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진 탐욕

< 본문 - 요한복음 12:1-6 >

  1994년 플리쳐상 보도사진부분의 수상자는 ‘수단의 굶주린 소녀’(사진1)라는 제목의 사진을 찍은 케빈 카터(Kevin Carter, 1960-1994)였습니다. 케빈 카터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백인 사진기자였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흑백분리정책을 반대하며, 자신의 눈 앞에서 짐승처럼 아무 말도 못하고 경찰에게 맞고만 있는 흑인들을 보며 울분을 터뜨렸다고 합니다. 당시 남아공에 있던 대부분의 백인들은 타인의 고통과는 무관한 삶을 영위하는 구경꾼이었던 반면, 케빈 카터는 ‘니그로의 연인(nigger lover)’이라고 불린 것처럼 무력감과 죄책감 속에서 카메라를 들고 행동하던 양심적인 기자였습니다.

  그러던 케빈 카터가 1993년 몸담고 있던 ‘데일리메일’이라는 신문사에 휴가를 내고 항공료를 빌려 분쟁과 전쟁으로 극심한 기아에 시달리던 수단으로 갔습니다. 아요드란 곳에 도착하자마자 식량센터로 가면서 그는 길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사진기에 담았습니다. 굶주림으로 죽음을 맞아야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구조의 손길이 미치길 갈망하며 넓은 숲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러다가 이 사진 속의 소녀를 만나게 됩니다. 이 아이는 UN에서 나눠주는 음식을 얻으려고 저런 허약함 몸으로 1km나 떨어져 있는 곳으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몸이 너무 허약해 기운이 빠진 소녀는 땅에 엎드렸고, 그 때 독수리 한 마리가 소녀의 뒤에 내려앉은 것을 보게 됩니다. 그는 독수리가 날개짓을 하면 더 완성도가 높은 그림이 될 것이라고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독수리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독수리는 살아있는 생물체는 공경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마도 이 아이가 쓰러져 죽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케빈 카터는 셔터를 눌러 사진을 찍고는 독수리를 쫓아냈습니다.

  그리고 이 사진은 수단의 사진을 찾고 있던 뉴욕타임즈로 보내졌고, 1993년 3월 26일자 1면에 실리게 되었습니다. 이 사진은 금새 전 세계로 전파되었고, 아프리카의 참상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듬해인 1994년 4월 12일에 그는 플리쳐 상을 수상했다는 통보를 받게 됩니다. 그런데 플리쳐상을 받으면서 그는 수많은 비난의 소리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사진 찍을 정신이 있으면 저 소녀를 먼저 구해야 했다.’는 비난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 아이를 구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진을 찍자마자 독수리를 쫓아내고 소녀를 안고 트럭을 타고 아이를 난민캠프에 맡겼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단순히 사진이 찍힌 그 모습만 보고 케빈 카터를 비난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 플리쳐 상을 수상한 지 불과 3개월 후인 1994년 7월 28일, 그는 가족과 친구들 앞으로 편지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습니다. 불과 서른세 살의 젊은 나이에 말입니다.

  우리는 사진 한 장, 때론 그림 하나로 참 많은 것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보여지는 한 장의 사진이나 그림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려는 우를 범하곤 합니다. 그 때의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 우리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하고 정죄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비단 사진이나 그림만이 아닙니다. 누군가가 한 말 한마디로 그 사람을 평가하기도 합니다. 그 말을 한 정황이나 그의 마음을 다 알지 못하면서 드러난 그 말 한마디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판단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신중해야 합니다. 우리가 보고 듣는 작은 것 하나로 모든 것을 판단하려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조심해야 합니다.

  오늘 본문에 많은 사람이 등장합니다만, 두 사람이 우리들의 이목을 끕니다. 하나는 마리아라는 여인이고 다른 하는 가롯 유다입니다. 그 두 사람이 모습은 너무나도 대조적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한 행동이나 말을 통해서 우리는 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다 알지 못하는 것을 예수님께서 드러내 보여주심으로 그들의 행동과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들어가시기 바로 직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때는 본문 1절에 말씀한 것 ‘유월절 엿새 전’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기 엿새 전입니다. 예수님의 일행이 예루살렘 근처에 있는 ‘베다니’라는 작은 마을에 들어가셨습니다. 예수님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마리아와 마르다 자매의 집으로 가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오실 때면 종종 들리셨던 집이 마르다와 마리아 자매의 집이었습니다. 예수님은 마리아와 마르다 자매, 그리고 그들의 오라버니인 나사로를 무척이나 사랑하셨습니다. 그 날도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시기 전날 마리아와 마르다 집에 들어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오시자 마르다와 마리아 자매는 커다란 잔치를 베풀었습니다. 그 잔치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잔치였습니다. 불과 며칠 전 예수님께서 그들의 남동생인 나사로를 죽은 지 4일만에 살려 주셨기 때문입니다.

  죽었던 나사로를 예수님께서 살려 주셨는데, 그 때에는 예수님께 감사하다는 말도 건넬 틈이 없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나사로를 살리셨다는 소문이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에게 들려지자, 그들은 곧 예수님 죽이기로 모의하고 체포 명령을 내렸습니다.(요한복음 11:53, 57) 그래서 예수님은 급히 빈들 가까운 에브라임이라는 곳으로 몸을 피하셔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 유월절이 가까워오자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가시던 도중에 나사로의 집에 들리신 것입니다. 급하게 피신하셔야 하는 주님께 변변한 감사도 하지 못했던 마리아 자매는 예수님께서 오시자 큰 잔치를 벌였습니다. 죽었던 동생을 살려주셨으니 얼마나 고맙겠습니까? 그래서 큰 잔치를 열었던 것입니다.

  한참 잔치가 진행되고 있을 때 마리아가 향유를 가지고 와서는 예수님의 발에 붓고 자기의 머리털로 그 발을 씻겨 드렸습니다. 일반적으로 유대인들은 식사할 때 우리처럼 의자에 반드시 앉아서 식하사는 것이 아니라, 비스듬하게 누워서 식사를 했습니다.(사진2) 성경에 ‘앉아 식사했다’라는 말이 종종 등장하는데, 그 말을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기대어 누워 식사했다.’입니다. 그렇게 비스듬이 누워 식사를 하고 계셨기 때문에 마리아가 아무 말 없이 예수님 발치 쪽으로 와서 향유를 부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녀가 예수님의 발에 부은 향유는 오늘 본문에 표현된 대로 아주 비싼 것이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는 그 향유를 ‘순전한 나드’라고 가르쳐줍니다. ‘나드’는 인도에서 수입한 아주 귀한 것입니다. ‘순전하다’는 말은 진품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마리아가 예수님의 발에 부어드린 향유는 당시 일반인들은 쉽게 얻을 수 없는 아주 값진 것입니다. 당시 여인들은 결혼 자금으로 이런 향유를 모았다고 합니다. 은행제도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돈을 모아둘 곳이 마땅치 않아서 향유를 모아두었다가, 나중에 결혼할 때에 그 향유를 되팔아서 결혼자금으로 사용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마리아가 모은 향유는 결코 적은 양이 아니었습니다. 오늘 본문에 표현된 대로 최소한 300데나리온 어치는 되었습니다. 당시 노동자의 하루 품삯이 한 데나리온입니다. 그러니까 300데나리온이라 하면 노동자가 300일 동안 일해서 벌어들일 수 있는 돈입니다. 오늘날로 말하면 노동자의 1년치 연봉에 해당됩니다. 노동자의 하루 품삯을 오늘의 계산법으로 정확하게 계산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오늘날 노동자의 하루 품삯을 10만 원으로 잡는다면 300데나리온의 가치는 최소한 3천만 원 정도 됩니다. 당시에는 하루 벌어 겨우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시대에 이렇게 비싼 향유를 예수님의 발에 부어드렸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특별히 오늘날 자본주의 사고에 세뇌된 우리들에게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면 마리아는 왜 그렇게 비싼 향유를 허비하듯 예수님의 발에 부어드린 것일까요?

  마리아가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붓고 자신의 머리털로 향유가 묻은 발을 닦자 온 방안이 향유냄새로 가득하게 되었습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어리둥절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향유를 부어드린 마리아도 아무런 말 없이 그렇게 했고, 당신의 발에 향유가 부어지는데도 예수님 역시 아무 말 없이 향유를 붓는 마리아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실 뿐입니다. 함께 음식을 나눠 먹던 제자들 역시 아무도 말을 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 때 한 사람이 불쑥 말을 꺼냈습니다. 가롯 유다입니다. 가롯 유다는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붓는 마리아를 보면서 이렇게 책망합니다. “이 향유를 어찌하여 삼백 데나리온에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지 아니하였느냐?” ‘왜 이 비싼 향유를 그렇게 허비하느냐?’는 말입니다. ‘이것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왜 그렇게 어리석은 행동을 하느냐?’ 그렇게 책망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말씀합니다. “이렇게 말함은 가난한 자들을 생각함이 아니요 그는 도둑이라. 돈궤를 맡고 거기 넣는 것을 훔쳐 감이러라.” 가롯 유다는 가난한 사람을 돕고 싶어서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니었다는 말씀입니다. 여기에서 ‘훔쳐 감이러라.’라는 말씀은 한 번 훔쳐간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훔쳐갔다는 사실을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롯 유다는 오늘날로 말하면 예수님 공동체에 회계일을 맡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돈주머리를 쥐고 있다고 다른 사람 몰래 돈을 빼돌렸습니다.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그런 짓을 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니 예수님 일행에게 회계가 필요할까? 예수님 공동체에 유다가 빼돌릴 돈이라도 있단 말인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수님은 가난하게 사셨기 때문에 돈이 하나도 없으셨을까요? 그런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해보아도 예수님과 열두 제자가 늘 함께 생활했다면 최소한 그 열세 명이 먹고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그 돈을 어디에서 얻었을까요? 누가복음 8:1-3절에서 이렇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 후에 예수께서 각 성과 마을에 두루 다니시며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시며 그 복음을 전하실새 열두 제자가 함께 하였고 또한 악귀를 쫓아내심과 병 고침을 받은 어떤 여자들 곧 일곱 귀신이 나간 자 막달라인이라 하는 마리아와 헤롯의 청지기 구사의 아내 요안나와 수산나와 다른 여러 여자가 함께 하여 자기들의 소유로 그들을 섬기더라.”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시고 복음을 전하실 때, 먹을 것 걱정하지 않고 그 일을 하시도록 자기들의 소유로 예수님을 돕는 여인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 여인들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에 예수님과 제자들은 일을 하지 않고 복음을 전하는 데에만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예수님 공동체에는 여인들과 같은 사람들이 후원하는 후원금이 있었습니다. 그런 후원금을 맡아 관리하던 사람이 가롯 유다였습니다. 그런데 가롯 유다는 정직하게 돈관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적당하게 기회가 될 때마다 돈을 뒤로 빼돌렸습니다. 그런 가롯 유다이기에 마리아가 값비싼 향유를 예수님 발에 부어드릴 때 아깝다는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저걸 저렇게 허비하지 않고 예수님께 헌금이라고 드리지. 그러면 내가 얼마 정도는 빼돌릴 수 있었을텐데.’ 하고 말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니 아까울 수밖에 없겠지요.

  그렇다면 여러분, 가롯 유다는 언제부터 돈을 빼돌렸을까요? 물론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가롯 유다는 예수님의 제자들 가운데 가장 배경이 좋은 사람입니다. 나머지 11명의 제자들은 모두 갈리리 지방 출신입니다. 그런데 가롯 유다는 유대지방 출신입니다. ‘어느 지방 출신이냐 하는 것이 뭐 중요하냐?’ 그렇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당시 유대사회에서 갈리리는 이방지역처럼 여겨졌습니다. 가난한 사람도 많았고, 유대 지역의 사람들로부터 멸시를 당하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유대 지방 출신인 가롯 유다가 갈릴리 출신의 예수님을 따라다니며 예수님의 제자가 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예수님이 메시야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3년여의 시간이 흐르면서 가롯 유다는 점점 실망하고 맙니다. 메시야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삶을 전부 예수님께 맡겼는데, 예수님께서 행하시는 모습을 보니 메시야처럼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면 메시야인 줄 알고 따라다니다가 메시아야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나 더 이상 당신의 제자 하지 않을래요.’라고 말하고 제자의 자리에서 탈퇴하면 됩니다. 그런데 가롯 유다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메시야에 대한 기대 대신에 그의 마음 속에 다른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건 바로 탐욕입니다. 돈에 대한 욕심입니다. 아마도 예수님께서 가롯 유다에게 돈궤를 맡겨주신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유대지역 출신인 가롯 유다는 갈릴리 출신의 다른 제자들보다 더 많이 배웠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똑똑했을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 중에는 세리 출신인 마태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돈을 잘 다루는 마태보다 가롯 유다에게 돈궤를 맡기신 것은 어쩌면 세리 출신 마태보다 가롯 유다가 돈 관리를 더 잘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가롯 유다는 예수님 공동체의 돈궤를 맡았습니다. 처음 돈궤를 맡았을 때에는 그렇지 않았겠지만, 예수님이 메시야일 것이라는 기대가 점점 무너지면서 실망감이 찾아오고, 그러면서 그는 돈냄새를 맡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돈냄새를 맡고 돈을 빼돌리기 시작하면서 그는 예수님 제자라는 타이틀을 벗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 돈냄새를 따르던 가롯 유다는 결국 스승인 예수님을 은 30에 팔아넘기고 말았지 않습니까? 당시 은 30은 노예의 값이었습니다. 여자 노예는 은 15개였고, 남자 노예는 은 30개에 살 수 있었습니다. 탐욕에 노예가 된 가롯 유다는 3년 동안이나 따라다닌 자기의 스승을 노예 한 사람의 몸값에 팔아먹고 말았던 것입니다.

  여러분, 오늘 본문에 나오는 마리아와 가롯 유다를 비교해 보십시다. 마리아는 왜 그렇게 비싼 향유를 예수님께 부어드릴 수가 있었을까요? 물론 사랑하는 동생 나사로가 죽었다가 예수님께서 살려주셨으니 감사하기 그지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예수님을 너무너무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마리아와 마르다 자매, 그리고 오라버니인 나사로를 너무너무 사랑하셨습니다. 요한복음 11:5절에서 말씀하십니다. “예수께서 본래 마르다와 그의 동생과 나사로를 사랑하시더니.” 성경에 이렇게 예수님께서 누군가를 대놓고 사랑하셨다고 표현된 곳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마리아 가정을 예수님께서는 사랑하셨습니다. 마리아는 그렇게 자신들이 예수님께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분명 알았을 것입니다. 그런데다 나사로로 인하여 그 사랑이 더욱 커졌습니다. 그 사랑 때문에 마리아는 자신이 가진 전 재산과도 같은 값비싼 향유를 예수님께 기꺼이 부어드렸습니다. 그것이 자신이 예수님께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가롯 유다는 어떻습니까? 그도 역시 예수님의 남다른 사랑을 받은 사람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가롯 유다는 예수님께 인정받던 사람이었습니다. 돈궤를 맡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런데 그는 그 사랑을 바르게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 왜곡된 사랑 안에 탐욕이 스멀스멀 파고들어 오더니 그의 영혼 전체에 탐욕이 가득 차고 말았습니다.

  여러분, 단순히 ‘유다가 돈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런 짓을 저질렀다’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 돈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돈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돈이 있으면 내가 원하는 것 가운데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가질 수도 있습니다. 돈이 많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편안하고 안락하게 살 수 있습니다. 돈이 있으면 남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살 수도 있습니다. 돈은 우리에게 그렇게 많은 것을 가져다 줍니다. 그러니 돈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아무리 돈을 사랑하고 좋아한다 하더라도 돈에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안에도 가롯 유다와 같은 감춰진 탐욕은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가롯 유다와 같은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돈을 좋아하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돈의 노예, 탐욕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까? 우리가 돈의 노예가 되지 않는 방법은 우리 안에 하나님의 사랑으로 채우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안에 가득 채워지면 아무리 천만금을 가져다 준다 하더라도 탐욕에 빠지지 않습니다. 우리 안에서 하나님의 사랑, 하나님의 은혜, 하나님을 사모하는 마음이 점점 식어지면 우리는 하나님이 아닌 세상의 것으로 채우고 싶은 욕망이 생겨납니다. 그 세상의 욕망 가운데 가장 먼저, 가장 쉽게 우리 영혼에 유혹해 오는 것이 바로 돈에 대한 탐욕입니다.

  마리아는 시간이 지날수록 주님을 점점 더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반면 가롯 유다는 시간이 지날수록 주님에 대한 사랑이 아닌 탐욕이 그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돈궤에서 돈을 훔쳐가고, 마리아가 사랑으로 행한 일을 돈으로 계산하고, 심지어 스승을 노예 몸값에 불과한 은 30에 팔아넘기고 말았던 것입니다.

  여러분, 꼭 기억하십시다. 우리 마음에서 하나님에 대한 사랑이 식어지면 탐욕이 우리 마음에 주인 노릇하려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돈과 탐욕에 끌려 사는 한 우리 인생은 결국 비극이고 말 것입니다. 우리 안에 주님을 향한 사랑으로, 우리를 향해 베풀어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가득 채우고 사십시다. 그것만이 우리 안에 감추어진 탐욕을 이기는 방법입니다.

<2021년 9월 12일 주일낮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