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건한 삶을 위하여

< 본문 - 디모데전서 6:3-5 >

   영국의 풍자만화가로 유명한 맥스 비어봄(Sir Max Beerbohm, 1872-1956)이라는 작가가 있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1950)로부터 ‘누구도 감히 비교할 수 없는 맥스’라는 평가를 받았던 사람으로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글을 많이 썼던 작가입니다. 그가 쓴 우화소설 가운데 『행복한 위선자』라는 제목의 책이 있습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조지 헬(Hell)입니다. 그의 이름에 ‘지옥’이라는 말이 들어갈 정도로, 그는 못된 일만 골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얼굴은 험악하기 그지없었고, 인간미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성격까지 괴팍해서 사람들 사이에 늘 분란만 일으키고 방탕한 삶을 살았습니다. 당시 귀족들은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꺼려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아름답고 순결한 오페라 배우인 제니 미어에게 터질 것 같은 사랑에 빠지고만 것입니다. 그는 그녀에게 온갖 사랑스러운 말로 청혼을 해보지만 그녀에게서 돌아온 말은 언제나 싸늘한 거절뿐이었습니다. ‘그 마음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처럼 험악하게 생긴 사람의 아내가 될 수는 없습니다.’ 매몰차기 그지없는 거절이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그녀를 붙잡으려고 궁리에 궁리를 거듭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 가지 묘안이 떠올랐습니다. 그 즈음 무도회 같은 데서 흔히 사용하는 가면을 이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는 최고의 가면 제작자를 찾아가 밀랍으로 성자의 가면을 맞추었습니다. 그 가면은 너무나도 정교해서 진짜 사람의 얼굴처럼 보였습니다.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만든 인자한 얼굴의 가면을 쓰고 그녀에게 다시 청혼을 하게 되고, 달콤한 사랑의 밀어와 그의 인자한 모습에 감동한 여자는 그 청혼을 받아들여 결혼을 하게 됩니다. 원래 선량함이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던 사람이었지만, 그는 자기가 사랑하는 아내를 얻게 되자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추고 최대한 너그럽고 착하게 살려고 애를 썼습니다. 사랑스러운 아내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열심히 일했고, ‘사랑한다.’는 말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가진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선행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던 어느 날, 한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그 손님은 조지 헬의 옛 연인인 갬보기였습니다. 그녀는 조지 헬과 제니 미어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에 질투가 나서 그들을 가만 놔둘 수가 없어, 조지 헬의 정체를 폭로하기 위해서 찾아온 것입니다. 마침 편안히 낮잠을 자는 남편 앞에서 그녀는 아내에게 조지 헬의 험악한 얼굴과 방탕하게 살았던 지난날의 이야기를 폭로합니다. 아내는 그녀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고 심한 갈등을 느끼게 됩니다. 그 때 그녀는 아내가 보는 앞에서 조지 헬의 가면을 벗겨버립니다. 그런데 가면을 벗기는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가면 속의 얼굴이 험악하고 비열한 남자의 얼굴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편안하게 잠들어 있는 그의 얼굴은 그가 쓰고 있던 가면의 얼굴보다 더 인자하고 푸근하게 변해 있었던 것입니다. 조지 헬은 가면 뒤에서 끊임없이 회개하고 성자의 얼굴을 닮으려고 노력하면서 실제로 성자처럼 얼굴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성자의 얼굴이 된 조지 헬은 이제 자신의 진짜 얼굴로 사랑하는 아내와 진실한 사랑의 입맞춤을 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을 맺습니다.

   우리 옛말에 사랑하면 닮아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만큼 사랑하는 사람의 행동이나 말투나 행동습관 등을 따라하게 되고, 조심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조금씩조금씩 사랑하는 이의 행동을 닮게 되고, 습관도 닮게 되고 말투도 닮게 됩니다. 그것은 얼굴에서도 그렇고 마음가짐에서도 그렇습니다. 우리의 습관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 것처럼, 우리의 인격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오랜 기간 갈고 닦으면서 조금씩 연마해가면 나의 인격도 성숙해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신앙에서도 그렇습니다. 큰 은혜를 경험했다고 해서 그의 신앙이 금새 커지는 것이 아닙니다. 말씀 한 마디를 깨달았다고 해서 그의 신앙인격이 갑자기 성숙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 인간은 은혜를 받으면서 자아가 조금씩 깨어지고, 말씀을 깨달으면서 우리의 잘못된 사고가 조금씩 바뀌어갑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해서 은혜를 사모하고 은혜를 받아야 합니다. 말씀을 사모하고 말씀을 깨달아야 하고 깨달은 말씀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조금씩 신앙이 성숙해져갑니다.

   위대한 사도였던 바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도 바울은 예수 믿는 사람들을 결박하여 예루살렘으로 끌어오기 위해서 대제사장이 발행한 공문을 손에 쥐고 다메섹으로 갔습니다. 다메섹으로 가던 도중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게 됩니다. 예수님을 만나고 나서 사도 바울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유대교에서 출세의 길을 가던 사도 바울이 전혀 다른 길, 복음을 위해서 생명을 바치는 복음전도자의 길을 가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중요하게 집고 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사도 바울이 주님을 만난 이후 곧바로 위대한 사도의 길을 가게 되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이 생명을 걸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지구촌 구석구석을 다니며 위대한 사도로 쓰임받기까지 그에게도 오래 시간 훈련의 과정이 있었습니다. 다메섹에서 예수님을 만난 이후 그는 곧바로 아라비아로 가서 3년을 머물렀습니다.(갈라디아서 1:18) 그 3년 동안 사도 바울은 깊은 묵상과 영적 경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예루살렘으로 가 사도들을 만나고 싶어 했지만 사도들이 그를 만나주지 않자 고향인 다소로 내려갑니다.(사도행전 9:26-30) 거기에서 그는 약 6년 동안 조용히 준비하며 지냅니다. 바나바가 안디옥 교회에서 같이 사역하자고 부를 때까지 다소에 머물며 하나님과 깊은 영적 교제의 시간을 갖게 됩니다. 그런 긴 시간을 보낸 후에야 바나바와 함께 안디옥에서 교회사역을 시작하게 되고, 이후 전 세계를 누비며 복음을 전하는 위대한 사도로 사역할 수 있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사도 바울은 다메섹으로 가던 도중 예수님을 만나 이후 거의 10년 가까이 무명의 세월을 보내면서 하나님 앞에 성숙해지는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그랬기에 위대한 사도로 쓰임 받게 된 것입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은혜 한 번 받았다고 곧바로 성숙한 신앙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말씀 한 마디 깨달았다고 우리의 신앙인격이 성숙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계속해서 은혜를 받고 그 은혜 안에 머무르며, 말씀을 읽고 묵상하고 말씀을 들으면서 깨우친 그 말씀대로 살려고 몸부림을 칠 때 우리는 조금씩 성숙한 신앙인이 되어 갑니다.

   앞서 말씀드린 『행복한 위선자』라는 우화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조지 헬을 생각해 보십시다. 그는 분명 망나니와 같은 삶을 살던 젊은이였습니다. 그런데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게 되었고, 그녀와의 결혼생활을 행복하게 지속하기 위해서 아내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서 애를 쓰며 살았습니다. 비록 그는 가면 속에 자신의 진실을 감추고 있었지만, 오랜 시간 흐르면서 가면 속에 감추어진 자신의 흉악한 모습이 선량한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 선량하게 살겠다는 그의 다짐과 선량하게 살기 위한 몸부림이 그로 하여금 실제로 선량한 사람이 되게 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시작하면서 어쩌면 우리도 모두 가면을 쓴 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내면은 여전히 죄의 유혹 앞에 흔들리고 세상의 것들을 욕망하는 욕심으로 가득한 마음을 갖고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지 헬이 사랑하는 아내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서 아내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되기 위해 몸부림치며 살았던 것처럼, 우리 역시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 앞에 조금이나마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해서 몸부림을 치다보면 어느 순간 우리의 얼굴에도, 그리고 우리의 인격과 삶에서도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는 사람으로 성숙해져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주에 우리를 향하여 ‘그리스도의 향기’라고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기대에 대한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골짜기의 백합화에서 아름답고 진한 향기가 퍼져 온 산을 향기로 가득 채우는 것처럼,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세상에 그리스도의 아름다운 향기를 가득 퍼지게 하는 향기 나는 삶을 살기를 원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세상에 아름다운 향기를 퍼뜨리는 백합화가 되기 위해서는 추운 겨울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이스라엘 지역에서 백합화는 보통 4-5월에 피기 시작해서 6월에 절정을 이룬다고 합니다. 추운 겨울과 매섭게 몰아치는 봄바람을 겪어낸 후에야 백합화는 아름답게 꽃피기 시작하고, 더욱 진한 향기를 뿜어내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삶에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기 위해서도 그처럼 인내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인내의 시간을 성경은 경건의 훈련기간이라고 말씀합니다. 오늘 본문에 포함된 디모데전서에서는 ‘경건’이라는 말이 참 많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경건이라는 것은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진실하고 바르게 사는 것입니다. 종교개혁자 장 깰뱅(J. Calvin)은 경건을 ‘순결한 양심으로 하나님께 예배할 수 있는 마음’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경건이라는 것은 우리 인간의 욕심과 욕망에 끌려 사는 자기중심에서 벗어나 하나님 중심으로 그 삶의 방향성이 변화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죄를 가진 우리 인간이 하나님 앞에 진실하고 바르게 산다는 것, 나 중심에서 하나님 중심으로 변화되어 산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디모데전서 4:7절에서는 ‘경건에 이르도록 연단해야 한다.’고 말씀합니다. ‘경건에 이르도록 연단해야 한다.’는 말씀은 피나는 노력을 하라는 뜻입니다. ‘연단한다’는 말은 ‘벌거벗고 연습한다.’는 뜻입니다. 이 말에서 오늘날 체육관을 뜻하는 'gymnasium'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달리기나 격투 등 운동경기에서 선수들은 옷을 벗고 참여했습니다. 당연히 훈련할 때에도 옷을 벗고 훈련했습니다. 운동경기를 하거나 훈련을 할 때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러운 것은 다 벗어버리고 연습을 했고, 경기에 참여했다는 것입니다.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벗어버려야 참된 훈련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은 경건의 연단을 해야 할 우리가 벗어던져야 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십니다. 먼저는 다른 교훈을 멀리해야 한다고 말씀합니다. ‘다른 교훈’이라는 말은 엉뚱한 것을 말합니다. 진리에서 벗어난 것, 또는 경건한 삶이나 경건의 연단을 하는데 아무 유익이 되지 않는 것들을 멀리하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바른 말 곧 우리 주 예수 그리그도의 말씀과 경건에 관한 교훈을 따르지 않는 것’입니다. 쉽게 표현한다면 우리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말씀과 다른 건전하지 않는 말이나 교훈을 따르는 것을 말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보다도 세상의 학문이나 지식, 건전하지 않는 말들은 더 신뢰하고 그것들을 따라 사는 것입니다.

   그렇게 경건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세상적인 지식이나 거짓된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에게 나타난 특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본문 4절에서 말씀한 것처럼 교만에 빠지게 됩니다. 자기가 아는 지식에 노예가 되어 배우지 못한 사람이나 그런 지식을 갖지 못한 사람을 무시하고 업신여긴다는 것입니다. 정작 중요한 진리는 알지 못하고 가치 없는 자식으로 잘난 체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요즘 정보화 시대에 남들보다 앞서 더 많은 정보를 소유하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히브리대학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Yuval Harari, 1976-)는 그의 책 『호모 데우스』에서 미래 사회를 지배하는 자는 먼저 정보를 많이 소유한 사람이라고 단언합니다. 얼마나 정보를 빨리 많이 가지느냐가 성공의 기준이 되고, 다른 사람을 지배하는 자리에 서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아무리 많은 정보를 가진다 하더라도 정작 중요한 것을 알지 못한다면 사실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우리 믿음의 사람들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정보, 가장 중요한 교훈이 무엇입니까? 그런 당연히 복음에 관한 진리입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 우리가 하나님 앞에 보다 더 정직하고 진실하게 하나님의 기쁨이 되는 삶을 살려면 다른 무엇보다도 복음의 진리를 바로 깨달아야 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좀 더 바르게 배워야 합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세상에 대한 정보는 조금 갖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경건의 연단을 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니 세상의 정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세상의 정보를 얻는 데만 노력한다면 우리는 경건한 삶을 살 수 없습니다. 교만해져서 점점 하나님과 멀어질 뿐입니다.

   경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세상의 지식이나 교훈을 따를 때 나타나는 특징 두 번째는 변론과 언쟁을 좋아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왜 사람들이 말다툼이나 언쟁을 좋아하는지 아십니까? 내가 남들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가진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남들 앞에 우쭐대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아주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그런 교만한 마음, 그 교만한 마음에서 남들 앞에 우쭐대며 다툼을 일으키는 곳에는 결코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사람들은 어리석게도 내가 다른 사람과 언쟁에서 이기면 사람들이 자신을 인정해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과의 다툼에서 이기면 자신이 승리를 쟁취한 것이라고 착각합니다. 그런데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리 똑똑하고 말을 잘해서 누군가로 하여금 자신이 한 말에 대해서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게 만든다 하더라도 그가 나를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이 인정해 주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다툼에서 이긴다고 해서 우리의 신앙이나 영성이 좋아지는 것도 결코 아닙니다.

   예수님을 생각해 보십시다. 예수님은 종종 종교지도자들과 논쟁을 벌이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당신이 하늘나라의 진리를 많이 안다는 것을 과시하시려고 논쟁하신 것이 아닙니다. 심지어는 당신의 생명이 가장 위태로움에 빠졌을 때 예수님께서는 오히려 침묵하심으로 하나님의 뜻을 이루셨습니다.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빌라도 총독에게 고소했을 때, ‘이 사람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아우성을 칠 때, 에수님께서 빌라도와 대화하시던 도중 빌라도가 이렇게 질문합니다. “진리가 무엇이냐?”(요한복음 18:38) 저는 한 때 ‘빌라도의 이 질문에 예수님께서 대답을 해 주셨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인간이 끊임없이 추구했던 가장 핵심적인 질문이 바로 이것이기 때문입니다. ‘진리가 무엇인가?’ 수천 년 동안 학문의 꽃이요 학문의 기초라고 하는 철학에서 계속해서 찾아온 해답이 바로 그것입니다. 진리란 무엇인가?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진리가 무엇이냐?’는 빌라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침묵하셨습니다. ‘진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예수님께서 명쾌한 대답을 해 주셨다면, 어쩌면 빌라도는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내어주지 않았을 것입니다. 진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면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게 죽음당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끝내 침묵하셨고, 결국 십자가에서 죽으셔야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논쟁과 변론을 통해서는 진리에 이를 수 없습니다. 논쟁과 변론을 통해서는 신앙이 성숙해지지 않습니다. 경건한 삶은 침묵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진리를 탐구하던 수많은 수도자들이 논쟁이 아닌 침묵을 통해서 진리를 깨달으려 했고, 침묵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하나님의 뜻을 찾길 원했습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도 경건한 삶을 기대하십니다. 왜냐하면 경건이야말로 우리가 하나님께 한 걸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경건을 연습하고 연단해야 합니다. 디모데전서 4:8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육체의 연단은 약간의 유익이 있으나 경건은 범사에 유익하니 금생과 내생에 약속이 있느니라.” 그렇습니다. 우리가 세상의 삶을 위해서 무언가 열심히 연습하고 단련하는 것도 유익은 있습니다. 건강을 위해서 운동하는 것도, 지혜로운 삶을 위해서 지식을 얻고 정보를 얻는 것도 우리의 삶에 유익을 줍니다. 그러나 그것은 약간의 유익이 있을 뿐입니다. 때로는 그것이 지나치면 오히려 우리로 경건한 삶을 사는데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경건한 삶을 위해서 경건을 연단하는 것은 범사에 유익합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이생뿐만 아니라, 우리가 언젠가 들어가게 될 하나님의 나라인 내생에서도 유익을 줍니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19로 인해서 일상의 삶이 깨어진 지 오래되었습니다. 우리가 하고 싶은 것에 너무 많은 제약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가을 날씨에 여행을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습니다. 그리운 친구를 만나는 것도 미뤄놓아야 합니다. 모임을 가질 수도 없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블루(corona blue)라고 불리는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사회적인 고립감과 무기력증이 우리의 마음을 힘들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다른 한 편에서 생각하면 코로나는 우리에게 많은 시간을 선물로 가져다주었습니다. 밖으로 돌아다닐 시간을 제한함으로써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또는 자신만의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럴 때 여러분, 우리는 코로나가 가져다준 시간적 여유를 무엇에 쓰고 계십니까? 그냥 우울감에 노예가 되어 한숨만 쉬고 계시진 않습니까? 언제 끝날지 모르는 먼 미래만 기약 없이 기다리며 찹찹한 마음으로 살고 계시진 않습니까? 지금은 우리가 더욱 은혜를 사모하며 경건에 힘써야 할 때입니다. 비록 코로나로 인해 경제는 힘들어졌고, 삶은 불편해졌습니다. 그럴지라도 우리는 한숨만 쉬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값지게 보내야 합니다. 가장 값지게 보내는 방법은 경건을 연단하는 것입니다. 더욱 기도에 힘쓰고, 말씀 안에 거하여 금생과 내생에 유익이 있는 경건한 삶을 힘써야 합니다. 답답한 마음에 아무 유익도 없는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하지 말고, 하나님의 말씀과 은혜 안에서 더욱 신앙이 성숙해지도록 노력하십시다. 우리 마음이 세상의 것들로 인해 교만하지 않도록 하나님 앞에 겸손함으로 헛된 논쟁은 피하십시다. 그러면서 경건에 더욱 힘쓰면 분명 우리의 삶에 하늘로부터 주어지는 유익이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 2020년 10월 11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