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행복

< 본문 - 요한복음 14:1-3 >

   사람의 마음을 가장 설레게 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기다림입니다. 오늘날 경제가 어려워지고 살림이 팍팍해지면서 사람들 중에는 로또복권을 사는 것으로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독교적 신앙으로 본다면 로또복권을 사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은 결코 성경적이지 않습니다만, 그 사람들의 내면을 보면 로또복권을 사서 1등에 당첨될 가능성을 희박하지만 실낱같은 그 희망을 가지고 토요일까지 기다린다는 것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마도 로또복권을 사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신이 산 복권이 1등에 당첨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이 로또복권을 사는 이유는 추첨할 때까지 기다리면서 느끼는 설렘과 희망 때문일 것입니다. 기다림의 설렘은 비단 복권을 산 사람들만 가지는 느낌은 아닐 것입니다. 어렸을 때에는 소풍가는 날이 정해지면 그날을 손꼽아 기다렸고, 소풍가기 전날에는 밤잠을 설치며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또 명절이 다가오면 어머니가 사주시겠다고 약속하신 새 고무신을 신게 될 것이라는 것 때문에 얼마나 설레며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런 것보다 더 우리 마음을 설레게 하는 기다림이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프랑스의 작가 생텍쥐페리(Saint-Exupery)가 쓴 『어린 왕자』에 어린 왕자와 여우 사이에 나눈 대화 중 이런 말이 나옵니다. “만약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흐를수록 난 점점 행복해지겠지. 네 시에는 흥분해서 안절부절하지 못할 거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 알게 되겠지!” 복권을 사서 당첨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더 귀한 기다림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돈이나 어떤 행운을 기다리는 것보다 좋은 만남을 기다리는 것은 값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복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여러분에게는 그렇게 마음 설레게 누군가를 기다려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오늘 우리 시대는 모든 것이 너무나도 빨리 돌아가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마음 설레게 기다리는 기다림의 의미가 점점 퇴색해져가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문자나 카톡을 보내놓고서 빨리 답이 오지 않으면 설레는 마음으로 답장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왜 빨리 보지 않느냐?’고, 그리고 ‘왜 빨리 답장을 하지 않느냐?’고 화를 내기도 하고 답답해하기도 합니다. 아날로그 시대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놓고 언제쯤 답장이 올지 기다리면서, 혹시 우편배달부가 지나가면 우리 집 대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을까 마음 설레던 그런 여유가 오늘 우리에게서 사라졌습니다. 어쩌면 그런 시대적 흐름 때문인지 모르지만 오늘날 디지털화된 시대에 우리의 신앙 역시 그런 기다림의 설렘과 기쁨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삶이 너무도 풍요로워졌습니다. 오늘 우리의 삶에 굳이 예수님께서 오시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기도 합니다. 적당히 세상을 즐기면서 종교생활하는 것으로 만족해버리는 현대인의 마음이 우리의 신앙인에게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주님을 우리의 삶에 모셔야하는 절박감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건 비단 오늘날의 문제만은 아닐 것입니다. 19세기 러시아의 유명한 작가인 도스토예프스키(Dostoyevsky, 1821-1881)가 쓴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란 소설에 이런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온갖 명목으로 종교재판을 일삼고 있던 16세기에 예수님께서 이 땅에 재림하시어 스페인 세빌리아라는 곳에서 복음을 전하고 계셨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교황청은 재림하신 예수님을 체포하여 사형을 언도합니다. 대재판관인 추기경이 감옥에 갇혀 있는 예수님을 찾아와서 이렇게 항의합니다. ‘당신의 이름으로 기독교의 질서와 권위를 세운 것은 우리이고, 지금 기독교는 잘 돌아가고 있는데, 지금 와서 이렇게 재림을 하면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고, ‘다시는 이 곳에 찾아와 우리를 방해하지 말라.’고,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그리스도가 아니라 기독교이며, 그들이 갈망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복종이라.’고 말입니다.

   여러분, 이것이 비단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에만 나오는 이야기입니까? ‘주님! 지금 잘 살고 있는데 왜 오셨습니까?’라는 말이 중세의 교권주의자들에게서만 나오는 말입니까? 혹 우리 가운데도 주님께서 내 삶의 공간에 오시는 것을 꺼려하는 마음이 있지 않습니까? 주님 없이도 그런대로 잘 살고 있으니 내게 벌만 내리지 말아 달라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삶 말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의지나 바람과 상관없이 당신의 뜻을 이루시기 위해서 당신의 때가 되면 당신의 역사를 나타내십니다. 구약성경에서 타락한 백성들을 심판하신 후에 그래도 믿음을 붙잡고 사는 사람들을 위해서 메시야를 보내주시겠다고 약속하셨는데, 약속하신 대로 아기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주셨습니다.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말입니다. 마태복음에서 아기 예수님께서 탄생하실 때 동방박사들이 멀리서 별을 보고 왕이 태어나셨다는 것을 알고는 유대 땅에 찾아왔습니다. 그리고는 아기 예수님께서 탄생하신 베들레헴의 마구간으로 가지 않고 헤롯 왕궁이 있는 예루살렘으로 갔습니다. 그리고는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 계시냐? 우리가 동방에서 그의 별을 보고 그에게 경배하러 왔노라.”(마태복음 2:2)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비단 동방박사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당시 유대인들이 꼭 그런 모습이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나실 당시 유대인들은 메시야가 오시기를 간절하게 기다렸습니다.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메시야가 나타나기를 말입니다. 그래서 세례 요한이 요단강가에서 세례를 베풀 때 많은 사람들이 세례 요한에게 찾아가서 세례를 받으며 이렇게 묻습니다. ‘당신이 그리스도, 메시야이냐?’ 세례 요한이 자신은 메시야가 아니라고 그렇게 애써 강조하며 말하는데도 사람들은 몇 번이나 그에게 ‘당신이 그리스도 아니냐?’고 되묻습니다. 그만큼 메시야를 기다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요, 진정한 메시야가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는데 메시야가 태어나실 때 아무도 태어나신 메시야를 찾아가지 않았습니다. 들판에서 양을 치던 목자들 몇 명만이 아기 예수님을 찾아가 뵈었을 뿐입니다. 당시 종교지도자들이 메시야가 태어나셨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베들레헴으로 가지 않은 것입니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동방박사들이 예루살렘에 가서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 계시느냐?’고 물었을 때 헤롯 왕은 구약성경에 예언된 메시야가 태어나셨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습니다. 그리고는 대제사장과 서기관들을 불러모아놓고 ‘그리스도가 어디에서 태어나신다고 예언되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종교지도자들은 성경을 근거로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실 것이라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헤롯 왕에게 그렇게 알려 주었습니다. 대제사장을 비롯한 서기관들 역시 메시야가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다는 것을 알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베들레헴으로 가지 않았습니다. 왜요? 백성들은 메시야를 기다리는데 종교지도자들은 메시야가 오시는 것이 탐탁하지 않거든요. 메시야가 오시면 자기들의 기득권을 빼앗길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메시야를 무시했습니다. 백성들은 메시야 오시기를 간절히 기다리는데, 기득권자들은 메시야가 오시는 것을 꺼려했습니다. 그래서 메시야가 오셨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메시야를 무시했습니다. 그리고 백성들에게 메시야가 오셨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예수님 당시 종교지도자들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이미 가질 만큼 가진 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누릴 만큼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의 삶이 뒤집어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지금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기 때문에 다른 삶을 산다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오시는 것을 탐탁하지 않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내가 쌓아놓은 내 인생의 성이 무너질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오시면 내가 지금까지 애써 쌓아놓은 인생의 성이 무너질 것만 같기 때문입니다. 비록 그 성이 크고 화려하진 않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여러분, 지금 우리의 마음이 그렇진 않습니까?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은 왜 우리가 주님을 기다려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마감하시고 이제 내일이면 십자가에서 돌아가셔야 합니다. 그 동안 3년 동안 예수님을 따라다니며 예수님께로부터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복음을 듣고, 또 ㄴ예수님께서 행하신 놀라운 일들을 경험했던 제자들의 입장에서는 예수님께서 죽으심으로 자기들 곁을 떠나가신다는 것에 복잡한 심정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장 먼저는 가슴이 아픕니다. 지난 3년 동안이나 동고동락했던 주님이 떠나가신다는 것은 이제 이별을 의미합니다. 사랑하는 주님과 헤어져야 한다는 것에 가슴 아플 것입니다. 단순한 헤어짐이 아닙니다. 그 사랑하는 주님이 죽으셔야 합니다. 처형당하셔야 합니다. 그러니 어찌 마음이 아프지 않겠습니까? 또 다른 면에서는 애석합니다. 제자들은 주님을 메시야로 믿고 따랐습니다. 물론 그들이 생각하는 메시야에 대한 생각이 주님의 생각과 다른 것이었습니다만, 그들은 예수님을 통해서 고통받는 조국이 로마로부터 해방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주님께서 얻으신 인기를 바탕으로 거사를 일으키신다면 온 유대 민족이 예수님을 따라 거대한 독립운동이라도 일으킬 기세였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전혀 그런 마음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내일이면 제자 가운데 하나인 가롯 유다의 배신으로 처형을 당하신다고 말씀하십니다. 지금까지 3년 동안 그들이 마음속에 꿈꾸어왔던 꿈들이 모두 사라질 형편이 되었습니다. 지난 3년의 세월이 허무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마음이 착잡합니다.

   그런 복잡한 마음을 갖고 있는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서 바로 이어서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고 말씀하십니다. 근심할 필요가 없는 이유는 하나님을 믿고 또 주님을 믿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라는 말씀은 하나님을 믿는 것처럼 주님을 믿으라는 것입니다. 왜 주님을 믿는 것이 근심할 필요가 없는 일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예수님께서 이렇게 이어 말씀하십니다. ‘내가 가서 너희를 위하여 거처를 예비하면 다시 와서 너희를 내게로 영접할 것이다. 그러니 근심하지 말라!’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여러분, 예수님께서 복잡한 심정으로 근심하고 있는 제자들을 향하여 ‘근심하지 말라!’고 말씀하신 이유가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지금 제자들은 주님과 헤어져야 합니다. 주님이 자기들 곁을 떠나셔야 합니다. 이제부터는 주님 없이 살아야 합니다. 아니 주님께 걸었던 모든 꿈과 희망을 포기해야 합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그게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 곁을 영원히 떠난 것이 아니다. 나는 반드시 다시 너희에게로 올 것이다.’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러면 예수님께서 떠나신 후 다시 오실 때까지는 어떻게 합니까? 그 때까지 제자들은 고아처럼 버려진 존재가 되는 것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 본문 바로 이어 나오는 요한복음 14:16절에서 예수님께서 다른 보혜사를 너희에게 보내주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예수님 당신이 떠나고 없는 동안에 제자들을 고아처럼 버려두신 것이 아니라 다른 보혜사를 보내주셔서 그 보혜사가 제자들과 영원히 함께 있게 될 것이라고 약속해 주십니다. 그러니 주님이 떠나신다는 것으로 인해 걱정하거나 염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주님께서 하늘로 올리우신 이후 다른 보혜사인 성령께서 오셨습니다. 그 성령께서 제자들을 붙들어 주셨고, 그 성령의 능력으로 제자들은 담대하게 복음을 전하며 살았습니다. 때로는 거센 핍박 속에서도, 때로는 죽음의 위협 앞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담대하게 복음을 전했습니다.

   여러분, 주님께서 다시 오신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기쁨과 설렘이 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분명한 것은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내가 갔다가 다시 오마!’ 약속하셨고, 그 약속의 말씀을 들은 제자들은 어느 정도 위로가 되었을 것입니다. 비록 예수님께서 군병들에게 잡혀가실 때 모두 주님을 버리고 도망치긴 했지만, 그리고 예수님께서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실 때 요한을 제외한 모든 제자들이 그 자리에 찾아오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 ‘다시 오마’라고 약속하신 주님의 말씀을 듣고 제자들은 위로를 얻었을 것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오늘 본문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주님께서 제자들을 떠나가시면서 주신 분명한 약속이 있습니다. ‘다시 오마!’라는 약속 말고 제자들에게 약속하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주님께서 제자들 곁을 떠나신 이유가 ‘너희를 위하여 거처를 예비하기 위해서’라고 하신 말씀 속에 있습니다. 주님께서 제자들이 싫어서 그들을 남겨두고 떠나시는 것이 아닙니다. 참 말도 잘 듣지 않는 제자들에게 벌을 내리기 위해서 떠나시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예루살렘에 오는 동안에도 누가 높은 자리에 오를 것이냐 하는 것을 가지고 다투었습니다. 주님의 마음과 전혀 다른 세상적 욕심이 그들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3년이나 주님을 따라다니고 주님께로부터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서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세속적인 욕망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주님께서 그런 제자들에게 따끔한 벌을 주시기 위해서 떠나시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너희를 위하여 거처를 예비하러 간다고 말씀하십니다. 주님께서 떠나가시는 것이 그들을 위한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오늘 본문 이어 나오는 말씀에도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실상을 말하노니 내가 떠나가는 것이 너희에게 유익이라. 내가 떠나가지 아니하면 보혜사가 너희에게 오시지 아니할 것이요 가면 내가 그를 너희에게로 보내리니.”(요한복음 16:7) 주님께서 떠나가시는 것이 제자들을 위해서 더 낫다는 말씀입니다.

   물론 그 말씀을 지금은 잘 이해할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주님이 필요한데 주님이 떠나가시다니요? 주님이 떠나가시는 것이 우리에게 더 유익이라니요?’라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주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주님이 떠나시는 것이 제자들을 위해서 더 나은 길입니다.

   마찬가지로 예수님께서 제자들 곁을 떠나시는 이유는 제자들을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다시 오실 때에도 제자들을 위해서입니다. “거처를 예비하면 내가 다시 와서 너희를 내게로 영접하여 나 있는 곳에 너희도 있게 하리라.” 오늘 본문 3절에서 우리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하늘의 거처를 예비해 놓으시고 제자들을 영접해 주시겠다는 말씀입니다.

   여러분, 예수님께서 예비하신다는 하늘의 거처가 무엇입니까? 이 땅에서 우리는 나그네처럼 살아야 합니다. 그 나그네 인생길에 때로는 세상적인 것들로 인해서 참 마음 아프게 살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거처할 집을 구하지 못해서 고통을 겪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해서 아이들에게 좋은 방 한 칸 마련해 주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월세가 밀려서 주인으로부터 온갖 험한 말을 들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날씨가 추워지는데 내 몸을 따뜻하게 해줄 두텨운 옷 한 벌 마련하지 못해서 추위에 떨어야 하고, 단칸방에 연탄이나 기름을 태울 돈이 없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추위를 이겨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너무나도 허기지고 배가 고픈데 따뜻한 밥 한 그릇 먹을 수가 없어서 눈물을 삼켜야 할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어떤 문제 앞에서 마음을 졸이는데 내가 원하는 것처럼 그 문제가 빨리 해결되지 않아서 마음 아프게 기다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살이는 결코 우리를 편안하고 안전하게 보장해주지 못합니다.

   그런 우리에게 주님은 하늘의 거처를 마련해 주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거처가 마련되면 다시 와서 우리를 영접하시겠다고 말입니다. 그 거처는 세상의 것과 같지 않습니다. 돈이 없어서 집을 비워야 하는 그런 집이 아닙니다. 월세를 내지 못해서 주인으로부터 면박을 받아야 하는 그런 집이 아닙니다. ‘전세 기간이 다가왔는데 주인이 전세금을 더 올려달라고 하지 않을까?’ 그런 걱정 하지 않아도 되는 영원한 집입니다. 세상의 그 어떤 환경이나 여건에 따라서 우리의 마음에 걱정이나 짐이 되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영원한 거처입니다. 염려하거나 걱정할 것 하나도 없는 그런 것을 우리에게 주시겠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에게 그런 집이 주어진다면 우리가 걱정할 것이 무엇 있겠습니까? 아니 단순히 집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는 매일 수없이 많은 염려와 걱정 가운데 살고 있습니다. 자식들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지 않을까? 나쁜 친구와 사귀면서 잘못된 길을 가지 않을까?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교통사고 나지 않을까? 수능 시험을 잘 못 봤는데 대학에 떨어지면 어쩌나? 대학에 다니긴 다니지만 번번한 직장이나 구할 수 있을까? 결혼한 자식이 요즘 며느리와 사이가 좋지 않은데 혹 이혼한다는 소리나 하지 않을까? 날씨가 쌀쌀해졌는데 손주들 감기 들지 않을까? 연로하신 부모님이 갑자기 건강이 좋지 않아 고생하시면 어찌하나? 등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걱정하고 염려해야 할 일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우리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예비하신다는 하늘의 거처는 그런 걱정이 하나도 없는 곳입니다. 요한계시록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해 주신 것처럼, ‘눈물도 없고 사망도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전혀 없는 곳’(요한계시록 21:4)입니다. 우리 주님께서 이 땅에 다시 오신다면 우리에게 그런 영원한 것을 선물로 주십니다. 그것이 바로 오늘 본문에서 주님께서 약속하신 ‘하늘에 있는 거처’입니다.

   우리 주님께서 그 좋은 것을 우리에게 주시기 위해서 다시 오신다고 하시는데, 우리는 왜 그 주님의 오심이 기다려지지 않는 것입니까? 어쩌면 그 이유는 하나입니다. 주님께서 가져다주시겠다고 약속하신 그 나라, 그 영광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사고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그래도 이 세상이 낫다’고 속삭입니다. 세상이 하나님의 말씀을 신뢰하지 못하게 만드는 유혹의 소리입니다. 물론 우리가 그 동안 수고하고 노력해서 얻어놓은 것들이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고,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직장 - 원하는 직장에 취업을 했습니다.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도 했고, 사랑스런 아이들도 낳아 나름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누리고 있는 이 행복을 빼앗기고 싶지 않습니다. 주님께서 다시 오시면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이 행복과 이 풍요가 사라질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주님 오심이 반가운 일이 아닙니다. 마치 도스토예프스키가 그의 소설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주님이 오시면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을 빼앗아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우리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그런데 그거 아세요?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 우리에게 가져다주시는 것은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영광스럽고 좋은 것들입니다. 세상의 거처에 사는 우리에게 하늘의 거처를 선물로 주십니다. 썩고 좀 먹고 사라질 세상의 것이 아니라 영원한 것을 우리에게 주십니다. 세상과 결코 비교할 수 없는 것들을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이 하나님께서 내게 주실 것보다 더 좋은 것이라고 착각하며 삽니다. 그래서 다시 오실 주님을 고대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마치 내 손에 100원짜리 동전을 움켜쥐고서 5만 원짜리 지폐를 주겠다는 아버지의 제안에 머리를 흔드는 어린아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무엇이 더 좋은 것인지를 모릅니다. 무엇이 우리에게 더 나은 지를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지금 내가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몸부림칠 뿐입니다.

   믿음으로 살았던 우리의 선배들은 이 세상의 것보다 영원한 나라의 영광이 더 귀하고 복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 세상의 것들을 기꺼이 포기했습니다. 그것을 히브리서에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이제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들의 하나님이라 일컬음 받으심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시고 그들을 위하여 한 성을 예비하셨느니라.”(히브리서 11:16) 우리 믿음의 선배들이 어떤 신앙으로 살았다는 이야기입니까?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였기에 이 땅에 것을 포기하고 살았고, 바로 그런 그들을 향해서 하나님께서 ‘내가 기꺼이 너희의 하나님이라 일컬음을 받고 싶구나!’ 그러셨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자녀들이었다는 뜻입니다.

   여러분, 주님은 분명 다시 오십니다. 이제 대림절이 시작되면서 우리는 성탄절을 기다리는 절기에 들어섰습니다. 이 대림절에 우리는 누구를 기다리며 사시겠습니까? 우리의 사모하는 주님을 기다리는 믿음으로 사시겠습니까? 아니면 성탄절에 흰눈이 내려 내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을 기다리며 사시겠습니까? 아직도 세상의 것이 하늘나라보다 더 좋다고 생각하며 산다면 우리는 분명 주님보다는 우리에게 일어날 멋진 뭔가를 기대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님보다 더 사모하는 분이 없다는 신앙으로 산다면 우리는 이번 성탄절에 만민의 구주로 이 땅에 오신 아기 예수님뿐만 아니라, 믿는 우리에게 하늘의 영원한 것을 안겨주시기 위해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는 설렘으로 지내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 세상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도 행복이지만, 가장 큰 행복은 다실 오실 주님을 설렘으로 기다리는 신앙입니다. 그 주님의 손에 영원한 것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 2018년 12월 2일 주일낮예배 - 대림절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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