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바라보며 사십니까?

< 본문 - 마태복음 6:19-21 >

   여러분에게 문제를 하나 내 드리겠습니다. 잘 들으시고 여러분은 어떤 대답을 하실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큰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고, 수술을 받고 얼마 후에 그 사람은 의식이 돌아와 깨어났습니다. 그가 깨어나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기뻐했지만, 그는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큰 상처로 인해 머리와 팔다리에 붕대를 감고 온 몸이 고통스러운 것은 물론이거니와 무엇보다도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혼란스러워하는 그에게 의사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환자분은 교통사고를 당해 큰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사고 당시 뇌에 심한 충격을 받았고, 기억을 관장하는 부분에 문제가 생겨서 기억상실증이 찾아왔습니다.” 그는 의사에게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느냐?’고 묻자, 의사는 조심스럽게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자칫 기억을 되살리려다가 시력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선택은 환자분이 직접 하셔야 합니다. 환자분은 기억을 되찾길 원하십니까? 아니면 시력을 잃지 않기를 원하십니까?”

   자, 이것이 문제입니다. 만일 여러분에게 동일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여러분은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시력을 잃더라도 과거의 기억을 되찾는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과거의 모든 기억을 잃더라도 시력을 갖는 것을 택하시겠습니까?

   이 남자는 며칠 동안 심사숙고한 끝에 의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과거 기억을 되살리기보다는 제 시력을 그대로 유지하겠습니다. 제가 과거에 어디서 무엇을 했느냐보다는 지금 이 순간부터 앞으로의 남은 삶까지 어디로 가게 되는지를 계속 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분, 어떻습니까? 이 남자의 말에 공감하십니까? 물론 우리가 살아가면서 과거의 삶과 경험이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과거가 있기에 오늘의 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엄밀하게 생각해보면 우리의 과거는 이미 지나간 것입니다. 지나간 과거의 실수나 잘못을 우리는 바로잡을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미래는 무한히 열려 있습니다. 과거가 ‘닫혀진 문’이라고 한다면 미래는 ‘열려진 문’입니다. 꿈을 꿀 수 있고, 도전해볼 수 있고, 새로운 뭔가를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그 미래가 모두 희망적이지 않다 하더라도 우리는 희망을 갖고 도전해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과거의 풍요나 행복보다는 미래의 희망과 기대가 훨씬 더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나는 지금까지 열려진 문인 내일을 희망하며 살았는가?’ 아니면 ‘닫혀진 문인 과거만 회상하며 과거에 사로잡혀 살았는가?’하고 말입니다. 아니 보다 더 정확한 질문은 ‘나는 지금 내일의 희망을 품고 설레는 가슴으로 살고 있는가?’ 아니면 ‘과거에 내가 세워놓은 업적이나 공로에 사로잡혀 지난날의 나만을 추억하며 살고 있는가?’하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신앙생활함에 있어 과거를 완전히 무시하며 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과거와 미래, 둘 중에 무언가 하나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한다면 그건 당연히 과거가 아니라 미래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꿈꾸며 살아가야 할 곳이 바로 그 미래에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는 이미 우리가 살아온 것입니다. 그 과거가 우리에게 자랑스러운 것이든 아니면 불평스러운 것이든 우리는 그것을 바꿀 수 없습니다. 그 과거로 다시 되돌아갈 수도 없습니다. 지난날 우리의 삶이 어떠했던 간에 우리는 그 과거로 되돌아갈 수도 없고, 그 과거를 바꿀 수도 없습니다.

   단지 과거는 오늘의 우리를 있게 만들어준 기초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을 기초로 내일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과거가 만들어놓은 오늘을 힘입어 내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것을 사도 바울은 이렇게 천명합니다.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을 줄로 여기지 아니라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빌립보서 3:13-14)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린다.’는 말은 과거를 모두 무시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앞에 있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과거에 자신의 삶을 맡기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하나님께서 위에서 부르신 부르심의 상을 얻기 위해서 오늘 자신은 끊임없이 앞을 향해 뛰어간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우리는 소망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는 앞에 있는 소망을 위해서 달려가는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십니다.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두지 말라.” 이 말을 조금 더 정확하게 번역한다면 이런 뜻입니다. ‘더 지체하지 말고 지금 바로 보물을 땅에 쌓는 그릇된 행동을 단호하게 끊어버리라!’ 아주 엄중하게 하신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보물을 땅에 쌓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분명한 것은 이 말씀이 우리로 하여금 재물을 죄악시하거나 저축하는 것을 거부하라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성경은 그 어디에서도 단 한 번도 돈이나 재물을 죄악된 것이라고 말씀하지 않습니다. 부자가 되는 것은 죄를 짓는 것이라고 말하지도 않습니다. 단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물, 자신이 쌓아놓은 부가 자신의 참된 가치를 호도하거나 참된 믿음을 이탈하게 만드는 것이 죄악으로 가는 길임을 경고하고 있을 뿐입니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라는 말씀이 바로 그런 뜻입니다. 디모데전서 6:10절에서 말씀합니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탐내는 자들은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 그렇습니다. 돈이나 재물은 비인격적 대상일 뿐입니다.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나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돈은 선하게 사용하면 선한 일이 되지만, 돈을 악하게 사용하면 죄악이 됩니다. 돈을 사랑하면 우리 인간은 재물에 미혹을 받습니다. 그래서 바른 판단을 할 수 없고, 바른 자리에 설 수 없습니다. 그래서 죄악으로 기울어 죄를 짓는 결과를 낳고 맙니다. 돈을 사랑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땅에 쌓아둔 보물에는 좀과 동록이 들끓어 그것이 사라지고 만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좀’이라는 말은 우리가 자주 쓰는 말이지만, ‘동록’이라는 말은 우리가 잘 쓰지 않는 표현입니다. ‘동록’이라는 말을 조금 더 정확하게 번역한다면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벌레’입니다. 땅에 쌓아둔 보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좀이나 벌레에 먹혀 사라지고 만다는 것입니다.

   그 다음 표현도 비슷합니다. “도둑이 구멍을 뚫고 도둑질하느니라.” 수많은 도둑들이 보물이 있는 곳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기회가 닿으면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그 보물을 훔쳐갑니다. 특별히 고대 팔레스타인 지역의 집들은 진흙으로 된 벽돌을 사용해 지어졌기 때문에, 도둑이 마음만 먹는다면 벽을 쉽게 허물고 들어가 그것을 훔쳐가게 됩니다. 그러기에 ‘어디에 보물이 있다.’ 또는 ‘누구네 집에 귀한 보물을 숨겨놓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그곳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도둑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훔쳐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물을 땅에 쌓아놓는다는 것이 바로 그런 의미라는 것입니다. 내 것이라고 쌓아놓았지만 사실은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좀이나 벌레가 먹어치우든 아니면 도둑들이 훔쳐가든 언젠가는 사라지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우리가 보물이라고 생각해서 땋에 쌓아놓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이 재물이든, 명예든, 명성이든, 사회적 지위나 성공이든 그 모든 것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지나간 과거입니다. 아니 어쩌면 오늘 우리가 끌어안고 싶어 하는 것들일 수 있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가 힘들게 고군분투하며 삶의 처절한 전쟁터에서 이리 터지고 저리 터지면서 쌓아올리고 싶은 것들, 그것들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 땅에서 쌓아놓고 싶은 것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아니 갖고 싶어 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신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에게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진 돈이라는 보화가 어쩌면 그 가운데 으뜸일 것입니다. 자유경제사회에서 돈의 위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돈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부를 많이 소유한 사람을 부러워합니다. 한 편에서는 그들을 시기하여 미운 마음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가 미워하고 시기하는 그들을 닮고 싶어 안간힘을 쓰며 살고 있습니다. 그들처럼 돈을 조금 더 많이 가지면 훨씬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입니다. 돈만 그런 것 아닙니다. 우리는 출세하고 싶어 합니다. 힘을 갖고 싶어 합니다. 남들이 가지지 못한 뭔가를 가지고 싶어 합니다. 왜요? 그것을 누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권력이나 힘을 가지고서 불공정한 일을 행한 사람들을 향해 분노하면서도, 은근히 우리 마음속에는 그런 사람들을 부러워합니다. 이게 인간의 이중적인 마음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 땅에서 갖고 싶어 하는 것들이 늘 우리의 손아귀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내가 움켜쥐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것들은 어느 순간엔가 내 손아귀에서 사라지고 맙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우리는 일확천금을 꿈꾸지만 일확천금을 얻는 사람들은 금새 그것들을 잃고 맙니다. 부와 명예를 얻었다고 생각하지만 뜻하지 않는 순간에 모든 것이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지고 맙니다. 결코 우리 곁에 오래 남아 있지 않습니다.

   여러분,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말라.’고 말씀하신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잠시 후면 사라져버릴 것들에 연연해 살지 말라는 것입니다. 오늘의 허황된 꿈도 그럴진대, 지나간 과거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우리의 과거는 이미 우리의 것이 아닙니다. 과거가 되는 순간 그 모든 것은 우리 곁에서 사라지고 없습니다. 그런데 때로 우리는 그 지나간 과거, 사라진 과거의 끈을 붙잡고 여전히 내가 그 과거의 화려함 속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착각하기도 합니다.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가르쳐 주십니다. 금새 사라져버리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라고 말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꿈꾸고 붙잡아야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오늘 본문 20절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하늘에 보물을 쌓는 것입니다. 좀이나 벌레가 먹어치우지 못하는 것, 도둑이 도둑질해갈 수 없는 것, 그것을 위해 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하나님을 위해서 재물을 써야 한다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헌금을 많이 하고, 선한 일을 힘써야 한다는 것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고, 하늘에 꿈과 비전을 두고 살라는 것입니다. 좀 바른 꿈을 꾸고, 그 꿈과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 살라는 말씀입니다.

   우리 믿음의 사람들의 특징은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하늘의 꿈을 갖고 산다는 것입니다. 앞뒤가 꽉 막혀 모든 것이 절망적인 상황일지라도 좌절하거나 낙심하지 않고 하늘을 바라보며,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다시 일어나서 하나님의 뜻이 자신을 통해 이루어질 것을 기대하는 희망을 갖는 것이 믿음입니다. 꿈을 꾸되 세상의 허황된 것을 꿈꾸지 않습니다. 비전을 갖되 세속적 가치를 따라 얻어지는 것에 목표를 두지 않습니다. 보다 큰 세상, 보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들에 내 삶을 맡기며 삽니다. 그게 믿음의 사람들입니다.

   믿음의 사람들이 꿈꾸는 가장 큰 가치는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이유는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시기 위해서입니다.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처음 외치신 말씀이 바로 그것입니다. “때가 찼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마가복음 1:15) 그렇게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시면서 사역을 시작하신 예수님께서는 하나님 나라의 신비와 비밀을 사람들에게 보이셨고 가르치셨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고 구원을 받았다고 하는 것은 더 본질적으로 말하면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음으로 하나님께서 나를 당신의 백성으로 통치하시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예수님을 믿고 구원을 받았다고 하는 것은 하나님의 나라가 우리 안에 임하였고, 우리는 그 하나님의 나라를 누리며 산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나라 백성이 되었고, 하나님 나라를 누리며 사는 우리가 세상의 것만을 바라보고, 세상의 것에만 목을 맨 채 살고 있지 않느냐 하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으로 바꾼다면 이 땅에만 우리의 보물을 쌓는 삶을 살고 있진 않느냐는 것이지요.

   물론 우리가 이 땅을 살면서 이 땅을 사는 데 필요한 것들을 무시하며 살 수는 없습니다. 그런 것까지 다 포기하라는 말씀은 분명 아닙니다. 단지 우리의 관심이 오직 땅에 것에만 매여 있진 않는지를 살펴보자는 것입니다. 분명 사라지고 말 것들, 중요한 것처럼 생각되지만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게 중요하지 않는 것들에 목매에 살진 말자는 것입니다. 우리가 많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돼지는 신체구조상 하늘을 볼 수 없다고 합니다. 목근육과 골격의 구조가 아래로만 향해 있어서 목을 우리 사람들처럼 위로 쳐들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단 하늘을 볼 수 있는 때가 있습니다. 실수로 넘어졌다거나 도살장으로 가서 죽음을 앞에 두고 누워있을 때에는 하늘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우리가 혹 그런 돼지처럼 인생을 살고 있진 않느냐는 것입니다. 조금 기분 나쁜 말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잘 생각해 보십시다. 평소에는 하늘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고 오직 땅에 것만, 현실의 것만을 바라보며 그것을 얻기 위해서 아등바등하며 살다가 큰 문제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 땅에 털썩 주저앉았을 때에나, 아니면 죽음을 앞에 두고서 그 때에야 하늘을 쳐다본다면 그게 돼지와 다를 바가 없는 삶 아니겠습니까?

   지난주에 중앙대학교 김누리 교수가 쓴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책을 읽었습니다. 오늘 우리나라의 현실을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 너무 좋은 책이었습니다. 그 가운데 이런 내용도 있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우리나라를 ‘헬조선’이라고 표현합니다. 우리 어른들의 입장에서 보면 ‘요즘처럼 살기 좋은 시대에, 우리나라처럼 살기 좋은 나라가 왜 헬조선이냐?’고 반문할지 모릅니다. 우리나라가 좋지 않은 부분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자살률입니다. 2018년을 제외하고 15년째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세계 1위입니다. 그러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살하는 것일까? 이유는 하나입니다. 절망감 때문입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특별히 10대에서 30대의 청년들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입니다. 왜 젊은 사람들이 그 고귀한 생명을 스스로 끊는 것입니까?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성장하던 시대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렵고 힘든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참고 노력하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그 꿈이 힘든 것을 이겨내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사회는 너무나도 불평등이 팽배해 있습니다. 우리나라 상위 1%가 우리나라 전체 자산의 26%를 차지하고, 상위 10%가 66%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하위 50%는 겨우 2%만 소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인구 절반이 가진 자산의 전체 규모가 2%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부동산은 더 합니다. 우리나라 상위 1%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이 전체의 55%라고 합니다. 상위 10%가 가진 부동산은 무려 97.6%입니다. 나머지 90%가 겨우 2% 정도의 부동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불평등의 세습으로 우리 젊은이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이 꿈꾸는 것을 이룰 수 없다는 절망감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학벌이 우리 사회에 지배계층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물질적인 풍요의 시대인데, 그에 반해 그 어느 시대보다도, 아니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불평등이 심각합니다. 구조적으로 그 불평등을 깨뜨릴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상위 1%, 상위 10%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내일에 대한 꿈을 잃어버리고 ‘오늘을 즐기며 살자’라는 욜로(YOLO)족이 생겨나고, 그것마저도 희망이 없는 젊은이들은 자살을 하거나 ‘헬조선’이라고 외치며 절망감에 사로잡히게 된다는 것입니다. 너무나도 의미 있는 분석입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내일이 보이지 않으니까,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잃어버리고 꿈을 포기해야 하기에 헬조선이라고 외칩니다. 우리 사회가 지옥이나 다름이 없다는 것입니다. 같은 이치로 우리 믿음의 사람들에게 꿈이 없다면, 하늘나라에 대한 꿈과 영원한 가치에 대한 꿈을 잃어버린다면 우리의 믿음 역시 ‘지옥’이나 다름없지 않겠습니까?

   “네 보물이 있는 그 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 얼마나 귀한 말씀입니까? 우리가 무엇을 보물처럼 귀하게 여기느냐는 우리가 어디에 목표를 두고 사느냐, 우리가 무엇을 바라보며 사느냐 하는 것으로 정해진다는 것입니다. 땅에 것만을 바라보고, 땅에 것만을 가치로 여기고 사는 삶은 결국 모든 것을 잃어버릴 날이 반드시 오게 될 것입니다. 반면 하늘에 소망을 두고 하늘에 가치를 두고 사는 삶, 하나님의 나라를 바라보며 그 나라를 누리며 사는 삶은 영원히 빼앗기기 않는 보물을 갖고 사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입니다. 하늘에 소망을 두고 하늘나라의 가치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삶을 사는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그들의 보화가 되어주십니다.

   여러분, 돼지처럼 땅만 바라보며 살지 마십시다. 과거만을 끌어안고 살지 마십시다. 과거가 아무리 보물처럼 소중하다 한들 결코 작은 미래보다 나을 수 없습니다. 가끔은 하늘을 바라보십시다. 그리고 그곳에 우리의 소망이 있고, 그곳에 있는 것만이 우리의 보물임을 기억하십시다. 그리고 하나님만을 가장 귀한 보물로 고백하며 사십시다. 그것이 진정 믿음의 삶입니다. 우리 믿음의 사람들이 절망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며 하늘의 비전을 품고 살기 때문입니다.

< 2020년 7월 26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