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성전을 헐라!

< 본문 - 누가복음 19:45-48 >

   오늘은 종교개혁기념주일입니다. 지금으로부터 501년 전인 1517년 10월 31일 마르틴 루터가 독일 비텐베르크(Wittenberg) 대학 교회 정문에 로마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을 반박하는 95개 조항의 질의서를 내건 것에서부터 종교개혁이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당시 루터는 로마 가톨릭의 신부요 수도사였고, 비텐베르크 대학교 신학과 교수였습니다. 로마 가톨릭의 가르침을 강의하던 그가 로마 가톨릭의 가르침에 반박하여 질의서를 내 걸었고, 그것이 종교개혁의 효시였습니다.

   마르틴 루터가 10월 31일에 반박문을 내 건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그 날이 바로 로마 천주교에서 ‘제성절’(또는 만성절, All Saint's Day)로 지키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제성절은 로마 천주교회가 성자로 추앙하는 모든 성인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날입니다. 당시 제성절은 단순히 성인들의 삶과 그들의 선행을 기억하고 추념하는 날에 그치지 않고 그 성인들을 숭배하여 성인들의 유골(성골-聖骨)에 대한 예배를 드렸고, 교회 건물의 몇몇 장소에는 성인들의 유골이 진열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루터는 일부러 이 날을 택하여 그 모든 것들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는 95개의 반박문을 게시한 것입니다.

   예배신학자인 윌리엄 맥스윌(William Maxwell)은 그의 책 『기독교 예배의 역사』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16세기의 교회의 예배는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들리지 않게 진행이 되었고, 지나치게 화려하고 장식된 의식, 그리고 정교하고 수준 높은 음악 등은 회중들이 예배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극히 제한하였다. 회중들은 1년에 한번 이상 성만찬에 참여하는 것이 어려웠다. 설교는 무덤 속으로 퇴락하고, 대부분의 교구 신부들은 설교를 하기에는 너무 무식하였다. 성경말씀이 봉독되어져야 할 부분은 성자들의 생활담이나 전설로 채워졌고, 성경은 예배자들의 모국어로 전달되지 않았다. 그리고 미사의 헌금과 면죄부의 구입은 성직매매와 착취의 근원이 되었다. 그러기에 종교개혁은 시급하고도 필연적인 것이었다.”

   너무나도 많은 부분에서 중세의 로마 가톨릭은 암흑기였습니다. 그럼에도 로마 가톨릭은 그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신학교 교수가 된 루터가 성경을 읽으면 읽을수록 가톨릭교회의 잘못된 부분들이 적나라하게 보여졌습니다. 당시 일반 시민들은 성경을 읽지 못했습니다. 성경이 라틴어로 되어 있어 일반 교인들은 성경을 읽지 못하고 사제나 주교가 가르쳐주는 것으로 성경을 이해했습니다. 잘못 가르쳐도 그것이 잘못인지, 성경에 어떻게 쓰여져 있는지, 하나님께서 어떻게 말씀하셨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성경에 대한 우매함을 빌미로 로마 가톨릭은 면죄부를 판매하면서 교인들에게 착취를 자행했습니다. 당시 로마 가톨릭은 성 베드로 대성당을 짓기 위해서 많은 자금이 필요했습니다.(사진1-현재의 베드로대성당, 500개의 기둥, 50개의 제단, 450개의 조각, 총길이 221m, 폭 150m, 총 넓이 약 40만㎡로 축구장 6개를 합한 것보다 크다고 한다.) 현재 로마 바티칸에 있는 성 베드로 대성당은 주후 326년 콘스탄티누스 황제 때 베드로 사도가 순교했다고 알려진 장소인 네로의 대전차경기장 위에 세워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대성당이 낡아지자 15세기에 교황 니콜라우스 5세(Nicolaus V, 1447-1455년 재위)가 새로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1506년 교황 율리우스 2세(Julius II, 1503-1513년 재위)가 건축을 시작했고, 루터가 종교개혁을 시작할 때에는 교황 레오 10세(Leone X, 1513-1521년 재위)가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면죄부 판매에 혈안되어 있었습니다.(사진2-면죄부) ‘면죄부’라는 것은 죄를 용서받는 대가로 금품을 받고 발행하는 증명서입니다. 아무리 큰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많은 돈을 내면 그 죄가 교황의 이름으로 다 용서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건 성경에도 없는 이야기이고 성경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막대한 자금을 모아야 하는 로마 교회의 입장에서는 성경을 알지 못하는 백성들을 현혹해서 그 면죄부를 팔아 거대한 자금을 모았습니다. 그런 성경에도 없고, 성경적이지도 않는 면죄부 판매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본 루터는 가만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단순히 면죄부 판매가 문제가 아니라 면죄부를 판매해도 된다고 가르치는 가톨릭의 교리와 가르침이 잘못되었음을 알기에 그 잘못을 지적하는 항의문을 비텐베르크 대학 정문에 내걸었던 것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루터가 종교개혁을 염두에 두고 반박문을 내건 것은 아닙니다. 루터는 가톨릭교회 소속 수도사였기에 가톨릭의 잘못된 부분이 수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반박문을 내건 것입니다. 그런데 당시 가톨릭교회는 자기들의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았고, 잘못을 바꾸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잘못을 지적한 루터를 협박하고 회유하였고, 심지어 정죄하고 죽으려고까지 했습니다. 가톨릭교회가 박해하면 할수록 진리를 따르려는 루터의 생각은 더욱 견고해졌고, 목숨을 걸고 종교개혁을 추진해 나갔습니다.

   당시 로마 가톨릭의 잘못된 신학에 반발하여 루터와 종교개혁자들이 강조한 신학사상이 있습니다. 그것을 우리는 ‘종교개혁의 원리와 정신’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오직 믿음’(sola fide), ‘오직 은혜’(sola gratia), ‘오직 성경’(sola scriptura), ‘오직 그리스도’(solus Christus),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soli Deo gloria)입니다. 이 다섯 가지의 ‘오직’(sola)이라는 말을 통해서 바른 복음의 진리를 설파했던 것입니다.

   당시 가톨릭교회는 행위를 강조했습니다. 선을 베풀고 선한 행동을 해야 구원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구원을 받기 위해서는 많은 공덕을 쌓아야 합니다. 율법을 지켜야 구원을 받는 행위 신앙이었습니다. 그런데 면죄부를 판매하면서 그 어떤 공적보다도 면죄를 사는 공덕을 쌓으면 죽은 자의 죄까지도 용서되고 구원을 받는다고 가르쳤습니다. 루터는 로마서는 묵상하고 가르치면서 그것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로마서 1:17)는 말씀대로 구원은 믿음으로 받는 것이지 선행이나 공덕을 쌓아야만 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래서 로마 천주교회가 가르치는 가르침이 거짓이요 가짜라고 외쳤습니다. 구원은 하나님의 은혜, 십자가의 은혜로 받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위해 십자가를 지신 주님을 믿는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오직 믿음’(sola fide)입니다.

   두 번째는 오직 은혜(sola gratia)입니다. 오직 은혜로 구원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로마 가톨릭교회는 오직 은혜를 통해서가 아니라 교황의 중보를 통해 구원을 얻는다고 가르쳤습니다. 우리가 사제에게 죄의 고백을 하면 그 죄의 고백을 들은 사제가 성모 마리아나 예수님께 중보를 함으로써 용서받는다고 가르친 것입니다. 그러기에 교황이나 사제가 우리의 구원을 중재하는 것입니다. 죄를 지은 사람이 스스로 십자가 앞에 나아가 회개함으로 죄용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사제가 우리의 회개를 중보해야 용서를 받을 수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그러니 우매한 교인들은 자신들의 죄용서를 중보하는 사제나 교황의 말을 꼼짝없이 들어야 했습니다. 그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죄의 용서를 중보하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자기들은 죄용서를 받지 못할뿐더러 천국에 가지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루터를 비롯한 종교개혁자들은 우리의 중보자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밖에 없다는 성경말씀을 깨닫고 누구든지 당당히 십자가 앞에 나아가 죄의 고백을 하고, 십자가의 은혜를 통해서 죄용서를 받는다고 가르쳤습니다.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의 신부이고, 모든 믿음의 사람들은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있는 제사장들입니다. 우리가 십자가 앞에 나아가 죄를 고백하고 십자가의 은혜로 죄용서를 받는 것이야말로 은혜입니다.

   세 번째가 오직 성경(sola scriptura)입니다. 로마 가톨릭교회는 성경보다 교황의 권위와 교서 그리고 교회의 전통과 제도를 더 중시했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그 당시에 성경은 라틴어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제나 수도사들을 제외하고는 성경을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성경은 오직 사제들의 전유물이었던 것입니다. 교인들은 사제를 통해만 간접적으로 성경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사제들이 자기들의 교권을 지키기 위해 고의로 성경을 번역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제들이 엉터리로 설교해도 그게 잘못되었는지를 알 수 없었습니다. 교인들은 성경에 대해서 무지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루터는 종교개혁을 하며 가장 먼저 한 것 가운데 하나가 성경을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자기나라 언어인 독일어로 번역한 것입니다. 루터는 성경을 사제들의 전유물이 아닌 평신도의 것으로 만들어준 것입니다. 지금도 독일 사람들은 500여 년 전에 루터가 번역한 독일어 성경을 많이 사용하고 좋아합니다. 루터가 성경을 번역함으로서 평신도들은 스스로 성경을 읽으면서 무엇이 진리인지,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루터는 오직 성경만이 신앙의 잣대이며 신앙의 유일한 규범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힘든 번역 작업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오직 성경만이 무엇이 진리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하나님의 뜻인지 알 수 있는 도구입니다. 사제의 가르침이나 교회의 전통이 신앙의 잣대나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직 성경’(ola scriptura)입니다.

   네 번째는 오직 그리스도(solus Christus)입니다. 물론 로마 가톨릭교회에 그리스도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중세 가톨릭교회는 그리스도의 사역에 인간적인 공헌을 많이 덧붙임으로 인해 구원이 그리스도의 속죄를 통해서 온전히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스도가 우리를 구원하시는 주님이시긴 하지만, 거기에다가 성인들의 공로를 덧입어야 내게 구원이 이루어진다는 식으로 가르친 것입니다. 이런 왜곡된 복음을 회복시키는 것이 바로 ‘오직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우리의 구원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단번에 드리신 제사를 통해서 온전히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다른 것을 덧붙이면 그것은 거짓 복음이 되고 맙니다. 그런 거짓 복음을 가르치는 것은 초대교회 때에도 있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은혜만 가지고는 구원을 이룰 수 없고 율법을 지켜야 한다.’고 가르치는 유대주의자들의 가르침입니다. 그런 거짓 복음을 가르치는 사람들을 향해서 사도 바울을 아주 분명하게 선언합니다. “그리스도의 은혜로 너희를 부르신 이를 이같이 속히 떠나 다른 복음을 따르는 것을 내가 이상하게 여기노라. 다른 복음은 없나니 다만 어떤 사람들이 너희를 교란하여 그리스도의 복음을 변하게 하려 함이라.”(갈라디아서 1:6-7)

   다섯 번째는 오직 하나님께 영광(soli Deo gloria)입니다. 구원의 계획을 세우신 분도 하나님이시고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을 통해서 그 구원을 이루신 분도 하나님이십니다. 그러기에 우리에게 구원을 주신 하나님만이 영광을 받으셔야 합니다. 우리 인간의 어떤 노력이나 의지나 결단을 통해서 구원을 받은 것이 결코 아닙니다. 율법을 지킴으로 구원을 받는다고 가르치는 것이 행위중심의 신앙이고 그 신앙은 궁극적으로 자기의 의를 드러내는 것이기에 그것은 거짓된 복음입니다. 우리의 모든 삶의 지향점은 ‘오직 하나님께 영광’이여야 합니다. 사도 바울은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린도전서 10:31)고 가르쳐줍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를 구원하시고 은혜 베푸시고 우리의 삶을 인도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시기에 우리는 전적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드리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교황이 영광을 받아서도 안 되고, 목사가 영광을 받아서도 안 됩니다.

   이런 다섯 가지 종교개혁의 기본 원칙은 오늘날 우리의 교회와 신앙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우리는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성경, 오직 그리스도, 그리고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이라는 이 신앙의 전통을 그대로 유지해야 합니다. 그런 사상은 비단 종교개혁자들을 통해서만 전달되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런 신앙사상의 근거는 예수님에게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성전을 정결케 하신 이야기입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성전을 정결케 하신 오늘 본문의 이야기는 예수님의 생애를 기록하고 있는 네 복음서에 모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오늘 본문은 간단하게 기록되어 있지만, 그 의미는 아주 강렬합니다. 예수님께서 마지막 예루살렘 성에 들어오신 후 가장 먼저 하신 것이 성전을 정결하게 하신 오늘 본문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예루살렘 성전 뜰에는 장사꾼들이 판을 치고 있었습니다. 율법에 따르면 성전에서 제물로 드리는 소나 양이나 비둘기 등은 모두 정결한 것, 흠이 없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흠이 없고 정결하여 하나님께 제물로 드릴만한 것인지 나닌지 하는 것을 판별하는 일은 제사장이 합니다. 이런 제도를 악용해서 성전 안에서 제사장이 인정하는 매매꾼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명목은 멀리서 오는 사람들이 직접 짐승을 가져오기가 번거롭고 힘들기 때문에 성전에 와서 사서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도록 돕겠다는 의도였지만, 이런 좋은 의도는 시간이 흐르면서 왜곡되었습니다. 성전에서 파는 것만을 정결한 것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제물을 드리려는 사람들은 의당 성전에서 파는 짐승을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제는 성전에서는 파는 짐승의 값이 시중가보다 무려 80배나 비쌌고, 그 차익의 대부분은 고스란히 제사장들의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데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성전에서 매매하는 사람들과 제사장이 결탁하여 엄청난 이득을 취하면서 매매하는 사람이나 제사장 모두 제사보다는 짐승을 팔아 남긴 수익금에 혈안되어 있었습니다.

   바로 그런 상황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사의 본질이 사라지고 신앙이 타락한 것을 질타하기 위해서 성전에서 매매하는 자들을 내쫓으신 것입니다. 요한복음 2장에서는 당시 상황을 보다 더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노끈으로 채찍을 만드셔서 양이나 소를 다 성전에서 내쫓으셨고, 돈 바꾸는 사람들의 돈을 쏟으시며 상을 엎으셨다고 말씀합니다. 그러면서 하신 말씀이 오늘 본문에 기록된 것처럼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 되리라 하였거늘 너희는 강도의 소굴을 만들었도다.”라는 말씀입니다. 성전은 하나님께 예배라는 장소입니다. 기도하는 장소이고, 하나님을 만나는 거룩한 장소입니다. 그런데 예수님 시대의 종교지도자들은 성전을 그런 거룩하고 성스러운 장소가 아니라 강도의 소굴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누가 강도입니까? 강도는 어떤 사람입니까? 자기 것이 아닌 남의 것을 완력으로 빼앗는 사람입니다. 당시 종교지도자들이 꼭 강도와 다름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자신들이 가진 종교적인 권력을 가지고 백성들의 주머니를 강탈했습니다. 제사를 핑계 삼아 시중가보다 80배나 더 비싼 값에 짐승을 팔아 자기들의 주머니를 채웠습니다. 그러면서도 자기들은 아주 경건한 사람들인 것처럼 행세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향해서 너희의 성전이 강도떼가 우글거리는 강도의 소굴처럼 변하고 말았다고 분노하셨습니다.

   여러분, 오늘날 우리 한국교회가 강도의 소굴처럼 되지 않았나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종교가 권력이 된다면 그것은 강도의 소굴이나 다름이 없는 곳입니다. 하나님을 예배하는 자리, 하나님을 예배해야 하는 사람들이 하나님께 드려질 예배를 핑계 삼아 나의 유익을 얻기 위해서 안달한다면 그것은 강도의 소굴입니다. 교회가 복음을 전하고 복음을 통해서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어가야 하는데 하나님의 복음이나 하나님의 나라에는 관심이 없고 이전투구를 통해서 권력을 쟁취하려고 하고, 부귀영화를 꿈꾼다면 그것이 바로 강도의 소굴입니다. 얼마 전에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장로교회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그 문제의 교회에서 비자금 800억이 조성되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우리는 비자금 그러면 큰 기업에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빼돌린 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교회가 정상적인 회계를 통하지 않고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비자금을 만들었다면 그것이야말로 강도의 소굴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어디 교회만 그렇습니까? 우리 자신이 주님의 십자가를 따라 가야하는데 평안과 내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그것 역시 강도의 소굴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물론 우리 안에는 평안하고자 하는 욕구도 있고, 행복하고 싶은 욕구도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사람 치고 돈의 위력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갖고 싶은 마음은 다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해야 합니다. 그런 인간적 욕망을 결코 종교를 통해서 채우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돈에 대한 욕심이 있다 하더라도 교회를 도구 삼이 재물을 얻으려 해서는 안 됩니다. 교회는 세상에 빛이 되어야 합니다. 교회는 세상을 이끌어갈 책임이 있습니다. 교회는 어지럽고 불평등한 세상에 참된 길이 무엇인지 보여주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세상이 무엇인지, 하나님께서 꿈꾸시는 삶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어야 할 책임이 교회에 있습니다. 그런데 교회나 교인들이 하나님의 나라, 하나님께서 꿈꾸시는 세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오히려 세상을 닮아간다면 그것은 교회가 강도의 소굴처럼 변했기 때문입니다.

   강도의 소굴이 되어버린 성전을 향해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 성전을 헐라!”(요한복음 2:19) 오늘 본문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요한복음 2장에서는 강도의 소굴이 되어버린 성전을 정결케 하시면서 예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성전을 헐라!’고 말입니다. 왜요? 강도의 소굴은 더 이상 성전의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성전이 강도의 소굴로 변했다면 당연히 헐어버려야 합니다. 오늘날의 교회가 강도의 소굴이 되었다면 당연히 헐어버려야 합니다. 하나님의 성령이 거하시는 성령의 전이어야 할 우리의 마음이 강도의 소굴이 되었다면 그것도 당연히 헐어져야 합니다. 우리의 자아가 거짓된 욕망으로 가득 찬 강도의 소굴이 되었다면 그 거짓된 자아를 헐어버려야 합니다.

   물론 그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예수님 당시 성전은 대단히 화려하고 웅장하게 건축되고 있었습니다. 이두메 출신으로 유대의 왕이 된 헤롯이 유대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기존의 스룹바벨 성전을 크고 화려하게 확장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 당시까지 무려 46년 동안이나 확장공사를 계속하고 있었고, 그 공사는 그 후로도 계속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화려하고 웅장하게 지어진다 하더라도 강도의 소굴이라면 당연히 헐어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 성전은 헐려지고 말았습니다. 주전 20년경부터 시작된 성전확장 공사는 약 80년의 세월이 흐른 주후 64년에 완공되었습니다. 화려하고 웅장하게 말입니다. 그런데 불과 6년 후에 그 크고 화려한 예루살렘 성전은 로마의 티투스 장군이 이끄는 로마 군대에 의해서 완전히 파괴되고 말았습니다. 예수님께서 ‘강도의 소굴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헐어버리라’고 말씀하신 그 말씀 그대로 되고 말았습니다.

   성전을 헐어버리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을 유대 종교지도자들은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증언하고 있는 것처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과 백성의 지도자들이 예수님을 죽이려고 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경청하여 듣는 백성들이 두려워서 쉽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지만, 그들은 어떻게 예수님을 죽일까 늘 연구하고 틈을 엿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백성들을 선동하여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치게 해서 예수님을 십자가에 처형하고 맙니다. 예수님께서는 성전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을 내쫓으시고 ‘이 성전을 헐라!’고 말씀하시는 것이 얼마나 큰 고난을 자초하는 일인지 잘 아셨습니다. 그런데 강도의 소굴이 되어버린 성전을 바라보면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으셨습니다. 그래서 ‘이 성전을 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 오늘날 한국교회가 성전같이 여기는 것이 무엇입니까? 성전같이 여기지만 사실은 예수님께서 보실 때 강도의 소굴이나 다름없는 모습으로 변질된 것이 무엇입니까? 만일 그것이 남아 있다면 한국교회는 그 성전을 헐어야 합니다. 그 변질된 것들을 헐어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교회가 교회다울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권력을 탐했다면 권력이라는 성전, 강도의 소굴이 되어버린 권력의 성전을 헐어야 합니다. 한국교회가 돈을 탐했다면 돈이라는 성전, 강도의 소굴이 되어버린 돈의 성전을 헐어버려야 합니다. 죽음을 무릅쓰고 헐어야 합니다. 그리고 십자가 위에 교회를 다시 세워야 합니다.

   우리의 신앙도 십자가 위에 다시 세워야 합니다. 고난의 십자가, 희생의 십자가, 사랑의 십자가 위에 한국교회와 우리의 신앙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 한국교회와 우리의 신앙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종교개혁자들이 목숨을 걸고 외쳤던 다섯 가지 ‘솔라(sola)’입니다.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성경, 오직 그리스도,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 이 종교개혁자들의 신앙회복 운동이 오늘 우리에게도 되살아나야 합니다. 그래야 한국교회가 강도의 소굴이 아닌 하나님의 교회가 될 수 있고, 우리의 신앙이 강도의 소굴이 아닌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신앙이 될 수 있습니다.

< 2018년 10월 28일 주일낮예배 - 종교개혁기념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