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리스도의 향기

< 본문 - 고린도후서 2:12-17 >

   우리에게 『좀머씨 이야기』로 잘 알려진 독일의 소설가 파트리크 쥐스킨트(Patrick Sȕskind, 1949-)가 쓴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소설이 있습니다. 48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적으로 2천만 부 이상 팔린, 20세기 들어 가장 많이 팔린 독일 소설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 내용을 이렇습니다.

   1738년 7월 17일 무더운 여름, 파리의 음습하고 악취나는 생선 좌판대 밑에서 매독에 걸린 한 젊은 여인이 아이를 낳습니다. 그 아이의 이름이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Jean-Baptiste Grenouille)인데, 그는 태어나자마자 생선 내장과 함께 쓰레기 더미에 버려지고 맙니다. 그의 어머니는 영아 살인죄로 그레브 광장에서 교수형에 처해졌고, 간신히 목숨을 건진 그는 떠돌이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한 수용수에 넘겨졌지만, 그를 맡은 보모들은 며칠만 지나면 한결같이 그를 맡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그가 지나치리만큼 탐욕스럽게 젖을 빨고, 무엇보다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녀할 냄새가 없다는 것 때문입니다. 결국 그는 수도원에 맡겨졌습니다. 당시 파리에는 너무 심한 악취가 진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길거리에서는 똥 냄새가, 뒷마당에서는 지린내가, 계단에서는 나무 썩는 냄새와 쥐똥 냄새가, 거실에서는 곰팡이 냄새가, 침대에서는 땀에 절은 시트의 퀴퀴한 냄새가 나서 도시 전체가 악취로 배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파리에서는 향수 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혐오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그르누이는 우연히 향수를 만드는 사람의 조수가 되는데, 거기에서 그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냄새에 비상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아주 예민한 후각을 갖고 태어났기에 어디에 좋은 향수가 있고, 어떻게 배합하면 우수한 향수가 나온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아는 천재였던 것입니다. 무두장이 아래에서 일하던 어느 날, 그는 미세한 향기에 끌려 그 황홀한 향기를 풍기는 한 처녀를 뒤따라가, 그 향기를 자신의 것으로 갖고 싶어 그녀를 목졸라 죽이고 맙니다. 이것이 그의 첫 번째 살인이었습니다. 그 후 그는 향수 제조가인 발디니의 제자로 들어가 향수를 개발해 내는 특별한 능력을 발휘합니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의 인생 최대의 목표가 세상 최고의 향수를 만드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악마적인 요소로 인해 향기에 더욱 집착하게 되고, 최상의 향수를 만들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생각으로 청순한 소녀 25명의 가죽을 벗기는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고 맙니다. 그는 비록 돈을 벌어 상류층 여성들에게 우상처럼 인기를 얻게 되지만, 향기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그의 잘못된 열망이 그런 끔직한 일을 저지르고 맙니다. 결국 그의 그런 마각적인 행태가 들통 나게 되고, 그는 체포되어 재판을 받지만 자신이 만든 향수를 이용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목숨을 건지게 됩니다. 그리고는 이노셍묘지를 찾아갑니다. 거기에서 그는 자신이 완성한 향수를 자신의 몸에 뿌리게 되고, 그 향수에 도취된 사람들에게 그의 몸은 갈기갈기 찢겨 먹히는 끔찍한 비극을 맞게 됩니다.

   우리 모든 사람에게는 다 나름대로의 냄새가 나는 법입니다. 그리고 내게서 풍겨지는 그 냄새에 따라서 우리 주변에 그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몰려들게 되어 있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나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광고하지 않아도 술친구들이 몰려듭니다. 도박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도박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학생들도 놀기 좋아하는 학생의 주변에는 놀기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고, 공부를 좋아하는 학생에게는 주변에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건 그 사람의 성품과 삶에서 풍겨지는 인격과 삶의 냄새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향수를 뿌리고 좋은 냄새가 나게 하려 해도, 인격과 삶에서 드러나는 냄새는 감출 수가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쥐스킨트의 『향수』라는 소설은 이율배반적인 거짓된 인간 군상들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내면은 거짓과 탐욕으로 썩은 냄새가 나는데 겉에다가 향수를 뿌린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인격이나 사람됨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어리석은 우리 인간은 자신의 내면을 가꾸기보다는 향수를 뿌려 겉만 번지르르 하게 만들고 싶어 합니다.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18세기 프랑스는 혐오스러운 천재들이 많던 시대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머리가 좋고 똑똑하고 지도력이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에서는 썩은 내가 진동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의 모델이 바로 소설 속 주인공인 그르누이입니다. 소설 속에서 그르누이는 25명의 여인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지만, 처형되던 날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그르누이가 광장에 나타나자 살인마에 광포해져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무아지경에 빠지고 맙니다. 그르누이가 지금껏 죽였던 25명의 여인에게서 체취한 향기로 만든 최고의 향수를 바르고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향수로 사람들을 체면에 빠뜨리고 처형을 면하게 됩니다. 살인마라는 썩어 진동하는 냄새보다는 오히려 겉에 바른 향수에 취해버린 인간군상, 그르누이는 그런 인간들에게서 증오를 느껴 스스로 묘지를 찾아간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지금 무슨 냄새에 취해 살고 있습니까? 아니 우리는 지금 어떤 냄새를 풍기며 살고 있습니까? 오늘 본문에서는 우리 신앙인들을 가리켜서 ‘그리스도의 향기’라고 말씀합니다. 왜 하나님께서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을 향하여 그리스도의 향기라고 말하는 것일까요? 그거야 당연히 우리의 삶과 우리의 모습을 통해서 그리스도가 드러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신앙인의 삶의 목표는 나 자신에게 있지 않습니다. 성숙한 신앙인이 살아가는 삶의 목표는 나의 행복이 아닙니다. 내가 성공하고 내가 부유하고 내가 형통하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성공하고 내가 부자가 되고 내가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동일하게 바라는 것입니다.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에 신앙생활을 한다면 성공하기를 바래서 무당을 찾아가는 것과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부자가 되고 싶어 신앙생활한다면 돈 잘 버는 방법을 아는 사람을 찾아가서 부동산투기를 하든 주식을 하든 어떻게든지 돈 많이 버는 방법을 배우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내가 행복하고자 신앙생활을 한다면 점쟁이를 찾아가서 어떻게 하면 액운을 없애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묻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신앙인이 살아가는 목적은 오직 하나,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인지, 어떻게 해야 나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시는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지 우리는 늘 그것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위해 살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향기라는 말도 같은 의미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나의 삶을 통해서 그리스도가 보여지고 그리스도가 영광을 받으시도록 사는 것이 그리스도의 향기로 사는 것입니다. 나 자신을 드러내고 나 자신이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도록 산다면 그것은 그리스도의 향기가 아니라 나의 향기입니다. 내 인격의 향기요, 내 성공의 향기입니다. 그리스도의 향기는 오로지 나를 통해서 그리스도가 존귀히 여김받도록 그리스도의 영광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그러면 왜 우리를 향기라고 말하는 것입니까? 여러 가지 비유할 것들이 많은데, 왜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향하여 그리스도의 향기라고 말하는 것입니까? 향기를 드러내기 위해서 우리로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까? 어떻게 살아야 그리스도의 향기를 드러내는 삶이 된다는 것입니까?

   진정한 향기는 나를 깨뜨려야만 진한 향기가 납니다. 그리고 향기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향기는 소리도 나지 않습니다. 향기는 언제나 잔잔하고 조용하지만, 자신이 머무는 곳에 아름다운 냄새를 풍겨냅니다. 우리 신앙인들이 살아가는 삶이 바로 그런 것이어야 합니다. 내가 깨어지면서 그리스도가 드러나야 합니다. 나라는 존재가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나를 깨뜨리기에 내 안에 계신 그리스도가 보여집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향기라면 그리스도가 나를 통해서 드러나기 위해서 나 자신은 철저하게 감춰져야 합니다. 내가 박수를 받고 내가 칭찬을 받아야 할 자리에서 나는 조용히 감추어지고 내 안에 계신 그리스도를 드러내야 합니다. 그게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 내 인격이 아무리 훌륭해도, 또 내 신앙이 아무리 깊다 하더라도 내가 깨어지지 않으면 내가 드러날 뿐입니다. 내가 칭찬받고 내가 박수받고 내가 존경을 받습니다. 그것도 물론 중요합니다. 그런데 진정한 칭찬은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나를 향할 때, 내가 조용히 그 자리에서 비켜서서 내 안에 계신 주님, 나를 여기까지 인도하신 내 뒤에 계신 주님께 그 박수가 갈 수 있도록 나는 칭찬과 박수 받는 자리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야 합니다.

   사도 바울은 자신의 삶을 통해서, 자신의 모든 생애를 통해서 오직 그리스도만이 드러나기를 소원했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우리가 항상 예수의 죽음을 몸에 짊어짐은 예수의 생명이 또한 우리 몸에 나타나게 하려 함이라.”(고린도후서 4:10) 바울은 자신의 몸, 자신의 삶 속에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이 나타나기를 소원했습니다. 그러기에 자신이 그리스도의 향기로 살아간다고 담대하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로 말미암아 각처에서 그리스도를 아는 냄새를 나타내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노라.” 바울은 결코 자신이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자신을 통해서 오직 그리스도만이 드러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그리스도의 향기로 그리스도를 드러내며, 그리스도를 아는 냄새를 풍겨낼 수 있을까요? 그건 우리의 자아가 깨어질 때입니다. 우리의 인간적인 껍질들이 벗겨질 때에만 그리스도의 향기가 될 수 있습니다.

   마가복음 14장에 보면 아주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돌아가시기 며칠 전 베다니에 있는 한 나병환자의 집에 들어가셔서 식사하고 계셨습니다. 그 때 한 여인이 아주 값진 향유가 가득 담긴 옥합 하나를 들고 오더니, 그 옥합을 깨뜨려 예수님의 머리에 부어드렸습니다. 그러자 ‘향유 냄새가 집에 가득’(요한복음 12:3)하였습니다.

   향유를 담은 옥합이 깨뜨려지지 않으면 그 향유 냄새가 온 집에 가득할 수가 없습니다. 옥합이 깨뜨려질 때에 그 안에 담겨진 향유의 깊고 아름다운 향기는 풍겨나 온 집에 향유 냄새로 가득 채우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욕심의 자아가 깨어질 때, 우리의 자존심이라는 자아가 깨어질 때 우리 안에 계신 그리스도의 향기가 우리의 삶에 드러납니다. 우리의 자아가 깨어질 때에만 그리스도의 향기가 드러납니다. 오늘 본문 14절에서 말씀합니다. “항상 우리를 그리스도 안에서 이기게 하시고 우리로 말미암아 각처에서 그리스도를 아는 냄새를 나타내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노라.” 이 말씀에는 이런 당시의 풍습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 세계를 지배했던 로마의 장군들은 자주 외국에 나가서 나라를 위해서 전쟁을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면 거대하고 화려한 개석식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개선식은 아무에게나 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적군을 5000명 이상을 죽인 큰 전쟁에서 승리할 때에만 개선식이 열렸습니다. 그런 큰 승리를 거둔 장군을 위해서 개선식을 하는데, 로마의 거리를 지나 주피터 신전까지 퍼레이드가 벌어집니다. 이 행진의 맨 앞에는 정부 인사, 원로원의 의원, 나팔수, 적군에게 빼앗은 전리품을 실은 마차, 황금으로 된 일곱 촛대와 제상 그리고 그 뒤에 사로잡힌 포로들이 사슬에 묶여 따라오게 됩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회초리를 든 병정들과 악사들이 있고, 그 뒤에는 제사장들이 향기로운 향을 태워서 향기를 뿜으며 따라갑니다. 그러면 그 향기가 연기처럼 뒤로 흐르는데 그 연기 속으로 ‘에쿠스’(Equus)라 불리는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혁혁한 공을 세운 그 날의 주인공인 개선장군이 번쩍번쩍 빛나는 옷을 입고 나타납니다. 개선장군 앞에서 향기가 퍼져 나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그 여러 장수들과 용맹스럽게 전쟁터에 나가 싸웠던 전사들이 따라옵니다. 그래서 로마 사람들은 온 거리에 향기가 진동하면 ‘야! 승리의 개선식이 벌어지고 있구나!’라고 알았습니다. 그리고 전쟁터에 나가 싸웠던 장수들이나 병사들은 로마의 거리를 진동하는 그 향기를 맡으면서 ‘나도 언젠가 그 향기를 뿜는 사람이 되어야지’ 라고 생각하고 결심하게 됩니다.

   사도 바울은 바로 그런 풍습을 생각하며 ‘그리스도를 아는 냄새를 풍기는’ 승리하는 신앙인이 되자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런 승리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싸운 개선장군처럼, 거짓된 자아와 싸워 승리하고, 나의 욕심을 깨뜨려 그리스도를 드러낼 때 우리에게 주어집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싸움은 혈과 육의 싸움이 아니라 영적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싸움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계신 전능하신 하나님, 세상을 이기신 주님께서 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나의 자아를 죽이고 우리에게 승리를 주신 그 주님을 드러내야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거 아십니까? 아름다운 향기는 온갖 시련과 박해 속에서 더욱 고귀하게 풍겨납니다. 구약성경 아가서 2:2절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여자들 중에 내 사랑은 가시나무 가운데 백합화 같도다.” 아가서의 저자 솔로몬은 사랑하는 여인 술람미를 ‘가시나무 가운데 백합화’라고 부릅니다. 드넓은 평원에 백합화들이 만발합니다. 그런데 그 백합화 사이사이에는 가시나무들이 있습니다. 바람이 불면 연약한 줄기의 백합화들이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곁에 있는 가시나무의 가시에 연약한 백합화의 줄기가 찔리고, 꽃잎이 찢어집니다. 백합화는 가시에 찢기면서 그 안에 감추고 있던 아름다운 향기를 풍겨냅니다. 가시에 찔리면 찔릴수록 백합화는 더욱 진한 향기를 풍겨냅니다. 이어 아가서 4:16절에서는 이렇게 말씀합니다. “북풍아 일어나라, 남풍아 오라. 나의 동산에 불어서 향기를 날리라.” 북풍과 남풍이 불면 골짜기의 백합화는 더욱 심하게 가시나무에 찔립니다. 그러면서 더 많은 향기를 풍겨내게 되고, 그 향기는 북풍과 남풍에 실려서 온 세상에 전달됩니다. 그러면 온 산마루에 백합화 향기가 진하게 퍼져나갑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 백합화가 아름답다는 것은 그 모양보다는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향기 때문입니다. 그 향기는 가시에 찔리는 고난을 통해서 아름답게 풍겨납니다. 그리고 그 향기는 북풍과 남풍이라는 더욱 큰 시련의 바람이 불어올 때에 더욱 진한 향기로 세상을 향기롭게 만듭니다. 우리 신앙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앙인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향기를 드러낼 수 있는 것은 평안한 삶을 통해서가 아닙니다. 고난이나 시련과 같은 깊은 고통을 통해서 진정 아름다운 향기를 풍겨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어떤 큰 시련이나 어려움을 당하면 얼굴에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자기만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인 것처럼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이 나의 고통을 알아주고, 내가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는 것을 알아달라는 듯이 힘든 것만 표현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당한 어려움을 억울하다는 듯이 하소연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런 모습 속에서는 아름다운 향기가 드러날 수 없습니다. 진정한 신앙인의 아름다움은 아픔이 있을 때에 믿음의 향기를, 마음에 큰 상처가 있을 때에 오히려 사랑의 향기를 풍겨내는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이유 없는 고난이 와도 그리스도를 생각함으로 참고, 내 삶에 계속되는 시련과 고통이 있을지라도 주님의 십자가를 생각하면서 견디어 낼 때 우리를 통해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풍겨납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오늘 본문을 기록한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에게 붙잡힌 바 된 그의 삶을 살면서 참 많은 고난을 겪어야 했습니다. 어쩌면 그리스도를 만나지 않았다면, 하나님께서 그를 부르지 않으셨다면, 그가 그리스도의 종이요 증인으로 살지 않았다면 그는 그렇게 많은 고난을 겪지 않고 오히려 출세하고 평탄한 길을 갔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한다는 것 때문에,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을 산다는 것 때문에 그는 참으로 많은 고난과 역경과 박해를 견디어내야 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믿음 생활을 잘 하면 고난이 사라지고 형통한 길을 가야 합니다. 병이 치료되고 어려움이 없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사도 바울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는 예수님을 본받는 삶을 살려 할 때 고난의 길을 가야 했습니다. 병고침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박해를 받고 어려운 길을 가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늘 그리스도의 향기를 품고 살았습니다. 박해를 받으면 받을수록 그 향기를 풍겨내 박해의 현장이 복음을 증거하는 현장이 되었습니다. 병으로 고통받는 자신의 연약함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능력이 나타났습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 우리를 ‘그리스도의 향기’라고 말씀하신 이유는 우리의 냄새를 풍기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안에 계신 그리스도, 우리의 생명이신 그리스도를 품고 살면서 세상으로부터 고난을 당하고 세상이라는 가시에 찔릴 때 우리 안에 있는 그리스도를 향기처럼 드러내라는 것 때문입니다. 우리의 약함을 통해서 그리스도가 드러나고, 우리의 상처를 통해서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내가 강하면 내 안에 계신 그리스도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내 자아라는 단단한 껍질이 깨어질 때에만 내 안에 계신 그리스도가 드러납니다. 가시에 찔려 내가 아파할 때 내 삶에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드러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람입니다. 우리 안에 그리스도를 품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내 안에 계신 그리스도가 나를 통해 세상에 드러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향기로 말입니다. 아름다운 향기로 말입니다. 나의 냄새가 아닌 그리스도의 향기로 말입니다.

< 2020년 10월 4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