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 안에서 기쁨을 누리십시오.

< 본문 - 누가복음 10:21-24 >

   이탈리아의 천재작가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의 첫 번째 소설인 『장미의 이름』는 추리소설입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중세시대가 저물고 르네상스 시대가 시작될 무렵인 1327년 11월, 60여명의 수도사들이 있는 이탈리아 북부의 베네딕토 수도원에서 7일 동안 원인 모를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납니다. 수도원의 수도사들이 의문의 시체로 계속 발견된 것입니다. 그러자 수도사들 사이에서는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일곱 나팔의 예언이 시작된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때마침 그곳을 찾아온 프란체스코 수도사인 윌리엄과 그의 제자인 아드소는 수도원 원장의 부탁으로 사건을 풀어갑니다. 사건을 조사하던 7일 동안도 살인사건을 계속되고, 마침내 윌리엄은 이 사건의 핵심인 수많은 장서를 보관하고 있는 한 밀실을 알아냅니다. 그 밀실은 눈이 먼 늙은 수도사 호르헤가 지키고 있었습니다. 호르헤는 40여 년 동안 수도사들이 이단으로 금지된 책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온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조사관인 윌리엄은 죽음을 당한 수도사들이 모두 금서였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을 몰래 보다가 독살당했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 책입니다. 인류 최초의 예술이론서라고 알려진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중에 제1권은 비극에 관한 부분으로 현재 남아 있지만, 제2권 희극에 관한 부분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희극에 관한 이 제2권이 존재한다는 가정으로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인쇄기술이 없던 당시 책은 모두 손으로 직접 베껴 써야 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 한 권을 호르헤가 구입하게 되고, 자신이 관리하던 밀실에 그 책을 보관하고선 아무도 그 책을 읽지 못하게 했습니다. 밀실을 지키는 늙은 수도사 호르헤가 그 책을 읽지 못하게 한 이유는 ‘웃음과 유머는 하나님의 진리를 왜곡하고 조롱하는 마귀의 계략’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것을 알아낸 윌리엄 수도사와 늙은 수도사 호르헤는 그에 대한 논쟁을 하게 되고, 자신에 의해서 수도사들이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호르헤는 독약이 묻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을 씹어 먹으며 등잔을 넘어뜨리게 됩니다. 그리고 수도원은 거대한 불길에 휩싸이고 되고, 결국 당시 기독교 최대의 장서를 자랑하던 그 수도원은 폐허가 되고 말았습니다. 늙은 수도사 호르헤는 수도사들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권의 책장에 독약을 묻혀 놓았고, 그것을 몰래 읽던 수도사들은 책장을 넘기면서 그 독약을 입에 묻히며 죽고 말았던 것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늙은 수도사 호르헤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의 책장에 독약을 묻혀 놓은 이유는 분명합니다. 희극, 사람들이 웃고 즐기는 것은 결코 기독교적이지 않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기독교의 진리는 웃음에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니 웃음은 마귀적이라는 것입니다. 윌리엄과 논쟁을 벌이면서 호르헤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리스도가 웃지 않았다는 것을 모르지 않겠지요?”

   여러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물론 예수님께서 웃으셨다는 이야기가 성경에 단 한 구절도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정말 예수님께서 단 한 번도 웃지 않으셨을까요? 우리는 일반적으로 예수님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웃으시는 예수님을 잘 생각하지 못합니다. 십자가를 지신 고통스러운 예수님의 모습을 가장 많이 떠올릴 것입니다. 그리고 십자가 앞에 높고 고뇌에 찬 모습이나 진지하게 제자들을 가르치시는 모습을 떠올리기도 하고, 바리새인 등 종교지도자들과 날선 대립 속에서 엄중하신 모습이나 기도하시고 말씀을 가르치시는 거룩하신 모습으로만 예수님을 머릿속에 그립니다. 그런데 여러분, 정말 예수님은 그렇게만 사셨을까요? 성경에 기록되지 않았다고 예수님은 정말 웃어보신 적이 없으셨을까요? 죄악으로 가득한 세상을 바라보면서 웃으실 일이 없으셨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들을 생각하면 얼마나 위트 있고, 유머 있는 가득한 말씀들을 하셨는지 모릅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며 너희 진주를 돼지 앞에 던지지 말라.”(마태복음 7:6) 고귀하고 가치 있는 것을 그것의 가치를 알지 못하는 것에게 주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을 비유로 가르치신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진리를 아주 짧지만 강렬한 비유로, 그것도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사람들에게 결코 잊혀지지 않고 기억될 말씀을 해 주신 것입니다. 아마도 이 말씀을 듣는 사람들은 얼굴에 웃음을 띠고 그 말씀을 들었을 것이고, 그 말씀을 하신 예수님 역시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이런 유머러스한 말씀을 하셨을 것입니다.

   만일 예수님께서 당신의 메시지를 아주 근엄한 표정으로, 진진하게만 말씀하셨다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라다니지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예수님을 따라다니면 때로 오병이어의 기적과 같이 먹을 것이 생겨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르진 않았을 것입니다. 어린아이들까지도,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도 예수님을 따라다닌 것은 그분의 말씀이 쉬웠을 뿐만 아니라, 우리 주님에게는 늘 기쁨과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흥겨운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예수님의 그림이 늘 진지하게 우리를 바라보시는 그림이나 자상하고 인자하신 모습으로만 그려졌는데, 요즘에는 예수님께서 웃으시는 그림들이 만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몇 개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사진 1-4>

   여러분, 어떻습니까? 예수님께서 웃으시는 그림을 보시는 기분이 어떻습니까? 이런 예수님의 그림을 보면서 불경건하다고 생각하는 분은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여유와 웃음과 기쁨 없이 살아야 우리가 경건하고 신실하게 신앙생활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거꾸로입니다. 신앙생활을 잘 하는 사람일수록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의 품 안에서 삶에 여유와 기쁨과 웃음을 느끼며 삽니다. 그것이 진짜 신앙생활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신앙생활하면서 내 삶과 마음에 평안과 기쁨과 웃음의 여유가 없다면 우리는 지금 신앙생활을 잘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웃으셨다는 기록이 성경에 없다고 해서 예수님께서 웃지 않으시고 사신 것은 분명 아닙니다. 그 증거 가운데 하나가 오늘 본문입니다. 오늘 본문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그 때에 예수께서 성령으로 기뻐하시며.” 여기서 기뻐하셨다는 단어는 너무 기뻐서 펄쩍펄쩍 뛰면서 기뻐하셨다는 뜻입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인 17절에 보면 제자들도 기뻐했다고 말씀합니다. 그러나 17절에서 제자들이 기뻐했다는 단어와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 기뻐하셨다는 단어는 다른 단어입니다. 17절에서는 헬라어 ‘χαίρω’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성경에서 우리에게 ‘기뻐하다, 기뻐하라’고 말씀하실 때 쓰는 대부분의 단어가 이 ‘카이로’라는 단어입니다. 이 말은 신체적으로 안락하고 마음이 평안할 때 느끼는 기쁨을 나타내는 단어입니다. 그래서 헬라어를 쓰 사람들은 만나고 헤어질 때 주고받는 인사로 이 단어를 사용합니다. 마치 히브리어의 ‘샬롬’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성령으로 기뻐하셨다’고 말씀하실 때는 ‘카이로’라는 말을 쓰지 않고 ‘ἀγαλλιάω’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이 말은 주로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맛보는 환희를 뜻할 때 쓰이는 단어입니다.

   그러면 지금 제자들이 느끼는 기쁨과 예수님께서 느끼는 환희의 기쁨은 왜 어떻게 다른 것입니까? 제자들이 기뻐했던 이유를 17절에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주여 주의 이름이면 귀신들도 우리에게 항복하더이다.” 제자들은 귀신들이 항복하는 것을 보고 기뻐했다는 것입니다. 귀신들이 항복하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놀라며 기뻐했겠습니까? 귀신들이 항복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입니까? 오늘 우리도 그런 일들을 경험했다면 누구나 기뻐했을 것입니다. 병들었던 몸이 주님의 은혜로 치유받았을 때 우리는 기뻐합니다. 어렵게 공부해서 대학에 합격한 것도 기쁘고, 대학을 졸업하고 힘든 취업의 문을 뚫고 직장에 취직하는 것도 너무너무 기쁩니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도 기쁘고, 힘들게 일해서 좋은 집을 사서 이사할 때도 기쁩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 모든 것은 환경에서 오는 기쁨입니다. 내 눈에 뭔가 보이고, 내 상황이 좋은 쪽으로 바뀌고, 결코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내게 일어났습니다. 그러면 누구나 기뻐합니다. 그것이 주님의 은혜라는 것을 알기에 더욱 기쁩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내게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기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눈에 뭔가 보이지 않아도, 내 삶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지 않아도 기뻐할 수 있는 것이 더욱 큰 기쁨입니다. 지금 주님이 느끼신 기쁨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주님께서 누리신 기쁨은 제자들의 기쁨과 질적으로 달랐습니다. 오늘 본문에 예수님께서 기뻐하시며 하신 말씀은 이러했습니다. “천지의 주재이신 아버지여, 이것을 지혜롭고 슬기 있는 자들에게는 숨기시고 어린 아이들에게는 나타내심을 감사하나이다. 옳소이다. 이렇게 된 것이 아버지의 뜻이니이다.” 예수님께서 기뻐하신 것은 바로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 기뻐하셨다’고 할 때 사용된 단어 ‘ἀγαλλιάω’라는 단어는 바로 그럴 때 사용되는 말입니다. 내 삶속에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기뻐하는 것이 ‘ἀγαλλιάω’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은혜로 구원받은 것에 대한 기쁨,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 살고 있지만 그런 나를 통해서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 이루어지고, 하나님의 신실하심이 언제나 나와 함께 하신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찾아오는 기쁨입니다.

   그리고 그런 기쁨은 단순히 내 인간적인 감정을 자극하기에 느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 그렇게 기뻐하신 이유를 ‘성령으로 기뻐하셨다.’고 말씀합니다. 그렇습니다. 성령께서 우리 가운데 역사하셔서 느낄 수 있는 기쁨, 성령께서 우리 마음에 감동을 주셔서 내 안에 품어진 기쁨이 예수님께서 느끼셨던 기쁨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성령께서 주시는 기쁨은 세상에서 우리에게 어떤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느끼는 기쁨과 차원이 다릅니다. 성령께서 우리에게 선물로 주시는 것 가운데 하나가 기쁨입니다. 갈라디아서 5:22-23절에서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두 번째로 희락을 말씀하십니다. 첫 번째가 사랑이고 두 번째가 희락입니다. 그 희락이 기쁨입니다. 성령 안에 사는 사람에게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 아홉 가지가 있는데 그 가운데 두 번째 선물이 기쁨이라는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아름다운 믿음의 사람들은 늘 기쁨 가운데 삽니다. 하나님을 의지하며 하나님의 도우심을 힘입어 사는 사람은 늘 기쁨으로 충만합니다. 그것은 내 상황에 변화가 없어도, 아니 내 상황이 더 힘들고 고통스러운 자리로 내려간다 하더라도 상황을 바라보고 절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서 나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 연약한 자리로 내려가는 나를 통해서 이루실 하나님의 뜻과 비전을 바라보며 마음속에 나도 모르게 기쁨이 느껴집니다. 여러분, 혹 그런 경험 있지 않습니까? 분명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워지고 힘들어지는데 나도 모르게 마음은 평안해지고 기쁨이 솟아납니다. 내게 힘든 상황에 예견될 때 분명 불안하고 어찌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앞날이 두렵거나 겁나지 않습니다. 때로는 손해보고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도 분노가 치솟는 대신에 나를 힘들게 하는 그 사람을 오히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생깁니다. 그러면서 내 마음에는 알 수 없는 평강과 기쁨이 찾아옵니다. 그것은 성령께서 우리 마음을 다스리고 있고, 성령의 열매인 희락(기쁨)이 내 마음에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성령강림주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승천하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내게서 들은 바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것을 기다리라. 요한은 물로 세례를 베풀었으나 너희는 몇 날이 못되어 성령으로 세례를 받으리라.”(사도행전 1:4-5) 그리고 그 말씀처럼 제자들이 마가의 다락방에 모여 기도할 때 성령께서 그들 가운데 임하셨습니다. 그리고 성령을 받은 제자들은 기쁨으로 충만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꽁꽁 잠가놓았던 문을 열고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조금도 주저함 없이 복음을 전했고, 복음을 전한다는 것 때문에 온갖 압박과 박해를 받아도 조금도 거기에 주눅 들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모습을 성경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사도들은 그 이름을 위하여 능욕 받는 일에 합당한 자로 여기심을 기뻐하면서 공회 앞을 떠나니라.”(사도행전 5:41) 예수 믿는다는 것 때문에, 그리고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전한다는 것 때문에 산헤드린 공회에 붙잡혀 가서 온갖 위협을 받고 채찍질을 당했습니다. 그럼에도 사도들은 자신들이 그렇게 예수의 이름으로 박해를 받고 채찍질을 당하게 되었다는 것에 기뻐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이게 가능한 일입니까? 만일 우리에게 그런 일이 생긴다면 우리는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아니, 예수 믿으면 기쁘고 좋은 일이 많아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예수 믿는다는 것 때문에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겁니까? 예수 믿으면 행복해야 하는데 왜 채찍질을 당해야 합니까?’ 그런데 제자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박해받고 위협을 당하고 채찍질을 당했는데, 그것 때문에 기뻐했습니다.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합니까? 그게 바로 성령의 능력입니다. 사도들은 성령 충만했습니다. 그래서 박해받고 위협을 당하고 채찍질을 당해도 아프고 힘든 것보다 마음속에서 기쁨이 솟아났습니다. 그것은 인간적인 감정이나 힘으로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성령께서 우리에게 그런 은혜를 주실 때에야 가능합니다. 그래서 성령으로 충만한 사람들은 예수 믿는다는 것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고통스러워하지 않습니다. 왜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 힘들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 힘든 것을 영적 기쁨으로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그게 성령의 능력이고 성령의 은혜입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 성령의 사람들은 어떤 환경 속에서도 기쁨을 잃지 않고 살아갑니다. 내 감정이나 내 느낌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성령을 통해서 우리를 그렇게 감싸주시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알 수도 없고 세상이 줄 수도 없는 기쁨을 성령께서 우리에게 주시기 때문입니다.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이라는 찬송시를 지었던 밥콕(Maltbie Davenport Babcock, 1858-1901) 목사님은 ‘기쁨이 없는 그리스도인의 생활은 하나님의 명예를 깎는 것이고, 그 자체에 치욕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 안에 사는 사람들은 그 은혜로 인해 늘 기쁨을 잃지 않고 산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예수 믿고 하나님의 은혜 안에 사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세상에서 힘들 수 있습니다. 바쁘고 숨 막히는 세상에서 어찌 힘들지 않겠습니까? 직장생활하면서 여러 가지 갈등도 느끼며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육체적인 연약함 때문에 몸도 마음도 지칠 수 있습니다. 아내나 남편 또는 자식들 문제 때문에 때로는 골머리를 앓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와 이별해야 하는 아픔도, 철석같이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하는 고통도 겪을 수 있습니다. 아무런 걱정 없이 살던 삶에서 어느 날 갑자기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과 같은 상황을 맞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을 신앙하며 사는 사람들은 지금 내게 닥친 그 일이나 문제 때문에 결코 낙심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섭리하심을 믿기에 지금은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 내 앞에 펼쳐진다 하더라도 하나님을 신뢰하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 안에 내주하시는 성령께서 우리의 영혼과 마음에 평안을 주시고 하늘의 기쁨으로 채워주십니다. 그것을 믿고 그것을 경험하며 사는 사람들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입니다.

   여러분, 보십시오. 예수님께서 지금 이렇게 성령으로 기뻐하신 때가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던 도중이었습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인 누가복음 9장에 보면 변화산에 올라가신 예수님께서 ‘장차 예루살렘에 올라가서 별세하실 것’(누가복음 9:31)에 대해서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말씀을 나누셨습니다. 그리고 십자가 죽임을 당하시기 위해서 굳게 결심하시고(누가복음 9:51) 예루살렘을 향해 올라가고 계셨습니다. 바로 그런 상황에서 예수님께서 ‘성령으로 기뻐하셨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십자가 죽음을 향해 올라가시는 길에 뭐가 기쁘겠습니까? 십자가 고통이 얼마나 큰데, 십자가에서 죽으신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운 일인데, 그것을 앞에 두고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는 예수님께서는 기뻐하셨습니다. 성령으로 기뻐하셨습니다. 인간적인 감정이나 느낌 때문에 기뻐하신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예수님의 마음속에 하늘의 기쁨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삶이 힘들고 고통스럽습니까? 원치 않는 일 때문에 마음이 답답하십니까?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인해서 눈물 흘리고 계십니까? 그런 우리에게 하나님께서는 성령을 보내주셨습니다. 지금 우리 안에 거하시는 성령께서 오늘도 우리를 위로하시고 우리에게 힘을 주십니다. 그 성령을 의지하면 성령께서 우리에게 세상이 알 수 없는 기쁨과 세상이 줄 수 없는 기쁨을 허락하실 것입니다. 우리 주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시기 전날 밤,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아니하니라.”(요한복음 14:27) 그렇습니다. 십자가를 앞에 놓고도 우리 주님은 평안으로 가득하셨습니다. 그 평안을 오늘 우리에게 주십니다. 그 평안이 우리로 하여금 하늘의 기쁨을 누리게 만들어줍니다.

   여러분, 아무리 힘들어도 낙심하지 마십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성령을 의지하십시다. 그러면 우리에게 환경을 뛰어넘는 기쁨이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 성령의 은혜 안에 머무르십시다. 그러면 우리에게 하늘 기쁨이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 2020년 5월 31일 주일낮예배-성령강림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