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는가? 광야의 외침이!

< 본문 - 요한복음 1:19-23 >

   지난 1996년 12월 17일, 페루 주재 일본 대사관에서 아키히토(継宮明仁, 1933-) 전 일본 천황의 생일잔치가 열렸는데, ‘아마루 혁명운동’(MRTA)이라는 페루반군 게릴라 14명이 대사관을 난입하여 생일잔치에 참석한 700여 명을 인질로 붙잡았습니다. 이것은 당시 페루의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이 일본계였기에 일본계의 대통령을 압박하여 수감 중인 반군 지도자를 비롯한 반군 400명의 석방할 것을 요구하기 위해 인질극을 벌인 것입니다. 페루 정부와 협상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인질극은 4개월 동안 계속되었고, 페루정부는 결국 땅굴을 통해 대사관으로 진입할 것을 계획하고 주변의 소음을 최대한 활용하여 4개월 동안이나 땅굴을 팠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해인 1997년 4월 22일 오후 3시 경 땅굴 3개와 대사관 옥상을 통해서 특공대가 투입되면서 범인들은 모두 사살되었고, 그 때까지 인질로 잡혀 있던 72명 중 페루 대법원 판사 한 명이 사망하고 나머지는 모두 구조되었습니다.

   그 인질극에서 당시 우리나라 페루 대사였던 이원영 대사도 인질로 잡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우리나라의 이원영 대사는 인질로 붙잡힌 지 72시간 만에 풀려나게 되었습니다. 인질로 잡힌 수많은 사람 가운데 그를 페루 정부 측과의 협상사절로 게릴라들이 풀어준 것입니다. 인질극이 벌어질 때 페루 정부는 ‘테러리스트와의 협상은 없다.’고 강경하게 대응했고, 그로 인해 인질들은 단전, 단수, 통신 두절 등으로 생사의 갈림길을 오가야 했습니다. 당시 이원영 대사가 3일 동안 밤을 지새며 지냈던 곳은 5평 남짓한 일본 대사의 침실이었습니다. 그 5평의 작은 방에 40여 명이 갇혀 있었습니다. 그는 죽음이 옥죄여오는 숨 막히는 공간에서 자신과 동료 인질들의 안전과 게릴라 범인들의 회개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고 합니다. 그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당시 자신이 겪은 상황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는 데살로니가전서 5:16-18절의 말씀을 암송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주는 날 사랑하사 언제나 새 생명 주시나니 영광의 그 날에 이르도록 언제나 주만 바라봅니다.’(407장)라는 찬송을 마음속으로 힘차게 불렀습니다. 그리고 긴장되는 순간마다 시편 1편과 23편을 계속 묵상하며 마음에 평안을 찾았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님께 온전히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죽음에 대한 준비를 평소에 게을리 했던 것입니다. 여기서 죽으면 하나님이 죄 많은 저를 받아주실지, 솔직히 자유를 얻는 것보다 죽음 뒤가 더 두려웠습니다.” 이원영 대사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야 참된 신앙을 회복한 것입니다. 겉으로는 매우 침착하고 담대한 외교관으로 보였을지 모르지만 그는 억류 3일 동안 게릴라들이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공포감 이상으로 회개의 고통을 체험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잘못한 것을 모두 회개했습니다. 회개하면서는 그는 ‘모든 것을 새롭게 하고 몸을 자유스럽게 하는 강한 힘이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합니다.

   여러분, 게릴라의 총부리에 언제 목숨이 날아갈지 모르는 절박한 순간에 믿음의 사람이었던 이원영 대사는 기도했습니다. 그 기도 가운데 가장 절실했던 기도는 자신의 생명을 지켜달라는 기도도 아니고, 다른 인질들의 생명을 지켜달라는 기도도 아니었습니다. 하나님 앞에 회개하는 기도였습니다. 하나님 앞에 설 때에 부끄럽지 않도록 자신을 되돌아보며 회개하는 기도를 드렸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진솔한 신앙인의 모습일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세례 요한의 이야기입니다. 말라기 선지자 이후 300년이 넘도록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지지 않았습니다. 바벨론 제국에 의해서 나라가 멸망당한 이후 600년이 넘도록 이스라엘 백성들은 계속해서 강대국들의 지배를 받아야 했습니다. 바벨론 제국, 페르시아 제국, 헬라 제국에 이어 이제 로마 제국에서도 그들은 주권을 빼앗긴 채 피지배국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 하나님께서 개입하셔서 나라를 회복시키시는 메시야가 오시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 기다림에 응답하시듯 세례 요한이 나타났습니다. 세례 요한의 등장은 당시 사람들에게 엄청난 기대를 안겨주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당시 제도권의 종교권력에 대해서 비판의 소리를 내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타락하고 맘에 들지 않아도 그들의 눈치를 살필 뿐, 회개하라거나 잘못된 것을 뜯어 고쳐야 한다고 외치는 이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세례 요한이 나타나서는 거칠 것이 없이 외쳐댔습니다. ‘회개하라!’고 말입니다.

   당시 상황을 누가복음에서는 좀 더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세례 요한이 나타나서는 ‘회개하고,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으라!’고, ‘곧 하나님의 심판의 때가 다가오는데 어떻게 하나님의 진노를 피하려 하느냐?’고 외쳤습니다. 그러자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요단강 사방에서 수많은 무리들이 그에게 몰려들었습니다. 그리고 세례 요한의 외침대로 그들은 자기들의 죄를 자복하고 세례를 받았습니다.(마태복음 3:5-6) 세례 요한에게 몰려든 사람들이 세례 요한에게 물었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말입니다. 세례 요한은 그들의 물음에 하나하나 대답을 해 주었습니다. 회개에 합당한 열매란 바른 믿음, 정직한 신앙으로 사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옷 두 벌 있는 자는 옷이 없어 헐벗는 사람에게 나눠주고, 먹을 것에 여유가 있는 사람은 먹지 못해 배를 곯는 사람에게 나눠주라.’고 말입니다. 세리들에게는 ‘부과된 세금 외에 것을 거두어 너희 배를 채우는 일을 하지 말고, 부과된 세금만 징수하라’고, 군인들에게는 ‘너희가 가진 권력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의 것을 강탈하거나 무고하게 고소하여 남의 것을 탈취해서는 안 되며, 받는 급료로 족한 줄 알고 살라.’고 외쳤습니다.(누가복음 3:10-14)

   그렇게 백성들에게 명쾌하게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자 백성들은 그가 그들이 그렇게도 오랫동안 기다리던 메시아가 아닐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되었습니다.(누가복음 3:15) 그래서 오늘 본문에 의하면 예루살렘에서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을 세례 요한에게 보내어 그가 정말 메시아 맞나 하는 것을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아주 재미있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그것은 본문 19절의 말씀 중에 ‘유대인들이 예루살렘에서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을 요한에게 보내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유대인들’은 산헤드린 공회를 의미합니다. 당시 제사장과 레위인은 종교지도자들입니다. 세례 요한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서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을 파송할 정도로 힘이 있는 세력은 산헤드린 공회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산헤드린 공회가 세례 요한에게 보낸 사람들이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누군가가 행하는 어떤 일에 대해서 종교적으로, 율법적으로 과오가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 나선 사람들은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입니다. 서기관들은 율법을 연구하고 그 율법을 전수하는 일을 맡은 율법의 전문가들입니다. 바리새인들은 율법에 아주 잘 지킨다고 말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기들이 연구하고 지켜온 그 율법의 엄한 기준을 가지고 죄를 지은 사람을 정죄하기도 하고, 그들의 잘못을 들춰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갈릴리에서 사역하실 때 예수님이 누구인가 알아보기 위해서, 그리고 예수님에게서 어떤 꼬투리를 잡을 만한 뭔가가 있지 않을까 하고 알아보기 위해서 예루살렘에서 먼 갈릴리까지 온 사람들이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이었습니다.(마가복음 7:1)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는 세례 요한이 누구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 찾아온 사람들은 바리새인이나 서기관들이 아니었습니다.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이었습니다.

   세례 요한을 찾아온 사람들이 바리새인이나 서기관이 아니라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이라는 것은 아주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은 세례 요한이 제사장 가문의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요한의 아버지 사가랴는 제사장이었고, 제사를 드리기 위해서 성전에 들어갔다가 ‘나이 많은 아내 엘리사벳이 아이를 낳게 될 것’이라는 천사의 소식을 듣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사람이 세례 요한입니다.

   세례 요한은 그렇듯 제사장 가문의 출신입니다. 그런데 세례 요한이 누구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 산헤드린 공회는 바리새인이나 서기관이 아니라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을 조사단으로 파견을 했습니다. 이것은 어쩌면 세례 요한을 압박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쉽게 이해하는 말로 표현한다면 ‘너 똑바로 말해! 우리는 너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야. 넌 네 자신을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런 뜻입니다. 그렇다고 세례 요한이 마음이 움츠려 들 사람이 아닙니다. 세례 요한이 어떤 사람입니까?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이 세례 베푸는데 오는 것을 보고는 ‘독사의 자식들아!’ 그러면서 ‘너희가 속으로 아브라함이 우리의 조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그런 생각일랑 추호도 하지마!’라고 호되게 질책했던 사람입니다.(마태복음 3:7, 9) 말씀드렸던 것처럼 바리새인들은 율법을 잘 지킨다고 하면서 다른 사람을 정죄하고 다른 사람의 죄를 들춰내는데 전문가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잘못 보였다가는 유대사회에서 매장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세례 요한은 그런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함에 있어 사람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 사람입니다. 자신이 선포한 말로 인해서 어떤 험악한 일을 당한다 하더라도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헤롯 왕의 죄를 책망했다가 감옥에 갇히게 되고, 결국 목베임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런 세례 요한이기에 자신을 잘 아는 제사장이나 레위인들이 왔다고 해서 주눅들 사람이 아닙니다.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이 와서 ‘네가 누구냐?’라고 물을 때 세례 요한의 대답은 분명했습니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 당시 유대인들은 세례 요한이 그리스도(메시아)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메시아이기를 바랬습니다. 그런데 세례 요한은 백성들의 바람과는 달리 자신은 절대로 메시아가 아니라고 잘라 말랍니다. 그리고 엘리야나 그 선지자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분명 세례 요한은 엘리야였습니다. 마태복음 11장에서 예수님께서 세례 요한에 대해서 말씀하시면서 ‘오리라 한 엘리야가 곧 이 사람이니라.’(마태복음 11:14, 참조 마태복음 17:11-13)고 말씀하셨습니다. 구약시대의 마지막 선지자였던 말라기 선지자는 ‘메시아가 오시기 전에 엘리야를 먼저 보내주시겠다’(말라기 4:5)는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였습니다. 그 말씀처럼 세례 요한은 메시아이신 예수님의 길을 예비하기 위해서 미리 보내심을 받은 ‘그 엘리야’가 분명했습니다. 그런데도 세례 요한은 자신은 엘리야가 아니라고 대답합니다. 더구나 자신은 ‘그 선지자’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그 선지자는 그냥 일반적인 선지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신명기 18:15절에 모세는 모압 평지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모아놓고 마지막 설교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 가운데 네 형제 중에서 너를 위하여 나와 같은 선지자 하나를 일으키시리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을지니라.” 오늘 본문에서 말하는 ‘그 선지자’는 모세와 같은 선지자입니다. 이스라엘의 위대한 지도자였던 모세와 같은 선지자, 지금 백성들은 세례 요한을 그런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메시야가 아니라면 최소한 엘리야나 모세와 같은 사람일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세례 요한은 아주 분명하게 대답합니다. 나는 절대로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아니 나는 그런 사람일 수 없다고.

   세례 요한은 자신은 메시야도 아니고, 엘리야나 모세와 같은 선지자도 아니라도 단언합니다. 그러자 산헤드린 공회의 파견을 받은 조사단이 조급해졌습니다. 예루살렘으로 돌아가서 산헤드린 공회 앞에서 자신들이 조사한 세례 요한에 대해서 보고해야 하는데 뭐라고 말할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주 단도직입적으로 묻습니다. ‘우리를 보낸 사람들에게 네가 누구라고 말해야 하느냐?’고 말입니다. 그러자 세례 요한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선지자 이사야의 말과 같이 주의 길을 곧게 하라고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로라.” 이것은 세례 요한이 자신을 굉장히 낮추어 표현한 것입니다. 자신은 어떤 사람이 아니라, 그저 외치는 소리일 뿐이라고 말입니다. 여러분, 왜 세례 요한은 자신을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라고 말했을까요? 지금 세례 요한이 세례를 베풀고 있는 곳은 광야가 아닙니다. 요단강가입니다. 광야는 물을 구하기 어려운 곳입니다. 그런데 요단강에는 사시사철 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요단강과 광야는 너무나도 다른 곳입니다. 광야는 척박한 땅이지만 요단강 주변은 요단강으로 인해서 식물들이 잘 자라는 곳들이 많이 있습니다. 세례 요한이 세례를 베풀고 ‘회개하라!’고 외친 요단강과 광야는 너무나도 다른 곳입니다. 그런데 세례 요한은 자신을 가리켜서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라고 말합니다.

   여러분, 그렇다면 왜 세례 요한은 자신을 가리켜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라고 말했을까요? 우리는 광야가 어떤 곳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광야는 말씀드린 것처럼 척박한 땅입니다. 농사를 지을 수도 없고, 쉽게 물을 구할 수도 없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한 이후 40년 동안 광야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것처럼 생존을 위해서 자신들이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단 몇 시간, 또는 며칠간은 나의 힘으로 버틸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것도 미리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준비했을 때에는 며칠간은 광야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랜 기간 그곳에 머물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하나님의 기적 같은 도우심이 없으면 안 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40년 동안 광야 생활할 때 그랬습니다. 그들은 하늘에서 내린 만나가 아니었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반석을 깨뜨려 물을 내주지 않으셨다면 그들은 목이 말라 죽었을 것입니다. 그들의 신발이나 옷이 닳거나 헤어지지 않게 하시지 않았다면, 낮에는 구름기둥으로 그리고 밤에는 불기둥으로 인도하지 않으셨다면 그들은 며칠 견디지 못하고 죽겠다고 아우성을 쳤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그들을 도우셨습니다. 그렇게 광야는 철저하게 하나님의 도우심을 의지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광야가 중요한 이유는 철저하게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야 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광야는 내가 아무리 외쳐도 들어주는 이 아무도 없습니다. 심지어 메아리조차 들리지 않는 곳이 광야입니다. 광야는 철저하게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곳입니다. 모세가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율법을 받았던 곳이 광야이고, 엘리야가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용기를 냈던 곳도 광야입니다.

   그렇습니다. 광야는 하나님의 음성, 하늘의 소리가 들려지는 장소입니다. 그래서 세례 요한은 자신을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록 장소는 요단강가이지만 여기에서 외치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라는 것입니다. 그 하나님의 음성, 하늘의 소리가 무엇입니까? ‘회개하라!’는 외침입니다. 회개하는 자만이 곧 다가올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개하는 자만이 곧 오실 메시아를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개하는 자만이 하나님의 품에 안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세례 요한은 자신을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라고 말합니다. 사실 광야는 허허벌판이기 때문에 큰 소리로 외쳐야만 소리가 들립니다. 더군다나 광야의 거센 바람이 불어올 때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큰 소리로 외치지 않으면 그 소리가 잘 들리지 않습니다. 세례 요한이 지금 자신을 광야의 외치는 소리라고 말하는 이유는 자신이 외친 그 소리를 모든 사람이 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사장이라고 해서 ‘회개하라!’고 외친 그 말씀에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산헤드린 공회 공회원이라고 해서 ‘회개하라!’는 그 말을 듣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닙니다. 아무리 율법을 연구하고 율법을 철저하게 지키는 서기관이나 바리새인이라 하더라도 ‘회개하라!’는 그 말씀에 무관하게 살아서는 안 됩니다. ‘회개하라!’는 이 엄중한 선포는 모든 사람이 들어야 하는 말씀입니다. 누구도 예외 없이 들어야 하는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지금 우리의 마음에 그 광야의 외침이 들려오고 있습니까?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는 하늘의 음성이 들려오고 있습니까? 혹 우리의 마음에 들려오는 그 소리를 애써 외면하면서 ‘나는 아니야! 나는 회개할 것이 없어! 아무개 같은 사람이나 회개해야지 나는 신앙생활 잘 하고 있으니까 회개할 필요가 없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그런 우리를 향해서 하나님께서는 세례 요한의 입술을 통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독사의 자식들아! 누가 너희를 가르쳐 임박한 진노를 피하라 하더냐? 그러므로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고 속으로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마태복음 3:7-9)

   서두 말씀드린 전 페루 대사인 이원영 대사는 자신의 생명을 담보할 수 없는 위기의 상황 속에서 저절로 기도가 나왔습니다. 그 기도 가운데서도 회개의 기도가 그의 마음 중심에 있었습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기도였습니다. 우리의 삶에 위기가 찾아왔을 때 우리에게도 그런 회개의 기도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일상의 삶을 살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회개하라!’고 외치는 광야의 외침을 들어야 합니다. 회개를 통하여 정결한 마음을 회복하여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다시 오실 주님을 맞이하는 신실한 성도의 삶입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우리에게 광야의 외치는 소리를 들으라고 말씀하십니다. 광야의 소리 - ‘하나님만을 신뢰해야 한다.’는 음성, ‘회개하는 자만이 다가올 천국을 들어갈 수 있다’는 소리를 들으라고 말입니다. 그 음성을 들을 때에만 우리의 신앙이 진솔해집니다. 광야의 소리를 들어야만 우리의 삶이 교만에 빠지지 않고 하나님의 은혜 안에 거할 수 있습니다. 광야의 외침이 우리의 영혼에 메아리쳐야만 거친 세상을 이겨나갈 용기가 생깁니다. ‘회개하라’는 광야의 외침, 그 소리는 우리를 살리는 소리이기 때문입니다.

< 2019년 12월 15일 주일낮예배-대림절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