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위탁받은 일

< 본문 – 창세기 39:1-6 >

  우리가 잘 아는 마태복음 25장에 나오는 달란트 비유는 우리에게 던져주는 교훈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어떤 사람이 먼 타국으로 떠나면서 자기의 종들에게 각각 달란트를 맡깁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다섯 달란트를 맡기고, 어떤 사람에게는 두 달란트, 그리고 어떤 사람에게는 한 달란트를 맡깁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그 종들의 주인이 돌아와서 맡겨놓은 달란트에 대한 결산을 합니다. 그 때 다섯 달란트를 받았던 사람이 그것으로 장사를 하여 다섯 달란트를 더 남겨 열 달란트를 주인에게 가져옵니다. 주인은 그 종을 이렇게 칭찬합니다.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마태복음 25:21) 두 달란트를 받았던 사람 역시 두 달란트를 더 남겨 주인에게 가져옴으로 주인이 그도 칭찬합니다. 그런데 한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자신이 받은 달란트를 땅에 감추어두었다가 그것만 주인에게 가져옵니다. 그래서 주인에게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고 책망을 받습니다. 여러분, 왜 한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주인에게 그런 책망을 받은 것입니까? 분명한 것은 주인이 종들에게 달란트를 나눠주면서 ‘이걸 가지고 장사를 해서 많은 이익을 남겨야 한다.’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닙니다. 그냥 아무런 조건 없이 나눠주었습니다. 그런데 다섯 달란트 받은 종과 두 달란트 받은 종은 그것을 받은 즉시 가서 장사를 했습니다. 그래서 갑절의 이익을 남겼습니다.

  그렇다면 다섯 달란트 받은 종과 두 달란트 받은 종은 자신이 받은 것의 갑절로 남겼기 때문에 칭찬받은 것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주인은 얼마를 남겼느냐 하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주인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것으로 충성했느냐 하는 것뿐입니다. 그래서 다섯 달란트 받아 다섯 달란트를 더 남긴 종이나 두 달란트로 두 달란트를 더 남긴 종에게 똑같이 칭찬해 줍니다.

  조금 엉뚱하게 상상해 보십시다. 다섯 달란트 받은 사람이 그걸 가지고 가서 열심히 장사를 했는데, 요즘과 같이 경기가 좋지 않아서 장사에 이득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본전도 건지지 못하고, 본전을 까먹었습니다. 그래서 다섯 달란트를 가지고 장사를 시작했는데, 주인이 결산하자고 할 때 세 달란트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그 종에게 주인이 뭐라 했을까요? ‘왜 그렇게 장사를 못했느냐?’고 책망했을까요? ‘한 달란트 받은 사람처럼 차라리 땅에 묻어두었더라면 손해라도 보지 않았을 것 아니냐?’ 그렇게 책망했을까요? 전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비록 손해를 보았더라도 그 종을 책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주인이 다섯 달란트 받은 사람과 두 달란트 받은 사람에게 이렇게 칭찬합니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착하다’는 말은 단순히 마음이 선하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탁월하고 우수하다, 또는 유용하고 쓸모 있다. 올바르고 정직하다.’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주인이 볼 때 참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충성되다’는 말은 ‘믿음직스럽고 신실하다’는 뜻입니다. 뭐든지 맡길만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칭찬받지 못한 종은 신실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 성실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고 책망을 받은 것입니다. 주인은 맡겨준 것을 가지고 얼마의 이익을 남겼는지, 또는 얼마를 손해 보았는지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걸 가지고 얼마나 충성스럽게 일했느냐를 볼 뿐입니다.

  이 말씀은 우리에게 경각심을 줍니다. ‘나는 지금 내게 맡겨주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성실하게 맡겨진 일을 감당하고 있는가?’ 늘 그렇게 우리를 되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 말씀을 읽으면서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이 말씀은 단순히 교회에서 주신 직분을 충성되이 잘 감당하라는 말씀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교회에서 맡겨진 일에 충성하는 것도 분명 필요합니다. 그런데 교회에서 맡겨진 일을 감당하는 것은 우리의 삶의 일부일 뿐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 전반적인 부분에서 성실하게 충성스럽게 맡겨진 일을 감당해야 합니다.

  오늘 본문은 우리에게 그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요셉은 성경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 가운데 가장 극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요셉의 아버지 야곱은 형 에서가 마땅히 받아야 할 축복을 가로챘습니다. 눈이 어두운 아버지 이삭까지 속이고서 말입니다. 그것 때문에 형 에서의 분노를 사게 되고, 분노한 형이 자신이 받아야 할 축복을 가로챈 야곱을 죽이겠다고 하자 야곱은 어쩔 수 없이 피신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피신해 간 곳이 외갓집이 있는 하란입니다. 하란에는 외삼촌 라반이 살고 있었고, 야곱은 외삼촌 라반의 집에서 20년 동안 살면서 네 명의 아내를 통해 12명의 자녀를 낳았습니다. 아들 11명에 딸 하나입니다. 그 12명의 자녀 가운데 가장 늦게 태어난 아이가 요셉입니다. (하란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오다가 막내 베냐민을 낳다가 라헬이 죽게 됩니다.) 더군다나 하란에 도착했을 때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던 여인이 라헬이었는데, 그 라헬을 아내로 맞은 지 한참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라헬은 아이를 낳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늦게서야 아들을 낳게 되는데, 그 아들이 바로 요셉입니다. 가장 사랑하는 아내를 통해서 뒤늦게 얻은 아들이기에 야곱은 그 아들 요셉을 무척이나 사랑했습니다. 성경은 야곱이 요셉을 사랑한다는 표시로 ‘채색옷을 입혔다.’(창세기 37:3)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채색옷을 입혔다’는 말씀은 단순히 예쁜 옷을 입혔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것은 요셉에게는 일을 시키지 않았다는 것을 말합니다. 형들은 들에 나가 양을 치고 집안일을 위해서 고된 노동을 해야 하는데, 요셉은 그런 일에 언제나 예외였습니다. 더군다나 그런 아버지의 사랑을 뒷배경으로 요셉은 형들의 허물을 아버지에게 고자질하기도 했습니다. 형들의 입장에서는 아버지의 편애를 받고 자기들의 허물을 아버지께 고자질한 요셉이 미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13명의 자식들 가운데 12번째, 거의 막내나 다름이 없는 요셉이라면 마땅히 형들의 사랑과 귀여움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요셉은 귀여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미움을 받게 됩니다.

  그런 요셉이 양떼를 먹이기 위해서 먼 길을 나선 형들의 안부를 알아보기 위해서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형들을 만나러 갑니다. 양을 치던 형들은 아버지가 없는 먼 곳으로 자신들을 찾아온 요셉을 없애버리기로 마음을 먹고, 물 없는 큰 구덩이에 던져 죽이려 합니다. 그러다가 동생을 죽인다는 것에 마음이 아팠던 유다의 제안으로 죽이지 않고 미디안 상인들에게 노예로 팔아버립니다. 그렇게 해서 요셉은 열일곱 살의 어린 나이에 애굽에 노예로 팔려오게 되고, 바로 왕의 친위대장 보디발의 집에서 노예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시작된 애굽에서의 노예생활의 이야기가 오늘 본문의 말씀입니다. 오늘 본문은 요셉이 보디발의 집에 노예로 팔려와서 가정 총무가 되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오늘 본문의 이면에 숨겨진 사실들을 상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 6절 마지막에서 기록한 것처럼 요셉이 아무리 용모가 빼어나고 아름답다 하더라도 노예로 팔려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요셉을 보디발이 곧바로 가정 총무로 삼진 않았을 것입니다. 또 2절과 3절에서 말씀하고 있는 것처럼 하나님께서 요셉과 함께 하셔서 요셉을 형통하게 하셨음을 보았기 때문에 보디발이 요셉을 가정 총무로 삼은 것은 아닐 것입니다. 물론 요셉을 가정 총무로 삼는데 그것들이 일정 부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던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그런 모습만으로 요셉을 가정 총무로 삼진 않았을 것입니다.

  여러분, 가정 총무가 어떤 자리입니까? 보디발의 모든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관리하는 자리입니다. 오늘 본문 바로 이어 나오는 8절에서 요셉이 이렇게 말합니다. “내 주인이 집안의 모든 소유를 간섭하지 아니하고 다 내 손에 위탁하였으니.” 또 9절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집에서는 나보다 큰 이가 없으니 주인이 아무것도 내게 금하지 아니었어도.” 여러분, 요셉이 맡은 가정 총무의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짐작하시겠지요? 보디발의 집안 모든 살림살이는 맡은 것일 뿐만 아니라, 보디발의 집에 있는 모든 종들의 우두머리 역할까지도 한 것입니다. 심지어 그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어느 것도 금하지 않고 요셉이 다 처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실로 막강한 힘과 권한을 요셉에게 맡긴 것입니다.

  그렇면 왜 그렇게 막강한 권한을 요셉에게 맡겼을까요? 그것도 아직 어린 나이인 요셉에게 말입니다. 열일곱에 보디발의 집에 팔려온 요셉은 집안에서 아주 사소한 일을 맡아 일하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어쩌면 들에 나가 농사를 짓는 일도 했을지도 모릅니다. 일반적으로 고대사회에서 국가에 커다란 공을 세운 사람이나 전쟁에 나가서 승리하는데 크게 기여한 사람에게는 왕이 토지를 하사했습니다. 바로 왕의 친위대장이었던 보디발 역시 그런 공을 세웠을 것입니다. 그랬기에 바로 왕에게 신임을 얻어 친위대장이라는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의 집에 속한 농토나 토지도 제법 많았을 것이고, 어린 나이에 노예로 팔려온 요셉은 들에 나가 농사를 짓는 일도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연히 보디발이 일하는 요셉의 모습을 지켜보는데, 너무나도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일하는 것입니다. 어린 나이에다 얼굴은 일 하나 해보지 않은 것처럼 곱게 생겼는데, 그런 외모와는 달리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본 것입니다. 보디발은 그런 요셉을 더욱 눈여겨보게 되고, 그에게 조금 더 큰 일을 맡겨봅니다. 들에서나 아니면 집안에서 사소한 일에 열심히 하던 요셉에게 큰 일을 맡겼는데도 불평하거나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성실하게 일하게 됩니다. 그런 모습이 보디발의 마음에 신임을 얻게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요셉은 애굽에서 들어본 적도 없는 여호와 하나님이라는 신을 섬기는데, 자신이 섬기는 신 앞에 부끄럽지 않게 살려고 노력합니다. 그게 보디발의 마음에 들었습니다. 요셉에게 일을 맡겨보니 맡겨진 일에 성실하게 최선을 다합니다. 그가 맡은 일에는 거치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것을 오늘 본문은 ‘요셉이 형통한 자가 되었다.’는 말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 요셉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던 주인 보디발이 ‘이런 놈이면 내 집안 살림살이를 다 맡겨도 되겠구나!’ 그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여러분, 보디발이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고대사회에서 가정 총무(청지기)는 요셉처럼 종들 중에서 하나를 골라 쓰기도 하고, 종이 아닌 전문적으로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택하기도 합니다. 보디발처럼 권력자의 집안에는 노예도 많았을 것이고, 살림살이도 많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전문인을 쓰지 않고 요셉을 가정 총무로 씁니다. 그게 쉽지 않은 첫 번째 이유는 요셉이 아직 나이가 어리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어리다는 것은 경험이 풍부하지 않다는 것을 말합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경험이 거의 없는 약 20세의 젊은 사람에게 자신의 가정 살림살이를 다 맡긴다는 것은 큰 모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요셉은 노예입니다. 먼 이국 땅에서 팔려온 노예입니다.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민족 출신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가정 총무의 일을 맡긴다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조건입니다.

  그런데도 보디발은 요셉에게 가정 총무를 맡겼습니다. 분명한 것은 요셉에게 그 중요한 일을 맡길만한 뭔가가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이유가 뭘까? 우리는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성실했기 때문입니다. 성실하다는 것은 단순히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시편 37:3절에 이렇게 말씀합니다. “땅에 머무는 동안 성실을 먹을 거리로 삼을지니라.” 우리가 이 땅에 살면서 먹을 거리로 삼아야 할 것을 성실이라고 말씀합니다. 여기서 ‘성실’(에무나)이라는 말은 ‘진실함, 신실함, 충성됨’을 뜻합니다. 성실하다는 말은 곧 처음 가졌던 마음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늘 한결같은 자세를 간직하는 것을 말합니다. 시편 37:3절에서는 우리가 매일 음식을 먹는 것처럼, 그런 성실함을 늘 마음에 품고 그 모습 그대로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살아야 할 삶의 모습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는 열심히 하는 척하다가 사람들이 보지 않을 때에는 적당하게 사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알아줄 때에는 힘든 일도 앞장서서 하다가,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일에는 슬그머니 뒤꽁무니치는 것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남들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요셉은 그렇게 산 사람이었습니다. 주인이 보든 보지 않든, 남들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면 끝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게 바로 성실이었고, 그것이 바로 충성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그랬기에 보디발이 어린 나이임에도 요셉을 가정 총무로 삼아 자신의 살림살이 전부와 가정사의 모든 것을 그에게 맡겼습니다. 심지어 오늘 본문 6절에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주인이 그의 소유를 다 요셉의 손에 위탁하고 자기가 먹는 음식 외에는 간섭하지 아니하였더라.” 철저하게 요셉을 믿은 것입니다. 그가 하는 일에는 ‘일을 잘 했는지, 뒤탈은 없는지’ 그런 것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요셉이 성실하게 다 처리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직장선교주일을 맞아 먼저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우리 교우들에게 부탁드립니다. 내가 일하는 직장에서 요셉처럼 성실하게 사십시다. 상사나 주변 동료가 보든 보지 않든 내게 맡겨준 일에는 최선을 다 하십시다. 내게 맡겨진 일이 잘 되었는지 걱정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책임을 지며 일하십시다. 신앙을 핑계대로 적당하게 일해서는 안 됩니다. 사도 바울은 골로새 교회에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권면합니다. “종들아, 모든 일에 육신의 상전들에게 순종하되 사람을 기쁘게 하는 자와 같이 눈가림만 하지 말고 오직 주를 두려워하여 성실한 마음으로 하라.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골로새서 3:22-23) 아마도 골로새 교회에는 당시 신분으로 종들이 제법 많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들에게 사도 바울이 ‘교회생활을 어떻게 하라, 신앙생활을 어떻게 하라.’ 그런 것은 말하지 않고, 종으로서 신앙인답게 살라고 권면합니다. 그러면 신앙인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어떻게 살아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구원받은 자답게 사는 것입니까? 그건 한마디로 한다면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종이라면 종으로서, 남들처럼 주인이나 다른 사람의 눈치 보면서 적당하게 일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눈가림을 하지 말라’는 말은 주인이 보는 앞에서는 열심히 하는 척 하다가 주인이나 다른 사람이 없으면 일을 하지 않는 그런 모습으로 살지 말고, 주인이 있으나 없으나 늘 우리를 지켜보시는 하나님 앞에서 일하는 것처럼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라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이 이렇게 권면한 이유가 있겠지요. 당시 대부분의 종들이 그렇게 눈가림으로 일을 했기 때문입니다. 주인이 보는 데서는 열심히 해서 주인에게 칭찬을 받지만, 주인이 없을 때에는 게으름을 피우는 종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앙인은 그렇게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하나님 앞에서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하기 때문에 사람의 눈이 보든 보지 않든 관계없이 하나님께서 보고 계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주어진 일을 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성실하게 일해야 하는 이유는 사람들 눈치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는 늘 하나님을 의식하며 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는 인생이 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여 사는 것입니다. 그게 신앙인으로 사는 삶입니다. 신앙인으로서 그렇게 우리에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할 때, 그런 우리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심을 보았다’는 요셉의 모습과 같은 우리에게서도 그런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한 집에 살고 있었습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하시던 모든 일을 물려받아 살림살이를 제법 잘 꾸려갔습니다. 그런데 단 한 가지, 빨래만큼은 시어머니를 따를 수가 없었습니다. 시어머니의 빨래는 눈이 부실만큼 하얀데 며느리는 문지르고 두드리고 열심히 비벼도 따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시어머니가 빨래하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봐도 자신이 하는 것과 특별히 달라 보이지도 않았고, 궁금해서 여쭤봐도 별 신통한 대답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시어머니가 세상을 떠날 때가 되었습니다. 막 숨을 거두기 직전 호흡이 가늘어지는 시어머니를 간호하던 며느리는 문득 빨래 생각이 나서는 다급하게 물었습니다. ‘어머님, 빨래?’ 그러니까 그 말뜻을 안 시어머니가 이렇게 대답하더랍니다. ‘꼬옥 짜거라!’ 시어머니의 빨래가 며느리의 빨래보다 깨끗했던 것은 바로 마무리의 차이였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어떤 일을 시작하는 것도 중요하고, 그 일을 이루어가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마무리를 잘 하는 것입니다. 마무리를 잘 하면 그간의 과정이 모두 빛을 보게 됩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것을 성경은 충성이라고 말합니다. “네가 죽도록 충성하라.”(요한계시록 2:10) 충성은 죽도록 하는 것입니다. 내 생명 다할 때까지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까지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실은 곧 충성입니다. 교회에서만이 아니라 우리의 직장에서, 그리고 우리의 일터와 삶의 자리에서 우리는 그런 자세로 맡겨진 일을 감당해야 합니다.

  그런 사람에게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약속하십니다. “네가 자기 일에 능숙한 사람을 보았느냐? 이러한 사람은 왕 앞에 설 것이요 천한 자 앞에 서지 아니하리라.”(잠언 22:29) 그렇습니다. 그렇게 자기 일에 능숙하여 성실하게 일한 요셉은 바로 왕 앞에 서게 되고, 노예로 팔려갔던 그 땅에서 존귀한 자가 됩니다.

  그런데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존귀한 자가 되기 위해서 또 한 가지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성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성실하게 일을 잘한다 하더라도 성결하지 못하면 하나님께 결코 인정받을 수가 없습니다.

  요셉을 생각해 보십시다. 오늘 본문의 표현대로 그는 용모가 빼어나고 아름다운 청년이었습니다. 그런 청년을 남몰래 흠모하던 여인이 있었습니다. 보디발의 아내였습니다. 요셉을 흠모하던 그녀는 결국 요셉을 향한 정욕을 이기지 못하고 요셉에게 동침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요셉은 보디발의 아내의 잘못된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합니다. 물론 그것 때문에 요셉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지만, 그는 그럴지라도 하나님 앞에서 죄를 지을 수 없다는 분명한 신앙을 가졌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직장에서, 그리고 일터와 삶에서 그런 신앙의 결단과 고백으로 살아야 합니다. 세상에는 때로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얻기도 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자신이 욕구하는 것을 이루려고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직장생활하면서 신앙인들도 때론 그런 요구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지라도 우리는 죄와 부의한 방법에 동조하거나 그런 방법을 따라가서는 안 됩니다. 물론 그러다가 우리에게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요셉이 죄 짓는 일을 거부하다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게 된 것처럼, 우리에게도 그런 어려움이 따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부정한 방법, 불의한 방법을 따라가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결국 하나님께서 우리를 높여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높여주실 때에만 우리는 존쥐함을 얻게 됩니다. 불의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얻어지는 것은 언젠가 결국 들통나게 되고, 부끄러움을 당하게 될 때가 반드시 오게 됩니다.

  여러분, 요셉은 자신에게 위탁된 일을 감당함에 있어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성실하게 맡겨진 일을 잘 처리함으로써 주인인 보디발의 인정을 받게 되고, 부정과 불의를 거절함으로 어려움을 겪지만 결국에는 하나님께 인정받는 사람이 됩니다.

  우리의 직장이나 일터나 삶의 여건을 탓하지 마십시다.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힘들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곳도 결코 없습니다. 더구나 정당하고 올바른 방법으로만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이나 일터는 없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요셉의 자리도 그랬습니다. 그럴지라도 요셉은 환경을 탓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갈지라도 불평 한 번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요셉을 하나님께서 존귀하게 하셨습니다.

  우리도 환경을 탓하지 마십시다. 내게 위탁된 일에 최선을 다하고, 하나님 앞에서나 사람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도록 성결한 삶의 태도로 주어진 일을 감당하십시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높여주실  때가 있을 것입니다.

< 2021년 10월 17일 주일낮예배-직장선교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