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갈 준비

< 본문 - 여호수아 1:10-11 >

   여러분, 2020년 한 해 참 많이 힘드셨지요? 2020년 새해가 시작되고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아서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세계를 들썩이더니, 처음에는 그것이 우리의 삶에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칠 줄 생각지도 못했는데, 2월에 들어서면서 점점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 교회에서도 2월에 청년들이 필리핀 비전트립을 준비하며 계획했었는데, 갑자기 취소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대구 신천지발 집단확산이 시작되면서 우리는 코로나19가 우리의 삶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본격적으로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일상이 점점 무너지고 전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들이 우리의 삶에 깊숙이 들어왔습니다.

   교회당에 모여 예배드리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시 되어 왔었는데 교회당에 모이지 못하고 가정에서 온라인영상예배를 드리게 되었고, 추운 겨울이나 미세먼지가 심할 때에나 쓰는 것으로 알았던 마스크가 일상이 되어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이 이제는 민폐가 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친구들과 만나 악수하고 반가운 포옹을 하는 것도 사라지고, 모임 자체를 금지하는 엄청난 제약을 받게 되었습니다. 여행하던 것을 즐기던 사람들의 발이 묶이면서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국가경제는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고, 자영업자들은 생존에 위협을 받을 정도로 상황은 악화되었습니다. 실업자가 생겨나고,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말 그대로 취업한파가 몰아닥쳤습니다. 어느 누구 하나 예외 없이 모두가 힘든 한 해 였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전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지난 12월 매일의 만나에 썼던 글을 다시 옮겨와 읽어드립니다.

   우리는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그 동안 우리가 말을 통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나 살펴보고, 말하기보다는 하나님의 말씀에 더 귀를 기울이라는 뜻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침묵과 묵상을 통해 내 영혼 깊숙이에 잔잔히 흐르는 주님의 평안과 은총을 깊이 경험하고 느끼라는 것입니다. 손을 자주 씻으라는 것은 죄에 더러워진 우리의 몸과 마음을 씻고 영혼을 맑게 가꿔한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죄악과 욕심 가운데 살면서도 그것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많이 파괴하고 있는지를 깨닫지 못했던 우리에게 죄의 고백을 통해서 자주 하나님의 용서를 경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주 소독을 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의 삶의 자리가 악취가 나고 부끄러움이 남지 않도록 늘 하나님 앞에 바른 삶을 힘써 살아야 함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라는 말처럼, 우리가 거쳐 온 삶의 자리가 늘 깨끗하고 아름다워야 합니다. 출입자 명부를 작성하라는 것은 우리가 어디를 가든지 당당해야 함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로서 어디에 있든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어디에서나 자신을 밝히 드러내는 것을 부끄럽지 않도록 말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라는 것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사랑으로 보듬는 영적 사랑의 거리를 가까이 하라는 뜻입니다. 주님과 멀어지지 않고 이웃을 돌아보며, 편리함을 위해서 무분별하게 개발했던 자연을 더 가까이 하라는 것입니다. 모임을 자제하라는 것은 끼리끼리의 만남보다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한 걸음 더 다가서라는 뜻입니다. 외롭고 소외된 이웃, 내가 그 동안 잊고 살았던 이웃에게 나의 손을 내밀어 주라는 것입니다. 예배당에 모이는 것을 제한하는 것은 우리의 삶이 예배가 되지 못했음을 고백하고 내 모든 삶의 자리가 예배의 자리요, 내 삶이 예배여야 함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가정도 예배의 자리이고, 직장이나 일터도 예배의 자리이고, 내가 있는 그곳에 주님이 함께 계시며 나를 통해 영광받길 원하심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동식사를 자제하라는 것은 너무 먹고 마시는 것에 삶을 허비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그 동안 너무 잘 먹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염려하지 말고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는 주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먹는 데 쏟았던 시간과 에너지를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위해 쏟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힘든 상황을 만들어준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는 아주 먼 훗날에도 2020년은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일상이 바뀌고 너무나도 힘든 시기를 보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2020년은 단순히 힘들고 고생했기 때문에 잊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그 동안 우리가 잊고 살았던 것들을 생각하게 하고 좀 더 본질적으로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것 때문에도 잊지 못할 한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코로나 상황도 언제가 끝이 날 것입니다. 우리 인류가 코로나 전염병을 극복하고 이겨낼 것입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처럼 지금 우리를 힘들게 하는 이 상황도 지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금 일상이 회복되고 우리의 얼굴에서 웃음이 회복될 날이 분명 올 것입니다. 바라기는 2021년이 그런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백신이 보급되고 인류에게 코로나에 대한 면역력이 생겨나면 더 이상 코로나가 우리를 힘들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미국과 유럽 일부에서 이미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고 있기에 우리는 더욱 희망적인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우리는 힘들었던 2020년을 보내는 마지막 주일을 맞았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온 2020년과 앞으로 맞게 될 2021년은 인류 역사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그렇게 전환기의 한 중심에 서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은 오늘 우리 시대와 같이 큰 전환기에 서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어떻게 전환기를 대비하고 극복해야 할 것인지를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400년 동안 노예생활하던 애굽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4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광야에서 떠돌이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광야생활은 분명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하나님께서 매일 아침 만나와 메추라기를 주시고, 의복이 헤어지지 않고 신발이 닳지 않도록 해 주셨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생활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습니다. 사막의 뜨거운 태양은 구름기둥으로 그늘을 만들어 피하게 하셨고, 밤이 되면 급격히 떨어지는 기온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 있는 상황에서도 불기둥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을 보호해주셨습니다. 물이 없어 목말라 할 때에는 반석을 깨뜨려서라도 마실 물을 공급해 주셨습니다.

   그럼에도 광야생활은 고되고 힘든 삶이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곳을 여행한다 하더라도 열흘이 넘고 한 달이 되어 가면 힘들고 지쳐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그만큼 집은 우리에게 큰 안식처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은 40년 동안 집이 없이 살았습니다. 광야에서 천막을 치고 지내야 했고, 언제든지 구름기둥 불기둥이 움직이면 그들은 천막을 걷어 어깨에 짊어지고 다음 장소로 이동을 해야 했습니다. 때로는 며칠씩 한 곳에 머물기도 했지만, 때로는 며칠씩 쉬지 않고 사막 가운데를 이동하기도 해야 했습니다. 그들이 머무는 곳, 그들이 몸을 뉘었던 천막은 일시적인 것입니다. 그렇게 산 40년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삶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힘든 광야생활을 그들이 꿋꿋하게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은 한 가지 희망 때문입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들어간다는 희망입니다. 그리고 이제 그 희망이 눈앞에 다가와 있습니다. 그들을 40년 동안 이끌었던 모세는 느보산에서 자신의 사명을 끝내고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이제 모세의 후계자였던 여호수아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가나안 땅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세움 받은 여호수아도 두려웠습니다. 광야 40년 동안 훌륭하게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었던 모세가 죽은 후에 자신이 그 막중한 사명을 이어받았지만, 자신은 모세만큼 백성들을 이끌 자신감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는 여호수아에게 용기와 힘을 주셨습니다. 그게 오늘 본문 바로 앞인 여호수아 1:1-9절까지의 말씀입니다. 강하고 담대하게 요단을 건너가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모세와 함께 하셨던 것처럼 여호수아와도 함께 하셔서 약속하신 땅을 반드시 얻게 해 주시겠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단 하나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순종하여 따라가기만 하면 됩니다. 하나님을 신뢰하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신대로 하기만 하면 그들 앞을 가로막을 것이 아무 것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 바로 앞인 9절에서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 그런 하나님의 약속을 통해 위로를 받은 여호수아가 요단강을 건너 가나안에 들어갈 준비를 하는 내용이 오늘 본문입니다.

   여호수아는 먼저 백성의 관리들에게 진중에 두루 다니며 백성들에게 양식을 준비하도록 명령을 내리라고 말합니다. 사흘 안에 요단강을 건널 것이기 때문에 준비할 시간은 불과 사흘도 채 남지 않았다고 말입니다.

   이 짧은 내용이지만 여기에서 우리는 아주 중요한 교훈을 발견하게 됩니다. 먼저 이것을 생각해 보십시다. 왜 여호수아는 직접 백성들에게 명령하지 않고 관리들을 통해서 말했을까 하는 것입니다. 고대사회에서 지도자의 역량 가운데 하나는 큰 회중들을 앞에 놓고 연설하여 그들을 설득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지도자들은 말을 잘하기 위해서 수사학을 공부했고, 효과적으로 그 말을 전달하기 위해서 웅변술을 익혔습니다. 그렇게 많은 대중들을 설득하여 그들의 마음을 끌어내는 것이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아주 중요한 덕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모세가 죽고 다음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된 여호수아는 백성들을 불러모아놓고 백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멋진 연설을 통해서 자신의 지도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더군다나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힘을 실어주셨습니다. 가나안 땅에 들어가고, 그 땅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아주 분명한 약속을 받았습니다. 그러면 그런 하나님의 약속을 바탕으로 가나안 땅에 들어가는 것에 결코 주저하지 말자고, 하나님께서 약속해 주셨으니 강하고 담대한 마음을 가지고 요단강을 건너갈 준비를 하자고 외친다면 온 이스라엘 백성들이 여호수아를 환호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주 강력한 지도자인 모세에 비해 지도력이 약한 여호수아이기 때문에 그런 대중적인 연설을 통해서 자신의 지도력을 확실하게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호수아는 백성들을 불러모아놓고 백성들의 지지를 얻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백성의 관리들을 백성들에게 보내, 백성들로 하여금 요단강을 건널 준비를 하도록 시켰습니다. 왜 여호수아는 그런 방법을 썼을까요?

   그 이유는 지금 이 상황이 아주 중요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지도력을 인정받는 것보다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요단강을 건너는 것이 더 중요함을 알기 때문입니다. 여호수아 개인적으로 보면 자신의 지도력을 인정받는 것이 아주 중요한 때입니다. 모세가 죽고 난 후 처음 백성의 지도자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호수아는 자신이 개인적으로 지도력을 인정받는 것보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요단강을 건너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땅 가나안에 들어가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호수아는 백성들의 관리를 백성 가운데 보냈습니다. 아주 구체적으로 어떻게 양식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백성들로 하여금 준비하는데 조금도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대중 연설을 통해서 백성들의 호응을 얻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대중들이 얼마나 호응하고 지도자의 지도력을 인정해주느냐 하는 것보다 요단강을 건널 준비를 확실하게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쉽게 말해서 여호수아는 개인적인 명예나 개인적인 욕망을 이루는 것보다 이스라엘 백성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곧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더욱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런 여호수아의 마음에 응답이라도 하듯이 오늘 본문 바로 이어 나오는 말씀에서는 백성들이 여호수아를 힘껏 돕겠다고 약속한 장면이 나옵니다. 백성들에게 요단강을 건널 준비를 하도록 한 다음, 여호수아는 르우벤 지파와 갓 지파와 므낫세 반 지파를 불렀습니다. 그들은 이미 요단강 동편에 자기들이 기거할 땅을 분배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굳이 요단강을 건너가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여호수아는 그들을 불러놓고 ‘너희들이 앞장서서 형제들보다 먼저 요단강을 건너가고, 형제들을 도우라.’고 제안합니다. ‘우리들은 이미 유업을 받았으니 굳이 요단강을 건너는 수고를 하지 않을 것이고, 나머지 백성들이 가나안 땅을 점령하기 위해서 전쟁을 한다 하더라도 그게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유업을 이미 얻었다 하더라도 형제들보다 앞장서 나가서 전쟁을 하고, 형제들이 기업을 얻을 수 있도록 도우라는 것입니다. 여호수아의 그런 제안에 요단 동편 땅을 기업으로 얻은 그 지파들은 ‘우리가 당신이 말씀하신 대로 앞장서겠다.’고 대답합니다. 그러면서 17-18절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범사에 모세에게 순종한 것같이 당신에게 순종하려니와 오직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모세와 함께 계시던 것 같이 당신과 함께 계시기를 원하나이다. 누구든지 당신의 명령을 거역하며 당신의 말씀을 순종하지 아니하는 자는 죽임을 당하리니 오직 강하고 담대하소서.”

   있는 힘껏 돕겠다는 것입니다. 모세를 따르며 모세에게 순종한 것같이 당신을 따르며 당신의 명령에 순종하겠다는 것입니다. 목숨을 걸고서 말입니다.

   여러분, 이런 각오와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요단강을 건너 가나안 땅을 점령할 수 있었습니다. 그 가나안 땅이 어떤 곳입니까? 가데스바네아에서 가나안 땅을 정탐하고 돌아온 정탐꾼들이 보고한 바대로, 그 땅의 거민은 강하고 성읍은 견고하고 심히 클 뿐만 아니라 거기에는 네피림의 후손인 거인 아낙 자손이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들 스스로를 바라볼 때 그들 앞에 자신들은 메뚜기에 불과했습니다.(민수기 13:28,33) 도저히 자기들의 힘으로는 점령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나안 땅에 살고 있는 부족들은 막강했습니다. 요단강을 건너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요단강을 건넌 후에 그 땅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전쟁을 해야 하는데 그 전쟁이 결코 수월하지 않았습니다. 너무나도 막강한 힘을 가진 아낙 자손이 그 땅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이스라엘 백성들은 요단강을 건넌 후에 가나안 땅을 점령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렇게 막강한 힘을 가진 가나안 백성들을 점령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 있습니까? 물론 하나님께서 도우셨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이 여호수아를 중심으로 뭉치지 않았다면 결코 가나안 땅을 점령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이제 2020년이라는 한 해를 마감하고 2021년이라는 새해를 맞이하게 됩니다. 어쩌면 지금이 이스라엘 백성들이 요단강을 건너 가나안 땅에 들어갈 때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우리가 지금 힘을 모아 이 어려움을 잘 극복하면 우리에게 2021년은 희망과 기쁨의 해가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호수아와 같이 자신의 안일이나 자신의 명예나 자신의 욕망을 앞세우지 말아야 합니다. 특별히 지도자들이 말입니다. 우리는 2020년 코로나19라는 전염병으로 인해서도 힘들었지만, 나라 돌아가는 모습에 너무나도 안타까운 모습들을 많이 보아야 했습니다. 나라의 지도자들이라는 사람들이 서로를 탓하기에 급급했고,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 힘을 모으기보다는 서로를 향해 비난하는 소리를 수도 없이 들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에게 닥친 환경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로 인해서 더욱 마음이 지친 상태로 한 해를 보내야 했습니다.

   새해에는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도자들은 자기들의 이익이 눈이 멀어 백성을 보지 못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고, 국민들은 지도자를 믿고 힘을 실어주어야 합니다. 르우벤 지파와 갓 지파와 므낫세 반 지파가 여호수아에게 힘을 실어주었듯이 말입니다.

   그건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도 올해 큰 어려움의 시기를 보냈습니다. 교회 안에 문제가 생겨 어려운 것이 아니고, 국가가 교회를 탄압해서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우리가 지금까지 가져왔던 신앙의 형태가 변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어려움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지금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 위기를 잘 극복하면 교회는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고, 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교회는 오늘이라는 상황에 좌초되고 말 것입니다. 이럴 때 교회도 힘을 모아야 합니다. 교회의 지도자들은 자기들의 힘을 빼고 하나님을 먼저 생각하고, 교우들을 위해 인간적인 욕망들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교우 여러분은 교회 지도자들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합니다. 함께 힘을 모아 이 어려움과 위기를 극복하도록 말입니다.

   태풍이 불면 그 강한 바람에 배가 더 빨리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도 있고, 반대로 그 거센 바람을 이겨내지 못하면 그 배는 좌초되고 맙니다. 지금은 우리의 삶에, 그리고 우리의 교회에,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와 지구촌에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거센 바람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준비해야 합니다. 이 어려울 때를 건널 준비 말입니다. 그 준비는 다름이 아니라 힘을 함께 모으는 것입니다. 국가는 국가적 비전을 향해 힘을 모아야 하고,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뜻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개인은 더욱 신앙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오늘 본문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양식을 준비하라고 말씀하신 이유는 요단강을 건너가 치를 전쟁을 준비하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영적 전쟁을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의 신앙을 와해시키려 하는 마귀와의 전쟁을 준비해야 합니다. 오늘처럼 온라인영상예배는 피치 못할 상황에서 마지막 선택한 예배입니다. 집에서 드리는 온라인영상예배가 우리가 하나님께 드릴 온전한 예배는 결코 아닙니다. 이런 상황이 2021년도에도 계속될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럴지라도 우리는 예배와 신앙에 게으르지 않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교회당에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서 분명 우리의 신앙은 위기에 직면하게 되고, 유혹을 받게 됩니다. 좀 더 편하게, 좀 더 쉽게, 좀 더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유혹 말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백성의 관리들은 진중에 두루 다니며 백성들에게 양식을 준비하라는 여호수아의 명령, 하나님의 명령을 전달했습니다. 여기 ‘두루 다닌다.’는 말은 히브리어로 ‘아바르’(רבע)입니다. 이 말은 ‘건넌다, 통과하여 지나간다.’는 뜻을 가진 단어로 ‘유월절’에도 사용된 단어입니다. 애굽에서 탈출하던 첫 번째 유월절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허리에 띠를 띠고 발에 신을 신고 손에 지팡이를 잡고 누룩 넣지 않은 떡을 급히 먹어야 했습니다.(출애굽기 12:11) 왜요? 아주 긴박한 순간이거든요. 오늘 본문에서도 사흘 안에 요단강을 건너가야 하기에 긴박했습니다. 그래서 백성의 관리들이 백성들 사이에 다니며 긴급하게 명령을 전달했습니다.

   오늘 우리의 상황도 긴박한 상황입니다.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긴박한 것이 아닙니다. 코로나가 날로 확산되기 때문에 긴박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보다 훨씬 더 우리가 긴박한 상황임을 인식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신앙입니다. 우리의 신앙이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앙으로 바로 서야만 위기를 이겨나갈 수 있습니다. 신앙으로 바로 서야만 힘든 내일이 예견된다 하더라도 이겨나갈 힘을 얻게 됩니다.

   2020년을 보내고 2021년을 기다리며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신앙을 재정비하는 것입니다. 오직 신앙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신앙의 결단입니다. 우리가 믿음으로 나아가면 하나님께서 반드시 우리를 도우실 것입니다. 여호수아와 이스라엘을 도우신 것처럼 말입니다.

< 2020년 12월 27일 주일낮예배 - 송년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