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들어선 자리

< 본문 – 창세기 19:1-11 >

    미국의 심리학자인 매슬로우(Abraham Harold Maslow, 1908-1970년)는 우리 인간이 갖고 있는 욕구를 다섯 단계로 구분했습니다.<사진1> 가장 기초적인 단계는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 Needs)입니다. 먹고 마시고 잠자는 것 등 인간이 생활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욕구입니다. 이것이 채워져야만 인격과 정서의 발달이 이루어진다고 말합니다. 두 번째 단계가 안전의 욕구(Safety Needs)입니다. 먹고 자고 하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면 공포와 불안과 혼동 등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가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이 안전의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면 사람들은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불안을 경험하게 됩니다. 세 번째 단계가 사랑과 소속의 욕구(Love and Belonging Needs)입니다. 가정을 이루거나 친구를 사귀는 등 주변의 조직이나 단체에 소속되어 다른 사람과 친밀감이나 애정을 주고받고자 하는 욕구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떨어져 홀로 살 수 없으며, 남들과 잘 어울려 지냄으로써 고독과 불안을 해소하려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네 번째 욕구는 존중의 욕구(Esteem Needs)입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존중을 받기 원하는 욕구입니다. 우리 인간은 다른 사람과 함께 무언가를 하면서 만족을 얻고, 동시에 함께 하는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인정받고 존중받기를 원합니다. 또한 자신이 한 말이나 자신의 신념이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을 때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고, 그럴 때 우리 인간은 자존심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 욕구는 자아실현의 욕구(Self-Actualization Needs)입니다. 이것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선이나 정의에 대한 욕구이기도 합니다. 가치 있고 생산적인 활동을 통해서 자신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욕구인데, 자신의 잠재적인 능력을 실현함으로써 만족을 얻는 것입니다. 이렇게 인간은 다섯 단계를 통해서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이론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진리라는 말은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1단계의 욕구가 충족되어야 2단계 욕구를 가지고, 2단계 욕구가 충족될 때 3단계 욕구를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 다섯 개의 욕구가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우리 인간이 성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매슬로우의 이런 욕구이론은 많은 부분에서 우리 인간이 갖는 욕구를 잘 표현하고 정리해 준 것이어서 지금까지도 심리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공부하고 넘어가야 할 이론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5단계의 욕구를 모두 채우면 사람이 참다운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요? 어떤 사람은 그렇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그렇지 않는 사람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오늘 본문에 나오는 롯입니다. 아브라함의 조카인 롯은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하란을 떠나 가나안으로 올 때 함께 온 사람입니다. 가나안 땅에 도착한 아브라함 일행은 극심한 기근 때문에 애굽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가나안 땅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애굽에서 돌아온 아브라함 일행에게는 많은 가축이 있었고, 네게브 사막에 머물 수 없었던 그들은 목초지가 제법 풍부한 벧엘과 아이 사이에 머물게 됩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아브라함의 종과 롯의 종들 사이에 다툼이 일어납니다. 그곳조차도 목초지가 넉넉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아브라함과 롯은 서로 헤어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때 아브라함이 롯에게 그가 살 곳을 먼저 선택할 수 있게 합니다. 롯은 당연히 물이 넉넉하고 살기 좋은 요단 지역을 선택합니다. 그곳은 성경의 표현대로 한다면 여호와의 동산 같고 애굽 땅과 같았습니다.(창세기 13:10) 그만큼 살기 좋은 곳이라는 뜻입니다. 그 요단 지역 중에 하나가 지금 롯이 살고 있는 소돔이었습니다. 롯이 곧바로 소돔 성으로 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성경은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롯은 그 지역의 도시들에 머무르며 그 장막을 옮겨 소돔까지 이르렀더라.”(창세기 13:12) 요단 지역의 다른 작은 도시들(성읍들)에 살면서 점점 더 크고 화려한 성읍 소돔에까지 들어간 것입니다. 부족 간에 전쟁이 잦았던 고대 사회에서 ‘성의 주민’이 된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성곽이 있는 큰 성읍은 적들의 침략으로부터 성안 주민들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울타리와 같았습니다. 반대로 성곽이 없는 곳에 사는 주민들은 주변의 다른 부족들의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 채 살아야 했습니다. 그러니 롯이 큰 성읍 소돔에 들어가 그 주민이 되었다는 것은 자신의 생명에 안전을 보장받은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롯은 단순히 소돔 성에 들어가 자리를 잡은 것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큰 성읍에 산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이 심한 사회 속에 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비록 생명은 안전하게 보장받겠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버텨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롯은 그 경쟁을 잘 이겨내습니다. 그것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오늘 본문에 나옵니다. 오늘 본문에서 두 천사가 소돔을 방문했을 때 롯은 성문에 앉아 있었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고대 사회에서 성문은 성읍에서 아주 중요한 자리였습니다. 헬라시대의 아고라(agora)나 로마 시대의 포룸(Forun)과 같은 장소가 고대 근동 지역의 성문입니다. 그곳에서는 재판이 이루어지고, 그 지역의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때론 지역의 유지들끼리 교제하는 장소이기도 하고, 때로는 상거래나 중요한 계약을 맺었던 장소이기도 합니다. 오늘 본문에서 롯이 ‘성문에 앉아 있었다.’는 말의 보다 더 정확한 의미는 ‘늘 하던 대로 성문에 계속 앉아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 말은 곧 롯이 소돔 성의 유지가 되어 있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한 매슬로의 욕구 5단계 이론을 적용해 본다면 롯은 자신이 욕구하는 것을 다 이룬 사람입니다. 그는 아브라함을 떠나기 전부터 이미 부자였습니다. 거기에다가 물이 많고 양을 먹일 목초지가 충분한 요단 지역으로 옮겼으니 그의 부는 날마다 더 많아졌을 것입니다. 1단계 욕구인 생리적 욕구는 전혀 문제되지 않을 정도로 이미 오래 전부터 해결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소돔 성에 들어가 그 성의 주민이 되면서 2단계인 안전에 대한 욕구도 채울 수 있었습니다. 비록 창세기 14장에 기록된 것처럼, 시날 지역의 연합군이 소돔 성을 침략하여 소돔 성에 살던 롯이 전쟁 포로가 되어 끌려갔던 적이 있긴 합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의 도움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고, 그 이후로는 어느 누구도 소돔 성을 위협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이제 롯은 단순히 소돔 성의 주민이 된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지역에 유지가 되었습니다. 소돔 성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롯은 나그네입니다. 떠돌이입니다. 외지인입니다. 그런 롯이 그 성읍의 재판 자리에 앉을 정도였다면 이젠 완전히 소돔화된 주민일 뿐만 아니라 소돔 사람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매슬로우의 욕구 3단계는 사랑과 소속의 욕구입니다. 롯은 소돔에 속한 사람으로 소돔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았습니다. 3단계 욕구를 이룬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4단계는 존중의 욕구입니다. 성문에 앉을 정도로 롯은 소돔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가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 무엇 때문인지는 모릅니다. 어쩌면 자신이 가진 많은 재산을 이용해서 성문에 앉을 정도로 권력과 존중의 자리에 올랐는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무엇을 이용했든 간에 낯선 이방인이 성문에 앉을 정도의 자리까지 올랐다는 것은 오늘날 우리가 흔히 쓰는 말로 한다면 ‘출세’한 사람입니다. 롯은 4단계 욕구까지 다 이루었습니다.

  이제 마지막 다섯 번째 단계만 남았습니다. 자아실현의 욕구입니다. 자아실현의 욕구는 단순히 성공했다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자신을 헌신하면서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는 것입니다. 롯은 그런 면에서도 남달랐습니다. 소돔 성 사람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그곳을 방문한 낯선 이방인 나그네 두 명을 영접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롯은 달랐습니다. 사람으로 모습으로 소돔 성에 나타난 두 천사를 보자 롯은 지체하지 않고 일어나 그들을 영접했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여 먹을 것을 준비하고 잠자리를 제공합니다. 두 사람이 남의 신세를 지지 않고 노숙하겠다고 말함에도 롯은 간청하며 그들을 자기 집으로 모시고 가서 극진히 대접합니다. 이것은 굉장히 가치 있는 일입니다. 심지어 소돔성 사람들이 그 손님들에게 해코지를 하려고 할 때에 롯은 “이런 악을 행하지 말라.”며 소돔 사람들의 악행을 저지하려 합니다. 롯은 그렇게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합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 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도 이룬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롯은 자신이 꿈꾸고 욕망하는 것을 다 이룬 것처럼 보였지만,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맙니다. 오늘 본문에서 소돔 사람들은 악행을 저지하는 롯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본문 9절입니다. “이 자가 들어와서 거류하면서 우리의 법관이 되려 하는도다. 이제 우리가 그들보다 너를 더 해하리라 하고 롯을 밀치며 가까이 가서 그 문을 부수려 하는지라.” 이 순간에 그동안 롯이 쌓아놓은 모든 것들이 다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롯은 그동안 자신이 소돔 성에 완전히 동화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성읍 사람들로부터 온전히 용납되고, 그들과 동질 운명체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이 말은 그 동안 롯이 가졌던 생각을 한순간에 다 무너뜨리고 말았습니다. ‘너는 우리 성읍 사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너는 여전히 나그네이고 이방인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우리는 더 이상 너를 준중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너는 우리의 보호 아래 있지 않고 우리는 언제든지 너를 해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그들보다 너를 더 해하리라.”는 말에서 매슬로우가 말한 제2의 욕구인 안전의 욕구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소돔 사람들로부터도 안전에 대한 위협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 나중에는 소돔성에서 도망쳐 나오면서 자신이 재앙을 만나 죽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창세기 19:19)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철저하게 안전의 울타리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이 자가 들어와서 거류하면서”라는 말로 제3의 욕구인 사랑과 소속의 욕구도 무너졌습니다. ‘너는 우리 성읍 사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나중에는 자신의 아내마저 소금기둥이 됨으로 사랑하는 아내를 잃어야 했습니다. 가장 소중한 사랑과 소속감을 주는 가정마저 위기를 맞게 된 것입니다. “(네가) 우리의 법관이 되려 하는도다.”라는 말에서 제4의 욕구인 존중의 욕구도 사라졌습니다. ‘우리는 너를 더 이상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중에 소돔 성을 빠져나오면서 두 사위에게 ‘성이 멸망당할 것이니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말할 때 두 사위는 그의 말을 농담으로 여겼습니다. 두 사위에게조차 롯은 존중받지 못한 것입니다. 그리고 소돔 성 사람들이 몰려와 위협하는 그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롯은 자신의 사랑스러운 두 딸을 소돔성 사람들의 성적 노리개감으로 내어주겠다고 말합니다. 이로써 롯은 다섯 번째 욕구인 자아실현의 욕구마저 흔들리고 말았습니다. 어디 그것 뿐입니까?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두 천사의 손에 이끌려 빈털터리로 소돔 성을 빠져나오면서 그동안 쌓아놓았던 모든 재산이 소돔성과 함께 불에 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매슬로우가 말한 첫 번째 욕구,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생리적 욕구’마저도 만족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만 것입니다.

  소돔성의 몰락과 함께 롯은 그동안 평생 쌓아놓은 모든 것, 자신이 꿈꾸고 이루고자 했던 모든 것, 더 나아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마저도 모두 처참하게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여러분, 왜 롯에게 이런 비극이 찾아오고 말았던 것입니까? 롯은 왜 그렇게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야만 했습니까? 무엇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입니까?

  삼촌 아브라함과 헤어질 때부터 이미 비극은 싹트고 있었습니다. 롯이 소돔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아브라함이 조카 롯에서 ‘네가 먼저 택하라.’고 선택권을 주었습니다. ‘네가 동쪽을 택하면 나는 서쪽으로 갈 것이고, 네가 서쪽을 택하면 나는 동쪽으로 갈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 때 롯은 동쪽을 택했습니다. 동쪽인 요단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여호와의 동산 같고 애굽 땅과도 같았습니다. 모든 것이 넉넉했습니다. 그 요단 지역을 바라보며 롯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그곳을 선택했습니다. 순전히 1차적인 욕구에 의해서 선택한 것입니다. 어느 쪽으로 가야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지, 어느 지역으로 가는 것이 하나님의 뜻인지, 나에게 선택권을 준 나이 많은 삼촌 아브라함이 어느 곳으로 가야 삼촌에게 유익할지, 롯에게는 그런 고민이 조금도 없었습니다. 오직 자신의 눈에 좋은 대로, 어디로 가야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고, 자신의 욕망을 이룰 수 있을지, 그것만이 유일한 관심사였습니다. 첫 출발부터 잘못된 것입니다.

  단순히 롯이 요단 지역을 선택하고, 소돔 성에 들어와 살게 되었다는 것이 잘못은 아닙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십시다. 아브라함이 롯에게 ‘네가 먼저 선택하라.’고 했을 때 롯이 요단 지역이 아닌 반대편을 선택하고, 아브라함이 요단 지역을 선택했다면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아브라함이 지금의 롯처럼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겠습니까? 아마 모르긴 몰라도 아브라함은 롯과 같은 처지가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문제는 무엇입니까? 롯이 선택할 때 1차원적인 안목만을 가지고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신앙은 그에게 관심 밖이었습니다. 삼촌을 배려하는 마음도 아예 없었습니다. 그는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한 길을 선택했습니다. 여기에서부터 문제는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비단 요단 지역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그는 소돔 성에까지는 가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아브라함과 롯이 갈라설 때 이미 소돔 성은 죄악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때 이미 성경은 이렇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소돔 사람은 여호와 앞에서 악하며 큰 죄인이었더라.”(창세기 13:13)

  롯에게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앞서 잠깐 언급했던 것처럼, 시날 왕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이 소돔을 비록한 요단 지역을 공격했을 때 요단 연합군이 시날 연합군에게 패하고 말았습니다. 그 때 소돔 성에 살고 있던 롯이 사로잡혀 가고 재산도 모두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아브라함이 자신이 집에서 기르던 용병 318명을 이끌고 가서 빼앗겼던 것들을 되찾아오고, 사로잡혀 갔던 롯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을 되찾아왔습니다. 만일 그 때 롯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를 한 번쯤 깊이 생각했었더라면 더 이상 소돔 성에 눌러앉아 있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때가 소돔 지역의 풍요로움은 언제나 주변 나라들이 호시탐탐 노리는 대상이었다는 것, 그리고 거기에 사는 사람들이 악하다는 것을 롯이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였습니다. 그런데 롯은 그 후에도 여전히 소돔에 머물러 있었고, 심지어 그곳에서 성공하여 성문에 앉아 있을 정도로 소돔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롯은 모든 것을 잃어야 했습니다. 건진 것이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많았던 재산도 다 불에 타 사라졌고, 소돔 성 사람들과 쌓았던 모든 인맥도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사랑하는 아내도 잃어야 했고, 사랑하는 두 딸이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도 못했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소돔 성에서 겨우 목숨을 구한 롯은 같이 살아남은 두 딸과 함께 동굴에 숨어 살다가 거기에서 딸들을 통해 아들을 낳아야 하는 참으로 슬픈 일을 겪어야 했습니다.

  아마도 아브라함과 헤어지면서 롯은 원대한 꿈을 꾸었을지도 모릅니다. 삼촌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삼촌의 그늘에서 벗어나 이제는 자신만의 꿈을 이룰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열심히 살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랬기에 낯선 이방인임에도 소돔 성에서 권력의 자리를 꿰찰 수 있었습니다. 롯은 그렇게 자신이 꿈꾸던 것들을 다 이루었습니다. 심리학자 매슬로우가 말한대로 한다면 그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여러분, 지금 우리는 어떤 꿈을 꾸며 살고 있습니까?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무얼 하고 계십니까? 하나님께서는 롯을 통해서 우리에게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꿈꾸는 것들을 다 이루었다 하더라도 어느 순간엔가 무너질 수 있다고 말입니다. 갖고 싶은 것들 다 갖고, 누리고 싶은 것들 다 누리는 것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그것이 바른 믿음과 가치 위에 세워지지 않으면 어느 순간엔가 다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고 말입니다.

  롯은 출발이 잘못되었습니다. 그에게는 신앙적 고민도 없었고, 하나님을 의식하는 결정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오직 자신의 욕망만이 그의 삶에 기초였습니다. 그것이 롯의 실수였습니다. 결코 들어가지 말아야 할 자리로 들어서게 만든 원인이었습니다.

  여러분, 오늘 내 삶의 자리를 되볼아보십시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가 믿음에서 출발한 자리입니까?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셨습니까? 하나님께서 나를 어디에 쓰시길 원하시는지 한 번쯤 기도하며 물어보셨습니까? 하나님 없이 내 욕망만으로 시작된 것이라면 언젠가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하나님 없이 시작한 모든 일과 계획은 허물어질 바벨탑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하나님 없이 살아온 삶이었다면 이제라도 내 삶의 중심에 하나님을 모시고 살면 됩니다. 하나님을 의식하지 않고 내 욕망을 따라 시작했다면, 지금이라도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고 하나님의 뜻을 찾는 고민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지금까지 걸어온 우리의 걸음에 방향을 바로잡아 주실 것입니다. 지금까지 쌓아놓은 것을 무조건 허무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쌓아놓은 그것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실 것입니다. 내 자신을, 나의 삶을, 내가 살아가는 삶의 자리를 믿음의 눈으로 다시 보게 만들어주실 것입니다. 진정 가치 있는 인생을 살도록 말입니다.

< 2021년 4월 18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