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인의 영적 품격

< 본문 - 야고보서 1:26-27 >

   영국에서 최고의 명문 고등학교를 꼽으라고 하면 단연 ‘이튼 칼리지’(Eton College)를 손꼽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전에 종합대학교를 유니버시티(University)라고 하고, 단과대학을 칼리지(College)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University나 College가 별로 구분 없이 사용되고 있고, 심지어 영국이나 호주 등지에서는 고등학교도 College로 부르기도 합니다. 이튼 칼리지 그러면 우리는 대학교를 연상하기 쉬운데, 사실 이튼 칼리지는 중고등학교를 말합니다. 이 이튼 칼리지는 1440년 헨리 6세(Henry VI, 1421-1471)가 재능은 있지만 가난하여 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하여 나라에서 학비를 지원해 주는 학교를 설립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학교가 세워진 지 벌써 약 600여년의 세월이 흐른 것입니다. 처음에는 가난한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지만, 비싼 수업료와 기숙사비를 부담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영국 최고의 명문 학교로, 상류층이나 부유층의 자제들이 다니는 학교가 되었습니다. 이 학교는 지금까지 총 19명의 영국 총리를 배출했고, 찰스 왕세자와 그의 장남 윌리엄 왕자 그리고 차남 해리 왕자도 모두 이 이튼 칼리지를 졸업했습니다.

   그런데 이 학교는 공부만 잘하는 엘리트 학생을 키워내는 곳이 아닙니다. 여기에서 가르치는 교과목 중 가장 중요한 과목이 체육입니다. 하루에 꼭 한 번 함께 축구를 해야 하고, 공휴일이면 두 번 축구를 해야 합니다. 축구에 참여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하고, 학생들에게 몰매를 맞기도 한다고 합니다. 공부보다는 체육을 통해서 함께 하는 정신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겨울철에는 진흙탕에서 레슬링을 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페어플레이 정신을 기르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이튼 칼리지의 정신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해 인가 졸업식 송별사를 통해서 교장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학교는 자신이 출세를 하거나 자신만이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원하지 않습니다. 주변을 위하고 사회나 나라가 어려울 때 제일 먼저 달려가 선두에 설 줄 아는 사람을 원합니다.” 영국의 BBC방송에서는 이 이튼 칼리지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그들은 입학할 때부터 자신이 나라를 이끌어 갈 사람이라는 독특한 생각을 갖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이 학교 학생들은 1.2차 세계 대전에서 무려 2.000명이 전쟁에 나가 나라를 위해 싸우다가 전사했습니다. 이 학교의 설립자인 헨리 6세의 동상 앞에 그들의 기념비가 있는데, 전시 중 어떤 때는 전교생의 70%나 참전해 죽기도 했다고 합니다. 공부를 최우선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이 학교는 놀랍게도 졸업생 거의 대부분이 대학에 진학을 합니다. 그 중 1/3은 옥스포드나 케임브리지와 같은 명문 대학에 진학을 합니다. 공부를 강조하지 않고 자긍심과 국가관, 특히 사명감을 강조하지만 그것이 학생들에게 엄청난 학습유발 효과를 가져다주었기 때문입니다. 이 학교의 교훈은 이것입니다. “1. 남의 약점을 이용하지 마라. 2. 비굴하지 않은 사람이 되라. 3. 약자를 깔보지 마라. 4. 항상 상대방을 배려하라. 5. 잘난 체 하지 마라. 6. 다만, 공적인 일에는 용기 있게 나서라.” 공부만 잘하는 사람보다, 그래서 대학 진학과 취직을 위한 사람보다 포용성을 기르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무엇보다도 인성을 중요시하는 진정한 엘리트의 산실이 이튼 칼리지입니다.

   여러분, 이튼 칼리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무엇을 생각하셨습니까? 세계적인 명문학교는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자립형 사립고등학교의 지정 철회를 놓고 많은 갈등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물론 자사고를 유지해야 하느냐 철회해야 하느냐 하는 것에는 사람마다 생각하는 관점이 다르리라고 생각됩니다만, 분명한 것 한 가지는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교육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권이라는 것을 앞세워 특성화된 교육을 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심지어 기독교학교에서마저 기독교 정신을 가르치는 것을 못하게 하니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인재를 키우는데 기독교학교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면에는 물론 어른들의 잘못된 욕망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바른 인재, 정말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그리고 역사와 시대를 위해서 꼭 필요로 하는 인재를 만들어내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어떻게든 좋은 대학에 진학시키는 것이 학교교육의 최종목적이 되어버린 우리의 현실은 너무 짧은 안목을 가지고 자녀를 키우려는 부모들의 어리석음 때문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런 안타까운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이튼 칼리지를 바라보는 우리는 그저 부러울 뿐입니다. 이튼 칼리지는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사람을 키우는 학교가 아니라 나라가 필요로 할 때 언제든지 나라를 위해서 발 벗고 나설 수 있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하는 인재를 만들어내는 학교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동기 목사님이 보내주신 이 이튼 칼리지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우리 신앙인들의 품격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이튼칼리지가 영국의 품격을 높여주는 학교라면, 우리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품격을 세상에 보여주는 공동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비록 전쟁터와 같은 세상을 살아가지만 세상 속에서 패잔병처럼 사는 사람이 아니라 승리자처럼 살아야 합니다. 나라를 위한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개선장군이 승리의 깃발을 높이 들고 수많은 시민들의 환호 속에서 당당히 돌아오는 것처럼, 우리 신앙인들은 그런 당당함과 기개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야 합니다. 그런 당당함과 기개를 가지고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우리가 세상 사람들과는 다른 신앙인의 품격을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볼 때 ‘역시 신앙인을 달라.’ ‘믿음의 사람다워.’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저는 신앙인의 품격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오늘 본문은 우리에게 신앙인이 품격을 갖고 사는 방법에 대해서 가르쳐줍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사람들이 우러러보고, 칭찬하고, 더 나아가 존경하는 신앙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분명히 세상 사람들과 다른 품격을 갖고 살아야 합니다. 오늘 본문에서는 먼저 우리 신앙인들이 가져야 할 신앙인의 품격으로 말의 품격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본문 26절입니다. “누구든지 경건하다고 생각하며 자기 혀를 재갈 물리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을 속이면 이 사람의 경건은 헛것이라.”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혀를 재갈물리다’는 말은 내가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사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재갈’이라는 것은 말이나 사람의 입에 물려 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하는 도구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 본문 바로 앞에서 왜 우리가 우리의 입에 재갈을 물려야 하는지 그 이유를 가르쳐주고 계십니다. 먼저는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성을 내며 하는 말은 하나님의 의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19-20절에서 그걸 말씀하고 있습니다. 마음에 분노가 가득하여 분노가 가득한 상태에서 화를 내면 그것은 결국 하나님의 의를 이루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21절에서는 ‘모든 더러운 것과 넘치는 악’이란 표현이 나옵니다. 이것은 우리 마음에 있는 악한 생각이 그대로 밖으로 나오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해야 할 말과 해서는 안 되는 말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하고,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우리 입 밖으로 나오려 할 때에 절제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품격 있는 신앙인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이 해야 할 말은 은혜로운 말, 복스러운 말입니다. 불평하고 원망하는 말은 입 밖에도 내지 말아야 합니다. 남을 험담하고 비난하는 말도 해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 ‘웨이터의 법칙’(Waiter Rule)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최근 USA투데이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비즈니스의 상대방이 식당 종업원에게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고 그 사람과의 거래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특별히 젊은 시절 고생을 해본 CEO들 일수록 이 ‘위이터의 법직’을 금과옥조처럼 여긴다는 것입니다. 그 한 예로, IT업체인 위트니스 시스템스의 CEO인 데이브 굴드는 고급 식당에서 다른 업체의 CEO와 식사를 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웨이터가 실수로 그 CEO의 고급 양복에 와인을 쏟는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갑자기 봉변을 당한 그 CEO는 화를 내기는커녕 웃으면서 ‘오늘 아침 바빠서 샤워를 못했는데 어떻게 그걸 알았느냐?’고 말하며 당황한 웨이터에게 아무 일 아니라는 듯이 말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굴드는 ‘며칠 후 그 CEO와 거래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다른 한 CEO는 법률고문 후보자와 식사를 하는데, 그 후보자가 자신에게는 무척이나 공손했는데 식당 종업원에게 무례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고는 그의 채용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미국 방위산업체인 레이시언사(Raytheon Company)의 CEO 빌 스완슨(Bill Swanson)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CEO가 명심해야 할 비즈니스 규칙 33가지’를 작은 책자로 펴냈는데, 거기에서 그는 ‘33가지 규칙 중 최소한 한 가지는 지금도 변함없는 좌우명으로 실천하고 있다.’며 ‘그것은 바로 당신이 상냥하지만 웨이터나 다른 사람에게 험하게 대하는 사람이라면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라고 기록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식당의 종업원인 웨이터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웨이터로 대표되는 서비스직의 모든 종사들, 그리고 심지어 부하직원이나 자신보다 힘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모두를 포함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보다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공손하게 대하고 말도 조심하게 됩니다. 그런데 자신보다 힘이 없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는 무례하거나 막말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여러분, 세상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도 그 사람의 말투 하나를 보고 그를 평가합니다. 하물며 세상 사람들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말과 언어를 보고 우리가 하나님 나라 백성이 맞나 하는 것을 판단하지 않겠습니까? 좋은 말을 하고, 좋은 예의범절을 갖춘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평가합니다. 하물며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평가할 때,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교회에 다닌다 하더라도 우리의 내면이 아름답지 못하면 어찌 우리를 하나님의 백성으로 인정해 주겠습니까?

   그래서 27절 마지막에서는 ‘자기를 지켜 세속에 물들지 않는 것이 곧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정결하고 더러움이 없는 경건’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영혼이 세상의 것들로 가득 차고, 세상적인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면 우리의 영혼에서 나오는 말과 행동이 결코 영적인 사람답지 못할 것입니다. 세상을 닮아 가지 않고 우리의 아버지 되시는 하나님의 성품을 닮고, 하나님 아버지께서 결코 기뻐하지 않으실 것 같은 말은 하지 않는 사람이 참된 경건의 모습으로 사는 사람입니다.

   여러분, 기억하십시다. 사람들 앞에서 해도 부끄러운 말이라면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서 그런 말이 나와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산상수훈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 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게 되고, 형제를 대하여 라가라 하는 자는 공회에 잡혀가게 되고, 미련한 놈이라 하는 자는 지옥 불에 들어가게 되리라.”(마태복음 5:22) 아주 무서운 말씀입니다. ‘형제에게 라가라 하는 자’라는 말은 형제를 향하여 욕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미련한 놈이라고, 나쁜 놈이라고, 못된 놈이라고 욕하는 사람은 하나님의 심판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물며 더 심한 말을 하는 사람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어디 그것뿐입니까? 우리가 하는 말을 다른 사람이 들을 때 부끄럽다면 그 말은 결코 아름답지 못한 말입니다. 뒤에서 누군가를 향하여 뒷담화를 하거나 숙덕공론을 하는 것은 누군가가 들으면 부끄럽기 때문에 몰래 하는 말입니다. 그런 것은 결코 아름다운 말이 아닙니다. 누군가가 들어서 상처가 되는 말이라면 아예 입 밖에도 내지 말아야 하고, 누군가를 깎아내리는 말 역시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인간에게 있는 못된 습성 가운데 하나는 다른 사람을 깎아 내려야 내가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험담합니다. 그러면 그에 비해서 나는 더 나은 사람처럼 비쳐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면 그와 더불어 내 인격도 함께 추락합니다. 반대로 다른 사람을 높여주고 다른 사람을 공경하면 다른 사람도 나를 높여주고 공경합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좋은 말을 하면 그 사람도 내게 대해서 좋은 말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내가 깎아 내린다고 해서 그 사람이 깎여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말을 하는 내 인격만 깎여지는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해야 하는 말은 선한 말, 은혜를 끼치는 말입니다. 에베소서 4장에서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무릇 더러운 말은 너희 입 밖에도 내지 말고 오직 덕을 세우는 데 소용되는 대로 선한 말을 하여 듣는 자들에게 은혜를 끼치게 하라.”(에베소서 4:29) 그렇습니다. 우리는 선한 말을 통해서 누가 들어도 은혜가 되는 말을 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들으셔도 마음 흐뭇해 해실 수 있는 말, 다른 누군가가 들어도 행복해지는 말, 그런 말이 우리에게 많아져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신앙인의 품격이 높아집니다.

   또 하나 우리 신앙인의 품격을 높여주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돌봐주는 것입니다. 본문 27절에서 말씀하십니다.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정결하고 더러움이 없는 경건은 곧 고아와 과부를 그 환난 중에 돌보고.” 사람들은 자신보다 더 지위가 높고, 가진 것이 많고, 영향력이 있는 사람과 가까이 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야만 내가 높아지고 그들을 통해서 내가 뭔가 유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신보다 힘 있는 사람에게 아부하고, 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온갖 아양을 떨기도 합니다. 그런 욕망을 가진 사람일수록 자신보다 힘없고 약한 사람은 무시하고 천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들과 나는 수준이 다르다는 것을 은연중에 나타내려고 말입니다.

   그런데 정말 아름다운 믿음을 가진 사람은 오히려 자신보다 힘들고 어려운 이웃에게 더 많이 관심 갖고 그들과 더 가까이 하려 합니다. 그것이 결코 자신의 체면이나 자신의 품위를 깎아내리는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님께서 그리하셨습니다. 우리 주님은 하나님의 영광에 보좌에 앉아계셔야 하는 분이십니다. 그런데 빌립보서 2장에서 노래한 것처럼,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습니다.(빌립보서 2:6-8) 그리고 십자가에서 죽으시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우리 주님은 살아생전에도 늘 자신을 낮추셨고, 낮고 천한 자들을 꺼려하지 않으시고 그들의 친구가 되어 주셨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매국노라고 부르는 세리의 집에 들어가 기꺼이 같이 식사를 하셨고, 심지어 세리를 자신의 제자로 삼으셨습니다. 부정하다고 가까이 하지도 않는 나병 환자에게 손을 대시며 그들의 병을 고쳐주셨습니다. 당시 인권도 없고 남자들에게 철저하게 무시당하며 살던 여인들을 귀하게 여기시고, 그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해 주셨습니다. 유대인들로부터 더러운 피를 가진 사람들이고 놀림을 받고, 아브라함의 피를 더럽힌 사람들이라고 저주를 받던 사마리아 사람들의 마을로 들어가셔서 그들과 함께 머물며 주무시기도 하셨습니다.

   그리고 십자가에 죽으시기 전날에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셨습니다. 우리 주님도 아셨습니다. 선생이요 주님이신 당신이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것이 당시의 풍습으로는 결코 맞지 않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럼에도 주님께서는 기꺼이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면서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주는 것이 옳다’(요한복음 13:14)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주님께서 그렇게 낮은 자들과 어울리시고 낮은 자리에 내려가시는 것 때문에 주님의 권위가 추락했거나 주님의 품위가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당시 겉 폼만 잡던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은 그런 주님께 손가락질을 했지만, 다른 모든 사람들은 그런 주님의 삶과 행동에 감동했습니다. 그렇게 낮은 자들과 함께 하셨고, 낮은 자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셨던 주님이시기에 오늘도 우리가 그 주님을 찬양하고 그 주님을 향해 감사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의 눈을 높은 데 두지 마십시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지금보다 더 높은 곳에 올라가려고 발버둥을 칩니다. 지금보다 더 많이 가지려고 하고, 지금보다 더 출세하려고 하고, 지금보다 더 누리려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세상을 닮아가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주님은 낮은 자들을 바라보셨고, 낮은 자리에 내려오셔서 낮고 천하게 여김 받는 사람들을 품어주셨습니다. 그것이 주님의 품격이었습니다. 우리도 그런 주님의 품격을 닮아야 합니다. 우리가 내려갈수록 우리의 신앙적 품격이 더 올라간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다. 세상 사람들은 낮아지려는 우리를 보고 어리석다고 놀릴지 모릅니다. 예수님 당시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진정으로 주님을 닮은 신앙으로 살려 한다면 우리는 높은 곳을 향해 발버둥치며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더 낮은 자리에 내려가야 합니다. 높은 지위와 많이 가진 사람들을 가까이 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사랑을 필요로 하는 이웃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에게 더 많이 다가가야 합니다. 결코 잊지 마십시다. 신앙인의 품격은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데 있지 않습니다. 더 낮은 자리에 내려갈 때 진짜 신앙인의 품격이 드러납니다. 더 많이 겸손해지고, 더 자주 힘든 이웃에게 손을 내밀 때 그 때 우리는 주님을 닮은 품위 있는 신앙인이 될 수 있습니다. 선하고 복된 말을 하는 언어생활, 더 낮은 자리로 내려가고 더 힘든 사람에게 가까이 할 때 우리 신앙인의 인격과 품격은 높아갑니다. 그것이 진정한 경건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 2019년 7월 21일 주일낮예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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