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문이 닫힐 때

< 본문 - 고린도후서 2:12-14 >

   스페인 속담에 ‘하나의 문이 닫힐 때 다른 문이 열린다.’(When one door shuts, anther opens.)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비슷한 이야기를 한 사람이 있습니다. 헬렌 켈러(Helen Adams Keller, 1880-1968)입니다. 헬렌 켈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행복의 한 쪽 문이 닫힐 때, 다른 한 쪽 문은 열린다 하지만 우리는 그 닫힌 문만 오래 바라보느라 우리에게 열린 다른 문은 못 보곤 한다.’(When one door of happiness closes, another one opens; but often we look so long at the closed door that we do not see the one which has opened for us.)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헬렌 켈러는 태어난 지 불과 19개월 되던 때에 심한 병을 앓은 후유증으로 시각과 청각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7살 때 앤 설리번(Anne Sullivan)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고, 설리번 선생님의 지극한 노력으로 20세기 초 미국을 대표하는 여류 작가가 되었습니다. 시각장애와 청각장애 뿐만 아니라 언어장애라는 중복장애를 겪으면서 헬렌 켈러는 정말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았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헬렌 켈러는 ‘행복의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분명 열린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녀 역시 시각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로 인해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한쪽 문이 굳게 닫혀버렸을 때 그에게 행복의 다른 문이 열린 것입니까? 헬렌 켈러는 유명한 작가로 많은 책을 저술했을 뿐만 아니라 농아와 시각장애인들을 비롯한 장애인 복지 사업에 큰 공헌을 했고, 인권운동과 노동 운동에도 큰 기여를 한 사람입니다. 우리가 보통 생각해 보면 시각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를 겪는 사람이라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그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누군가를 돕는 삶을 살았고, 그렇게 누군가를 위해서 희생하며 보람된 삶을 살다가 88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만일 그가 자신의 삶에서 행복을 누리지 못했다면 결코 남을 위해 그렇게 희생하며 수고하는 삶을 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에게는 분명 한쪽 문이 닫혔습니다. 아니 한쪽 문만 닫힌 것이 아니라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개의 문이 닫혔습니다. 보는 문이 닫혔고, 듣는 문도 닫혔고, 말하는 문도 닫혔습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다른 문이 열려 있었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에게 잃어버린 세계를 되찾게 한 것은 책의 힘입니다.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애독하는 것은 성경이에요. 나는 어린 시절부터 언제나 용기와 기쁨을 얻기 위해 성경을 읽었어요. 나는 하도 많이 읽어서 어떤 곳은 글자(점자)가 문드러져 나갈 정도였어요. 그것은 내 손가락 끝에서 점자가 닳고 닳았기 때문이에요. 성경은 나의 전 생애의 지침이 되고 위안이 되었어요. 삼중고를 짊어진 나에게 불굴의 정신을 갖게 한 것은 성경이에요. 나는 날마다 성경을 읽을 적마다 기력을 새로 회복하고 포부를 확대해 나갔어요. 그러므로 시간을 내어 성경을 읽고 영을 새롭게 하여야 해요.” 그녀는 책을 참 많이 읽었습니다. 눈으로 읽을 수가 없어서 점자로 된 책을 읽는데, 손가락으로 점자를 읽느라 점자가 닳아서 문드러질 정도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녀에게 가장 큰 힘을 준 것은 바로 성경이었습니다. 그 성경에서 그녀는 늘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그녀가 발견한 그녀에게 새롭게 열린 행복의 문이었습니다.

   비슷한 이야기가 우리나라에도 있습니다. 우리가 즐겨 부르는 찬양 가운데 하나인 ‘나’라는 제목의 찬양시를 쓴 송명희 시인입니다. 그녀는 태어나면서부터 뇌성마비 장애를 가졌습니다. 그녀가 태중에 있을 때 의사가 아기의 뇌를 집게로 잘못 건드려 소뇌가 손상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평생 단 한 번도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했습니다. 열 살이 넘어서야 숟가락질을 할 수 있었고, 찢어지게 가난한 탓에 분유 한 병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사춘기를 맞았을 때 자신의 비참한 모습에 절망하며 자살을 기도했습니다. 그러다가 17살 때 죽을 때 죽더라도 자신을 이런 모습으로 세상에 태어나게 하신 하나님의 뜻을 찾아보자고 하루에도 몇 시간씩 절규하며 기도했습니다. 그리고나서 그녀에게 들린 하나님의 음성은 단 한 마디 ‘내가 너를 버리지 않겠노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하루에 다섯 시간씩 기도하며 성경을 읽었고, 4년 만에 성경 30여 번을 읽으면서 하나님의 감동으로 시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시 가운데 하나가 ‘나’라고 하는 제목의 시입니다. 그 시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나 가진 재물 없으나 / 나 남이 가진 지식 없으나 / 나 남에게 있는 건강 있지 않으나 / 나 남이 없는 것 있으니 / 나 남이 못 본 것을 보았고 / 나 남이 듣지 못한 음성 들었고 / 나 남이 받지 못한 사랑 받았고 / 나 남이 모르는 것 깨달았네. / 공평하신 하나님이 나 남이 가진 것 나 없지만 / 공평하신 하나님이 나 남이 없는 것 갖게 하셨네.’

   송명희 시인 역시 참 많은 것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재물도, 지식도, 건강도 그에게는 없었습니다. 그에게 닫힌 문처럼 보이는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는 자신에게 없는 것만 보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보았습니다. 자신에게 닫혀있는 문만 바라보며 낙담하여 산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열린 문을 바라보며 하나님을 찬양했습니다. 그녀에게 열린 문이 무엇입니까?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하나님의 사랑을 받으며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그런 자신의 삶을 바라보면서 ‘하나님은 공평하신 분’이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우리는 때로 남들보다 부족한 것을 바라보면서 하나님께 원망하기도 합니다. ‘왜 나에게는 이것 밖에 주시지 않았느냐?’고 말입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엄청나게 많이, 풍족하게 주시면서 내게는 너무 조금 주셨다고 말입니다. 또 때로는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고, 내가 잘 준비했는데도 엉뚱한 결과가 나오면 화가 납니다. 분명 내가 이런 노력을 했으면 이런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속이 상합니다. 내가 한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우리가 많이 경험해서 아는 것처럼 세상은 우리가 기대하는 것과 같은 결과물을 우리에게 안겨주지 않을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세상은 수학의 공식이 아닙니다. 1 더하기 2를 하면 3이 나오는 것이 수학입니다. 2에다 3을 더하면 무조건 5입니다. 그것은 상황이나 우리의 심리적 상태와 상관없이 무조건 그렇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그런 수학공식과 같지 않습니다. 2에다 3을 더하면 5가 나와야 하는데, 우리의 삶에서는 때로 4가 나오기도 하고 6이 나오기도 합니다. 때로는 2에다 3을 더했는데 2밖에 나오지 않아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에서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우리가 기대하고 바라는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은 분명 아닙니다. 내가 열심히 노력하고 헌신하고 하나님을 위해서 참 많이 수고했는데도 나에게 돌아온 것이 너무나도 작고 미약할 뿐만 아니라, ‘하나님 나에게 어찌 이러실 수 있습니까?’라고 탄식하며 원망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고백하는 하나님은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분’(로마서 8:28)이십니다.

   오늘 본문의 바울도 그랬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내가 그리스도의 복음을 위하여 드로아에 이르매 주 안에서 문이 내게 열렸으되 내가 내 형제 디도를 만나지 못하므로 내 심령이 편하지 못하여 그들을 작별하고 마게도냐로 갔노라.” 여러분, 바울의 이 상황을 살펴보십시다. 오늘 본문은 바울이 고린도교회 교인들에게 보낸 세 번째 편지입니다. 고린도교회는 바울이 제2차 선교여행 중에 복음을 전함으로 세워진 교회입니다. 바울은 1년 반 정도 고린도 머물면서 복음을 전했고 교회를 통해 성도들의 신앙을 굳게 세웠습니다. 그런데 제3차 선교여행 중에 바울에게 들려온 고린도교회의 상황은 바울의 마음을 참으로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성령의 은사는 많으나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서 고린도교회가 큰 아픔과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고린도교회의 문제들을 하나하나 지적하면서 그 문제를 풀어갈 해답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그것이 고린도전서입니다. 그리고 약 6개월 후에 오늘 본문이 포함된 세 번째 편지를 또 써 보내야만 했습니다. 첫 번째 편지를 써보낸 후에 6개월 만에 두 번째 편지에 이어 세 번째 편지를 써 보내야 했던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고린도전서를 받은 고린도교회 교인들이 사도 바울이 알려준 말씀대로 자신들의 문제를 풀어 가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팔레스틴에서 건너온 거짓 교사들이 자신들의 지위를 얻기 위해서 사도 바울의 사도권을 공격하면서 사도 바울에 대해서 이상한 소문을 내고 다녔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급하게 고린도교회를 방문하게 됩니다. 사도행전에는 그 방문 내용이 기록되지 않았지만 제3차 선교여행 중에 고린도를 두 번째 방문을 하게 됩니다. 그것을 ‘가슴 아픈 방문’ 또는 ‘근심의 방문’이라고 말합니다. 고린도를 방문한 사도 바울이 고린도교회 교인들로부터 배척을 당하고 대적자들에게 심한 인격적 수모를 당하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배척을 당하고 돌아온 사도 바울은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고린도교회에 편지를 써 보냅니다. 그것을 ‘눈물의 편지’ ‘준엄한 편지’라고 불리는 두 번째 편지인데, 현재 그 편지는 성경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 편지에서 사도 바울은 고린도교회 교인들에게 ‘애통하는 마음으로, 많은 눈물로’(고린도후서 2:4)로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대적자들에 대해서는 단호한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소아시아 에베소에서 눈물의 편지를 써 보낸 다음 바울은 마게도냐로 떠났습니다. 원래는 사도 바울의 두 번째 편지를 전해주러 간 디도를 소아시아의 드로아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드로아에서 디도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결국 사도 바울은 마게도냐로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드로아에서 복음을 전할 절호의 기회를 얻었음에도 그 기회를 포기하고 마게도냐고 가서 디도를 만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디도로부터 눈물의 편지를 받은 고린도교회 교인들이 자신들의 어리석음과 잘못을 회개하고 사도 바울이 전해준 말씀에 순종하기로 했다는, 그리고 고린도교회 교인들이 사도 바울을 사랑하는 마음이 간절해졌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그 소식을 듣고서 오늘 본문이 포함된 고린도후서를 써서 고린도교회에 보내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고린도후서는 사도 바울이 고린도교회에 보낸 세 번째 편지입니다.

   오늘 본문은 바로 그런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본문 12절에서 사도 바울은 ‘드로아에서 복음의 문이 열렸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드로아에서 복음을 전할 좋은 기회가 열렸다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사도 바울은 그곳에서 복음을 전할 수 없었습니다. 왜요? 디도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디도는 사도 바울의 눈물의 편지를 들고 고린도교회를 방문한 사람입니다. 그 디도로부터 편지를 받은 고린도교회 교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듣고 싶었습니다. 눈물의 편지로 인해서 혹시 고린도교회 교인들의 마음이 더 아파하지는 않는지, 혹 믿음의 연약한 사람들이 믿음을 버리지는 않았는지, 그 편지로 인해서 고린도교회가 더 혼란에 빠지지는 않았는지 등등 여러 가지 걱정이 사도 바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습니다. 그런 걱정스러운 마음이 결국 복음을 전하지 못하게 만든 것입니다.

   여러분, 사도 바울이 어떤 사람입니까? 그는 복음을 전하는 일에 목숨을 바친 사람입니다. 그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사도행전 20:24) 그는 복음을 전하다가 죽는다 하더라도 그 길을 포기할 수 없다고 선언합니다. 복음을 전하는 것이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사명이기 때문에 복음을 전하는 일을 감당함에 있어 그 어떤 것도 장애물이 될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학문이나 배경이나 살아온 모든 삶의 경험조차도 그는 배설물로 여겼습니다. 복음을 위해서 말입니다. 그런 그가 얼마나 마음에 걱정이 되었으면 드로아에서 복음을 전할 절호의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드로아를 떠나 마게도냐로 가야만 했겠습니까? 그만큼 사도 바울은 고린도교회 교인들을 향한 사랑의 마음이 지극했습니다.

   여러분, 오늘 본문의 말씀을 잘 묵상해 보십시다. 드로아에서 사도 바울 앞에 복음의 문이 열렸습니다. 사도 바울은 복음을 위해 생명을 바친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것 다 제쳐놓고 복음을 전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아니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드로아에서 사도 바울은 자신 앞에 열린 문을 향해 가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오직 하나입니다. 고린도교회 교인들을 향한 걱정, 고린도교회 교인들을 사랑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그러면 이런 생각을 해 보십시다. 드로아에서 하나님께서는 사도 바울 앞에 복음의 문을 열어 놓으셨습니다. 그런데 고린도교회 교인들을 생각하는 마음 때문에 염려하고 걱정하다가 기회를 놓쳐버리고 마게도냐로 떠나야 했습니다. 그렇다면 사도 바울은 큰 일을 놓치고 만 것입니까? 절호의 기회를 놓쳤기 때문에 사도 바울은 실패한 사람입니까? 오늘 본문은 우리의 그런 질문에 이렇게 대답해 줍니다. “항상 우리를 그리스도 안에서 이기게 하시고 우리로 말미암아 각처에서 그리스도를 아는 냄새를 나타내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노라.” 무슨 말씀입니까? 사도 바울이 실패했다는 말씀입니까? 아니면 하나님께서 열어주신 그 복음의 문을 활용하지 못한 사도 바울 때문에 하나님께서 손해를 보셨다는 말씀입니까? 아닙니다. 사도 바울 앞에 열린 복음의 문이 닫힌 것처럼 보였습니다. 복음의 문이 열린 드로아를 제쳐놓고 마게도냐로 간 것이 사도 바울에게는 실패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사도 바울은 그렇게 말씀하지 않습니다. 드로아에서 복음을 전할 기회가 있었던 것처럼, 마게도냐로 갔을 때에도 그곳에서 하나님께서 사도 바울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드러내셨다는 말씀입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실패처럼 보입니다. 사도 바울이 그 앞에 열린 문을 통과하지 못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가 잘못해서 활짝 열린 그 문이 닫혀버린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또 다른 하나님의 역사가 사도 바울을 통해서 나타났습니다. 하나님은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 14절을 잘 묵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성경에 오늘 본문 14절은 ‘항상 우리를 그리스도 안에서 이기게 하시고.’ 그렇게 시작되고 있습니다만, 신약성경 원문에 보면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 감사하노라.” 라는 말이 가장 먼저 나오고, 감사의 이유가 그 다음에 나옵니다. ‘그런데’라는 말은 앞의 상황을 반전시키는 단어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드로아에서 복음의 문이 열렸을 때 사도 바울은 그 기회를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열린 문이 닫혀버렸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그의 사역에 실패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14절에서는 결코 실패가 아니라고 선언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적인 생각이나 인간적인 계산으로 보면 실패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께서 실패를 오히려 축복의 기회로 만드셨다는 것입니다. 드로아에서 열린 문이 닫혔는데, 마게도냐에서 오히려 더 큰 문이 열렸다는 것입니다. 한쪽 문이 닫히자 다른 쪽 문이 열린 것입니다. 아니 하나님께서 다른 쪽 문을 열어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그렇게 다른 문을 열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이기게 하셨기 때문에 감사한다.’고 선언합니다. ‘이기게 하셨다’는 말은 전쟁에서 승리한 로마의 황제나 개선장군이 전쟁터에서 사로잡은 포로들을 결박하여 끌고 환호하는 군중들 앞에서 당당하게 성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연상시키는 단어입니다. 사도 바울은 자신이 마치 영적 전쟁에서 승리하고 개선하는 장군과 같다고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그 승리는 예수님께서 안겨 주신 것이지만 말입니다.

   여러분, 때로 우리 앞에 문이 닫힐 때 사람들은 우리에게 실패했다고 놀릴 수 있습니다. 우리의 대적 마귀는 우리에게 ‘너는 실패자야!’라고 속삭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눈에 실패처럼 보일지라도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승리의 손을 들어주십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우리를 영적 전투에서 승리한 개선장군처럼 여겨주실 것입니다. 왜요? 우리는 비록 실패할지라도 우리 하나님은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대적과 마귀는 우리를 실패자라고 낙인찍어 우리로 볼품없는 삶을 살게 만듭니다. 그러나 우리 주님은 우리에게 ‘너는 승리자야!’라고 말씀하시며 승리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열린 문인 닫혔는데도 사도 바울이 감사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각처에서 그리스도를 아는 냄새를 나타내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드로아에서만 복음의 문이 열린 것 아닙니다. 비록 거기에서는 열린 문이 닫혔지만 마게도냐로 건너와서는 거기에서 또 다른 문이 열리 것입니다. 드로아의 문이 닫혔을 때 마게도냐의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그래서 거기에서도 복음을 전하고 거기에서 그리스도를 아는 냄새를 나타나게 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하나님의 역사가 나타납니다. 우리는 닫혔다고 생각될 때 하나님께서는 다른 곳의 문을 열어 놓으십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헬렌 켈러는 시각과 청각과 언어의 문이 닫혔지만 그의 영혼의 문을 하나님께서 열어 남들이 하지 못하는 놀라운 일을 하게 하셨습니다. 송명희 시인도 건강과 부와 지식의 문은 닫혔지만 하나님께서 그의 영혼의 문을 여시고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시을 짓게 하셨습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때로 우리가 가야 할 길에 문이 닫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우리의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한쪽 문이 닫히면 반드시 하나님께서 다른 쪽 문을 열어놓으십니다. 그리고 오늘의 문이 닫히면 내일의 문은 열리게 되어 있습니다.

   엊그제 이런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일분의 어느 식당 이야기입니다. 그 식당에서는 라면을 시켰는데 우동이 나오고, 햄버거를 시켰는데 만두가 나옵니다. 자신이 주문한 메뉴와 전혀 다른 음식이 나옵니다. 주문을 잘못해서 다른 메뉴가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거의 매번 주문한 것과 다른 음식이 나옵니다. 그런데도 그 식당은 손님들이 북적이는 인기 있는 맛집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주문한 것과 다른 음식이 나왔는데도 손님들은 어느 누구 하나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지 않습니다. 이 식당에서 늘 그렇게 주문한 것과 다른 음식이 나오는 이유는 그 식당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직원이 남다르기 때문입니다. 바로 치매에 걸린 할머니들이 식당 직원입니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들이 주문은 받았는데 주문 받은 후 금방 잊어버리곤 자기 마음대로 음식주문을 넣습니다. 때로는 나온 음식을 주문한 사람이 아닌 엉뚱한 사람에게 갖다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할머니들은 최선을 다해 일하고 계십니다. 웃음을 잃지 않고 노력하고 계십니다. 많은 자원봉사자와 더불어 운영되고 있는 이 식당은 치매 환자들도 사회구성원의 일부분이라는 소속감을 주고, 함께하는 공동체 의식을 불어 넣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의례 자신이 주문한 것과 다른 음식이 나온다 하더라도 불평하지 않고 주는 대로 음식을 먹습니다.

   참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음식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도 그런 일들이 종종 벌어집니다. 나는 형통을 주문했는데 때로는 고난의 길이라는 메뉴가 배달되어 옵니다. 나는 부유하고 풍요로움을 주문했는데 가난이 배달되어 옵니다. 나는 건강을 주문했는데 때로는 고통과 아픔이 배달됩니다. 나는 성공을 주문했는데 실패가 배달됩니다. 나는 행복을 주문했는데 때로 눈물이 배달됩니다.

   여러분, 그럴지라도 그것이 결코 우리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것이 아님을 기억하십시다. 내가 주문한 것과 다른 것이 배달되었다면, 내 인생의 문이 닫힌 것이 아니라 다른 쪽 문이 열렸으니 다른 쪽을 바라보라는 주님의 지시임을 기억하십시다. 주님은 결코 실수하지 않으십니다. 이쪽 문이 닫히고 다른 쪽 문이 열렸다면 우리에게 그것이 훨씬 더 좋은 길일 수 있습니다.

< 2018년 8월 12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