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이 지고 가는 짐

< 본문 - 창세기 22:1-14 >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펩시콜라의 최고 경영자인 한 여성이 갑자기 사표를 제출하여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준 일이 있었습니다. 그 여성의 이름은 브렌다 반스(Brenda Barnes, 1953-2017, 사진1)입니다.

<사진1 - 브렌다 반스(Brenda Barnes)>

  그녀의 사표가 큰 충격을 준 이유는 그녀에게 사표를 제출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브렌드 반스는 한 때 세계에서 가장 파워풀한 파워여성 10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손꼽힐 정도로 세간에 주목을 받던 사람이었습니다. 스물두 살에 펩시콜라에 입사한 이후 매일 새벽 3시 30분에 기도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해서 저녁 7시 30분까지 하루에 16시간씩 일을 했습니다. 어느 때에는 한 주일에 2/3는 집에 가지 않고 회사에서 밤을 새워가며 일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한 결과 브렌다 반스는 마흔 네 살에 펩시콜라의 최고경영자(CEO)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그녀가 최고경영자 자리에 앉은 이후 펩시콜라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서 창업 이래 최고의 매출실적을 올렸습니다. 1990년대 중반 그녀가 최고경영자로 일하던 때 펩시콜라는 연매출 77억 3천만 달러(우리 돈 약 8조)에 달하는 경이적인 판매고를 올렸고, 순수익만 1조 3천억이 넘는 엄청난 재정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이런 업적으로 브렌다 반즈는 미국 여성 중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사표를 제출하고 평범한 가정주부로 돌아갔습니다. 그녀는 신문 기자들에게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아무런 미련도 없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 바로 그 때가 가장 빠른 때입니다. 가정으로 보다 빨리 돌아왔어야 했습니다. 회사는 내게 보물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맡겨주신 세 아이들이 내 인생 최고의 보물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현재 7살, 8살, 10살 난 귀여운 아이들입니다. 하지만 나는 늘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학예회에 직접 가보지 못하고 나중에 비디오테이프로 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아이들의 생일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보물로 선물해 주신 아이들을 내가 보물로 키우지 못하고 인생 쓰레기로 키운다면 하나님 앞에서 가장 중요한 사명을 저버리는 직무유기의 죄를 범하는 것입니다. 나는 이제 내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가정으로 돌아왔습니다.”

   당시 미국의 매스컴은 이 사건을 두고 대대적인 보도경쟁을 벌였습니다. 이 사건을 향해 ‘경이로운 결단’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아름다운 반란’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가정 복귀운동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의 미국사회나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마찬가지이지만, 가정은 어느 순간엔가부터 더 이상 천국이 아닙니다. 브렌다 반스가 말한 것처럼 어쩌면 쓰레기장으로 변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가정이 골머리가 썩는 곳이고, 문제투성이이며, 상처받는 곳, 살인과 폭력이 자행되는 곳으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부부에게 주신 첫 번째 사명이 ‘서로 돕는 배필로서의 사명’이라면, 부모에게 주신 가장 귀한 사명은 ‘아버지와 어머니로서의 사명’입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이 그 사명에 충실하지 못하고 가정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에 가정이 평화와 안식처인 천국이 아니라, 상처받고 고통 받는 지옥과 같은 곳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사회적으로 성공했다 해도 가정을 바르게 가꾸지 못하고, 하나님께서 가장 귀한 보석과 같은 선물로 맡겨주신 자녀들을 바르게 양육하지 못한다면 그의 인생은 실패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자녀교육이 힘든 일인지 모릅니다. 가장 귀한 사명인줄 알면서도 우리가 그 사명을 잘 감당하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것이 너무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도할 수밖에 없고, 하나님을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께 기도하며 하나님께 맡기는 믿음으로 자녀를 양육하는 것을 우리는 한 마디로 신앙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내게 주신 자녀교육과 양육의 사명을 다 바르게 감당할 수 없기에 내 자녀들을 믿음으로 키우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입니다. 내 자녀들을 믿음으로 양육하면, 그래서 내 자녀들이 바른 믿음을 가지고 자라기만 하면 그는 하나님의 손을 붙잡고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사명을 감당하는 멋진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우리 아이들을 믿음으로 양육한다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대로 가르치는 것입니다. 성경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신 자녀교육과 양육의 방법이 참으로 다양하고 많습니다. 또 자녀를 믿음으로 양육한 믿음의 선배들의 모습도 성경에 많이 등장합니다. 그 가운데 아브라함이 그의 아들 이삭에게 보여준 자녀교육과 양육의 모습이 우리에게 한 롤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아브라함은 하란에 머물고 있을 때 75세의 나이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가나안 땅으로 이주해 옵니다. 그 때 아브라함에게는 아직 자식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브라함은 자신의 후계자로 롯을 생각하고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라.’는 말씀에도 불구하고 롯을 데리고 가나안 땅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창세기 13장에 보면 하나님께서 아브라함과 롯을 헤어지게 하십니다. 롯을 떠나보낸 이후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한 아브라함에게 하나님께서 나타나셔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네 자손이 땅의 티끌 같게 하리니 사람이 땅의 티끌을 능히 셀 수 있을진대 네 자손도 세리라.”(창세기 13:16) 롯이 아니었다는 말씀입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실 때 ‘너로 큰 민족을 이루게 하시겠다.’고 하셨는데, 큰 민족을 이룰 네 후계자는 롯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그 후 점점 나이가 많아지자 아브라함은 자신의 힘으로는 자식을 낳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종들 가운데 다메섹 사람 엘리에셀을 자신의 후계자로 낙점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엘리에셀도 너의 후계자가 아니라고 말씀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 사람이 네 상속자가 아니라 네 몸에서 날 자가 네 상속자가 되리라.”(창세기 15:4) 엘리에셀을 후계자로 삼으려는 아브라함의 계획도 거절당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아내 사라의 요청에 따라 사라의 몸종인 애굽 사람 하갈을 통해서 이스마엘을 낳습니다. 아이를 낳지 못한 아내 사라가 아니라 여종인 하갈을 통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 이스마엘조차도 아브라함의 후계자가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서 아브라함이 99세 때에 89세인 아내 사라를 통해서 아들을 주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육체적으로, 생리적으로 사라는 아이를 낳을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하나님께서 아들을 주시겠다고 말씀하셨고, 그 이듬해 아브라함의 나이 백세 때에 아들 이삭이 태어났습니다. 드디어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언약의 아들이 태어난 것입니다.

   이 이삭은 아브라함의 입장에서 볼 때 너무나도 소중한 아들입니다. 어느 집의 아들이라고 소중하지 않는 아들이 있겠습니까마는 이삭은 아브라함에게 더욱 특별했음에 분명합니다. 인간적인 생각으로 도저히 아들을 낳을 수 없는 나이인 100세에 얻은 아들입니다. 더구나 하나님께서 상속자로 주신 아들입니다. 그러니 그 아들이 소중하고 소중한 아들입니다. 그래서 아브라함은 아들 이삭이 어머니의 젖을 떼던 날 큰 잔치를 열었습니다.(창세기 21:8) ‘큰 잔치’라는 말은 요란하고 떠들썩한 잔치를 말합니다. 우리로 말하면 거창한 잔치를 연 것입니다. 그만큼 그 아들이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는 하나님께서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명령을 내리십니다. 아브라함에게 그렇게 소중하고 애지중지하던 아들을 번제로 드리라는 것입니다. 본문 2절의 ‘그를 번제로 드리라.’는 말을 직역하면 ‘그리고 너는 그를 태우는 제물로 바치라.’입니다. 일반적으로 하나님께 제물을 태워 번제를 드릴 때에는 정결한 짐승이나 새를 제물 삼아 드립니다. 그런데 사랑하는 아들을 번제로 드리라고 하십니다. 하나님께서도 아브라함이 이삭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잘 알고 계십니다. 그래서 2절에서 ‘네 아들 네 사랑하는 독자 이삭, 그를 번제로 드리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1절에서는 그렇게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사랑하는 아들 이삭을 번제로 드리라고 하신 그것을 ‘아브라함을 시험하시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무슨 의미입니까? 하나님께서는 지금 아브라함에게 ‘그렇게 소중하고 사랑하는 아들 이삭을 하나님보다 더 사랑하고 더 귀중하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니냐?’하는 것을 시험하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요, 아브라함은 그 명령을 받은 후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 하나님께서 지정하신 산을 향해 이삭을 데리고 갑니다. 이것은 아브라함에게 아들 이삭이 아무리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하더라도 하나님보다 앞세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러분, 오늘날 자녀들의 신앙교육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있다면 그것은 자기 자식을 하나님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는데 있습니다. 예전에는 어린아이들을 너무 천시여기는 풍조 때문에 어린이날이나 어린이주일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어린이들을 너무나도 귀하게 여기기 때문에 바른 교육이 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비단 신앙교육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 슬픈 현실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가 ‘노 키즈 존’(NO KIDS ZONE)입니다. 어떤 식당이나 카페, 또는 어떤 공적인 장소에 아이들을 데리고는 입장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왜 그런 ‘노 키즈 존’이 생긴 것입니까? 저도 노 키즈 존에 대해서는 반대합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다는 것 때문에 식사를 할 수 없고, 커피를 마시면서 여유를 즐길 수 없다는 것은 바른 사회적인 풍토가 아닙니다. 그런데 현관에 ‘노 키즈 존’(NO KIDS ZONE)이라고 붙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분명 있습니다. 아이들이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부모들이 아이들을 교육하고 돌봐야 하는데, 내 아이 기를 죽인다고 아이들이 공중도덕과 예절을 지키지 않는데도 내버려둡니다. 내 아이만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다 보니 ‘노 키즈 존’(NO KIDS ZONE)이라는 것이 생긴 것입니다. 물론 아이를 가진 모든 부모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그런데 그런 일들이 많아지다 보니 ‘노 키즈 존’(NO KIDS ZONE)이 생겨난 것은 분명합니다.

   그것은 신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아이를 너무 소중하게 여긴 나머지 아이들에게 신앙적인 권면을 하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장성한 자녀를 둔 부모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에 잘 다녀라, 열심히 신앙생활 해야 한다.’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자녀들에게 부담이 될까봐 자녀들에게 신앙생활에 대해서는 함구합니다. ‘지들이 알아서 하겠지요. 저는 기도할 뿐입니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어버이날이라고 자녀들이 용돈을 가져오거나 선물을 가져올 때 ‘나는 이런 선물이나 용돈보다 네가 신앙생활을 잘 하는 것이 더 기뻐, 네가 신앙생활을 잘 하는 것이 내게 효도하는 것이야.’ 그렇게 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면 용돈 안 줄까봐서 그런 말을 못하는 것입니까? 어린아이들에게 ‘네가 공부에서 1등하는 것보다 네가 열심히 교회에 다니고 신앙생활 잘 하는 것이 나는 더 기뻐.’ 그렇게 말하는 것이 어렵습니까? 여러분, 우리가 신앙인으로서 진진하게 하나님 앞에서 생각해 보십시다. 하나님께서 공부로 전교 1등 하는 것을 더 기뻐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주님을 인격적으로 만나 주님의 자녀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주님을 기쁘시게 하는 자녀로 사는 것을 더 기뻐하시겠습니까?

   아이들을 우상의 자리에 올려놓아서는 안 됩니다. 우상숭배를 지독히도 싫어하시는 하나님께서 아이를 우상처럼 받드는 부모나, 그런 부모님 아래에서 자란 자녀들을 결코 기뻐하지 않으십니다. 모든 자식이 다 소중하겠지만 아브라함에게 이삭은 그 누구보다도 소중한 자식입니다. 그런데도 ‘네 아들 네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번제로 드리라.’고 말씀하실 때 아브라함은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그 귀한 아들 이삭이 결코 하나님보다 앞설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네 아들 네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제물로 드리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아브라함은 하나님께서 지시하시는 모리아산으로 갑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인 창세기 21:33절에 의하면 당시 아브라함은 브엘세바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그 브엘세바에서 모리아산이 있는 예루살렘까지의 거리는 약 85km입니다. 그리고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은 중앙산맥을 따라 가야 합니다. 결코 쉬운 길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아브라함은 그 길을 3일 만에 걸어갑니다. 우리나라처럼 삼림이 우거진 길이 아닙니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이는 광야와 같은 길인데, 그 길을 3일 만에 85km를 걸어갔다는 것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아브라함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서 쉬지 않고 그 길을 갔습니다. 그리고 예루살렘의 모리아산이 멀리서 보이는 곳까지 이르렀습니다.

<사진2 - 아브라함 뷰 포인트. 예루살렘 성전이 잘 보이는 예루살렘 남쪽에 위치.

아마도 여기에서 아브라함은 종들에게 이곳에 머물게 하고 이삭과 단 둘이 모리아산으로 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함께 온 종들과 나귀를 남겨두고 이삭과 단 둘이서 모리아산으로 올라갑니다. 그 때 아브라함은 나귀가 짊어지고 온 번제에 쓸 나무를 이삭에게 지워줍니다.

여러분, 지금 이삭은 번제에 쓸 나무를 자신이 지고 모리아산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자신이 짊어지고 간 그 나무 위에 자기 자신이 결박당하여 번제물로 올려지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도 아브라함은 이삭에게 번제에 쓸 나무를 짊어지게 하고서 모리아산으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왜 아브라함은 번제에 쓸 나무를 이삭에게 짊어지게 했을까요? 일반적으로 아버지들은 자신이 무거운 짐을 짊어질지언정 자식들에게는 짐을 지우려 하지 않습니다. 아브라함이 나이가 많아 짐을 지고 가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삭은 곧 번제로 죽어야 할 사람입니다. 이삭을 태울 번제에 쓰일 나무인데, 아브라함은 그 나무를 이삭이게 짊어지고 가게 합니다. 그 때 아브라함의 심정은 어떠했을까요?

   아브라함이 굳이 이삭에게 그 짐을 짊어지고 가게 한 이유, 그 마음을 우리가 다 헤아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모습에서 분명한 것 하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비록 사랑하는 아들이 곧 모리아산에 올라가서 번제물로 하나님께 드려질 존재이지만, 그래서 아버지로서 너무너무 마음 아프고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아들이 져야할 짐은 그로 하여금 지고 가게 한다는 것입니다. 곧 번제로 드려져 죽게 될 자식이 불쌍하다고 늙은 아버지가 그 짊은 짊어지고 간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어쩌면 모리아산에 오르지도 못하고 아브라함은 기진맥진하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모리아산에 올라가서 아들 이삭을 결박하여 번제단 위에 올려놓아야 하는데, 나이 많은 아브라함이 나무를 짊어지고 오다가 힘이 다 빠져버렸다면 어떻게 이삭을 결박할 수 있겠으며, 결박한 이삭을 어떻게 번제단 위에 올려놓을 수 있겠습니까? 우선 당장 자식이 불쌍하다고 이삭이 지고 가야할 나무를 아브라함이 지고 갔다면 어쩌면 모리아산에서 이삭을 번제단 위에 몰려놓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할 수가 없게 됩니다.

   여러분, 아브라함에게 이삭은 너무나도 소중한 자식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소중한 아들을 이제 번제물로 드려야 합니다. 너무나도 마음이 아픕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셨기에 순종한다 하더라도 아버지로서 어찌 마음이 아프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아브라함은 번제에 쓸 나무마저 아들 이삭이 지고가게 합니다. 그것이 교육입니다. 비록 몇 시간 후면 번제단 위에 올려질 아들이지만, 젊은 아들이 해야 할 일을 스스로 하게 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자녀교육이 힘든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자식을 너무 소중하게 여긴 나머지 아이들에게 스스로 감당해야 할 책임을 아이들에게 지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숙제를 엄마들이 대신 해 줍니다. 심지어 그림을 그려 내는 숙제를 받아왔는데 엄마가 대신 그려줍니다. 그림을 좀 잘 못 그린다 하더라도 못 그리면 못 그린대로 아이가 하도록 해야 하는데, 부모가 다 해줍니다. 그게 바른 교육이 되겠습니까? 모든 것을 부모가 해결해 주니까 장성한 사람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기대어 살고, 부모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사람이 되고 맙니다. 그런 현시대의 상황을 빗댄 말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그 가운데 하나가 캥거루족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성인이 되었으면서도 경제적, 정신적으로 부모의 품을 떠나지 못하고 부모에게 언쳐 사는 사람들을 ‘캥거루족’이라고 말합니다. 올해 2월 구인구직 매칭플랫폼인 ‘사람인’에서 성인남녀 1,0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성인 중에 59.8%가 스스로를 ‘캥거루족’이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물론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을 캥거루족이 되게 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오늘날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한 몫 한 것은 사실이지만, 스스로 독립해야 할 성인 중에 10명 가운데 6명이 아직도 부모에게 언쳐 사는 캥거루족이라는 사실에 우리는 깊이 반성해야 합니다. 어쩌면 사회구조적인 원인보다도 자식들을 독립하도록 교육하지 못한 우리 시대의 기성세대들 책임이 더 크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조금이라도 힘든 일을 자식들에게 맡기지 않으려는 부모들의 잘못된 생각, 아이들이 힘들어한다는 이유로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마저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부모들의 잘못된 교육이 그렇게 만들었는지 모릅니다. 물론 자식을 대신해 내가 아프고 싶고, 자식을 대신해서 자신이 시험을 치르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이해합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자식이 스스로의 일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면 그 아이는 커서도 사회구성원으로서 책임적 존재가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엄마들은 헬리콥터맘이 아니라 인공위성맘이나 빗자루맘이 되어야 합니다. 헬리콥터맘이란 헬리콥터처럼 자녀의 주위를 맴돌며 챙겨주는 엄마를 말합니다. 인공위성맘은 그런 헬리콥터 맘과 대조되는 유형으로 자녀의 성장과 변화에 관심을 갖지만 자녀가 스스로 삶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이 필요할 때까지 멀리서 지켜보며 기다리는 유형의 엄마를 말합니다. 비슷하게 빗자루맘이란 말도 있습니다. 아이를 자기가 원한대로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장애물이 될 만한 것들을 빗자루로 먼지를 쓸어내듯 적절히 치워주며 아이들로 하여금 자기가 원하는 길을 스스로 갈 수 있도록 돕는 엄마를 말합니다.

   여러분, 아이들에게 엄마나 아빠의 생각을 강요하고, 아이는 아무 저항 없이 그것을 따라오는 부모의 아바타처럼 키우면 그 아이는 사람노릇 하지 못합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결정하며, 스스로 책임지는 사람으로 양육해야 합니다. 신앙에서도 그렇습니다. 부모의 신앙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신앙의 깊이를 경험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나 신앙의 은혜 안에 기쁨으로 머물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게 신앙을 가진 부모의 역할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좋은 신앙인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 본문에서 아브라함은 ‘번제에 쓸 나무와 불은 있는데 번제할 어린 양은 어디 있습니까?’라고 묻는 이삭에게 ‘번제할 어린 양은 하나님이 친히 준비하시리라.’고 대답해 줍니다. 아들 이삭의 질문에 아주 신앙적인 대답을 해 줍니다. 인간의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신뢰하고 하나님께서 일하신다는 확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자녀들에게 신앙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강요한다고 되는 것도 아닙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우리의 삶에서 신앙의 확신과 하나님의 은혜 안에 살고 있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것만큼 확실한 신앙교육은 없습니다. 삶을 통한 신앙교육, 어쩌면 그것이 이삭을 복된 사람으로 만들었는지 모릅니다. 창세기에 이삭에 대한 이야기가 그렇게 많이 나오진 않습니다. 또 이삭이 하나님 앞에 어떤 큰 믿음의 모습을 보여준 것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삭은 참으로 많은 복을 받은 사람입니다. 블레셋 그랄 땅에 가서 농사를 지을 때 백 배나 추수를 했습니다. 다른 사람은 우물을 파서 물을 얻는 것이 평생의 소원인데, 이삭은 우물을 파는 곳마다 물을 얻었습니다. 이삭이 그런 복을 받은 이유는 어쩌면 아버지 아브라함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아버지 아브라함이 평소 삶으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보여주었고, 하나님의 사람으로 바르게 신앙교육을 했기 때문에 말입니다.

   여러분, 오늘 어린이주일에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우리의 자녀들, 우리의 후손들에게 어떻게 신앙을 유산으로 물려줄 것인가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신앙으로 바로 서는 자녀들은 어떤 세상의 풍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건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서게 됩니다. 우리 자녀들을 우상의 자리에 올려놓지 말고, 우리 자녀들이 스스로 자신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삶을 책임적으로 감당하는 건강한 신앙인이 되도록 양육하십시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우리 자녀들을 책임져 주실 것입니다.

< 2019년 5월 5일 주일낮예배 - 어린이주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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