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 외에는

< 본문 - 고린도전서 2:1-5 >

   북유럽의 신화에 나오는 ‘오딘’(Odin)은 신들의 왕입니다.

<사진1 - 1865년 Ludwig Pietsch(1824~1911)의 작품 ‘용상 흐리드스칼프에 앉아 있는 오딘’> 

   우리가 많이 들어본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Zeus)와 같은 신입니다. 그런데 불멸의 신인 제우스와 달리 오딘은 세계의 종말이 왔을 때 죽음을 맞이합니다. 신화에서 오딘이라는 신이 그런 비극적인 종말을 맞이한 이유가 있습니다.

   오딘에게는 남들이 가지지 못한 엄청난 능력이 있었습니다. 오딘에게는 어떤 표적도 맞힐 수 있는 ‘궁니르’(Gungnir)라는 창이 있었습니다. 또한 그의 어깨 위에는 ‘생각’과 ‘기억’을 뜻하는 까마귀 두 마리가 앉아 있습니다. 이 두 마리의 까마귀는 세상을 두루다니며 세상의 이야기들을 모아다가 오딘에게 전달합니다. 뿐만 아니라 세상에 없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 자신의 눈 하나를 내주고 미미르 거인의 샘에서 지혜의 샘물을 마십니다. 신비한 루네 문자(Runic alphabet)를 배우는 데는 더 혹독했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몸을 창으로 찌른 후에 세계수에 매달린 채 아흐레를 물도 음식도 없이 지냈고, 그 희생의 대가로 루네 문자를 배우게 됩니다. 이 루네 문자의 주문은 모두 18개로, 싸움, 분쟁이나 근심에 대한 도움, 환자를 고치는 법, 적들의 무기를 무디게 만드는 법, 오랏줄에서 풀려나는 법, 화살을 멈추게 하는 법, 전사들을 화해시키는 법, 죽은 자를 살리는 법, 아름다운 여인을 마음대로 하는 법 등을 말합니다. 오딘은 루네 문자를 배운 결과 그 주문에 있는 모든 것을 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 것입니다. 즉 근심에 빠진 이들을 돕고 환자를 고칠 수 있었으며, 적들의 무기를 무디게 만들 수 있고, 한 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날아가는 화살을 멈추게 할 수도 있었습니다. 오딘은 비록 눈이 하나 밖에 없지만, ‘생각’과 ‘기억’이라는 까마귀가 물어다주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세상을 환하게 굽어보았고, 우주의 종말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마술을 부릴 수도 있었습니다. 인간이 가질 수 없는 엄청난 지혜를 통해서 그는 우주의 종말까지 알고 있었지만, 그는 결국 자기의 세상이 무너지면서 함께 소멸하고 맙니다. 미래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현실을 이겨내지 못한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 오딘과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사신 분이 계십니다.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그분에게는 하늘의 능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능력을 자신을 위해 사용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도 기적을 행하셨습니다. 죽은 자를 살리셨고, 눈 먼 자를 고쳐 보게 하셨습니다. 앉은뱅이를 일으켜 세우셨고, 굶주린 자들에게 기적을 통해 먹을 것을 공급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일을 당신의 명예나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일에 사용하지 않으셨습니다. 당신의 제자들을 세우셨지만, 그들을 통해 자신만의 성을 세우시거나 자신의 나라를 이 땅에 건설하기 위해서 투쟁하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당신의 죽음이 가까워져 옴을 아셨습니다. 그런데 그 죽음을 회피하기 위해서 당신의 능력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의연하게 십자가의 죽음을 맞이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렇게 하실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입니까? 왜 예수님은 당신의 능력을 자신을 위해 사용하지 않으신 것입니까? 심지어 십자가에서 죽으실 때 한 강도가 이렇게 조롱합니다. ‘당신이 메시야라고 하지 않았느냐? 당신이 메시야라면 당신도 구원하고 우리도 구원해 봐라!’(누가복음 23:39) 분명 예수님은 그 십자가를 거부하실 수도 있었고, 십자가에서 자신과 다른 사람을 살려내실 수도 있었습니다. 예수님에게는 그런 능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런 능력을 사용하지 않으셨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왜 예수님은 세상을 초월하는 능력을 가지신 분이시면서도 그 능력을 사용하지 않으신 것입니까?

   앞서 말씀드린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신들 중에 신’인 오딘은 어느 인간도 가질 수 없는 엄청난 것들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고, 자신만이 그 세계를 통치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세계를 만들지 못하고 끝내 비극적인 종말을 맞고 말았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그분에게는 세계를 통치할 권리와 능력을 가지셨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가장 힘없는 존재인 것처럼 자신을 죽음에 내어주셨습니다. 자신을 위해서는 그 어떤 능력도 행하지 않으셨고, 오직 우리 인간을 사랑하시고 살리시기 위해 그 능력을 사용하셨을 뿐입니다.

   여러분, 북 유럽의 신화에 나오는 오딘과 성경 속의 예수님의 차이가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떤 분은 이렇게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신화 속에 나오는 신과 예수님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신화 속에 나오는 신과 예수님은 결코 비교할 수 없는 대상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우리 자신을 가만히 생각해 보십시다. 우리에게 오딘과 같은 능력이 주어진다면, 아니 예수님과 같은 능력이 주어진다면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우리는 너무 자주 오딘과 같은 삶을 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살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보다 더 지혜롭게 살고 싶고, 지금보다 더 능력 있게 살고 싶어 합니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뭔가가 주어지기를 기대하며 살고 있습니다. 때로는 공상으로나마 슈퍼맨처럼 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록 그것이 헛된 욕망인줄 알면서도 우리는 그런 욕망을 갈망하며 살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시기 위해서 예루살렘을 향해 올라가실 때에 뒤따르던 제자들의 모습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 중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님께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이여, 무엇이든지 우리가 구하는 바를 우리에게 하여 주시기를 원하옵니다.” 그러면서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올라가시면 뭔가 큰 영광과 명예를 얻으실 텐데, 그 때 우리를 하나는 주의 우편에, 하나는 주의 좌편에 앉혀 주십시오.’라고 요청합니다. 그 말을 들은 다른 예수님의 제자들이 두 제자에게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왜 다른 제자들이 두 제자에게 화를 낸 것입니까? 그것은 자기들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셔서 뭔가 큰 영광을 얻으실 때 자기들도 큰 자리 하나씩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두 제자가 선수를 치니까 화가 난 것입니다. 그 때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의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마가복음 10:43045)

   여러분, 제자들의 그런 모습이 예수님을 믿는 신앙으로 산다고 하는 우리의 모습이진 않습니까? 예수님을 따른다 하면서 십자가를 지는 것보다 뭔가 명예를 얻고 영광을 받고 내 손에 쥐어지는 이득을 얻고 싶어 하는, 그런 마음을 갖고 살고 있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산다는 것은 부귀영화를 누리며 사는 삶이 아닙니다. 우리 인간의 욕망이 끊임없이 우리에게 속삭이는 그런 세상적인 것들을 거부하고 오직 십자가를 바라보며 십자가의 삶을 사는 것이 예수님의 제자로 사는 삶이고 신앙인으로 사는 삶입니다. 물론 우리가 예수님처럼 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작은 부분부터 시작해서 우리는 예수님을 닮아갈 수 있습니다. 아니 점점 예수님을 닮아가야 합니다. 우리의 삶에서, 우리의 생각과 인격에서 얼마나 예수님을 닮아 가느냐 하는 것으로 우리는 신앙의 성숙을 말할 수 있습니다.

   여기 예수님을 참 많이 닮은 성숙한 신앙으로 산 사람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가 바로 사도 바울입니다. 오늘 본문은 사도 바울의 신앙고백이자 자신의 선교원칙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사도 바울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이후 그의 삶을 온전히 복음 전하는 것에 헌신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참으로 많은 어려움도 겪었습니다. 하나님의 놀라우신 은혜와 은총의 사건들도 경험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순간들도 많았습니다. ‘힘에 겹도록 심한 고난을 당하여 살 소망까지 끊어질’(고린도후서 1:8) 것만 같은 때도 있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도 그런 어렵고 힘든 때가 있었음을 이야기합니다. 본문 3절입니다. “내가 너희 가운데 거할 때에 약하고 두려워하고 심히 떨었노라.” 사도 바울은 제2차 선교여정 중에 고린도를 처음 방문했습니다. 그 때 여타 다른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유대인들이 바울을 대적하여 그를 힘들게 했습니다. 오죽했으면 사도 바울이 옷을 털면서 ‘너희 피가 너희 머리로 돌아갈 것이요 나는 깨끗하니라. 이 후에는 이방인에게로 가리라.’(사도행전 18:6)고 선언했겠습니까?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밤에 사도 바울에게 나타나셔서 ‘두려워하지 말라’(사도행전 18:9)고 위로해 주셨습니다. 사도 바울이 얼마나 두렵고 힘들었는지, 하나님께서 직접 그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위로해 주셔야 할 정도였습니다. 그건 비단 고린도에서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복음을 전하면서 사도 바울이 그런 경험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도 바울이 복음을 전하는 일에 그의 삶을 온전히 헌신하며, 그 길을 끝까지 달려갈 수 있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십자가의 은혜입니다.

   사도 바울이 고린도교회에 오늘 본문이 포함된 편지를 쓴 이유는 고린도교회 안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고린도교회 내에 가장 큰 문제는 교회 내에 존재한 분쟁입니다. 그래서 고린도전서 1-4장에서는 그런 분쟁을 해결하려는 사도 바울의 고뇌 섞인 글들을 읽을 수 있습니다.

   고린도 교회를 힘들게 하는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것 역시 십자가 은혜입니다. 고린도교회 안에서 바울파, 아볼로파, 게바파, 그리스도파 등 서로 나뉘어 분쟁이 일어났는데, 그 분쟁을 종식하고 올바른 신앙으로 회복하는 방법은 십자가 은혜를 회복하는 길 뿐입니다.

   여러분,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도 바울이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이후 온갖 고난과 위험과 고통 가운데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복음전도자로서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그 길을 갈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십자가의 은혜 때문입니다. 사도 바울이라고 그의 마음속에 세상적인 욕망이 왜 없었겠습니까? 사도 바울은 예수님을 만나기 전에는 정말 잘 나가는 사람이었습니다. 세상적인 용어로 말한다면 사도 바울은 금수저로 태어나 성공과 출세를 위해서 엘리트코스를 밟으며 자란 사람입니다. 로마의 시민권을 가진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부터 헬라철학을 배웠고, 유대교의 법인 토라를 배우기 위해서 젊었을 때 예루살렘으로 유학을 왔습니다. 그는 철저하게 율법을 따라 살았고, 기독교와 교회를 박해하는데 앞장 서면서 대제사장을 비롯한 종교지도자들에게 그의 열정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래서 다메섹에 가서 예수 믿는 사람들을 잡아오겠다고 대제사장이 발행한 공문을 가지고 다메섹으로 갔습니다. 대제사장이 사도 바울을 신뢰하지 않았다면 결코 공문서를 발행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젊은 사도 바울은 그렇게 당시 유대사회의 주류로부터 그의 열심과 노력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만큼 그에게도 세상적인 욕망이 충분히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런 욕망이 예수님을 만나고 난 이후에는 사라졌을까요? 여러분, 우리는 어떻습니까? 예수님을 만나고, 예수님을 나의 주님으로 고백한 이후에 우리의 마음에서 세상적인 욕망이 모두 사라졌습니까? 예수님을 만나고 예수님을 따라 사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우리 안에는 여전히 세상적인 욕망이 남아 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신앙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 안에 있는 욕망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사도 바울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입니다. 사도 바울이 예수님을 만나고 예수님의 사도로 평생을 산 사람이지만 그에게도 세상적인 욕망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다만 그 욕망의 지배를 받지 않고 그 욕망과 싸워 이겼을 뿐입니다.

   어떻게요? 바로 십자가 은혜로 말입니다. 십자가 은혜를 잊지 않고 그 은혜가 내 마음을 다스리게 하면 우리 안에서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욕망을 절제할 수 있고 이겨낼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 4절에서 사도 바울은 ‘성령의 나타나심과 능력’이라는 말씀을 합니다. 성령의 능력 가운데 하나가 우리의 욕망을 이겨내는 것입니다. 갈라디아서 5장에서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를 말씀하는데 맨 마지막에 ‘절제’를 언급했습니다. 절제는 영어로 말한다면 ‘self-control’(자제력)입니다. 자기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성경에서 말하는 절제는 단순한 자제력이 아닙니다. 자제력이 자신의 힘으로 자기의 욕망이나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라면, 성경에서 말하는 절제는 성령의 능력 안에서 통제되고 다스려지는 것입니다. 내 의지로 다스릴 수 없는 것일지라도, 내 능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일지라도 성령께서 성령의 능력으로 다스려주시는 것입니다. 다스리는 주체가 내가 아니라 성령이라는 말입니다.

   사도 바울이 하나님의 사람으로, 그리고 복음을 전하는 사명을 감당하는 사람으로 살면서 그 내면에서 일어나는 욕망들을 다스릴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의지나 힘이 아니었습니다. 성령의 충만함 속에서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으며 살다보니 성령께서 사도 바울을 다스려주신 것입니다. 세상적인 욕망,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 욕망들을 따르지 않도록 사도 바울을 지켜주신 것입니다.

   그게 바로 십자가의 은혜입니다. 십자가만 자랑하고 십자가만 붙들고 살기 때문에 성령께서 사도 바울을 다스리시고 사도 바울을 헛된 욕망에서 지켜주신 것입니다. 오늘 본문 1-2절에서 사도 바울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형제들아 내가 너희에게 나아가 하나님의 증거를 전할 때에 말과 지혜의 아름다운 것으로 아니하였나니 내가 너희 중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그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알지 아니하기로 작정하였음이라.” 사도 바울이 고린도에서 복음을 전할 때에 자신이 가진 인간적인 지식을 사용하지 않았던 이유는 예수님의 십자가만 드러내기 위함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인간적인 지식이나 지혜로 말한다면 사도 바울도 어느 누구 못지않게 뛰어난 사람입니다. 철학의 고장이라고 하는 아테네에서 철학자들이 사도 바울에게 ‘말쟁이’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사도 바울은 결코 말을 잘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건 고린도교회 교인들이 누구보다 잘 압니다. 고린도에 있는 사람들이 사도 바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말이 시원하지 않는 사람’(고린도후서 10:10)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럼에도 철학의 도시 아테네에서 철학자들이 사도 바울에게 ‘말쟁이’라고 한 이유는 그만큼 사도 바울의 말에 힘이 있고 논리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사도 바울은 자신의 논리나 지혜를 가지고 복음을 전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지혜가 드러나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전한 것은 오직 복음,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이기 때문입니다. 십자가가 드러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알지 않기로 작정하였다’(본문 3절)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또 갈라디아서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는 자랑할 것이 없다.’(갈라디아서 6:14)고 고백합니다.

   그렇습니다. 사도 바울은 십자가 외에는 아무 것도 자랑하지 않았습니다. 십자가 외에는 그에게 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그 십자가 은혜 안에 머물며 그 십자가 은혜만을 의지하며 살았습니다. 그랬기에 그는 누구보다도 값진 인생을 살았고, 어느 누구보다도 성공적인 인생을 살았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때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게 능력이 조금만 더 많았다면 이렇게 살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우리 집안이 조금만 더 부유하고 권세 있는 가정이었다면 내가 지금보다 훨씬 더 출세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내가 조금만 더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학생들 가운데는 ‘내 IQ가 조금만 더 높았다면 공부를 잘 했을텐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서두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북유럽의 신화에 나오는 신들 중의 신이라고 하는 오딘은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 다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지막은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진정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무언가를 많이 가지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예수님처럼 자신의 능력이나 자신이 가진 것을 누군가를 위해 희생할 때, 거기에 진정한 인생의 가치와 행복이 있습니다. 십자가가 세계 역사에서 가장 큰 가치가 되는 이유는 그 십자가에서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 자기를 희생하시면서 온 인류를 구원하셨기 때문입니다. 자기희생을 통해서 세상을 구원하신 구원의 사건이 그 십자가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울은 그것을 너무나도 잘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예수님을 만나기 이전의 자신의 삶과 예수님의 삶을 비교해볼 때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게 살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무언가를 움켜쥐기 위해 사는 삶이 최고가 아니라, 예수님의 십자가처럼 자기를 희생하고 섬기는 삶이 최고로 복된 삶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십자가 외에는 알지 않기로 작정했고, 그 외에 모든 것은 다 배설물처럼 여겨 버리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지금 많은 것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일상의 평범한 삶을 잃었고,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경제력도 잃어가고 있습니다. 어떤 분은 건강을 잃기도 하고, 어떤 분은 마음에 여유와 행복을 잃어가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조금 잃어도 괜찮습니다. 우리가 갖고 싶어 안달하는 그것들이 우리에게서 조금씩 사라질 때 우리는 조금 더 불편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십자가의 은혜를 잃어버리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다른 모든 것을 잃어도 십자가의 은혜로 가득하면 우리는 세상에서 당당하게 살 수 있습니다. 승리하며 살 수 있습니다. 세상을 다 가진 것보다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예수님의 십자가 삶이었고, 그 십자가를 붙잡고 산 사도 바울의 삶이었습니다.

< 2020년 4월 5일 주일낮예배-종려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