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로 몰아내신 성령

< 본문 – 마가복음 1:12-13 >

   미국 휴스턴 제일감리교회의 담임목사이며 상담가인 찰스 알렌(Chares L. Alen) 목사가 쓴 『심령의 치료자 하나님』이란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미국의 어느 큰 회사에서 사장의 돌연사로 갑자기 후임 사장을 뽑아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이사회에서는 파격적으로 30대 젊은 사원을 사장으로 발탁했습니다. 그 젊은이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아 사장으로 발탁되자 모든 것을 얻은 것처럼 기뻐했고, 많은 직원들에게 부러움을 받는 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사장의 자리는 결코 만만치 않았습니다. 회사의 중대사를 결정해야 하고, 회사의 실적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고, 수많은 직원들에 대한 인사 문제도 처리해야 하는 등 그가 해결하고 결정해야 할 문제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런 일에 전혀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고, 또 그런 일을 생각해보지 못한 젊은 사장은 점점 스트레스를 받으며 염려와 불안에 사로잡히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사안에 대해 결재 사인을 하려고 하면 손이 떨리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그는 정신과 의사를 찾아갔고, 그 정신과 의사로부터 상담가인 알렌 목사님을 소개받아 만나게 되었습니다. 목사님은 젊은 사장에게 이런 처방을 내려주었습니다. “내가 드리는 약을 일주일 동안 매일 다섯 번씩 먹어야 합니다. 한꺼번에 많이 먹어서도 안 되고, 건너 뛰어서도 안 되고, 쉬었다가 먹어서도 안 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이 약을 먹고, 아침 식사 후에, 점심 식사 후에, 저녁식사 후에, 그리고 마지막 잠자기 전에 이 약을 먹어야 합니다.” 그러면서 알렌 목사님이 처방해 준 약은 바로 시편 23편이었습니다. 그 젊은 사장은 목사님이 이야기한 대로 하루에 다섯 번씩 정해진 시간에 시편 23편을 읽었습니다. 그 말씀이 주는 의미를 최대한 받아들이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하루에 다섯 번씩 읽었습니다. 그렇게 하루에 다섯 번씩 시편 23편의 말씀을 읽자 그에게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에 평안이 찾아오더니, 손이 떨리는 것도 사라졌습니다. 일주일 후에 젊은 사장은 목사님을 찾아가 만나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 제 자신이 푸른 초장에 누워 있었습니다.”

   찰스 앨런 목사님은 이 책에서 시편 23편이 주는 말씀의 능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하나님의 말씀에는 그만한 능력이 있습니다. 우리 중에도 마음에 평화를 원하는 분들, 삶의 고달픔에서 해방되기를 원하는 분들, 병의 고통으로부터 치료받기를 원하는 분들은 찰스 앨런 박사가 제시한 방법을 통해서 회복의 기적을 체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말씀에는 그런 능력이 있긴 하지만, 말씀을 그런 능력을 경험하기 위한 도구로만 읽는다면 그것은 신앙이 아니라 미신입니다. 물론 성경에 병을 치유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그러나 병을 치유하는 것은 신앙의 본질이 아닙니다. 본질이 아닌 것을 본질인 것처럼 붙잡는 것이 바로 미신입니다. 그런 미신은 우리가 말하는 신앙을 가지지 않는 사람들도 모두가 원하고 바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참된 신앙은 우리가 바라는 것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욕심과 생각과 관점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길을 따르는 것입니다. 미신적인 생각을 갖고 사는 사람들은 신앙 때문에 내게 손해가 주어진다면 견디지 못할 것입니다. 때론 하나님을 위해서 나의 행복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때로는 하나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서 고난의 길을 기꺼이 가야 한다는 사실을 용납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 생각에 사로잡히면 성경을 읽어도 내가 좋아하는 말씀만 읽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것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만족을 위해서 말입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도 우리 인간적 관점에서 보면 결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말씀입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은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시기 직전에 있었던 일을 아주 간단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공생애를 시작하시기 전 예수님께서 하신 일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그 하나는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신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광야에서 금식하신 일입니다. 마가는 그 두 가지 사건을 아주 간략하게 기록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간략하면서도 아주 중요한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에는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후 하늘에서 이런 음성이 들렸습니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마가복음 1:11) 이 음성은 공생애를 시작하시는 예수님께 굉장히 힘이 되는 말씀이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예수님의 공생애는 십자가를 향한 걸음이었습니다. 온 인류의 죄를 짊어지신 ‘하나님의 어린양’으로 예수님은 십자가의 길을 가셔야 했습니다. 그 십자가의 길을 가신 삶이 바로 예수님의 공생애입니다. 그러기에 힘든 십자가의 길을 가셔야 하는 예수님께 하나님께서 하신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는 말씀은 굉장히 힘이 되는 말씀이었음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은 전혀 다른 분위기입니다. 예수님께서 광야로 내몰리셨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명확하게 기록하고 있는 것처럼 성령께서 곧 예수님을 광야로 몰아내셨습니다. 이 짧은 구절의 말씀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성령께서 곧 예수님을 광야로 몰아내셨다.’고 말씀합니다. ‘곧’이라는 말씀은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후 곧바로’ 라는 뜻입니다. 조금 더 좁힌다면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고 하나님께서부터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라는 말씀을 들으신 후 곧바로’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내몰리신 곳은 광야입니다. 광야는 적막한 곳입니다. 사람이 없는 곳입니다. 그런데 공생애를 시작하셔야 하는 예수님께서 사람의 그림자라곤 찾아볼 수 없는 광야로 내몰리셨습니다. 예수님을 광야로 내모신 분이 누구입니까? 오늘 본문은 그 주체를 아주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성령께서’ 예수님을 광야로 내모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광야로 몰아내셨다는 뜻입니다. ‘몰아내다’(εκβαλλει)는 말은 강권적으로 쫓아내셨다는 뜻입니다. 오늘 본문과 같은 예수님의 광야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는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서는 조금 다르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마태복음에서는 “예수께서 성령에게 이끌리어... 광야로 가사.”(마태복음 4:1)라고 말씀합니다. 누가복음에서는 “예수께서 성령의 충만함을 입어... 광야에서 사십일 동안 성령에게 이끌리시며.”(누가복음 4:1)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성령에게 이끌리시어 광야로 가셨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자발적으로 성령에 이끌리셨다는 느낌을 강조한 듯 합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은 전혀 다릅니다. 성령께서 예수님을 광야로 몰아내셨습니다. 쫓아내셨습니다. 억지로 등을 떠밀 듯 성령께서 예수님을 광야로 밀어내셨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왜 성령께서 예수님을 그렇게 강압적으로 광야로 몰아내신 것입니까?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후 하나님께서는 예수님을 향해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 내가 너를 기뻐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이라면 우리 모든 부모님들의 마음과 같이 좀 더 편하고 안락한 곳으로 이끌어가셔야 맞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사랑하는 아들’이라고 말씀하시자마자 사랑하는 아들을 광야로 몰아내셨습니다. 왜 그러신 것입니까?

   우리는 여기에서 하나님의 깊은 뜻을 찾아내야 합니다.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서는 성령에 이끌리어 광야로 가신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마귀에게 시험을 받으시고, 예수님께서는 그 시험을 당당하게 이기신 이야기를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가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시험받으신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지 않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시험받으셨다’고만 기록하고 있을 뿐입니다. 어떤 시험을 받으셨고, 어떻게 그 시험을 이기셨는지에 대해서는 기록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마가복음에서 성령께서 예수님을 광야로 몰아내셨다고 기록한 이유는 다른데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광야에 가셔서 40일 동안 금식하시며 무엇을 하셨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40일 동안 광야에 계셨다는 것을 생각할 때 주로 두 가지를 떠올립니다. 하나는 마귀에게 시험을 받으셨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금식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광야로 몰아내신 핵심이 결코 아닙니다. 시험은 예수님께서 40일간의 금식이 끝나갈 무렵에 받으셨습니다. 마태복음이나 누가복음 기록에서 똑같이 그것을 말씀합니다. “사십 일 밤낮으로 금식하신 후에 주리신지라.”(마태복음 4:2) 그리고 난 후에 마귀가 나타나서 예수님을 시험합니다. 40일 내내 시험을 받으신 것이 아니라 40일 금식이 끝나신 후에 시험을 받으신 것입니다.

   그러면 그 40일 동안 예수님을 무엇을 하셨다는 말씀입니까? 물론 40일 동안 금식하셨습니다. 그런데 금식이 본질은 아닙니다. 왜 금식하는 것입니까? 금식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오늘날에도 금식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예수님처럼 40일 금식하시는 분들도 있고, 어떤 분들은 40일까지는 아니더라도 3이레(21일) 동안 금식하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그렇게 오랫동안 금식할 수가 없어 3일 동안 금식하기도 합니다. 일상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것마저 쉽지 않는 분들은 아침 금식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왜 그렇게 금식하는 것입니까?

   금식은 금식한다는 것 자체에 목적이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금식하는 것은 하나님과 조금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입니다. 내 육체적인 욕망을 제어하고 내 영을 맑게 해서 하나님과 더 깊은 영적 교제를 나누기 위해서 금식하는 것입니다.

   광야가 바로 그렇게 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입니다. 광야는 하나님과 가까워지는 곳입니다. 광야는 하나님과 깊은 영적 교제가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광야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오늘 본문에도 예수님께서 광야로 내몰리셨는데, 그 광야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연극으로 말한다면 ‘모노드라마’(monodrama)입니다. 그러기에 하나님과 더 깊은 교제를 나눌 수 있습니다. 아니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아야 하고, 하나님만을 생각할 수 있는 곳이 광야입니다.

   그리고 그 광야에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깊이 있게 들을 수 있습니다. 구약성경언어로 ‘광야’라는 라는 말은 ‘미드바르’(מִדְבָּר)입니다. 그리고 ‘말씀’은 ‘다바르’(דָבַר)입니다. 광야라는 말의 미드바르는 ‘말씀(다바르)로부터’ 또는 ‘말씀(다바르)이 나오는 곳’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광야라는 말이 말씀이라는 말에서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광야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었고, 그 광야에서는 오직 하나님의 말씀만을 의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랬습니다. 그들은 광야에서 말씀을 받았고, 광야(미드바르)에서 하나님을 말씀(다바르)에 순종하여 생존했습니다. 광야는 하나님의 말씀 없이는 버틸 수 없는 곳이고, 세상의 생각과 욕심을 비우고 오직 말씀만을 의지해야 살 수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광야에서는 하나님과의 관계가 더욱 깊어집니다. 하나님 없이는 광야가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성령께서 예수님을 광야로 몰아내신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예수님은 세례를 받으시면서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는 음성을 들으셨습니다. 그리고 광야로 가셔서 아버지와 깊은 영적 교제를 나누셨습니다. 다른 어느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오직 아버지 하나님과 아들이신 예수님 사이에 깊은 교제를 나누셨습니다. 심지어 음식을 드시는 것조차 거부하시고 오직 하나님 아버지와 깊은 교제를 나누셨습니다. 그것이 광야에서 40일 동안 금식하시며 지내신 기간에 하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은 그런 하나님과의 깊은 영적 교제를 나누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가르쳐줍니다. 광야에는 예수님과 하나님 사이에 나누는 영적 교제를 방해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닙니다. 오늘 본문 13절에 그 광야에 들짐승이 있었다고 말씀합니다. 광야에서 들짐승은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들입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사탄이 나타나서 예수님을 시험했습니다. 그럼에도 예수님은 하나님과의 깊은 영적 교제를 나누셨기 때문에 그 어떤 것으로부터도 해를 당하지 않으셨습니다. 광야를 떠도는 사나운 짐승들도 예수님을 해치지 못했고, 예수님을 시험하는 사탄도 예수님을 넘어뜨리지 못했습니다. 왜요? 예수님께는 사랑하는 아버지 하나님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보호해 주셨습니다. 13절 마지막에 이렇게 말씀합니다. “천사가 수종들더라.” 사탄은 예수님을 시험해 넘어뜨리려 했지만 하나님께서는 천사를 통해서 예수님을 지켜주셨습니다. 사나운 짐승도, 우는 사자처럼 삼킬 자를 찾는 마귀와 사탄도 예수님을 해코지할 수 없도록 보호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믿음의 삶을 살면서 결코 빠져서는 안 되는 환상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예수 믿으면 모든 잘 되고 좋은 좋아질 것이라는 환상입니다. 우리는 예수 믿으면 아프던 몸도 다 나을 것이고, 나를 힘들게 하는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예수 잘 믿으면 병에 걸리지 않을 것이고, 직장에서도 남들보다 더 빨리 승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정에 어려움이 없을뿐더러, 어려운 문제가 있더라도 빨리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 잘 믿으면 자식들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자식들이 대학에 들어가거나 직장에 취업하는 것에 조금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도 겪지 않을 것이고, 사고도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앙생활 잘하면 내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행복할 것이고, 친구들에게 배신당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 믿으면 내 앞길이 형통하여 아무런 장애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때로는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를 베푸셔서 아픈 몸도 치료해 주시기도 하시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주시기도 하십니다. 때로는 자식들의 앞길을 좋은 길로 인도해 주시기도 하시고, 때로는 마음의 슬픔과 고통도 이겨내게 하십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늘 그렇다고 생각하면, 늘 좋은 일만 일어난다는 환상에 빠지게 되면 우리는 곧 하나님께 실망하고 말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가 기대한 대로 해주지 않을 때에는 말입니다.

   여러분, 예수님께서 40일 동안 광야에 머물 때의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다. 광야는 먹을 것도 마실 것도 구하기 어려운 곳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금식하신 것은 아닙니다만, 인간이 생존하는데 너무나도 힘든 여건입니다. 낮에는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입니다. 밤에는 기온이 급속도로 낮아져서 추위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 기록된 것처럼 광야에는 들짐승들이 있어 언제 공격을 받게 될지 모릅니다. 때로는 모래바람이 불어와 숨쉬는 것조차 쉽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광야는 말 그대로 생존하는데는 너무나도 열악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성령께서 예수님을 그런 광야로 몰아내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사랑하는 아들이라고 말씀하신 그 예수님을 말입니다. 사랑하신다고 해놓고서 왜 그렇게 힘든 광야로 몰아내시는 것입니까?

   여러분,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예수님을 광야로 몰아내신 하나님께서 때로는 우리도 인생의 광야로 몰아내실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믿고 하나님을 사랑하면 우리에게 광야와 같은 힘든 삶은 없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런데 때로 성령께서는 우리를 광야로 몰아내실 수도 있습니다. 내 주변의 모든 사람을 정리하고 나 홀로 있는 외로움과 고독 속에 던져넣으실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잘 나가던 사업을 뒤집어엎으실 때도 있고, 때로는 거대한 장애물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 것도 없는 막막한 상황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습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신앙생활한다는 것 때문에 목숨을 내놓는 순교자의 길을 가야 했습니다. 예수를 믿고 복음을 전한다는 것 때문에 박해를 받고, 채직질을 당해야 했습니다. 우리에게는 그 정도는 아닐지라도 때로는 아주 위험한 순간을 만나게 하실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욥처럼 내가 가진 것을 가져가실 수도 있고, 때로는 아브라함처럼 내가 가장 사랑하고 아끼던 것을 포기하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습니다.

   왜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시는 것입니까? 하나님을 사랑하다고 고백하는 우리를, 하나님께서 ‘내가 너를 사랑하노라.’ 말씀하신 우리를 왜 그렇게 힘든 광야로 몰아내시는 것입니까? 그 이유 중에 하나는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고 싶어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와 좀 더 깊은 영적 교제를 나누길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광야에서 하나님을 더 깊이 만나고, 더 분명하게 하나님의 음성을 듣도록 하시려고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왜 그렇게 하시는지 우리가 그 이유를 알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그럴지라도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이고, 그 힘든 광야에 우리를 홀로 내버려두지 않으시고 천사를 통해 우리를 보호하시고 지켜주신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어리석은 이해력으로 하나님의 뜻을 다 깨달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믿는 것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길로 갈지라도, 때로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길로 우리를 이끄실지라도 그 마지막은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리라.”(로마서 8:28) ‘우리가 알거니와!’ 이게 믿음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알고 믿습니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지만 하나님께서는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신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고 고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 때로 성령께서 우리를 낯선 곳으로 몰아내신다 하더라도 두려워하지 마십시다.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때로 성령께서 우리를 광야와 같은 삶으로 몰아내신다 하더라도 걱정하지 마십시다. 하나님의 천사가 우리를 지켜줄 것입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살아 계시고, 우리 하나님은 선하신 분입니다.

< 2021년 5월 23일 주일낮예배-성령강림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