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어떻게 선택하시겠습니까?

< 본문 - 여호수아 9:3-8, 14-15 >

    결초보은(結草報恩)이란 말이 있습니다. 글자 그대로의 뜻은 풀을 매듭지어 받은 은혜에 보답한다는 뜻이고, 그 의미는 죽어서도 은혜를 잊지 않고 꼭 갚는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의 유래는 이렇습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진(晉)나라에 위무자(魏武子)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진나라 문공을 도운 공을 인정받아 대부라는 벼슬을 지낸 사람입니다. 그에게는 아이를 갖지 못한 조희라는 젊은 애첩이 하나 있었습니다. 위무자는 조희를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하여 평소 아들인 위과(魏顆)에게 자주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나이 많아 늙었으니 얼마 살지 못하고 죽거든 너의 서모(새엄마)는 젊고 아이도 낳아보지 못했으니 반드시 좋은 곳으로 시집보내 주라.’ 그런데 막상 위무자가 늙고 병들어 죽음에 임박하자 말을 바꾸었습니다. ‘애첩 조희를 자신의 무덤에 함께 묻어 달라.’고 말한 것입니다. 당시에는 가족의 가장이 죽을 때 그가 아끼던 애첩을 같이 무덤에 묻는 순장제도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아버지 위무자가 죽고 나자 아들 위과는 큰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서모인 조희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하는 것으로 말입니다. 아버지가 평소에는 좋은 곳으로 시집을 보내주라고 했는데, 늙고 병들어서는 같이 무덤에 묻어 달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고심하던 끝에 위과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버지가 서모를 자기 무덤에 묻어달라고 한 것은 늙고 정신이 혼미하여 잘못 이야기하신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는 서모인 조희를 다른 좋은 가문으로 시집을 보내 주었습니다.

  그 후, 다른 진(秦)나라가 위과가 있는 진(晉)나라를 공격해 왔습니다. 당시 적의 진(秦)나라 장수 두회(杜回)는 천하에 둘도 없는 유명한 장수였습니다. 두회와 맞서 싸우던 위과가 큰 위태로움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어떤 노인이 나타나 적군의 앞길에 무성하게 자란 풀들을 잡아매어 온 들판에 매듭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에 적군이 말을 타고 공격해 오다가 그 풀의 매듭에 걸려 넘어졌고, 그 틈을 타서 위과는 적을 공격하였고, 손쉽게 승리를 거둘 수가 있었습니다. 적장 두회를 사로잡는 공과도 세울 수 있었습니다. 위과는 적들 앞에 풀을 잡아매 매듭을 만들어 놓은 그 노인이 누구이며 왜 자기를 도와주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날 밤 위과의 꿈에 그 노인이 나타나서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자신이 위과가 재가시킨 서모 조희의 아버지인데, 자기 딸을 구해 준 은혜를 갚기 위해 싸움터에서 풀을 묶어 두회가 걸려 넘어지게 만들었노라.’고 말입니다. 여기에서 ‘풀을 잡아매어 은혜를 갚는다.’는 결초보은이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여러분, 위과가 자신의 서모에게 좋은 일을 했기 때문에 자신이 어려운 처지에 놓였을 때에 은혜를 되돌려 받은 것이라는 것이 이 고사성어의 교훈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 보십시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위과는 분명 갈등했습니다. 아버지가 서로 상관된 유언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서모를 좋은 곳으로 시집보내어 새로운 삶을 살게 하라.’는 유언과 ‘자기 무덤에 함께 묻어 달라.’는 유언입니다. 일설에 따르면 위과는 어느 유언을 따를 것인지를 놓고 동생과 다투었다고 합니다. 동생은 아버지의 마지막 유언이 ‘무덤에 함께 묻어 달라.’는 것이었기 때문에 무덤에 묻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고, 위과는 ‘무덤에 함께 묻어 달라.’는 유언은 늙고 병들었을 때 바른 정신으로 한 말이 아니기 때문에 평소 말씀하신 대로 재가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다투었다는 것입니다. 그 때 분명 위과도 갈등했을 것입니다. 평소 하시던 말씀대로 해야 하나, 아니면 돌아가시기 전에 하신 말씀을 따라야 하나 하고 말입니다. 그는 그런 갈등 속에서 지혜롭게 선택했습니다. 아버지가 늙고 병드셨을 때 하신 말씀은 정신이 오락가락하시던 때로, 그 말씀보다는 평소 하시던 말씀이 진짜 유언이라고 말입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선택할 때 신중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성급하게 판단하고 성급하게 결정을 내리려다가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좋은 결정을 내린다면 그 후에 우리에게 좋은 결과가 주어집니다. 반대로 잘못된 결정을 내린다면 그에 대한 책임이 우리에게 주어집니다. 그래서 결정하고 선택할 때까지는 신중하게 무엇이 올바른 결정이고 선택인지를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본문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바는 아주 중요합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아는 이야기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40년의 광야생활을 마치고 요단강을 건너 가나안 땅에 들어왔습니다. 약 500여 년 전인 아브라함 때부터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조상들에게 가나안 땅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셨고,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 역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인 가나안에 들어간다는 희망을 품고 40년의 기나긴 광야생활을 견디어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요단강을 건너 그렇게도 기대하고 희망하던 가나안 땅에 들어왔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가나안 땅을 점령하기 위한 전쟁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가장 먼저는 여리고 성입니다. 크고 견고한 여리고 성을 그들은 어렵지 않게 점령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점령지인 아이 성 전투에서는 비록 첫 번째 공격에서는 실패했지만, 두 번째 공격에서 승리를 거두어 아이 성을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파죽지세로 가나안 땅 점령에 돌입하자 가나안 땅 원주민들은 두려움에 빠졌습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인 1-2절에서 말씀한 것처럼, 가나안 땅에 거주하고 있던 원주민들이 이스라엘 백성들과 전쟁을 하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부족들은 모두 전쟁을 준비할 때 전쟁을 준비하지 않은 한 부족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바로 오늘 본문에 나오는 기브온 주민들입니다. 그들도 이스라엘 백성들이 여리고 성과 아이 성을 점령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우리는 이스라엘 백성들과 싸워서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살 방도를 강구했습니다. 그들은 이런 꾀를 냈습니다. 사신을 이스라엘의 지도자 여호수아에게 보내는 데 낡고 해어진 전대와 포도주 부대를 나귀에 실고, 낡아서 기운 신발을 신고, 낡은 옷을 입고, 곰팡이가 난 떡을 가지고 이스라엘 백성이 머물고 있는 길갈로 찾아왔습니다. 행색으로 보나 가진 것으로 보나 그들은 마치 아주 먼 곳에서 온 사신들처럼 보이게 했던 것입니다.

  기브온이라는 지역은 예루살렘에서 북서쪽으로 약 9km정도 떨어진 곳이고,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이 머물고 있던 길갈과는 불과 32km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걸어서 하루면 기브온에서 길갈까지 갈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길갈까지 찾아오는데 몇날며칠이나 걸린 것처럼 행색을 하고 길갈을 찾아갔던 것입니다. 그리고는 이스라엘과 조약을 맺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는 조약을 맺지 않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단단히 일러두신 말씀 가운데 하나가 ‘가나안 땅에 들어가면 반드시 가나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다 죽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요단강을 건너온 이스라엘은 파죽지세로 가나안 땅을 점령해갈 것입니다. 그러면 자기들은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하나는 다른 부족들처럼 이스라엘과 맞서 싸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리 항복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항복해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가나안 부족들을 다 죽이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자기들이 항복을 한다 하더라도 이스라엘 백성들이 자기들을 살려준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맞서 싸운다 하더라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자기들은 너무 힘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맞서 싸워도 살지 못할 것이고, 항복한다 하더라도 살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꾀를 낸 것입니다. 마치 자기들이 먼 곳에서 온 사람들인 것처럼 꾸미고 이스라엘을 속여서 화친조약을 맺는 것입니다. 비록 이스라엘을 속여서 화친조약을 맺은 후에 자기들의 정체가 들통난다 하더라도 이미 조약을 맺은 후에는 이스라엘이 자기들에게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먼 곳에서 온 것처럼 꾸미고서 조약을 맺고 싶다고 제안한 것입니다.

  문제는 여호수아를 비롯한 이스라엘 백성의 태도입니다. 기브온의 사신들이 거짓으로 자신들을 꾸미고 찾아와서 조약을 맺고 싶다고 하면, 조약을 맺기 앞서 그들이 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그게 무엇일까요?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백성입니다. 하나님을 주인으로 모시고 사는 백성입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사는 사람들입니다. 하나님께서 하라 하시면 하고, 하나님께서 멈추라 하시면 멈춰야 합니다. 그게 하나님의 백성입니다.

  그렇게 자기들이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했다면 기브온 사람들이 그들에게 와서 ‘우리와 조약을 맺고 화친하자!’라고 제안할 때 그들은 최소한 하나님의 의중은 무엇인지, 그들과 조약을 맺는 것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인지 물었어야 했습니다. 우리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뭐라고 하시는지, 우리를 여기까지 인도하신 우리의 하나님께서 조약을 맺어도 된다고 하시는지 물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본문 14절입니다. “무리가 그들의 양식을 취하고는 어떻게 할지를 여호와께 묻지 아니하고.” 그들은 기브온 사람들과 화친조약을 맺을지에 대해서 하나님께 묻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이스라엘 백성들이 기브온 사람들과 조약을 맺을 때 하나님께 묻지 않고 자기들 마음대로 맺어버린 것이 중차대한 잘못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기브온 사람들이 작정하고 속였기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으십니까?

  기브온 사람들과 화친조약을 맺는 것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그 화친조약이 이스라엘 백성들이 다른 부족과 맺은 첫 번째 조약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가나안 땅에 들어가거든 가나안 원주민들을 살려두지 말라.’고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스라엘 백성들은 기브온 사람들의 꾀에 넘어가 가나안 사람들과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해버린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어긋난 일을 하고 만 것입니다. 물론 그 조약을 통해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얻어지는 이익이 분명 있습니다. 본문 14절에서 ‘그들의 양식을 취하고.’라는 말씀하고 있는 것처럼 그들이 가져온 양식을 얻기도 했습니다만, 더 중요한 이익이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강대국과 약소국이 조약을 맺으면 강대국은 약소국에게 군사적인 원조를 해서 그들을 외부의 적들로부터 보호해줄 의무를 집니다. 반면 약소국은 강대국으로부터 그런 보호를 받기 때문에 계속해서 강대국에게 조공을 바쳐야 합니다. 오늘 본문 이후의 말씀을 읽어보면, 실제로 이스라엘 백성들은 기브온 사람들이 가나안 원주민임을 알았음에도 조약 때문에 그들을 제거하지 못했고, 기브온 사람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해서 나무를 패며 물 긷는 자가 되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기브온 사람들을 자기들 머슴처럼 부려먹었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렇게 핑계 댈 수도 있습니다. ‘기브온 사람들이 속였기 때문에 우리가 속은 것뿐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것이 핑계가 될 수 있습니까? 우리도 종종 그런 핑계를 대고 싶어집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들이 속이기로 작정했기 때문에 나로서는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었습니다.’ ‘속이려고 작정하는데 어떻게 하겠습니까?’ ‘내가 하고 싶어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어쩔 수 없었습니다.’

  여러분, 핑계대기 앞서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오늘 본문 14절의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여호와께 묻지 아니하고.’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의 실수는 바로 그것입니다. 하나님께 물어보지 않고 자기들 마음대로 결정해버렸다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쩔 수 없는 환경이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께 묻고 결정했느냐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묻는다는 것은 기도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하나님, 어떻게 할까요?’라고 묻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우리는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하나님을 뜻을 찾기 위해서 고민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도 기도하셨습니다. 제자들을 선택하시기 전에 밤새도록 기도하셨습니다.(누가복음 6:12) 십자가를 앞에 두고도 ‘땀이 땅에 떨어지는 핏방울같이’ 되실 때까지 기도하셨습니다.(누가복음 22:44)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예수님께서도 깊이 기도하셨습니다. 기도하지 않고 큰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기도한다는 것은 단순히 하나님께 맡긴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내게 하나님께서 세미한 음성으로 응답하심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지혜를 주셔서 내가 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나님을 끝까지 신뢰하면서 하나님의 뜻을 찾는 것입니다.

  여러분, 무언가를 결정할 때 기도하십시다. 그러나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기도한다고 해서 나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하나님의 뜻을 찾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은 신앙인의 자세가 아닙니다.

  영국의 사회학자이자 철학자이며 심리학자인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 1820-1903)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가 젊었을 때 큰 고민에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너무나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지만 결혼을 해야 할지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몇 날 며칠을 고민하던 끝에 결국 동전을 던져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앞면이 나오면 결혼을 하고 뒷면이 나오면 헤어지기로 마음을 먹은 것입니다. 그녀를 사랑하는 허버트의 사랑이 진심임을 알았던 친구들은 동전을 던지지 말고 그녀에게 고백을 하라고 권유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의 권유에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 허버트는 결국 동전을 던졌습니다. 동전은 뒷면이 나왔고 허버트는 그녀와 헤어졌습니다. 그 여인이 바로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영국의 소설가인 조지 엘리엇(George Eliot, 1819-1890)이라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허버트는 ‘사회학의 창시자’라고 불릴 만큼 머리가 좋고 인정받는 학자였지만, 자신의 인생에 책임을 질 결정을 끝까지 내리지 못했고, 어이없게도 동전던지기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말았습니다.

  여러분, 혹 우리가 기도한다고 하면서 그렇게 하진 않습니까? 하나님께 맡긴다고 하면서 그것이 결국 내 자신이 책임을 져야할 일에 손을 떼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지는 않느냐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큰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시대의 구분을 BC(Before Christ, 그리스도 이전)와 AD(Anno Domini, 주님의 해)로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BC와 AD의 의미가 달라졌다고 합니다. BC는 Before Corona(코로나 이전)의 약자이고, AD는 After Disease(코로나질병 이후)라는 것입니다. 그만큼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런 위기와 변화 속에서 우리 앞에 놓인 과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무엇을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코로나 시대라는 새로운 시대 속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들은 이전의 선택과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 그것은 우리가 점심식사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와 같은 단순한 선택이 아닐 수 있습니다. 점심식사를 무엇으로 할 것이냐 하는 것은 어떤 결정으로 내려도 우리에게 크게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자장면을 먹든, 김밥을 먹든 점심식사 한 끼를 때우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 위기의 시대에 우리에게 요구되는 결단은 그런 단순한 것에 머물지 않습니다. ‘이 위기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를 결정짓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개인도 그렇고 교회도 그렇습니다. 살아남을 방법을 고민하고 바른 선택을 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특별히 우리는 신앙의 불편함을 선택할 것인가 세상의 편안함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하나님을 선택할 것인가 세상을 선택할 것인가의 깊은 갈등 속에 서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거니와 코로나 이후에 반드시 우리에게 그 선택을 해야 할 시기가 올 것입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우리는 너무 많은 부분에서 신앙과 멀어지게 만드는 환경 속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외딴섬처럼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교회에 다닌다고 하는 말조차 쉽게 할 수 없고, 교회에 다니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교회당에서 모여 예배하는 대신 가정에서 영상예배를 드리면서 어떤 분들은 가정예배와 가족과 함께 하는 예배의 즐거움을 발견하는가 하면, 어떤 분들은 마음이 해이해져 예배를 예배답게 드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교회의 사역이 불가능해지면서 그 동안 봉사하던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주님을 위해 수고하고 헌신하는 것들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시간이 많아지면서 어떤 분들은 주님을 사모하는 마음이 더욱 간절하기도 하겠지만, 어떤 분들은 주님의 향한 열정이 점점 식어지면서 편리함에 익숙해져 가기도 합니다. 언젠가 코로나가 끝나 모든 일상이 회복될 때 우리는 분명 선택해야 할 순간이 오게 될 것입니다. 신앙이냐 세상이냐를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선택은 그 때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늘 선택하며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을 선택할 것이냐 세상을 선택할 것이냐 하고 말입니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을 의식하고 하나님의 편에 서기를 선택할 것이냐 아니면 하나님의 무시하고 나의 편리함을 선택할 것이냐, 우리는 끊임없는 선택의 기로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를 이루는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적당히 세상과 타협하면서 불의에 굴복하는 비굴함으로 살 것인가도 매일 매 순간 선택해야 합니다.

  여러분, 우리는 신앙인입니다. 신앙인이라면 무언가를 선택해야 할 때 반드시 하나님의 시선을 의식해 합니다. 하나님께서 보고 계신다고 생각하고, 하나님께서 원하시고 기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깊이 묻고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는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는 바른 길을 선택하며 바른 신앙인으로 살 수 있습니다.

< 2020년 9월 27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