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선물

< 본문 - 로마서 8:37-39 >

   평강의 왕으로 이 땅에 오신 우리 주님, 아기 예수님의 은혜와 평강이 우리 모두에게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예수님 탄생하신 성탄절이 되면 온 지구촌이 축제의 현장이 되었습니다. 예수님을 구주로 믿든 믿지 않든, 모든 사람의 축제가 성탄절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역사상 유례없는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전 세계를 팬데믹에 빠뜨리면서 기쁜 성탄이 아니라 우울한 성탄이 되고 말았습니다. 예수님을 구주로 믿는 믿음의 사람들은 교회당에 모여 함께 성탄찬송을 부르며 주님의 탄생을 기뻐했었는데, 올해는 각 가정에서 조용하게 보내야 했습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이라고 성탄찬송을 불렀던 것처럼, 정말로 우리에게 고요하고 적막한 밤과 같은 상황이 펼쳐지고 말았습니다. 첫 번째 성탄절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한 편으로 생각하면 코로나19로 인한 오늘의 상황이 우리에게 더욱 깊은 성탄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기회를 가져다주기도 했습니다. 신앙에 상관없이 흥분에 도취되어 있는 환경에서, 우리 믿음의 사람들조차도 성탄의 참된 의미를 묵상하기보다는 세상 사람들처럼 흥분에 빠지는 지난날의 어리석음을 되풀이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마치 어린 아이들이 성탄절의 참된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고 산타할아버지가 찾아오셔서 선물을 주시는 날로 기대하는 것처럼, 우리 신앙인들조차도 때로는 그런 유아기적인 생각을 가지고 성탄을 맞기도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데 이제 흥분과 도취가 아니라 조용하게 성탄의 참된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성탄의 참된 의미는 무엇입니까? 성탄절은 하나님이신 예수님께서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신 날입니다. 우리에게는 한없이 기쁜 날입니다. 요셉에게 주의 사자가 나타나 아기 예수님께서 마리아의 몸에 잉태되셨음을 알려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아들을 낳으리니 이름을 예수라 하라. 이는 그가 자기 백성을 그들의 죄에서 구원할 자이심이라.”(마태복음 1:21)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우리 인간을 죄에서 구원하시기 위해서 오셨습니다. 죄악으로 말미암아 영원한 사망을 향해 달려가던 우리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서 오셨기에 우리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기쁘고 복된 날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우리에게는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기 위해 아기 예수님이 오신 날이기에 너무나도 기쁜 날인데, 당신의 사랑하는 독생자를 이 땅에 보내셔야 하는 하나님에게도 기쁨의 날일까요? 우리는 사랑하는 이를 멀리 떠나보낼 때 이별의 고통을 겪습니다. 아들이 군대에 갈 때 부모의 마음은 고생하게 될 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옵니다. 우리는 잘 압니다. 아들이 군대에 가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더 건강해지고, 국가에 대한 책임을 감당하면서 사회적으로 유익한 사람이 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런데도 사랑하는 아들이기에 헤어짐에, 그리고 고생할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사랑하는 아이가 멀리 외국으로 유학을 떠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더 넓은 세상에서 공부하겠다고 꿈을 안고 떠나지만, 자식을 떠나보내야 하는 부모의 마음은 분명 힘들고 아픕니다. 그렇게 좋은 일을 위해서 자식을 떠나보냄에도 우리의 마음이 아플진대, 독생자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신 아버지 하나님의 마음은 어떻겠습니까? 물론 하나님께서도 독생자를 보내신 데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습니다. 우리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한다는 것 말입니다.

   그런데 좀 더 깊이 생각해 보십시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는 방법이 무엇입니까? 당신의 독생자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게 하시는 것입니다. 십자가에서 자신을 희생제물로 드리심으로 우리 인간의 죄를 용서하신 것이 예수님의 십자가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태어나시면서부터 이미 십자가의 죽음을 위해 태어나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이 이 땅에 오신 것은 호화를 누리기 위함이 아닙니다. 먼 나라를 관광하듯이 이 세상을 관광하기 위해서 예수님이 오신 것 아닙니다.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대접을 받기 위해 이 땅에 오신 것도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친히 말씀하셨습니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마가복음 10:45)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목숨을 우리의 죄를 구속하기 위한 대속물로 주시기 위해 이 땅에 오셨습니다.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말입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사랑하는 아들을 죽음에 내어주기 위해 이 세상에 보내셔야 하는 하나님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분명 독생자를 이 땅에 보내주신 하나님의 마음도 우리가 이별의 아픔을 겪는 것처럼, 아니 그것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을 겪으셔야 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독생자를 이 땅에 보내신 것은 분명 큰 고통을 감내하신 결단이 있으셨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것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왜 하나님께서는 그런 고통을 겪으면서까지 당신의 독생자를 우리에게 주셔야 했는가 하는 것입니다. 너무나도 힘든 결정이셨을텐데, 하나님께서는 당신이 정하신 시간에 독생자를 우리에게 보내주셨습니다. 무엇이 하나님으로 하여금 그렇게 사랑하는 독생자를 이 땅에, 그것도 십자가에서 희생제물로 죽으시도록 보내시게 하였을까요?

   우리가 너무 잘 아는 성경구절을 통해서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 3:16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하나님께서 당신의 독생자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신 이유는 우리가 그를 믿고 영생을 얻도록 하시기 위함입니다. 멸망할 수밖에 없는 우리를 멸망의 길이 아닌 구원의 길, 생명의 길로 인도하시기 위해서 하나님께서 당신의 독생자를 이 땅에 보내주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신 이유는 오직 하나,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신 하나님의 마음을 단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그것은 사랑입니다. 사랑 때문에 독생자를 보내셨습니다. 사랑 때문에 독생자를 보내셔야 하는 아픔을 참아내셨던 것입니다. 사랑 때문에 당신의 독생자가 인간들에게 조롱을 받고 십자가에 죽으시는데도, 고통스럽게 십자가에 죽으시도록 내버려두셔야 했습니다. 사랑 때문에 우리가 여전히 죄 가운데 있음에도 심판하지 않으시고 돌이켜 회개하도록 참고 계십니다. 사랑 때문에 세상이 어둠으로 가득 차 있어도 심판을 미루고 계십니다. 사랑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 사랑 때문에 이 땅에 오신 분이 예수님이십니다. 하나님의 사랑 때문에 고통의 현장에 오신 분이 예수님이십니다. 사랑 때문에 영광의 자리에 계셔야 할 주님께서 죄악이 가득한 이 땅에 오셨습니다. 사랑 때문에 사람들에게 섬김을 받고 영광을 받으셔야 할 주님께서 고난의 자리에 오셨습니다. 사랑 때문에 인간을 창조하신 창조주께서 피조물인 인간에게 멸시를 당하시며 십자가에서 죽으셨습니다. 모든 것이 사랑 때문입니다. 아버지 하나님의 사랑 때문에 오신 주님께서 아버지의 사랑처럼 당신도 사랑으로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시며 사셨고, 십자가에 죽으시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그 사랑 때문에 우리가 구원을 받은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그 사랑이 얼마나 강력한지 이 세상에 있는 그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다고 선언합니다. 우리는 때로 힘든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때로는 예수 믿는다는 것 때문에 고난을 당하기도 하고, 손해를 보기도 합니다. 예수 믿는다는 것 때문에 우리는 때로 세상에서 약자가 되어 살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은 우리에게 분명하게 말씀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니라.” 우리가 힘든 세상을 이길 수 있는 것은 내가 똑똑해서가 아닙니다. 우리가 힘든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세상 경험이 많기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보다 강하고 우리보다 더 악한 세상을 이길 수 있는 힘은 오직 하나, 우리에게는 우리를 사랑하시는 사랑의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은 말씀합니다. ‘넉넉히 이긴다’고 말입니다. 넉넉히 이긴다는 말은 가장 영광스러운 승리를 거둔다는 뜻입니다. 승리 이상의 승리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의 지식이나 우리의 경험이나 우리의 지혜가 아니라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면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가장 영광스러운 승리를 주십니다.

   왜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큰 승리, 가장 영광스러운 승리를 거둘 수 있는지 아십니까? 본문 38-39절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끊을 수 있는 것이 이 세상에는 결코 없기 때문입니다. 사망이나 생명일지라도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인간을 가장 위협하는 것은 죽음입니다. 특별히 초대교회 때에는 예수 믿는다는 것 때문에 순교당하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죽음의 위협조차도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끊어내지 못합니다.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일지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라는 말은 현존하는 역사 속에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를 뜻합니다. 그 어떤 강력한 세력이라 하더라도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끊어내지 못합니다.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우리를 두렵게 하고 걱정스럽게 하는 그 어떤 일도, 또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그 어떤 일도, 심지어 ‘능력’이라고 표현된 우리 인간의 힘으로 어찌 해볼 수 없는 초자연적인 재앙이라 하더라도 우리를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어내지 못합니다. 아무리 코로나가 전세계를 팬데믹 상태에서 공포에 몰아넣는다 하더라도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여전히 우리를 향하고 있습니다. 높음이나 깊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높음’이라는 것은 하늘의 별들이 인간의 운명을 지배한다고 생각하는 고대 사회에서 우리 인간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초월적인 힘을 말합니다. ‘깊음’이라는 말은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음부를 뜻합니다. 오늘로 말하면 지옥입니다. 그런 가장 강력한 초월적인 힘이나 지옥에 대한 공포도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어내지 못합니다. 다른 그 어떤 피조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를 위협하고 두렵게 만드는 것은 다 하나님의 섭리의 손아래 있을 뿐입니다. 하나님의 창조 아래에 있는 피조물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세상 그 무엇도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끊어낼 수 없습니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그만큼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그 강하고 뜨거운 사랑이 독생자까지도 우리를 위해 내어주신 것입니다. 독생자를 주시기까지 사랑하신 그 사랑은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사랑입니다. 그 사랑으로 이 땅에 선물처럼 오신 분이 예수님입니다.

   여러분, 아무리 인간의 지혜가 발달하고 과학이 발달한다 하더라도,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보다 강한 것은 없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죄악으로 가득하다 하더라도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보다 큰 힘은 없습니다.

   세계적인 로봇공학자인 데니스홍(Dennis Hong) 교수가 자신의 모든 기술을 총동원하여 자신의 생각과 기억과 지식을 똑닮은 ‘데니스홍봇’이라는 로봇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모든 자료를 다 집어넣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가진 모든 지식과 생각을 집약한 그 로봇을 시연했습니다. 데니스홍봇은 데니스 홍의 가족과 친지와 친구들이 던진 질문에 조금도 오차 없이 정확하게 대답했습니다. 데니스 홍의 추억이 담긴 장소를 묻자 ‘예전에 고려대 다닐 때 가본 적이 있다.’고 대답했고,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느냐’는 질문에는 ‘스트레스를 받을 시간이 없다.’고 대답하는 등, 데니스 홍스러운 대답으로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그런데 데니스홍봇이 유일하게 대답을 하지 못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것은 바로 데니스홍의 아들이 던진 질문 ‘나를 사랑하나요?’라는 물음이었습니다. 데니스홍과 똑같은 생각을 갖고 막힘없이 대답을 이어가던 로봇이 유일하게 대답하지 못한 질문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나를 사랑하나요?’ 로봇이 대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아들이 재차 물었습니다. ‘나를 사랑하나요?’ 그러자 로봇이 ‘답변 없음.’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아들은 섭섭함에 눈물을 글썽였고, 아버지 데니스홍이 나타나 아들을 안아주자 아들은 아버지 품에서 안도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여러분, 아무리 똑똑한 AI로봇이라 하더라도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인 사랑은 느낄 수 없었고, 알 수도 없었던 것입니다. 로봇과 인간은 그 존재의 차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로봇이 인간의 감정인 사랑을 느낄 수 없듯이, 우리 인간은 우리와 차원이 다른 하나님의 마음을 알 수 없습니다. 성경이 우리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외치고 보여준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다 알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이 세상에 있는 그 어떤 것도 우리를 그리스도 예수를 통해 보여주신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고 말입니다. 우리 인간이 생각하고 상상한 것 이상의 사랑을 우리에게 베푸신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기쁜 성탄절입니다. 우리의 죄를 구원하시기 위해 아기 예수님이 탄생하신 날이기 때문입니다. 그 아기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주신 것은 세상을 사랑하신 하나님의 사랑 때문입니다. 죄로 인해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의 사랑 때문입니다. 그 사랑의 선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은 십자가에 죽으시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그 사랑은 우리가 경험하지 않는 한 결코 알 수 없는 깊고 넓은 사랑입니다. 이 세상 그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는 강렬한 사랑입니다.

   그 사랑이 오늘도, 지금도 우리와 함께 하심을 잊지 마십시다. 아무리 세상이 힘들고 두려움이 가득하다 하더라도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는 넉넉히 이길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사랑의 힘입니다. 사랑의 선물로, 사랑의 이름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그 사랑 안에 머물며 세상을 이기는 승리자로 사십시다. 우리를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은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없습니다.

< 2020년 12월 25일 성탄감사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