혼자서 먹지 않았습니다. 그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마음속에 감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신앙 때문에 감사가 있었고, 마음에 평화와 사랑이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1986년 2월 ‘작은 예수’라는 칭찬과 함께 한국가톨릭대상 사랑부분 대상을 받게 되었고, 그 때 받은 상금 120만원을 내놔 주변을 더욱 감동하게 했습니다. 음성 꽃동네는 그런 그의 사랑으로 탄생했습니다. 1976년 9월 음성 무극천주교회에 있던 오웅진 신부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동냥을 해 움막에서 다른 걸인 18명을 보살피는 그의 헌신적인 모습에 감동해 금왕읍 무극리 용담산 근처에 ‘사랑의 집’을 지었고, 그것이 음성 꽃동네의 출발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사랑 베풀기를 아끼지 않았던 김귀동 씨는 1990년 고혈압으로 쓰러져 숨질 때까지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이라고 고백하며 살았고, 그 말이 음성 꽃동네를 상징하는 표지석이 되었습니다.<사진1>

  여러분, 김귀동 할아버지는 많이 가졌거나 풍요롭기 때문에 나누며 살았던 것 아닙니다. 그는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걸인이었습니다. 그에게 건강이 있었기에 섬기는 삶을 살았던 것이 아닙니다. 그는 일제 강제징용에 끌려갔다가 왔고, 자신의 온 몸에 질병을 안고 살았습니다. 그런 그가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이라는 고백으로 그의 삶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에게는 분명한 확신이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을 사랑하신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객관적으로 보면 ‘하나님께서 나 같은 것을 사랑하신다는 증거가 어디 있느냐?’고 투정하고 불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얻어먹을 수 있는 힘, 그것만 있어도 그는 그것이 주님의 은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분, 우리의 풍요로운 삶이 우리에게 감사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은혜로 느끼는 거룩한 신앙의 마음이 우리로 하여금 감사하며 살게 만듭니다. 그리고 감사하며 사는 그의 삶에 하나님께서 하늘의 복을 더욱 풍성케 채워주십니다.

  오늘 본문에서 모세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자신 있게 이렇게 선포합니다. “그들을 무서워하지 말라. 두려워하지 말라!” 대상은 똑같습니다. 가데스바네아에서 가나안 땅으로 정탐을 갔다 왔던 12명의 정탐꾼들, 그들이 보고 온 것은 허상이 아니었습니다. 잘못 본 것도 아닙니다. 그들은 아주 정확하게 보고 왔습니다. 실제로 가나안 땅에 살고 있는 거주민들은 강합니다. 아낙 자손의 거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성읍들은 크고 견고합니다.(민수기 13:28) 쉽게 무너뜨릴 수 없는 부족들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정탐꾼들이 한 말은 분명 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그들이 놓친 게 있습니다. 그것은 그들을 지금까지 이끌어주신 하나님이 계시다는 사실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당시 세계 최강대국인 애굽의 바로를 굴복시키고 출애굽을 할 수 있었던 힘은 그들에게 있는 것 아니었습니다. 광야에서 남자 장정만 60만 명이 넘는 사람들, 여인들과 아이들까지 한다면 거의 200명은 족히 넘었을 텐데 그런 그들이 광야에서 먹을 것 마실 것 걱정하지 않고 지낼 수 있었던 것은 그들에게 광야를 잘 극복할 수 있는 지혜가 있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합지졸과 같은 그들이 일사불한하게 광야생활을 할 수 있었던 힘도 그들에게 있는 것 아니었습니다. 그들을 거기까지 오게 하신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의 인도와 사랑이 없었다면 결코 그들은 여기까지 올 수 없었습니다. 그 하나님은 불가능을 가능케 하신 분입니다. 세계 최강대국 바로의 무릎을 꿇게 하신 분도 하나님이십니다. 홍해를 갈라 육지처럼 건너게 하신 분도 하나님이십니다. 전쟁 한 번 해본 적이 없는 이스라엘이 아말렉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하나님의 도우심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지금의 자신들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 하나님이 그들에게 가나안을 주겠다고 하시는데, 무엇이 두렵습니까? 하나님께서 그들을 가나안으로 이끌어 주시겠다는데 무서울 것이 무엇입니까? 그런데 그들은 현실을 생각하다보니까 하나님을 잊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두려워졌습니다. 지금까지 인도하시고 안아주신 하나님을 잊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무서워졌습니다. 상황이 그들로 하여금 두려움에 떨게 만든 것이 아니라 자기들과 함께 하신 하나님이 계시다는 사실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두려운 것입니다.

  여러분, 같은 이치입니다. 상황이 우리를 두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잊어버린 우리의 믿음 없음이 우리로 두렵게 만듭니다. 오늘 우리를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잊어버리니까 작은 문제나 작은 장애물 앞에서도 어찌할 줄 몰라 쩔쩔 매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잊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않는다면 우리는 늘 감사하며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감사는 곧 믿음의 다른 면입니다. 믿음이 감사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믿음과 감사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입니다. 믿음은 언제나 감사를 동반하고, 감사는 우리의 믿음을 온전한 믿음으로 만들어주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환경을 보고서야 감사하겠다는 생각을 버리십시다. 감사는 하나님을 바라보는 믿음에서 나옵니다. 하나님에게서 우리의 시선을 떼지 않는다면 우리는 매일 매순간을 감사하며 살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처음 복음을 들고 찾아온 선교사 가운데 한 분이 언더우드(Horace Grant Underwood, 1859-1916)입니다. 그 언더우드 선교사의 기도 가운데 이런 글이 있습니다.

   '걸을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설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들을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말할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볼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살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놀랍게도 누군가의 간절한 소원을 나는 다 이루고 살았습니다.

  놀랍게도 누군가가 간절히 기다리는 기적이 내게는 날마다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부자 되지 못해도, 지혜롭지 못해도 내 삶에 날마다 감사하겠습니다.

  날마다 누군가의 소원을 이루고, 날마다 기적이 일어나는 나의 하루를, 나의 삶을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내 삶, 내 인생, 나.

  어떻게 해야 행복해지는지 고민하지 않겠습니다.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날마다 깨닫겠습니다.

  나의 하루는 기적입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우리는 매일매일 기적 가운데 살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안으사 거칠고 험한 세상을 믿음으로 살게 하십니다. 우리가 많은 것을 가지진 못했어도 누군가가 바라는 그것을 지금 우리는 누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 마음이 소망하는 것을 다 가지진 못했어도 누군가가 간절히 소망하는 그것이 날마다 내 삶에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의 내 모습 그대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 2018년 7월 1일 주일낮예배 - 맥추감사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