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 본문 – 사도행전 16:16-18 >

  지난주 뉴스를 뜨겁게 달군 이야기는 단연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이었습니다. 20년 동안 주둔했던 미군이 철수하자 그동안 반군의 위치에 있던 탈레반이 아프카니스탄의 수도인 카불을 점령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아프가니스탄의 대통령은 먼저 외국으로 도망을 갔고,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려는 시민들이 공항으로 몰려들었습니다. 미처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한 사람들이 비행기 동체에 매달려가다가 추락하는 영상까지 보여지면서 그 상황에 얼마나 끔찍하게 돌아가고 있는지 우리는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뉴스를 보면서 얼마 전에 가슴 아프게 읽었던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라는 소설이 눈에 그려졌습니다. 이 소설의 저자는 할레드 호세이니(Khaled Hosseini, 1965-)인데, 그는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블에서 태어났지만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망명하여 의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쓴 두 번째 소설이 바로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라는 소설입니다. 물론 그가 겪었던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이 그 소설의 배경입니다.

  이 소설은 마리암과 라일라라고 하는 두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저주받은 사생아’라는 뜻을 가진 ‘하라미’로 태어난 마리암은 가족들에게 버림을 받고 열여섯 살의 어린 나이에 마흔다섯의 구두장이인 라시드에게 팔려가듯 시집을 가게 됩니다. 처음에는 라시드의 다정함에 상처를 치유받는 듯 했지만,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남편은 폭력적 근성을 드러내고, 그녀는 아무런 꿈도 없이 고통스러운 나날을 견디며 살아갑니다. 그러다가 내전으로 인해 교사였던 아버지와 가족들이 죽고 홀로 남겨진 열세 살의 라일라가 라시드의 두 번째 부인으로 들어옵니다. 남자 없이 여자 홀로 살 수 없는 상황에서 라일라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첫째 부인인 마리암은 자신의 삶에 갑자기 끼어든19살이나 어린 둘째 부인 라일라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 뻘인 마리암과 딸과 같은 라일라의 관계는 라일라가 딸을 낳으면서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합니다. 마리암과 라일라는 남편 라시드의 계속된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남편 몰래 파키스탄으로 도망을 치려 하지만 실패하고 맙니다. 다시 폭력이 가득한 집으로 돌아온 두 여인은 다시 남편의 폭력 아래 놓이게 되고, 라일라는 마리암을 어머니 같이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소련이 지원하던 공산주의 정권이 무너지고 무자히딘을 거쳐 탈레반이 정권을 잡습니다. 탈레반은 엄격하고 잔혹한 통치를 시작합니다. 노래와 춤을 금지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여자들은 항상 집에 있어야 하고, 밖으로 나갈 때에는 반드시 남자를 대동해야 하며, 아무에게도 말을 걸 수 없고, 남자들과 눈을 마주쳐서도 안 됩니다. 심지어 여자들은 공공장소에서 웃어서도 안 됩니다. 시대가 그렇게 참혹하게 변해가는 과정에서 라일라는 아들을 낳습니다. 그럼에도 남편의 폭력은 계속되었고, 두 여인은 남편의 폭력에 맞서다가 남편을 살해하고 맙니다. 마리암은 엄마와 같은 마음으로 살인의 모든 죄를 자신이 뒤집어쓰고 교수형을 당하게 됩니다. 살아남은 라일라는 첫 사랑인 타리크를 만나 아이들을 데리고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출했다가, 미국에 의해서 탈레반이 쫓겨나자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라일라는 어머니와도 같았던 마리암을 잊지 못하고 마리암의 고향을 찾아가 마리암의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와 유산을 받아들게 됩니다. 그리고 카불로 돌아와 마리암에게 남겨진 그 유산으로 고아원을 운영하며 산다는 것으로 소설을 끝이 납니다.

  이 소설의 제목인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라는 표현은 17세기 페르시아의 시인인 사이브에타브리지(Saib-e-Tabrizi)가 아프가니스탄의 수도인 카불에 대해서 쓴 시‘카불’(Kabul)의 한 구절에서 따온 것입니다. 시인은 카불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지붕 위에 희미하게 반짝이는 달들을 셀 수도 없고, 벽 뒤에 숨은 천 개의 찬란한 태양들을 셀 수도 없으리.’ 소설의 저자는 아프가니스탄의 아픈 역사 속에서도 언젠가 그렇게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 떠올라 조국을 아름답게 빛내 줄 것이라고 기대하며 소설을 썼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어쩌면 지금은 사회적 억압에 의해 빛을 발하지 못한 여인들을 가리키는 것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의 맨 앞에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라고 써놓았던 것입니다.

  탈레반이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점령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여성들에 대한 차별이 심각한 탈레반의 체제 아래서 여성들이 사람다운 대우를 받을 수 있을지도 큰 관심사입니다. 탈레반의 대변인은 예전과는 다르다고 말했다지만, 불과 며칠 사이에 벌어진 일을 보면 결코 달라지지 않았음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뉴스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여성이 얼굴 전체를 다 가리는 부르카를 쓰지 않았다고 총살했습니다. 국제사회를 향해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발표하던 바로 그날 말입니다. 어떤 집에서는 탈레반 15명이 찾아와 3일 동안이나 매일 음식을 요구해 음식을 제공했지만, 네 번째에는 줄 음식이 없다고 거절하자 딸이 보는 앞에서 엄마를 구타한 후에 그 집에 수류탄을 던지고 가기도 했습니다. 엊그제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서강대 박현도 교수는 아주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탈레반이 달라지겠느냐?’는 앵커의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결코 바뀌지 않는다.’고, ‘바뀌길 기다렸다가는 목만 빠진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에게 여자는 자식 낳은 역할과 남성들의 성적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도구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참으로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최첨단 과학과 문명의 시대인 20세기 말에 소설 속의 비극이 우리 지구촌에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1세기인 지금도 그런 비극은 반복되고 있습니다. 불과 20년 전에 탈레반 정권 아래서 비참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은 다시금 그런 비참한 삶을 사느니 차라리 조국을 떠나겠다고, 조국을 떠나지 못하면 죽음보다 더 처참한 삶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비행기 수송기에 매달려 가려 하지 않았겠습니까? 이런 탈레반 공포 정치 아래서 고통당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국민들, 특별히 더욱 짓밟히는 고통을 겪어내야 하는 여성들을 위해 우리는 기도해야 합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은 우리가 누구의 통치를 받느냐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쳐주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사도 바울이 제2차 선교여정 중에 빌립보에 이르렀습니다. 본문 바로 앞인 12절에서 소개하고 있는 것처럼 빌립보는 ‘마게도냐 지방의 첫 성읍’이었습니다. 이 말은 빌립보가 마게도냐에서 가장 큰 성읍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당시 마게도냐의 수도는 데살로니가였고, 수도인 데살로니가가 가장 큰 성읍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마게도냐를 네 구역으로 나눈 지역 가운데 첫 번째 구역에 속한 성읍이라는 뜻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빌립보는 당시 퇴역한 군인들이 여생을 보내던 중요한 도시였고, 지금의 터키 이스탄불인 비잔티움에서 로마로 가는 길인 에그나티아 대로(Via Egantia)가 지나는 곳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빌립보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빌립보에는 유대인들의 회당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안식일이 되면 기도할 곳을 찾아 강가로 가서 기도하고, 거기에서 복음을 전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중 자색 옷감 장사인 루디아라는 여인이 복음을 받아들이고 사도 바울 일행을 자기 집에 머물도록 했습니다. 어느 날 사도 바울이 루디아의 집에서 기도하는 곳으로 가던 중 귀신 들린 여인을 만나게 됩니다. 처음 며칠은 그냥 그 여인을 지나쳐 다녔습니다. 그러나 계속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그 여인이 자꾸만 사도 바울을 따라오며 “이 사람은 지극히 높은 하나님의 종으로서 구원의 길을 너희들에게 전하는 자라”고 소리를 질러댔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궁극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귀신들린 여인이 이 말을 외쳐댄다는 것은 사도 바울을 괴롭히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며칠을 견디다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고, 그 여인을 고쳐주었습니다.

  우리는 이 짧은 이야기에서 아주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됩니다. 여러분, 그 여인은 사도 바울이 ‘지극히 높은 하나님의 종’ ‘구원의 길을 가르치는 자’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해답은 분명하지요? 그 여인이 귀신 들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여인이 귀신들렸을 때의 상황이 어떠했을까요? 오늘 본문은 귀신 들린 그 여인에 대해서 아주 간단하게 상황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16절에 말씀합니다. “점으로 그 주인들에게 큰 유익을 주는 자라.” 쉽게 말하면 그 여인은 ‘주인들’이라고 표현된 힘 있는 사람들에게 착취당하며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마도 점을 잘 쳤던 모양입니다. 그렇겠지요. 귀신들려서 귀신이 시키는 대로 점을 쳐주면 되니까요. 그 여인은 영적으로는 귀신에 사로잡혀 살았고, 인간관계 속에서는 힘 있는 사람들에 노예가 되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비참한 인생을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어쩌면 그 여인에게는 오늘 우리가 말하는 인권이라는 것은 없었을 것입니다. 자기 인생이라는 것도 없습니다. 영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포로가 된 채 주인이 시키는 대로 하며 살던 사람입니다. 영적으로는 귀신이 그 여인의 주인이었고, 신체적으로는 힘 있는 사람들이 그 여인의 주인이었습니다.

  여러분, 귀신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비참한 삶이 어떤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씀이 있습니다. 마가복음 5장과 누가복음 8장에 기록되어 있는 거라사의 귀신들린 사람의 모습입니다. 그는 자기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무덤 사이에서 살았습니다. 오랫동안 옷도 입지 않은 채 벌거벗은 몸으로 다녔습니다. 그 사람이 얼마나 사납던지 사람들이 그를 고랑과 쇠사슬로 결박해 놓아도 고랑을 깨뜨리고 쇠사슬을 끊어버렸습니다. 늘 그렇게 힘이 센 것이 아니라 성경의 표현대로 한다면 ‘귀신이 가끔 그 사람을 붙잡으므로’(누가복음 8:29) 그런 초인적인 힘으로 결박을 풀어버렸습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밤이나 낮이나 할 것 없이 늘 큰소리를 지르고 다녔고, 돌로 자기 몸을 자해하기도 했습니다. 언제요? 귀신에 사로잡히면이요.

  이 이야기에서 무엇을 느끼십니까? 귀신에 사로잡히면 인생을 자기가 원하는대로 살 수 없습니다. 인간다운 모습을 찾아볼 수도 없습니다.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야 합니다. 뭔가 안정된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습니다. 사람들조차 포기할 정도입니다. 그게 귀신들린 사람의 삶이었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귀신 들린 여인의 상태가 마가복음 5장에 기록된 거라사의 귀신들린 사람과 같은 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오늘 본문의 여인도 비참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귀신에 사로잡히고, 힘 있는 사람들에 의해 착취당하면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없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오늘 본문에 나오는 귀신들린 여인이 연상되었습니다. 귀신들린 그 여인이 잘못한 것 아닐 것입니다. 그 여인이 언제부터 어떻게 해서 귀신들렸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영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강한 힘에 의해서 포로가 된 채 비참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 여인이 그런 삶을 원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 여인에게는 그런 고통과 비참함에서 벗어날 힘이 없었습니다. 지금 아프가니스탄의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수많은 시민들이, 특별히 그 땅에 살고 있는 수많은 여인들의 삶이 불쌍하고 비참해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원해서 그런 삶을 살게 된 것이 분명 아닙니다. 힘없는 그들은 힘으로 무장한 사람들에 의해서 그런 비극적인 삶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오늘 본문에서 불쌍한 사람은 그 여인만이 아닙니다. 그 여인의 주인노릇하는 사람들도 불쌍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왜 우리가 불쌍하냐?’고 말할지 모릅니다. 그들은 자유민입니다. 21절에서 자랑스럽게 “로마 사람인 우리”라고 말한 것처럼, 그들은 로마 사람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당시 로마 사람은 대단한 자부심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엄청난 혜택을 누리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로마의 시민권을 얻는 것이 인생 최고의 목표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로마 시민권만 가져도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던 시대에,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빌립보에는 퇴역한 로마 군인들이 정착하여 살던 곳입니다. 그곳에 살던 로마인들은 로마인 중에서도 가장 자부심을 많이 가지고 살던 사람들입니다. 더군다나 여종의 주인들은 그 여인으로 인해 엄청난 수입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여인으로 인해 부유하고 넉넉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무엇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겉으로만 본다면 말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정말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을까요? 아니 그들은 인간다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요? 오늘 본문 이어 나오는 말씀에 보면 사도 바울이 귀신 들린 여인을 치유하여 귀신이 나가자, 더 이상 그 여인을 이용해 돈을 벌 수 없게 된 주인들이 들고 일어나 사도 바울을 고발합니다. 그들이 사도 바울을 고발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신들이 그 여인을 통해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그 여인이 여전히 귀신들린 상태로 지내야 하고, 점을 쳐서 벌어들인 돈을 자신들이 착취해야 합니다. 한 여인이 귀신의 고통에서 벗어나 인간다움을 회복하고 인간다운 삶을 사는 것에는 관심도 없을뿐더러,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비인간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까? 그들은 돈에 노예가 된 사람들입니다. 자신들은 자유민이라고, 자신들은 자랑스러운 로마인이라고 자부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돈에 노예가 된채 사는 사람들입니다. 돈에 노예가 되어서 돈을 벌어다주는 여인을 착취하는 인간들입니다.

  이런 주인들, 여인을 이용해 돈을 벌려고 안달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을 연상케 합니다. 탈레반들은 자기들의 잘못된 사고에 노예가 되어 있습니다. 극단주의적인 이슬람, 이슬람의 근본주의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사람들을 죽이고 여인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짓밟으면서도 자신들에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조차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돈에 노예가 되어 한 여인의 인생을 망가뜨리고 착취하면서도 무엇이 잘못되었지 모르던 오늘 본문의 주인들과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탈레반은 자기들이 아프가니스탄의 정권을 잡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을 사로잡은 것은 잘못된 생각, 잘못된 종교적 신념입니다. 그들은 거짓된 가르침에 노예가 되어 쉽게 사람을 죽이고, 사람을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성을 고귀한 인격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애를 낳는 도구요, 남자들의 성적 욕구를 채워주는 도구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13-15세의 여자 아이들이나 홀로된 여인들을 강제로 끌어다가 탈레반과 강제로 결혼을 시키기도 합니다. 정상적인 사람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그런 짓을 하게 만드는 것은 거짓된 가르침입니다. 그들은 그런 거짓된 가르침을 자기들의 주인으로 삼고, 수많은 사람들을 압제하고 죽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어디 그들만 그런가요? 오늘 자유민주주의 사회에 사는 우리들도 돈에 노예가 되어 사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까? 돈을 좀 아까겠다고 노동자의 안전을 무시한 채 작업을 강행하다 고귀한 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가게 만든 사람들도 돈을 주인으로 섬기는 돈의 노예들입니다. 자신들이 가진 힘을 가지고 힘없는 약자인 가맹점주들에게 갑질을 해다는 사람들도 결국 돈 때문에 그런 짓을 하는 돈의 노예들입니다. 돈 좀 아끼겠다고, 퇴직금 안 주겠다고 11개월짜리 비정규직을 채용하고 그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기업들, 먹을 것으로 사람들을 속이는 사람들, 그들 역시 돈에 노예가 된 사람들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진 권력을 앞세워 아르바이트생이나 비정규직 같은 힘 없는 사람을 무시하고, 자기 맘에 들지 않는다고 안하무인으로 하인 대하듯 사람을 대하는 사람도 자신은 권력을 휘두른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들은 권력의 노예일 뿐입니다. 자기 편리함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은 자기 권리를 누린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들 역시 거짓된 사고에 노예가 되어 사는 사람들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누구입니까?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십자가 은혜로 구원받고 죄로부터 해방되어 하나님을 주인으로 섬기며 사는 사람들입니다. 하나님을 주인으로 섬기는 사람들은 한 사람의 생명과 한 사람의 영혼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한 사람의 영혼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시는 것처럼, 하나님의 다스리심을 받은 우리 역시 한 사람 한 사람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며 살아야 합니다.

  오늘 본문의 바울은 하나님을 주인으로 모시고 사는 하나님의 종입니다. 그는 귀신에게 사로잡혀 귀신의 종노릇하는 여인을 고쳐주었습니다. 더 이상 귀신의 종노릇하지 않게 말입니다. 그러자 그 여인의 주인들이 더 이상 그 여인을 이용해 먹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신체적으로 주인노릇하던 사람들로부터도 그 여인은 자유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기에 사도 바울은 한 영혼을 자유케 하는 기적을 베풀었던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행하시던 사역이었습니다.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눈 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누가복음 4:18-19)하셨던 주님의 사역을 사도 바울이 그대로 이어 행한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을 주인으로 섬기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아프가니스탄의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거짓과 불의의 노예가 되지 않고 하나님의 종이 되어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때론 하나님의 종으로 사는 삶에도 어려움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주인이신 하나님은 탈레반이 아닙니다. 우리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입니다. 그 사랑의 하나님을 우리의 주인으로 섬기며 산다는 것은 세상 그 무엇보다도 복된 일입니다.

  때로 우리의 삶에 힘든 것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꼭 붙들고 사십시다. 우리 아버지이신 하나님, 우리의 주인이신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십니다. 우리를 종이나 노예처럼 취급하시는 분이 아니라, 사랑하는 아들로 대해 주시는 자비의 아버지이십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너희는 다시 무서워하는 종의 영을 받지 아니하고 양자의 영을 받았으므로 우리가 아빠 아버지라 부르짖느니라.”(로마서 8:15)

  여러분, 때로 힘든 순간이 있습니까? 우리가 가는 길이 태산을 넘어 험곡을 헤쳐가는 것처럼 고통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내 주변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밤에 홀로 걷는 것처럼 느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주인이신 하나님, 우리의 아버지이신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자비와 사랑의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시며 말입니다. 하나님을 나의 주인 삼고 사는 것이 최고의 복임을 잊지 말고, 감사함으로 사십시다.

< 2021년 8월 22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