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라는 질문에 앞서

< 본문 - 민수기 10:17-28 >

   인간을 정의하는 말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가 많이 들어본 말들 중에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라는 말이 있습니다. 호모 에렉투스라는 말은 ‘서서 걷는 인간’이라는 뜻입니다. 인간이 서서 걷기 시작하면서 활동이 자유로워졌을 뿐만 아니라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게 되었고, 간단한 도구나 불을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이보다 좀 더 진화된 인류로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가 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말은 슬기로운 사람, 지혜가 있는 인간이라는 뜻입니다. 생각할 줄 아는 인간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것만이 아니라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는 말도 있습니다. ‘놀이라는 인간’이라는 뜻입니다. 단순히 놀 줄 안는 인간이라는 뜻이 아니라, 정신적인 창조 활동을 통해 풍부한 상상의 세계에서 다양한 창조 활동을 전개하여 학문이나 예술 등 인간의 전체적인 발전에 기여하는 인간이라는 뜻입니다. ‘호모 파베르’(Homo Faber)라는 말도 있습니다. 호모 파베르라는 말은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이라는 뜻입니다. 도구를 사용하고 제작할 줄 아는 인간이라는 뜻인데, 여기서 말하는 도구는 유형, 무형의 도구를 만든다는 의미이면서 더 나아가 자기 자신도 만들어갈 줄 아는 인간이라는 뜻입니다. ‘호모 데우스’(Homo Deus)라는 말도 있습니다. 호모 데우스는 ‘신이 된 인간’ ‘신이 되려는 인간’이라는 뜻입니다. 히브리대학교 역사학과 교수인 유발 하라리(Yuval Harari)가 정의한 인간인데, 생명창조의 중심이 신에서 인간으로 바뀌어 예전에 신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이제는 인간이 다 하고 있고, 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호모 콰렌스’(Homo quaerens)라는 말도 있습니다. 호모 콰렌스라는 말은 ‘질문하는 인간’이라는 뜻입니다. 인간은 답을 찾기 위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질문이 필요합니다. 질문이 있어야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인데, 사람들은 종종 질문하는 것을 잊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만약 내게 문제를 해결해야 될 시간이 한 시간 주어진다면, 나는 맨 먼저 55분을 올바른 질문을 알아내는데 사용할 것이다. 적절한 질문을 알면 5분 이내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너무 정답을 찾기 위해서만 노력하고, 거기에 모든 시간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 볼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은 질문을 통해서 성장합니다. 그래서 아이가 나 이외의 대상에 대해서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끊임없이 질문을 해댑니다. 그 질문에 답을 찾으면서 아이들은 성장하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가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의 삶에 대해 질문을 너무 하지 않기 때문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모든 것이 의당 그런 것처럼, 마치 정해진 답대로 되어가는 것처럼 생각하고 질문을 하지 않으니까 우리의 삶에 성장이 멈춘 것은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앙도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질문을 통해서 성장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성경을 읽거나 신앙의 삶을 살면서 너무나도 질문에 인색합니다. 질문하지 않는 것이 마치 좋은 신앙인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때, 그리고 성경에 계속해서 질문을 던질 때 우리는 그 속에서 우리에게 응답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질문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아인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올바른 질문, 적절한 질문’을 해야만 바른 정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바른 질문, 올바른 물음을 던질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신앙의 질문을 가질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 앞에 바른 질문을 던져야 하나님께로부터 응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던진 모든 질문에 하나님께서 다 응답하지 않으신 이유가 어쩌면 우리가 적절치 못한 질문을 던지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에 보면 충분히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상황인데도 이스라엘 백성들은 질문하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에 철저하게 순종한 모습을 보게 됩니다. 어쩌면 오늘 본문의 이야기는 질문 이전에 우리가 가져야할 신앙의 모습, 또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질문들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가를 가르쳐주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지난주에 우리가 함께 말씀을 나눴던 이야기에 이어 나오는 말씀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에서 탈출해 나온 지 13개월 20일째 되던 날 그들은 시내산에서 출발하여 본격적으로 가나안 땅을 향해 가는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행진을 마치 군대의 행진처럼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그들이 신내산 아래 머문 11개월의 시간 동안 하나님의 백성으로 거듭나면서 하나님께로부터 훈련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 훈련이라고 하는 것은 군인으로서의 훈련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하나님께 제사를 드려야 하는지,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갈 때 어떤 대오를 갖추어 가야 하는지 등에 대한 훈련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언약궤를 따라서 그들은 본격적으로 광야의 행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3일만에 도착한 곧은 바란광야입니다.

   바란광야는 인간이 거주하거나 머물기에 결코 적합하지 않는 장소였습니다. 그럼에도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그곳으로 인도하셨고, 그곳에서 그들은 머물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인도하시는 곳이 때로 바란광야과 같이 험난한 곳이라 하더라도 전적으로 하나님을 신뢰하며 간다면 그 바란광야도 분명 우리에게 쉼의 자리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 역시 가나안 땅을 행해 가는 이스라엘의 모습을 이야기하면서 특이한 것 몇 가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17절의 말씀에 의하면 성막을 걷은 후 그 성막을 게르손 자손과 므라리 자손이 메고 행진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21절에서는 고핫인이 성막 안에서 쓰는 여러 가지 기구인 성물을 메고 성막을 뒤따라갑니다. 그래서 성막이 먼저 도착하여 성막을 다시 조립을 하면 고핫인이 메고 온 성물을 다시 성막 안에 배치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본문 마지막 부분에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행군할 때 단과 아셀과 납달리 지파의 자손들이 맨 뒤에 따라와야 한다고 말씀합니다.

   이런 역할과 대오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생활을 마치는 순간까지 계속해야 합니다. 어쩌면 가데스바네아를 통과하여 곧바로 가나안 땅으로 들어간다면 그 기간이 짧은 것이지만, 민수기의 이야기에서 보여준 것처럼 그들이 40년 동안 광야를 헤매다가 가나안 땅에 들어갔기에 그들은 그 40년의 광야생활 내내 그 일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면 각각의 역할에서 그들은 이렇게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먼저 게르손 자손과 므라리 자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십시다. 그들에게는 성막을 옮기는 역할이 주어졌습니다. 성막은 그 크기가 보통이 아닙니다. 간단한 천막이 아닙니다. 가로 너비가 약 13.5m이고, 세로 너비가 약 4.5m입니다. 그리고 성막의 외곽으로 가로 너비 45m, 세로 너비 22.5m의 휘장이 있는데, 그 휘장을 받쳐줄 기둥만 무려 60개입니다. 그 기둥의 높이는 2.25m입니다. 사람의 키보다 훨씬 클뿐더러 그 기둥의 바침은 놋입니다. 뭘 이야기하려 하느냐 하면, 기둥 하나만 해도 무게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 성막을 나르는 일을 게르손과 므라리 자손이 해야 합니다. 더군다나 21절의 말씀에 의하면 그들은 성물을 옮기는 고핫 자손들보다 일찍 가서 성막을 다시 설치해야 합니다. 그래야 성물을 메고 오는 사람들이 성물을 내려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나님, 왜 우리는 이렇게 무거운 짐을 지고 가야 하나요? 광야를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하나님께서도 잘 아시잖아요. 맨몸으로 걷는 것도 힘든데 왜 그렇게 무거운 성막을 우리가 져야 하나요? 제사장이 좀 지면 안 되나요? 더구나 우리는 쉬지 못하고 빨리 가서 성막을 세워놓아야 합니다. 좀 천천히 가면 안 됩니까?”

   21절에 나오는 고핫 자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십시다. 그들은 성막 안에서 쓰는 물건들을 옮기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고핫 자손이 힘든 것은 그 모든 성물을 반드시 메고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민수기 7:6-9절에 보면, 성막을 옮기는 게르손 자손과 므라리 자손에게는 모세가 수레와 그것을 끄는 소를 주었습니다. 게르손 자손에게는 수레 두 대와 소 네 마리를 주었고, 므라리 자손에게는 수레 넷과 소 여덟 마리를 주었습니다. 성막을 옮기는 게르손과 므라리 자손에게는 그렇게 소와 수레를 주어 거기에 싣고 갈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런데 고핫 자손이 옮겨야 할 성물은 반드시 어깨로 메고 옮겨야 합니다. 민수기 7:9절에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고핫 자손에게는 (수레와 소를) 주지 아니하였으니 그들의 성소의 직임은 그 어깨로 메는 일을 하는 까닭이었더라.” 그렇다면 고핫 자손은 이렇게 질문할 수 있습니다. “아니 하나님, 우리에게 무거운 성막의 물건을 나르라고 하시면서 왜 굳이 메고 가라고 하십니까? 우리도 게르손 자손이나 므라리 자손처럼 수레에 싣고서 가면 안 됩니까? 왜 좀 더 쉬운 방법이 있는데 굳이 힘들게 메고 가야만 한다고 말씀하십니까? 하나님, 우리에게 너무 고된 일을 맡기신 것 아닙니까?”

   25절 이하에는 이스라엘이 행진하는 진영 가운데 단 지파와 아셀 지파와 납달리 지파가 맨 후미에 위치해 따라와야 됨을 말씀하십니다. 군대에서 후미에 위치해 있다고 하는 것은 단순히 뒤따라오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후미에 있는 사람들은 혹시 적군이 뒤따라오지 않나 하고 경계하고 정찰해야 할 뿐만 아니라, 앞서 가는 다른 사람들을 보호해야 할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단 지파와 아셀 지파와 납달리 지파 사람들의 입장에서 이렇게 질문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 왜 우리는 맨 뒤에서 남들 뒤꽁무니를 따라가야 하나요? 우리도 앞장서서 다른 사람을 좀 이끌고 가면 안 되나요? 적이 언제 공격해 올지 모르기에 늘 긴장하며 행군해야 하는데, 그런 신경 쓰지 않고 좀 편안하게 가면 안 되나요?”

   가정해서 질문할 수 있는 것을 몇 개 말씀드렸습니다만, 게르손이나 므라리 자손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질문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고핫 자손도 마찬가지이고, 맨 뒤에 위치한 단과 아셀과 납달리 지파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던질 수 있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오늘 본문에서 그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그런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맡겨진 일이나 위치에 대해서 ‘나 그것 못하겠다.’고 거부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왜 그들은 아무런 질문도 없이 하나님께서 명령하신대로 다 순종했을까요? 하나님께서 하라고 하시면,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것이라면 질문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하십니까?

   만약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우리 자신을 살펴보십시다. 우리는 하나님께 그런 문제로 질문한 적이 없습니까? 조금 더 쉽게 물어보겠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나 어려움 때문에 하나님께 불평한 적이 없습니까? 하나님께 불평하진 않았더라도 우리 스스로에게 불평하거나 불만을 가진 적이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하나님께 드린 질문은 어쩌면 대부분의 경우가 불평이나 원망하는 것입니다. 정말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서, 하나님의 마음을 느껴보기 위해서 신앙의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쉽게 말하면 우리는 올바른 질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질문다운 질문을 하지 못하고, 질문이라고 해야 겨우 불평하고 원망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여러분, 한 번 생각해 보십시다. 우리는 우리가 어려움을 겪을 때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느냐?’고 기도 많이 합니다. 그것이 질문일까요 불평일까요? 대부분의 경우 그런 기도는 불평입니다. ‘이런 어려움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이루시고자 하시는 뜻이 무엇입니까? 그 하나님의 뜻을 알기를 원합니다.’그런 마음으로 기도했다면 그것은 질문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느냐?’고, ‘내가 뭘 잘못했기에 이런 어려움을 겪게 하시느냐?’고 기도했다면 그것은 질문이 아니라 불평입니다. 그런 불평의 질문은 내가 편안하고 행복할 때는 하지 않습니다. 내가 힘들다고 생각될 때,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이 내게 벌어졌을 때 던지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우리가 하나님께 드려야 하는 질문은 내가 힘들 때에만 던지는 것이 아닙니다. 내게 평안을 주셨을 때 ‘하나님께서 내게 평안을 주신 이유가 무엇일까?’라고 질문을 던져 그 답을 찾으려 해야 합니다. 내게 어떤 뜻하지 않는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내게 이렇게 좋은 일을 허락하신 이유가 무엇일까? 이것을 통해 하나님께서 내게 무엇을 원하시는 것일까?’를 묻고, 그에 대한 해답을 얻으려 해야 합니다.

   분명 하나님은 우리에게 대답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우리 인간이 ‘질문하는 인간’이라면 하나님께서는 ‘대답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모세가 하나님께 이렇게 묻습니다. “모세가 하나님께 아뢰되 내가 이스라엘 자손에게 가서 이르기를 너희의 조상의 하나님이 나를 너희에게 보내셨다 하면 그들이 내게 묻기를 그의 이름이 무엇이냐 하리니 내가 무엇이라고 그들에게 말하리이까?”(출애굽기 3:13) 그 때 하나님께서 이렇게 대답해 주십니다.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니라. 또 이르시되 너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이같이 이르기를 스스로 있는 자가 나를 너희에게 보내셨다 하라.”(출애굽기 3:14) 하나님의 이름을 묻는 모세에게 하나님께서 이전에 단 한 번도 가르쳐주지 않으신 당신의 이름을 말씀해 주십니다. 당신의 전 존재에 대해서 ‘나는 스스로 있는 자’라고 분명하게 대답해 주십니다.

   모세에게만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도 하나님께서는 대답해 주시는 하나님이십니다. 단, 문제는 우리가 올바른 질문을 던질 때입니다. 불평하는 마음으로 하나님께 대들 듯이 하는 질문, 또는 원망하는 마음이 가득한 채 던지는 질문에 대해서 하나님께서는 대답을 미루십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원망하고 불평스러운 마음에는 그 어떤 대답도 그대로 들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원망하는 마음에서 던지는 불평의 질문은 계속해서 불평스러운 또 다른 질문을 유발할 뿐입니다.

   그러기에 여러분, 때로 우리의 마음에서 하나님을 향하여 질문하고 싶은 것들이 있거든 그것이 혹 내 마음의 원망에서 나오는 것은 아닌지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원망과 불평에서 나오는 질문이라면 지금은 참고 기다렸다가 우리의 마음이 진정된 후에 질문을 해도 늦지 않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게르손 자손, 므라리 자손, 고핫 자손, 그리고 이스라엘 진영의 맨 뒷자리에 위치한 단과 아셀과 납답리 지파가 분명 불평스러운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질문이나 불평 없이 그들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감당했던 이유도 어쩌면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일단 한 번 해 보자!’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니 그렇게 한 번 해 보고, 그래도 의문이 풀리지 않으면, 아니 그래도 마음에 불평스러운 마음이 남아 있으면 그 때 하나님께 ‘왜 우리에게 이렇게 하라고 하셨느냐’고 물어도 늦지 않기 때문입니다.

   질문이 없이 살아가는 것은 성장이 멈춘 것입니다. 신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도 신앙생활을 하면서 질문해야 할 것이 있어야 합니다. 내 삶에 대해서, 그리고 오늘 우리에게 향하신 하나님의 크고 비밀스러운 뜻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물어야 하고 질문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를 통해서 하나님의 얼굴에 미소를 지어드릴 수 있는 성숙한 신앙인이 될 수 있습니다. 무조건 그저 내게 주어진 삶을 아무런 의문이나 질문 없이 살아간다면 그것은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고 성장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께 계속해서 질문해야 합니다. ‘지금 내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내게 복을 주신 뜻이 무엇인지? 내게 건강을 주신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때로는 우리의 삶에 찾아오는 고난이나 어려움 속에서도 질문해야 합니다. ‘내게 이런 고난을 주신 이유가 무엇이냐?’고, ‘나를 단련시켜 어떤 사람으로 쓰기를 원하시느냐?’고 말입니다.

   단 하나 조심해야 할 것은 결코 불평하는 마음으로 원망하는 말을 토해내는 것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 불평과 원망의 마음이 폭발하듯이 터져 나올 수도 있습니다. 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 힘든 상황에서 분노하듯 불평하는 소리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조용히 주님의 십자가를 생각하며 우리의 감정을 잠시 억누르고, 좀 더 본질적이고 깊이 있는 질문을 하나님께 드려야 합니다. 욥을 생각해 보십시다. 너무나도 힘든 상황에서 자신을 위로하겠다고 찾아온 친구들마저 자신을 정죄할 때 욥은 자신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 울려나오는 이런 고백을 합니다. “그러나 내가 가는 길을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 같이 되어 나오리라.”(욥기 23:10) 이것은 욥의 고백이었을 뿐만 아니라, 결국 욥의 앞길을 보여주는 계시의 말씀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께 던져진 질문만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을 향해 던진 질문 속에서도 우리는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신앙으로부터 하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나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계시해주시는 음성 말입니다.

   여러분, 지금까지 우리는 얼마나 하나님께 질문하며 신앙생활을 해왔는지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내 삶에 찾아온 수없이 많은 변화와 상황을 놓고 하나님의 뜻을 찾는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분명 우리에게 당신의 뜻을 계시하시는 음성을 들려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내게 맡겨주신 일이 때론 힘들도 버겁더라도 두려워하지 말고 순종하며 나가십시다. 불평은 질문이 아닙니다. 불평의 소리가 나오려 하거든 조용히 십자가 앞에 나를 내려놓고 하나님의 뜻을 묵상해 보십시다. 그러면 불평 대신 찬송의 소리가 나올 것입니다. ‘왜 아만 겪는 고난이냐?’고,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느냐’고 불평하기 앞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십시다.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의 질문에 응답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 2020년 1월 26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