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를 용서하신 그리스도

< 본문 - 마태복음 9:1-8 >

    러시아의 대표적인 문호 가운데 한 사람인 도스토예프스키(Fyodor Mikhaylovich Dostoyevsky, 1821-1881)가 쓴 『죄와 벌』이라는 유명한 소설이 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인 라스콜리니코프가 살인을 저지르고, 그 후에 그가 왜 그런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밝히는 내용입니다.

  1860년대 후반 23세의 젊은 청년 라스콜리니코프는 지방 소도시 출신으로 법학을 공부하는 학생이었으나 어려운 형편 때문에 몇 달째 비좁은 방에만 틀어박혀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그는 완벽하게 구상한 계획에 따라 전당포 노파와 그녀의 여동생을 도끼로 내리쳐 살해합니다. 그가 그런 살인을 저지른 이유는 돈 때문입니다. 자신은 돈이 없어 대학을 휴학하고, 머물고 있는 작은 방의 월세를 못내 밀렸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실조까지 걸린 상태입니다. 더군다나 고향에 있는 여동생은 자신에게 돈 보내주기 위해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해야 할 처지였습니다. 그는 비좁은 방에 처박혀 고뇌한 끝에 자신을 포함하여 가난한 사람들이 단번에 행복해지는 가장 쉬운 방법은 돈을 많이 가진 극소수의 인간들을 제거하고 그들이 가진 많은 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전당포 주인이자 고리대금업자인 노인을 살해하고 맙니다. 그는 전당포 주인을 죽인 살인에 대해서 죄책감이 전혀 없었습니다. ‘더럽고 아무 쓸모없는 이를 죽였을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살인사건 때문에 재판을 받던 도중 ‘성스러운 매춘부 소냐’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설득으로 그는 자신의 죄를 고백하게 됩니다. 결국 8년 형을 선고받고 시베리아 감옥에 수감되게 되고, 소냐가 그를 따라가 그의 곁을 지켜줍니다. 자신의 죄를 자백할 때에도, 그리고 시베리아에서 감옥 생활을 할 때에도 자신의 죄를 진정으로 깨닫지 못하던 라스콜리니코프가 소설의 마지막에 가서는 자신의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게 됩니다. 그가 자신의 죄를 깨닫고 뉘우치게 된 것은 소냐의 헌신적인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시베리아까지 따라온 소냐는 매일같이 라스콜리니코프를 찾아와 면회하고, 그가 화를 내고 역정을 부리는데도 묵묵히 참고 견디어냅니다. 라스콜리니코프가 감옥에서 병으로 몸져누웠을 때에도 헌신적으로 간호하며 그를 살려냅니다. 그런 소냐를 통해서 얼어붙었던 라스콜리니코프의 마음속에 기쁨과 사랑이 싹트기 시작하고, 남아있는 7년이란 감옥생활도 기꺼이 받아들이게 됩니다.

  소설 속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그려주고 있고, 그런 라스콜리니코프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베풀어 그를 변화시키는 소냐는 신앙을 상징한다 할 수 있습니다. ‘소냐’라는 여인의 이름은 헬라어로 지혜를 가리키는 소피아(σοφία)입니다. 부조리하고 갈등하는 세상 속에서 죄에 빠져 살아가는 우리 인간을 죄의 길에서 돌이켜 하나님께로 향하게 하는 것은 하늘의 지혜, 즉 믿음의 힘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소설 속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전당포 노파를 살해합니다. 첫 번째는 심리적인 압박입니다. 견디기 힘든 무더운 날씨, 그리고 어머니와 여동생을 돌보지 못한 가난에 처한 자신의 상황 등이 그를 심리적으로 압박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부조리한 사회에서 부당한 방법으로 번 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분배하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그런 정의를 위해서 살인을 저지른다 하더라도 평범한 사람이 아닌 비범한 사람이라면 그것이 정당화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살인을 저지르고서도 한 점의 죄의식도 갖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죄를 지은 이후 그는 자신이 나폴레옹과 같은 비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오히려 살인을 통해서 자신이 희망했던 정의를 이루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자유도 얻지 못한 채 단절과 소외, 괴로움과 고독 속에서 벌을 받듯 살아가야 했을 뿐입니다.

  이 『죄와 벌』이라는 소설은 우리 시대를 아주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작가인 도스토예프스키 자신의 삶을 투영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많이 들어 아는 것처럼, 도스토예프스키는 1849년 ‘페트라셰프스키 모임’에서 고골에게 보내는 벨린스키의 편지를 낭독했다는 죄명으로 28세에 사형선고를 받습니다. 그리고 1849년 12월 22일 사형이 집행되려는 순간에 황제의 특명으로 목숨을 건져 감옥에서 4년을 보내고, 이후 시베리아에 있는 수용소로 보내져 또다시 4년을 복역해야 했습니다. 수용소에 갇히기 전 그는 무신론적 사회주의자들과 어울리며 사회의 변혁을 꿈꾸었지만, 수용소 생활을 시작하면서 그의 생각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사회개혁을 위해 무릎을 세우고 일어서는 혁명가들보다 쓰러진 자들을 일으켜 세우려고 스스로 허리를 굽히는 사람들이 더 선하게 보인 것입니다. 감옥 생활 중에 그에게 허락된 책은 오직 성경뿐이었습니다. 성경을 통해 깊은 성찰을 하게 되고, 은혜를 깨닫게 된 그는 사회의 문제를 철저하게 성경을 통해 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풀려난 후 바로 『죄와 벌』이라는 소설을 통해서 그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부조리한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부조리한 세상은 죄악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지은 죄를 합리화하면서 살지만, 그럴수록 우리의 양심은 그 죄를 결코 정당화하지 않습니다. 죄는 죄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죄는 우리 인간이 아무리 고민하고 갈등한다 하더라도 우리들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것을 하나님께서도 아셨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그런 죄, 인간이 스스로 풀 수 없는 죄를 풀어주시기 위해서 당신의 독생자 예수님을 우리에게 보내주셨습니다. 죄로부터의 해방은 인간 스스로 얻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그의 소설 『죄와 벌』에서 보여준 것처럼 말입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은 예수님께서 이 땅에 죄를 용서하시기 위해 오신 분이심을 아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가버나움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오늘 본문과 같은 사건을 마가복음 2장과 누가복음 5장에서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기록들을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예수님께서 가버나움이라는 동네에 가셔서 한 집에서 말씀을 가르치고 계셨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서 모여들어 문 앞에까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 때 사람들이 중풍병자를 네 사람에게 들려 예수님 앞으로 데려가게 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너무 많아 병자를 예수님 앞으로 데리고 갈 수가 없었습니다. 침상에 누워있는 중풍병자를 사람들의 틈을 비집고 데려간다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침상을 들고 온 네 사람은 지붕 위로 올라가서 지붕을 뜯어내고는 중풍병자가 누워있는 침상을 예수님 앞으로 달아 내렸습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시던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작은 자야 안심하라.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중풍병자를 보시고 예수님께서 하실 말씀은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는 말씀이 아니라 6절에 기록된 ‘일어나 네 침상을 가지고 집으로 가라.’는 말씀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지금 사람들이 중풍병자를 데리고 온 이유는 그 병자가 치료받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생뚱맞은 말씀과도 같이 ‘네 병이 나았느니라.’고 말씀하지 않으시고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는 말씀을 먼저 하십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사실을 가르쳐줍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목적을 말입니다.

  우리는 질병으로 고통당할 때 나의 병을 치료해주실 주님을 기대합니다. 내 문제가 힘들고 어려워 내 힘으로 풀 수 없을 때 주님께서 내 문제를 풀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내 마음이 답답하고 불안할 때 주님께서 내 마음에 찾아오셔서 내 마음을 어루만지심으로 내게 평안이 찾아오기를 기도합니다. 내가 길을 잘못 가다가 때론 헤매기도 하고 고통을 겪을 때 주님께서 내가 가야 할 길을 분명하게 가르쳐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주변이 온통 막힌 것 같이 답답하여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할 때 주님께서 내게 지혜를 주셔서 바른 길을 찾도록 도와주시기를 소망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우리 주님께서 이 땅에 오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리의 죄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을 기대하고 요구할지라도 주님께서 우리에게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이신 것은 우리의 죄의 문제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중풍병자와 그 중풍병자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며 그를 예수님께로 데려온 사람들 모두 일차적인 관심은 아마도 중풍병이 고침 받는 것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의 병이 아니라 그의 죄의 문제를 먼저 보셨습니다. 그해서 병고침보다 죄용서를 먼저 선포하신 것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때로 우리가 관심 갖는 것과 예수님께서 관심 갖고 우리를 바라보시는 시각을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건강에 관심을 갖고 기도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영혼이 주님 안에서 안식하기를 원하실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내가 먹고 사는 문제가 시급하다고 생각하고 주님께 기도하지만 주님께서는 내 마음이 세상에 요동치는 풍파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씀하실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녀들이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할 때에, 우리 주님께서는 우리 자녀들이 지금보다 더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원하십니다. 우리는 어려운 때에 우리가 하는 장사나 사업이 그래도 일취월장하기를 바랄지라도, 주님께서는 내가 하는 그 일을 통해서 하나님의 영광을 어떻게 드러낼지에 더 관심을 가지십니다. 우리는 우리가 직장생활을 잘하고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에 심혈을 기울일지라도 주님은 먼저 주님과 친밀함으로 주님과 더 깊은 관계를 맺는 것에 더 관심을 가지십니다. 우리는 세상이 지금보다 더 정의롭고 공평한 사회가 되기를 기대하지만 주님께서는 내가 하나님 앞에 바로 서는 것을 더 원하십니다.

  신앙은 우리가 바라는 것을 이루어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욕망과 욕심을 십자가에 못 박고 나를 쳐서 그리스도에게 복종하는 것입니다. 내가 바라는 것을 이루어가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바라시는 것을 내 삶으로 이루어가도록 나를 주님께 맞춰가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는 중풍병자에게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고 선포하십니다. 그러자 서기관들이 속으로 신성모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유대인들은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을 사람이 할 수 있다고 말하거나, 그런 일을 행하려 하는 사람을 하나님을 모독한 신성모독자라고 취급했습니다. 그리고 율법에서는 하나님을 향하여 그런 신성모독죄를 저지른 사람을 돌로 쳐 죽이라고 가르칩니다.(레위기 24:10 이하) 그런데 오늘 본문은 좀 이상합니다. 유대인들은 율법에 철저한 사람들입니다. 율법을 어겼다고 생각되면 그 사람을 가만 놔두지 않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서기관들은 예수님께서 신성모독죄를 지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습니다. 자기들 속으로 그렇게 생각할 뿐입니다. 율법을 어겼기 때문에, 하나님을 모독하는 신성모독죄를 지었기 때문에 예수님을 돌로 쳐 죽이자고 말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왜 신성모독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하는 예수님을 돌로 쳐 죽여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을까요?

  우리는 그 다음 말씀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향해 신성을 모독했다고 생각한 그 서기관들에게 “너희가 어찌하여 마음에 악한 생각을 하느냐?”고 책망하십니다. 그럼에도 서기관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예수님의 그 책망에 반기를 들지 않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정확하게 자신들의 마음을 꿰뚫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예수님을 향하여 신성모독죄를 지었다고 생각한 이유는 악한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바꿔 이야기하면 그들이 정말로 하나님을 사랑해서, 그래서 자신들이 사랑하는 하나님께서 모독을 당해서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일어나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건 악한 생각이 아닙니다. 서기관들은 하나님을 생각하고, 하나님을 사랑해서 예수님에게 신성모독자라고 정죄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의 마음속에 악한 생각이 가득했던 것입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무엇이 악한 생각입니까? 하나님을 생각한다 하면서 사실은 자기들의 욕심을 채우는 것, 하나님을 위한다 하면서 자기들의 체면을 챙기는 것, 하나님의 이름을 위한다 하면서 자기들이 명성을 얻고 인기를 얻는 것입니다. 당시 서기관들이 그랬습니다. 서기관들은 율법을 연구하는 학자들이었습니다. 율법을 베껴 쓰고, 율법을 해석하고, 그 율법을 백성들에게 가르쳤습니다. 그렇게 율법 전문가들인 그들은 철저하게 하나님을 위한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오히려 율법을 이용해서, 율법을 가르친다는 것 때문에 자기들이 백성들에게 인기를 얻고, 박수 받는 일에 취해 있었습니다. 율법을 통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드리는 일에 힘써야 할 그들이 오히려 하나님의 이름을 빌어 자기들의 명예와 자기들의 이득을 얻는 일에 혈안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악한 생각입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도 똑같습니다. 겉으로는 하나님을 위한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내 잇속을 챙기는 것은 악한 생각입니다. 신앙인이라고 말하고 다니면서 다른 사람에게 신뢰를 주고선 그들을 속여먹는 것, 그것이 악한 생각입니다. 신앙을 핑계로 내가 무언가 부당하게 얻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 역시 악한 생각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신앙은 내가 무언가를 얻는데 목적이 있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것’ 그것이 바른 신앙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인자가 세상에서 죄를 사하는 권능이 있는 줄 너희로 알게 하려 하노라.”(6절)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이 땅에 죄를 사하러 오신 하나님이십니다.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하나님께서 따먹지 말라고 말씀하신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따먹고 죄를 지은 이후, 우리 인간은 죄에 빠졌고 그 죄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죄를 해결하기 위해서 하나님께서 이 땅에 보내 주신 분이 예수님입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서기관들은 예수님께서 ‘네 죄를 사하노라.’는 주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 그것이 하나님을 모독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죄를 사하는 것은 오직 하나님만이 하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하나님이심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죄를 용서하신다는 그 말씀을 신성모독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여러분, 예수님은 우리 죄를 용서하시기 위해서 하나님께서 이 땅에 화목제물로 보내신 하나님의 독생자이십니다. 그리고 그 독생자를 보내신 것은 하나님의 사랑 때문입니다. 로마서 5:8절에서 말씀합니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죄인인 우리를 위해서 당신의 독생자를 보내셔서 십자가에 죽게 하신 것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요한일서 2:2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는 우리 죄를 위한 화목제물이니 우리만 위할 뿐 아니요 온 세상의 죄를 위하심이라.”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화목제물이셨습니다. 죄로 인해 죽어야 할 우리를 대신해서 십자가에서 죽으신 화물제물이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십자가에서 죽어야 하는 화목제물로 당신의 독생자를 이 땅에 보내주셨습니다.

  미국 리디머교회의 담임목사인 팀 켈러(Timothy Keller)는 이런 사랑의 하나님을 ‘탕부 하나님’(Prodigal God)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탕자’라는 말은 많이 들었습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허랑방탕하여 다 탕진해버린 아들이 탕자입니다. 탕자가 돈을 허비하듯이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셔서 당신의 사랑을 앞뒤 재지 않고 막 퍼부어주시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을 받을 만한 어떤 자격도 없고, 조건도 갖추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사랑을 베푸시는 것이 낭비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셔서 당신의 독생자를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독생자를 십자가에 못박아 죽게 하심으로 우리를 살리셨습니다. 거기에는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오직 하나 우리를 사랑하시는 사랑이 있을 뿐입니다. 우리를 사랑하시기에 그 사랑을 탕진하듯 다 쏟아부어주신 사랑이 하나님의 사랑, 탕부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여러분,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감옥에서 성경을 통해 그런 하나님의 사랑을 깨달았기에 『죄와 벌』이라는 그의 소설에서 ‘소냐’라는 여인을 통해 하나님의 그 사랑을 조금이나마 보여주려 했던 것입니다. 죄를 짓고도 죄책감조차 갖지 않는 라스콜리니코프가 마음을 열어 자신의 죄와 직면하게 된 것도 바로 그런 소냐의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우리의 죄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더 깊이 느끼면 느낄수록 우리는 더욱 큰 죄인임을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사랑은 조건을 따지지 않는 사랑입니다. 탕부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가 아직 연약하여(로마서 5:6)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했을 때 우리에게 부어진 사랑입니다. 탕부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가 죄인이었을 때,(로마서 5:8) 우리가 아직 하나님과 원수로 있었을 때(로마서 5:10) 우리의 그런 조건을 따지지 않고 부어진 사랑입니다. 그 사랑으로 이 땅에 오신 분이 예수님이십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요한복음 3:16) 그 사랑의 주님이 우리의 죄와 허물을 용서해 주심으로 영생을 얻게 하셨습니다. 아무리 큰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그래서 세상에서는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사랑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께서 우리를 용서해 주십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영생을 주셨습니다.

  우리는 그 주님 앞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 어떤 허물을 가졌다 하더라도 꾸짖지 아니하시는 주님 앞에 우리의 모습 그대로 나가야 합니다. 그러면 주님께서 우리를 용납하시고, 오늘도 우리 죄를 용서해 주십니다. 주님은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신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 2020년 11월 29일 주일낮예배-대림절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