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어리석은 질문⑥

< 본문 - 말라기 3:8-12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헤르메스(Hermes)는 태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한 것이 도둑질이었다고 합니다. 그것도 태어난 바로 그 날에 말입니다.

   헤르메스는 제우스(Zeus)가 그의 아내 헤라(Hera)의 눈을 피해 키레네 산의 한 동굴에서 마이아(Maia)와 사랑을 나누어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요람에서 걸어나온 헤르메스는 마케도니아의 피에리아(Pieria)로 날아갑니다. 거기에는 헤르메스의 이복형인 아폴론(Apollo)이 아버지를 화나게 한 죄로 테살리아의 왕 아드메토스(Admetos)의 소떼를 1년간 지키는 형벌을 받고 있었습니다. 헤르메스는 아폴론이 음악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에 아폴론의 소떼를 훔쳐 필로스 동굴로 끌고 갑니다.(사진1) 그리곤 거기에서 소 몇 마리를 올림포스 신들에게 제물로 바치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태어난 키레네 동굴로 돌아옵니다. 자신이 지키고 있는 소떼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안 아폴론은 범인을 찾아 헤매다가 헤르메스가 훔쳤다는 사실을 알고는 키레네 동굴로 찾아갑니다. 아폴론이 헤르메스에게 자신의 소떼를 내놓으라고 하지만, 헤르메스는 ‘태어난 지 하루 밖에 되지 않는 자신이 어떻게 도둑질을 할 수 있겠느냐?’고 잡아뗍니다. 결국 제우스가 이 분쟁에 중재자로 나서 헤르메스에게 아폴론의 소를 돌려주라고 명령합니다. 그러자 헤르메스는 아폴론에게 협상을 제안합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아폴론 앞에서 자신이 거북이 등껍질로 만든 악기인 리라(lira-사진2)를 연주하여 아폴론의 마음을 사로잡은 후에, 그 리라를 아폴론이 갖고 있는 케리케리온(Kerykerion)이라는 지팡이와 맞바꿀 뿐만 아니라 소떼를 훔친 일을 없었던 일로 마무리합니다. 그렇게 헤르메스는 거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합니다. 그래서 헤르메스가 거래와 상업의 수호신으로 추앙받고 있기도 합니다. 제우스는 그렇게 영리한 헤르메스를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그에게 ‘소원을 말하면 들어주겠노라’고 약속을 합니다. 그러자 헤르메스는 3가지 소원을 이야기합니다.(사진3) 첫째는 자신을 올림푸스의 12주신 중에 하나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고, 둘째는 태양 빛이 닿아도 절대로 타지 않는 헬멧을 달라는 것이고, 셋째는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날개가 달린 신발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제우스는 그의 소원대로 헤르메스를 올림푸스의 신으로 만들어 주었고, 하늘과 지상을 빠르게 오갈 수 있도록 날개가 달린 모자와 신발을 주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헤르메스는 결국 제우스의 명령과 법을 사람에게 전달하는 전령의 신이 됩니다.

   사도행전 14장에 보면, 사도 바울과 바나바가 제1차 전도여행 중 루스드라에 갔을 때 나면서부터 걷지 못하는 사람을 고쳐준 일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때 루스드라 사람들이 바나바를 ‘제우스’라고 하고, 바울을 ‘헤르메스’라고 추앙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헤르메스는 제우스의 명을 받아 전달하는 신이기에 가만히 서 있던 바나바를 제우스라고 하고, ‘네 발로 바로 일어 서라!’고 외쳤던 사도 바울을 제우스의 전령자 헤르메스라고 한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그리스나 로마의 신화들은 우리 인간의 역사와 인간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생애 첫날을 도둑질로 시작한 헤르메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부도덕을 감추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이 들통나자 협상을 통해서 오히려 자신이 갖고 싶어 하는 것을 다 챙기는, 어쩌면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탁월한 인간인지도 모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너무나도 잘 터득한 인간, 세상을 살아갈 줄 아는 인간 말입니다. 그리고 최고의 신이라고 하는 제우스는 그런 헤르메스를 영리하고 지혜롭다고 생각해 그의 소원을 들어주고, 그를 자신의 전령으로 만들어 가장 가까이에 두고 일을 시킵니다.

   태어난 날 도둑질을 한 헤르메스, 어쩌면 우리 인간의 삶이 도둑질에서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아니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쩌면 그런 수없이 많은 도둑질에 대한 유혹으로 점철된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십계명을 주시면서 8번째 계명으로 “도둑질하지 말라”(출애굽기 20:15)고 말씀하셨는지도 모릅니다. 십계명에서 언급될 정도로 우리 인간의 삶이 남의 것을 훔치고 싶어 하는 욕망을 안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말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거 아세요? 남의 것까지도 내 것으로 만들려는 그 인간의 욕망이 단순히 인간만을 대상으로 하진 않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바꿔 말하면, 우리 인간은 다른 누군가의 것을 훔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하나님의 것까지도 훔치고 도적질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에이, 어떻게 우리 인간이 하나님의 것을 훔칠 수 있어?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여러분, 우리 인간이 하나님의 것을 훔친다는 것이 불가능할까요? 인간이 하나님의 것을 도둑질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소리일까요?

  두 가지 예를 살펴보겠습니다. 여호수아 7장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아이 성을 공격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요단강을 건너 가나안 땅에 들어온 이스라엘 백성들이 크고 견고한 성읍 여리고를 무너뜨렸습니다. 그리고 그런 기분 좋은 기세로 작은 성읍 아이 성을 점령하기 위해서 군사 3천 명을 보냈습니다. 그 정도의 군사를 가지면 충분히 아이 성을 점령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결론은 이스라엘의 참패였습니다. 아이 성보다 훨씬 큰 여리고 성도 어렵지 않게 무너뜨리고 점령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작은 아이 성을 점령하지 못하고 참패한 이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군사력이 약했기 때문도 아니고, 전략이나 작전이 잘못되었기 때문도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아간의 범죄 때문입니다. 아간의 범죄가 무엇입니까? 그것은 한 마디로 말한다면 하나님의 것을 도둑질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여리고 성을 점령할 때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리고 성과 그 가운데 있는 모든 것은 여호와께 온전히 바치라... 오직 너희는 그 바친 물건에 손을 대지 말라. 은금과 동철 기구들은 다 여호와께 구별된 것이니 그것을 여호와의 곳간에 들일지니라.’(여호수아 6:17-19) 가나안 땅의 첫 점령지인 여리고 성의 모든 것은 하나님의 것이라고 선포하시면서 어떤 것도 개인의 것으로 취하지 말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아간은 여리고 성을 점령하면서 시날 산의 아름다운 외투 한 벌과 은 이백 세겔과 오십 세겔의 금덩이 하나를 보고 탐내어 그것을 가져다가 자기 장막에 숨겨놓았습니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것을 도둑질한 것이었고, 그것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아이 성을 점령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결국 하나님의 것을 도둑질한 아간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돌에 맞아 죽었고, 그 후에야 아이 성을 점령할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의 예가 사무엘상 15장에 나옵니다. 이스라엘의 초대 왕 사울은 하나님의 명령으로 아말렉과 전쟁을 시작합니다. 아말렉과 전쟁에서도 ‘그들의 모든 소유를 남기지 말고 진멸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사울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아말렉 왕 아각을 사로잡아 왔고, 가장 좋은 것과 기름진 것들은 죽이지 않고 전리품으로 가져왔습니다. 이 일이 사무엘 선지자에게 발각되었고, 사무엘 선지자로부터 ‘하나님의 목소리를 청종하지 않고 탈취하기에만 급급했다.’는 책망을 받게 됩니다. 그러면 왜 사울은 사무엘 선지자에게 책망을 받아야 했을까요? 물론 직접적인 이유는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진멸하라고 한 것을 진멸하지 않고 전리품으로 가져온 것 때문입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사울 왕이 백성들로부터 왕으로서의 명예를 얻고 싶어 했다는 데 있습니다. 왕이 된 지 한참이나 지났지만 이스라엘 백성들 사이에서 사울 왕의 리더십에 회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끊임없이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블레셋과의 전투에서 사울 왕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고, 사울 왕은 담대하게 블레셋과 싸우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물론 하나님께서 적극적으로 개입하셔서 블레셋과의 전투에서 이기게 하셨지만, 사울은 왕으로서 자존심이 구겨질 대로 구겨지고 말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아말렉과의 전투에서 승리했다는 것은 자신의 리더십을 배성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전리품도 챙겨가지 못하면 백성들이 자신의 리더십을 인정해 주지 않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사울은 아말렉 왕을 사로잡고 좋은 전리품을 가득 안고 금의환향했습니다. 백성들 앞에 이제는 당당하게 얼굴을 들고 돌아오게 된 것입니다. 마치 ‘내가 이런 사람이야!’라고 뽐내듯 말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하나님의 영광을 도둑질한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전쟁에서 이스라엘에게 승리를 주신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전쟁에서 승리를 했다면 당연히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마땅합니다. 그런데도 사울 왕은 자신이 백성들에게 영광을 받으려 했습니다. 결국 하나님께서 받으셔야 할 영광을 자신의 것으로 도둑질한 사울은 하나님께 버림을 받고 맙니다. 그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는 사무엘상 15장은 이렇게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사무엘이 죽는 날까지 사울을 다시 가서 보지 아니하였으니 이는 그가 사울을 위하여 슬퍼함이었고 여호와께서는 사울을 이스라엘 왕으로 삼으신 것을 후회하셨더라.”(사무엘상 15:35)

  여러분, 아간은 하나님의 것으로 구별되어 있는 재물이 탐이 나 하나님의 것을 훔치다가 돌에 맞아 죽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스라엘 초대 왕인 사울은 하나님께 마땅히 돌려야 할 영광을 자신이 가로채는 도둑질을 하다가 하나님께로부터 버림받고 말았습니다. 이스라엘의 초대 왕이라는 엄청나게 영광스러운 자리에 올랐던 사울인데, 하나님의 것을 도둑질한 결과 그의 이름은 영광스러운 이름이 아니라 버림받았다는 치욕의 이름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인간이 하나님의 것을 도둑질했을 때 그에 대한 대가는 참으로 비참한 것입니다. 그런데 어리석은 우리 인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하나님의 것을 도둑질하고도 아무렇지도 않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물론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이 하나님의 것을 도둑질했을 때 아간에게처럼 언제나 그렇게 즉각적으로 어떤 벌을 내리시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하나님의 것을 도둑질하면서도,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았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합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어느 날엔가 하나님의 심판이 시작될 때에 그에 대한 분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이스라엘 백성들도 그랬습니다. 그들은 ‘인간이 감히 어떻게 하나님의 것을 도둑질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들은 하나님의 것을 도둑질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본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사람이 어찌 하나님의 것을 도둑질하겠느냐? 그러나 너희는 나의 것을 도둑질하고도 말하기를 우리가 어떻게 주의 것을 도둑질하였나이까 하는도다.”

  여기서 우리가 주의 깊게 보아야 할 단어가 있습니다. 그것은 ‘도둑질’이라는 단어입니다. 일반적으로 도둑질한다고 할 때 쓰는 동사는 ‘까나브’(בנג)입니다. 남의 것을 몰래 훔칠 때 이 단어를 씁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하나님의 것을 ‘도둑질한다’고 할 때에는 ‘까나브’라는 동사를 쓰지 않고 ‘카바으’(עבק)라는 동사를 사용했습니다. 이 ‘카바으’라는 말은 단순히 남의 것을 몰래 훔치는 것이 아니라, 강제로 빼앗는 것을 말합니다. 즉 강도와 같은 짓이라는 것입니다. 여러분, 강도와 도둑의 차이가 무엇인지 아시지요? 도둑은 주인 몰래 훔치는 사람이고, 강도는 주인이 보고 있는데 완력이나 위협을 가해 강제로 빼앗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도둑보다는 강도의 죄가 훨씬 더 무겁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너희가 어찌하여 나의 것을 도둑질하느냐?’라고 하신 말씀을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너희가 어찌하여 나의 것을 강탈해 가느냐?’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런 표현이 훨씬 더 정확합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모든 행위를 보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천지의 창조주이신 하나님께서, 그리고 인생의 모든 것을 살피시는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다 지켜보고 계십니다. 그런 하나님의 눈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하나님의 것을 도둑질한다는 것은 단순한 도둑질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보시는 앞에서 하나님의 것을 강탈하는 것과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무엇을 도둑질하였기에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나의 것을 강탈해 갔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것은 8절 마지막에서 말씀한 것처럼 십일조와 봉헌물입니다. 오늘의 현대 신앙인들은 헌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유독 알러지 반응을 보이곤 합니다. 아주 민감하게 생각합니다. 마치 결코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우리 좀 진지하게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신앙인입니다. 신앙인이 아니라면 굳이 헌금이니 십일조니 하는 것에 대해서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신앙인이란 누구입니까? 하나님을 우리의 주님으로 인정하며 사는 사람이 신앙인입니다. 하나님은 천지의 창조주이십니다. 천지의 창조주라는 말은 곧 하나님께서 모든 것의 주인이시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진실한 신앙을 갖고 살려했던 사람들은 우리의 모든 것이 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라고 고백하며 살았습니다. 시편 24:1절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땅과 거기에 충만한 것과 세계와 그 가운데 사는 자들은 다 여호와의 것이로다.” 이 세계가,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것이라는 고백입니다. 그리고 나도 하나님의 것입니다. 우리는 “너는 내 것이라.”(이사야 43:1)는 말씀을 참 좋아합니다. 내가 하나님의 것이기에 하나님께서 나를 책임져 주시고 나를 선하고 복되게 인도해 주실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너는 내 것이라’는 말씀 속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 모두도 하나님의 것이라는 선언이 담겨져 있다는 사실을 애써 인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나는 하나님의 것이고 싶은데 내 것은 하나님의 것이 되면 안 되고, 내 것은 내 것이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참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십일조를 드리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우리의 모든 것이 주님의 것인데, 그 가운데 십의 일을 하나님께 드림으로 내가 소유하고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이 내 것이 아니라 주님의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고백하는 믿음의 표현입니다.

  구약성경에서 십일조는 두 종류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매년 드리는 십일조입니다.(신명기 14:22) 이것은 주로 소득활동을 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을 위해서 일하는 제사장과 레위인들의 양식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3년에 한 번씩 드리는 십일조입니다.(신명기 26:12) 이것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구제헌금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리고 구약시대에는 그것이 의무적이었습니다. 그것을 드리지 않는 것을 오늘 본문의 말씀에서는 ‘하나님의 것을 강탈하는 도둑질’이라고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것을 하나님의 것으로 인정하지 않고, 하나님의 것을 자기의 욕심을 위해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십일조를 드리라고 말씀하신 이유가 우리의 것 일부를 세금처럼 거두어 가시겠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십일조는 하나의 리트머스 시험지입니다. 하나님을 나의 주님으로 인정하는 믿음으로 사느냐, 아니면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기에 내 마음대로 사느냐 하는 것을 보여주는 시험지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그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사람, 즉 하나님의 것을 도둑질한 사람에게는 저주를 내리고, 시험에 합격한 사람에게는 복을 주신다고 약속하십니다. 9-12절의 말씀이 그것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십일조의 문제가 아닙니다. 신앙의 문제입니다. 하나님께서 보실 때 합격점을 받은 신앙인에게는 복을 주시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바로 물질의 문제입니다. 물질이야말로 하나님의 자리를 위협하는 가장 큰 힘을 가진 유혹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느니라.”(누가복음 16:13) 이 말씀의 의미는 우리가 하나님을 섬김에 있어 하나님의 자리를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대적이 바로 물질(재물)이라는 것입니다. 물질의 욕심을 이겨내야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바르게 섬길 수 있다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오늘 본문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물질의 욕심 때문에 마땅히 하나님께 드려야할 십일조와 봉헌물을 드리지 않으면서도 그것이 하나님의 것을 강탈하는 도둑질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되묻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주의 것을 도둑질하였나이까?” ‘우리가 어떻게 하나님의 것을 강탈했다고 그러시는 것입니까?’라는 물음입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가 그렇게 질문하고 있진 않습니까? ‘내가 뭘 하나님의 것을 강탈했다고 그러십니까?’ 하나님의 것을 도둑질하고 강탈했다는 것은 단순히 십일조나 재물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아간은 하나님께서 절대로 욕심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음에도 하나님으로 것(헤렘)으로 구별해 놓은 것을 장막에 감추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치 자신은 도둑질하지 않는 것처럼 뻔뻔했습니다. 이스라엘의 초대 왕이었던 사울은 하나님께서 그에게 왕이라는 어마어마한 명예를 주셨음에도 하나님께 드려야 할 영광을 자신이 가로채고 말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자신이 하나님의 것 무엇을 도둑질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허락하신 것들이 참으로 많고 다양합니다. 그것들이 하나님의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알지 못하고 내 마음대로, 내가 하고 싶은대로, 내 욕심대로 사용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 역시 하나님의 것을 도둑질한 것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어떤 특별한 재능을 주셨을 때, 그 재능을 통해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하나님의 사역에 기꺼이 헌신하며 써야 할텐데 그것을 내 욕망을 이루는 데만 사용한다면 그것 역시 하나님의 것을 도둑질한 것입니다.

  시간도 그렇습니다. 물론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이 주어지고, 일주일에 7일의 시간이 주어집니다. 그러나 내가 살아가면서 바쁘다는 핑계 때문에 그 모든 시간을 나 자신만을 위해 정신없이 산다면 그것 역시 하나님의 것을 도둑질하는 것입니다. 하루에 조금이라도 주님을 묵상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갖고, 내게 주어진 그 시간을 활용하여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이루어가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하나님께 예배할 시간마저도 나의 즐거움이나 나의 욕망을 위해서 사용해 버려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자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가정에 주신 우리의 자녀들은 내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귀중한 보물들입니다. 내 자녀들을 내 것인양 내 욕심을 이루는 도구처럼 취급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주신 재능과 은사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할 일입니다. 만일 자녀들을 내 것인양 착각한다면 그것 역시 하나님의 것을 도둑질하는 것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그 모든 것 가운데 최고는 역시 물질입니다. 물질의 욕망을 이겨내는 사람만이 진정한 신앙인의 길을 갈 수 있습니다. 우리 중에 물질에 대한 욕심이 없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모두가 다 물질에 대한 욕심이 있습니다. 더구나 오늘날 우리 사회처럼 자본주의에 사는 사람이라면 돈이 주는 유익과 여유와 편리함이 얼마나 큰 지 너무나도 잘 압니다. 아무리 그래도 물질에 대한 욕망을 이겨내야 합니다. 십자가의 은혜로 이겨내야 합니다. 우리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죽을 우리의 생명을 건져주신 주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물질의 욕심을 이겨내야 합니다. 생명을 건져주셨는데, 손에 쥐어진 작은 물질에 연연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여러분, 하나님의 것을 도둑질하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마십시다. ‘우리가 어떻게 주의 것을 도둑질했다고 그러십니까?’라고 물었던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마십시다. 하나님의 것을 하나님의 것으로 드리고, 하나님의 것을 하나님을 위해 사용함으로 우리를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드리는 멋진 신앙인으로 사십시다.

< 2021년 3월 14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