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안에서 누리는 행복

< 본문 - 골로새서 3:18-21 >

   결혼 8년 차인 한 남편의 글을 소개합니다. 조금 글을 다듬어 고쳤습니다.

  “저는 3년 전에 이혼의 위기를 심각하게 겪었습니다. 그 심적 고통이야 경험하지 않으면 말로 못하죠. 저의 경우는 딱히 큰 원인은 없었고 주로 아내 입에서 이혼하자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더군요. 저도 회사 생활과 집안의 일들로 지쳐있던 때라 맞받아쳤구요. 그리곤 각 방 쓰고, 말도 안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화가 없다 보니 서로에 대한 불신은 갈수록 커갔구요. 사소한 일에도 서로가 밉게만 보이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감정이 쌓여 암묵적으로 이혼의 타이밍만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린 아이도 눈치가 있는지 언제부턴가 시무룩해지고 짜증도 잘 내고 잘 울고 그러더군요. 그런 아이를 보면 아내는 더 화를 불 같이 내더군요. 계속 싸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아이가 그러는 것이 우리 부부 때문에 그런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요. 저는 가끔 외박도 했네요. 그런데 바가지 긁을 때가 좋은 거라고, 저에 대해 정내미가 떨어졌는지 외박하고 들어가도 신경도 안 쓰더군요. 아무튼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이었답니다. 그러기를 몇 달, 하루는 퇴근길에 어떤 과일 아주머니가 떨이라고 하면서 귤을 사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기에 사서 집으로 들어갔답니다. 그리고 주방 탁자에 올려놓고 욕실로 바로 들어가 씻고 나오는데 아내가 내가 사 온 귤을 까먹고 있더군요. 몇 개를 까먹더니 ‘귤이 참 맛있네.’ 하며 방으로 쓱 들어가더군요. 순간 제 머리를 쾅 치듯이 하나의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아내는 결혼 전부터 귤을 무척 좋아했다는 것 하고, 결혼 후 8년 동안 내 손으로 귤을 한 번도 사들고 온 적이 없었던 것. 알고는 있었지만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그 순간 뭔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예전 연애할 때, 길 가다가 아내는 귤 좌판상이 보이면 꼭 천원어치 사서는 핸드백에 넣고 하나씩 사이좋게 까먹던 기억이 나더군요. 나도 모르게 마음이 울컥해져서 내 방으로 들어가 한참을 울었답니다. 어쩌다 시골집에 갈 때는 귤을 박스째 사들고 가는 내가 아내에게는 8년간이나 몇 백 원도 안 하는 귤 한 개 사주지 못했다니... 마음이 그렇게 아플 수가 없었습니다. 결혼 후에 나는 아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신경을 전혀 쓰지 않게 되었다는 걸 알았죠. 단지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말이죠. 반면 아내는 나를 위해 철마다 보약에 반찬 한 가지를 만들어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신경 많이 써 줬는데 말이죠. 그 며칠 후에도 늦은 퇴근길에 보니 그 과일 좌판상 아주머니가 보이더군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또 샀습니다. 저도 오다가 하나 까먹어 보았구요. 며칠 전 아내 말대로 정말 맛있더군요. 그리고 살짝 주방 탁자에 올려놓았죠. 마찬가지로 세면장에서 씻고 나오는데 아내는 이미 몇 개 까먹었나 봅니다. 내가 묻지 않으면 말도 꺼내지 않던 아내가 ‘이 귤 어디서 샀어요?’ ‘응 전철 입구 근처 좌판에서.’ ‘귤이 참 맛있네.’ 몇 달 만에 아내가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잠들지 않은 아이에게도 몇 알 입에 넣어주구요. 그리고 직접 까서 아이 시켜서 저한테도 건네주는 아내를 보면서 식탁 위에 무심히 귤을 던져놓은 내 모습과 또 한 번 비교하며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뭔가 잃어버린 걸 찾은 듯 집안에 온기가 생겨남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아침 아내가 주방에 나와 아침밥을 준비하고 있더군요. 보통 제가 아침 일찍 출근하느라 사이가 안 좋아진 후로는 아침을 해준 적이 없었는데... 그냥 갈려고 하는데, 아내가 날 붙잡더군요. 한 술만 뜨고 가라구요. 마지못해 첫 술을 뜨는데, 눈에 이슬이 맺히고 목이 메여 밥이 도저히 안 넘어 가더군요. 그리고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도 같이 울구요. 그리고 그 동안 미안했다는 한 마디를 하고는 도망치듯이 집을 나왔습니다. 너무 부끄러워서... 아내는 그렇게 작은 일로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작은 일에도 감동받아 내게로 기대올 수 있다는 걸 몰랐던 나는 정말 바보 중에 상바보가 아니었나 싶네요. 그간 아내에게 냉정하게 굴었던 내 자신이 후회스러워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후, 우리 부부의 위기는 시간은 좀 걸렸지만 잘 해결되었습니다. 그 뒤로도 가끔은 싸우지만 걱정하지 않습니다. 귤이든 뭐든 우리 사이에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들이 주위를 둘러보면 아주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말입니다.”

   우리의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우리는 행복을 꿈꾸며 결혼했고, 행복한 삶이 지속되기를 바라며 살아가지만 우리가 꿈꾸고 바라는 것처럼 우리의 가정이 언제나 행복이 넘치는 것만은 아닙니다. 갈등하고 다투면서 힘든 시간들을 보내는 경우도 참 많습니다. 물론 우리는 잘 압니다. 서로 갈등하고 다투면 서로에게 손해이고, 서로가 힘들다는 것을 말입니다. 앞에서 읽어드린 부부처럼 서로 갈등하게 되는 이유는 아주 단순하고 작은 것들 때문이기도 합니다. 단순하고 작은 것이지만 그것을 해결하려는 서로의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그 힘든 시간이 오래 지속되어 나중에는 서로 갈라서게 되는 상황에까지 이르기도 합니다.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사소한 문제로 냉전 중에 부부가 있었습니다. 방 안에 있던 남편이 배가 고파 아내에게 소리쳤습니다. “안방으로 밥 좀 가져다줘!” 그러자 얼마 후 누군가가 안방 문을 두드리더니, “퀵서비스입니다.”라는 소리가 들립니다. 남편이 방문을 열어보니 퀵서비스 배달원이 밥상을 들고 방문 앞에 서 있는 것입니다. 깜짝 놀란 남편이 “이게 무슨 일이요?”라고 묻자 퀵서비스 배달원이 말합니다. “아주머니께서 부엌에서 안방까지 밥상 좀 배달해달라고 하시네요.” 남편이 황당한 마음으로 밥상을 받아들고 방으로 들어가자 배달원이 이렇게 말합니다. “요금은 착불입니다.”

   작은 문제 때문에 갈등하고 스스로 문제를 풀어가지 않으면 서로가 힘들뿐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하늘의 기쁨과 행복을 누리게 하시고자 가정을 허락하셨습니다. 그래서 가정을 ‘천국의 모형’ 또는 ‘작은 천국’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지금 우리의 가정에는 천국과 같은 기쁨과 행복이 있습니까? 늘 행복과 기쁨이 가득하기만 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때때로 우리의 가정에서 하늘의 기쁨과 행복을 맛보며 살고 계십니까?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은 가정의 최소단위인 부부와 그리고 부모와 자녀들 사이가 어떤 관계이어야 하늘의 기쁨과 행복을 맛볼 수 있는 하늘의 공간이 될 수 있는지를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먼저 오늘 본문은 “아내들아!”라고 말씀하시면서 부부 중에서도 아내에게 먼저 말씀하고 있습니다. 성경에 부부에 대한 말씀이 나올 때에는 남편이나 아내 한편에만 말씀을 주시는 경우는 없습니다. 언제나 아내와 남편, 남편과 아내 둘 다에게 똑같이 권면합니다. 그런데 성경은 언제나 동일하게 아내들에게 먼저 권면의 말씀을 하고, 그 뒤에 남편들에게 권면의 말씀을 하고 있습니다.(에베소서 5:22-28, 베드로전서 3:1-7, 본문 등) 왜 성경은 부부에게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말씀하시면서 먼저 아내에게 권면을 하시는 것일까요?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성경시대에 여인들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숫자를 계수하는 데에도 여자들은 제외되었고, 여인들은 법정에서 증언을 해도 그 증언에 법적인 효력이 없었습니다. 성경시대의 유대인들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헬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여인들은 남자들이 누리는 권리를 누리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존재가 여인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성경에서는 가정의 문제, 부부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남편들보다 아내들에게 먼저 권면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아마도 가정에서 그 가정을 이끌어가고 그 가정을 세워가는 데에는 남편보다는 아내의 역할이 훨씬 더 크고 중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가정이 행복과 기쁨이 가득한 천국과 같은 곳이 될 수도 있고, 지옥과 같은 곳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가정이 어떤 자리가 되느냐 하는 데에 있어서 전적으로 아내만의 책임은 아닙니다. 남편에게도 아내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이 있습니다. 그런데 굳이 경중(輕重)을 따진다면 아내의 역할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성경이 아내에게 요구하는 모습은 남편에게 순종하라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성경에서 부부에게 권면의 말씀을 하면 반드시 아내와 남편 둘 다를 거론하며 말씀합니다. 그런데 그 모든 성경에서 똑같이 하는 말씀이 있습니다. 아내들에게 하는 말씀입니다. 남편들에게 하는 말씀은 약간씩 차이가 있습니다만 아내들에게 하는 말씀에는 언제나 동일합니다. “남편에게 복종(순종)하라.”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뿐만 아니라 에베소서 5:22절에서도 “아내들이여, 자기 남편에게 복종하기를 주께 하듯 하라.”고 말씀하고, 베드로전서 3:1절에서도 “아내들아 이와 같이 자기 남편에게 순종하라.”고 말씀합니다. 베드로전서 3:1절에서 말하는 ‘순종하라’는 말과 오늘 본문이나 에베소서 5:22절에서 말하는 ‘복종하라’는 말은 성경 원어인 헬라어로는 똑같은 단언입니다.(원형 ὑποτασσω) 이 말은 ‘아래에’라는 뜻을 지닌 전치사(ὑπό)와 ‘놓다, 두다’는 뜻을 가진 동사(τάσσω)가 결합되어, 누군가의 충고나 명령을 따르는 것을 말합니다. 이 말이 원래는 군사용어였다고 합니다. 상관의 통치권 아래 있는 하급 군사들이 상관의 명령에 복종할 때 쓰는 단어였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성경에서 그 뜻이 군대에서 사용되는 그 의미 그대로 사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군대에서는 상관이라는 지위 때문에 그 아래에 있는 군사들은 그 명령이 절대복종해야 합니다. 그러나 성경에서는 그런 의미로 말씀하지 않습니다. 에베소서 5장에서 그 의미를 잘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아내가 남편에게 순종해야 할 이유는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가 되심 같이 하나님께서 남편을 아내의 머리로 세워주셨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가 그리스도께 하듯이 아내는 남편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교회가 그리스도께 순종한다는 것이 무슨 뜻입니까? 왜 교회는 그리스도에게 순종합니까? 교회라는 말을 조금 좁혀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왜 주님께 순종해야 합니까?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구원하셨기 때문이고, 그 주님께서 지금도 우리를 인도하시는 주인이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구원해 주신 주님의 은혜를 생각하면 우리가 기쁨과 감사함으로 그리스도에게 순종할 수 있습니다. 교회에서 봉사할 때에도 그 구원의 감격이 없으면 내 힘으로 하려 하기 때문에 힘이 들고, 힘들기 때문에 불평하기 쉽습니다. 구원의 기쁨과 감격이 없으면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교회가 그리스도에게 순종하는 것은 기쁨과 감격으로 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아내가 남편에게 순종하는 것도 기쁨과 감격으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군대에서는 상관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이 기쁨과 감격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불평도 나오고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그래도 명령체계가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에 불평스러워도, 짜증이 나더라도 상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합니다. 그러나 부부관계는 그렇게 않습니다. 기쁨과 감격으로 관계가 맺어졌고, 강요가 아니라 기쁨으로 순종하는 관계가 부부관계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주님을 ‘지금도 우리를 인도하시고 우리의 필요를 채우시는 주님’으로 인정하듯이, 아내들도 남편에게 주신 권위를 인정하고 남편을 존중합니다. 그게 성경에서 말하는 아내의 모습입니다.

   아내에게만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남편들에게도 아내를 사랑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에베소서 5장에서 아내를 사랑하는 방법을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신 것처럼 해야 한다고 말씀합니다. 교회가 그리스도께 순종하듯 아내가 남편에게 순종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면서, 같은 이치로 그리스도가 교회를 사랑하신 것처럼 남편들도 아내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리스도가 교회를 사랑하신 방법은 ‘교회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전부 주셨다,’고 말씀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서 하신 방법이 무엇입니까? 가장 먼저는 당신의 영광의 자리에서 내려오신 것입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요한복음 1:14) 태초부터 영원히 계신 말씀이신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영광의 자리를 버리고 이 땅에 오셔서 우리 인간처럼 되셨습니다. 그것을 빌립보서 2장에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립보서 2:6-8)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님의 사랑은 당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주신 사랑입니다. 영광의 보좌를 버리시고 이 땅에 오셨고, 낮고 천한 자리에 오신 것도 모자라 십자가에서 당신의 생명까지 주시며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그 사랑으로 우리가 구원을 받았습니다.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는 방법이 그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주는 사랑, 자신이 영광을 받지 않고 영광과 자존심과 자신의 가장 귀한 것까지도 기꺼이 내어주는 사랑, 그것이 아내를 사랑해야 할 남편의 사랑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남편이 아내를 그렇게 사랑하기를 원하십니다. 오늘 본문에서 ‘아내를 사랑하라.’고 말씀하실 때 사랑이라는 말은 우리가 잘 아는 ‘아가페의 사랑’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아가페의 사랑이라는 것은 무조건적이며 희생적인 사랑을 말합니다. 아내가 남편에게 순종할 때에만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내가 남편의 권위를 인정해 줄 때에만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그리하셨습니다. 호세아 선지자를 통해서 보여주신 하나님의 사랑은 배신하고 등을 돌려 떠날지라도 사랑하신 사랑입니다. 마음 아픈 사랑입니다. 때로는 당신의 백성이 사랑을 거부할지라도 사랑하신 짝사랑이기도 합니다. 그럴지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사랑하십니다. 그게 아가페의 사랑입니다. 우리 주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목숨까지 내어주신 그 사랑은 교회나 당신의 백성들이 실수하거나 모자람이 있어도 책망하거나 부끄럽게 여기지 않으시고 사랑하신 사랑입니다. 실수하고 부족한 것이 있다 하더라도 그를 인정하고 격려하며 다시금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랑입니다. 아내를 향한 남편의 사랑도 그래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족한 모습이 보이더라도, 혹은 내가 원하는 대로 내 바람을 채워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때로는 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책망하거나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격려하고 사랑으로 세워줘야 합니다. 그래서 ‘아내를 사랑하라.’는 말씀에 이어 ‘아내를 괴롭게 하지 말라.’는 말씀을 덧붙여놓았습니다. 당시 사회에서 여인은 정말로 힘이 없는 존재였습니다. 사회적으로 남편의 울타리가 없다면 홀로 설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그런 이유로 많은 여인들이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위협을 당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무관심의 희생물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아내는 괴로움과 비탄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부족함이 있어도 존중하고 높여주며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이 사랑이라면 남편은 마땅히 아내에게 그렇게 대해 주어야 합니다.

   여러분, 그런 사랑이 있는 가정이라면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아내는 남편의 권위를 인정하고 구원받은 기쁨과 감격과 같은 마음으로 남편에게 순종합니다. 비록 남편이 돈을 많이 벌어오지 못해도, 내가 원하는 것을 다 해 주진 못해도 남편의 권위를 인정하고 존중합니다. 그리고 남편은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당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기꺼이 내어주신 것처럼 아내를 위해 희생하며 사랑합니다. 부족한 모습이 있다 할지라도, 내가 바라는 것만큼 나를 위해주지 못한다 할지라도 품어주고 감싸줍니다.

   거기에다가 이어 하신 말씀처럼 자녀들은 부모에게 순종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순종은 아내가 남편에게 순종하는 것과 조금 다른 의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순종’은 철저히 낮아져 복종하는 것입니다. 마치 문지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면 빨리 뛰어나가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여 문을 열어 영접하는 것과 같습니다.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누구인지, 왜 문을 두드렸는지 알아내듯이 부모님의 말씀을 귀 기울여 듣고 그 말씀을 따르는 것입니다. 그 말씀이 이치에 맞는지 아닌지 따지지 않습니다. 그저 그 말씀을 듣는 대로 순종할 뿐입니다. 그것이 자녀들에게 주신 명령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자녀가 부모님께 그렇게 순종하는 자녀가 되겠습니까? 해답은 간단합니다. 아내가 남편의 권위를 인정하고 순종하는 모습을 본 자녀, 남편이 아내의 허물이나 부족함을 탓하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사랑하고 존중해주는 모습을 본 자녀들이 부모님께 그렇게 순종할 수 있습니다.

   그런 부모라면 자기 자녀를 또한 사랑으로 양육하지 않겠습니까? 부모는 자녀의 소유권자가 아닙니다. 부모는 자녀의 양육자요 보호자요 지지자입니다. 자녀는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에 맡겨주신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하나님께서 선물로 맡겨주신 하나님의 소유인 자녀를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모습으로 양육해야 합니다. 그런데 부모가 자식을 자기 욕심의 대상으로 삼거나, 자기 욕망을 대신 채워줄 존재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자녀를 노엽게 하는 것입니다. 분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저는 분재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작은 나무를 멋진 나무로 만들면 참 보기가 좋습니다. 작은 나무 하나가 얼마나 그렇게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그런데 제가 분재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나무를 너무 인위적으로 만든다는 것 때문입니다. 곧게 뻗어야 할 가지를 비틀어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라게 만듭니다. 자라고 싶어도 자라지 못하게 합니다. 저는 그런 분재의 모습을 보면서 오늘 우리 시대의 부모들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자기 자식들을 하나님께서 주신 성향이나 성품이나 재능대로 키우지 않고 부모가 부모의 시각으로 자녀를 이리 꺾고 저리 꺾고 휘어 자기의 작품을 만들려고 합니다. 곧게 자랄 나뭇가지를 꺾고 휘는 것처럼 자녀를 그렇게 양육한다면 그 자식의 마음이 어떨지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 기억하십시다. 우리의 자식은 결코 우리의 꼭두각시가 아닙니다. 집안의 분재처럼 키워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께서 그에게 주신 재능과 성품에 맞게 양육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에게도 가정이 행복의 자리가 됩니다. 지난 해 방영되었던 스카이캐슬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어려서부터 휘고 꺾어서 어떻게든지 서울대학교에 가게 만드는 것은 자녀를 화나게 만드는 것입니다. 자녀의 모든 것을 부모가 다 주물럭거립니다.

   여러분 기억해야 합니다. 그렇게 자란 자녀가 그 가정에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겠습니까? 그런 부모에게서 하나님의 모습을 볼 수 있겠습니까?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유명한 책을 쓴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대인 정신의학자인 빅터 프랭클(Viktor Emil Frankl, 1905-1997)의 이야기입니다. 1941년 어느 날, 그에게 미국 대사관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빅터 프랭클씨, 이민 비자가 발급되었습니다. 찾으러 오세요.” 당시에는 수많은 유대인이 아우슈비츠 등 강제수용소로 끌려가던 시기인지라, 유대인이었던 그에게 그 전화는 생명을 보장해 주는 구세주와 같은 전화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비자는 자신과 아내에게만 허락되었기 때문에 이민을 간다면 결국 노부모를 남기고 떠나야 했던 것입니다. 그는 오랜 생각 끝에 미국으로 가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그와 그의 아내, 그리고 늙으신 부모님은 모두 수용소에 끌려가고 맙니다. 머리는 빡빡 깎이고 죄수복에, 목숨을 겨유 연명할 정도의 음식만 먹으며 매일 극심한 노동에 시달렸습니다. 점점 몸이 망가져 서 있는 것도 신기할 정도였지만 어딘가 살아 있을 아내와 부모님만 생각하면 알 수 없는 힘이 솟아났습니다. 오직 가족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던 그는 결국 살아남아 자유를 얻게 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의 아내와 다른 가족은 모두 세상을 떠나고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그의 책에 이렇게 썼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불러 보라. 예상치도 않았던 힘이 솟아나게 될 것이다.” 그에게 사랑하는 가족이 바로 그런 힘을 솟아나게 하는 힘의 원천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죽음의 수용소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재산 7조 원을 가진 중국 조폭 두목이자 한룽그룹 회장이었던 류한(劉漢)이 지난 2015년 2월 9일 49세의 젊은 나이에 사형을 당했습니다. 사형집행 직전에 그가 눈물을 쏟으며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다시 한 번 인생을 살 수 있다면 노점이나 작은 가게를 차리고 가족을 돌보면서 살고 싶다... 나는 내 야망으로 인해 소중한 것을 볼 수 없었다.” 재산 7조 원을 가진 갑부가 마지막 남긴 말입니다.

   여러분, 5월 가정의 달을 보내면서 지금 우리의 가정이 얼마나 행복한지 느껴보셨습니까? 지금 행복의 공간인 내 가정과 내 가족을 보지 못하게 내 눈을 가리는 무언가가 있진 않습니까? 그것이 성공일 수도 있고, 재산일 수도 있습니다. 나의 야망이나 내 욕심일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구원의 감격과 기쁨으로 내 가정을 바라보면 내 가정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행복의 보금자리임을 알게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백성인 우리가 오늘 바로 그 가정에서 하나님께서 주신 행복을 누리며 살기를 원하십니다.

< 2019년 5월 26일 주일낮예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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