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이 가신 그 길 - 십자가

< 본문 - 마태복음 16:21-27 >

  어떤 분이 보내준 이런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아내와 함께 가난하게 살던 한 농부가 집을 떠나 다른 마을에 가서 돈을 벌어오기로 했습니다. 농부와 아내는 서로를 향한 믿음을 지키자고 굳게 약속했고, 농부는 자기 집에서 20일을 걸어서 가는 먼 곳의 어느 부잣집에서 20년을 일하게 되었습니다. 농부는 주인에게 자신의 품삯을 저축해 두었다가, 20년이 차면 되돌려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어느 덧 세월은 흘러 20년이 되었습니다. 농부는 주인에게 자신의 품삯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주인이 둘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하라는 제안을 합니다. “20년간 번 돈을 가져갈 것인가, 아니면 세 가지 삶의 지혜를 들을 것인가?”의 선택입니다. 이틀 동안 고민한 농부는 20년간 번 돈 대신 세 가지 삶의 지혜를 듣기로 했습니다. 주인은 미소를 지으며 조목조목 세 가지 삶의 지혜를 말해주었습니다. “첫째로 인생에서 지름길을 택하지 말게. 지름길로 가려다가 대가를 크게 치르고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네. 둘째로 과하게 호기심을 가지지 말게. 과한 호기심은 다칠 수도 있다네. 셋째로 화가 났을 때 절대로 무언가를 결정하지 말게. 그렇지 않으면 끝없는 후회를 하게 된다네.” 그렇게 삶의 지혜를 알려준 주인은 농부에게 빵 세 덩어리를 주며 ‘첫 번째와 두 번째의 빵은 집에 돌아가는 길에 먹고, 세 번째 빵은 집에 돌아가서 먹으라.’고 당부했습니다.

  농부는 주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집을 향해 길을 떠났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던 첫날 농부는 ‘어디로 가느냐?’고 묻는 한 낯선 여행자를 만났습니다. 농부는 ‘20년의 노동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 중이라’고, ‘집까지는 20일이나 걸린다.’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낯선 여행자는 이렇게 제안합니다. “제가 5일밖에 걸리지 않는 더 빠른 지름길로 안내해 주겠습니다.” 농부는 집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그 지름길로 가려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주인이 해줬던 첫 번째 조언이 떠올랐습니다. 농부는 지름길 대신 20일이나 걸리는 긴 여정을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노상강도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밤이 되어 농부는 한 마을로 들어갔고 거기서 하룻밤을 머물러 가기로 했습니다. 그가 잠을 자고 있을 때 큰 울음소리가 그를 깨웠습니다. 무슨 소리인지 궁금해져서 그는 일어나서 문을 조금 열어보았습니다. 그러나 농부는 주인이 해줬던 ‘과한 호기심을 가지면 다칠 수 있다’는 두 번째 조언을 떠올리고는 그냥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집주인은 “호랑이가 밤에 마을로 내려왔습니다. 그래서 모두 문을 단단히 잠그고 있었지요.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호기심을 절제한 대가로 다시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농부는 20일이 걸려 늦은 밤에 드디어 자신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집에는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부푼 마음으로 그는 창문 쪽으로 다가가 집 안을 들여다보는 순간 기쁨이 큰 충격과 분노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그의 아내가 한 젊은 남자를 껴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증오심과 미움의 마음에 그는 당장 달려가서 둘을 죽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주인이 해 준 세 번째 조언을 기억했고 자신을 억제했습니다. 그날 밤 그는 헛간에서 잠을 자고, 해가 떠오르자 마음을 진정하고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주인에게 돌아가서 일을 다시 구하고, 아내와 그의 애인을 죽이지 말자.’ 그리고는 20년 동안 일했던 주인에게 돌아가기 전에 아내에게 자신은 항상 믿음을 잃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그가 자신의 집 방문을 두드렸을 때 아내는 문을 열고 20년 만에 만난 남편의 품에 안겨왔습니다. 농부는 아내를 거칠게 밀어내며 슬프게 말했습니다. “나는 항상 믿음을 지켰는데 당신은 나를 배신했소!” “아니에요!” 아내가 강하게 머리를 저었습니다. “나는 어젯밤에 당신과 한 남자가 함께 있는 것을 보았단 말이요!” 남편의 그 말에 아내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 남자는 우리 아들이에요. 당신이 떠날 때 저는 임신 중이었고 우리 아들은 벌써 스무살이 되었어요!” 그 말을 들은 농부는 비안함과 기쁨에 아내를 꼭 껴안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부부와 아들은 마지막 남은 빵을 먹기 위해 마주 앉았습니다. 농부가 빵을 자르니 그 속에는 그가 20년 동안 번 돈과 이자가 고스란히 들어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제 마음속에 강하게 와 닿는 것이 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지름길로 가지 마라. 지름길로 가려다가는 큰 대가를 치르게 되고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특별히 이 말이 마음에 끌린 이유는 사순절 십자가를 묵상하면서, 주님이 가신 십자가의 길은 지름길이 아니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쉽고 빠른 지름길로 가려고 합니다. 우리 가운데 혹 ‘나는 그렇지 않아! 나는 지름길보다 멀고 험한 길이라 하더라도 정도로 가는 사람이야!’ 그렇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 있습니까? 혹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오신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지름길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없었거나 지름길로 가는 방법을 몰라서 그저 묵묵히 걸어왔기 때문에 지름길로 가지 않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빠른 길이 있으면 의당 그 길로 가고 싶어 하고, 지름길이 있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길로 가고 있는 우리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지름길이 때로는 우리의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지름길로 가고 싶어 하는 우리의 욕망과 달리 지름길이 훨씬 더 먼 길일 수도 있고, 험한 길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가야할 길은 지름길이 아니라 십자가의 길이고, 빠른 길이 아니라 바른 길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이 가셔야 할 십자가의 길에 대해서 말씀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우리는 오늘 본문의 말씀을 통해서 믿음의 길에서 실패한 베드로이지만 다시금 믿음의 자리로 회복시켜주시는 주님의 모습을 함께 생각해 보았습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는 주님의 질문에 베드로는 너무나도 멋진 신앙고백을 했습니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 그 고백을 들으신 주님께서는 너무너무 기뻐하시면서 베드로를 칭찬하시고 축복해 주셨습니다. 베드로의 신앙고백을 들으신 주님께서 ‘그 때로부터 비로소’ 당신이 가셔야 할 십자가의 길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베드로는 십자가의 길을 가야 한다는 주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없었고,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주님을 꾸중하면서 ‘절대로 그런 생각하셔서는 안 된다’고, 주님의 말씀을 가로막았습니다. 십자가의 길을 가로막고 ‘그 길을 가서는 안 된다’고 주님을 책망한 베드로의 행동을 인간적인 생각으로 바라본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향해서 ‘우리 민족을 로마의 압제로부터 해방시켜줄 메시야’라고 기대하고 있는데, 죽으시겠다니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베드로 개인적인 입장에서 생각해 봐도, ‘모든 것을 포기하고 3년 동안이나 주님을 따라다녔는데 주님이 죽으신다면 나는 뭐가 되느냐?’는 항변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다분히 인간적인 생각으로 생각할 때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도리어 베드로를 책망하십니다. 사람의 생각에 사로잡혀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사탄의 부역자와 다름이 없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베드로를 향해서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고 호되게 책망하십니다. 고난의 길, 십자가 죽음의 길을 가시겠다는 주님의 말씀을 가로막는 것은 결국 사탄이 좋아할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 말을 거꾸로 생각하면 주님은 어떤 일이 있어도 고난의 길, 십자가의 길을 가시겠다는 뜻입니다. 왜요? 그것이 하나님께서 주님께 주신 사명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주님은 그 길을 향해 가시려 하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 이어 나오는 변화산 이야기 이후 예수님은 오로지 예루살렘만 바라보며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십니다. 그 길이 고난의 길, 죽음의 길, 십자가의 길임을 아시면서도 말입니다. 그래서 누가복음 9:51절에서는 이렇게 말씀합니다. “예수께서 승천하실 기약이 차가매 예루살렘을 향하여 올라가기로 굳게 결심하시고.” 예수님께서는 굳게 결심하시고 예루살렘에 올라가셨습니다. 십자가를 지시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마귀는 끊임없이 예수님을 유혹했습니다. 십자가의 길을 가지 못하도록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실 때 먼저 광야에서 금식하셨습니다. 그 때 마귀가 예수님을 찾아와서 시험했습니다. ‘돌로 떡덩이를 만들어라!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라! 내게 엎드려 절하면 천하만국의 영광을 다 주마!’ 그 모든 시험은 결국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지 않고 쉽게 명예와 인기와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길이 있는데 왜 굳이 십자가의 길을 가려 하느냐’는 것입니다. 아주 쉽게, 아주 빠르게 우리 인간이 추구하는 것들을 다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고통의 십자가를 굳이 지지 않으셔도 말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 쉽고 빠른 길을 거부하셨습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벳새다 광야에서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후에도 그런 유혹이 있었습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을 체험한 사람들이 ‘이런 분이 우리의 임금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예수님을 자기들의 왕으로 삼으려 했습니다.(요한복음 6:15) 그걸 아시고 예수님께서 홀로 산으로 몸을 피하셨습니다. 만일 그 때 예수님께서 백성들의 요구에 응하여 ‘너희가 정 그렇게 원한다면 내가 너희의 임금이 되어주마!’라고 말씀하셨다면 예수님께서는 충분히 왕의 자리에 오르실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쉽고 빠른 길을 거부하셨습니다. 십자가의 길을 가시기 위해서 말입니다.

  오늘 본문에서도 고난의 길, 십자가의 길, 죽음의 길을 가시겠다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 베드로가 ‘주님 절대로 그 길을 가시면 안 됩니다.’라고 말할 때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베드로가 참 고마울 수 있습니다. 고통의 길을 간다는데 ‘왜 굳이 고난의 길, 죽음의 길을 가시느냐?’고 말리는 베드로의 그 마음씀이 민족을 생각하고 스승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역시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은 너 밖에 없구나!’ 그렇게 베드로를 칭찬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단호하게 거부하셨습니다. 편한 길, 쉬운 길, 빠른 길을 거부하셨습니다. 고난의 길, 십자가의 길, 죽음의 길, 비록 멀고 험할지라도 하나님께서 가라 하신 그 길을 가시기 위해서 말입니다.

 여러분, 그거 아세요? 예수님께서 가시는 길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제자인 우리, 하나님의 백성인 우리가 가야 할 길도 쉽고 빠른 길이 아닙니다. 때로는 멀리 돌아서 가야 할 때도 있고, 때로는 험하고 어렵지만 가야할 때도 있고, 때로는 고통과 아픔이 있지만 가야할 때도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에서 400년 동안 종살이를 마감하고 모세의 인도를 따라 애굽을 탈출할 때,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인도하시는 길이 그런 길이었습니다. 성경은 이렇게 증언합니다. “바로가 백성을 보낸 후에 블레셋 사람의 땅의 길이 가까울지라도 하나님이 그들을 그 길로 인도하지 아니하셨으니 이는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이 백성이 전쟁을 하게 되면 마음을 돌이켜 애굽으로 돌아갈까 하셨음이라.”(출애굽기 13:17) 애굽에서 가나안 땅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블레셋 사람들이 사는 땅을 통과해 가는 것입니다. 해변길이라고 말하는 그 길로 가면 일주일, 길게 잡아도 두 주 정도면 가나안 땅까지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빠른 그 길을 놔두고 멀리 돌아서 가야하는 홍해의 광야길(출애굽기 13:18)로 인도하셨습니다. 왜 하나님께서는 빠른 해변길을 놔두고 돌아가는 광야길로 인도하신 것입니까? 그건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해서입니다. 아직 한 번도 전쟁을 해 본적이 없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호전적인 블레셋 사람들과 전쟁을 하게 되면 두려워서 가나안을 향해 가지 않고 다시금 애굽으로 되돌아가버릴 것이 너무나도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빠른 길을 놔두고 돌아가는 길로 인도하신 것은 너무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그것이 이스라엘 백성들이 갈 수 있는 최선의 길이기에 하나님께서 그렇게 인도하신 것입니다. 빠른 길이 아니라 살 길, 쉬운 길이 아니라 힘들지만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길, 그 길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인도하셨습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빠른 길을 가려고 하는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특별히 오늘 우리 시대는 빠름을 추구하는 시대입니다. 인터넷도 2003년 3G였던 것이 2009년에는 4G로 발전했습니다. 4G가 나올 때 그것을 우리는 LTE(Long Term Evolution)라고 말했습니다. 3세대 이동통신인 3G을 ‘오랜 기간 진화’시킨 기술이란 뜻에서 그렇게 이름 붙였고, LTE는 빠름의 대명사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LTE를 넘어 5세대 이동통신인 5G가 상용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5G는 전송속도가 4G보다 무려 20배 정도 빠르다고 합니다. 시대가 엄청나게 빠르게 변화되고 있습니다. 그런 변화에 따라가기 위해서 사람들이 더욱 바빠졌습니다. 우리의 마음에도 빨라야 좋다는 인식이 이미 심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택배도 요즘에는 총알배송이라는 말 가지고는 고객을 감동시킬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나온 말이 ‘로켓배송’이라는 말입니다. 빨리 배송해 주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빠른 것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닙니다. 빠른 것이 옳은 것도 아닙니다. 빠른 것이 유익한 것도 아닙니다. 더구나 십자가의 길을 결코 빠른 길이 아닙니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우리가 가야할 길은 십자가의 길입니다. 십자가를 지고 주님의 뒤를 따라 가야 합니다. 결코 주님보다 앞설 수 없는 십자가의 길을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십자가를 지고는 뜀발질을 할 수 없습니다. 뜀박질을 할 정도로 십자가가 가볍다면 그것은 십자가가 아닙니다.

  여러분, 생각해보십시다. 주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향해 올라가실 때 뜀박질로 골고다에 올라가셨겠습니까? 너무너무 무겁고 힘들어 가다가 쓰러지고, 또 쓰러지며 가셨습니다. 그 십자가가 얼마나 무거우면 밤새도록 재판을 받고 채찍에 맞아 연약해진 주님께서 그 십자가를 지실 수가 없어 구레네 사람 시몬이 대신 지고 가게 하였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인생길을 너무 빨리 가려는 마음 때문에 때로는 우리의 어깨에 지워진 십자가도 내팽개치고 내 욕망이 채찍질하는 대로 달려가곤 합니다. 너무나도 가볍게 빨리 성공이라는 목적지에 가려고 무거운 십자가를 외면하며 달려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빨리 가려하다가 우리는 함정에 빠지기도 하고, 올무에 걸리기도 하여 우리네 인생을 망가뜨리고 맙니다.

  여러분, 우리가 삶아감에 있어 모든 일이 너무 순조롭게 잘 풀린다고 생각되면 그 때를 조심해야 합니다. 내 삶의 걸음에 거칠 것이 없이 형통할 때 그 때가 오히려 위기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때를 하나님께서 도우시고 인도하시는 때인 것처럼 생각하고 싶어 하겠지만, 그 때에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내가 지금 바른 신앙의 자리에 서 있는가 하고 말입니다. 내가 계획한 것보다 훨신 더 빨리 뭔가가 이루어졌을 때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하나님께서 때로 우리의 삶을 조급하게 몰아가실 때도 있습니다. 우리가 계획한 것을 빠르게 이루어주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목적이 분명하지 않는 일에 일이 너무 빨리 진행되고 있다면 그것은 죄의 덫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믿음으로 바르고 정직하게 살려할 때 우리는 세상에서 형통할 수가 없습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와 복음을 위하여 집이나 형제나 자매나 어머니나 아버지나 자식이나 전토를 버린 자는 현세에 있어 집과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자식과 전토를 백 배나 받되 박해를 겸하여 받고 내세에 영생을 받지 못할 자가 없느니라.”(마가복음 10:29-30) 또 이렇게도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세상에 속하였으면 세상이 자기의 것을 사랑할 것이나 너희는 세상에 속한 자가 아니요 도리어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택하였기 때문에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느니라.”(요한복음 15:19) 그렇습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믿음의 사람으로 믿음의 사람답게 살려 할 때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박해를 받고 미움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주님의 뒤를 따라 가야 하는 주님의 제자들입니다. 주님의 제자들은 주님께서 당신의 십자가를 지고 십자가의 길을 가셨듯이, 우리도 우리의 십자가를 지고 주님의 뒤를 따라 가야 합니다. 그 길은 결코 지름길이 아닙니다. 십자가를 쉽게 지고 가는 신앙의 길은 없습니다. 십자가를 포기하고 고속도로와 같은 형통의 길만을 가는 신앙의 길도 없습니다.

  빠른 길로 가려고 애쓰지 마십시다. 쉬운 길로 가려고 안간힘을 쓰지 마십시다. 평안한 길로 가겠다고 잔머리 굴리며 가지 마십시다. 믿음의 길은 우직한 십자가의 길입니다. 그리고 그 길 끝에는 생명이 있습니다. 빨리 자란 풀이 태풍에 쓰러지듯이 빨리 가는 길을 선택한 사람들은 인생에 고난의 바람이 불어올 때 뿌리채 뽑혀 쓰러지고 말 것입니다. 그러나 십자가의 길을 묵묵히 가는 사람은 시냇가에 심겨진 나무처럼 뿌리가 깊어지고 잎이 무성하며 아름다운 열매가 가득하게 됩니다.

  이제 선택은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여러분, 쉬운 길을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힘든 십자가의 길을 묵묵히 가시겠습니까? 빠른 지름길로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돌아서 가더라도 바른 길, 주님의 뒤를 따라가는 십자가의 길을 가시겠습니까? 하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십자가의 길을 가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길 끝에 영생이 있다고 말입니다.

< 2019년 3월 17일 주일낮예배-사순절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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