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무화과나무여!

< 본문 - 마태복음 21:18-22 >

   누가복음 13장에 ‘열매를 맺지 못한 무화과나무’에 대한 비유의 말씀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포도원에 무화과나무를 심었습니다. 그리고 열매를 거둘 때가 되어 열매를 구하지만 그 무화과나무는 열매를 맺지 못했습니다. 그러기를 삼년이나 했습니다. 3년이 지난 후에 주인은 포도원지기에게 ‘3년을 기다려도 열매를 맺지 못하니 무화과나무를 베어버리자.’고 제안합니다. 그런데 포도원지기는 한 해만 더 기다려달라고 요청합니다. 그 한 해 동안 자신이 거름도 주고 땅도 더 열심히 관리해서 어떻게든지 열매를 맺도록 할테니 한해만 더 기다렸다가 그래도 열매가 없으면 그 때 베어버리자고 말합니다.

   비록 짧은 비유이지만, 우리가 이 비유에서 몇 가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왜 포도원주인은 포도원에 무화과나무를 심었을까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왜 주인은 3년 만에 무화과나무를 베어버리자고 했을까 하는 것이고, 세 번째는 왜 포도원지기는 한 해만 더 기다려보자고 말했는가 하는 것입니다. 첫 번째 질문부터 생각해보십시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포도원에는 당연히 포도나무를 심어야 합니다. 이스라엘 땅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나무는 포도나무, 무화과나무, 감람나무 등입니다. 그래서 성경에 그런 나무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 중에 가장 재배하기 어려운 나무는 포도나무이고, 가장 재배하기 쉬운 나무는 무화과나무입니다. 재배하기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포도나무를 심는 이유는 그만큼 포도열매의 쓰임새가 많고, 수익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포도원을 만들어놓고 쓸모가 많고 수익이 높은 포도나무를 심지 않고 무화과나무를 심었다는 것은 뭔가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힘을 들여, 그리고 돈을 들여 포도원을 만들어놓고 값어치가 많지 않은 무화과나무를 심는 바보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포도원 주인은 왜 자신의 포도원에 포도나무가 아니라 무화과나무를 심었을까? 성경은 정확한 이유를 말씀하고 있지 않지만, 아마도 포도 농사에 실패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포도나무를 심어 포도열매를 얻으려고 했지만, 토질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포도농사를 접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수익은 많이 나지 않지만 쉽게 재배할 수 있는 무화과나무를 심은 것입니다. 이런 전이해를 가지고 그 비유를 이해한다면 왜 포도원 주인이 3년 만에 무화과나무를 찍어버리자고 말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포도농사에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쉽게 재배할 수 있는 무화과나무를 심었는데 3년 동안 열매를 맺지 못하자 무화과농사도 실패한 것 아닌가 하는 조급한 마음에 무화과나무를 찍어버리자고 말한 것입니다. 그런 주인의 조급함을 알기에 포도원지기는 주인에게 한 해만 더 참아보자고 제안을 했던 것입니다.

   그 비유에서 강조점은 회개하지 않으면 망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지금 당장 그 멸망이 우리에게 임하지 않는 것은 ‘한 해만 더 기다려 보자’는 포도원지기의 간청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지 못했을지라도 멸망당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지금도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서 ‘한 해만 더 참아 달라’고 간청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런 주님의 우리를 향한 사랑의 기도가 없었다면 우리는 어쩌면 오래 전에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망해야 했을 것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은혜 때문에 살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우리를 참아주시고, 우리가 잘못 판단하고 잘못된 결정을 내려 일을 망쳐도 기다려주시는 주님 때문에 우리가 오늘 하루도 생명을 연장 받아 살고 있는 것입니다. 내가 행동한 대로 심판을 받는다면, 내가 저지른 실수를 하나님께서 그대로 심판하신다면 우리는 당장이라도 멸망당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입니다. 우리의 실수에도, 범죄에도 우리가 망하지 않는 이유는 참아주시는 은혜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를 참아주시고 용서하시고 용납하시는 그 사랑이 언제나 계속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우리에게 주님께서 책망도 하시고 채찍질도 하십니다. 물론 우리가 미워서, 그래서 우리가 망하도록 하시기 위해서 채찍질 하시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로 깨닫게 하시고, 때로는 우리로 돌아서게 하시기 위해서 우리에게 채찍질도 하십니다.

   그렇게 참으시고 때로는 채찍질을 통해서 깨우쳐 주심에도 우리가 깨닫지 못하고 돌아서지 않는다면 그 결말은 멸망이 되고 말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우리에게 아주 엄중한 경고를 주시는 말씀입니다. 오늘 본문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예수님께서 베다니에서 하루를 보내신 후 다음날 예루살렘 성으로 들어가시는데 너무 배가 고프셨습니다. 배가 고파 먹을 것이 없을까 하고 찾던 중에 때마침 무화과나무 하나를 발견하셨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무화과나무에 다가가셨는데, 아쉽게도 그 무화과나무에는 열매가 없었습니다. 잎은 무성하지만 열매를 얻지 못하자 예수님께서는 ‘네가 이제부터 영원토록 열매를 맺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자 무화과나무가 곧 시들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무화과나무의 이야기는 마태복음과 마가복음, 두 곳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마가복음에서는 오늘 본문과 조금 다르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베다니에서 하룻밤을 보내신 후에 예루살렘 성으로 들어가시다가 시장하던 중 무화과나무를 발견하고 열매를 얻을 수 있을까 하고 무화과나무에 가까이 다가가셨습니다. 그런데 무화과나무에 열매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마가복음에는 이런 말씀이 덧붙여져 있습니다. 무화과나무에 열매가 없는 이유는 ‘무화과의 때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마가복음 11:13) 무화과나무에서 열매를 얻지 못하신 예수님께서 무화과나무에게 오늘 본문의 말씀처럼 ‘이제부터 영원토록 사람들이 네게서 열매를 따먹지 못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는 성전에 들어가셔서 성전을 깨끗하게 하시고 말씀을 가르치신 후 예루살렘 성 밖으로 나가 또 하룻밤을 지내십니다. 그 다음날 다시 예루살렘 성으로 들어가시다가 제자들이 어제 아침 예수님께서 ‘영원토록 열매를 맺지 못할 것’이라고 말씀하신 그 무화과나무가 뿌리까지 말라버린 것을 발견합니다. 그리고는 깜짝 놀라며 예수님께 말씀을 드립니다. ‘어제 주님께서 저주하신 그 무화과나무가 말라버렸다.’고 말입니다.

   마가복음에서는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신 일과 무화과나무가 말라버린 것이 이틀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고 기록하고 있는 반면 오늘 본문인 마태복음에서는 단 하루 만에 이루어진 일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마가복음의 기록이 더 정확한 기록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마태복음에서는 단 하루 만에 이루어진 일이라고 기록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오늘 본문 바로 앞에 기록된 성전을 깨끗하게 하신 사건과 연결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성전에 들어가셨을 때 성전 안은 온통 장사꾼으로 득실거렸습니다. 거룩해야 할 성전에서 장사치들이 돈벌이를 하고, 성전을 거룩하게 지켜야할 책임을 가진 종교지도자들은 그들과 결탁하여 이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을 예수님께서는 가만 놔두실 수가 없으셨습니다. 그래서 좀 과격하지만 매매하던 장사꾼들을 다 성전 밖으로 내쫓으시고, 돈을 바꾸던 상을 뒤집어엎으시고, 비둘기를 팔던 사람들이 앉아 있던 의자를 둘러엎으셨습니다. 그리고 시각장애인과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이 성전으로 예수님을 찾아오자 그들을 고쳐주셨습니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두 가지 사실을 가르쳐줍니다. 그 첫 번째는 성전은 결코 돈벌이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니 성전만이 아니라 신앙은 결코 돈벌이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신앙이 돈벌이의 대상이나 도구가 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신앙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성전이 돈벌이의 도구로 전락해버였다면 그것은 더 이상 성전이 아니라 강도의 소굴일 뿐입니다. 우리의 신앙이 믿음의 순수함을 잃어버리고 돈과 세상의 어떤 이득의 도구로 전락한다면 그것은 강도짓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또 하나 성전은 어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장소가 아니라 아프고 병들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장소여야 합니다. 당시 성전은 매매하는 사람들과 대제사장을 비롯한 종교지도자들이 결탁하여 돈벌이의 장소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런 돈벌이를 하는 사람들을 내쫓으시고 그곳에 찾아온 시각장애인과 다리 저는 사람들을 고쳐주셨습니다. 그들은 돈벌이에 눈먼 사람들에게는 관심조차 없는 사람들입니다. 가진 것이 없이 늘 소외되어 살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성전에서 고쳐주셨습니다. 성전은 그런 곳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교회가 그런 곳이어야 합니다. 교회는 가진 것이 없기에 세상에서 소외되고, 내세울 것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관심조차 갖지 않는 사람들을 품는 곳입니다. 세상에서 권세를 가졌다고 교회에서 우대하고, 세상에서 떵떵거리며 사느 사람이 교회에서도 떵떵거린다면 그것은 더 이상 하나님의 교회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교회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들이 주인이 되는 곳입니다.

   그런데 당시 예루살렘 성전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가진 자들이 더 많이 가지려 하고, 가진 자이 힘 없고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착취하고 빼앗는 현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마가복음 12:40절에서 예수님께서 책망하신 것처럼, 과부의 가산을 삼키는 사람들이 주인처럼 행세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런 성전의 거짓되고 가증한 모습을 예수님께서 거부하신 것입니다. 그것이 마치 오늘 본문에 나오는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와 같다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 의하면 그 무화과나무는 잎사귀는 있지만 열매가 없었습니다. 무화과나무에 잎사귀는 있었지만 열매가 없었던 이유를 마가복음에서는 ‘무화과의 때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의 이야기가 전개된 시기는 3-4월 경입니다. 그 때가 유대교의 유월절이고, 예수님께서 유월절에 십자가에 죽으셨기 때문입니다. 그 3-4월은 무화과나무에 열매를 따지 않는 시기입니다. 일반적으로 무화과나무는 5-6월에 열매를 맺어 9-10월에 수확을 합니다. 그런데 그보다 조금 일찍 3-4월에도 무화과가 열려 5-6월에 이전에 익는 열매도 있습니다. 그것은 지난해에 싹이 난 가지에 맺혀진 열매입니다. 그 열매는 작고 맛이 별로 없어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열매는 아닙니다. 그런데 가난하고 배가 고픈 사람들에게는 작고 맛이 없는 그 무화과일지라도 소중한 먹거리가 됩니다. 무화과나무 주인은 9-10월에 맺는 크고 맛있는 무화과에 관심을 갖고 그 열매를 얻기 위해 무화과나무를 관리하지만, 이른 여름에 먼저 익는 무화과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열매입니다. 그러기에 마가복음에서 ‘이는 무화과의 때가 아님이라.’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좋은 열매가 맺는 시기가 아니라는 의미이지, 열매가 전혀 없는 때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열매 없는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신 이유를 우리는 더욱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 무화과나무에 잎사귀가 있었다는 것은 가을에 맺혀질 좋은 열매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 열매는 주인에게 수확의 기쁨을 줄 것이고, 그것을 시장에 내다 판다면 주인에게 돈을 벌게 해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예수님께서 요구하시는 것은 가진 자를 더 부유하게 만드는 그런 열매가 아닙니다. 가진 것이 없어 먹을 것을 제대로 구할 수 없는 사람들, 남들이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 볼품없고 맛없는 무화과열매라도 먹어야 하는 가난한 사람에게 필요한 열매였습니다. 그런데 그 무화과나무에는 그 열매가 없었던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열매, 가난한 사람들의 배를 조금이나마 채울 수 있는 열매가 없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주인이 가을에 맺을 무화과가 더 크고 좋은 것이 맺혀지길 바라며 작고 맛없는 무화과를 미리 제거해버렸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 가난한 사람들이 먹는 것을 없애버린 것입니다.

   지금 유대교가 꼭 그런 무화과나무와 같았습니다. 성전에서 종교를 핑계 삼아 장사하여 가진 사람들은 더 많이 가질 수 있었습니다. 종교지도자들과 결탁한 장사꾼들은 성전에서 장사하여 엄청난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성전에서 장사한다고 얼마나 돈을 벌겠어?’ 그런데 여러분,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거기에서 얻어지는 이익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유대 역사학자인 요세푸스의 기록에 의하면 예수님 시대에 유월절에 예루살렘을 찾는 사람의 수가 무려 250만 명에서 많게는 270만 명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예루살렘에 거주하는 인구가 약 25,000명에서 많게는 7만 명 정도였음을 생각하면 유월절에 예루살렘에 찾아온 사람들은 당시 예루살렘에 거주하는 사람의 약 100배나 되는 숫자입니다. 그들이 예루살렘을 찾아온 이유는 예루살렘 성전에서 제사를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제사를 드리려면 제물이 필요한데, 제물로 드릴 수 있는 짐승은 반드시 제사장이 흠이 없는 것이라고 인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종교지도자들과 결탁한 장사치들이 제물이라고 판매하는 것만 제사장들이 흠없는 것으로 인정해 주었습니다. 아무리 집에서 잘 기른 짐승이라 하더라도 성전에서 매매하는 것이 아닌 경우에는 퇴짜를 놓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성전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모두 성전에서 판매하는 것만을 사야 했습니다. 그러니 유월절에 성전에서 매매되는 짐승의 숫자가 얼마나 많겠습니까? 거기에다가 흠이 없는 짐승이라는 것 때문에 일반 시중가보다도 훨씬 더 비싼 값을 매겨 판매합니다. 그렇게 해서니 엄청난 수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매매꾼들은 종교지도자들에게 뇌물을 주어 판권을 따내야 했습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엄청난 자금력이 있는 사람들이 권력자들에게 뇌물을 주고 판권을 챙기는 셈입니다. 그러면 권력자들도 뇌물로 배를 불리게 되고, 돈 많은 장사치는 더 큰 돈을 벌게 되구요.

   그런 상황이다 보니 성전은 가난한 사람들의 주머니를 착취해서 부자들이나 권력자들의 배를 불리는 일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마치 좋은 열매에만 관심을 가지고 작고 볼품없는 열매는 맺지 않는 무화과나무처럼 말입니다. 겉으로는 잎사귀가 무성합니다. 좋은 나무인 것처럼 보입니다. 당시 종교지도자들이 그랬습니다. 겉으로는 정말 경건하고 열성을 가진 종교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속으로는 돈을 좋아하고 대접받기를 좋아하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시장 어귀를 어슬렁거리면서 사람들에게 존경의 인사 받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겉으로는 아주 경건한 것같지만, 속으로는 탐욕이 가득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신 것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신 것이 아니라, 성전을 중심으로 한 유대교의 잘못된 신앙행태에 대한 저주와 다름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오늘날 교회가 어떤 모습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세상에서 소외되고 버림받은 사람들에게 기댈 언덕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가진 자들의 놀이터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니 좀더 좁혀서 생각해 보십시다. 지금 나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예수님 당시 유대교는 겉으로는 아주 멀쩡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화려한 성전이 있습니다. 헤롯 왕에 의해서 더 화려한 성전으로 확장되고 있었습니다. 명절이 되면 수백만 명이 예루살렘을 찾아와서 큰 명절처럼 축제를 벌입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당시 종교지도자들은 겉으로는 아주 열성적인 신앙생활을 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씩 금식했습니다. 소득의 십일조를 거른 적이 없습니다. 율법이라고 말하는 장로들의 전통을 목숨처럼 소중하게 여겼습니다. 하루에 세 번씩 시간을 정해놓고 정확하게 기도했습니다. 어느 누가 보아도 참 존경할만큼 신앙생활을 잘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호되게 책망하셨습니다. ‘외식하는 자들!’이라고 말입니다. 겉은 그럴싸하게 보이지만 속은 세속적인 탐욕으로 가득했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은 신앙생활을 잘 한다고 자부하고 있었습니다.

   여러분, 그게 지금 우리의 모습은 아닙니까? 오늘 우리가 당시 종교지도자들처럼 하진 못한다 하더라도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습니다. ‘나는 십일조 생활을 잘하고 있어! 나는 교회 봉사도 남들보다 열심하고 있어! 나는 힘든 중에서도 주일에 예배드리는 것을 빠지지 않아! 나는 그래도 남들보다 욕심이 적어! 나는 죄에 빠져 사는 세상 사람들과는 달라! 그래도 나는 나름 정직하게 살고 있어!’ 등등. 지금 우리의 모습이 그런 허황된 자부심으로 가득해 있진 않습니까? 내 이웃의 아픔이 나의 아픔으로 조금도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신앙인답게 잘 살고 있다고 말입니다. 내가 손 내밀어 잡아주어야 할 사람이 내 주위에 많은데, 그들를 애써 외면하면서 나는 깨끗하게 살고 있으니 신앙생활 잘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입니다.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겉모습보다는 우리의 내면을 보신다는 것을 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어떤 행동보다도 우리의 중심을 보신다고 말입니다. 우리의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 앞에 부끄러워야 할 우리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나아 보인다고 어깨를 우쭐거리며 살곤 합니다.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뜨거웠던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첫사랑을 잃어버린 냉랭한 가슴으로 살곤 합니다. 예배드리는 것이 기쁨이요 기다림이었는데 어느 순간엔가부터 예배드리는 감격이 사라지고 의당 해야 하는 의무감처럼 느껴져 버렸습니다. 찬양을 드리면 주님의 은혜가 생각나 감격하며 찬송을 불렀는데, 이제는 그런 감격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찬송을 부르는 것이 귀찮아지기도 합니다. 십자가를 바라보아도 감격이 없고, 주님을 생각해도 주님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만 같습니다. // 여러분,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 안에 하나님의 은혜가 점점 메말라져 있기 때문 아닙니까? 세상의 욕망에 우리의 마음이 지배당하면서 하나님의 은혜가 머무를 자리를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을 주님께 맡기기보다는 세상의 염려와 걱정이 우리를 지배하면서 우리 안에 거룩한 믿음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무화과나무입니다. 들포도를 맺는 이스라엘을 대신하여 하나님의 나라에 심으신 무화과나무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에 작은 열매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주님께서 크고 좋은 열매를 기대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작고 볼품없다 하더라도 누군가에게 유익을 주는 그런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주님께서 언제든지 다가오시면 주님께 드릴 작은 열매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 무화과나무여야 합니다.

< 2019년 10월 20일 주일낮예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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