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의 요건들

< 본문 - 열왕기하 23:1-7 >

   우리 교단 안에 건강한 목회를 하자고 하는 ‘아드폰테스’(Ad Fontes)라는 목회자 모임이 있습니다. 그 모임에서 오늘 종교개혁주일을 맞아, 지난 104회 우리 교단 총회에서 결의한 명성교회 세습 허용이 잘못되었음을 회개하고 교회를 바르게 개혁하기를 희망하며 공동설교와 공동기도문으로 예배를 드리자고 결의했습니다. 따라서 종교개혁주일인 오늘은 그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바른 교회를 꿈꾸는 목회자들이 같은 설교문으로 말씀을 함께 선포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공동기도문은 <우리 교회에서는 공동기도문을 낭독하는 시간이 없기에> 참회의 기도 시간에 했던 기도문이 전국교회에서 함께 드려진 기도문이었습니다. 공동 설교문에서 약간 수정되었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얼마 전, 조국 법무부장관의 사퇴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다 아는 것처럼, 그는 검찰개혁을 부르짖었습니다만 임명되기 전부터 시끄러웠던 자신의 가족들의 비리문제에 부담을 안고 결국은 자진 사퇴로 결말을 맺었습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 혁명보다 개혁이 훨씬 어렵다는 뜻입니다. 혁명은 반대 세력을 무력으로 한 번에 제압하면 되지만, 개혁은 몇 가지의 필요조건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로 개혁은 한 사람의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우선 첫출발은 대부분의 경우 한 사람이나 뜻을 같이하는 소수의 사람들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흠 없는 높은 도덕성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점점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반대파까지 아우르면서 함께 가야만 합니다. 셋째는 개혁을 이룸에 있어 많은 시간이 요구되며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개신교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부패를 개혁하고 저항하며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개신교를 ‘프로테스탄트’라고 부르는데 그 뜻은 ‘저항하는 교회’입니다. 오늘날 ‘개신교’라 함은 종교개혁 이후, 종교개혁에 동의하는 교회들을 통틀어서 지칭하는 말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깔뱅의 종교개혁 정신과 그의 신학과 신앙을 이어받은 개신교회를 유럽에서는 ‘개혁교회’(Reformed Church)라고 부르고, 이것이 영미쪽에서 ‘장로교회’로 부르며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우리 교회가 속한 장로교회는 개혁교회입니다. 이 개혁교회의 중요한 정신 중에 하나는 ‘개혁교회는 끊임없이 개혁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까지도 여러 시대와 여러 지역을 거치면서 개혁되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개혁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계속적인 개혁을 위해서는 앞에서 말씀드린 개혁의 조건들이 늘 충족되어야 합니다.

   우리 교회가 속해있는 교단의 정식명칭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입니다. 짧게 ‘예장통합’이라고 부릅니다. 우리 예장통합은 2013년 9월 총회에서 세습방지법을 제정했습니다.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아들, 딸, 손자, 증손 등)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위임목사 또는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라고 교단 헌법으로 정해놓았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몇 년 전부터 서울 명성교회에서 아들에게 목회직을 세습하는 것 때문에 우리교단은 큰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습니다. 우리 교회가 속한 교단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문제를 일으킨데 대해서 저는 해당 교단에 소속된 목사로서 너무나도 부끄럽고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여러분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문제의 내용은 간단히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지난번에 한 번 말씀드린 것처럼 지난 9월에 있었던 우리 교단 총회에서 가장 뜨거운 문제는 명성교회 세습에 대한 건이었습니다. 명성교회는 세습을 금지하고 있는 우리 교단의 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7년 아들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하였습니다. 그로 인해 그 교회는 그때부터 부자 세습에 대한 논란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이 논란은 교단뿐 아니라 세상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교회세습에 대해서 우리 교단 총회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지난해인 2018년 제103회 총회에서 세습은 위법으로 판정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8월 5일에 있었던 총회 재판국에서도 명성교회의 세습은 무효이고, 아들 목사의 담임 청빙은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이런 총회 재판국의 판결이 날 때까지만 해도 우리 교단에 정의가 살아 있고, 그로 인해 다시 희망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9월에 열린 제104회 총회 마지막 날, 아들에게 목회직을 세습했던 명성교회 원로목사가 총회석상에 직접 나와서, “그동안 우리 교회가 피투성이가 되도록 많이 맞았다. 합동측에서는 없는 법도 만들어 교회를 살려주는데, 이제 교단에서 우리 교회를 품어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이후 수습전권위원회가 만들어졌고, 그 수습전권위원회에서 가지고 나온 수습 방안은 우리 교단 헌법과 너무 다른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수습전권위원회가 가지고 온 명성교회 세습을 허용하자는 수습안을 총회 총대 1204명 중 920명의 찬성(76.4%)으로 결의해버렸습니다. 그런데 이 총회 결의 후의 반응은 둘로 나뉘어졌습니다. 한쪽은 명성교회도 살리고 총회도 살리는 절충과 타협의 길이었다고 말하고, 다른 한쪽은 이번 결의는 총대들의 어설픈 온정주의와 설익은 용서로 진행된 잘못된 결의요 한국교회의 부패와 타락을 보여주는 부끄러운 민낯의 결의였다고 말합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늘 우리는 종교개혁주일을 맞아 오늘 몬문의 말씀에서 그 답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오늘 본문은 우리에게 분명하게 말씀합니다. 종교개혁은 말씀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말입니다.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요시야 왕이 종교개혁을 단행하게 된 출발점이 무엇이었습니까? 요시야 왕은 통치 18년, 요시아 왕이 26세 되었을 때 성전 수리를 지시하였고, 그 과정에서 율법책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리고 율법책을 읽으면서 요시야 왕은 자신의 옷을 찢으며 통곡하며 회개했습니다. 그것이 그의 종교개혁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00여 년 전에 있었던 종교개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종교개혁의 다섯 가지 명제는 오직 성경(sola scriptura), 오직 은혜(sola gratia), 오직 믿음(sola fide), 오직 그리스도(solus Cristus), 오직 하나님께 영광(soli Deo gloria)입니다. 종교개혁의 성격을 가장 명확하게 설명해주는 명제들입니다. 이 중에서 ‘오직 성경’ 즉 하나님의 말씀이 개혁의 요소 중에 가장 우선되어야 함을 보게 됩니다. 마틴 루터가 외쳤던 ‘오직 성경’은 중세 가톨릭교회의 전통과 교황의 권위에 맞서, ‘성경은 그리스도인이 유일한 최종 권위로 삼고 따라야 한다.’는 가르침이었습니다. 종교개혁자들은 ‘오직 성경’만을 교회의 진정한 권위로 삼고 종교개혁을 단행했던 것입니다.

   ‘오직 성경’은 종교개혁자들이 부르짖었던 ‘아드 폰테스(ad fontes)’ 즉, ‘근본(원천, 근원)으로 돌아가자’고 할 때에 그 근본이 무엇인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 근본(원천, 근원)이란, 오직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기독교인의 삶은 성경에서 묻고 성경에서 답을 찾으며 성경의 가르침을 따라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상적인 방법이 아무리 가시적이고 효과적이며 대중적이고 합리적이라 할지라도 성경의 가르침에서 벗어난 것이라면 거짓교사의 가르침에 불과할 뿐입니다.

   오늘의 우리 교회를 개혁교회라 부른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말콤 왓츠(Malcolm Watts) 목사가 쓴 『개혁교회는 어떤 교회인가』(WHAT IS A REFORMED CHURCH) 라는 책에 개혁교회의 특징을 일곱 가지로 말하고 있는데, 그 중에 첫째가 오직 성경(scripture Alone)의 원리에 충실한 교회라고 지적합니다. 이처럼 개혁교회는 신구약 66권의 성경이 정확무오한 하나님의 계시임을 믿을 뿐 아니라 개인과 교회의 모든 삶을 지도하고 다스리는 유일한 규범임을 믿으며, 성경대로 믿고 실천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하는 교회임을 알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오늘 본문에서 가르쳐주는 것은 ‘종교개혁은 진실된 지도자 한 사람의 회개를 통해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보여주는 남유다 전역에서 펼쳐진 성공적인 종교개혁은 한 나라의 지도자, 한 사람의 회개를 통해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요시야 왕입니다. 요시야 왕은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자신의 옷을 찢고 통곡하였습니다. 그는 나라의 위기를 걱정하던 중에, 하나님 말씀을 들으면서 이 나라의 미래는 하나님 손에 달려 있음을 직감했던 것입니다. 현재의 나라 상황이 얼마나 하나님 말씀에서부터 벗어나 있는지를 깨닫고 각성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요시야는 깨달았습니다. 다시금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가면 하나님께서 이 나라를 구원해주실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지도자가 앞장서지 않는 개혁은 일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한 사람의 지도자가 앞장서서 말씀에 철저하게 순종하고, 그 말씀을 따를 때 개혁은 시작됩니다. 지도자의 진정한 회개와 실천이 없이는 그 공동체를 바로 세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를 생각해보면, 요시야가 국가의 최고 권력자라고 하지만 기존의 종교적 기반을 제거하려 할 때 반대파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을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요시야 왕은 담대히 하나님 말씀인 언약책에 따라 순종하기로는 결단했기에 그가 시작한 종교개혁은 대대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지난달에 있었던 제104회 총회에서는 명성교회의 세습을 허용하는 결의하고 말았습니다. 이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담임목사의 청빙은 개교회의 권한’이라고 말합니다. 명성교회의 교인들 다수가 아들 목사가 담임목사가 되어주기를 원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개 교회의 결정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교인들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들이 원하는 목사를 담임목사로 청빙하고자 하는 권리가 그들에게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것이 총회 헌법을 위반하는 사항이라는 것을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그러기에 그것이 위법임을 잘 아는 원로목사나 아들 목사가 아들 목사를 담임목사로 청빙하자는 제안에 대해 감사한 마음은 받고 담임목사직을 고사하는 것이 옳은 일입니다. 원로목사나 아들목사가 세습을 안 하면 되는 것입니다. 특히 아들목사가 이를 거부하면 됩니다.

   이런 중요한 사안을 교단의 헌법을 알지 못하는 교인들의 열망 때문에 어쩔 수 엇다고 말하는 것은 지도자로서 무책임한 것입니다. 아무리 교인들이 원해도, 교단의 헌법을 잘 알고 있는 교회의 지도자는 헌법에 따라 세습을 포기해야 마땅합니다. 만약 그 분들이 자신들의 사적인 욕심 때문에 법을 잘 모르는 교인들을 의도적으로 이용했다면 더더욱 큰 잘못을 저지른 것입니다.

   우리는 1907년에 있었던 ‘평양 대부흥운동’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1907년 평양을 중심으로 일어나 전국 교회로 확산된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부흥운동입니다. 그런데 이 부흥운동은 사실 지도자가 앞장선 회개운동으로 시작되었습니다. 1월 6일(주일)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평양 시내 네 교회의 연합집회로 부흥회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다 14일 저녁집회 때 능력의 종으로 말씀을 선포하던 길선주 장로가 회중 앞에서 자신의 죄를 공개적으로 통회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나는 아간과 같은 자입니다. 나 때문에 하나님이 축복을 주실 수가 없었습니다. 약 1년 전에 내 친구 중 한 사람이 임종 시에 나를 자기 집으로 불러서 말하기를 ‘길 장로, 나는 이제 세상을 떠날 것 같으니 내 재산을 잘 정리해 주시오. 내 아내는 셈이 약하기 때문이오’라고 부탁했습니다. 나는 내가 잘 돌보아 드릴 테니 염려 말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미망인의 재산을 관리하다 나는 미화 100달러 상당의 금액을 사취했습니다. 나는 하나님의 일을 방해해 온 것입니다. 내일 아침에 그 돈 전액을 미망인에게 돌려 드리겠습니다.”

   길선주 장로의 예기치 않은 고백은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상한 심령을 주님께로 향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길선주 장로의 회개가 있은 후, 그렇게 무겁게 짓누르던 방해의 장벽은 순식간에 무너져버렸고 거룩하신 하나님의 영이 친히 임재해 주셨습니다. 이에 이길함 선교사는 ‘기도하기를 원하면 함께 통성으로 기도하십시다.’라며 통성기도를 요청했고, 그곳에 모인 이들은 모두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길선주 장로의 회개가 마치 뇌관에 불을 붙인 것처럼 되어 청중 가운데 성령의 강한 임재와 통회의 역사가 나타난 것입니다. 그곳에 참석한 한 선교사는 ‘한국인들의 기도소리가 마치 하늘 보좌를 향해 포효하는 것 같았다.’고 증언했습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공동체의 변화는 지도자 한 사람의 진실된 회개로부터 일어납니다. 종교개혁은 진실된 지도자 한 사람의 각성과 회개와 순종을 통해서 시작됨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요시야 왕은 예루살렘 장로들만 모은 것이 아니라, ‘모든 백성’이라고 표현된 것처럼 백성들을 다 불러 모았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언약책의 말씀을 듣게 했습니다. 요시아 왕이 백성들을 모았다는 것은 백성들의 동의를 얻어야 나라 전체의 개혁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요시야 왕은 무조건 자신의 명령을 따르도록 백성들에게 지시하거나 명령하지 않았습니다. 율법책의 말씀을 백성들에게 들려 준 이유는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는 일에 모든 백성들의 자발적인 동의와 지지와 협력을 얻기 위함이었던 것입니다. 만약 요시야 왕이 백성들의 동의 없이, 설득 없는 강요로만 종교개혁을 진행코자 했다면 백성들의 불만의 소리와 저항에 종교개혁은 얼마 가지 못하고 중단되고 말았을 것입니다. 요시야 왕은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백성들과 소통을 이루었습니다. 백성들의 동의를 얻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백성들의 자발적인 협력으로 요시아의 종교개혁은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일어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번 104회 총회에서 명성교회의 세습 허용 결의를 이끌어낸 사람들은 이와 같이 말합니다. ‘이번 결의는 한 교회를 살리고 총회도 살리는, 화합과 일치를 이룬 은혜로운 결정이었다.’ 여러분,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십니까? 명성교회의 세습 허용 결의는 안타깝게도 사회적으로는 교회의 부패와 타락을 보여주는 부끄러운 민낯이 되고 말았습니다.

   명성교회는 우리 교단에서 가장 큰 교회일 뿐만 아니라, 세계 장로교회 가운데 가장 큰 교회라고 말려져 있습니다. 교인이 많고 교세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재정과 돈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기에 그 교회의 세습을 허용한 총회의 결의는 ‘큰 교회(대형 교회) 봐주기’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물론 교인이 많은 큰 교회 살리는 것도 중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총회가 세습을 허용함으로 인해 작은 교회들은 죽어가게 된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작은 교회들은요 매일같이 노방으로 나가서 전도를 해서 교회를 성장시키고 영혼을 살리기 위해서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우리가 체감하는 것처럼 오늘 우리 시대는 참으로 전도가 잘 안 되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이제 통합교단이라고 하면 더더욱 전도가 되지 않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생각 속에도 세습을 허용한 교단이라고 인식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어떤 교회에서 노방전도를 하면서 우리 교단 마크가 찍혀있는 전도지를 나눠주었더니, 어떤 분이 우리 교단 교단 마크를 보고서 “이 교단 세습한 교단이야” 하면서 전도지를 던져버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목사님은 ‘이제는 전도지에서 부끄러워진 우리 교단 마크를 빼야 되나?’ 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또 어떤 교회에서 아내만 교회를 열심히 다니시는 분이 계신데, 그 교회 이름이 ○○명성교회였습니다. 세습한 명성교회와 뒤의 이름이 같습니다. 최근 교회에 다니지 않던 그분의 남편이 뉴스에서 세습한 교회가 명성교회라는 것을 보고는 아내에게 ‘당신 다니는 교회가 명성교회 아니야? 그 세습한 이단교회 당장에 나가지마!’라고 이야기하더랍니다.

   매스컴에서 우리 교단의 세습 소식을 접한 청소년들, 청년들, 그리고 30,40대 젊은 가정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요즘 시대에 교회가 세습을 하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얘깁니까? 목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직접적으로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아마 그 뒤의 말은 이런 것일 것입니다. ‘만약 목사님도 세습에 찬성하시는 입장이라면, 저는 다른 교단으로 가거나 교회를 옮기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겠습니다.’

   위에 이야기들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닙니다. 실제 교회 밖 현장에서 세습을 찬성한 교단과 교회와 지도자들에게 던지는 탄식과 비난 그리고, 우려의 목소리들입니다.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서 어찌 교회의 진정한 개혁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초대형교회 하나 살렸다고 그것을 잘한 결정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사도신경에서 고백하는 교회는 ‘거룩한 공교회’입니다. 여기서 ‘공’이라는 말은 보편성을 말합니다. 즉 교회는 거룩성과 보편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도신경을 외울 때마다 ‘거룩한 공교회를 믿는다’고 고백합니다.

   교회의 거룩성은 교회와 세상을 구별 짓는 교회가 갖는 독특성입니다. 만약 교회가 거룩성을 포기한다면 세속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교회의 참 모습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교회의 보편성은 교회가 세상을 향해 자신을 개방하는 교회의 성격을 의미합니다. 만약 교회가 보편성을 포기한다면 세상을 향해 자신의 문을 닫고 폐쇄적인 자기중심적인 집단으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그러기에 교회는 거룩성과 함께 보편성을 지니고 있을 때, 참된 교회의 모습으로 세상을 향해 빛과 소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명성교회의 세습을 허용한 총회의 결의는 사도신경에 나오는 교회가 가져야 할 거룩성과 보편성을 모두 무시한 결의였습니다. 그같은 잘못된 결의 때문에 교회는 세상 사람들에게 비웃음거리가 되고, 교회가 가져야 할 거룩성에 심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또한 그 결의가 잘못된 결의가 아니라 교회를 살리고 총회를 살리는 평화로운 결의였다고 말하는 그 말 때문에, 교회는 더 이상 세상과 소통하기를 원치 않는 폐쇄적인 단체로 비춰져 교회의 보편성을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사태에 대해서 저와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은 교인들 앞에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참담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런 설교를 전할 수밖에 없음도 죄송할 뿐입니다.

   우리는 오늘 종교개혁 502주년을 맞이하면서, 우리 모두 함께 하나님의 말씀 앞에 바로 서도록 우리의 마음과 자세를 가다듬어야 합니다. 하나님 말씀 앞에서 진실된 회개와 순종이 따를 때 나로부터 종교개혁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 한 사람부터입니다. 다른 사람 핑계될 것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나의 변명거리가 될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나 한 사람의 결단을 요구하시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한국교회가 더 이상 세상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교회의 거룩성과 보편성을 회복하여 교회가 세상을 향해 빛과 소금의 역할을 바르게 감당해야 합니다. 교회가 이 세상의 희망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오늘 우리에게 바라시는 하나님의 간절한 기대이고,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뜻입니다.

< 2019년 10월 27일 주일낮예배-종교개혁기념주일(Ad Fontes 공동설교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