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 열왕기하 18:1-4 >

  여러분, 평범하게 살던 사람이 어느 날 한 마리의 벌레로 변해버린다면 그의 삶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체코 출신의 유대인 작가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가 쓴 『변신』이라는 제목의 소설에 그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인 그레고르 잠자(Gregor Samsa)는 평범한 영업사원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살아가는 성실한 사람이었습니다. 직업이 없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헌신적으로 살아온 것입니다. 그런데 회사의 일로 출장을 가야 하던 어느 날 그는 거대하고 흉측한 벌레로 변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갑작스러운 일에 당황하면서도, 조금 더 자 보려고 하지만 편안히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등껍질을 침대에 대고 누운 상태에서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너무나도 짜증나고 불만스러운 상황이지만 부모님이 사업에 실패하면서 생긴 거액의 빚을 갚기 위해서 그는 일을 그만둘 수 없었습니다. 평소 성실한 그였기에 늦잠을 자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가족들은 그를 깨우려 하고, 그러다가 벌레가 된 그의 몸에 가족들은 쉽게 적응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지체하면서 그날 약속된 출장을 포기해야 했을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 의해서 방안에 감금되고 맙니다. 그 날 이후, 그는 방안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고 단조롭고 무료한 생활을 하게 됩니다. 여동생인 그레테는 벌레로 변신한 오빠의 모습을 혐오하지만 방에 음식을 넣어주고 방을 청소해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레고르에게 먹이를 주고 방을 청소하는 것에 점점 짜증을 내게 되고, 결국 오빠의 방이 더러워지는 데도 청소하는 것을 그만두고 맙니다. 가족들은 먹고 살아야 하는 생계 때문에 집에 하숙방을 만들게 되고, 집안에 있던 잡다한 짐들을 그레고르의 방에 몰아넣어 방은 더욱 난장판이 되어 갑니다. 아들이 벌레로 변하자 무기력하게 지내던 아버지가 은행 수위로 일을 하게 되고, 어느 날 그레고르가 난동을 부렸다고 생각하고 아들 그레고르를 향해 사과를 집어 던집니다. 아버지가 던진 사과는 그레고르의 등이 박히게 되고, 그로 인해서 그는 한 달 동안이나 큰 고통을 겪으며, 먹지도 않고 점점 말라갑니다. 그러는 사이 바이올린에 재능이 있던 여동생 그레테가 사람들 앞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데, 그 연주소리에 감동을 받은 그레고르가 방에서 기어나옵니다. 그레고르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고함을 치며 놀라게 되고, 이에 실망한 여동생은 오빠 그레고르를 버려야 한다고 말하고, 아버지마저 그 말에 동의합니다. 그레고르는 자기 방으로 돌아와서는 예전 가족들의 애정을 회상하며 그 자리에서 고독하게 죽고 맙니다. 그리고 다음 날, 가정부가 그레고르의 시체를 치웠고, 가족들은 직장에 휴가를 내고 나들이를 떠나게 됩니다. 그렇게 그레고르는 가족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지고 맙니다.

   카프카의 이 소설은 현대인의 삶의 부조리와 소통의 단절로 인한 소외감이 우리 인간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서는 본질을 잃어버린 존재의 비참함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인 그레고르는 인간이었을 때 온 가족을 먹여 살리는 존재, 그 집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벌레로 변신된 순간 그가 인간으로서 쌓아올린 모든 것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니 그는 이제 가치 없는 벌레가 되어 숨어 지내야 하는 존재, 가족들에게는 불편하고 무가치한 존재가 되고 말았습니다. 파산한 아버지의 빚을 갚아주고, 사랑하는 여동생의 음악학원 학비를 대주었을 때에는 그는 그의 가족 가운데 어느 누구보다도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오빠와 가장 친했던, 그래서 오빠가 벌레로 변신했음에도 그에게 음식을 가져다주고 방을 청소해주던 그 사랑하던 여동생 그레테는 나중에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저것을 없애버려야만 해요.” “어째서 저것이 오빠란 말이에요?” 어머니는 흉측한 벌레로 변신한 아들의 모습을 보고 기절을 하고, 아버지는 그에게 사과를 던져 등에 박혀 몸이 썩어가게 만듭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은 인간으로 존재할 때 그 가치를 다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본질적으로 인간다울 때 그의 존재는 빛을 내게 되고, 삶의 이유가 생겨납니다.

   같은 맥락에서 교회가 교회로서의 가치를 가지기 위해서는 교회의 본질을 잃어버리면 안 됩니다. 그레고르가 인간에서 벌레로 변신한 순간 그의 가치가 한없이 추락한 것처럼, 교회 역시 교회다움을 잃어버리는 순간 교회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비린내가 나고 썩은 내가 진동하는 존재가 되고 말 것입니다.

   오늘은 종교개혁 503주년 기념주일입니다. 10월 마지막 주일을 종교개혁기념주일로 지키는 것은 1517년 10월 31일 비텐베르크 대학의 신학부 교수였던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가 타락할 대로 타락한 로마 천주교에 개혁을 외치며 비텐베르크 대학 정문에 95개 반박문을 내걸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종교개혁 주일을 맞이하여 오늘 우리의 교회와 우리의 신앙에서 본질을 회복하는 개혁운동이 일어나기를 소망합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은 우리 인간이 얼마나 비본질적인 헛된 것에 매달려 사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때는 주전 729년 경, 북 이스라엘 호세아 왕 3년에 남 유다에서는 제13대 왕인 히스기야가 25세의 나이에 왕이 됩니다. 오늘 본문에서는 히스기야가 왕이 될 때가 ‘북 이스라엘의 왕 호세가가 통치하던 3년’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열왕기에서 북 이스라엘이나 남 유다의 왕들이 새롭게 통치를 시작할 때 남과 북을 서로 비교하면서 연대를 가르쳐주는 방식입니다. 북 이스라엘에 새로운 왕이 통치를 시작하면 ‘남 유다 어떤 왕이 통치한 지 몇 년에 북 이스라엘에 아무개가 왕이 되었다.’라고 기록하고, 반대로 남 유다에서 새로운 왕이 통치를 시작하면 ‘북 이스라엘 어떤 왕이 통치한 지 몇 년에 남 유다에서 아무개가 왕이 되었다.’ 이렇게 기록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히스기야가 왕이 되어 통치를 시작할 때가 ‘북 이스라엘의 호세아가 통치하던 3년’이라고 기록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히스기야가 그 때 통치를 시작했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히스기야의 통치 년도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읽을 수 있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 글을 읽을 때에는 남다른 느낌을 받게 됩니다. 왜냐하면 ‘북 이스라엘의 호세아 왕’ 그러면 그것은 역사적인 비극을 암시하는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북 이스라엘은 주전 721년 앗수르에 의해서 멸망을 당했습니다. 그 때 왕이 바로 호세아였습니다. 그러니까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북 이스라엘의 호세아’라고 하면 나라가 멸망당할 때 통치하던 왕, 쉽게 표현하면 나라를 망쳐먹은 왕이라는 뜻입니다.

   여러분, 북 이스라엘이 멸망당한 이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오늘 본문 바로 앞인 열왕기하 17장에서는 북 이스라엘의 멸망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7절 이하에서 북 이스라엘이 멸망한 이유를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일은(북 이스라엘이 멸망당한 것은) 이스라엘 자손이 자기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내사 애굽의 왕 바로의 손에서 벗어나게 하신 그 하나님 여호와께 죄를 범하고 또 다른 신들을 경외하며 여호와께서 이스라엘 자손 앞에서 쫓아내신 이방 사람의 규례와 이스라엘 여러 왕이 세운 율례를 행하였음이라.”(열왕기하 17:7-8) 간단하게 요약한다면 하나님을 버리고 우상을 따랐고, 하나님의 말씀보다는 선조들의 잘못된 가르침을 따랐기 때문에 나라가 멸망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이스라엘의 멸망에 대한 신앙적인 해석입니다. 정치적으로 해석한다면 북 이스라엘의 호세아 왕이 앗수르를 배신하고 애굽에게 도움을 청하다가 앗수르의 미움을 받아 앗수르의 침공을 받게 되고, 결국 나라가 멸망당하고 만 것입니다.

   이렇듯 히스기야가 왕이 될 때 국제정세는 복잡하고 불안했습니다. 전통적인 강호인 애굽이 남쪽에 자리잡고 있고, 거세게 영역을 확장해 오는 앗수르가 계속해서 주변국들을 집어삼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북 이스라엘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애굽이냐, 앗수르냐?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애굽도 아니고 앗수르도 아니라, 하나님을 신뢰하라고 외쳤지만 북 이스라엘의 호세아 왕을 비롯해 어느 누구도 그 하나님의 말씀을 귀담아 듣지 않았고, 결국은 멸망당하고 만 것입니다.

   이런 시기에 히스기야가 왕이 되었습니다. 히스기야는 왕이 되자마자 곧바로 개혁을 단행합니다. 오늘 본문 4절에서는 히스기야가 왕이 되자마자 가장 먼저 한 것이 ‘산당을 제거하며 주상을 깨뜨리며 아세라 목상을 찍으며 모세가 만들었던 놋뱀을 부숴버렸다’고 말씀합니다. 북 이스라엘은 여호와 하나님을 버리고 우상을 숭배하다가 멸망당했는데, 히스기야는 우상들을 제거하는 일을 가장 먼저 한 것입니다. 그 가운데 오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모세가 만들었던 놋뱀’입니다.

   모세가 만든 놋뱀 이야기는 민수기 21장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출애굽하여 광야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호르 산을 출발하여 홍해 길을 따라 에돔 곁을 통과해 가나안 땅으로 가려했습니다. 그런데 그 길은 아라바 광야를 거쳐서 가야 하기에 거칠고 힘든 길이었습니다. 광야의 힘든 그 길을 가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에 큰 불평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우리를 왜 이렇게 힘든 길로 인도하느냐’는 것입니다. 먹을 것도 구할 수 없고, 마실 물도 없고, 매일 아침 하나님이 주신 만나도 너무 오랫동안 먹어서 실증이 나고 싫어졌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원망한 것입니다. 마치 자신들이 광야에서 죽을 것만 같다고 말입니다.

   이런 불평과 원망에 하나님께서는 불뱀을 보내셔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징벌하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뱀에 물려 죽었고, 또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께 회개하고 불뱀을 떠나게 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 때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놋으로 불뱀의 형상을 만들어 장대 위에 달라’고 말씀하시고는 ‘뱀에게 물린 자마다 그것을 보면 살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불뱀에 물려 죽어가던 사람들이 장대 위에 달린 놋뱀을 쳐다볼 때 상처가 치유되고 죽어가던 사람들이 살아나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히스기야 시대까지 수백 년이 지났습니다. 그러기에 모세가 만든 그 놋뱀은 오늘 우리말로 한다면 매우 소중한 유물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히스기야는 그 소중한 유물을 부숴버렸다고 말씀합니다. 여러분, 히스기야는 왜 몇 백 년이나 된 그 소중한 유물을 부숴버린 것입니까? 오늘 본문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스라엘 자손이 이 때까지 향하여 분향하므로.” 무슨 말입니까? 유물이 의미가 있는 것은 그것이 가지는 역사적 가치와 교훈 때문입니다. 놋뱀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소중한 이유는 그것이 능력을 나타내기 때문이 아닙니다. 놋뱀은 아무런 능력도 없습니다. 놋뱀은 하나님의 도구였을 뿐입니다. 하나님께 순종하는 자는 살고, 하나님께 불순종하고 불평하고 원망하는 자는 징벌을 받는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도구일 뿐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 놋뱀을 신처럼 숭배했습니다. 마치 놋뱀이 자기들의 병을 고쳐주는 것인 양 놋뱀을 숭배한 것입니다.

   고대로부터 뱀을 숭배하는 신앙들이 있었습니다. 특별히 뱀은 치료의 신으로 숭배받아왔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식 휘장에도 가운데 지팡이를 나선형으로 감싸고 있는 뱀이 그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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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이 휘감고 있는 이 지팡이를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Rod of Asclepius)라고 부르는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의학의 신’ 아스클레피우스가 가지고 다니는 지팡이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스클레피우스는 이 지팡이를 가지고 다니면서 병든 자를 치료했고, 심지어 죽은 자를 살리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뱀은 의학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한의사협회 로고에도 뱀이 그려져 있습니다.

   어쩌면 이스라엘 백성들도 그런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광야에서 모세가 만들었던 놋뱀을 쳐다본 사람마다 죽어가던 사람들이 살아난 것처럼 놋뱀을 섬기면 질병도 치료되고 죽어가던 사람도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하며 놋뱀을 섬겼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 아니 그것은 우상숭배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본문 4절에 ‘그 놋뱀에게 분향했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분향했다’는 말은 우상을 섬길 때 쓰인 단어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마치 우상을 숭배하듯 놋뱀을 신으로 섬겼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히스기야는 그것을 부숴버리고서 ‘느후스단’이라고 일컬었습니다. ‘느후스단’이라는 말은 ‘놋조각’이라는 뜻입니다. 고철덩어리라는 말입니다. 놋뱀은 단순한 놋조각(고철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놋조각에 지나지 않는 것을 이스라엘 백성들이 신처럼 섬겼다는 말씀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놋뱀이 능력을 나타내 죽어가던 사람들을 살려내고 병든 사람을 고친 것이 아닙니다. 놋뱀은 단순한 상징일 뿐입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을 긍휼히 여기시고, 그들이 하나님께 순종했을 때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내린 징벌을 제거해 주시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입니다. 그런데 어리석은 인간들은 그 놋뱀을 통해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지 못하고, 마치 놋뱀이 큰 능력을 행하는 것처럼 놋뱀을 섬겼습니다.

   히스기야 왕은 왕이 되자마자 그 놋뱀을 부숴버렸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놋조각에 지나지 않는데 어리석은 백성들이 그것을 마치 하나님인양 섬기기에, 그것을 섬기지 못하도록 부숴버린 것입니다. 그러면서 히스기야의 개혁은 시작되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놋뱀은 세상 욕망의 상징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기보다는 놋뱀을 섬김으로 자신들에게 고통이 없고, 질병이 사라지고, 평안이 찾아오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질병을 치유하시는 하나님, 거룩하고 의의 길을 요구하시는 하나님은 외면한 채 말입니다. 그래서 히스기야는 이스라엘 백성들로 하여금 하나님을 바라보도록 놋뱀을 부숴버린 것입니다. 그 놋뱀이 하나님을 바라보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놋뱀은 신앙의 본질이 아닙니다. 신앙의 본질은 그 놋뱀을 통해서 역사하신 하나님을 바라보고, 그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거룩한 길을 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히스기야 이전까지 이스라엘 백성들은 언약백성에게 요구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에는 관심도 없이 오직 자기들의 헛된 욕망만을 추구하며 놋뱀을 섬겼던 것입니다.

  ‘손가락과 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달을 쳐다보라고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데, 사람들은 그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쳐다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놋뱀은 하나님을 바라보도록 가리키는 손가락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놋뱀이 가리키는 하나님입니다. 그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이 곧 신앙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여 바른 신앙으로 살라고 말씀하십니다. 신앙을 감싸고 있는 껍데기에 마음 빼앗기지 말고 신앙의 본질을 찾고, 본질을 추구하는 신앙인으로 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오늘도 어리석은 우리 인간은 신앙의 본질이신 하나님을 바라보지 않고 껍데기가 신앙의 본질인양 껍데기만 바라보고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우리가 바로 놋뱀을 섬기던 이스라엘 백성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우리 안에 있는 놋뱀을 부숴버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신앙의 본질은 하나님의 말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가야 신앙의 본질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잘못되고 거짓됨에 치우진 로마 가톨릭에 반기를 들고 목숨을 걸고 개혁에 앞장섰던 종교개혁자들은 ‘Sola scriptura!’(오직성경)을 외쳤습니다. 성경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본질을 회복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히스기야 왕도 놋뱀을 부숴버린 후에 하나님의 말씀으로 되돌아갔습니다. 본문 바로 이어 6절에서 말씀합니다. “곧 그가 여호와께 연합하여 그에게서 떠나지 아니하고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계명을 지켰더라.” 놋뱀을 부숴버려야 하나님의 계명인 율법, 하나님의 말씀인 율법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비본질 껍데기인 놋뱀에 가로막혀 본질인 하나님의 말씀에로 돌아갈 수 없었기에 놋뱀을 부숴버린 후에 본질인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갔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지금 우리 안에도 놋뱀이 있지 않습니까?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것들, 껍데기인데 우리의 욕심이 그 껍데기를 부둥켜안고 있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허울이 우리 안에 남아 있지 않습니까? 그것이 재물일수도 있고, 세상의 출세나 성공일수도 있고, 건강일수도 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그것이 성적일수도 있고, 좋은 대학일수도 있고, 직장에 취업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닙니다. 본질을 잃어버리고 껍데기만 남는 것이 문제입니다. 본질을 잃지 않을 때 그 본질을 담을 수 있는 껍데기는 필요합니다. 그런데 본질을 잃어버린 껍데기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성장도 중요하고 제자훈련도 중요하고, 성도의 교제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교회의 본질을 잃어버린 교회성장은 하나님께서 가증하게 여기시는 것이 되고 맙니다.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본질,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가 되신다는 본질을 잃어버릴 때에는 아무리 교회가 크게 성장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껍데기만 남는 것에 불과합니다.

   오늘 종교개혁기념주일을 맞이해서 우리는 하나님 앞에 진실되이 되물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신앙의 본질을 찾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아직도 껍데에 불과한 것을 끌어안고 살고 있는가 하고 말입니다. 놋뱀은 비본질입니다. 우리 인간의 욕심이요 욕망입니다. 그것을 부숴버릴 때 우리는 참된 신앙, 본질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교회가 비본질적인 것에 연연하지 않고 본질적인 것에 목숨을 걸 때 교회는 회복될 것입니다. 오늘날 세상이 교회를 향하여 손가락질을 하는 이유는 교회가 교회로서의 본질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너무 많은 세상의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놋뱀을 부수고 본질을 회복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게 살 길입니다. 교회든 우리 개인이든 말입니다.

< 2020년 10월 25일 주일낮예배-종교개혁기념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