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고독도 축복입니다.

< 본문 - 창세기 28:10-22 >

  2년 전인 2016년 한 달 동안 이스라엘에 머물면서 이스라엘 여러 곳을 다녔는데, 그 때 저에게 가장 강렬하게 인상을 남았던 것은 광야였습니다. 이스라엘은 국토의 약 2/3가 광야 또는 사막입니다. 특별히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남쪽으로는 성경에 ‘네게브’라고 언급된 사막이 있습니다. 그 네게브 사막을 중심으로 3일 동안 탐방을 했는데 3일 동안 보았던 것이 온통 광야뿐이었습니다. <브엘세바, 아라드, 마사다(베두윈 천막에서 1박) 하갈의 우물이 있는 예루함, 이스라엘 초대 대통령인 벤 구리온 무덤, 드넓은 광야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거대한 미츠페 라몬(베드윈 천막에서 1박), 그리고 현재 이스라엘 국토의 최남단인 에일라트를 거쳐 다시금 예루살렘으로 돌아오는 길은 온통 광야뿐이었습니다.<사진1-별표 표시가 된 곳이 제가 다녔던 곳입니다.> 그 3일 동안 자동차를 타고 광야를 가로질러 다니면서 들었던 찬송이 있습니다. “광야를 지나며”라는 제목의 찬양입니다.

  그 찬양의 가사는 이렇습니다. “왜 나를 깊은 어둠속에 홀로 두시는지. 어두운 밤은 왜 그리 길었는지. 나를 고독하게 나를 낮아지게, 세상 어디도 기댈 곳이 없게 하셨네. 광야 광야에 서있네. 주님만 내 도움이 되시고, 주님만 내 빛이 되시는, 주님만 내 친구 되시는 광야. 주님 손 놓고는 단 하루도 살수 없는 곳 광야 광야. 주께서 나를 사용하시려, 나를 더 정결케 하시려, 나를 택하여 보내신 그곳 광야. 성령이 내 영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곳, 광야 광야에 서있네. 내 자아가 산산이 깨지고, 높아지려 했던 내 꿈도 주님 앞에 내려놓고, 오직 주님 뜻만 이루어지기를, 나를 통해 주님만 드러나시기를, 광야를 지나며.”

  그렇습니다. 광야는 우리에게 주님만 바라보게 만듭니다. 광야는 우리의 거짓된 자아를 산산이 깨어지게 만듭니다. 그래서 우리의 인생에도 광야가 필요합니다.

  여러분, 이스라엘 백성들은 출애굽한 후에 40년 동안 광야 생활한 것을 단순히 고생이라고 생각했을까요? 아니면 축복이라고 생각했을까요? 아니 이렇게 생각해 보십시다. 하나님께서는 왜 이스라엘 백성을 40년 동안이나 광야로 인도하셨습니까? 이스라엘 백성들을 고생시키시기 위함입니까? 아니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복을 주시기 위함입니까? 여기에 대한 해답을 찾으면 먼저 드린 질문에 분명한 답이 될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광야의 삶은 아주 힘들고 고달픕니다. 먹을 것과 마실 것을 구하는 것도 힘들거니와 때로는 몇날며칠을 사람을 만날 수도 없습니다. 저녁이 되면 들짐승들의 울음소리만 들려올 뿐, 사람을 만나기 힘듭니다. 그런데도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사랑하는 백성 이스라엘을 그렇게 힘든 광야로 인도하셨습니다. 그것은 분명 이스라엘 백성들을 미워해서가 아닙니다. 비록 힘든 광야를 걸어야 하지만, 거기에는 분명 하나님의 축복이 있습니다. 광야를 걷는 것이 그들에게는 무엇이 축복이겠습니까?

  오늘 본문의 이야기는 야곱이 자기가 살던 집을 떠나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가는 길목에서 경험했던 사건입니다. 오늘 본문의 경험을 하기 전까지 야곱은 늘 아버지와 어머니의 그늘 아래서 살았습니다. 특별히 야곱은 어머니의 특별한 사랑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쌍둥이 형 에서는 익숙한 사냥꾼이었기에 사냥한 고기를 아버지께 갖다 드리면 아버지 이삭은 그 고기를 즐겨 먹었습니다. 아버지 이삭은 사냥을 잘하고 남자다운 에서를 사랑했다는 말입니다. 반면 동생 야곱은 조용한 사람이었기에 어머니의 사랑을 받았습니다.(창세기 25:27-28) 그러다가 나이 40세가 되어 형 에서가 먼저 장가를 갔습니다. 비록 이방 여인을 아내로 맞아들인 것 때문에 어머니와 아버지의 마음에 근심이 되긴 했지만(26:35), 쌍둥이 동생 야곱은 40이 넘도록 아직 장가를 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사이에 아버지 이삭이 나이가 많아 눈이 어두워졌습니다. 그래서 이삭은 이제 곧 자신이 세상을 떠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선 아들 에서에게 사냥한 고기로 별미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 별미를 먹고 장자인 에서에게 장자의 축복을 해 주겠다고 말입니다. 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에서가 사냥을 하러 간 사이에 야곱을 사랑한 어머니 리브가는 쌍둥이 동생 야곱에게 그 축복을 받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좋아하는 별미를 만들어 야곱의 손에 들려 이삭에게 가게 합니다. 그렇게 해서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아버지 이삭을 속이고 장자인 에서가 받아야 할 장자의 축복을 야곱이 가로채버립니다.

  오래 전 사냥을 하고 돌아온 에서에게 야곱이 떡과 팥죽으로 에서의 장자권을 산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에서는 너무나도 배가 고파 우선 당장 허기진 배를 채우겠다는 짧은 생각으로 야곱에게 떡과 팥죽을 받고 장자권을 팔아버렸지만, 아마도 나중에 에서는 그것을 후회했던 것이 분명합니다. 배가 고픈 자신의 약점을 이용해서 장자권을 빼앗아간 야곱이 미울 수밖에 없었던 에서는 아버지에게 별미를 만들어드릴 짐승을 사냥하고 돌아와서는 야곱이 눈이 어두운 아버지를 속이고 자신을 대신해서 장자의 축복을 가로챘다는 사실을 알고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래서 ‘이제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자신이 받아야 할 장자의 축복을 가로챈 야곱을 죽이겠다.’고 마음먹습니다.

  에서가 너무너무 화가 나서 장자의 축복을 가로챈 야곱을 죽이겠다고 마음 먹은 사실을 어머니 리브가가 알게 됩니다. 야곱을 사랑하던 어머니 리브가가 야곱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야곱을 에서에게서 떼어놓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는 자신의 친정인 하란으로 보내기로 마음먹습니다. 남편 이삭에게는 ‘이제 에서도 장가를 가야할텐데 여기에 그냥 두면 에서처럼 이방 여인을 아내로 맞게 될 지도 모르니 하란으로 보내 자기 가족 중에서 아내감을 찾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합니다. 그 말을 좋게 여긴 이삭이 야곱을 하란으로 떠나보내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야곱은 40이 넘는 나이에 처음으로 아버지와 어머니의 품을 떠나 홀로 하란으로 가게 됩니다. 당시 야곱이 살고 있던 브엘세바에서 하란까지의 거리는 무려 약 800km나 됩니다. 오늘날 우리가 하루에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약 40km 정도됩니다. 그런데 팔레스틴 지역은 산악지역인데다가 낮에는 너무 더워서 이른 아침이나 오후 선선할 때에만 이동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하루에 15-20km씩 걷는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브엘세바에서 하란까지 가는 시간은 거의 4-50일 정도나 됩니다. 그 먼 길을 야곱은 홀로 가야 합니다. 비록 나이가 40이 넘었지만 단 한 번도 부모님 곁을 떠나본 적이 없던 야곱입니다. 더구나 형 에서처럼 사냥을 좋아해서 온 산과 들을 거침없이 다녀보았다면 그래도 좀 두려움이 덜 할 것입니다. 그런데 야곱은 조용한 성품 탓에 밖으로 돌아다니는 일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늘 어머니의 품 안에 평안하게 살아왔습니다. 그러니 그 먼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할 때 야곱의 마음이 어떠했겠습니까?

  그러나 형 에서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사실을 안 이상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비록 그 먼길을 가는 것이 두렵고 떨리지만 그는 브엘세바를 떠나야 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싸주신 괴나리봇짐을 들춰 메고 길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의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벧엘에 이르러 하룻밤을 자야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그의 평생에 결코 잊을 수 없는 엄청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오늘 본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야곱이 브엘세바에서 떠나 하란으로 향하여 가더니 한 곳에 이르러는 해가 진지라 거기서 유숙하려고 그 곳의 한 돌을 가져다가 베개로 삼고 거기 누워 자더니.” 이 말씀을 언뜻 보면 브엘세바를 떠난 야곱이 첫 번째 밤을 맞아 유숙한 곳이 벧엘인 것처럼 착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브엘세바에서 벧엘까지의 거리는 약 100km나 됩니다.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형 에서를 피해서 빠른 걸음으로 도망치듯 갔다고 해도 최소한 3-4일은 걸리는 거리입니다. 브엘세바를 떠난 후 첫 번째로 맞이한 밤은 아니었다는 말씀입니다. 며칠 째 밤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날 밤도 야곱은 두려운 마음으로 돌을 베개 삼아 누웠습니다. 주변은 온통 캄캄합니다. 사람의 인기척도 들리지 않습니다. 우주공간에 오직 자신 홀로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우주 한 가운데 자신 홀로 뚝 떨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사진2-야곱이 돌베개를 베고 누웠던 곳으로 알려진 곳에서 저도 잠시 누워보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잠을 청하려 하는데, 어디 잠이 제대로 오겠습니까? 어쩌면 형의 발자국 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몸은 피곤한데 마음은 여전히 괴롭습니다.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왜 이 지경에까지 오게 되었는지...’ 별별 생각이 다 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잠이 드는 둥 마는 둥 하는데 꿈에 사닥다리 하나가 서 있는 것이 보입니다. 그 꼭대기는 하늘에 닿는 듯했고, 그 사닥다리를 통해서 하나님의 사자들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습니다. 야곱은 그 사닥다리 꼭대기를 유심히 쳐다보다가 그곳에 하나님이 계신 것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여호와니 너의 조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라.”

   야곱은 거기에서 처음으로 하나님을 만나게 됩니다. 지금까지는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들려주신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뿐입니다. 아버지가 제사를 드릴 때 곁에서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는구나!’라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나를 만나주시고 나를 구원하시고 나의 손을 잡아주시는 하나님이 아니라 아버지가 만난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만 들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야곱은 벧엘에서 처음으로 나의 하나님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할아버지 아브라함의 하나님, 아버지 이삭의 하나님께서 이제는 자신에게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켜주마.’라는 약속을 해 주셨습니다. 이제는 할아버지의 하나님이 아닙니다. 아버지의 하나님이 아닙니다. 이제는 나의 하나님입니다. 나 야곱을 만나 주신 하나님, 나 야곱에게도 할아버지 아브라함과 아버지 이삭에게 하신 약속을 그대로 말씀해 주신 나의 하나님, 내가 어디로 가든지 나를 지켜주시며 나를 다시금 이곳으로 인도해주신 ‘나의 하나님’을 거기에서 만난 것입니다.

   그리고는 잠에서 깨어나 그곳 이름을 벧엘이라고 불렀습니다. ‘벧엘’이라는 말은 ‘하나님의 집’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에 하나님이 계신다는 뜻입니다. 아버지 이삭의 집에만 계신 하나님이 아니라, 아브라함과만 함께 하신 하나님이 아니라 지금은 내가 누워있는 이곳에 나와 함께 계신 하나님입니다.

   그 하나님을 만나 뵙고 야곱은 자신의 생애 처음으로 하나님께 약속을 합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지켜주셔서 나를 평안하게 이곳으로 돌아오게 하시면 나는 평생 오직 하나님만을 섬길 것이라.’고 말입니다. 본문 마지막 절에서 ‘나를 그렇게 평안하게 돌아오게 하시면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모든 것에서 십분의 일을 하나님께 드리겠다.’고 한 말은 하나님이 내 인생의 주인이심을 인정하며 살겠다는 뜻입니다.

  여러분, 만일 야곱이 홀로 있지 않았다면 야곱은 벧엘의 경험을 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여기에 오기까지 야곱이 실수하고 잘못한 것은 분명 있습니다. 그가 형의 약점을 이용해서 장자권을 빼앗고,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아버지를 속여서 형이 받아야 할 장자의 축복을 가로챈 것은 그의 잘못입니다. 아무리 장자권과 장자의 축복이 욕심난다 하더라도 그렇게 남을 속이거나 남의 약점을 이용해서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갖는다는 것은 잘못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야곱이 브엘세바를 떠나 하란으로 가기 위해서 홀로 길을 가야 하고,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깊은 고독 속에 있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 그에게는 큰 축복입니다. 그것을 통해서 하나님을 만나게 되었고, 그 고독 속에서 아버지의 하나님이 아닌 ‘나의 하나님’을 만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고독은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과 일대일로 만나게 해 주는 축복의 시간입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고독을 두려워합니다. 혼로 있는 즐거움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현대인들이 고독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고독과 외로움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쉽게 표현한다면 ‘고독은 홀로 있는 즐거움’이고, ‘외로움은 홀로 있는 고통’입니다. 고독은 홀로 있지만 스스로 만족하는 것이고, 외로움은 홀로 있으면서 두려움을 느끼는 것입니다. 광야를 두려워하는 현대인들은 홀로 있음에 고독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홀로 있음에 두려움을 느끼며 삽니다. 그래서 홀로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겁을 냅니다.

   그런데 여러분, 성경에서 보여주는 수많은 믿음의 선배들은 홀로 고독하게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그 고독의 순간이 절망의 순간이 아니라 새롭게 되는 희망의 순간으로 경험되었습니다.

  시내산에 올라간 모세는 40일 동안 홀로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인간적으로 보면 그는 절대 고독의 시간을 40일 동안이나 보내야 했습니다. 시내산 아래에서는 60만 명이 넘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외로웠습니다. 그래서 자기들의 지도자 모세가 40일 동안 시내산에서 내려오지 않자 자기들을 인도할 신을 만들자며 금송아지 우상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60만 명이 같이 있었지만 그들은 외로웠던 것입니다. 그러나 시내산 위에서의 모세는 외롭지 않았습니다. 그는 거기에서 하나님을 만났고, 율법을 받았습니다.

   갈멜산에서 바알 선지자 450명과 대결하여 ‘여호와 하나님이 참 신’이라는 것을 백성들에게 보여주었던 엘리야는 왕비 이세벨이 죽이겠다고 협박했을 때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광야로 들어가 하나님께서 자신의 생명을 거두어가달라고 하소연을 합니다. 하나님의 산에 이르러 홀로 남았을 때까지 그는 홀로 있음에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은 오직 나 홀로 남았다.’고 하소연을 했습니다. 자신 홀로 있다는 두려움이 엘리야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때 하나님께서 엘리야에게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 그 홀로 있는 굴에서 엘리야는 외로움이 아니라 하나님을 만나는 절대 고독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는 다시금 용기를 내어 하나님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 하나님의 산을 내려 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야곱을 다시 생각해 보십시다. 그는 벧엘에서 홀로 있었습니다. 고독했습니다. 그 때 하나님께서 야곱을 만나주셨습니다. 홀로 고독한 순간에 하나님을 만나는 그 순간이 그의 삶에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나중에 하란에서 20년의 세월을 보낸 후 야곱이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브엘세바에서 하란으로 갈 때에는 야곱 혼자였습니다. 주변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절대 고독의 순간에 하나님을 만났던 야곱이 20년의 시간이 흐른 후에 고향으로 돌아올 때에는 많은 가족과 종들을 거느리고, 수많은 가축과 재산을 이끌고 금의환향하고 있습니다. 이제 야곱은 고독하지 않습니다. 아내도 4명이나 되고 자식도 12명이나 됩니다. 수많은 종들과 가축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야곱의 마음에 두려움이 찾아왔습니다. 야곱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은 형 에서가 400명의 군사를 이끌고 야곱을 맞으러 온다는 것입니다. 20년 만에 돌아오는 동생을 환영하기 위해서 온다면 굳이 400명의 군사를 이끌고 올 필요가 없습니다. 400명의 군사를 이끌고 온다는 것은 필연 자신을 죽이겠다는 뜻임을 야곱이 알았습니다. 그 사실을 안 야곱은 심히 두렵고 답답했습니다.(창세기 32:7) 지금 자신의 주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자신이 당한 그 상황에서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에 둘러쌓여 있지만 외로웠던 것입니다. 마치 홀로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 때 야곱이 택한 것은 스스로 고독의 자리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자기의 가족들과 함께 한 모든 것을 먼저 얍복강 건너편으로 보냅니다. 그리고 홀로 남았습니다. 여러분, 왜 야곱이 가족들과 종들과 데리고 온 짐승들을 다 먼저 보내고 홀로 남은 지 아십니까? 형이 전쟁하자고 할 때 자기 혼자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야곱은 절대 고독의 순간이 축복의 시간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처럼, 절대 고독의 순간에 그는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20년 후 하란에서 돌아올 때에도 그는 절대 고독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밤새도록 한 사람과 씨름을 할 때에 허벅지 관절이 어긋나는 아픔을 겪었지만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축복하지 않으시면 안 된다고 끝까지 하나님을 붙잡은 것입니다.

   결국 야곱은 얍복강에서 절대고독의 순간에 하나님을 만나게 되었고,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날이 새자 전혀 두려움이 없이 형 에서를 만나러 갑니다. 절대 고독의 밤을 지내기 전에는 심히 두렵고 답답했던 야곱입니다. 그런데 절대 고독의 밤을 보낸 후 야곱은 전혀 두렵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을 뒤에 두고 야곱이 가장 먼저 형 에서 앞으로 갑니다. 그리고는 에서와 끌어안고 웁니다. 20년 전 야곱을 죽이겠다는 형 에서, 그래서 400명의 군사를 이끌고 온 에서도 그런 야곱 앞에 마음이 녹았습니다. 그래서 야곱과 함께 기쁨의 재회를 하게 됩니다.

   여러분, 야곱에게 압복강의 고독한 그 밤이 없었다면 어쩌면 야곱은 형 에서의 군사들에 의해서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20년 동안 가꾸었던 행복한 가정, 풍부한 재산 모두 잃어버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얍복강의 절대 고독의 밤을 보낸 야곱에게는 모든 것이 축복의 문처럼 열렸습니다.

  여러분, 홀로 있어야 할 순간이 있지 않습니까? 내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그래서 외로움에 두려움이 느껴지는 때가 있지 않습니까? 그 외로움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주변에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이 아닙니다. 그 홀로 있음의 순간을 외로움이 아닌 고독의 순간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오직 하나님을 바라보며 하나님의 사랑의 손길을 느끼는 고독의 순간으로 말입니다. 하나님과 대면하는 고독의 순간은 우리의 마음에 찾아온 두려움을 몰아냅니다. 깊은 고독의 순간에 하나님을 만나면 우리의 마음이 기쁨과 은혜로 가득 채워집니다. 하나님 없이 홀로 있는 것은 외로움입니다. 그러나 그 외로움의 순간에 하나님을 모시고, 하나님을 기억하며 하나님 앞에 엎드린다면 그 순간은 깊은 영적 고독의 순간이 됩니다.

  현대 영성의 대가라고 불리는 토머스 머튼(Thomas Merton)은 ‘현대인들에게 고독은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이라 설파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필수품을 종종 잃어버린 채 살아갑니다. 그래서 수많은 군중들 사이에 끼어 살고 있으면서도 깊은 외로움에 울부짖습니다. 광야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을 깊이 만나는 축복의 장소였던 것처럼, 오늘 우리 시대에 하나님을 깊이 만나는 광야는 절대 고독의 순간입니다. 고독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만날 때 우리의 영혼이 더욱 깊어지는 축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광야가 축복이듯이, 현대인들에게는 고독이라는 광야가 가장 큰 축복의 순간입니다. 야곱은 고독한 순간에 벧엘의 축복을 경험하였고, 고독한 얍복강 가에서 깊은 은혜를 체험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오늘 우리도 고독의 순간은 축복과 은혜의 시간입니다.

< 2018년 9월 30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