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와 더불어 왕 노릇하리라.

< 본문 - 요한계시록 20:4-6 >

   오늘은 교회력으로 1년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태양력은 1월 1일이 새해 첫날이고 12월 31일이 한 해의 마지막 날이지만, 교회력은 대림절 첫 번째 주일이 새해 첫날이고 대림절 전 주일이 한 해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교회력은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기억하는 절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새해 첫 주일인 대림절은 주님의 강림을 기다리는 절기입니다. 구약성경에 예언된 메시야로 이 땅에 오실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는 절기입니다. 그 대림절의 주일 네 번이 지나면 기다리던 주님이 오신 날인 성탄절이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성탄절은 아기 예수님의 탄생, 이 땅에 구세주로 오신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리는 날입니다. 성탄절 다음 절기가 주현절인데, 성탄절과 주현절은 날짜에 변동이 없습니다. 12월 25일이 성탄절이고, 1월 6일이 주현절입니다. 이 두 날을 제외하고 모든 교회의 절기는 날짜가 변동됩니다. 주현절은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세상에 당신을 드러내신 것을 기념하는 날로 매년 1월 6일을 그 주현절로 지킵니다. 그리고 주현절 바로 다음 주일은 주님수세일입니다.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주님수세일 다음으로 교회력에서 지키는 절기가 산상변모주일입니다. 산상변모주일은 주님께서 마지막으로 예루살렘에 올라가시기 전에 변화산에 올라가셔서 거룩하신 모습으로 변화되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변화산 사건의 핵심은 예수님께서 거룩하신 모습으로 변화되셨다는 것이 아니라, 그 변화산에 나타난 모세와 엘리야와 나누신 대화의 내용에 있습니다. 변화산에서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에 올라가셔서 별세하실 것’에 대해서 모세와 엘리야와 대화를 나누셨습니다. 그래서 변화산의 핵심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변화산에서 변모하신 것을 기념하는 산상변모주일을 지키고 그 주 수요일을 ‘재의 수요일’ 또는 ‘성회수요일’로 지킵니다. 이날부터 시작해서 주일을 제외한 40일간을 사순절이라고 부릅니다. 사순절을 시작하는 첫 번째 날을 재의 수용일(성회수요일)로 부르는 이유는 이 사순절 기간 동안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우리를 위해 고난 받으시고 십자가를 지신 주님 앞에 우리의 죄를 회개한다는 뜻에서입니다. 성경에서 ‘사람이 재에 앉는다’는 것은 곧 자신의 죄를 철저하게 회개한다는 것을 상징하는 행동입니다. 이 40일간의 사순절 기간 동안 우리 옛날 믿음의 선배들은 결혼식 등을 비롯한 잔치를 하는 것을 피했습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고난을 당하신 것을 묵상하는 기간에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는 것을 피하고 좀 더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자는 뜻에서 말입니다. 사순절은 부활주일 바로 전날 토요일까지 계속되고, 사순절이 끝나는 다음 날이 부활주일입니다.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께서 죽음 권세 이기시고 부활하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 부활주입니다. 그런데 이 부활주일은 매년 날짜가 바뀝니다. 그 이유는 실제로 주님께서 언제 부활하셨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성경의 기록처럼 안식 후 첫날 부활하신 것만은 분명하지만 그 날짜가 언제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부활주일로 지키는 날짜는 주후 325년에 열린 니케아 공의회에서 ‘매년 춘분 후 보름이 지난 첫 번째 주일을 부활주일로 하자’고 결의했고, 지금까지 그것을 기준으로 해서 부활주일을 정해서 지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춘분 후에 보름이 빨리 찾아오면 부활주일이 빠르고, 춘분 후에 보름이 늦게 오면 부활주일이 늦습니다. 보통 3월 말에서 4월 20일 경 사이에 부활주일을 맞습니다. 주님께서 부활하신 후에 40일 동안 이 땅에 계시다가 감람산에서 하늘로 승천하셨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승천하신 후 제자들이 마가의 다락방에 모여 기도하던 중 10일째 되던 날 성령께서 그들 가운데 임재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내가 가면 다른 보혜사(성령)를 너희에게 보내주리라.’는 말씀대로 된 것입니다. 그 성령의 임재를 통해서 연약했던 제자들은 믿음의 용기를 얻어 담대하게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 성령의 임재를 기념하는 날이 성령강림주일입니다. 이 성령강림주일은 부활주일 후 50일째 되는 주일에 지키게 됩니다. 예수님은 하늘로 올라가셔서 하나님의 보좌 우편에 앉아 계시지만, 예수님께서 성령을 보내주셔서 지금도 교회를 보살피시고 당신의 백성들을 위로하시며 마음에 감동을 주시어 믿음을 따라 살게 하십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성령강림 이후 성령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령의 시대가 끝나는 날이 옵니다. 그것이 바로 주님께서 재림하시는 날입니다. 성경에 기록된 대로 천사장의 나팔소리와 함께 우리 주님께서 이 땅에 재림하시는데, 그 날은 최후의 심판의 날입니다. 그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는 절기가 대림절입니다. 그러니까 성탄절 전 4주 동안 지키는 대림절(강림절)은 아기 예수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절기면서 동시에 재림의 주요 심판의 주님으로 다시 오실 예수님을 기다리는 절기이기도 합니다.

   다음 주일이 바로 그 대림절(강림절)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 대림절이 교회력으로는 새해 첫 주일입니다. 그리고 오순절 마지막 주일인 오늘은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입니다. 왕이신 그리스도의 주일인 오늘이 교회력으로는 한 해의 마지막 주일인 셈입니다. 그러면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새해 첫 주일인 대림절을 앞둔 오늘, 교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주일인 오늘을 왜 ‘왕이신 그리스도의 주일’로 지키는가 하는 것입니다.

   교회력에 관심을 많이 가지신 분들일지라도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은 조금 낯선 절기일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지키는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은 교회가 지키는 절기 가운데 그렇게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부활주일은 325년 니케아 공의회 때 결정되어 그 때부터 지켜온 절기입니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부활주일을 지키게 된 것은 거의 1700년이나 되었습니다. 그런데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은 불과 100년도 채 되지 않습니다.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이 처음 제정된 것은 1925년 교황 피우스 11세(Pius XI) 때 로마 천주교였습니다. 1925년 당시 유럽은 스스로 최고 통치자를 뜻하는 ‘두체’(Duce)라는 칭호를 사용하며 파시즘(Fascism)을 강화한 이탈리아의 무솔리니와, 전 세계를 전쟁의 공포로 몰고 갔던 독일의 히틀러의 폭력 앞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교황 피우스 11세는 예수 그리스도만이 이 땅에 진정한 통치자임을 상기시키고, 믿음으로 살다간 믿음의 선배들을 본받아 혼란과 두려운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믿음을 지키도록 격려하기 위해서 이 절기를 제정하였습니다. 그 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예배개혁 운동이 진행되면서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은 더욱 주목을 받게 되었고, 1970년대에는 이 날의 종말론적인 의미들이 더욱 강조되면서 세상 마지막 날에 왕권을 가지고 심판하러 오실 그리스도를 기억하기 위해서 교회력의 맨 마지막 주일을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로 지키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교회력을 배치함으로서, 교회력은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절에서부터 시작되어, 왕권을 가지고 이 땅에 다시 오실 그리스도가 진정한 이 땅의 왕이심을 고백하며 왕으로 다시 오실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로 마무리되는 것으로 구성되게 되었습니다. 비록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이 로마 천주교에서 처음 제정한 절기이지만, 우리 개신교에서도 이런 구속사적 의미를 받아들여 이 절기를 지키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세상을 통치하는 왕 가운데 선한 통치를 했던 왕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 권력을 가진 왕들의 통치는 한시적입니다. 선한 왕의 선한 통치도 길어야 몇 십 년에 불과하고, 악한 왕이 백성을 괴롭히는 악한 통치도 길어야 몇 십 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세상의 왕들에 너무나도 많은 영향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오늘 본문이 기록된 주후 1세기 말의 기독교인들은 더더욱 그랬습니다. 오늘 본문인 요한계시록은 신약성경 가운데 가장 마지막에 기록된 책입니다. 당시 세계는 로마의 지배 아래 있었습니다. 로마제국은 정치를 종교화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로마가 통치하던 지역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려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로마의 통치에 강력하게 저항하는 세력이 기독교였습니다. 지중해와 소아시아 주변의 나라들은 다신교 신앙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기들이 섬기는 신들뿐만 아니라 로마 황제의 신전을 세워서 황제를 숭배하는 것을 거리낌 없이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황제를 숭배하는 문제로 박해를 받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여호와 하나님을 유일신으로 섬기는 유대인들은 황제를 위한 기도를 수용함으로써 로마 제국과 타협을 했고, 그래서 유대교는 로마로부터 그렇게 큰 박해를 받지 않았습니다. 다만 우리 기독교 - 예수님을 그리스도 메시아로 믿는 우리 기독교만은 달랐습니다. 로마제국의 황제가 아무리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황제는 결코 신일 수 없습니다. 황제도 하나님의 피조물이요 구원을 받아야 할 죄인일 뿐입니다. 그래서 기독교는 황제를 신으로 섬기라는 로마의 강요를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로마제국은 거대한 힘으로 기독교를 박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네로 황제와 도미티아누스 황제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네로 황제가 통치하던 시절(주후 54-68년)인 주후 64년에 로마에 거대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6일 동안 계속된 화재로 당시 로마의 14개 구역 가운데 10개 구역이 모조리 불타버렸습니다. 이 때 로마사람들은 이 화재가 네로 황제가 자기 뜻대로 도시를 다시 건설하기 위해서 일부러 불을 질렀다는 소문이 나돌았습니다. 거기에다 로마가 불타고 있을 때 네로 황제가 수금을 타면서 노래했다는 소문까지 나돌면서 로마 시민들의 분노가 네로에게 향하자 네로 황제는 그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기독교인들이 화재를 일으킨 주범이라고 뒤집어씌우면서 기독교인들을 무참하게 잡아 죽였습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 ‘바울’에 나타난 것처럼, 기독교인들을 불태워 가로등으로 사용할 정도였습니다. 이런 독기 어린 네로 황제의 박해 때에 사도 바울과 사도 베드로가 로마에서 순교를 당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또 한 사람, 도미티아누스 황제(81-96년 통치)는 처음 황제가 되었을 때 기독교에 대해서 무관심했습니다. 그러다가 자신을 신격화하면서 기독교와 충돌하게 되었습니다. 도미티아누스는 자신을 신이라고 주장하면서 신인 자신의 명령을 거부하는 자들을 가차 없이 처형했습니다. 도미티아누스는 자신의 명령이 준엄함을 알리기 위해서 자신의 친척 중에 기독교인이었던 플라비우스 클레멘스(Flavius Clemens)와 그의 아내 플라비아 도미틸라(Flavia Domitilla)를 처형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대적인 기독교 박해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때 에베소에 머물고 있던 사도 요한이 황제숭배를 거부한다는 죄목으로 밧모섬으로 유배를 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하나님의 계시를 보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기록된 것이 요한계시록입니다.

   그러니까 요한계시록이 기록될 당시 기독교인들은 로마 황제 도미티아누스 치하에서 엄청난 박해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 박해를 견디지 못한 사람들 가운데는 기독교를 떠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황제가 자신의 친척까지도 기독교 신앙을 가졌다는 이유로 처형한 마당에 누구인들 그 박해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습니까? 그런 박해는 로마가 통치하고 있는 모든 곳에서 일어났습니다. 로마와 상당히 떨어져 있는 소아시아에서도 그런 박해는 계속되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소아시아 에베소에서 목회를 하던 사도 요한이 밧모섬으로 유배를 가자 거기에서 소아시아에 남아있는 기독교인들을 격려하시기 위해서 사도 요한에게 편지를 쓰게 하신 것입니다. 아무리 박해가 심하다 하더라도 결코 믿음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지금은 로마 황제 도미티아누스의 권력이 어마어마합니다. 어느 누구도 그의 권력 앞에 저항할 수 없습니다. 특별히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숨은 바람 앞에 작은 등불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순교의 순간을 기다리며 살아야 했습니다. 만일 그것이 두렵다면 배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요한계시록을 통해서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지금 로마황제의 권력이 대단하고 무소불위와 같은 권력의 자리에 앉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권력도 언젠가 무너지고 만다. 아무리 박해가 심해도 조금만 참으로 승리의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로마 황제의 권력이 대단해도, 그래서 황제의 박해가 아무리 무서워도 그의 권력과 박해는 영원할 수 없습니다. 로마 황제도 언젠가 죽음을 맞게 될 것입니다. 그의 권력을 내려놓을 때가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자신이 신처럼 추앙받기를 원해서 곳곳에 자신을 위한 신전들을 세우고 자신을 숭배하도록 강요하지만, 그런 그의 오만함도 곧 꺾이고 말 것입니다. 이 세상이 지금은 로마 황제의 통치 아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세상을 영원히 통치하시는 분은 오직 한 분 하나님뿐이십니다. 언젠가 로마 황제를 심판하실 분이 다시 오실 것입니다. 그분이 진정한 왕권을 가지고 세상을 통치하실 것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의 권력에 영향을 받고 살고 있긴 하지만, 그 권력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래서 영원한 왕, 만왕의 왕이신 예수님께서 다시 오실 때 세상의 모든 권세가 그 앞에 굴복하게 될 것을 압니다. 그게 우리의 믿음입니다.

   오늘 본문은 그런 희망을 가진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용기를 주는 말씀입니다. 지금 그리스도인들은 로마 황제에게 박해를 받고, 로마 황제의 권력에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힘이 없는 존재처럼 보이지만,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 세상에 왕 노릇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주님이 오실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요한계시록에서 그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주님이 오실 때까지 여러 가지 환란과 박해가 있을 것입니다. 때로는 엄청난 권력을 가진 음녀가 세상에 나타나 자신의 권력을 통해서 믿는 사람들을 박해하고 죽일 것입니다. 아마겟돈 전쟁과 같은 회오리와 폭풍우가 온 세상을 두려움과 불안에 떨게 만들 것입니다.

   그런 혼돈의 시대에 끝까지 믿음을 붙잡고 사는 사람은 반드시 하나님께서 그의 귀한 믿음에 보상해 주십니다. 그것이 바로 ‘왕 노릇하리라’는 것입니다. 지금 세상은 로마의 황제가 대단한 권력을 가지고 자신을 신으로 추앙하도록 강요하지만, 우리에게 진정한 왕은 예수 그리스도뿐이고 예수 그리스도만이 우리의 유일한 구세주님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만왕의 왕이신 주님이 오실 때 주님과 함께 세상에 왕 노릇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 믿음의 사람들에게 박해받는 시대에 견딜 수 있는 힘입니다. 세상이 불안하고 우리를 두렵게 만들지만 그래도 믿음을 붙잡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우리의 왕이심을 믿고 견디는 사람에게 하나님께서 주시는 상급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성경은 우리에게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하늘로 승천하신 예수님은 하나님의 보좌 우편에 앉아 계십니다. 하늘나라의 왕이신 하나님으로부터 왕권을 이어받은 분이 우리 주님이십니다. 그리고 그 왕권을 가지고 분명하게 다시 오십니다. 천사장의 나팔소리와 함께 다시 오실 때 우리 주님은 이 세상에 영원한 통치자로 등극하십니다. 그리고 그 예수님이 영원한 왕이심을 믿고 세상의 박해와 환란과 두려움을 참고 믿음의 삶을 살았던 사람들은 만왕의 왕이신 주님과 더불어 왕 노릇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 본문 4절에서 말씀합니다. “예수를 증언함과 하나님의 말씀 때문에 목 베임을 당한 자들의 영혼들과 또 짐승과 그의 우상에게 경배하지 아니하고 그들의 이마와 손에 그의 표를 받지 아니하는 자들이 살아서 그리스도와 더불어 천년 동안 왕 노릇하니.” 순교를 당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순교의 각오를 가지고 믿음을 지킨 사람들, 그리고 신앙의 절개를 지키기 위해서 세상이 주는 표를 받지 않는 사람들이 그리스도와 더불어 천년 동안 왕 노릇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의 권력에 두려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 주님께서 만왕의 왕이신 것처럼, 우리 주님을 믿고 주님만을 바라보며 사는 사람들도 반드시 주님과 더불어 왕 노릇할 때가 있습니다. 지금은 세상으로부터 박해를 받고, 믿음으로 산다는 것 때문에 손해를 보고 불이익을 당한다 하더라도 주님과 더불어 왕 노릇할 때가 반드시 옵니다. 그 때가 되면 세상이 우리를 부러워할 것입니다. 우리를 핍박하고 박해하던 세력들이 우리를 두려워하게 될 것입니다. 아무리 세상의 권력이 판을 친다 하더라도 그들의 권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그 권력이 무어질 날이 오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이 기록될 당시인 주후 1세기 말에 로마의 권력은 영원할 것만 같았습니다. 감히 세상 그 누구도 로마에 저항할 엄두도 낼 수 없었습니다. 그 권력의 중심에 있던 로마 황제의 위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로마가 통치하고 있던 지역마다 어마어마한 황제의 신전들이 세워졌습니다. 온 세상에서 황제는 신으로 추앙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황제의 권력도 얼마 가지 못할 뿐더러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것 믿고 사는 사람들이 신앙인들입니다. 세상의 권력이 아무리 막강해도 그 권력보다 더 큰 권력이 우리 주님께 있음을 믿고 사는 사람들이 그리스도인들입니다. 그래서 세상의 권력에 박해를 받아도 기쁨으로 그것을 견디어냅니다. 죽임을 당하여도 예수님께서 왕이신 영원한 하늘나라에 들어감을 알기에 죽음 앞에서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부귀영화에 취하여 이 땅에서 쾌락을 즐기며 산다 하더라도 그것을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왕이신 예수님께서 계신 천국에는 그것보다 훨신 더 귀하고 좋은 것들이 가득함을 알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예수 믿는다는 것 때문에 재산을 빼앗기고 편안한 집에서 내쫓긴다 하더라도 그것을 억울해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권력자들에 의해서 내 것을 빼앗겼을지라도 만왕의 왕이신 우리 주님께서 잠깐 보이다가 사라지는 세상의 것이 아닌 영원한 것으로 우리에게 갚아 주심을 알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집이 아닌 영원한 하늘나라에 주님께서 마련하신 우리의 처소가 있고, 세상의 것처럼 도둑에게 도둑질을 당할 염려도 없고 좀이 먹을까 염려할 필요도 없는 영원한 것들을 하나님께서 예비해 놓으셨음을 믿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초대교회 성도들만이 아니라 오늘 우리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오늘 우리 시대에 믿음으로 산다고 하는 것은 우리 주님만이 만왕의 왕이심을 믿고 사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재의 것만을 바라보며 사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나라를 바라보며 삽니다. 현재의 즐거움과 쾌락보다는 영원한 나라에서 왕이신 주님과 함께 영원히 왕 노릇하게 될 것을 바라보며 그것으로 기뻐하며 삽니다. 믿음으로 산다는 것 때문에 손해를 봐도 괜찮습니다. 하나님께서 갚아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구약성경의 언어인 히브리어로 ‘믿음’을 뜻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에무나’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구약성경의 이 ‘에무나’를 신약성경의 언어인 헬라어로 번역할 때에 ‘피스티스’라는 단어로 번역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히브리어의 ‘에무나’라는 단어는 헬라어의 ‘피스티스’보다 훨씬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헬라어 ‘피스티스’가 ‘지적 동의’를 뜻하는 반면, 히브리어의 ‘에무나’는 지적 동의뿐만 아니라 동의한 그것을 끊임없이 행동하는 것을 말합니다. 구약성경에서 이 ‘에무나’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쓰여진 곳이 출애굽기 17:12입니다. 거기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모세의 팔이 피곤하매 그들이 돌을 가져다가 모세의 아래에 놓아 그가 그 위에 앉게 하고 아론과 훌이 한 사람은 이쪽에서, 한 사람은 저쪽에서 모세의 손을 붙들어 올렸더니 그 손이 해가 지도록 내려오지 아니한지라.” 여기에서 ‘내려오지 않았다.’는 말이 믿음을 뜻하는 에무나입니다. 아론과 훌이 모세의 손을 지탱하여 내려오지 않게 고정시켜놓았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믿음의 모습입니다. 여러분, 믿음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믿음은 우리의 시선과 사고와 삶을 그리스도께 고정시키는 것입니다. 우리의 시선이 십자가에 고정되어 우리의 삶이 세상으로 내려가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세상을 바라볼 때에는 세상에 더 많은 즐거움과 쾌락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의 시선을 십자가에 고정시키면 세상의 즐거움과 쾌락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의 믿음이 땅에 떨어지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볼 때 그들이 부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십자가를 바라보며 사는 사람들은 세상에서 성공하고 출세하고 돈 많이 버는 사람들이 결코 부럽지 않습니다. 우리의 시선이 머물러 있는 천국에서 우리에게 주어질 상급이 그것들 보다 훨씬 더 귀한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믿음을 세상의 가치로 낮추지 않습니다.

  모세의 손이 내려오지 않을 때 이스라엘 군대가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우리가 믿음을 가지고 주님을 바라보며 나갈 때, 그래서 우리의 가치가 세상의 것으로 내려오지 않을 때 우리는 세상에서 승리하며 살 수 있습니다.

   여러분, 우리 주님은 만왕의 왕이십니다. 우리의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영원한 왕이십니다. 그 주님을 붙잡고, 그 주님을 붙잡는 믿음이 세상으로 떨어지지 않는 사람에게는 주님과 더불어 영원히 왕 노릇할 때가 반드시 찾아옵니다. 오늘의 현실만을 바라보지 말고, 영원한 왕권을 가지고 다시 오실 주님을 바라보면서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삶에서 믿음으로 결단하며 사십시다. 세상의 유혹이 아무리 강해도 주님만을 굳게 붙들고 사십시다. 주님께서 우리의 머리에 왕관을 씌워주실 날이 반드시 옵니다.

< 2018년 11월 25일 주일낮예배 -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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