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이 떠졌습니다.

< 본문 - 요한복음 9:35-41 >

  지금으로부터 이천 년 전, 유대의 한 고을 한 가난한 집에서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아이는 앞을 볼 수 없었습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장애를 안고 태어난 것입니다. 당시에는 그렇게 아이가 시각장애인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엄청난 저주를 받은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모든 고난과 고통은 죄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생각하던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아이가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그 아버지가 죄를 지었거나, 아니면 태어난 그 아이에게 뭔가 죄기 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그에게 그런 형벌을 내리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아버지는 참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칭찬받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당혹스러웠습니다. 아이가 소경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분명 누군가가 죄를 지었기 때문일텐데, 아버지는 착한 사람이었기에 아버지 죄 때문에 아이가 그렇게 태어났다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이제 갓 태어난 아이가 무슨 큰 죄를 지었다고 말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각장애를 갖고 태어난 그 아이를 사이에 두고 여러 가지 소문들이 나돌기 시작했습니다. ‘겉으로는 아무리 착한 사람인 것처럼 보이더라도, 우리가 모르는 무슨 큰 죄를 지은 게 분명해. 하나님의 눈은 속일 수 없거든. 그래서 하나님께서 그에게 이런 벌을 내리신 거야.’ 그렇게 수군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그 아버지는 정말 착한 사람이야. 죄를 짓지 않았을거야. 모르긴 몰라도 그 아이에게 무슨 죄가 있을 거야. 그래서 아이가 앞을 보지 못한 사람으로 태어난 거야’ 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는 자라면서 외톨이가 되었습니다. 앞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아무 것도 배울 수가 없었습니다. 뭔가 기술을 배워야 밥벌이를 할 수 있을텐데, 앞을 보지 못한 그 아이가 배울 수 있는 기술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결국 아이는 구걸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구나 한참 뛰어놀아야 할 나이에 그 아이는 먹을 것을 구걸하는 방법을 배워야 했습니다. 그러니 그는 다른 아이들과 어울릴 수도 없었고, 아무도 그에게 가까이 다가와서 친구가 되어주지 않았습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그가 밖을 나가기만 하면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쟤 아버지가 무슨 큰 죄를 지은 게 분명해.’ ‘아니야, 재가 뭔가 죄를 안고 태어났을 거야.’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아버지나 그 아이는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껴야 했습니다. 그런 수군거리는 소리는 친구가 없다는 슬픔보다, 또 빌어먹어야 한다는 가난함보다 훨씬 더 그들을 고통스럽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십수 년을 살아왔습니다. 그 날도 그 아이는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구걸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무리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나사렛에서 온 예수라는 랍비와 그를 따르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무리들이 지나가면서 아마도 자신을 본 보양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입니다. “랍비여, 이 아이가 앞을 보지 못한 채 태어난 것이 누구의 죄 때문입니까? 이 아이의 죄 때문입니까? 아니면 그 부모의 죄 때문입니까?” 그 아이는 지금까지 그렇게 수군거리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어왔습니다. 예수라는 랍비도 내 죄라고 말하거나 내 부모의 죄라고 말씀하실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예수라는 랍비의 대답은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이 아이가 앞을 보지 못한 채 태어난 것은 이 아이의 죄 때문도 아니고, 그 부모의 죄 때문도 아니다. 다만 하나님께서 이 아이를 통해서 당신의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실 뿐이다.”

  그 랍비의 말을 듣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랬습니다. 분명 지금까지 십수 년 동안 자기들이 논쟁거리로 삼았던 것은 ‘누구의 죄 때문에 이 아이가 앞을 보지 못한 죄인으로 태어났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라는 랍비는 ‘누군가가 죄를 지었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당신의 하시는 일을 나타내시고자 하신다.’라고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그러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쩌면 가장 놀란 사람은 앞을 보지 못한 채 태어난 그 아이였습니다. 지금까지는 사람들이 자신을 두고 논쟁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마치 죄인 취급하듯 대했습니다. 앞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것을 들으면서 그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만나본 사람들, 자신에게 적선하느라 동전을 던져주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지만, 자신에 대해서 예수라는 랍비처럼 이야기하는 사람은 한 번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하신 그 말씀이 무슨 뜻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자기가 이렇게 앞을 보지 못하는 불쌍한 사람으로 태어나 저주받은 인생을을 살아온 것이 내 죄 때문도 아니고, 아버지의 죄 때문도 아니라고 말씀하실 때 한 편으로는 고맙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이런 소경으로 태어난 것이 어찌 하나님의 일을 드러내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말씀을 듣고 혼란한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데, 자기 주변에서 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랍비라는 그 분이 자기 앞에 오더니 땅에 침을 뱉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그 침으로 땅에 있던 진흙을 이기시더니 자기의 눈에 발라주었습니다. 뭐라고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그 랍비가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실로암 못에 가서 씻어라.” 실로암 연못에 가서 눈만 씻는 것이 아니라 온 몸을 씻으라는 것입니다. 예루살렘에는 연못이 2개가 있습니다. 하나가 ‘실로암’이고, 다른 하나는 ‘베데스다’입니다. 그런데 베데스다는 간헐천이었기 때문에 물이 별로 깨끗하지가 않았습니다. 반면 실로암은 예루살렘 밖에 있는 기혼샘에서 히스기야 터널을 통해 계속해서 새로운 물이 흘러들어오기 때문에, 식수로도 사용되기도 하고 예루살렘 성전에서 제의용으로도 사용되는 아주 깨끗한 물을 담고 있는 연못이었습니다.

  지금 랍비는 그 연못에 가서 몸을 씻으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앞을 보지 못하던 그 아이는 랍비의 그 말을 거부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분의 말에는 뭔가 모를 위엄이 있기 때문입니다. 진흙을 이겨 눈에 발라주시면서 ‘실로암 연못에 가서 몸을 씻으면 네 눈이 떠질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도 아니었습니다. 만일 눈을 뜨게 하실 요랑이라면 ‘진흙을 바른 눈만 씻고 오라’고 하셔도 될텐데, 랍비는 몸을 씻고 오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거부할 수 없는 힘에 떠밀리듯이 실로암에 가서 몸을 씻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실로암 연못에서 몸을 씻고 나자 눈이 보였습니다. 심봉사의 눈이 떠진 것처럼 눈이 떠졌습니다. 앞이 보인 것입니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볼 수 없이 태어났기 때문에 지금까지 세상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이제 세상이 보입니다. 실로암 연못에 드나드는 사람들도 보였습니다. 자신이 지금까지 수없이 왕래했던 예루살렘의 화려함도 보였습니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님의 얼굴도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꿈과 같은 일이 그에게 일어난 것입니다.

  그에게 믿음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아무 것도 보지 못하고 거리에서 그저 남들이 던져주는 동전 몇 닢으로 근근이 끼니를 때우며 살아가던 그에게 예수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 곁을 오갔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삶에 희망을 주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그저 동전 하나 던져주고 지나쳐갔을 뿐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달랐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조롱하거나 정죄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의 죄 때문이냐 자신의 죄 때문이냐 하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도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하나님께서 이 아이를 통해 뭔가를 하실 것이라고 말씀하시고는 자신의 눈을 뜨게 해 주셨습니다.

  분명 그 분을 만난 것은 너무나도 큰 축복이었습니다. 그에게 가장 큰 축복은 앞을 보지 못한 자신의 눈을 뜨게 해 주신 것입니다. 자신이 눈을 뜨게 해 달라고 졸라댄 것이 아닙니다. 그분이 자신에게 다가오셔서 그런 복을 주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은혜였습니다. 내가 기대하거나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주님께서 내게 다가오셨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고 축복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그렇게 하시기 위해서 이 땅에 오신 분입니다. 하늘 영광의 보좌에 앉아계셔야 할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신 것 자체가 기적이고 축복입니다. 그리고 그 주님께서 오늘 우리를 만나주신다는 것도 기적이고 축복입니다. 사람들에게 죄인이라고 놀림받던 그 아이에게 찾아가신 것처럼, 여전히 죄악 가운데서 하나님을 알지 못하고 죄 가운데 헤매고 있는 우리를 찾아오신 것이 기적이고 축복입니다. 그리고 그분을 만남으로 우리의 믿음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의 축복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실로암 연못에서 몸을 씻고 눈이 떠진 그 아이는 정신을 차리고 예수님이 자신에게 진흙을 발라주었던 그 자리로 가 보았습니다. 여전히 그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예수님은 없었습니다. 예수님을 찾아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사람들이 자기를 두고 수군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저 사람 여기에 앉아서 구걸하던 그 이이 아니냐?’ 누군가가 그렇게 말하자, 여기저기에서 ‘그래, 그 앞 못 보고 구걸하던 그 놈이 맞아.’ ‘아니야, 얼굴은 비슷하게 생겼는데 그 아이가 아닌 것같아’ 그렇게 수군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 때문에 앞을 보게된 소년이 분명하게 말해 줍니다. “내가 당신들에게 구걸하던 그 사람 맞습니다. 예수라고 하는 분이 진흙을 이겨서 내 눈에 바르더니 실로암 연못에 가서 씻으라고 했어요. 그분 말씀대로 실로암 연못에 가서 몸을 씻었더니 이렇게 눈을 뜨게 되었답니다.”

  예수님이 그 아이의 눈을 뜨게 해 주신 날은 안식일이었습니다. 당시 안식일법에 의하면, 예수님께서 진흙을 발라 소경의 눈을 뜨게 하신 것은 종교적으로 불법이었습니다. 안식일에는 손으로 진흙을 만들거나 바를 수 없을뿐더러 사람을 치료해서도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서는 또다른 논쟁이 일어났습니다. 안식일법을 어기면서 아이의 눈을 뜨게 한 그 사건을 하나님께서 베푸신 기적으로 인정할 수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소경이 눈을 뜨게 한 이런 기적은 분명 하나님께서 베푸신 기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 아이를 바리새인들에게 데려갔습니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있었던 이야기를 다 말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바리새인들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바리새인들 앞에 끌려간 그 아이는 바리새인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예수라는 사람이 네 눈을 뜨게 하였다는데, 너는 그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 그러자 그 아이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합니다. “예, 그분은 분명 선지자입니다.” 예수님을 ‘하나님께서 보내신 사람’이라고 대답한 것입니다. 어쩌면 그는 실로암 연못에서 몸을 씻고 눈을 뜬 뒤에 이전에 있었던 자리로 돌아오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을 것입니다. ‘예수라는 그분이 어떤 분이기에 내 눈을 뜨게 해 주실 수가 있었을까?’ 자신에게 내리신 하나님의 징벌이라고, 그래서 평생 저주를 받은 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자신을 그분은 하나님의 저주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누구의 죄 때문이냐?’고 묻는 사람들의 질문에 ‘하나님의 일을 나타내시려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눈을 뜨게 해 주셨습니다. 그분은 보통 분이 아니었습니다. 그분은 분명 하나님께로부터 보내심을 받은 분임에 틀림이 없었습니다. 이런 결론에 이르자 그는 분명하게 대답할 수가 있었습니다. “예, 그분은 하나님께로부터 보내심을 받은 사람, 선지자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이 아이는 예수님을 만나 치유받는 것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그는 육체의 눈이 떠졌을 뿐만 아니라 예수님을 알아보는 눈도 뜨게 되었습니다. ‘나를 만나주신 그 예수님이 어떤 분인가? 그분이 누구이기에 내 삶에 이렇게 큰 기적을 베푸셨고, 이런 변화를 주시는가?’ 그리고 그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분은 하나님께서 보내신 하나님의 사람임에 틀림이 없어!’라고 말입니다.

  신앙은 그렇게 성장합니다. 예수님을 만났다는 것으로 신앙이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을 만나는 것이 신앙의 출발이라고 하면, 그분이 어떤 분인지를 깨달아가는 과정은 신앙이 성숙해져가는 기간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분명하게 예수님이 나에게 어떤 분인지를 고백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우리에게 예수님은 어떤 분입니까? 예수님이 나에게 어떤 분인지 깊이 생각해 보셨습니까? 그리고 분명하게 고백할 수 있습니까?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시라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예수님은 나의 죄를 씻어 나를 구원하신 나의 구주시라고 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베드로 사도를 통해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 마음에 그리스도를 주로 삼아 거룩하게 하고, 너희 속에 있는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에게는 대답할 것을 항상 준비하되 온유와 두려움으로 하고.”(베드로전서 3:15) 예수님을 알지 못한 사람들이 우리에게 ‘당신이 믿는 예수는 어떤 분이요? 당신은 왜 예수를 믿는거요?’라고 물어올 때 그들에게 말해 줄 분명한 대답을 항상 준비하고 있으라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그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예수님을 깊이 묵상해야 합니다. 나를 만나주신 예수님을 깊이 사랑해야 합니다. 그분이 나에게 어떤 분이셨는지를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이렇게 권면합니다. “그러므로 함께 하늘의 부르심을 받은 거룩한 형제들아! 우리가 믿는 도리의 사도이시며 대제사장이신 예수를 깊이 생각하라.”(히브리서 3:1)

  참된 신앙은 주님을 만났다는 내적인 감격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신앙이 내 안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신앙의 내적인 감동과 감격은 반드시 삶과 언어를 통해 고백되고 표현되어야 합니다.

  바리새인들은 그 아이의 아버지를 불렀습니다. 그리고는 자초지종을 묻습니다. 그러자 아이의 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이 아들이 내 아들인 것만은 분명한데, 그가 어떻게 눈을 뜨게 되었는지 나는 모르니 그에게 직접 물어 보시오!” 아이의 아버지가 그렇게 대답한 이유가 있습니다.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라고, 우리의 메시아라고 고백하는 사람을 출교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22절) 당시에 ‘출교’라고 하면 아주 엄한 벌이었습니다. 출교를 당한 사람은 채찍질을 당하기도 하고, 심할 때에는 나병(한센병)에 걸린 사람처럼 공동체에서 추방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출교를 명할 수 있는 사람들이 당시의 권력자인 바리새인들이었습니다. 그 아이의 부모도 그런 출교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기에 일부러 대답을 회피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 때문에 눈을 뜬 그 아이는 자신이 출교당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을 ‘하나님께로부터 온 선지자!’라고 분명하게 대답했습니다. 그 결과 그 아이는 정말로 출교를 당하고 말았습니다.(35절) 본문 35절이 그걸 말해줍니다. “예수께서 그들이 그 사람을 쫓아냈다 하는 말을 들으셨더니.” 그 아이는 절망과 저주를 안고 살아가야 할 자신의 운명을 바꾸어 놓으신 예수님께 대해서 달리 무어라고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체험한 것을 그대로 고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록 출교라고 하는 무서운 징벌이 가해진다 하더라도, 자신을 만나주시고 자신을 고쳐주신 예수님에 대해서 분명하게 고백해야 했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믿음이 그 아이로 하여금 그렇게 하게 만들었습니다. 예수님을 하나님께서 보내신 분으로 믿는다는 것 때문에 고난을 당한다 하더라도 결코 자신이 만난 예수님을 부인할 수가 없었습니다.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 때문에 삶에 소중한 것들을 잃는다 하더라도 주님을 부인할 수는 없었습니다. 비록 출교당해 가시밭길을 걸어가는 인생이 된다 하더라도 자신을 사랑해 주신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할 수 없었습니다. 세상으로부터 버림받는다 하더라도 나를 받아주신 주님이 계시기에 주님만 의지하며 살겠다는 것입니다.

  그 이야기가 오늘 본문에 나옵니다. 예수님께서 다시 그 아이를 만나셨습니다. 출교당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으신 후였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그 아이에게 물으십니다. “네가 인자를 믿느냐?” 자신에게 그렇게 물어오신 그분이 누구인지 몰랐습니다. 그는 예수님의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을 만나주시고 자신을 고쳐주신 예수님을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그분에게 되묻습니다. “주여 그가 누구시오니이까? 내가 믿고자 하나이다.”

  그러자 예수님은 그 아이에게 자신을 알려주십니다. “네가 그를 보았거니와 지금 너와 말하는 자가 그이니라.” 드디어 감격스러운 재회를 하게 됩니다. 자신의 눈을 뜨게 해주신 바로 그분을 지금 대면하고 있습니다. 그 감격에 그 아이는 “주여, 내가 믿나이다”라고 고백하면서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고 절했습니다. ‘절했다’는 말은 ‘하나님께 예배드린다’고 말할 때 쓰는 단어입니다. 그는 예수님를 하나님처럼 여기고 하나님께 경배를 드린 것처럼 예수님의 발 아래 엎드린 것입니다. 이제 그의 믿음은 분명해졌습니다. 자신의 눈을 뜨게 해 준 그분이 단순히 ‘하나님께로서부터 오신 분’이 아니라, 그분이 바로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고백하며 그분 앞에 엎드려 경배를 드렸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아이가 당신 앞에 무릎을 꿇는 그 모습을 보시면서 ‘내가 세상을 심판하러 왔다.’고 말씀하십니다. 본다고 하면서 진리를 보지 못한 사람들, 자신은 진리를 배워서 잘 안다고 하면서도 진리와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을 심판하러 오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맹인이 되었더라면 죄가 없으려니와 본다고 하니 너희 죄가 그대로 있느니라.”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앞을 보지 못한 그 아이를 죄인이라고 정죄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앞을 본다고 하면서 진리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너희야말로 죄인’이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앞을 보지 못하던 불쌍한 아이였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먼저 그를 찾아오셨고, 그 예수님을 만남으로 그의 인생은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그는 예수님에 대해서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출교당하여 온갖 박해와 손해를 보게 될 상황에서도 ‘내가 믿습니다!’라고 분명하게 고백합니다. 그는 육적인 눈만 뜬 것이 아니었습니다. 신앙의 눈을 떠서 예수님을 나의 주님으로 분명하게 보았고, 확실하게 믿음을 고백했습니다. 어떤 박해나 위협이 온다 하더라도, 자신에게 어떤 불이익이 주어진다 하더라도 주님을 부인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는 어떻습니까? 우리를 만나주신 예수님, 내가 만난 예수님을 분명하게 고백하고 증거하고 있습니까? 어떤 위협이 가해진다 하더라도, 그리고 어떤 불이익과 손해를 감내한다 하더라도 주님을 향해 ‘내가 믿나이다!’라고 확실하게 고백하며 살고 계십니까? 본다고 하면서 진실을 보지 못한 유대인들처럼, 신앙을 가졌다고 하면서 신앙 없는 사람처럼 살고 있진 않습니까?

< 2021년 9월 5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