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워하는 마음으로 살기

< 본문 - 마가복음 6:45-52 >

   오래 전인 1988년 영국 BBC방송 프로그램에 한 노신사가 초대되었습니다. 왜 자신이 이 프로그램에 초대되었는지도 모른 채 방청석에 앉아 있는 노신사에게 아나운서는 놀라운 자료를 보여 주었습니다. 그것은 나치가 점령한 체코 프라하의 유대인 수용소에서 669명의 유대인 아이들을 영국으로 입양시킨 증거서류와 사진들이었습니다. 669명의 유대인 아이들을 영국으로 입양시킨 주인공은 ‘영국의 쉰들러’라고 불리는 니콜라스 윈턴(Nicholas Winton, 1909-2015)입니다.<사진1> 그 방송국에 초대된 사람들은 모두 윈턴에 의해서 영국으로 입양되어 목숨을 건진 사람들이었습니다. 방청객들은 모두 윈턴 씨에게 찬사를 보냈지만, 위턴 씨는 오히려 부끄러워했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그가 29살 은행원으로 일하던 시절 체코는 독일의 나치에 점령당하고 맙니다. 체코를 점령한 독일의 나치가 아이들을 비롯해서 많은 유대인들을 난민 캠프에 가두었습니다. 그 난민 캠프는 비참하기 그지없었고, 그는 이 아이들을 구출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재산을 털어 669명의 아이들을 영국으로 데리고 오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나머지 250명의 아이들을 구하려 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아이들을 태운 기차가 멈춰버림으로 그 아이들을 구출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들은 모두 행방불명이 되고 말았습니다. 생명을 구한 669명의 아이들보다 구하지 못한 250명의 아이들에 대한 심한 죄책감으로 그는 스스로 모습을 감추어버렸고, 가족을 비롯해 그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이 아이들을 구해 영국으로 입양시켰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50년의 세월이 흐른 후 그의 아내 그레테(Grete)가 우연히 다락방에서 낡은 노트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 노트에는 50년 전 윈턴이 목숨을 구한 아이들의 이름과 사진이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아내는 그 사실을 기자에게 전하게 되었고,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윈턴은 한 프로그램의 방청객으로 초청을 받게 됩니다. 자신이 주인공인지도 모른 채 말입니다. 앵커는 그 낡은 노트를 펼쳐 그 속의 사연을 이야기하면서, ‘베라’라는 사람의 이름을 언급합니다. 그리고 그녀가 지금 여기 방청객으로 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베라가 윈턴 씨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여인이었습니다.<사진2> 윈턴 씨는 자신이 구한 아이가 살아 있다는 것에 감동하고 기쁨을 감추지 못합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앵커가 ‘여기 방청객으로 와 있는 분들 중에 윈턴 씨가 생명을 구해 주신 분은 일어나 주시라.’고 말하자 거기에 와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사진3> 사실 방송국에서 윈턴 씨의 낡은 노트에 적혀 있는 사람들을 일일이 수소문해서 그들을 불러모았기 때문입니다. 그 669명의 아이들은 5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가정을 이루어 약 6천 명의 가족을 이루었습니다. 그 방송이 나간 후 14년의 시간이 흐른 2002년에는 그 가족 중 5천여 명이 니콜라스 윈턴과 만나는 만남의 자리를 가지기도 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그의 숭고한 정신을 기려 2003년에 기사 작위를 부여했고, 2014년에는 최고 권위의 백사자 훈장을 수여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2015년 106세의 나이에 윈턴 경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생을 마감했습니다. 지금 체코 프라하 중앙역에는 그를 기념하는 동상이 세워져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사진4>

   여러분, 니콜라스 윈턴 경은 669명의 어린 생명들을 구했습니다. 그리고 6천 명이 넘는 그의 후손들에게 그는 생명의 은인입니다. 그런데도 그는 그 위대한 일에 대해서 자랑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250명을 구하지 못했다는 것 때문에 죄책감을 가지게 되었고, 자신이 669명의 아이들을 구했다는 사실에 대해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50년의 세월이 지난 후 그 사실이 알려진 것에 대해서 오히려 부끄러워했습니다. 그가 669명의 생명을 살린 것도 그들을 안타까워하는 마음 때문이었고, 나머지 250명을 구하려다가 그 일을 이루지 못한 것에 스스로 죄책감을 갖는 것도 그 250명의 생명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단 한 사람의 목숨만 살려도 그를 영웅으로 생각하고, 자기 자신 역시 큰일을 했다는 자부심이 대단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일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니콜라스 윈턴 경는 669명의 생명을 살렸으면서도 250명의 생명을 더 살리지 못했다는 생각에 평생 그것이 부끄러움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2008년 체코 정부는 그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지만 아쉽게도 그는 수상자가 되지 못했습니다. 여러분,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지라도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사는 사람이 진정한 영웅입니다. 그리고 남에게 해준 일보다는 해주지 못한 일을 괴로워하며 안타깝게 여기는 사람이 진정한 성자입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에는 니콜라스 윈턴 경이 가졌던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가지셨던 예수님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오늘 본문의 이야기를 마가복음 6:30절부터 살펴보십시다. 음식 먹을 겨를도 없을 정도로 바쁘게 사역하던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 잠깐의 휴식을 주셨습니다. 예수님도 그렇거니와 제자들에게도 쉼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예수님을 가만 놔두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 계시다고 알려진 곳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피곤한 몸이지만 몰려든 그들을 불쌍히 여기셨습니다. 두 가지 면에서 불쌍히 여기신 것입니다. 첫 번째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서 그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온 그들의 영혼을 불쌍히 여기셨습니다. 당시 종교지도자들이 있었지만 그 종교지도자들은 백성들의 마음에 만족을 주지 못했습니다. 종교는 형식화되어 있었고, 높은 직위의 종교인들은 자기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안달할 뿐 영혼이 핍절해 가는 백성들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권위 있는 말을 듣기 위해서 지친 몸을 이끌고 찾아온 그들을 바라보시면서 예수님께서는 (오늘 본문 바로 앞인) 마가복음 6:34절의 말씀처럼 ‘목자 없는 양 같음’을 보시고 불쌍히 여기신 것입니다. 또 하나 불쌍히 여길 수밖에 없는 것은 그들의 허기짐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서 먼 길을 찾아왔지만 그들 가운데는 먹을 것을 제대로 먹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에 나온 오병이어 기적의 현장에서 보여주듯이 남자 장정만 5천 명이 모인 그 자리에 도시락을 싸 가지고 온 사람은 어린 아이 하나뿐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그들을 아무 것도 먹이지 않고 돌려보내실 수가 없으셨습니다. 그래서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그들을 모두 배불리 먹이셨습니다. 영적으로나 육적으로나 모두가 너무나도 허기져 있는 불쌍한 사람들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일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또 하나 불쌍한 무리가 있었습니다.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거기에 모인 사람들을 다 배불리 먹이신 후에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을 집으로 돌려보내셨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는 배를 타고 갈릴리 바다를 건너가게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재촉하여 제자들의 등을 떠밀자 제자들은 예수님을 그곳에 남겨둔 채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게 되었습니다. 제자들이 배를 타고 갈릴리 바다를 건너는 동안 예수님께서는 기도하러 산으로 올라가셨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늦은 시간에 갈릴리 바다를 건너가던 제자들이 큰 어려움을 겪게 된 것입니다. 갈릴리 바다는 종종 밤에 거센 풍랑이 일곤 했습니다. 갈릴리 호수는 지중해보다 약 200m정도 낮은 곳에 위치한 반면 그 주변으로는 3천m가 넘는 헬몬 산 등으로 깊은 협곡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헬몬산 쪽에서 요단 계곡 쪽으로 이상 기류가 흐르게 되면 그 기류가 깊은 웅덩이와도 같은 갈릴리 호수에 급하게 내려와 회오리와 같은 바람을 일으키곤 합니다. 제자들이 그날 밤 배를 타고 갈 때에도 그런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밤새도록 노를 저었지만 그 거센 바람을 이겨내지 못하고 갈릴리 바다 한 가운데서 고통을 겪고 있었습니다.

   오늘 본문 48절은 그 상황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바람이 거스르므로 제자들이 힘겹게 노 젓는 것을 보시고.” 이 말씀의 주어는 예수님입니다. 거센 바람으로 인해 제자들이 힘겹게 노 젓는 것을 보신 분이 예수님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보고 계셨습니다. 여기서 ‘보셨다’는 표현은 주목하여 보았다는 뜻입니다. 왜 예수님께서 주목하여 보셨는지 아십니까? 제자들이 노 젓는 모습이 너무나도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이 힘겹게 노를 저었다.’는 말에서 ‘힘겹게’라는 말은 ‘고문하다. 지치게 하다.’는 뜻이 있습니다. 거센 바람을 뚫고 건너편 육지로 가기 위해서 노를 젓는데 그 노 젓는 모습이 마치 고문을 당하는 사람처럼 보였다는 것입니다. 너무너무 힘들어 지쳐서 더 이상 노를 저을 수 없을 정도까지 되었다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예수님께서 그 광경을 보고 계셨습니다. 주목하여 보고 계셨습니다. 기도하시다가 잠깐 쉬시는 사이에 언뜻 보셨다는 뜻이 아닙니다. 제자들이 거센 바람을 이겨내기 위해서 괴롭게, 너무너무 힘들게 노 젓는 모습을 오랫 동안 지켜보고 계셨습니다. 여러분, 당시 상황을 생각해 보십시다. 갈릴리 호수는 길이가 약 21km이고, 가장 넓은 곳의 넓이가 약 11km나 됩니다. 그렇게 큰 호수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갈릴리 호수를 갈릴리 바다라고 부릅니다. 오늘 본문 47절에서 말씀하고 있는 것처럼 제자들이 배를 타고 가다가 바다 가운데서 거센 바람을 만났다는 말씀에 비춰보면 제자들은 거의 갈릴리 호수 중간쯤에 왔을 때입니다. 그렇다면 육지에서 제자들이 힘겹게 노를 젓고 있는 호수 중간까지의 거리는 거의 5km나 됩니다. 밤 사경이라는 말은 새벽 3시에서 6시 사이입니다. 아직 깊은 밤입니다. 그 깊은 밤에 거의 5km나 떨어져 있는 바다 한 가운데서 노를 젓고 제자들의 모습을 예수님께서 보실 수 있었겠습니까? 낮이라면 5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당하는 일을 쉽게 볼 수 있겠지만, 지금은 밤입니다. 그 한밤중에 제자들이 힘겹게 노 젓는 모습을 어떻게 보셨을까요?

   오늘 본문에서는 예수님께서 단순히 멀리서 ‘아마도 제자들이 거센 바람과 싸우느라 힘들겠구나.’ 그렇게 추측하셨다고 말씀하지 않습니다. 아주 가까이에서 힘겹게 노를 젓는 제자들의 얼굴을 보고 계신 것처럼 예수님께서 그들을 보셨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천리안을 가졌기 때문에 그 밤에 10리도 더 떨어진 곳에서 고생하는 제자들의 얼굴 표정까지 다 아셨던 것은 분명 아닙니다.

   그러면 예수님께서 어떻게 제자들이 그렇게 힘들게 노를 젓고 있다는 것을 아셨을까요? 그것은 시간과 공간적인 한계 안에서 이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상태를 알고 계십니다. 지금 그들이 얼마나 피곤한 상태인지, 그리고 거세게 바람이 불고 있는 그 때에 앞을 향해 나가지 못하는 그 상황에 비춰 제자들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우리 주님을 알고 계신 것입니다.

   본문 바로 앞인 마가복음 6:31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르시되 너희는 따로 한적한 곳에 가서 잠깐 쉬어라 하시니 이는 오고가는 사람이 많아 음식 먹을 겨를도 없음이라.” 이 말씀은 당시 제자들이 얼마나 힘든 상태였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도하고 예수님과 함께 사역하느라 제자들이 힘들어 지쳐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쉴 수가 없었습니다. 쉬려고 하는데 사람들이 예수님께 몰려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실 때 제자들이 그 음식을 다 날라야 했습니다.(마가복음 6:41) 쉴 틈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병이어의 기적을 일으키는 현장에서 제자들은 다른 누구보다도 바삐 일해야 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쉬지도 못하고 예수님께서 재촉하시니까 곧바로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고 있는 중입니다. 지친 상태에서 배를 타고 갈릴리 호수를 건너는데 갑자기 거센 바람이 불어옵니다. 아무리 어부 출신이라 하더라도 그런 상황에서 바람과 싸워가며 노를 젓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제자들이 그런 상태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이 힘겹게 노를 젓는 것을 보셨다는 것은 그런 상태임을 아셨다는 뜻입니다. 그러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멀리서 제자들을 지켜보고 계신 것입니다. 그래서 조금만 지나면 해가 떠오르고, 해가 떠오르면 거세게 불던 바람도 잠잠해질 테지만 그 때까지 기다리실 수가 없어 물 위를 걸어 제자들에게 가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제자들을 사랑하신 예수님의 마음입니다.

   여러분, 누군가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한다는 것은 그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가 힘들어하든 즐거워하든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힘들어할 때 내 마음이 짠해지고,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그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 관심이 바로 사랑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사랑의 마음으로 멀리서 제자들을 보고 계셨던 것입니다. 마치 낮에 몰려드는 군중들을 보면서 그들의 영혼이 핍절해지고 먹을 것이 없고 허기진 모습에 안타까워하신 것처럼, 지금은 낮에 군중을 보실 때 가지셨던 그 마음으로 제자들을 보고 계신 것입니다. 안타까워하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것 아세요? 예수님께서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가지시고 안타까워하는 마음으로 바라보실 때 그곳에는 언제나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성경은 그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불쌍히 여기셨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불쌍히 여기셨다.’는 표현 이후에는 반드시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물론 ‘불쌍히 여기셨다’는 표현이 없을 때에도 기적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불쌍히 여기셨다’는 표현이 나오는 곳에는 반드시 기적이 뒤따랐습니다. 마가복음 1장에서는 한 나병환자가 예수님을 찾아와서 무릎을 꿇고 엎드릴 때 예수님께서 그를 불쌍히 여기셨습니다. 그리고 그를 고쳐주셨습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예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서 찾아온 사람들의 영혼이 핍절하고 배고픈 허기짐에 빠진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셨고, 오병이어의 기적을 베풀어 그들에게 먹이셨습니다. 마가복음 8장에서는 사천 명을 먹이실 때에도 ‘내가 무리를 불쌍히 여기노라.’고 말씀하셨고, 사천 명을 먹이시는 기적을 베푸셨습니다. 불쌍히 여기시는 주님의 마음은 주님으로 하여금 그들의 필요를 채우는 행동을 하시게 했습니다. 그래서 기적이 일어나게 됩니다.

   여러분, 우리는 주님을 따르는 사람들입니다.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단순히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셨다는 사실만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주님을 믿는다는 것은 곧 주님의 제자가 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주님의 제자가 되었다’고 할 때 잘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제자’라고 하는 말을 오늘 우리 시대의 용어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요즘 우리 시대에 제자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리고 그 가르침은 대부분 스승의 지혜나 지식, 정보를 물려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성경에서 말하는 제자는 스승이신 예수님으로부터 지혜를 배우거나 정보를 얻는 것이 아닙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제자는 스승의 길을 따라가고, 스승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누가복음 9:23) 주님을 믿고 주님을 따른다는 것은 주님이 십자가를 지신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가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주님을 믿는다는 것은 곧 주님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주님의 마음을 품고 주님을 닮아가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빌립보소 2:5)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주님의 마음을 품고 주님을 닮아가며 주님의 뒤를 따라가야 합니다. 우리가 닮아야 할 주님의 마음 가운데 하나가 긍휼히 여기는 마음입니다.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아주 쉽게 표현한다면 안타까워하는 마음입니다. 누군가가 아프면 안타까워할 줄 알아야 합니다. ‘내 그럴 줄 알았어! 마음을 못되게 쓰더니 그런 꼴을 당한거야!’ 그렇게 말하는 것은 결코 주님의 마음을 닮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가 아무리 잘못한 것이 많고 실수하였다 하더라도 그가 당한 아픔을 안타까워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 시대의 비극이 있다면 그것은 그런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2014년에 있었던 세월호 사고 이후 일부 사람들의 모습에서 그걸 볼 수 있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하고 있을 때 일부 사람들이 그 옆에서 일부러 피자를 시켜먹으며 유가족들을 조롱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요즘 인터넷 댓글들을 보면 어려움에 처한 사람, 힘들어하는 사람에 대해서 상습적으로 악성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얼마 전에 끝난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의 골키퍼를 맡아 선방했던 조현우 선수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과 언론에서 그의 활약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조현우 선수만이 아니라 그의 아내, 그리고 아직 글도 모르는 그의 아기에게도 악플을 달았습니다. 공감능력이라곤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자존감이 얼마나 낮은 지를 엿볼 수 있는 글들이 너무나도 만연되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하신 말씀 그대로입니다.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고 슬피 울어도 가슴을 치지 않는’(마태복음 11:17)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건조하고 메마른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심성이 피폐해지다보니 사람들의 삶까지도 힘들어졌습니다.

   여러분,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공감하는 마음에서 시작되고, 그 마음은 우리로 행동하게 하는 힘이 됩니다. 서론에서 말씀드린 니콜라스 윈턴 경이 669명의 아이들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은 수용소에 수감된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너무나도 안타까워했기 때문입니다.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그로 하여금 그렇게 행동하게 만들었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고통에 공감하셨고, 거센 바람 때문에 힘들어하는 그들을 안타깝게 바라보셨습니다. 그래서 물 위를 걸어 제자들에게 오셔서 제자들을 힘들게 하던 거센 바람을 그치게 하셨습니다. 오늘 우리도 누군가의 아픔에 공감하고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예수님을 닮는 삶을 살게 만들어줍니다.

< 2018년 7월 22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