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의 때와 같이

< 본문 - 누가복음 17:26-30 >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히브리대학 역사학과 교수인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가 쓴 책 가운데 『호모데우스』(Homo Deus)라는 책이 있습니다. ‘호모’(Homo)는 인간이란 말이고, ‘데우스’(Deus)는 신, 하나님이란 말입니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이 두 개의 단어를 합성하여 현세대의 인간을 ‘하나님이 되고 싶어 하는 인간’ ‘하나님이 되어 가는 인간’이라고 정의하고 이 책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유발 하라리 교수는 지금까지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가 세 가지가 있었는데, 그것은 기아(굶주림)와 전염병과 전쟁(폭력)이라고 말합니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적은 기아였다고 합니다. 실제로 1692년과 1694년 사이에 두 해 동안 계속된 흉년으로 인해 프랑스에서는 당시 인구의 15%인 280만 명이 굶어 죽었습니다. 이듬해인 1695년에는 에스토니아에 기근이 닥쳐 인구의 5분의 1이 죽었습니다. 그 다음해인 1696년에는 핀란드에서 인구의 4분의 1 내지 3분의 1일 죽었고, 1695년과 1698년 사이에 스코틀랜드에서는 심각한 기근으로 인해 어느 곳에서는 거주자의 20%가 죽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그런 굶주림으로 죽는 사람보다는 오히려 비만으로 죽는 사람이 훨씬 더 많습니다. 2010년에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죽은 사람이 100만 명 정도였는데, 같은 해에 비만으로 죽은 사람은 그 3배에 달하는 300만 명이나 되었습니다.

  인류의 두 번째 적은 전염병입니다. 1330년대에 흑사병이 동아시아와 중앙아시아를 휩쓸었는데, 그 전염병으로 인해 7,500만 명에서 약 2억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죽었다고 합니다. 이 숫자는 유라시아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넘는 수입니다. 잉글랜드에서는 흑사병으로 열 명 중 네 명이 죽어 흑사병 이전에 인구가 370만 명이었는데 흑사병 이후에 인구가 220만 명으로 줄었습니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는 10만 명의 시민 가운데 그 절반인 5만 명이 전염병으로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20세기 의학이 발달하면서 전염병으로 인해 죽은 사람의 숫자가 급격하게 줄었고, 21세기 들어와서도 몇 년마다 한 번씩 사스, 조류독감, 신종플루, 에볼라 등 많은 전염병이 세계적인 확산 조짐을 보였지만, 전 세계적으로 사망자는 수천 명에 불과합니다. 이제 전염병이 인류를 파멸시킬 것이란 두려움은 사라졌습니다.

  인류의 세 번째 적은 전쟁입니다. 고대 농경사회에서 사망 원인의 약 15%가 전쟁과 같은 폭력이었는데, 20세기에 들어와서는 그 비율이 5%로 줄었고, 21세기로 들어와서는 1%로 줄었다고 합니다. 2012년 한 해 동안 전세계의 사망자 수는 약 5,600만 명이었는데, 그 가운데 전쟁으로 죽은 사람은 12만 명, 폭력과 같은 범죄로 죽은 사람이 50만 명인 반면, 자살로 죽은 사람은 80만 명이고, 당뇨병으로 죽은 사람은 150만 명이나 됩니다. 오늘 우리 시대는 전쟁에 쓰이는 화약보다도 당뇨병을 일으키는 설탕이 생명에 더 위험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테러와 같은 폭력으로 인해 살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긴 하지만, 21세기에는 전쟁은 곧 모두의 파멸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기에 서로가 전쟁을 꺼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인류의 최대 적들을 극복한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것은 바로 ‘인간을 신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 즉 호모 사피엔스를 호모 데우스로 바꾸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기근이나 전염병 등을 하나님의 심판이나 벌로 여겼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것을 하나님의 심판으로 보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인간의 삶에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의학적 기술로 인간 수명이 100세 시대에서 200세 시대로 옮아가고 있고, 예전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나 천재들이 수많은 시간을 노력해서 이룰 수 있었던 일을 이제는 인공지능인 AI가 순식간에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래 세계는 누가 정보를 지배하느냐가 세계를 지배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인간은 점점 하나님의 자리에까지 올라가, 인간이 원하는 것을 거의 다 누리며 살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저는 유발 하라리 교수가 쓴 『호모 데우스』를 읽으면서 한 편으로는 전율을 느끼는가 하면, 다른 한 편으로는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정말 유발 하라리 교수가 말하는 그런 세계가 올 것인가 하는 것이고, 그가 주장한 것처럼 이제 인간사회에서 신은 더 이상 필요 없는 존재가 되고 말 것인가 하는 것 때문입니다. 물론 사람은 그렇게 추론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엄청난 속도로 과학이 발전하고, 삶의 환경이 좋아지면서 사람들의 인식 속에 굳이 하나님의 자리, 전능자의 자리를 내어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지적 능력이나 문명의 발달이 더 이상 하나님을 의지할 필요가 없게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여러분, 인간이 아무리 미래에 대해서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예측한다 하더라도 인간의 미래는 늘 우리가 예측한 대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유발 하라리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예전에는 기근이나 전염병이나 전쟁과 같은 폭력이 인간에게 가장 위협적인 요소였지만, 오늘날 그런 위협적인 요소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것 때문에 인간이 망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 생존의 위협들이 모두 사라진 것입니까? 아무리 의학이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뇌혈관 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한 해에 약 1,500만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의학적 기술의 발달로 인간수명은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첨단 과학시대에 인류의 존재를 위협하는 다른 요소는 얼마든지 많습니다. 그 한 예로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아십니까? 한 연구에 의하면 지구 온난화로 207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약 1억 5천만 명이 해수면보다 낮은 지역에 살게 된다고 합니다. 그것도 최고로 발달된 도시가 말입니다. 그 말은 뉴욕이나 도쿄, 홍콩, 방콕 등 약 130여개의 항구도시가 침수 피해를 당하게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에서는 최근 수도를 자카르타에서 동칼리만탄 지역으로 옮긴다고 발표했습니다. 수도를 옮기는데 들어가는 비용만 무러 44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감에도 굳이 수도를 옮기려는 것은 자카르타에 인구가 너무 많이 몰려 있을 뿐만 아니라 곧 물에 잠길 것이라는 예측 때문입니다.

  여러분, 인간이 아무리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고 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한다 하더라도, 인간의 마음에 자리하고 있는 불안을 모두 극복할 수 없고, 위협에서 벗어나 안전지대에 편안히 머무를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문명이 발달되고 사람들의 삶이 편리해지면서 오히려 우울증이 증가하고, 그러면서 사람의 마음은 더욱 더 피폐해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과학이 하나님의 자리를 밀어낸다 하더라도 사람에게는 하나님이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더욱 분명한 것은 하나님은 인간이 밀어낸다고 해서 밀려가는 분이 아닙니다. 인간이 영생불사를 희망하며 ‘호모데우스’(신이 되고 싶은 인간)를 외친다 하더라도 인간은 인간일 뿐입니다.

  그리고 인간의 한계가 가장 명확하게 드러날 때가 반드시 찾아옵니다. 그게 바로 하나님의 심판의 때입니다. 아무리 인류문명이 발달하고 최첨단 과학과 의술이 인간 수명을 늘린다 하더라도 그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끝날 때가 언젠가는 반드시 온다는 것입니다. 그 종말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들에 만족하며 현실에 안주하려고 합니다. 현대의 과학과 문명에 만족하며 그것이 우리에게 영원할 것이라고 착각하면서 말입니다. 어쩌면 유발 하라리 교수가 예견하는 것처럼, 우리 인간은 점점 하나님의 자리에까지 올라가서 하나님이 없다고 선언하고 우리 인간이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다 할 수 있다고 선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실제로 그런 때가 있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오래 전에 말입니다. 그것을 창세기 11장에서 기록해 주고 있습니다. 바로 바벨탈 사건입니다. 노아 홍수 이후 인간은 하나님의 심판이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심판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것이 바로 바벨탑을 쌓는 것입니다. 바벨탑을 쌓으면서 인간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자, 성과 탑을 건설하여 그 탑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하자.’(창세기 11:4) 여러분, 이 말속에는 두 가지 인간의 욕망이 감춰져 있습니다. 첫 번째는 탑의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하자는 것은 곧 인간이 하나님의 자리에 올라가자는 뜻입니다. 마치 유발 하라리 교수가 호모 데우스라고 말하는 것처럼 하나님이 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그대로 드러낸 말입니다. 또 하나는 탑의 꼭대기를 하늘에까지 닿게 한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홍수로 세상을 심판하신다 하더라도 이제는 그 홍수로 인류가 멸망당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아무리 많은 물이 땅에 쏟아진다 하더라고 높은 탑을 쌓고 거기에 들어가면 홍수로 피해를 보는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심판을 무력화시키고, 심판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인간이 아무리 그런 욕망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것은 인간의 어리석은 욕망일 뿐입니다. 바벨탑을 쌓는 인간들을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성경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호와께서 사람들이 건설하는 그 성읍과 탑을 보려고 내려오셨더라.”(창세기 11:4) 인간이 아무리 크고 웅장하게 성읍과 탑을 쌓는다 하더라도 하나님이 계신 하늘 보좌에서는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고 초라한 것일 뿐이라는 사실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말씀입니다. 그 거대하고 웅장한 성읍과 탑을 보시기 위해서는 하나님께서 하늘에게 내려오셔야 겨우 보일 정도입니다. 그들이 하나님처럼 되고 싶다고 해서 하나님처럼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하나님의 심판을 면하고 싶다고 해서 하나님의 심판을 피해갈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인간은 하나님 앞에 그렇게 미약한 존재일 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미약한 존재인 우리 인간은 자신이 뭔가를 조금 더 가졌다고 하나님 앞에서 우쭐댑니다. 어리석게도 말입니다. 우리가 지난주에 말씀을 나눴던 노아 시대의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는 것’ 외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배가 고프면 먹을 것을 찾고, 목이 마르면 마실 물을 찾고, 성장하면 짝깃기를 통해서 새끼를 낳는 짐승이나 다름이 없는 그런 삶을 살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노아를 통해서 경고하고 심판을 예고해 주셨는데도 그들은 그것에 관심도 갖지 않았고 여전히 그저 감각적인 삶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홍수로 심판을 받게 되었고, 멸망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홍수 이후 인간들은 엄청난 문명의 발달을 꾀해왔습니다. 홍수 이후에 인간의 모습을 기록한 것이 바로 앞서 말씀드린 ‘바벨탑 사건’입니다. 그들 스스로 ‘하늘’이라고 말하는 곳에 닿을 정도로 높은 탑을 쌓겠다고 하는 것은 그들의 건축기술이 그만큼 발달했다는 증거입니다. 비록 하나님께서 개입하셔서 바벨탑을 쌓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의 문명과 문화는 많이 발전해 있었습니다.

  인간의 문명과 문화, 기술이 그렇게 발달했다고 해서 인간이 하나님의 심판을 면할 수 있을까? 결코 하나님의 심판을 면할 수 없습니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가 바로 롯의 이야기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롯의 시대에 하나님의 심판으로 인해 멸망당한 소돔성에 대해서 말씀하고 있습니다. 소돔성이 멸망당할 때 사람들이 한 일에 대해서 오늘 본문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사고 팔고 심고 집을 짓더니,” 여러분, 노아 때의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 대한 기록과 롯의 때의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기록한 기록의 차이에서 무엇을 느끼실 수 있습니까? 그냥 단순히 우리 인간이 살아가면서 생활하는 모습 몇 가지를 첨부해 놓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들이 먹고 마셨다.’는 것에는 노아의 때 사람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롯의 때에 사람들이 살던 방식에 대해서 몇 가지 다른 부분을 네 개의 다른 동사로 말씀하십니다. ‘사고 팔고 심고 집을 지었다.’라고 말입니다. 이 말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를 한 마디로 말한다면 ‘더 풍족한 삶을 살았다.’는 것입니다. ‘사고 판다’는 말은 오늘날로 말하면 시장경제가 활성화되었다는 뜻입니다. 내가 소유한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을 내가 가진 것으로 삽니다. 그리고 내가 조금 더 풍족하게 살고 더 누리기 위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내다 팝니다. 그러면서 장사를 하고 매매를 하면서 삶은 더 풍족해지고 여유로워집니다. ‘심는다.’는 말은 농사를 짓는다는 뜻입니다. 농사를 지어 양식을 얻을 뿐만 아니라, 더 풍족하게 누릴 수 있습니다. 성경은 소돔 땅을 가리켜 “여호와의 동산 같고 애굽 땅과 같았더라.”(창세기 13:10)고 말씀합니다. 그만큼 살기 좋은 땅, 농사짓기 좋은 땅, 농사를 지으면 많은 소출을 얻을 수 있는 땅이라는 말입니다. 그곳에 농사를 지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소출을 얻었고, 풍족한 삶을 살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집을 지었다.’는 말은 삶이 안정되었다는 뜻입니다. 집 없는 설움이나 불편, 고통이 아니라 누구나 집을 갖고 편안하고 안정된 삶을 살았습니다.

  이 모든 말들을 종합하면 분명 노아 시대의 사람들보다 롯의 시대 사람들이 훨씬 더 풍요롭고 안정되게 살았습니다. 모든 문명과 문화가 발달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져보아야 합니다. ‘문명과 문화가 발달되고, 삶이 안정되었다면 그들의 삶은 더 아름답고 성숙해졌을까? 모든 것이 이전 시대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더 거룩하고 깨끗할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아 시대의 사람들보다 롯의 시대 사람들이 더 성숙해지고, 더 거룩한 삶을 살았을까요?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소돔성이 멸망당하기 직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살펴보십시다. 천사들이 사람의 모습을 하고 소돔성을 찾아갑니다. 소돔성의 죄악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친히 알아보시려는 하나님의 의도 때문입니다. 소돔성에 낯선 두 사람이 찾아와 롯의 집에 머물고 있을 때, 밤이 되자 소돔성 사람들이 ‘노소를 막론하고’ 롯의 집에 찾아와 그 집을 에워쌌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 밤 네게 온 사람들이 어디 있느냐? 이끌어 내라. 우리가 그들을 상관하리라.”(창세기 19:5) 여기서 말하는 ‘상관한다.’는 말은 성관계를 갖는다는 뜻입니다. 우리말 성경에서는 그 말을 순화해서 번역했지만, 의미를 정확하게 하여 번역한다면 ‘그들을 우리의 성노리개감으로 삼겠다.’는 뜻입니다. 여러분 보십시오. 늙은이나 젊은이나 구별하지 않고 롯의 집에 찾아왔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이라면 젊은 사람들이 그런 못된 짓을 하려고 하면 말려야지요. 젊은이들은 자기들의 욕구 때문에 죄를 지으려고 할 때 어른들이 있으면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하지요. 그런데 소돔성 사람들은 그런 부끄러움이나 도덕적 윤리적인 판단을 할 능력도 없이 젊은이나 나이 든 사람을 막론하고 성적 쾌락을 즐기기 위해서 롯의 집으로 몰려들었습니다. 그것도 같은 남자를 대상으로 한 성적 쾌락을 즐기기 위해서 말입니다. 어쩌면 성경에 가장 먼저 동성애 이야기가 나온 것이 바로 소돔성 사람들의 모습일 것입니다.

  여러분, 사회도 그렇고 개인도 그렇고 성장하면 성숙해져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문명이나 문화나 기술이 발달하면 그만큼 성장에 대한 책임감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사람도 아이에서 청년으로, 청년에서 중년으로, 중년에서 노년으로 성장할수록 성숙해져야 합니다. 윤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성숙해져야 합니다. 성숙해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미국의 사업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밥 버포드(Bob Buford)가 쓴 『하프 타임』(Half Time)이란 책이 있습니다. 그 책에서 저자는 우리 인생의 전반기는 성공을 위해 일하는 시기이고, 하프 타임을 지나 후반전에 들어가면 삶의 의미를 찾아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 열정을 쏟는 시기라고 말합니다. 인간이 성숙해질수록 보다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삶을 위해 힘쓰며 사는 것이 바르게 사는 인생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우리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습니까? 우리는 지금 다른 어느 시대보다도 문명과 문화, 기술과 과학이 발달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수많은 정보를 가지고 살고 있고, 수많은 과학과 문명의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그렇게 너무나도 좋은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인데 우리의 삶이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화나 과학기술 등에 맞춰 성숙해져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히브리대학의 유발 하라리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그런 진보된 과학과 문화를 가지고 스스로 하나님이 되려고 하는 ‘호모 데우스’로 살고 싶어 안달하고 있진 않느냐 하는 것입니다. 노아의 시대보다 훨씬 더 발달된 문화와 기술을 가지고 있던 롯의 시대 사람들은 더 발달된 문화나 기술로 오히려 더 많은 죄악을 만들어냈을 뿐입니다. 더 큰 죄악의 굴레에 매여 죄를 저지르며 살았습니다. 하나님께서 그 죄악을 보시기 위해서 인간의 모습으로 천사를 보내실 정도였고, 그 사람의 모습을 한 천사를 대상으로 성적 쾌락을 즐기려고 했던 사람들이 롯의 시대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발달된 문명을 쾌락으로 바꾸어 범죄에 앞장 선 소돔성의 사람들은 결국 하나님의 심판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하늘에서 유황과 불이 비같이 내려 그 성을 멸망시키고 말았습니다.

  여러분, 지금 우리가 남보다 더 누리고 있는 것이 무엇입니까? 내가 남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것이 결코 자랑거리일 수 없습니다. 정보를 많이 가졌다는 것도 자랑거리일 수 없고, 더 많은 지식과 배움을 가졌다고 그것이 자랑거리일 수 없습니다. 내가 남보다 좀 더 여유롭게 산다는 것도, 내 자식들이 남들보다 더 성공하고 잘 산다고 하는 것도 모두 자랑거리일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그만큼 하나님께서 은혜를 주셨다면 더욱 더 하나님의 기억하며 살아야 합니다. 우리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무릇 많이 받은 자에게는 많이 요구할 것이요, 많이 맡은 자에게는 많이 달라 할 것이니라.”(누가복음 12:48) 많이 가지셨습니까? 그것이 결코 자랑거리가 아닙니다. 많이 누리고 계십니까? 그것이 결코 축복인 것만은 아닙니다. 많이 가지셨다면, 그리고 많이 누리고 계신다면 그것은 책임입니다. 주님 앞에 더 바르게 살려는 노력이어야 하고, 가지지 못한 자를 보듬어야 하는 책임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고 누리고 있는 것을 축복이라고 착각하고 그것에 마음 빼앗긴 채 정신없이 살아가 롯의 시대 사람들처럼 부지불식간에 심판의 날이, 멸망의 날이 우리에게도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더 많이 누릴수록 하나님을 멀리합니다. 하나님 없이도 충분히 즐기며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 많이 가질수록 하나님을 부인합니다. 하나님이 계시지 않아야만 내 마음대로 즐기며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롯의 시대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 시대의 사람들 역시 그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아무리 문화가 발달되고 과학기술이 발달된다 하더라도 하나님을 잃어버린 세상은 비극이요 멸망으로 끝나고 맙니다. 그래서 풍요가 때로는 저주일 수 있고, 많이 가지고 누리는 것이 때로는 우리에게 파멸을 초래하는 비극일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을 잃어버린 삶을 살 때에는 말입니다.

  여러분, 인간은 결코 하나님이 될 수 없습니다. 아니 하나님을 떠나서는 바르게 살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가 더 풍요로워질수록, 내 삶이 더 여유로워질수록 더욱 하나님을 붙잡고 하나님을 신뢰하는 믿음으로 사십시다. 그것만이 인간이 인간됨의 참된 모습을 유지하며 살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것만이 심판을 피할 수 있고, 멸망 중에서도 구원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 2019년 9월 15일 주일낮예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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