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어리석은 질문②

< 본문 - 말라기 1:6-8 >

   마가복음 12장에 보면 어떤 서기관이 예수님을 찾아와 이렇게 묻습니다. “모든 계명 중에서 첫째가 무엇이니이까?” 그러자 예수님께서 우리가 잘 아는 대답을 해 주셨습니다. “첫째는 이것이니 이스라엘아 들으라 주 곧 우리 하나님은 유일한 주시라.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신 것이요 둘째는 이것이니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것이라. 이보다 더 큰 계명이 없느니라.”(마가복음 12:29-31) 이 말씀은 구약 율법을 가장 쉽게 요약한 말씀입니다. 그 말씀을 우리가 좀 더 쉽게 요악한다면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 그것이 곧 신앙이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신앙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그런데 하나님을 사랑함에 있어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예수님께서 대답하신 것처럼, 우리가 사랑해야 할 하나님이 유일하신 주님이시라는 것입니다. 유일하신 주님이시라는 말은 우리가 사랑해야 할 신은 여호와 하나님 한 분 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세상의 사람들이 다른 어떤 신을 섬긴다 하더라도 우리의 신앙은 오직 여호와 하나님 한 분만 사랑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하나님을 사랑할 때 대충 해서는 안 됩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사랑해야 합니다. 이 말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다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동원하여 사랑하라는 말씀입니다. 오늘날 현대인들이 사용하는 조금 더 고상한 말로 한다면 전인격적으로 하나님을 사랑하라는 말씀입니다. 우리의 생각, 우리의 의지, 우리의 말, 우리의 행동, 우리의 습관, 우리의 감정이나 느낌, 우리의 성품, 우리의 소유, 우리의 재능, 우리의 시간, 우리의 노력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동원해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믿음의 모습입니다.

   그 사랑이라는 말을 하나님께 적용할 때 쓰이는 또 다른 표현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경외’라는 말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말의 또 다른 표현이 ‘하나님을 경외한다.’는 말이라는 것입니다. 성경에 하나님을 경외하라는 말씀이 참 많이 나옵니다. 어쩌면 하나님을 사랑하라는 말보다도 하나님을 경외하라는 표현이 훨씬 더 많이 나옵니다. ‘경외하다.’는 말의 히브리어는 야레(ארי)인데, 구약성경에서 이 단어가 무려 435회나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성경에서는 하나님을 경외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경외한다’는 말의 일차적인 의미는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두려워한다는 말이 무서워 피하고 숨고 멀리하고 싶은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라, 존경하고 온 맘을 다해 하나님과 동행하기를 원하는 긍정적인 감정을 표현한 말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미국의 복음주의 신학자인 존 파이퍼(John Stephen Piper, 1946-) 목사님의 이야기에서 그런 감정이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존 파이퍼 목사님의 아들 칼스턴이 6살일 때의 일입니다. 목사님은 아들과 함께 티건이라는 분의 집을 방문했었습니다. 티건 씨가 파이퍼 목사님 부자를 맞이하기 위해서 집 문을 열었을 때 그 문 옆에 엄청나게 큰 개가 한 마리 있었습니다. 그 개는 눈을 부라리면서 아들 칼스턴을 쳐다보았습니다. 잠시 후, 목사님이 차에 놔두고 온 것이 있어 아들 칼스턴을 시켜 가져오게 했습니다. 아들이 물건을 가지러 차로 가자, 개가 여섯 살 난 아이 뒤에서 그 키만큼 뛰어오르면서 으르렁 대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아들은 겁에 질렸습니다. 그러자 집 주인 티건이 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아들에게 이렇게 외쳤습니다. “칼스턴, 도망가려고 하지 마렴. 그 개는 사람들이 자기로부터 도망가려 하는 걸 되게 싫어한단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냥 그 개 옆으로 걸어가렴. 그냥 그 개 목 주위를 손으로 한 번 쓰다듬어 주렴.”

   존 파이퍼 목사님은 그의 말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경외한다는 것은 하나님이 두려워 하나님에게서 멀리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그분과 겸손히 동행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당신에게서 멀리 도망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십니다. 비록 하나님은 전능자이시고 영생하시는 분이시지만, 한 없이 부족하고 연약한 우리가 당신에게서 멀리 도망치지 않고 늘 곁에 함께 있는 것을 기뻐하십니다. 그러면 우리에게는 그 어떤 것도 두려움이 될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을 경외한다는 것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 분명 하나님은 두려우신 분입니다. 느헤미야 4:14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그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지극히 크시고 두려우신 주를 기억하고 너희 형제와 자녀와 아내와 집을 위하여 싸우라.” 주변에 위협하는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크시고 두려우신 하나님을 기억하라고 말씀합니다. 진짜 두려워야 해야 할 분은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시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내가 내 친구 너희에게 말하노니 몸을 죽이고 그 후에는 능히 더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말라. 마땅히 두려워할 자를 너희에게 보이리니 곧 죽인 후에 또한 지옥에 던져 넣는 권세 있는 그를 두려워하라.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를 두려워하라.”(누가복음 12:4-5) 우리를 위협하고 죽이려 하는 힘 있는 사람을 두려워하지 말고 지옥에 던져 넣을 권세를 가지신 하나님을 두려워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렇습니다. 분명 하나님은 두려우신 분이십니다. 그런데 우리가 하나님과 함께 하면 하나님은 우리에게 결코 두려우신 분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에게 한량없는 은혜를 베풀어주시는 분이십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우리에게 두려움의 하나님의 아니라 사랑의 하나님으로 다가오시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하면 하나님은 우리에게 언제나 사랑의 하나님으로 다가오십니다. 그런데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으면 하나님은 두려움의 하나님이 되고 맙니다. 심판의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라기의 말씀에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을 향해 던진 두 번째 어리석은 질문이 등장합니다. 우리는 지난주에 말라기 선지자 시대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께 던진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나는 너희를 사랑한단다.’라고 말씀하시는데,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증거가 뭐냐?’고 항의하듯 따져 물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지난 역사 속에서 단 한 순간도 이스라엘을 버리시거나 잊으신 적이 없으셨습니다. 심지어 그들이 죄를 범하여 하나님께 등을 돌릴지라도, 그래서 그들이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나라가 멸망당하는 순간에도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사랑하셨습니다. 그리고 어렵고 힘든 삶의 여건으로 인해 몸부림치는 현실 속에서도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사랑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그 사랑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멈춘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하나님의 사랑의 품에서 떠나 있었기 때문에 사랑을 느끼지 못한 것입니다. 그들이 하나님을 잊었기 때문에 하나님의 사랑을 느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서도 종교지도자이라고 하는 제사장들에게 주신 말씀입니다. 제사장은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는 사람들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을 대신해서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들입니다. 그러기에 누구보다도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을 경외하며 하나님을 바르게 섬겨야 할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런 제사장들이 하나님을 바르게 섬기지 못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는 제사장들을 가리켜 ‘내 이름을 멸시하는 제사장’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을 멸시하는 일들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는 뜻이 내포된 말씀입니다. 하나님께서 ‘너희가 내 이름을 멸시했다’고 말씀하시자 제사장들이 이렇게 반문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주의 이름을 멸시하였나이까?”

   그러면 제사장들이 하나님을 어떻게 멸시한 것입니까? 오늘 본문은 두 가지 면에서 제사장들이 하나님을 멸시했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마땅히 공경을 받으셔야 할 하나님을 공경하지 않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하나님께서는 탄식하듯 이렇게 물으십니다. “아들은 아버지를, 종은 그 주인을 공경하나니 내가 아버지일진대 나를 공경함이 어디 있느냐? 내가 주인일진대 나를 두려워함이 어디 있느냐?” 아들이 아버지를 공경하는 것, 종이 상전인 주인을 공경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사람이라면 사람된 도리로서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제사장들은 그런 당연한 것조차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쉽게 표현하면 제사장이라는 직함은 고사하고 인간됨 자체가 안 되어 있다는 말씀입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아버지가 되시고 주인이 되신다는 것은 성경을 통해서 너무나도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을 이스라엘 되게 하신 분이 하나님이십니다. 그들의 조상 아브라함을 이방 땅에서 불러 가나안으로 인도하신 분도 하나님이시고, 이스라엘 백성들을 400년 동안 종살이 하던 애굽 땅에서 이끌어내시고 그들과 언약을 맺으신 분도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이 아니었으면 이스라엘은 존재할 수가 없었습니다. 때로는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배신하고 등질지라도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하시듯 그들을 사랑으로 보듬으시고, 집을 나간 탕자를 기다리시는 아버지의 심정으로 그들을 기다려주기도 하셨습니다.

   종은 주인을 마땅히 두려워합니다. 고대사회에서 주인은 종의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인의 인품이 어떠하든지 종은 주인을 두려워하게 되어 있습니다. 만일 그 주인이 인품이 좋고 종을 친 자식처럼 아끼는 사람이라면 종은 두려워하는 것을 넘어 그 주인을 공경하고 사랑합니다. 그렇게 좋은 주인을 만났다는 것이 자신에게는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알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이스라엘에게 어떤 주인이셨습니까? 하나님은 주인이심에도 이스라엘을 강압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그들을 사랑하시고,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셨습니다. 주인이신 하나님을 의지할 때에는 어떤 어려움에 처했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을 그 어려움에서 구원해 주셨습니다. 이스라엘의 주인이신 하나님은 한없이 자비로우신 주인이셨습니다. 한없는 능력으로 품으시고 이끌어주신 주인이셨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그런 아버지 하나님을 잊어버렸습니다. 자기들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잊어버렸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우리가 어떻게 주의 이름을 멸시하였나이까?’라고 묻고 있습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로 인정하지 않는 배은망덕한 아들이야말로 아버지의 이름을 멸시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주인을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종이야말로 주인의 이름을 멸시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더군다나 제사장이 어떤 사람들입니까? 그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하나님 앞으로 인도하는 사람들입니다. 죄를 지은 백성들을 대신해서 하나님의 은혜를 간구하고, 하나님의 용서하시는 은혜를 먼저 받고 백성들에게 그 은혜를 선포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하나님의 은혜를 잊어버렸습니다. 아니 자기들이 한 행동에 대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조차도 알지 못했습니다. 자신들의 행위가 하나님의 이름을 멸시하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알지 못했습니다. 영적으로 완전히 무감각해진 것입니다.

   가장 영적으로 민감하게 하나님 앞에 서야할 제사장들이 왜 그렇게 영적으로 무감각해져버린 것입니까? 하나님 앞에 온전한 제사를 드리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깊은 영성을 가지고 살아야 할 제사장들인데, 그들이 왜 그렇게 영적으로 무감각해진 사람들이 되고 만 것입니까? 그것은 하나님의 사랑을 잊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을 사랑하신 하나님의 사랑이 얼마나 크고 놀라운 것인지를 잊어버리니까 영적으로 무감각해진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이름을 멸시하면서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왜 잘못되었는지조차 알지 못한 것입니다. 그래서 어리석게도 ‘우리가 어떻게 주의 이름을 멸시하였느냐?’고 항변하는 어리석은 질문을 던진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제사장들이 하나님의 이름을 멸시한 두 번째 모습은 제사를 드리는 것에서 드러납니다. 우리가 성경을 통해서 읽는 것처럼, 하나님께 제사를 드릴 때에는 최고로 정성을 들여야 합니다. 지존하신 하나님이시기에 그 하나님의 이름에 합당한 제사를 드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물을 바칠 때에도 흠없는 것으로 드려야 한다고 성경은 말씀합니다. 율법에서 제사를 드리는 방법에 대해서 말씀하실 때 반복되어 나타나는 말이 바로 그것입니다. “흠이 없는 것으로!” 제사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무언가를 드릴 때에도 하나님께서는 언제나 최고의 정성을 요구하십니다. 아들을 낳았을 때 첫 아들이 하나님의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도, 짐승이 새끼를 낳았을 때에도 첫 새끼를 하나님께 바치라고 하신 이유도, 보리추수를 시작하면서 처음 거둔 곡식 가운데 첫 열매를 하나님께 드리라고 말씀하신 이유도 다 똑같습니다. 하나님께 최선의 것으로 드리라는 것입니다. ‘처음 것’은 나의 온 정성이 다 들어가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 제사를 드릴 때 쓰는 기름도 최상품을 사용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최고를 받으셔야 할 분이기시 때문입니다.

   심지어 사람에게 배상할 때에도 가장 좋은 것으로 배상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출애굽기 22:5절입니다. “사람이 밭에서나 포도원에서 짐승을 먹이다가 자기의 짐승을 놓아 남의 밭에서 먹게 하면 자기 밭의 가장 좋은 것과 자기 포도원의 가장 좋은 것으로 배상할지니라.” 내가 남에게 손해를 입혔을 때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데, 배상할 때 내가 가지고 있는 것 가운데 제일 좋은 것으로 배상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사람에게 배상할 때에도 가장 좋은 것으로 배상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라면 더 말할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그러면 하나님께서는 왜 그렇게 처음 것, 가장 좋은 것, 최상의 것을 요구하시는 것입니까? 그것은 하나님께서 욕심이 많으셔서 그런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존재하심에 맞게 드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인정하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우리 인생에 최고로 인정하라는 것입니다. 제사는 그런 것입니다. 하나님을 우리의 삶에 최고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드리는 예배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배는 하나님을 내 가치의 최고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최고로 인정하며 드리는 예배일 때에만 그 예배가 예배가 됩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제사장들은 최고의 것으로 제사를 드리지 않았습니다. 7절에서 말씀합니다. “너희가 더러운 떡을 나의 제단에 드리고도 말하기를 우리가 어떻게 주를 더럽게 하였나이까 하는도다.” 그들은 최고의 것으로 드리지 않았습니다. 정성을 들이지 않았습니다. ‘더러운 떡을 제단에 드렸다’는 말은 오래 되어 곰팡이가 핀 떡을 진설병으로 바쳤다는 뜻입니다. 레위기 24장에 의하면 성막 안에 항상 진설해 놓아야 할 진설병은 제사장이 안식일마다 새로운 것으로 바꿔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바꿔놓은 그 떡은 반드시 아론과 그의 자손들만 먹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거룩하게 여겼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말라기 선지자 시대 이스라엘의 제사장들은 곰팡이가 핀 떡을 제단에 드렸습니다. 어쩌면 곰팡이가 필 때까지 진설병을 교체하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에 관심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진설병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8절에서는 ‘눈 먼 희생제물을 하나님께 바쳤다’고 말씀합니다. ‘눈 먼 희생제물’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눈이 멀어 앞을 보지 못한 희생제물’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것은 당연히 제물로 드릴 수 없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저는 것과 병 든 것’을 하나님께 드렸습니다. 이런 짐승도 하나님께 결코 드릴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스라엘의 제사장들은 드려서는 안 되는 것, 드릴 수 없는 것을 하나님께 드렸습니다.

   하나님께서 얼마나 답답하시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것을 너희 총독에게 드려 보라. 그가 너를 기뻐하겠으며 너를 받아주겠느냐?” 쉽게 말하면 사람에게 주어도 기뻐할 수 없는 것을 하나님께 드렸다는 말씀입니다. 인간인 총독이 그런 것을 받는다면 분명 기쁜 나빠하고 화를 낼 것입니다. ‘이런 것을 선물로 가져왔느냐!’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것을 하나님께 드렸습니다.

   여러분, 이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예배할 때 어떤 자세로 예배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기 때문입니다. 구약의 제사가 신약시대에는 예배라고 한다면, 우리의 예배가 말라기 선지자 시대의 제사장들처럼 예배를 드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우리 자신을 성찰해야 합니다. 사람에게 드려도 사람이 기뻐하지 않는 것들로 우리가 하나님께 드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람 앞에 설 때 예의 없다고 불쾌할 수 있는 모습으로 우리가 하나님께 예배드린다고 앉아 있는 것은 아닌지 하고 말입니다. 하나님께 예물 드리면서 많이 드리라는 것이 아닙니다. 정성을 들이라는 것입니다. 예물을 준비할 때에도 정성을 들여 준비하여 드려야 합니다. (고리타분한 이야기인지 모르지만) 우리 옛날 믿음의 선배들은 헌금을 드릴 때 새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다리미로 정성껏 다려서 헌금을 드렸습니다. 다리미로 다린다고 만 원짜리가 2만원의 가치로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하나님께 최선의 것을 드리기 위해서 그렇게 정성을 들인 것입니다. 구시대의 이야기라고 치부할 문제가 아닙니다. 마치 길거리 노숙인에게 적선하듯 대충 주머니에 있는 것을 꺼내 헌금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복장이나 자세도 그렇습니다. 예배드릴 때 비싼 옷을 입으라는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십시다. 대통령이 나를 청와대로 초청했을 때 우리는 어떤 옷을 입고 가겠습니까? 내가 가지고 있는 옷 중에서 가장 좋은 옷, 가장 멋진 옷을 입고 갈 것입니다. 옷을 이리저리 살펴본 후에 뭔가 모자란다고 생각되면 정성껏 세탁이라도 해서 입고 갈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 앞에 나와 예배드릴 때에는 어떻습니까? 그만큼 옷에 신경을 쓰십니까? 어쩌면 이렇게 물으면 어떤 분은 이렇게 되물을지 모릅니다. ‘대통령보다 하나님이 더 편하고 하나님을 더 자주 만나니까 신경을 덜 쓰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말 그렇습니까? 대통령보다 하나님이 더 편하고 친하니까 신경을 덜 쓰는 것입니까? 대통령만큼 하나님을 존귀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은 아닌가요? 특별히 코로나19로 가정에서 예배드리는 때가 많은데, 가정에서 예배드릴 때 우리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최소한 목사가 심방갈 때 준비한 것만이라도 정성을 들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러분, 예배만이 아니라 우리가 하나님을 생각할 때 어떤 분으로 생각해야 하는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을 대충 대할 수 있는 분으로, 우리가 대충 섬겨도 되는 분으로 생각한다면 오늘 본문에 나오는 제사장들과 우리가 결코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이름을 멸시하고,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하고서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는 제사장들처럼 말입니다. 그러면서 우리도 어리석은 질문을 할 것입니다. ‘내가 뭐 하나님의 이름을 멸시했다고 그러십니까?’

   여러분, 우리 마음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잊어버리면 하나님을 향한 정성이 사라지고 맙니다. 사랑을 잃어버리면 하긴 하더라도 의무적으로 할 뿐입니다. 하나님을 향한 사랑을 잃어버리면 예배를 드려도 의무적으로 예배를 드립니다. 예물을 드려도 의무감에서, 예물 드리지 않으면 복 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니면 예물을 드리지 않으면 벌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예물을 드리게 됩니다.

   여러분, 우리 깊이 생각해 보십시다. ‘나는 지금 하나님의 이름을 멸시하고 있지는 않는지’ 하고 말입니다. 하나님은 나를 통해서 영광 받으시길 원하십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나의 모습을 기뻐 받으시길 원하십시다. 우리의 헌신도, 우리의 예배도, 우리의 삶도 모두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시는 예배가 되기를 원하십니다.

   우리의 모습이 하나님께 기쁨이 될지언정 하나님의 이름을 멸시하는 모습이 되지 않도록 깨어 있는 신앙으로 사십시다. 우리의 예배와 섬김이 하나님께 영광이 될지언정 하나님의 얼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이 되지 않도록 정성을 다하여 예배를 드리십시다. 하나님은 최고로 지존하신 분이십니다. 최고의 것을 받으시기에 마땅하신 분이십니다. 우리가 결코 멸시거나 가볍데 대할 수 없는 분이십니다. 하나님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 2021년 2월 14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