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택한 나의 종!

< 본문 – 이사야 41:8-14 >

  19세기 프랑스의 화가 에밀 라누(Emile Renouf, 1845-1894)가 1881년에 그린 ‘돕는 손’(The Helping Hand)이라는 유명한 그림이 있습니다.<그림1> 수면 위 작은 배 위에 어린 소녀와 늙은 어부가 타고 있습니다. 커다란 노 앞에서 할아버지와 손녀가 나란히 앉아 함께 노를 젓고 있는 것입니다. 손녀의 얼굴과 눈망울에는 긴장한 모습이 엿보입니다. 그런데도 어린 손녀는 두렵지 않게 노를 젓고 있습니다. 그 옆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는 노의 끝자락을 잡고서 인자한 얼굴로 어린 손녀가 노 젓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림 왼쪽 아래에 작은 물결이 이는 것을 보아 배는 조금씩 앞으로 가고 있는 듯합니다. 할아버지는 손녀가 느리게 노를 젓는 것이 답답할 수도 있는데, 그의 얼굴에는 전혀 그런 기색이 없습니다. 손녀가 노를 젓는 모습이 기특한지 사랑스런 눈빛으로 손녀를 바라보며, 손녀의 노 젓는 속도에 보조를 맞춰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노를 젓습니다. 어린 손녀는 그런 할아버지의 마음을 알았는지 그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느껴지면서도, 자신이 뭔가를 하고 있다는 자신감과 자신이 노를 저어 배가 어디론가로 가고 있다는 것에 다부진 모습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배가 앞으로 갈 수 있도록 노를 젓는 이는 어린 손녀가 아니라 할아버지라는 것을 말입니다. 어린 손녀는 그저 커다란 노 위에 자신의 손을 살포시 올려놓고 있을 뿐입니다. 배가 움직이는 것은 그 옆에서 힘차게 노를 젓는 할아버지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린 손녀는 마치 자신이 노를 저어 배가 앞으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화가 에밀 라누는 이 그림의 제목을 ‘돕는 손’이라고 붙였습니다. 누가 누구를 돕는다는 것일까요? 어린 손녀가 할아버지를 도와 노를 젓는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해석보다는 어린 손녀를 할아버지가 돕고 있다고 해석하는 게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손녀는 자신이 할아버지를 돕고 있다고 말할지 모릅니다. 우리 어린 자녀나 손주들이 엄마 아빠나 할아버지 할머니를 돕겠다고 팔 벗고 나서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엄마나 아빠 또는 할아버지나 할머니를 돕겠다고 나서는 아이들은 사실 돕는 게 아닙니다. 돕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들이 함께 하겠다고 하면 오히려 일의 속도가 늦어질 뿐입니다. 그런데도 도우라고 하는 것은 그 마음이 기특하기 때문입니다. 이 그림은 분명 할아버지가 노를 젓겠다고 하는 어린 손녀를 돕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어린 손녀를 도와 아이 자신이 노를 저어 배가 움직이는 것처럼 느끼도록 해주기 위해서 말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때로 우리가 우리 자신의 인생의 배를 노 저어 움직여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게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지 모릅니다. 오늘 우리를 돕는 손이 없다고 한다면 우리 인생의 배가 앞으로 가기나 하겠습니까? 앞서 본 그림에 나오는 어린 손녀처럼, 아이의 힘으로는 결코 배를 앞으로 움직일 수 없을 것입니다. 혹 배를 움직인다 하더라도 그 아이의 노 젓는 힘으로 목표하는 지점까지 갈 수나 있겠습니까?

  오늘 우리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인생의 배를 움직여 앞으로 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내가 아닙니다. 우리 인생이 목표하는 곳으로 힘차게 노를 저어 갈 수 있는 것은 우리를 도우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믿음의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온 삶의 여정을 뒤돌아보며 ‘하나님의 손길이 나를 도우셨다.’고 고백했습니다. 요즘 우리가 수요일에 성경공부를 하고 있는 에스라서에서 믿음의 사람 에스라가 고백하는 고백의 내용도 바로 그것입니다. 에스라 7:9절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첫째 달 초하루에 바벨론에서 길을 떠났고 하나님의 선한 손의 도우심을 입어 다섯째 달 초하루에 예루살렘에 이르니라.” 제2차 바벨론 포로귀환 때에 약 1,500km나 되는 그 먼 길을 올 때에 대적들과 길에 매복하는 자들의 위험이 있었음에도 안전하게 예루살렘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선한 손이 도우셨기 때문이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에스라의 뒤를 이어 약 14년 후에 제3차 포로귀환을 이끌었던 느헤미야도 같은 고백을 합니다. “내 하나님의 선한 손이 나를 도우시므로 왕이 허락하고.”(느헤미야 2:8) 조국 이스라엘과 예루살렘의 상황이 너무나도 힘들다는 것을 알고 느헤미야가 페르시아의 왕 아닥사스다에게 예루살렘 성벽을 건축할 재목을 달라고 요청할 때, 아닥사스다 왕이 이를 허락한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선한 손이 도우셨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고백합니다. 다윗도 같은 고백을 합니다. “하나님은 나를 돕는 이시며 주께서는 내 생명을 붙들어 주시는 이시니이다.”(시편 54:4) 자신을 죽이기 위해서 혈안되어 뒤를 쫓는 사울 왕의 칼날에서 자신을 지켜주신 분이 하나님이셨다는 고백입니다. 수많은 원수들이 자신의 생명을 노리지만 자신의 생명을 지켜주신 분이 하나님이셨다는 고백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우리는 힘들고 어려울 때 나 홀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힘들 때 내 주변을 돌아볼 여력이 없기 때문에 오직 나 자신만을 바라보는 경향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게 마지막 남은 힘까지 다 쏟아붓지만, 내 힘만 가지고는 그 상황을 극복해낼 수 없을 때에는 좌절하고 절망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믿음은 우리를 외톨이로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으시는 하나님, 우리가 약하고 힘이 없을 때 우리를 지키시고 도우시는 하나님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믿음의 눈을 떠서 내 주변을 바라보면 아무리 힘들고 외로운 상황이라 하더라도 그 자리에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고, 그 능력의 손길을 바라보며 내 손을 내밀어 그 하나님의 손을 붙잡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힘든 상황을 만나면 낙담하고 좌절하지만, 도우시는 하나님의 손을 의지할 수 있는 우리 믿음의 사람들은 아무리 힘든 상황이 온다 하더라도 절망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손을 붙잡고 다시 일어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힘이 없을지라도 능력의 하나님께서 나를 도우심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과 같은 믿음의 고백을 할 수 있습니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립보서 4:13) 궁핍해도 괜찮습니다. 비천한 자리에 처해져도 괜찮습니다.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도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절망 가운데 외쳐진 말씀입니다. 국가적으로 최악의 상황에서 들려온 하나님의 위로의 말씀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역사상 최악의 순간을 꼽으라고 한다면 당연히 주전 586년 남 유다가 바벨론에 의해서 멸망당한 그 순간을 떠올릴 것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나라가 주권을 빼앗겼다는 것에 머물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나라가 강대국에 주권을 빼앗겼다는 것은 역사의 비극 중에 비극일 것입니다. 1910년 8월 29일은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주권을 빼앗긴 비극과 슬픔의 날입니다. 그래서 그날을 경술국치일(庚戌國恥日)이라고 부릅니다. 1910년 경술년에 맞았던 국가적인 치욕스러운 날이라는 의미입니다. 마찬가지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최고의 국치일(國恥日)은 바벨론에게 나라가 멸망한 바로 그 날입니다. 그러니까 주전 586년은 어쩌면 이스라엘이 이방 강대국에 나라를 빼앗긴 최악의 순간이었고, 그 이후로 20세기인 1948년에 독립을 선언할 때까지 <주전 2세기에 하스몬 왕조 때 80여 년 동안 일시적으로 독립의 시기를 가졌던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2500년 동안 그들은 강대국의 지배를 받는 설움 속에 살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 날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더욱 치욕스러운 날로 기억되는 것은 바벨론에 멸망당하면서 그들이 그렇게도 소중하게 여겼던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성전이 파괴되었다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절망적이고 비극적인 일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성전의 파괴는 곧 하나님께서 자신들을 버리셨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런 상황입니다. 나라는 멸망당했습니다. 강대국 바벨론과의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전쟁통에 살아남은 사람 가운데 제법 똑똑하고 권세있고 배운 사람들은 모조리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갔습니다. 고국 땅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가난하고 힘 없는 사람들뿐이었습니다.(열왕기하 25:12) 더군다나 바벨론의 군홧발에 온 국토는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예루살렘 왕궁을 비롯해 귀인들의 집들이 모두 불에 타 사라졌습니다. 농사를 지어먹을 땅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성경에서는 그 상황을 ‘황무지처럼 황폐해졌다’(에스겔 36:34-36)고 표현할 정도입니다.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이기에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간 사람들이나 이스라엘 땅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 깊은 절망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희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시 일어설 꿈조차 꿀 수 없는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면서 하나님조차도 자기들에게서 등을 돌리신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 그들의 절망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바로 그런 절망적인 상황, 살아남은 사람들이 모두 깊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오늘 본문의 말씀이 주어졌습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은 한마디로 ‘위로와 희망의 말씀’입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인 이사야 41:1절 이하의 말씀은 하나님께서 페르시아의 고레스 왕을 세우시고 그를 통해 이스라엘을 회복시켜주실 것이란 사실을 예언하고 있습니다. 유다가 멸망당하고 약 50년 후에 일어날 일입니다. 강대국 바벨론이 멸망당하고 더 힘이 센 새로운 제국이 등장하면서 세계를 정복해갈 때 이방민족들은 두려움과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너희는 두려워할 것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그게 오늘 본문의 말씀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세 번씩 반복되어 나타나는 표현이 있습니다. 그것은 “두려워하지 말라!”라는 말씀과 “내가 너를 도와주리라!”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그 말씀은 연결되어 나타납니다. 10절에서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고 말씀합니다. 13절에서도 “나 여호와 너의 하나님이 네 오른손을 붙들고 네게 이르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를 도우리라 할 것임이니라.”라고 말씀합니다. 그리고 14절에서도 “너희 이스라엘 사람들아 두려워하지 말라. 나 여호와가 말하노니 내가 너를 도울 것이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여러분, 이 말씀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아시겠지요? 나라는 멸망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통에 죽임당했습니다. 사랑하는 내 가족들도 희생되었습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포로로 먼 이국 땅에 끌려갔습니다. 겨우겨우 목숨을 부지해 그 땅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가난하고 힘이 없습니다. 농사를 지어먹을 땅조차 없습니다. 포로로 잡혀간 사람들의 처지 역시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방인의 노예가 되어 살아야 합니다. 이방인들의 놀이갯감이 되어 이방 땅에서 온갖 수치를 당해야 했습니다. 시편 137편에서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이방 사람들이 ‘노래하여 우리를 즐겁게 하라’는 요구에 ‘차라리 노래하는 재주, 수금타는 재주를 잊어버리는 것이 더 좋겠다.’고, ‘내 혀가 입천장에 붙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수모를 당해야 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하나님께서는 두려워하지 말라고, 내가 너를 도와줄 것이라고 약속하십니다. 이방 나라들은 나라가 멸망당하고 역사를 주름잡던 제국들의 흥망성쇠에 두렵고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해 안절부절하겠지만, 하나님의 백성인 이스라엘 백성들은 두려워할 것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 왜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반복해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께서 택하신 하나님의 종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종이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그들을 책임져 주신다고 약속하신 것입니다. 오늘 본문 9절에서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를 택하고 싫어하여 버리지 아니하였다 하였노라.” 8절에서도 이스라엘을 가리켜 ‘내가 택한 야곱’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께서 택하신 하나님의 종입니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나의 하나님의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당신의 종으로 선택하신 것입니다.

  종을 선택하는 과정을 우리가 상상해 보십시다. 고대사회에서 전쟁의 포로로 잡혀 오거나 노예의 자식으로 태어나면 대부분이 노예가 되어야 했습니다. 잡혀온 노예들은 대부분 노예시장에서 팔려갑니다. 노예들을 전시해 놓고 노예를 살 사람들이 노예들을 하나하나 훑어봅니다. 쓸만한 노예가 있는지 하고 말입니다. 그러다가 자신의 맘에 드는 노예가 있으면 값을 흥정하고 그 노예를 사서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갑니다. 팔려간 그 노예는 그 집에서 평생을 일하며 살아야 합니다. 주인이 필요없다고 내다 팔거나, 아니면 죽을 때까지 그 집의 노예로 살아야 합니다. 그게 노예(종)의 운명입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그리고 우리를 당신의 종으로 삼으실 때 왜 우리를 선택하셨을까요? 노예시장에 나와 있는 노예를 살 때 건강하고 쓸만한 노예를 고르는 주인처럼, 그런 기준으로 하나님께서 우리를 고르셨을까요? 오늘 본문 14절에서 이스라엘을 가리켜 “버러지 같은 너 야곱아!”라고 말씀하십니다. ‘버러지’는 두 가지 의미를 갖습니다. 하나는 더럽고 징그럽고 구역질나는 존재라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무기력하고 나약한 존재 그래서 밟으면 터져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뜻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런 이스라엘을 선택하셨습니다. 쓸만하고 가치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건강하고 뭔가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무엇 하나 괜찮은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하나님께서는 그런 이스라엘 선택하셨습니다. 당신의 종으로 말입니다. 지금 나라가 멸망당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하나님을 잘 섬긴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그들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버리고 이방 우상에게 절하며 우상을 섬겼습니다. 하나님께서 수없이 말씀하시는데도 그 말씀을 들으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마땅히 하나님께로부터 버러지 같이 버림받아 마땅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런 버러지 같은 이스라엘을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두려워하지 말라고, 내가 너를 도와주리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께서 버린다 하셔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습니다. 이제 쓸모없는 노예나 다름없습니다. 그럼에도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도우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서 본문 8절에서는 ‘나의 벗 아브라함의 자손’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을 향해 ‘나의 벗’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벗’이라는 말은 가장 사랑하고 신뢰하는 존재라는 뜻입니다. 가장 가까이에 두고 싶어 하는 존재입니다. 이스라엘을 그렇게 가장 가까이에 두고 사랑하고 아끼고 싶어 하시기에 나약하여 쓸모없는 존재인 버러지 같은 이스라엘에게도 ‘두려워하지 말라’고, ‘내가 너를 도와 주리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여러분,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우리 가운데 어떤 분은 지금의 상황이 마치 이스라엘이 바벨론에 의해 멸망당하던 그 모습처럼 절망적일 수 있습니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어디에서도 희망의 빛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암담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내 처지가 마치 ‘버러지’라고 표현된 오늘 본문의 말씀처럼, 아무런 힘도 없고 가치도 없고 쓸모도 없는 존재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힘든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어떤 모습이든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택하여 당신의 종으로 삼으셨다는 사실입니다. 노예처럼 부려먹기 위해서 우리를 종으로 택하신 것이 아니라, 우리를 가장 가까이 두고 싶은 벗으로 삼으시기 위해 우리를 택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택하신 우리를 향해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내가 너를 도와주마!” 아무리 힘든 자리에 있다 하더라도, 내 주변에 아무도 보이지 않는 외톨이의 상황에 놓여 있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나의 종, 나의 사랑하는 벗이야!’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하는 종이기에, 우리가 하나님께 기쁨이 되는 벗이기에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인생길에서 우리를 외면하지 않으시고 당신의 능력으로 우리를 도우십니다. 우리의 인생을 살아갈 때 결코 우리 홀로 있도록 내버려 두 않으십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은혜로 선택받은 사람들입니다. 독생자를 주시기까지 사랑하시는 종이 바로 우리입니다.

  맨 처음 보셨던 그림 기억나십니까? 어린 손녀는 배를 움직일 힘이 없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계시기에 걱정이 없습니다. 목적지까지 갈 수 있습니다. 우리 힘으로 우리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혼자의 힘으로 우리의 인생의 배를 노 저어 갈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노에 손만 얹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를 도우시는 하나님이 계시기에, 하나님께서 당신의 능력의 손으로 우리 인생의 노를 힘차게 저어 주시기에 우리 인생의 배가 앞을 향해 힘차게 전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나는 그저 그 노에 손만 얹고 있을 뿐입니다.

  오늘도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은 내 인생의 노를 붙잡고 우리를 대신하여 힘차게 노를 저어 주십니다. 영의 눈을 떠서 오늘도 나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 내 인생의 노를 대신 붙잡으시고 힘차게 나와 함께 노를 저으시는 하나님, 나를 대신해 노를 저어 주시는 하나님을 바라보십시다. 그러면 인자한 모습으로 웃으시며 우리에게 조용히 속삭이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 2021년 7월 25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