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일은 넘치게

< 본문 - 고린도후서 9:6-9 >

  얼마 전 일본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지난 8월 12일 일본 야마구치(山口)현의 시골마을인 스오오시마(周防大島)에서 할아버지를 따라 동네 산책을 나섰던 두 살배기 후지모토 요시키(藤本理稀)라는 어린이<사진1>가 실종된 일이 있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할아버지의 집에 놀러갔던 후지모토는 할아버지와 형을 따라 바닷가로 놀러가던 중에 집으로 가고 싶다고 칭얼댔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후지모토를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아이가 집이 보이는 데까지 스스로 가는 걸 보고 후지모토의 형과 함께 바닷가로 갔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와 보니 먼저 집으로 갔던 후지모토가 집에 오지 않은 것입니다. 두 살배기 어린아이가 사라지자 작은 마을은 난리가 났습니다. 온 마을 사람들을 비롯해서 경찰과 소방관 등 550명이 총동원돼 수색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실종된 아이는 쉽게 찾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두 살 밖에 되지 않는 아이가 이틀 이상을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버틸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고, 아이가 살아 있을 가능성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시신이라도 찾겠다는 마음으로 동네 야산에 있는 연못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아이를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그 때 이 소식을 접한 78세의 오바타 하루오(尾畠春夫)<사진2> 씨가 자동차를 타고 300km를 달려 네 시간 만에 그곳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가족들과 만난 뒤 곧 수색에 나선 오바타 할아버지는 불과 30분 만에 후지모토를 찾아냈습니다.<사진3> 아이가 실종된 지 68시간 만이었습니다. 아이의 생존 가능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실종 후 72시간을 불과 4시간 앞두고 아이를 찾아낸 것입니다. 그러면 5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틀 이상 찾아도 찾지 못한 아이를 어떻게 그 할아버지는 단 30분 만에 찾아낼 수 있었을까요? 오바타 씨는 아이가 실종된 마을 주변에 산이 많고, 아이들이 길을 잃으면 통상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는 점을 착안해서 마을 사람들도 잘 다니지 않는 외딴 골짜기로 들어가서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수색했습니다. 그리고는 수색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아이가 길을 잃은 지점으로부터 560m 떨어진 곳에서 아이를 찾아냈습니다.

  그가 그렇게 아이를 빨리 찾아낼 수 있었던 이유는 오바타 씨가 오랫동안 자원봉사를 통해서 축적된 경험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조그마한 생선가게를 하다가 그만둔 후에 자신이 도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서 자원봉사를 했습니다. 40대에 시작한 등산을 즐기면서 무너진 등산로를 정비하거나 안내판을 고치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66세인 지난 2006년 생선가게를 그만둔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자원봉사에 나섰습니다. 지금도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엄청난 쓰나미가 몰려와서 후쿠시마 원전을 초토화 시켰던 그 때, 그는 500일간 피해 현장에 머물며 자원봉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것만이 아니라 지진이나 폭우 등으로 재해를 당하는 곳에는 언제나 그가 달려갔습니다. 오랜 자원봉사 생활 속에서 그가 세운 분명한 원칙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원봉사를 할 때는 본인의 승합차에서 잠을 자는 등 모든 것을 자기 힘으로 해결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항상 자신의 작은 차에 침낭과 식량을 싣고 다닐 뿐만 아니라, 자원봉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역시 자신의 연금으로 직접 해결했습니다. 피해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8월 15일 후지모토 군을 찾은 후에도 후지모토의 가족들이 샤워라고 하고 가라고 권했지만, ‘자원봉사자로서 그런 배려를 받을 수 없다.’며 한사코 거절하고서, 홀로 제방에 앉아 물에 만 즉석밥을 먹고선 자신의 집으로 되돌아갔다고 합니다.

  여러분, 78세의 오바타 하루오 씨는 그의 남은 생애를 정말 보람되게 살고 있지 않습니까? 자신의 평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라고 하면 기꺼이 달려가서 도움의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그런 아름다운 마음 때문에 불과 몇 시간만 지나면 두 살배기 아이의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그 순간에 아이의 생명을 살려내는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서 더욱 숙연해지는 것은 그런 축복된 일을 하고서도 그는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의 생명을 살렸다면 당연히 그에 대한 조그마한 감사라고 받고 싶은 것이 우리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입니다. 그런데 그는 자원봉사를 하면서도 스스로 숙식을 해결합니다. 힘들게 수고한 후에 몸을 씻고 돌아가라는 제안까지도 한사코 거절하면서, 어쩌면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처럼 되돌아갔습니다. 

  저는 그 보도를 접하면서 많은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한없는 사랑을 받으며 살아온 사람으로서 내가 받은 그 큰 사랑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며 살고 있는가 하고 말입니다. 그 사랑을 누군가에게 기꺼이 나누어야 하는데 그런 삶을 살고 있는가 하고 말입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 그리스도인은 예수 믿고 구원받는 것으로 사명이 끝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구원받고 천국에 가는 티켓을 얻는 것만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모두 끝난 것은 결코 아닙니다. 우리 주님께서 이 땅에 사시며서 오직 십자가에 죽으시는 일만 하신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병든 사람을 고치시고, 배고픈 사람들에게는 먹을 것을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소외된 사람을 가까이 하셔서 그들의 외로움을 함께 나누셨고, 죄인으로 낙인찍혀 사회적으로 외면당하는 사람을 기꺼이 찾아가셔서 그들의 친구가 되어주셨습니다.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인류를 구원하시는 것만이 주님께서 이 땅에 오신 유일한 목적이셨다면 주님은 다른 일 하지 않으시고 십자가에 죽으시는 일만 하셔도 됩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그렇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것은 주님을 믿는 우리가 주님이 사셨던 삶을 따라 살게 하시시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신앙인들이 가지는 잘못된 신념 가운데 하나는 예수 믿고 구원받는 것, 그리고 영혼을 구원하는 것만 교회가 해야 할 일이고 성도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선한 일을 하는 것으로 구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다고 신앙생활에서 선한 일을 하는 것이 결코 작은 일은 아닙니다. 구원받는 것 못지않게 우리가 힘써야 하는 것이 바로 주님의 뜻을 이루는 것인데, 주님의 뜻 가운데 하나가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로서 세상에 선을 행함으로 세상을 살맛나게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 주님께서 산상수훈에서 직접 말씀하셨습니다. “이같이 너희 빛을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태복음 5:16) 우리 한국교회가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사실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구원받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구원받은 자답게 선한 일과 착한 일을 통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한다는 사실을 잘 가르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선한 일을 통해 세상 속에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것이 우리 신앙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잘 인식하지 못한 채 신앙생활을 해 왔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세상 속에서 착한 행실을 통해서 세상에 빛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를 구원하시고 당신의 백성을 삼으신 하나님의 뜻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이렇게 선언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넘치는 은혜를 주셔서 우리로 넉넉하게 살게 하신 이유는 착한 일을 그만큼 많이 하게 하시기 위함’이라고 말입니다. 사도 바울이 이렇게 말씀한 배경은 이렇습니다. 사도행전 11장에서도 그 내용이 언급된 것처럼, 글라우디오 황제 때에 예루살렘에 큰 흉년이 들어 예루살렘교회가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모든 교회의 모교회인 예루살렘 교회가 어려움을 겪게 되자 다른 지역의 교회들이 예루살렘 교회를 돕기 위한 구제헌금을 했습니다. 고린도교회에서도 그랬습니다. 고린도교회도 예루살렘에 큰 흉년이 들어 예루살렘 교회가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을 듣자 자발적으로 헌금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헌금을 시작한 지 1년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고린도교회에서 드린 헌금이 예루살렘교회에 전달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고린도교회 안에 들어왔던 유대주의자들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당시 고린도교회에 들어온 유대주의자들은 사도 바울의 사도권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도 바울을 사기꾼처럼 폄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사도 바울을 통해서 예루살렘 교회에 구제헌금을 전달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 하는 문제로 고린도교회가 혼란에 빠지게 되었고, 그런 혼란에 빠지게 되자 예루살렘교회를 위해서 헌금하는 사람들도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그 때 사도 바울이 고린도교회에 편지를 쓰면서 헌금에 대한 신앙인의 바른 자세에 대해서 가르쳐줍니다. 이미 마게도냐 지역의 교회들은 예루살렘 교회에 구제헌금을 전달했습니다. 사실 마게도냐 지역의 교회들이 헌금을 한 것은 고린도교회의 영향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인 고린도후서 9:2절의 증언에 의하면 사도 바울이 마게도냐 지역의 교회에 ‘고린도교회가 예루살렘교회를 위해서 구제헌금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마게도냐 지역의 교회들이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자기들도 예루살렘 교회를 위해 헌금을 하기로 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고린도교회가 먼저 어려움에 처한 예루살렘 교회를 위해 구제헌금을 하기 시작했고, 그 소식을 들은 마게도냐 교회들도 헌금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고린도교회의 선한 영향력으로 마게도냐 지역의 교회들이 예루살렘 교회를 돕기 위해 헌금을 했고, 그 헌금은 이미 예루살렘에 전달이 되었습니다. 고린도교회의 영향으로 구제헌금을 한 마게도냐 교회는 이미 헌금을 마쳐 예루살렘 교회에 전달이 되었는데, 먼저 시작하고 다른 교회에 영향을 주었던 고린도교회는 1년이 지나면서 헌금이 흐지부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선한 일을 위해서 시작한 그 헌금을 마무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독려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오늘 본문입니다.

  오늘 본문 6절은 우리가 이해를 잘 해야 하는 구절입니다. ‘적게 심는 자는 적게 거두고 많이 심는 자는 많이 거둔다.’는 말씀을 잘못 이해하면 헌금을 많이 하면 복을 많이 받고, 헌금을 적게 하면 복을 적게 받는다는 말씀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이 의미하는 것은 그런 뜻이 아닙니다. 본문 6절에서 ‘적게’ 또는 ‘많이’라는 말은 양의 많고 적음을 나타내는 단어가 아닙니다. ‘적게’라는 단어는 ‘아끼다.’는 동사에서 유래한 말로, ‘아껴서, 인색하게’라는 뜻을 가집니다. ‘많이’라는 말은 ‘찬송, 축복’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그래서 본문에서 ‘많이’라는 말의 뜻은 ‘하나님을 찬양하는 마음으로 관대하게 헌금을 하면 하나님께서 풍복한 복으로 갚아 주신다.’는 의미입니다.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태복음 25:40)는 말씀이나 “누구든지 제자의 이름으로 이 작은 자 중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자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 사람이 결단코 상을 잃지 아니하리라.”(마태복음 10:42)는 말씀과 같은 의미의 말씀입니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할 수 있고, 뭔가를 줄 수 있다는 것은 곧 축복입니다. 그리고 내 손에 들려진 그 작은 것을 기꺼이(하나님을 찬송하는 마음으로) 누군가를 위해 나눈다면 그것이야말로 복된 일입니다. 우리의 손에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나눌 수 있는 것이 들려져 있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축복이고, 그 축복은 나눌 때 진정한 의미를 갖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 8절에서도 그런 말씀을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고린도교회의 선한 영향으로 앞서 예루살렘 교회에 구제헌금을 보냈던 마게도냐 교회들은 자기들이 풍요롭기 때문에 그렇게 헌금을 한 것이 아닙니다. 고린도후서 8:2절에서 말씀하고 있는 것처럼 마게도냐 교회는 ‘환난의 많은 시련 가운데서 풍성한 연보를 넘치게’ 하였습니다. 마게도냐 교회들이 풍성하게 구제헌금을 한 이유는 그들에게 가진 것이 많았기 때문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그들은 평안하고 여유롭게 산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예수 믿는다는 것 때문에 많은 환난을 견디어내야 했습니다. 또 마게도냐 교회는 가난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예루살렘교회를 위해서 풍성한 구제헌금을 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자신들이 힘든 상황에 놓이면 다른 힘든 사람을 돌볼 여유를 갖지 못합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내 코가 석자’인데 누구를 생각하고, 누구를 돕겠습니까? 더군다나 마게도냐 교회 교인들은 결코 부유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극심한 가난’이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은 아주 가난했습니다. 그런데도 풍성한 연보를 했습니다. 여기서 ‘풍성한 연보’라는 말은 헌금 액수가 많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했다는 뜻입니다.

  거기에 비하면 고린도교회는 예루살렘 교회를 돕는데 훨씬 더 유리한 상황입니다. 오늘 본문 8절에서 “이는 너희로 모든 일에 항상 모든 것이 넉넉하여 모든 착한 일을 넘치게 하려 하심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모든 일에 항상 모든 것이 넉넉하여.’라는 말은 고린도교회에 하나님의 은혜가 항상 풍성하여 넘친다는 말씀입니다. 그렇습니다. 고린도교회는 하나님께로부터 넘치는 은혜를 받았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은혜는 물론 구원의 은혜입니다. 항구도시인 고린도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국제적인 도시였습니다. 당시 아가야의 수도였을 정도로 큰 국제도시였는데, 무역으로 인해 물질도 풍부했을 뿐만 아니라 우상으로 가득한 도시이기도 했습니다. 우상과 항구가 만나 고린도는 음란의 도시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우상과 음란이 가득한 환경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부르심을 받은 고린도교회 교인들은 엄청난 복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무역으로 인해서 부유하고, 매춘으로 인해서 육적으로 타락하고, 우상으로 인해서 영적으로 혼란한 고린도에서 예수를 믿고 하나님의 백성이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런 환경 가운데서도 고린도교회를 세우셨고, 그 고린도교회를 통해서 놀라운 역사를 이루게 하셨습니다. 고린도전서를 통해서 말씀하고 있는 것처럼 고린도교회에는 방언과 예언 등을 비롯한 은사가 풍성하게 나타났습니다. 그러기에 고린도교회는 여러 가지 면에서 정말 하나님의 큰 복을 받은 사람들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왜 하나님께서는 그런 부유하지만 타락한 도시인 고린도에 교회를 세우셨고, 그 교회를 통해서 구원의 역사를 이루게 하셨는가?’ 하고 말입니다. 우리가 분명하게 고백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복을 주신 이유는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게 하시기 위함이 결코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실 때부터, 아브라함을 부르시고 아브라함에게 복을 주신 이유는 그를 통해서 천하만민이 복을 받게 하시려는 까닭이었습니다.(창세기 12:3) 고린도교회 교인들도 그렇고, 오늘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께서 오늘 우리를 부르시고 우리에게 은혜를 주신 이유는 우리가 받은 그것을 나누는 삶을 살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십니다. 지금 고린도교회가 그런 기회를 얻은 때입니다. 큰 기근과 흉년으로 인해 예루살렘 교회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고린도교회를 축복하셔서 그들에게 은혜를 주시고, 또 넉넉하고 여유로운 삶의 여건을 주신 이유는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루살렘 교회를 돕기 위해서입니다. 이미 1년 전에 고린도교회 교인들에게 하나님께서 감동으로 그런 마음을 주셨고, 구제헌금을 하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지금 기회를 놓치고 있습니다. 1년 동안 헌금하는 일을 미루고 있는 것입니다. 헌금한 것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루살렘 교회에 전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여러분, 기회가 주어지고 내 마음에 감동이 있다면 그것은 하나님께서 지금 나를 사용하시는 순간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내게 없는 것을 통해서 무언가를 하라고 하시진 않으십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무언가를 하도록 하실 때에는 반드시 그에 합당한 것을 우리에게 주십니다. 시간을 주시기도 하고, 우리가 이미 경험한 경험을 통해서 그 일을 하게 하십니다. 때로는 물질적 여유를 주시고, 때로는 재능을 주셔서 우리로 하여금 그 일을 하게 하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지금 내게 선을 행할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그것을 놓쳐버린다면 그것은 하나님께 죄를 짓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야고보 사도를 통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선을 행할 줄 알고도 행하지 아니하면 죄니라.”(야고보서 4:17) ‘선을 행할 줄 알고도.’라는 말씀은 선을 행할 여건이 되어 있고, 선을 행할 절호의 기회가 주어졌다는 뜻입니다. 선을 행할 기회와 여건이 주어졌음에도 그 기회를 통해서 선을 행하지 않으면 죄라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본문도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우리에게 그렇게 은혜를 주신 것은 ‘모든 착한 일을 넘치게 하도록 하시기 위함’이라고 말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넉넉한 은혜를 주시는 분이신 것처럼, 그 하나님을 믿고 그 하나님의 은혜 안에 살아가는 우리 역시 선한 일에 넉넉한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를 택하시고 부르신 주님의 뜻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그런 주님의 뜻을 따라 살지 못합니까? 이유는 하나입니다. 우리 안에 있는 욕심 때문입니다. 우리 안에 있는 욕심은 우리의 삶을 계산적으로 살도록 요구합니다. 그래서 선을 행할 때에도 내게 유익이 되는가를 먼저 따져보게 만듭니다. 내게 유익이 되면 선을 행하고, 내게 유익됨이 없다고 생각되면 선을 행하기를 주저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런 우리의 이기적인 욕심에 따라 선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잠언에서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네 손이 선을 베풀 힘이 있거든 마땅히 받을 자에게 베풀기를 아끼지 말며, 네게 있거든 이웃에게 이르기를 갔다가 다시 오라 내일 주겠노라 하지 말며.”(잠언 3:27-28) ‘마땅히 받을 자’라는 말은 ‘나로부터 당연히 선행을 받아야 할 자’라는 뜻입니다. 이 말씀은 선행의 수혜자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때 당당하게 요구하라는 뜻이 아니라, 선을 베푸는 사람이 마치 자신이 그에게 빚을 진 사람인 것처럼 선을 행하라는 뜻입니다. 내가 선을 베풀 것인가 아니가를 선택할 권리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기회를 주셨을 때 그 때는 우리가 마땅히 빚진 사람처럼 선을 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것은 선을 행하되 나를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빚진 자처럼 행하라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빚을 진 사람은 자신에게 조금의 여유가 생기기만 하면 곧 빚을 갚아나가야 합니다. 빚을 갚는 일을 내일로 미룰 수 없습니다. 기회가 생기면 곧 갚아야 합니다. 선을 행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또 하나의 교훈은 선한 일을 넉넉하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착한 일을 넉넉하게 하라.’고 말씀합니다. 우리에게 풍성하게 은혜를 주신 이유는 착한 일을 넉넉하게 하도록 하시기 위함이라는 말씀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로 우리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욕심의 눈으로 보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이 결코 넉넉한 것 같아 보이지 않을지라도, 믿음의 눈으로 우리를 되돌아보면 우리는 분명 하나님의 넘치는 은혜 안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그렇게 넘치도록 은혜를 주신 것은 우리로 착한 일을 넉넉하게 하도록 하시기 위함입니다.

  여러분,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우리에게 선을 행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 기회를 꼭 붙잡으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욕심에 끌려 선을 행할 기회를 놓쳐버리면 언젠가 반드시 후회하는 날이 올 것입니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Northwestern University) 심리학과 교수인 닐 로스(Neal J. Roese) 박사는 이런 말을 합니다. “후회는 ‘한 일에 대한 후회(regret of action)’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regret of inaction)’로 구분된다. 한 일에 대한 후회는 오래가지 않는다. 이미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그 결과가 잘못되었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얼마든지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는 쉽게 정당화되지 않기에 죽을 때까지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이 말을 선을 행하라는 하나님의 말씀과 연결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선을 행한 후에 때로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선을 행하지 않고 한 후회는 하나님 앞에서도 후회할 날이 오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그리고 오늘도 우리에게 넘치는 은혜를 베풀어주십니다. 우리에게 그렇게 은혜를 주시는 이유는 그것을 나누기 위함입니다. 오늘이라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선을 행하기를 주저하지 마십시다. 그런 선하고 착한 행실을 통해서 우리의 이웃 누군가는 얼굴에 웃음이 생겨날 것이고, 하나님께서는 영광을 받으실 것입니다.

< 2018년 8월 26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