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소원은 무엇입니까?

< 본문 - 빌립보서 2:12-16 >

   194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독일 출신의 스위스 작가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1962)가 쓴 ‘어거스터스’라는 글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떤 부부가 오랫동안 자식을 낳지 못해 몹시 애타게 자식을 기다렸는데 드디어 바라던 아들을 낳게 되었습니다. 온 집안이 기뻐했고, 그 아이의 이름을 ‘어거스터스’라고 지었습니다. 그날 밤에 신비한 노인이 아이를 낳은 산모에게 나타나 이렇게 말합니다. “아기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내가 축하선물로 당신의 소원을 한 가지 들어주겠습니다. 소원이 무엇입니까?” 산모는 귀하게 얻은 자식을 위해 참으로 많은 소원을 가지고 있었지만 한 가지 소원만 말해야 하기 때문에 오래 오래 생각하다 드디어 이렇게 소원을 말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아이가 되게 해주세요.” 노인은 ‘당신의 소원을 들어 주겠다.’고 대답하고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엄마의 그 소원대로 아이는 부모님의 사랑, 형제의 사랑, 선생님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고, 이웃의 사랑까지도 독차지하며 많은 칭찬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사랑을 받기만 할 뿐 남을 사랑할 줄 모르는 교만한 사람으로 변해가고 말았습니다. 사랑을 받을 줄만 알았지 베풀지 못하니까 자기중심적인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결국 그 아이가 노인이 되었을 때 그는 비참하고 쓸쓸한 인생을 사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때 옛날 산모에게 나타났던 노인이 어거스터스에게 나타나 이렇게 물었습니다. “어거스터스, 당신은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았지요. 그대는 진정 행복합니까?” 어거스터스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닙니다. 내 마음은 너무 허전합니다. 공허합니다. 외롭습니다. 할 수만 있으면 새롭게 축복해 주십시오. 섬김을 받으며 살지 않고 섬기며 살 수 있도록, 그리고 도움만 받지 않고 남을 도와주며 살 수 있도록, 대접받기 보다는 대접하며 살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사랑받는 사람이 되게 해 달라’는 것, 얼마나 좋은 소원입니까? 그러나 사랑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엄마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새벽의 여신 에오스(Eos)가 나옵니다. 이 에오스는 젊은 남자만 보면 사족을 못씁니다. 그래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의 연인인 전쟁의 신 아레스(Ares)와 애정행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에 대한 벌로 아프로디테는 에오스에게 ‘죽을 운명을 가진 젊은 인간만을 사랑하게 되는 저주’를 내립니다. 그래서 새벽의 여신 에오스는 지평선 위로 올라올 때마다 젊은 청년이 어디 있나 두리번거리게 됩니다. 에오스는 어쩔 수 없는 이 행동이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히게 되었고, 이것 때문에 동이 트는 새벽의 하늘이 붉게 물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에오스는 지평선에 떠오르면서 트로이의 왕자 티토노스(Tithonos)에게 보고 그에게 반하고 맙니다. 티토노스는 키도 크고, 여자라면 누구나 반할 정도로 잘 생긴 청년이었습니다. 그런 티토노스에게 반한 에오스는 티토노스를 에티오피아로 납치해 가서, 그를 남편으로 삼고 에티오피아의 왕의 자리에 앉혔습니다. 그러나 에오스에게 걱정이 하나 생겼습니다. 자신과 달리 티토노스는 인간인기 때문에 언젠가 늙어 죽게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영원히 티토노스와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에오스는 제우스 신을 찾아가서 ‘티토노스를 영원히 죽지 않게 해 달라.’고 부탁했고, 제우스는 에오스의 그 간절한 부탁을 들어주고 맙니다. 이제 티토노스와 영원히 행복하게 살 것만 같았던 에오스에게 또 다른 고민이 생겼습니다. 어느 날 보니 티토노스의 머리가 하얗게 변하고, 늘어진 피부에 주름이 날로 깊어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때서야 에오스는 자신의 소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우스에게 티토노스가 영원히 죽지 않게 해 달라고 소원을 빌 때 ‘티토노스가 늙기 않게 해 달라.’는 소원을 빼먹고 말았던 것입니다. 젊은 남자만을 원했던 에오스에게 보기 흉하게 늙어가는 티토노스는 더 이상 사랑할 대상이 아니었고, 결국 늙은 티토노스를 궁전 구석방에 가두고 맙니다. 에오스에게 버림받고 늙어 몸조차 가눌 수 없는 티토노스를 불쌍히 여긴 제우스는 그를 매미로 변신시키고 말았습니다.

   우리 인간의 생각이 그렇게 짧습니다. 우선 당장 보기에는 젊고 아름다우니까 영원히 그런 모습으로 있을 것 같았기에 ‘영원히 죽지 않게 해 달라.’고 하면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젊음이 사라지고 늙고 초라해지니까 자신이 처음 빌었던 소원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두 이야기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시겠지요? 우리는 여러 가지 소원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소원을 기도로 하나님께 요청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때론 우리가 드린 기도를 응답해 주시지 않는다고 불평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리가 드린 기도가 정말 하나님의 뜻에 맞는 기도인지 말입니다. 아니 우리가 드린 기도가 정말 우리 자신에게 유익이 되는 기도인지 말입니다. 지금 우리는 바른 기도를 하고 있는 건가 하고 말입니다. 자신의 아이를 위해 ‘사랑받는 사람이 되게 해 달라’는 소원이나, ‘자신이 사랑하는 젊은이가 영원히 죽지 않게 해 달라’는 소원 역시 소원을 빌 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기도요 잘못된 소원인지 드러났습니다. 그러면 왜 그렇게 좋은 소원과 기도가 나중에는 우리에게 좋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고 마는 것입니까? 사랑받는 사람이 되게 해 달라는 기도도 좋은 의미의 기도입니다. 사랑하는 이가 영원히 죽지 않게 해 달라는 기도도 그의 입장에서는 좋은 의미의 기도였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 속에서 우리는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빌립보 교회 교인들에게 이렇게 권면합니다. “그러므로 나의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나 있을 때뿐 아니라 더욱 지금 나 없을 때에도 항상 복종하두럽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 ‘구원을 이루라’는 말이 조금 어색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구원을 받았다’는 말에 아주 익숙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구원받았다’고 말할 때에는 예수 그리스도를 나의 구주로 믿고, 그 예수님께서 나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나의 죄를 용서해 주셨음을 고백하며 그 십자가의 은혜로 하나님 아버지의 영접을 받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그 십자가의 은혜로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날 때에는 하나님 나라인 천국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구원을 이루라’는 말은 그 의미가 다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음으로 구원을 받은 것은 구원의 시작일 뿐입니다. 비유하자면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구원을 받았다고 말하는 것은 학생이 대학에 입학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는 대학에 입학하여 학생증을 받고 그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그 학교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다 갖춘 학생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학교에 입학했으면 그 학교에서 가르치는 가르침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나중에 그 학교를 졸업할 때 그 학교의 위상에 맞는 학생이 되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구원을 받았다고 말하는 것은 학교에 입학한 것과 같습니다. 하나님의 나라 백성으로 입학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하나님 나라의 학생답게, 하나님 나라의 백성다운 모습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하나님 나라의 백성답게 자라가야 합니다. 그것이 구원을 이루라는 말씀의 의미입니다.

   그래서 구원을 받은 사람은 구원을 이루기 위해서 힘써야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구원을 이루는 것이 우리의 힘과 노력으로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학교에 입학한 학생이 열심히 공부를 하지만 교수님과 선생님들의 지도와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우리가 하나님 나라의 백성다운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모델이신 그리스도를 닮아가야 합니다. 그리스도를 닮아가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의 영이신 성령의 인도를 받아야 합니다. 전적으로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지 않으면 우리는 주님을 닮은 삶을 살 수 없고, 그리스도인으로 성숙해질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구원을 받은 것도 하나님의 은혜이지만, 구원을 이루는 것도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구원을 이루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오늘 본문 12절에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항상 복종하여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 여기서 ‘복종하여’라는 말씀은 오늘 본문 바로 앞인 빌립보서 2:5절 이하에 나오는 그리스도의 복종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그렇습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하늘 영광의 보좌를 버리시고 이 땅에 오셨습니다. 자기를 낮추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낮추심은 하나님의 뜻에 복종하여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셨습니다.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하나님의 뜻을 이루셨습니다. 그것이 그리스도의 복종입니다. 우리가 구원을 이루기 위해서는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나님께 복종하신 주님을 닮아 우리도 자기를 비우고 낮추는데 복종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13절에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 안에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에게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나니.” 우리가 우리 자신을 낮춰 하나님께 복종함으로 구원을 이루어가는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서 역사하시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우리가 구원받은 믿음의 사람이 되면 우리 안에 거룩한 소망이 생깁니다. 주님을 더 닮고 싶다는 소망입니다. 그것을 오늘 본문의 표현으로 한다면 구원을 이루어가려는 소원이 생깁니다. 그것은 우리 스스로 갖는 마음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그런 거룩한 소망을 주셨기 때문에 우리 마음에 생긴 소원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구원을 이루어가는 거룩한 소원’을 주신 이유는 15절에 말씀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그러지고 거스르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씀입니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세상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거룩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서 어그러진 세상입니다. 그래서 그런 세상에 우리의 삶을 맡기면 우리는 분명 세상의 어그러지고 거스르는 풍파에 휩쓸려 살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의 뜻에서 어그러지고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세상에서 우리가 믿음 사람답게 구원을 이루어 가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뜻에 복종해야 합니다. 로마서 12:2절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신 것처럼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주님을 닮는 거룩한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나만 바르게 사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구원은 나 홀로 하나님 앞에 선 단독자로 받는 것이지만, 구원을 이루어가는 것은 나 홀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구원을 이루어가도록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교회라는 공동체를 주셨습니다. 그 교회 공동체의 믿음의 형제들과 함께 구원을 이루어가야 합니다.

   오늘 본문은 반복해서 “너희”라는 복수를 사용하고 있음에 우리가 주의를 기울어야 합니다. 특별히 13절에서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라는 말씀에서 ‘너희 안에서’라는 말은 ‘너희 공동체 안에서’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너희 공동체 안에서 구원을 이루라’는 말씀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그리스도의 뜻을 온전히 이루라는 의미입니다. 교회가 교회다울 수 있는 것은 세상과 다른 가치관, 세상과 다른 삶의 모습을 보여줄 때입니다. 사도 바울은 믿음의 아들인 디모데에게 편지를 쓰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을 이렇게 말씀합니다. “사람들이 자기를 사랑하며 돈을 사랑하며 자랑하며 교만하며 비방하며 부모를 거역하며 감사하지 아니하며 거룩하지 아니하며 무정하며 원통함을 풀지 아니하며 모함하며 절제하지 못하며 사나우며 선한 것을 좋아하지 아니하며 배신하며 조급하며 자만하며 쾌락을 사랑하기를 하나님 사랑하는 것보다 더하며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경건의 능력을 부인하니 이같은 자들에게서 네가 돌아서라.”(디모데후서 3:2-5) 이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이것을 거꾸로 읽으면 우리 믿음의 사람들이 살아야 할 모습입니다. ‘자기를 사랑하는 것처럼 이웃을 사랑하며, 돈보다는 영원한 가치를 더 사랑하고, 자기를 뽐내지 않고, 겸손하며, 하나님과 이웃을 조롱하지 않으며, 부모님께서는 순종하고, 작은 일상에서도 감사하며, 매일의 삶에서 구별된 자로 살며, 이웃의 아픔에 함께 마음 아파하며, 이웃과의 불편한 관계를 스스로 풀어가며, 이웃에 대해 거짓말을 지어 비난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줄 알며, 이웃에 대해 너그럽고, 선을 행하기를 좋아하고, 사람을 끝까지 믿어주고, 마음이 조급하지 않고, 자아도취에 빠지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하나님을 최고로 사랑하며, 껍데기가 아닌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여 믿음의 능력으로 사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믿음의 사람들의 모습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분명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을 주십니다. 선한 마음 말입니다. 신앙인이 신앙인답게, 인간이 인간답게 살고 싶은 그런 마음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렇게 우리에게 선한 마음을 주신 하나님의 음성과 강권하심을 애써 거부하고 세상의 소리에만 우리 귀를 열어 세상 방식과 세상의 삶을 좋아하면 우리는 세상을 닮아가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세상을 닮지 않고 하나님을 닮으며, 세상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거룩하고 선한 모습을 사모하며 사는 마음을 주십니다. 우리가 하나님께서 주신 그런 마음을 잃지 않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구하며 산다면 우리는 우리를 통해서 구원을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할 수 있고, 하나님의 구원을 이루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 마음을 오늘 본문에는 ‘소원’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소원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으로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고 싶은 소원입니다. 세상을 닮아가지 않고 하나님을 닮아가는 거룩한 백성으로 살고 싶은 소원입니다. 비록 험한 세상이지만, 그래서 우리의 생각을 어지럽게 하고 우리의 마음을 소란스럽게 만드는 세상이지만, 이 세상에서 세상을 닮아가지 않고 하나님을 닮아가고 싶은 거룩한 마음을 품고 살고 싶다는 소원입니다. 여러분, 지금 우리 마음에 이런 소원이 있습니까?

   믿음의 공동체인 교회 안에서 내가 믿는 사람답게 교회를 섬김으로 인해 우리가 속한 교회 공동체도 구원을 이루어가야 합니다. 오늘 본문 14절 말씀에서는 그런 소원을 이루어가기 위해서는 ‘원망과 시비가 없어야 한다.’고 말씀합니다. 혹 믿음의 삶을 살면서 어려움을 당하거나, 교회공동체 안에서 힘든 일을 만났을 때 다른 사람 탓을 하면서 불평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주님을 닮은 거룩한 삶을 산다고 하면서 어떤 사소한 문제로 인해서 서로 갈등하고 분쟁을 일으키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런 것이 우리가 믿음 안에서 성숙해지고 구원을 이루어 가는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지금 우리 마음에 이런 소원이 있습니까? 우리 교회가 올해 하나님의 선한 역사를 이루어감에 있어 혹 어려움이 생기지 않기를, 어려움이 생긴다면 내가 그 책임을 질지언정 남의 탓을 하지 않겠다는 그런 마음의 소원 말입니다.

   우리는 올해 2021년을 시작하면서 한해의 소원을 품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신년감사예배를 각 가정에서 드리면서 우리의 기도제목을 하나님께 올려드렸습니다. 그 기도의 제목이 무엇이었습니까? 사람마다 기도의 제목이 다를 것입니다. 여러분이 써낸 기도의 제목을 저도 읽고 저도 여러분의 마음이 되어 기도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코로나19를 이겨내고 교회와 삶이, 신앙과 마음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기도제목을 쓰셨습니다. 어떤 분은 건강을 위해서, 어떤 분은 삶에 여유가 생기기를 위해서, 어떤 분은 가정에 평안을 위해서 기도한다고 쓰셨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간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그 많은 기도의 제목, 그 모든 소원을 단 하나로 요약한다면 어떤 소원입니까? 우리가 마지막으로 하나님께 기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는 무어라 기도하시겠습니까? 올해 우리 교우들이 모두 평안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그 다음을 물어야 합니다. 평안해서 어찌하겠다는 것입니까? 우리 모든 교우님들이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건강한 몸으로 어떻게 사시겠다는 것입니까? 우리 자녀들이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도 가고 좋은 직장에도 취업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가서 어떤 사람이 되라는 것입니까? 우리 모든 가정에 하나님의 은혜가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가정에 은혜가 가득하여 뭘 하겠다는 것입니까? 저도 코로나19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코로나19가 끝나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입니까?

   우리의 소원이 거기에 그치면 안 됩니다. 우리에게는 그 모든 것보다 더 큰 소원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드리는 모든 기도의 제목이 이루어져야 하는 목적이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오늘 본문의 표현으로 한다면 ‘구원을 이루어가는 것’입니다. 구원받은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구원받은 기쁨과 감격을 가지고 성숙한 하나님의 백성답게 사는 것 말입니다. 우리가 성숙한 믿음의 사람, 구원을 온전히 이루어가는 믿음의 삶을 살면, 그것이 하나님께 기쁨이요 영광이 됩니다. 그러면 우리가 굳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산다고 말하지 않아도 성숙한 믿음의 사람이 되면 그런 우리의 모습에서 하나님의 영광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우리가 세상에 빛을 비춰주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아도, 구원을 이루어가는 성숙한 믿음으로 살면 우리의 삶에서 빛이 비춰집니다.

   여러분, 우리의 기도나 소원이 세상 사람들이 누구나 갖는 그런 것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서두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내 사랑하는 아이가 세상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기를 원하는 것은 세상 누구나 갖는 소원입니다. 우리 가족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소원 역시 세상 모든 사람이 갖는 소원입니다.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소원도, 큰 어려움이 없이 살고 싶다는 소원도, 우리 자녀들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원도, 코로나19가 빨리 끝나고 일상이 회복되었으면 좋겠다는 소원도 모두 세상 사람들 누구나 갖는 소원입니다.

   물론 우리도 그것을 소망합니다. 그것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그런데 거기에 그치면 안 됩니다. 우리 믿음의 사람들은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어찌 하겠다는 것입니까? 내 마음에 갖는 소원, 그것보다 더 근본적이고 더 본질적인 소원이 있어야 합니다. 내가 구원을 이루어감으로 나를 통해서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나고, 나를 통해서 어두운 세상에 빛이 비춰지는 사람이 되는 것 말입니다. 그런 소원을 갖고 살면 본문 16절의 말씀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나의 달음질이 헛되지 아니하고, 수고도 헛되지 아니함으로 그리스도의 날에 내가 자랑할 것이 있게 하려 함이라.” 구원을 이루어가는 거룩한 소원을 가지고 살면 우리의 삶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거룩한 소원을 가지고 달려가면 우리가 믿음으로 살면서 하는 그 많은 수고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 주님 앞에 설 때에 주님 앞에 부끄럽지 않게 설 수 있을 것입니다.

< 2021년 1월 24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