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병거를 불사르라!

< 본문 - 여호수아 11:6-9 >

  ‘세계 3대 해전’이라고 하면 흔히 살라미스(Salamis) 해전, 칼레(Calais) 해전, 트라팔가르(Trafalgar) 해전을 말합니다. 여기에 이순신 장군이 이끈 한산도대첩을 포함해 ‘세계 4대 해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2014년에 개봉한 ‘300 : 제국의 부활’이라는 영화의 소재로 잘 열려진 살라미스 해전은 세계 최대 해전이었습니다. 주전 480년 살라미스 섬과 아테네의 항구 도시 피레에프스 사이에 위치한 살라미스 해협에서 그리스 함대가 거대한 페르시아의 함대와 격돌해 눈부신 승리를 거둔 해전입니다.

  당시 페르시아를 이끌었던 크세르크세스(Xerxes) 1세는 성경에 에스더의 남편 ‘아하수에로’로 알려진 왕입니다. 크세르크세스 왕이 이끄는 페르시아의 군대는 1000여 척이 넘는 해군과 육군을 이끌고 그리스를 침공합니다. 당시 그리스는 도시국가들의 연합체로 그렇게 큰 군사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페르시아의 공격에 대비해 집결한 그리스의 함대는 페르시아의 함대보다 배의 크기가 작을 뿐만 아니라 겨우 370여 척에 불과했습니다. 1000여 척이 넘는 페르시아의 대규모 해군이 항구에 정박하는 것은 불가능해 그냥 바다에 떠 있다가 그리스와 싸우기도 전에 약 200여 척의 군함이 풍랑에 휩쓸렸고, 나머지 800여 척으로 그리스와 전쟁을 치르게 됩니다. 그리스의 사령관인 테미스토클레스(Themistocles)는 페르시아 함대를 유인하여 살라미스 섬 근처에 있는 좁은 해협으로 끌어들였고, 협소한 공간에 모여든 페르시아의 군함은 움직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러자 앞부분이 뽀족하게 만들어진 그리스의 군함들이 페르시아의 군함을 들이받거나 침몰시켰습니다. 이 전투에서 그리스 군은 약 40척의 배를 잃은 반면 페르시아는 약 300여 척의 군함이 침몰되었고, 간신히 해협을 빠져나간 페르시아 군함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이 전투의 패배로 크세르크세스가 계획했던 그리스 상륙작전은 1년 동안 미룰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은 페르시아에 대항하기 위해 단결하게 되었습니다.

  이 살라미스 해전에서 그리스가 승리했다는 것은 단순히 적은 군사력으로 어마어마한 페르시아의 군대를 물리쳤다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살라미스 해전에서 그리스가 승리함으로써 페르시아의 서방 진출이 가로막히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역사상 최조의 민주주의가 생존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아테네는 그리스의 지배 도시로 도약했고 아테네 제국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살라미스 해전은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대규모 해전이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역사를 바꾼 전쟁’이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이전까지의 역사가 바벨론-페르시아 등 근동(중동)지역이 중심이었다면 이 전쟁 이후에 세계 역사는 유럽이 중심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세계 역사의 중심을 유럽으로 돌려놓은 문명사적 대전환점을 이룬 것이 살라미스 해전이었습니다.

  전쟁에서 상대보다 더 나은 군사력을 가진다는 것은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잘 아는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명량해전에서는 우리 군함 13척(12 또는 14척이라고도 함)으로 200여척(300여 척이라고도 함)이 넘는 일본을 격파했습니다. 이 명랑해전의 승리로 ‘10만 명의 병력이 배를 타고 서해로 북상해 한양을 친다.’는 일본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한양을 200리 정도 앞둔 직산과 보은까지 올라왔던 일본군은 남쪽으로 퇴각해야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군사력으로는 월등하지만 패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군사력으로 약한 나라가 강한 군사력으로 무장한 나라와 싸워 승리를 거둔다는 이야기는 역사적으로 많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 전쟁에서 승리한 쪽이 언제나 역사의 중심지로 들어온다는 것입니다.

  성경에 보면 전쟁의 이야기가 참으로 많습니다. 특별히 구약성경에 전쟁의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오늘 본문이 포함된 여호수아서는 거의 전쟁의 이야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400년 동안의 노예생활을 마치고 모세의 인도로 출애굽에 성공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40년 동안 광야를 헤매야 했습니다. 그 40년 동안에 ‘가나안 땅에 아낙 자손이 살고 있어 우리는 결코 그 땅에 들어갈 수 없다.’고 불신했던 모든 사람들이 광야에서 죽었습니다. 그리고 광야 2세대가 여호수아의 인도로 요단강을 건너 가나안 땅에 들어갔습니다. 크고 견고한 성읍인 여리고를 점령한 이후 이스라엘 백성들은 여호수아의 지도 아래 가나안 땅 점령을 시작했습니다. 길갈에 본부를 차려놓고 벧엘을 중심으로 한 가나안의 중부지역을 점령하고, 이어서 라기스와 헤브론 등 남부지역을 차례로 점령했습니다. 가나안 땅의 중부지역과 남부지역이 이스라엘에 의해서 점령되었다는 소식에 북쪽 지역 왕들은 두려웠습니다. 이제 곧 자기들이 통치하고 있는 북쪽 지역을 점령하러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솔 왕 야빈이 북쪽 지역에 거주하는 부족들을 다 불러 모아 연합군을 형성해 이스라엘과 맞서게 됩니다. 그게 오늘 본문 바로 앞에 11:1-5절까지의 내용입니다.

  북쪽 연합군은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군사력이었습니다. 북쪽 연합군의 군사력을 4절에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백성들이 많아 해변의 수많은 모래 같고 말과 병거도 심히 많았으며.” 이 말은 한 마디로 말하면 이스라엘 백성의 힘으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과 싸우기 위해 모인 연합군의 숫자도 숫자이려니와 더 두렵게 만든 것은 말과 병거입니다. 당시 가나안 원주민들에게 있어서 말과 병거는 군사력의 핵심이었습니다. 반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말이나 병거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요즘으로 이야기한다면 북쪽 연합군들은 탱크와 장갑차로 무장한 반면 이스라엘은 소총만 들고 싸우는 격입니다. 더군다나 군사의 숫자 면에서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북쪽 연합군이 많았습니다.

  비록 중부 지역을 점령하고 남쪽 연합군까지도 무찌른 여호수아와 이스라엘이지만 북쪽 연합군의 그런 군사력 앞에서는 두려울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 6절에서 하나님께서 여호수아에게 먼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들로 말미암아 두려워하지 말라.” 이 말씀의 이면에는 여호수아가 북쪽 연합군이 그런 막강한 군사력을 갖추고 이스라엘과 싸우려고 모여 있다는 소식을 듣고 두려워하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북쪽 연합군의 군사력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강했기 때문입니다. 남쪽을 점령할 때에도 남쪽 지역의 왕들이 연합군을 형성하여 이스라엘과 맞서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남쪽 연합군은 불과 5명의 왕들이 연합한 연합군이었습니다. 그런데 북쪽 연합군은 그 명칭이 언급된 것만도 13곳이 넘습니다. 2절에 ‘산지와 평지와 높은 곳’이라는 말은 구석구석에 존재하는 모든 왕들을 뜻합니다. 북쪽 지역에 있는 모든 왕들을 다 불러 모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무기인 말과 병기까지 다 쓸어 모았습니다. 그러니 이미 가나안 땅 점령에 100전 100승을 거둔 여호수아 군대라 할지라도 두렵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합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일 이맘때에 내가 그들을 이스라엘 앞에 넘겨 주어 몰살시키리니.” 반드시 이스라엘에게 승리를 주시겠다는 약속의 말씀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 다음 말씀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지 않는 말씀입니다.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그들의 말 뒷발의 힘줄을 끊고 그들의 병거를 불사르라.” 말씀드린 것처럼 당시에 말과 병거는 전쟁에 너무나도 강하고 중요한 무기였습니다. 어쩌면 당대 최고의 무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쟁에서 승리하고 전리품으로 말과 병거를 얻는다면 이후에 이스라엘은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민족이 될 것입니다. 주변 나라들이 두려워 떨 것이고, 아직도 점령하지 못한 가나안 땅 구석구석에 남아 있는 민족들이 스스로 이스라엘에게 항복해 올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말 뒷발의 힘줄을 끊고 병거를 불사르라고 말씀하십니다. ‘말 뒷발의 힘줄을 끊으라.’는 말씀은 말이 뛰어다니지 못하게 하라는 것입니다. 전쟁에서 말은 민첩한 기동성을 가져다줍니다. 그래서 사람이 뛰어가는 것보다 훨씬 더 빨리 적진으로 돌파해 들어갈 수 있고, 퇴각할 때에도 더 빨리 퇴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전쟁 중에 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엄청난 무기를 소유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 말의 뒷발의 힘줄을 끊는다는 것은 더 이상 말이 뛰지 못하게 하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말을 전리품으로 얻는다 하더라도 그 말을 다시는 전쟁에 쓰지 말고, 농사를 짓는 일이나 물건을 실어 나르는 일에만 쓰라는 것입니다.

  병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만일 전리품으로 병거를 가져온다면 이스라엘은 엄청난 군사력을 보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병거는 아예 불사르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도 쓸 수 없게 만들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물어보아야 합니다. ‘왜 하나님께서는 말 뒷발의 힘줄을 끊고 병거를 불사르라고 말씀하셨는가?’ 하고 말입니다. 여기에는 아주 분명한 하나님의 뜻이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전쟁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성경이 계속해서 가르쳐주신 것입니다. 아무리 군사력이 강해도 하나님께서 누구의 손을 들어 주시느냐에 따라서 승리하기도 하고 패배하기도 합니다. 군사력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의 시선이 어디에 머무르고, 하나님께서 누구를 도와주시느냐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는 누구의 손을 들어주시는 것입니까? 이것에 대해서도 성경은 아주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의 편에 서는 자, 하나님을 의지하고 하나님을 신앙하는 자를 하나님께서 도우시고 그에게 승리를 주십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 우리가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아무리 큰 힘을 가지고 있고, 세상에 내가 기댈 수 있는 백이 아무리 크고 강하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돕지 않으시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하나님을 의지하며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나의 주인되심을 고백하고 하나님을 내 인생의 주인으로 모시고 살아야 합니다. 그런 인생이 승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우리에게 그렇게 가르치지 않습니다. 세상의 방법은 스스로 힘을 길러야 하고, 힘 있는 자 편에 서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그런 교육을 받으며 자라왔기 때문에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힘을 기르기 위해서 무단히도 노력합니다. 학벌이라는 힘을 등에 업기 위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죽도록 공부합니다. 내가 꿈꾸는 보다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서 공부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힘을 키우기 위해서 공부합니다.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사귀어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가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인가를 은연중에 판단하게 됩니다. 그 사람에게 힘이 있어 그 힘을 빌어 내가 뭔가를 얻을 수 있어야 관계를 유지합니다. 출세하고 성공하려는 이유는 내가 힘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사람들이 나를 얕잡아보지 못하게 하고 사람들 앞에서 ‘내가 이렇게 큰 힘을 가진 사람이야!’라고 어깨를 우쭐거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얼마나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기에 돈을 벌려고 안간힘을 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우리의 진정한 힘은 세상의 것이 아닙니다. 다윗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의 힘이신 여호와여, 내가 주를 사랑하나이다. 여호와는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요새시요 나를 건지시는 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요 내가 그 안에 피할 나의 바위시요 나의 방패시요 나의 구원의 뿔이시요 나의 산성이시로다.”(시편 18:1-2) 그렇습니다. 다윗은 자신을 해하기 위하서 수많은 원수들이 자신을 압박해 올 때 권력이나 세상의 힘을 구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하나님만이 자신의 힘이심을 고백하며 하나님만 의지하고 하나님을 신뢰했습니다. 하나님께 피할 때에만 안전하고, 하나님께서 도우실 때에만 승리할 수 있음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지금 무엇을 의지하며 살고 있는지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 보십시다. 세상 사람들처럼 세상의 권력이나 돈이나 사람을 나의 도움으로 삼고 살고 있지는 않습니까? 내 스스로 힘을 길러야 하고, 내 스스로 건강을 챙겨야만 행복을 유지할 수 있고 생각하며 하나님을 잊고 살고 있지는 않습니까? 내 인생의 항로에서 하나님께서 ‘나’라고 하는 배의 선장이심을 믿지 못하고 어떻게든 내 힘과 내 지혜와 내 경험으로 내 인생을 만들어가겠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는 않습니까? 하나님께서 우리를 잊으신다면, 그래서 하나님께서 우리를 돕지 않으신다면 우리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하나님을 잃어버린 인생은 아무리 화려하고 힘이 있어 보일지라도 그 인생은 풍랑에 밀려 표류하는 배와 다르지 않습니다.

  여러분, 힘들 때일수록 더욱 하나님을 바라보며 사십시다. 하나님만 의지하며 사십시다. 바람이 거세게 불수록 돛단배는 더 힘차게 나갈 수 있습니다. 지금은 고난의 때입니다. 어려움의 때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인생의 주인이신 하나님만 더욱 굳게 붙잡으십시다. 그런 고난의 때에 스스로 힘을 가지려 하면 거센 바람에 꺾어지고 맙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교회가 지금 사회적인 비난과 도전 앞에 서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은 한국교회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세속적인 힘을 빼게 하시는 하나님의 기회인지로 모릅니다.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너무 많은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믿음의 힘이 아니라 세상의 힘을 말입니다. 세속적인 힘을 너무 많이 가졌기에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했습니다. 하나님 없이도 충분히 교회가 가진 힘으로 자신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이제 교회는 힘을 빼야 합니다. 아니 지금 하나님께서 교회의 힘을 빼고 계십니다.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도록 말입니다. 지난 2-3월에는 코로나를 통해서 신천지 이단의 정체를 명확하게 드러내셨습니다. 이제는 거짓된 힘을 가진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실상을 드러내시면서 교회가 교회답게 회복하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세속적인 힘을 가진 교회가 아니라 주님을 닮아 십자기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교회로 회복되도록 말입니다.

  말의 뒷발 힘줄을 끊고 병거를 불사르라는 말씀은 이것으로 전쟁이 끝난다는 것입니다. 아니 이것으로 전쟁을 끝내라는 말씀입니다.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전쟁, 더 큰 전쟁이 남아있다면 말도 필요하고 병거도 필요할지 모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더 이상 전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그러니 전쟁을 위해서 말이나 병거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땅은 가나안 땅입니다. 어쩌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이런 욕심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요단강을 건넌 이후 그들은 아이라는 작은 성을 점령할 때를 제외하고는 늘 전쟁에서 승리했습니다. 남부지역을 점령할 때에는 다섯 왕이 연합군을 형성해 이스라엘과 싸우려했지만 그들도 아무런 문제없이 점령했습니다. 이제 북쪽의 연합군이 어마어마한 군대를 동원하고 말과 병거로 무장했다 하더라도 그들을 무찌르는 것에는 전혀 걸림돌이 없습니다. 그 거대한 북쪽 연합군을 점령한 후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런 기세라면 가나안 땅만이 아니라 주변 나라들까지 점령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아니겠군.’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생각에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하려면 말과 병거는 너무나도 필수적으로 필요한 군사력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이번 전쟁으로 끝이 난다고 말씀하십니다. 또 다른 전쟁, 욕심을 위한 전쟁을 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지고서도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조금 더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남들보다 조금 더 가졌다는 것 때문에 어깨에 힘을 주고 교만하여 남을 멸시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욕심에 끌려 살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하고 싶은 것 다 하며 사는 것이 우리 인간의 거짓된 욕망이라면, 하나님께서는 하고 싶어도 참아야 하고 때로는 하기 싫어도 하나님을 위해서 수고하는 삶을 살라고 말씀하십니다. 참된 신앙인의 삶은 무언가를 얻으려는데 있지 않습니다. 참된 신앙의 출발은 나의 욕망을 내려놓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누가복음 9:23) ‘자기를 부인한다.’는 것은 나의 욕망을 내려놓는다는 뜻입니다. 거기에서부터 신앙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날마다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면서 우리는 신앙생활을 유지해 나갈 수 있습니다. 날마다 져야 할 십자가 역시 내가 바라고 원하는 길이 아니라 주님께서 가라 하신 길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대부분 영광을 얻고, 힘을 가지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주님은 그런 삶이 아니라 주님을 닮는 십자가의 길을 가는 것이 신앙인의 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는 여호수아에게 ‘말의 뒷발 힘줄을 끊고 병거를 불사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에서 보여준 것처럼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그대로 순종했습니다. 물론 전쟁에서도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말의 뒷발 힘줄을 끊고 병거를 불사르라!’ 세상에서 가지고 싶어 하는 것들에 포로가 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거짓된 욕망에 노예가 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세상의 힘을 가지려 안달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신앙의 이치는 아주 분명합니다. 내가 힘을 가지면 내 삶에서 하나님의 모습은 점점 사라집니다. 내 욕망을 이루기 위해 달려가면 그 길에 십자가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십자가의 길을 가라고 말씀하십니다. 세상의 힘을 빼고, 세상적 욕망을 내려놓고 오직 하나님만 신뢰하며 십자가의 길을 가라고 말입니다. 그 길이 우리가 마땅히 가야할 신앙의 길이고, 그 길이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진정한 승리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 2020년 9월 6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