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가슴 아픈 사랑
< 본문 - 로마서 8:1-4 >
하와이에 속한 섬 가운데 다섯 번째로 큰 섬이 몰로카이입니다. 이 몰로카이 섬이 지금은 관광지로 유명하지만, 19세기에는 우리나라의 소록도처럼 한센병 환자들이 추방되어 사는 섬이었습니다. 한센병 환자들이 사는 섬인지라 전염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몰로카이 근처에 얼씬거리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또한 추방되어 이 섬으로 들어온 한센병 환자들에게는 이 섬이 지옥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이 섬에 버려진 한센병 환자들은 갖가지 사연을 가슴에 품은 채 죽지 못해 삶을 연명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한센병으로 인해 얼굴 등이 심하게 일그러진 환자들은 산속의 동굴에서 집단으로 모여 짐승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비극적인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섬을 탈출한다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섬의 북쪽 해안은 물살도 아주 거셀 뿐만 아니라, 약 1,1km나 되는 높은 암벽이어서 그 섬에서 탈출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저 죽어서야 나가는 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섬에 33살의 한 젊은 신부가 찾아옵니다. 그가 바로 벨기에 출신의 다미안(Damien) 신부(1840-1889)입니다. 누구도 보내지 않았지만 한센병으로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며 스스로 그곳을 찾아간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런 그를 반겨주지 않았습니다. 특별히 약육강식의 무법지대인 이 섬의 실질적인 지배자인 블록이 데미안 신부에게 강한 적대감을 가지면서 괴롭혔고, 데미안 신부는 힘든 삶을 이어나갔습니다. 데미안 신부가 그곳에 교회를 세우고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며 선교를 하는데, 그에게 돌아온 것은 사람들의 빈정거림뿐이었습니다. 한센병에 걸려 그저 죽음을 기다리던 환자들은 이렇게 조롱했습니다. “사랑? 그건 당신들과 같이 건강한 사람들이나 하는 잠꼬대야!” 그 때부터 다미안 신부를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주님, 저에게도 저들과 같은 나병을 허락하여 주옵소서.’라고 기도한 것입니다.
여러분, 당시에는 저주의 병이요 죽음의 병이라고 알려진 한센병인데, 그런 병에 걸리게 해 달라는 기도를 한다는 것이 어찌 멀쩡한 정신으로 가능하겠습니까? 그런데 다미안 신부는 자신을 통해서 예수님의 사랑이 조금이나마 그들에게 보여지기를 원했기에 그렇게 기도한 것입니다. 1885년 어느 날 그는 목욕을 하기 위해서 목욕물을 끓이던 중 실수로 그 뜨거운 물을 엎지르고 말았습니다. 양말도 신지 않은 발에 그 뜨거운 물이 쏟아져 화상을 입었는데도 그는 전혀 아픔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몸에서 감각이 상실된 것입니다. 그도 한센병에 걸린 것입니다. 그 때 그는 이렇게 기도했다고 합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 후 강단에서 서서 그가 한 첫 마지는 “형제들이여!”라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나도 여러분과 같은 병에 걸렸습니다. 내가 여러분을 사랑하듯, 하나님은 저와 여러분 모두를 사랑하십니다.’라고 설교했고, 그 설교를 들은 한센병 환자들은 모두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후로 섬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약육강식과 무법이 판을 치던 섬, 저주의 분위기가 가득하던 그 섬이 평화의 섬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입니다. 다미안 신부는 그들과 끝까지 함께하면서 자신의 한센병 치료를 거부하다가 결국 4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여러분, 다미안 신부가 그렇게 기꺼이 자신을 한센병에 걸리며 몰로카이 사람들을 사랑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게 바로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의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객관적인 이유로 본다면 벨기에 출신의 신부가 태평양 한 가운데 있는 그 작은 외딴 섬에 찾아갈 이유가 없습니다. 자신을 반겨주지도 않는데, 오히려 자신을 박대하고 핍박하는데 굳이 그곳에 갈 이유가 없습니다. 오직 하나 자신이 경험한 하나님의 크신 사랑이 그의 가슴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그를 그곳에까지 가게 하였고, 그곳에서 기꺼이 자신의 생명을 내놓는 사랑을 하게 한 것입니다.
여러분, 하나님의 사랑은 그렇게 위대한 사랑입니다. 아니 어쩌면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참으로 가슴 아픈 사랑입니다. 하나님은 죄에 빠져 하나님을 등지도 죄의 종노릇하는 우리 인간을 바라보시며 너무나도 가슴 아파 아셨습니다. 아무리 하나님께로 돌아오라고 외치고 외쳐도,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려도 죄에 빠진 인간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도 않았고, 하나님께로 돌아가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불러로 대답이 없고, 기다리고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죄인들을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마음은 너무나도 아프셨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로 돌아오지 않는 우리를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마음은 가슴 아픈 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죄악에서 돌이켜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오게 하시고 싶었습니다. 왜요?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방법이 당신의 독생자를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본문은 우리에게 이렇게 선언합니다.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우리에게 생명을 주셨습니다. 그 십자가 사랑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죄와 사망의 법 아래에서 죄의 종노릇하며 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죄를 해결하시고 용서해 주시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당신의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시어 십자가에 죽게 하시는 방법 외에는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독생자를 이 땅에 보내주신 것입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 당신의 독생자를 세상에 내어주시고, 그 독생자를 십자가에 못 박에 죽게 하신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입니까? 하나님께서 당신의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겪으시며 내리신 결정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당신은 가슴이 아프지만 우리를 살리시는 방법은 그 독생자를 우리를 위해 내어주시는 것, 그래서 그 독생자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게 하시는 것, 그 방법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은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우리의) 죄로 말미암아 자기 아들을 죄 있는 육신의 모양으로 보내어 육신의 죄를 정하사 육신을 따르지 않고 그 영을 따라 행하는 우리에게 율법의 요구가 이루어지게 하려 하심이니라.” 당신의 사랑하는 독생자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 주신 것만도 우리를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가슴 아픈 사랑 때문이었는데, 하나님께서는 죄가 없으신 당신의 독생자에게 우리의 죄를 다 짊어지게 하시고 십자가에 죽게 하셨습니다. 죄없는 아들에게 인간의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우시는 것도 마음 아픈 일이거니와, 그 죄를 짊어지고 십자가에 죽게 하심은 더더욱 가슴 아픈 일입니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사랑도 가슴 아픈 사랑이고, 그 사랑을 완성하시는 방법 또한 가슴 아픈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가슴 아픈 사랑으로 점철된 가슴 아픈 사랑입니다.
그 하나님의 가슴 아픈 사랑 때문에 이 땅에 오신 분이 우리 예수님이십니다. 베들레헴 마구간에서 태어나신 예수님은 그 하나님의 가슴 아픈 사랑의 결정체입니다. 우리는 아기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심으로 구원의 은혜를 덧입게 되었고, 그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구원이 완성되었습니다만, 하나님의 입장에서 보면 당신의 독생자를 이 땅에 보내심도 가슴 아픈 사랑 때문이었고, 그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심도 가슴 아픈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여러분, 오늘은 기쁜 성탄절입니다.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아기 예수님이 이 땅에 태어나신 기쁜 날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기쁜 날 그 아기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실 수밖에 없었던 하나님의 가슴 아픈 사랑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독생자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시면서 하나님께서 얼마나 가슴 아파하셨을까?’를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면 그 아픈 마음을 억누르고 당신의 독생자를 이 땅에 보내셔야만 했을까?’를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생각한다면 우리는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는 사람들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태어나신 것은 축하받을 일이 아니라 영광을 받으셔야 할 일입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죽으시기 위해서, 우리 인간의 모든 죄를 대신 짊어지시고 십자가에 죽으시기 위해서 이 땅에 태어나셨습니다. 우리가 죄를 짓지 않았다면, 그래서 우리의 죄값으로 죽으실 필요가 없으셨다면 예수님께서 하늘 영광의 보좌를 버리고 이 땅에 오시지 않아도 됩니다. 예수님은 이 땅에 오시지 않았다면 하나님 보좌 우편에서 하나님과 함께 온 인류와 온 피조물들에게 영광을 받고 계셔야 합니다. 그저 영광을 받으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죄를 짓는 바람에, 우리 인간이 죄의 노예가 된 채 하나님께서 돌아가지 못한 죄인 중에 죄인이 되는 바람에 영광의 자리를 버리시고 이 땅에 오셔야 했습니다. 그리고 죄인인 인간에게 고난당하시고 십자가에 죽으셔야만 했습니다. 이 땅에 오시지 않았다면 고난당하실 일도 없고 십자가에 죽으실 일도 없으십니다. 그런데 주님은 영광의 자리에 계시지 않고 가슴 아픈 하나님의 사랑을 이루어드리기 위해서 낮고 천한 자리에 내려오셨습니다. 그리고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확증해 주셨습니다.(로마서 5:8) 그래서 예수님의 탄생은 축하가 아니라 감사입니다. 고난 받으시기 위해서, 그리고 결국에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죽기 위해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할 순 없습니다. 감사하고 영광을 돌릴 뿐입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가슴 아픈 사랑으로 사랑하셨습니다. 그래서 죄인인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당신의 독생자를 이 땅에 보내시기로 결정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독생자를 십자가에 죽게 하셔야 하는 가슴 아픈 결정을 내리셔야 했습니다. 우리를 위해서 말입니다.
우리는 지금 그 사랑을 노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사랑에 감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가슴 아픈 사랑 때문에 아기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기 때문입니다. 그 하나님의 가슴 아픈 사랑 때문에 우리가 구원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가슴 아픈 사랑입니다. ‘내가 내 아들 독생자를 너를 위해 세상에 내어주고, 너를 구원하시기 위해 가슴 아픈 사랑으로 내 사랑하는 아들을 십자가에 죽게 하였는데, 너는 지금 그 사랑을 가슴에 품고 살고 있느냐?’ 우리 주님은 오늘도 우리에게 묻고 계십니다. ‘내 가슴 아픈 사랑으로 사랑한 그 사랑을 알고는 있느냐?’고 말입니다.
< 2018년 12월 25일 성탄감사예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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