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귀한 여인
< 본문 - 열왕기하 4:8-16 >
중국 역사상 가장 살기 좋은 태평성대를 누렸던 시기를 고르라고 하면 누구나 ‘요순시대’(堯舜時代)를 떠올릴 것입니다. 요임금과 순임금이 스스로 검소한 생활을 실천하며 백성들을 위한 통치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그 두 임금이 잘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런 숨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날 요임금이 민정시찰을 나갔습니다. 임금님이 행차하자 백성들이 길가에 엎드려 왕에게 무한한 존경과 복종의 뜻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길가 뽕밭에서 뽕을 따는 아가씨 하나가 왕의 행차 앞에 엎드리기는커녕 왕의 행차에 한번도 눈길을 주지 않고 그저 열심히 뽕만 따고 있었습니다. 어진 요임금이라 하더라도 한편으로는 괘씸한 생각이 들어 어가를 멈추게 하고서 그 아가씨를 바라보니 뽕을 따고 있는 그 아가씨의 뒷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웠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아가씨에게 다가갔습니다. 왕이 가까이 왔는데도 그 아가씨는 왕을 쳐다보지도 않고 여전히 뽕을 따고 있습니다. 은근히 자존심이 상한 왕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는 나의 백성이 아니란 말이냐? 왕이 너를 찾아왔노라.” 그때서야 이 아가씨는 몸을 돌려 정중히 목례를 했습니다. 그 순간 왕은 크게 실망하고 말았습니다. 뒷모습은 아름다웠는데 그 아가씨의 얼굴에는 보기에 민망한 혹이 달려 있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왕은 아가씨에게 말을 이어 갔습니다. “만백성이 짐을 우러러 경의를 표하고 땅에 부복하여 순종의 뜻을 보이거늘, 너는 어찐 연고로 부복은 고사하고 아예 오불관언(吾不關焉) 한단 말이냐?” 오불관언(吾不關焉)이란 말은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태도’를 말합니다. 그러자 아가씨가 아주 당당하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백성의 어버이이신 왕에게 부복하는 일만 경의가 아니고 부모의 뜻을 따라 제 소임에 충실함이 더 큰 충성이라 생각되옵니다.’ 그 말에 감동을 받은 왕이 다시 물었습니다. ‘네 얼굴에 혹이 달려 있어 창피하지 않느냐?’ 그러자 아가씨는 ‘신체발부는 하늘이 부모님을 통해 주신 은사이오며 하늘의 뜻인데, 어인 연고로 소녀의 생김새를 조롱하시옵니까?’라고 대답했습니다. 왕은 이런 어질고 현명한 신하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엉뚱한 질문을 하나 더 했습니다. “너를 내 왕비로 삼고 싶구나. 날 따라가겠느냐?” 많은 여인들이 그 말이라면 ‘황공무지로소이다.’라고 대답하겠지만, 이 아가씨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백성들에게 학문보다는 예를 먼저 가르치셔야 하고, 재리보다는 도리를 먼저 가르치시는 것이 군왕의 도라고 생각하옵니다. 대왕께서 그럴 뜻이 있으시면 나라의 질서를 지키고 예도를 가르치시기 위해 당연히 먼저 양친의 동의를 구한 다음 혼서를 보내시고 예법이 정한 바에 따라 가장 모범이 되는 절차를 준행함이 마땅한 줄 아온데, 어이하여 소녀를 노상납치하려 하시옵니까?’
말씨름에서 크게 패한 왕은 그녀에게 감탄하여 왕궁으로 돌아가 예법에 따라 청혼을 하고 혼서를 보냈습니다. 왕의 결혼식이 열리던 날 수많은 사람들이 새로 올 왕비가 얼마나 미인일까 궁금해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왕비의 가마가 왕궁에 도착하고 가마의 문이 열리자 왕비를 처음 본 궁녀들의 입가에 조롱하는 미소가 피어올랐습니다. 얼굴이 혹이 있어 볼썽사나운 왕비를 무시한 것입니다. 그러나 가마에서 내린 왕비는 수많은 시종들 앞에서 팔을 걷어 올리고 주방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궁녀들은 더욱 비웃으며 왕비를 말렸습니다. 그러자 왕비는 ‘난 왕의 아내다. 내 손으로 진지를 해드리는 게 도리이다. 저리 비켜라.’ 그리고는 왕의 수라상을 준비한 다음 사치스러운 궁녀들의 복장과 경박한 행동을 지적하여 호령했습니다. ‘오늘부턴 백성들보다 사치하는 자는 그냥 두지 않겠다. 농어촌의 선량한 부인들보다 잘 먹거나 더 게으른 자는 용서하지 않겠다. 백성들의 어버이신 왕을 섬기는 자들이 백성들보다 예와 도리가 모자라면 어떻게 왕께서 바른 정치를 하실 수 있단 말이냐?’ 왕비의 엄숙하고 단호한 질책에 궁녀들의 비웃던 입이 모두 굳게 다물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날부터 나라의 질서와 도덕이 하루가 다르게 바로 서기 시작했습니다. 궁중이 달라지고 대신들이 달라졌습니다. 공직자가 달라지니 백성 또한 금새 달라져 나라엔 도둑이 없어지고, 세상인심이 어딜 가나 풍요로워 졌습니다. 그리하여 이 위대한 여인이 요순시대의 태평성대를 누리게 한 불가사의한 기적을 낳았던 것입니다.
먼 훗날 왕비가 세상을 떠나자 왕은 물론이거니와 온 나라의 백성들까지 크게 목 놓아 엉엉 울었고, 왕비의 은덕을 높이 기리고 사모하던 백성들 중에는 그 서거소식에 너무 충격을 받아 쓰러지거나 식음을 폐하고 애도하는 자가 부지기수였다고 합니다.
여러분, 정말 귀한 사람의 모습은 외모의 아름다움에 있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존경을 받고 많은 사람에게 큰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은 어떤 외적인인 화려함이 아니라 마음과 인격의 성숙함에서 그 힘이 나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한 여인도 그렇습니다. 오늘 본문에 그 여인을 가리켜 ‘귀한 여인’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성경은 왜 그 여인을 가리켜 ‘귀한 여인’이라고 표현했을까요? ‘귀한 여인’이라는 말의 의미는 위대한, 존귀한, 키가 큰 여인이라는 뜻입니다. 그 말속에는 부유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오늘 말씀을 근거로 생각해보면 그 여인의 가정이 부유한 것은 사실인 듯합니다. 엘리사를 위하여 자신의 집 위층에 작은 다락방을 지어주는 것을 볼 때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지금으로부터 약 2,800여 년 전인 당시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고 살기에도 힘겨운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에 그 당시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선지자 생도의 아내가 너무 가난하여 빚을 내었는데, 빚을 갚지 못하자 빚을 준 사람이 그의 두 아들을 종으로 데려가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엘리사가 그 여인에게 집에 기름이 조금 남은 것을 알고는 그릇을 빌릴 수 있는 대로 빌려 빈 그릇에 기름을 부으라고 말합니다. 엘리사의 말대로 빈 그릇을 빌려 그 그릇에 기름을 붓자 그릇에 기름이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빈 그릇에 가득 찬 그 기름을 팔아 빚을 갚고 남은 것으로 생활비에 보탤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이었습니다. 여유 있게 사는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고 있고, 남편이 없는 여인들은 빚을 내어 생활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빚을 갚지 못하면 자식들을 종으로 넘겨주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힘들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에, 오늘 본문에 나오는 수넴 여인은 엘리사를 위해 다락방을 지어줄 정도로 생활이 여유로웠습니다.
그렇게 오늘 본문의 여인을 ‘귀한 여인’이라는 한 그 말 속에는 그 여인이 경제적으로 풍부하게 사는 여인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 그를 ‘귀한 여인’이라고 표현하진 않습니다. 성경에서 그녀를 ‘귀한 여인’이라고 부른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그녀의 마음가짐이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답고 귀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오늘 본문에서 하나님께서 이 여인을 ‘귀한 여인’이라고 표현하신 두 가지 이유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나그네를 대접할 줄 아는 여인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 8절에서 말씀한 것처럼 이 수넴 여인은 자기 집 곁을 지나가는 엘리사를 간권하여 집으로 데리고 가서 음식을 대접했습니다. 그리고 한 번만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엘리사가 그 곁을 지나갈 때마다 엘리사에게 음식을 대접했습니다.
여러분, 생활이 여유롭다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본문 8절에서 주목해 보아야할 단어가 ‘간권하다’는 동사입니다. 이 단어는 엘리사가 여인의 권면에도 ‘괜찮다’고 그냥 지나치려고 하자 소매를 붙잡고 강하게 권면하여 자기 집으로 모셔 들여 음식을 극진히 대접했다는 뜻입니다.
지나가는 나그네와 같은 엘리사를 강권하여 그렇게 대접한 그 여인을 보면서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브라함입니다. 창세기 18장에 보면 아브라함은 자신의 장막 앞을 지나가는 세 사람을 자신의 집으로 영접합니다. 그 때 아브라함이 어떤 모습으로 나그네 세 사람을 영접했는지 성경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날이 뜨거울 때에 그(아브라함)가 장막 문에 앉았다가 눈을 들어 본즉 사람 셋이 맞은편에 서 있는지라. 그가 그들을 보자 곧 장막 문에서 달려 나가 영접하며 몸을 땅에 굽혀 이르되 내 주여 내가 주께 은혜를 입었사오면 원하건대 종을 떠나 지나가지 마시옵고 물을 조금 가져오게 하사 당신들의 발을 씻으시고 나무 아래에서 쉬소서. 내가 떡을 조금 가져오리니 당신들의 마음을 상쾌하게 하신 후에 지나가소서. 당신들이 종에게 오셨음이니이다.”(창세기 18:1-5) 이런 아브라함의 모습을 히브리서 13:2절에서는 “손님 대접하기를 잊지 말라. 이로서 부지중에 천사들을 대접한 이들이 있었느니라.”라고 말씀하십니다. ‘부지중에 천사들을 대접한 이들이 있었다.’는 말씀은 아브라함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천사를 대접한 사람들이 여럿이 있었다는 말씀입니다.
어쩌면 오늘 본문에 나오는 수넴 여인도 그 사람 가운데 하나였을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부지중에 천사를 대접함으로 소돔성이 곧 하나님의 심판으로 멸망할 것이라는 하나님의 비밀을 듣게 되고, 그 성읍이 멸망당하지 않기 위해서 간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수넴 여인 역시 엘리사를 극진히 대접함으로서 그의 가정에 자식이 없다가 늘그막에 아들을 얻는 복을 얻게 됩니다.
여러분, 성경은 우리에게 자주 나그네를 대접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왜 성경은 나그네를 대접하라고 그렇게 자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것이 바로 이웃을 사랑하는 거룩한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나그네가 내 가장 가까운 이웃입니다. 내가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내 가장 가까운 이웃이 바로 나그네입니다. 성경은 그들이 인간의 모습으로 변장한 하나님의 천사들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나그네를 대접하는 것은 곧 천사를 대접하는 것이고, 천사를 대접하는 것은 하나님을 대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그 나그네를 대접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여러분, 지금 내 눈에 들어온 나그네는 누구입니까? 아브라함처럼 장막 문에 앉아 눈을 들어 바라볼 때 나그네가 보입니다. 우리의 눈이 우리 자신의 욕망만을 바라보면 우리 곁을 지나가는 나그네, 우리가 손을 내밀어 영접해야 할 나그네가 결코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늘 본문의 수넴여인을 생각해 보십시다. 그녀가 엘리사를 대접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오늘 본문 9절에서 그녀가 남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항상 우리를 지나가는 이 사람은 하나님의 거룩한 사람인 줄을 내가 아노니.” 수넴 여인은 엘리사가 그녀의 집 곁을 지나가는 모습을 자주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냥 지나쳐가는 사람’이라고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엘리사를 집안으로 영접하여 음식을 대접하면서 엘리사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이 ‘이 사람은 하나님의 거룩한 사람이구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음식을 대접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엘리사가 지나다니면서 언제든지 쉴 수 있도록 다락방까지 만들어줄 생각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여러분, 그냥 지나치면 아무 것도 안 보입니다. 유심히 관찰해야 보입니다. 우리는 하나님께 ‘나그네를 볼 수 있는 눈을 달라.’고 기도해야 하고, 기도한 것처럼 우리의 시선을 들어 내 주변을 주의 깊게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나그네가 보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이 수넴 여인을 ‘귀한 여인’이라고 칭찬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귀한 사람을 귀한 사람으로 볼 줄 아는 안목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이 여인은 엘리사가 ‘하나님의 거룩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여러분, 그렇다면 이 수넴 여인은 어떻게 엘리사가 하나님의 거룩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겠습니까? 엘리사가 수넴 여인에게 ‘나는 선지자요! 엘리야 선생님을 뒤를 이은 선지자요!’라고 말해 주었기 때문에 수넴 여인이 엘리사를 ‘하나님의 거룩한 사람’이라고 알았을까요? 분명히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은 엘리사가 스스로 ‘나는 선지자입니다.’라고 먼저 말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 수넴 여인이 남편에게 “항상 우리를 지나가는 이 사람은 하나님의 거룩한 사람인 줄을 내가 아노니.”라고 말할 때, ‘아노니’라는 단어는 오랜 기간 동안 경험을 통해서 또는 인간의 감각기관을 통해서 체득한 지식을 가리킬 때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바꿔 말하면 수넴 여인은 엘리사에게 음식을 대접해 주면서 그를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처음부터 선지자라는 것을 알고 음식을 대접한 것이 아니라, 음식을 대접하면서 그의 행동이나 말하는 것이나 그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한 결과 엘리사가 하나님의 거룩한 사람(선지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오랜 기간 동안 유심히 살펴본 것만으로 엘리사가 하나님의 거룩한 사람(선지자)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당시 이 수넴 여인이 살고 있던 북이스라엘은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아합왕과 이세벨이 통치하고 있던 당시 북이스라엘에는 바알과 아세라의 우상이 판을 치고 있었습니다. 엘리야 시대에는 엘리야가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은 다 죽임을 당하고 오직 나 홀로 남았습니다.’(열왕기상 19:10)고 말할 정도로 아합과 이세벨 시대에 북이스라엘에는 하나님을 진실되이 섬기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만큼 영적으로 어두운 세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수넴 여인은 신앙의 눈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엘리사를 보면서 하나님의 거룩한 사람이라고 알아보았다는 것은 그가 하나님을 진실되이 섬기는 신앙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온통 세상은 하나님을 버리고 왕의 권력 아래서 우상을 섬기고 있던 때에, 세상의 분위기나 흐름을 따르지 않고 오직 믿음으로 살려고 했던 사람, 신앙의 눈을 가지고 신앙인이 얼마나 귀한 사람인지를 아는 사람이 수넴 여인이었습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 시대에 하나님께로부터 ‘참 귀한 사람이구나!’라고 칭찬을 받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아무리 세상이 빠르게 흐르고, 거침없는 세속의 물결이 우리 시대에 휘몰아친다 하더라도 세상을 닮아가지 않고 오직 믿음으로 살려고 몸부림치는 사람입니다. 세상에 익숙해지고 세상을 가까이 하여 세상의 흐름에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을 바라보며 하나님의 뜻을 구하여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살려고 몸부림치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하나님의 뜻을 찾고,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사람이어야 영적 감각이 살아있는 신앙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적당히 세상과 타협하고 세상의 물결에 우리의 마음을 빼앗긴 채 살아가면 우리의 영적 감각이 무디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도 없고, 어떻게 사는 것이 하나님의 얼굴에 미소를 지어드릴 수 있는 것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하나님의 마음에 기쁨을 드리는 것인지 알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그런 영적 감각이 무디어진 채 스스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며 살다보니까 기도를 해도 내 욕심을 채우는 기도를 할 뿐입니다. 찬양을 해도 하나님께 합당한 영광을 드리기 위해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내 감정적인 만족을 위해서 찬양합니다. 말씀을 들어도 하나님께서 오늘을 살아가는 나에게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깨달으려 하기보다는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들으려고 할 뿐입니다. 오늘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음성은 듣지 못하고 자꾸만 내 욕망의 소리와 세상의 유혹하는 소리가 내 귀에 큰 소리로 들릴 뿐입니다.
여러분,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신앙적 감각이 살아 있어 민감하게 하나님의 역사에 반응하며 살고 계십니까? 혹시 영적 감각이 무디어져 있는데도 감각이 무디어진지도 모른 채 살고 있진 않으십니까? 영적 감각이 무디어지니까 신앙생활하는 것에 기쁨이 없습니다. 교회에 나오긴 나오는데 영적 만족이 없습니다.
오늘날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영적 감각을 키우는데 시간을 보낼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에이, 목사님이 몰라서 그렇지 세상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치열한데, 영적인 감각으로 세상을 살 수 있는 줄 아세요?’ 혹 그렇게 생각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수넴 여인을 생각해 보십시다. 경제적으로 여유롭다고 그녀에게 치열한 세상살이의 고민이 없었겠습니까? 말씀드린 것처럼, 이 여인에게는 자식이 없었습니다. 14절에서 말씀하고 있는 것처럼 그 여인의 남편은 이제 늙어서 자식을 낳을 희망을 포기한 상태입니다. 당시 문화 속에서 자식이 없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십니까? 당시 문화 속에서 자식은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으로 여겼습니다. 자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하나님께 복을 많이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반대로 자식이 없거나 자식이 어린 나이에 일찍 죽으면 그는 하나님께 저주를 받은 사람으로 취급당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여인은 겉으로는 경제적인 풍요로움 때문에 아무런 걱정도 없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습니다. ‘부자이긴 하지만 무슨 큰 죄를 지었길래 하나님께서 자식을 주시지 않았대?’ 그런 주변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를 수도 없이 들어야 했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의 수군거리를 소리나 그런 눈치를 느낄 때 그녀의 마음이 어떠했겠습니까? 어쩌면 자신에게 자식을 주지 않으신 하나님을 버리고, 다산과 풍요의 상징인 바알과 아세라를 섬기는 것이 더 나을지 모릅니다. 바알과 아세라를 섬기는 사람들은 바알과 아세라를 섬기면 자식들을 많이 낳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입장에서 오늘 본문에 나오는 수넴 여인은 참 한심한 사람입니다. 자식이 없으면 자식을 많이 낳게 해 주는 바알과 아세라를 섬기면 되는데, 그 여인은 하나님만 섬긴다고 하면서 자식 없이 살아가니 주변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한심한 사람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녀는 주변 사람들이 뭐라 하든 상관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만 섬기는데 열심했습니다. 영적 감각을 잃지 않고 하나님의 사람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알아보는 신앙의 안목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엘리사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그녀에게 아들을 주신 것입니다.
여러분, 영적 감각을 가지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을 살면 언젠가 반드시 하나님께서 그에 대해서 복을 주십니다. 우선 당장 세상의 것에 만족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를 바라보며 사는 믿음의 사람들에게는 하나님께서 반드시 복에 복을 더해 주십니다.
오늘은 여전도회주일입니다. 여전도회주일에 우리 여전도회 회원들이 특별히 하나님을 사랑하고 사모하는 귀한 믿음의 사람들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오늘 수넴 여인처럼,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그네를 대접할 줄 아는 신앙, 영적 감각을 가지고 귀한 사람을 귀한 사람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지고 사는 신앙인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자식 잘 키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돈을 많이 벌어 힘든 가정에 조금 더 여유롭게 사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바른 신앙으로 사는 것입니다. 신앙의 감각을 잃지 않고 사는 것입니다.
여러분,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 1926-1962)를 잘 아시지요? 이미 고인이 된 사람이지만 한 때 ‘만인의 연인이요 세계 남성의 우상’처럼 군림했던 미국의 가수이자 영화배우입니다. 그녀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나는 한 여성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졌습니다. 나는 젊고 아름답습니다. 나는 돈도 많고 사랑에 굶주리지도 않았습니다. 매일 수백 통의 팬레터도 받습니다. 나는 누구보다도 건강하고 부족한 것이 없습니다. 미래에도 그렇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런데 웬일일까요? 나는 너무나도 공허하고 불행합니다. 뚜렷한 이유를 찾을 수는 없지만 나는 불행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 마릴린 먼로가 1962년 8월 5일 ‘나의 인생은 파장하여 문 닫는 해수욕장과 같다.’는 글을 남기고 36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녀의 사망원인은 ‘수면제 과다복용에 의한 급성 바르비투르 중독’이라고 알려졌습니다. 물론 마를린 먼로의 사망 원인에 대한 의구심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공식발표를 근거로 한다면 그녀는 그런 수많은 인기와 부를 누렸지만, 36살의 젊은 나이에 수면제를 먹지 않고는 잠을 잘 이룰 수 없었고, 인생의 마지막에는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여 자살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하나님 없는 인생은 세상의 모든 행복의 조건들을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그것은 신기루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잠언에서는 이렇게 말씀합니다. “고운 것도 거짓되고 아름다운 것도 헛되나 오직 여호와를 경외하는 여자는 칭찬을 받을 것이라.”(잠언 31:30)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보다 더 귀한 것은 없습니다. 하나님을 바르게 잘 섬기는 것보다 더 큰 복은 없습니다.
엘리사 시대의 수넴 여인, 성경은 그녀의 이름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저 수넴이라는 지역에 살고 있는 여인일 뿐입니다. 그런데도 성경은 그녀를 ‘귀한 여인’이라고 칭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뭐라고 평가해도 괜찮습니다. 하나님께로부터 ‘너는 참 귀한 사람이다.’는 칭찬을 받는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하나님께서 귀한 사람으로 칭찬하시는 그런 믿음으로 사십시다. 그런 믿음의 사람으로 사십시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우리 삶을 지켜 주실 것입니다.
< 2019년 1월 20일 주일낮예배 - 여전도회주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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