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벧엘의 하나님

< 본문 – 창세기 31:1-13 >

   여러분, 독재자 게임(Dictator game)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요즘 젊은이들이 즐겨 하는 왕게임 말고, 경제학자들이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기 위해 연구한 게임입니다. 게임의 법칙은 이렇습니다. 어떤 사람(A)에게 10달러를 주고 전혀 모르는 사람인 B와 마음대로 나눠 가지라고 말합니다. 이때 10달러를 받은 A는 B에게 1달러만 주고 자신이 9달러를 가질 수도 있고, B에게 2달러를 주고 자신이 8달러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B에게 5달러를 주고 둘이 사이좋게 반반씩 나눠 가질 수도 있고, 아니면 B에게 한 푼도 주지 않고 자신이 다 가질 수도 있습니다. 10달러를 받은 A가 독재자처럼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얼굴도 전혀 모르는 B에게 얼마나 나눠주시겠습니까? 캐나다의 한 연구기관에서 실험한 결과에 의하면, 평균 70%의 사람들이 자신들이 가진 돈의 25%를 B에게 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추가적인 실험에서 실험 전 종교적인 이야기를 했더니 B에게 나눠준 비율이 더 높아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낯선 사람에게 자신이 가진 것의 일부를 기꺼이 나눠주는 것을 경제학자들은 ‘타인 존중 선호’(other-regarding preferences)에서 찾았습니다. 쉽게 말하면 A가 가진 돈을 B에게 나눠줄 때 B가 자신이 나눠준 것으로 만족하거나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기쁨을 얻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반면 이런 실험도 했습니다. 게임의 룰을 바꾸어 A에게 10달러를 주고 B에게 1달러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A에게 그가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했습니다. 자신이 가진 10달러 중에서 1달러만 가진 B에게 일부를 나눠줄 수도 있고, 아니면 B가 가진 1달러를 빼앗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먼저 했던 실험에서 B에게 기꺼이 자신이 가진 돈을 나눠주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 번째 실험에서는 B가 가진 1달러를 빼앗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일까요? 앞선 실험에서는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이 이타심을 평가받는다고 생각하고 기꺼이 자신의 것을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실험에서는 빼앗는 것이 허락되었기 때문에 죄책감 없이 B의 것을 빼앗는 결정을 한 것입니다. 어쩌면 두 번째 실험에서 B가 가진 1달러를 빼앗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A가 자신의 것을 나눠주는 것만 허락되었다면 어쩌면 첫 번째 실험보다는 조금 덜 하겠지만 B에게 나눠주는 사람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빼앗을 수 있는 권력을 가지니까 주는 것보다는 빼앗는 것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10달러를 가진 A가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해서 이것을 ‘독재자 게임’이라고 부릅니다.

   이 실험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시사점을 알려줍니다. 우리가 흔히 ‘갑질’이라고 부르는 행위는 자신이 갑질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을 때 가능합니다. 갑질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을 때 인간의 마음속에는 욕망이 생겨나게 됩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A가 하는 대로 당해야 하는 B의 위치에 있을 때에는 자신이 A의 위치가 되더라도 자신은 갑질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막상 B가 A의 위치, 갑질을 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게 되면 그도 영락없이 갑질의 욕망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B가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다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 때에는 갑질을 하지 않습니다. 동정합니다. B에게 조금이라도 나눠주고 싶은 긍휼의 마음이 생깁니다. 그런데 B에게 뭔가 주어졌다고 생각하면, 그리고 B가 언젠가 나에게 경쟁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순간 우리 인간의 마음속에 갑질의 욕망은 더욱 커지게 됩니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가 사는 인간 세상에 권력을 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가진 권력을 이용해서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마음껏 가져보고 싶어서 말입니다. 아니 어쩌면 우리 인간의 마음속에는 모두 독재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갖고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 본문에 소개되는 두 사람도 그런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입니다. 라반과 야곱 말입니다. 먼저 라반을 살펴보십시다. 라반은 야곱의 외삼촌입니다. 형의 살해 위협을 피해 외삼촌 집으로 피신 온 야곱을 라반은 아주 반가운 마음으로 맞아들였습니다. 야곱과 라반이 처음 만난 이야기를 성경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라반이 그의 생질 야곱의 소식을 듣고 달려와서 그를 영접하고 안고 입맞추며 자기 집으로 인도하여 들이니 야곱이 자기의 모든 일을 라반에게 말하매 라반이 이르되 너는 참으로 내 혈육이로다 하였더라.”(창세기 29:13-14) 고향을 떠나 하란까지 먼 길을 달려온 야곱의 몰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했을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야곱이 고향을 떠나 여기로 온 것은 출세라는 큰 꿈을 갖고 온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외갓집으로 여행을 온 것도 아닙니다. 형 에서가 자신을 죽이려 하자 급하게 피신을 온 것입니다. 피신 온 입장에서 어쩌면 너무나도 마음 조이며 먼 길을 달려왔을 것입니다. 그랬기에 야곱은 하란에 도착하여 자기의 혈육 가운데 처음 만난 라헬 앞에서 소리내어 울었습니다. 너무나도 고단한 일정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쩌면 하란까지 오는 길목에서 여러 가지 위협적인 상황을 겨우겨우 극복하고 이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되자, 그동안 힘들었던 마음이 풀어지면서 울었는지도 모릅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야곱은 처음 본 자기의 혈육인 라헬을 보자마자 남자의 체면이고 뭐고 다 내려놓고 크게 소리 내어 울었습니다. 그만큼 힘든 길이었습니다.

   그런 야곱을 바라보는 라반의 마음은 너무나도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조카 야곱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뛰어가서 그를 안고 입 맞추고 자기 집으로 영접했습니다. 이때 야곱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저 젊은 몸뚱이 하나만 가지고 왔을 뿐입니다. 그랬기에 라반은 그런 불쌍한 야곱을 거둬들였고, 그에게 깊은 애정을 주었습니다. 야곱이 하란에 온 지 한 달 후에 라반이 먼저 이렇게 제안합니다. “네가 비록 내 생질이나 어찌 그저 내 일을 하겠느냐? 네 품삯을 어떻게 할지 내게 말하라.”(창세기 29:15) 사랑하는 조카 야곱을 거저 부려먹을 수 없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 때 야곱은 자신이 하란에 왔을 때 처음 만났던 라헬을 사랑하니 라헬을 아내로 얻는 조건으로 7년을 일하겠다고 제안합니다. 그런 제안에 라반도 기꺼이 그렇게 하자고 응답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불쌍한 조카 야곱을 위해서 외삼촌 라반도 기꺼이 야곱을 받아들였고, 그에게 무언가를 주고 싶었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딸까지도 말입니다.

   그러면 어디에서 문제가 생긴 것입니까? 야곱이 무언가를 갖기 시작하면서 라반의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라헬을 얻기 위해서 7년 머슴살이를 마치고, 약속대로 야곱은 당연히 라헬을 아내로 얻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라반은 야곱을 속이고 라헬 대신 언니인 레아를 아내로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왜 이렇게 속이는 것이냐?’고 따지는 야곱에게 라반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우리 지방에서는 언니를 제쳐두고 동생이 먼저 시집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결국 야곱은 다시 라헬을 아내로 맞아들이기 위해서 7년을 더 머슴살이해야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야곱은 아내 레아와 라헬, 그리고 두 여종 사이에서 12명의 자녀를 낳습니다. 14년의 머슴살이를 마치고 야곱이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하자, 라반은 야곱을 머물게 하려고 다시 품삯을 제안합니다. 이제는 야곱이 원하는 대로 주겠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야곱은 라반이 미덥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가축의 새끼를 자신의 품삯으로 달라고 제안합니다. 그것은 라반이 어떻게 변경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서 6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이제 야곱의 재산이 많아졌습니다. 그 사이 라반이 약속을 계속 바꿨지만 하나님께서는 야곱에게 복을 주셔서 그의 가축들이 많아지게 하셨습니다. 야곱의 재산이 많아지자 사촌들의 눈치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오늘 본문 1절입니다. 라반의 아들들, 즉 야곱의 사촌들은 야곱의 재산이 많아지자 그것이 마치 아버지의 재산을 야곱이 강탈해 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삼촌 라반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2절에 보면, 라반의 안색이 전과 같지 않았고 변했다고 말씀합니다. ‘안색이 변했다’는 표현을 보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최초의 살인자 가인입니다. 가인이 동생 아벨을 죽이기 전에 안색이 변했고, 하나님께서 ‘왜 안색이 변하느냐? 그것은 죄를 지을 징조인데 너는 죄를 다스려야 한다.’고 경고해주셨음에도 결국 가인은 동생 아벨을 죽이고 말았습니다. 야곱은 정당하게 자기의 몫을 챙겼는데, 라반이나 라반의 아들들은 야곱이 자기들의 재산을 빼앗아갔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라반의 안색이 변했습니다. 어쩌면 그 모습을 보고 야곱은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생명의 위협까지는 아닐지라도 야곱은 더이상 외삼촌 라반의 집에 머물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곳을 떠나기로 마음먹게 됩니다.

   오늘 본문은 애곱이 외삼촌 라반의 집을 떠나기로 마음먹고 아내들을 불러 이제는 떠나야 할 때가 되었음을 알리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그 말씀 속에 야곱은 그 동안 자신이 얼마나 외삼촌 라반에게 억울한 일을 당했는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야곱이 외삼촌 라반에게 당한 억울이 7절에 나와 있는 ‘나를 속여 품삯을 열 번이나 변경했다.’는 말 속에 담겨있습니다. 정당하게 품삯에 대한 계약을 변경한 것이 아니라 야곱을 속이기 위해서 그렇게 했던 것입니다.

   여러분, 야곱이 누구입니까? 야곱이 아버지 이삭을 속여 에서처럼 꾸며 에서가 받아야 할 장자의 축복을 가로챘을 때, 에서가 아버지 앞에서 야곱을 이렇게 말합니다. “그 이름을 야곱이라 함이 합당하지 아니하니이까?”(창세기 27:36) 에서에게 동생 야곱은 한마디로 한다면 ‘속이는 자’입니다.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서 형이든 아버지든 언제든지 속이는 사람이 야곱이었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형과 아버지를 속인 것 때문에 결국 여기 하란 외삼촌의 집까지 도망쳐와 20년을 살아야 했습니다. 그렇게 속이는 데는 전문가인 야곱이 외삼촌 라반에게는 당해내지 못했던 것입니다. 우리 속담에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라는 말처럼, 야곱이 속이는데 ‘뛰는 놈’였다면 외삼촌 라반은 ‘나는 놈’이었던 것입니다.

   라반은 왜 그렇게 조카 야곱을 속여 먹은 것입니까? 앞서 말씀드린 독재자게임을 통해서 설명한다면, 야곱이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을 때에는 긍휼한 마음 때문에 어떻게든 야곱을 돕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야곱이 가정을 이루고 자기 재산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라반은 더 이상 야곱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으로 대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야곱은 자신에게 위협을 가하는 존재, 자신의 것을 빼앗아가는 존재가 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야곱은 이제 자신에게 경쟁자일 뿐, 긍휼히 여길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권력을 이용해서 야곱을 속여먹은 것입니다.

   여러분, 그게 라반 만의 문제일까요? 우리도 때로 독재자와 같은 권력을 갖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뭔가를 내 마음대로 하고 싶어 합니다. 남들보다 쉽고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소원하는 것을 내 방식대로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전에 나왔던 영화 ‘슈퍼맨’이나 ‘슈퍼우먼’을 좋아했습니다. 그들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갖지 못한 능력을 가진 그들을 부러워하며 말입니다. 심지어 우리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한 순간에 사로잡을 수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해 줄 것을 기대합니다. 그런 마음이 확장되면 이제 하나님처럼 되고 싶어 합니다. 전능의 하나님처럼, 나도 내가 하고 싶은 것 다 하며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런 마음은 비단 오늘 우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창세기 3장에 기록된 것처럼 우리 인간이 창조되고 에덴동산에 살 때부터 그런 마음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이라고 그런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믿음으로 산다고 하는 우리들도 세상 사람들이 갖고 있는 그런 욕망을 늘 갖고 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도 우리는 때로 우리는 세상 사람과 다르다는 안위를 얻기 위해서 ‘세상에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자.’고 말합니다. ‘우리 자녀들이 세상에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솔직하게 생각해 보십시다. 우리가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진짜 이유가 무엇입니까? 우리 자녀들이 세상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기도하신 진짜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 속에는 세상 사람보다 능력 있게 살고 싶은 욕망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예수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가르쳐주십니다. “이방의 집권자들이 그들을 임의로 주관하고 그 고관들이 그들에게 권세를 부리는 줄을 너희가 알거니와 너희 중에는 그렇지 아니하니 너희 중에서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서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마가복음 10:42-44)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실 때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님께 ‘우리를 하나는 주의 우편에, 하나는 주의 좌편에 앉게 하여 달라.’고 요구할 때 주신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면 새로운 나라를 만드실텐데, 그때 자기 두 형제를 누구보다도 높은 자리에 앉혀 달라는 청탁이었습니다. 예수님을 3년 동안이나 따라다니며 하늘나라의 복음을 들었던 제자들이데, 그들 마음속에는 아직도 세상적인 욕망이 가득 차 있었던 것입니다. 다른 누구보다도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싶은 욕망 말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기를 원하는 사람,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부르심을 받아 하나님의 백성으로 사는 사람은 그런 세상 욕망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새상의 권세자들, 세상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권력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마음대로 움직이려고 합니다. 그게 권력의 맛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 하나님 나라의 백성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섬기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섬김이 능력입니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서야 섬길 수 있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잘 생각해 보십시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이미 큰 사람,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은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 아닙니다. 크고자 하는 마음,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싶은 욕망이 있는 사람은 그 욕망을 십자가에 못박고 섬김의 자리에 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 섬기는 마음, 섬기는 삶이 먼저입니다.

   우리 주님이 그렇게 사셨습니다. 우리가 고백하는 것처럼, 우리 주님은 하나님의 영광의 보좌에 앉에 계셔야 하는 분입니다. 그런데 주님은 낮고 천한 자리에 오셨습니다. 그리고 연약한 우리 인간을 위해서 기꺼이 섬기는 자리에서 우리를 섬겨주셨습니다. 주님은 주리셨지만, 수천 명을 먹이셨습니다. 주님도 사역에 힘들고 지치셨지만 무거운 인생의 짐진 자들의 안식이 되어 주셨습니다. 주님도 연약한 자리에서 땀흘려 기도하셨지만,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십니다. 주님은 가롯 유다에게 겨우 은 30이라는 아주 값싼 값에 팔리셨지만 십자가에서 당신의 피를 흘려 큰 값을 치르시고 세상을 구원하셨습니다. 주님은 하나님의 어린양으로 죽임을 당하셨지만 이스라엘의 목자이셨고, 오늘날 길을 잃고 헤매는 온 세상의 목자이십니다. 주님은 도수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같이 잠잠하셨지만, 주님은 세상을 바꿀 말씀이십니다. 주님은 친히 피조물인 인간에게 짓밟히시고 상하셨지만, 모든 질병과 질고와 허물을 고쳐주십니다. 주님은 죽으셨지만,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고 자신의 죽음으로써 사망을 멸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주님은 세상의 모든 권세를 가지신 분이시지만 그 권세를 단 한 번도 당신의 욕망을 위해 사용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낮아지셨고, 섬기셨습니다. 그랬기에 하나님께서는 주님을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셨습니다.(빌립보서 2:9)

   야곱은 더이상 하란에 머물 수가 없었습니다. 독재자 게임에서 자신은 패배자였기 때문입니다. 한때는 자신이 독재자 게임에서 승자였습니다. 형 에서가 가진 모든 것을 빼앗았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라반에게는 오히려 패배자였습니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의 꾀나 욕망으로만 살 수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하란을 떠나기로 한 것입니다.

   야곱이 지독한 독재자의 권력이 난무했던 하란을 떠나게 된 이유는 벧엘의 하나님을 다시 만났기 때문입니다. 20년 전 하란으로 도망쳐올 때 야곱은 벧엘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하나님을 잊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벧엘의 하나님께서 나타나셔서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말씀하십니다. ‘고향으로 돌아가라.’는 말씀은 네가 권력을 마음대로 휘둘렀던 곳으로 가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이제는 권력 싸움의 자리가 아닌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라는 말씀입니다.

   벧엘의 하나님을 다시 만나 야곱의 인생은 이전과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자신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독재자 라반에게 철저하게 당하면서 더 이상 자신도 독재자의 군력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더 이상 자신에게는 그런 권력(힘)이 없기 때문입니다. 얍복강에서는 형 에서가 자신을 만나러 온다는 소식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하나님의 천사를 붙잡고 씨름하며 ‘내게 복을 주셔야 한다.’고 하나님께 매달렸습니다. 사랑하는 요셉이 죽었다고 거짓말을 하는 아들들 앞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탄식하며 우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야곱을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의 조상으로 세워주셨습니다. 권력다툼에서 승리한 야곱이 아니라, 얍복강에서 ‘하나님께서 내게 복을 주지 않으시면 안 된다.’고 나약함에 소리친 그 야곱을 말입니다.

   여러분, 오늘도 세상은 우리에게 권력의 자리에 올라가라고 유혹합니다. 권력을 잡기 위해서 말입니다. 남들보다 더 많이 가져야 하고, 남들보다 더 높이 올라야 한다고 말입니다. 다른 사람을 짓밟고 올라가야 성공할 수 있고, 남들보다 더 많이 배워야 무시당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심지어 남을 속일 수 있어야 출세하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세상이 아무리 우리에게 그렇게 유혹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런 세상의 방법을 따라 살아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세상의 방법이나 세상의 이치를 따르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세상이 아무리 그렇다고 이야기를 해도 그 말을 믿고 그 말을 따라 살아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하나님의 말씀이 기준이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 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복 주신다는 사실을 믿고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말씀을 따라 사는 당신의 백성에게 반드시 복을 주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벧엘의 하나님을 다시 만나 치열한 경쟁의 세계인 하란을 떠나온 야곱처럼, 우리도 우리의 하나님을 다시 만나야 합니다.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은 경쟁사회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 우리에게 힘을 주시고 복을 주시는 하나님만 신뢰하며 살아야 합니다. 권력으로 세상을 이기려 하지 말고, 우리 주님처럼 살아야 합니다. 그러면 세상에서는 실패자처럼 보일지라도 우리는 분명 승리자가 될 것입니다.

< 2021년 4월 25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