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에 감사함으로

< 본문 – 골로새서 4:2 >

  지금으로부터 400여 년 전 프랑스 로렌느라는 지방에 니콜라 에르망(Nichoas Herman)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열여덟살이 되던 겨울 나눗잎을 떨구고 앙상해진 나무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중 하나님의 섭리와 능력을 깨닫고 그리스도인이 됩니다. 그리고 신구교 간의 종교전쟁인 30년 전쟁에 참전했다가 심한 부상을 입고 다리를 저는 장애를 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전쟁터에서 자신의 목숨을 건져주신 것에 감사하며, 중세 때 유명했던 파리의 카르멜(Carmelite) 수도원에 들어가 평신도 수도사로 평생을 보내게 됩니다. 그가 바로 훗날 로렌스 형제(Brother Lawrence, 1611-1691)로 잘 알려진 사람입니다.

  그가 카르멜 수도원에 들어갈 때는 그의 나이가 50이 넘는 때(1666년)였습니다. 그 나이에 그는 수도원에서 주방 허드렛일이나 신발을 수선하고 청소하는 일 등을 하면서 매 순간 하나님의 깊은 임재를 경험하며 살았습니다. 그가 수도원에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면서 경험한 하나님의 임재를 기록한 책이 『하나님의 임재연습』이란 제목의 책입니다. 그는 주방에서 허드렛일을 할 때에도, 다른 수도사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 때에도, 그리고 신발을 수선하거나 청소를 할 때에도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며 감사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비록 몸은 장애를 입어 불편했지만, 그리고 50이 넘는 나이에 하잘것없는 허드렛일을 하며 몸은 고달팠지만 그는 늘 기쁨과 감사의 마음으로 일을 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기도하곤 했습니다. “하나님, 제가 준비한 음식을 먹고 많은 수도사들이 기쁨으로 사역하는 것에 감사합니다.”

  그렇게 20년을 한결같이 기쁨과 감사로 수도원과 수도사들을 섬겼습니다. 비록 성직자가 아닌 평신도로 주방에서 허드렛일을 하고 있었지만 모든 수도사들은 그를 존경했고, 평신도 수도사인 그에게 수도원 원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는 사양했습니다. 평신도인 자신이 수도원 원장이 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수도사들은 그에게 수도원 원장을 맡아달라고 간청하게 됩니다.(투표를 통해서 원장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평신도 수도사가 수도원 원장의 자리에 올랐다는 놀라운 소식을 들은 프랑스의 국왕 루이 12세(Louis XII, 1462-1515년)가 그 수도원을 방문해서 로렌스 형제에게 수도원 원장이 된 비결을 물었습니다. 그 때 로렌스 형제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전쟁에서 몸을 다쳐 장애를 가지고서도 제가 오늘과 같이 행복하게 섬기는 비결은 감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좋은 일이 있을 때에 감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럴 때 당연히 감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믿음은 자신에게 좋은 일이 일어나고 무언가가 주어졌을 때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황이나 형편에 관계없이 지금 내가 있는 그 자체로 감사하며 사는 것입니다. 우리가 감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내가 하나님의 사람이 되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기에 충분한 조건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으심을 받았다는 것, 그리고 죄에 빠져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를 하나님께서 당신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대신 죽게 하심으로 우리를 구원하여 당신의 백성으로 삼아 주셨다는 것, 이것보다 더 감사할 조건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모두가 경험하고 느끼는 것처럼 우리는 그것을 너무 자주 잊고 삽니다. 현실에 발붙이고 산다는 이유로 너무나도 현실적인 것에서 조건을 찾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씁니다. 건강해야 감사하고, 좋은 일이 있어야 감사하고, 남들보다는 나아야 감사한다고 생각하려는 마음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그것이 잘못이라고만은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 인간은 감각적인 존재이기에 그런 감각적인 것에서 뭔가를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의 현실과 감각의 세계에만 우리의 시선이 머문다면 그것은 결코 바람직한 신앙인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한 주 감사노트를 통해서 그 동안 우리가 소홀히 여기고 지나갔던 우리 주변의 삶을 묵상하면서 감사의 제목을 찾았고, 작게나마 감사를 표현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우리의 마음에서 감사의 감각을 회복하기 위함입니다. 감사하는 것도 감각입니다. 감사하지 않고 살면 감사할 조건이 주어짐에도 감사할 줄을 모릅니다. 그것이 감사인지조차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작은 것에 감사하는 습관을 들이면 남들이 ‘뭐 그런 것 가지고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해’라고 말할 정도로 모든 것이 감사할 조건이 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많이 들었던 이야기처럼, 감사하며 사는 사람에게는 더 좋은 일들이 많아집니다. 『뇌내혁명』이라는 유명한 책을 쓴 일본인 의사 하루야마 시게오(春山茂雄)는 그 책에서 모든 일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감사하며 사는 사람이 복을 받는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미소를 띤 얼굴로 사건을 바라보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감사하면 베타 엔도르핀이 만들어지는데, 이 베타 엔도르핀은 화학구조가 마약과 비슷한 강력한 진통 행복 호르몬으로, 일반 진통제의 5배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베타 엔도르핀이 노화를 방지할 뿐만 아니라 암세포까지도 파괴한다고 합니다. 반대로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화를 내거나 긴장하면 노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데, 이 노르 아드레날린은 자연계에 존대하는 독성 중에서 독사의 독 다음으로 독성이 강하다고 합니다. 이것이 우리 몸에 노화를 촉진시키고 병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감사하며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 그렇지 않는 사람보다 더 건강하고, 복을 누리며 살게 된다는 것입니다. 잠언에서도 지혜자가 동일한 말씀을 하고 있습니다. “마음의 즐거움은 양약이라도 심령의 근심은 뼈를 마르게 하느니라.”(잠언 17:22)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때로 힘든 일이 주어지고 우리가 원치 않는 어려운 일을 만났다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화를 내거나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마저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받으면 우리의 삶에 놀라운 은혜만이 아니라 복된 일이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더욱이 우리 믿음의 사람들은 아무리 힘든 일을 만난다 하더라도 우리 곁에는 늘 우리에게 힘 주시고 동행하시는 하나님이 계시다는 사실을 알기에 낙망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주신 힘으로 넉넉히 감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걸 믿고 사는 것이 신앙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리 우리의 삶이 광야와 같다 하더라고 불평할 것이 아니라, 그 삶을 통해서 나에게 주어질 더 나은 내일을 바라보며 감사하고 기뻐하며 살 수 있습니다. 그게 우리 신앙인들에게 주어진 놀라운 은혜요 축복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골로새서의 말씀은 감사의 편지라고 불리곤 합니다. 흔히 빌립보서를 ‘기쁨의 서신’이라고 말한다면, 골로새서는 ‘감사의 서신’입니다. 왜냐하면 골로새서에만 감사라는 말이 일곱 번이나 반복되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골로새서는 감사로 편지를 시작합니다. 골로새서 1:3절입니다. “우리가 너희를 위하여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께 감사하노라.” 바울 사도는 골로새 교회와 성도들을 위해서 기도할 때마다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고백하며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그러면 사도 바울이 골로새 교회와 성도들을 생각하며 감사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골로새 교회는 사도 바울이 직접 세운 교회가 아닙니다. 사도 바울은 골로새 지역을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습니다. 사도 바울이 제2차 선교여정 중에 에베소에서 3년간 복음을 전하며 말씀을 가르쳤는데, 그 때 바울에게 복음을 들었던 에바브라가 자기의 고향인 골로새에 가서 복음을 전함으로 교회가 세워졌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이후로도 바울은 골로새 지역에 간 적이 없지만, 복음을 듣고 교회를 세우고 신앙생활을 하는 골로새 교회와 교인들을 위해 사도 바울은 계속해서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골로새에 처음 복음을 전한 에바브라가 계속해서 사도 바울과 교제하며 골로새 교회와 교인들에 대한 소식을 사도 바울에게 전해주었고, 그래서 사도 바울은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골로새 교회이지만 그 교회를 위해서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골로새라는 지역은 한 때 무역 도시로 번창했었지만, 주후 1세기 그들에게 복음이 전해졌을 때에는 조그마한 도시로 쇠락해 있었습니다. 그리고 골로새 교회 역시 큰 교회가 아니라 가정을 중심으로 모이는 조그마한 교회였습니다. 그렇게 작은 도시에서 복음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작은 교회였지만, 골로새 교회 교인들은 열심으로 주를 섬기며 신앙생활하고 있어습니다. 사도 바울이 골로새 교회를 위해 기도할 때마다 감사한 이유를 이렇게 이어 말씀합니다.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너희 믿음과 모든 성도에 대한 사랑을 들었음이요 너희를 위하여 하늘에 쌓아둔 소망으로 말미암음이니.”(골로래서 1:4-5) 이 말씀에 등장하는 중요한 단어 세 가지가 있습니다. 믿음과 사랑과 소망입니다. 사도 바울이 복음을 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던 세가지 신앙의 덕목이 바로 이 ‘믿음과 소망과 사랑’입니다.(고린도전서 13:13) 그런데 이제 교회가 생긴지 얼마 되지도 않은 조그마한 교회인 골로새 교회는 믿음과 소망과 사랑 안에서 굳건하게 세워져 가는 교회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골로새 교회를 위해 기도할 때마다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골로새 교회에 어려움이 없었을까?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에 믿음과 사랑과 소망이라는 신앙의 덕목을 차곡차곡 쌓아갔던 것일까? 그렇지 않습니다. 특별히 골로새 교회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거짓 가르침으로 교인들의 신앙을 위협하는 이단들이 교회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골로새 교회는 세워진지 얼마 되지 않는 교회입니다. 큰 교회도 아닙니다. 이제 막 시작한 작은 교회에 이단의 세력들이 들어와서 교회를 혼란스럽게 하자, 그것을 스스로 해결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에바브라가 로마 감옥에 갇혀 있는 사도 바울을 찾아가 교회의 형편을 알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자문을 구했던 것입니다.

  우리가 생각할 때 이제 막 교회를 시작하고 복음을 받아들여 기쁘게 신앙생활하려는 그들에게 신앙생활 예쁘게 잘 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어려움을 잠시 면제해 주시면 좋겠는데, 현실적인 상황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단들로 인해서 교회가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런데도 골로새 교회는 믿음과 소망과 사랑 안에서 차근차근 신앙을 붙들고 믿음을 키워가고 있었습니다. 그걸 생각하니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사도 바울은 골로새 교회 교인들에게도 감사를 잃지 말라고 권고합니다. 골로새서 2:6-7절에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그러므로 너희가 그리스도 예수를 주로 받았으니 그 안에서 행하되 그 안에 뿌리를 박으며 세움을 받아 교훈을 받은 대로 믿음에 굳게 서서 감사함을 넘치게 하라.” ‘아무리 이단들이 너희를 유혹한다 하더라도 처음 들었던 복음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믿음에 굳게 서라’ 그렇게 권면하면서 이어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감사함을 넘치게 하라!’ 믿음에 서 있는 사람들, 복음에 깊이 뿌리내리고 믿음으로 사는 사람들은 결국 감사로 그 믿음이 드러난다는 말씀입니다. 감사가 충만한 것은 곧 믿음에 굳게 서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3:15-17절에서는 연거푸 “너희는 또한 감사한 자가 되라.”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그를 힘입어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하라.” 그렇게 말씀합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에서는 ‘이단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복음에 든든히 서서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는 계속 기도해야 한다.’ 그렇게 말씀한 후에 “기도에 감사함으로 깨어 있으라.”라고 말씀합니다.

  “기도에 감사함으로 깨어 있으라!” 굉장히 중요한 말씀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기도할 때 우리의 기도의 내용을 한 번 생각해 보십시다. 우리의 기도에 하나님께 대한 감사가 많습니까? 아니면 요구가 더 많습니까? 물론 기도할 때 우리가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입니다. 그런데 달라고만 하는 기도보다 감사로 하나님께 찬양하는 기도를 드린다면 그것이 하나님을 더욱 기쁘시게 해 드리는 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태복음 6:33)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구한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건 하나님께서 마땅히 받으셔야 할 찬양과 영광을 하나님께 올려드리고, 하나님께 감사함으로 기도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구할 때에도 감사함으로 기도해야 합니다. 빌립보서 4:6-7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우리가 기도할 때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고 말씀합니다. 기도와 감사는 우리 신앙인들에게 있어서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영적인 덕목입니다.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할 조건이고, 감사함으로 기도할 때 그 기도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십니다. 시편 50:23절에서 말씀합니다. “감사로 제사를 드리는 자가 나를 영화롭게 하나니.” 감사로 제사를 드리는 자, 감사로 기도하는 자, 감사가 넘치는 자, 그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사람입니다.

  골로새 교회 교인들이 기도할 것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초대교회 당시 예수 그리스도를 나의 주님으로 고백하며 신앙인으로 산다고 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었습니다.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박해와 고난을 견디어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골로새 교회 교인들은 거기에다가 이단들의 유혹을 견디어내야 하는 내적 고난도 가중되었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기도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 사회적으로 가해지는 박해도 견디기 힘든데, 왜 우리의 신앙을 유혹하려는 이런 내적 시련까지 이겨내라고 하십니까? 아직 초보 신앙인인 우리에게 너무 하시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사도 바울을 통해서 기도하되 감사함으로 기도하라고 말씀해 주십니다. 기도에 감사함으로 깨어 있으라고 말씀하십니다.

  여러분, 성경이 왜 그렇게 자주 우리에게 감사를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예프스키(Fyodor Dostoyevsky, 1821-1881)는 ‘인간의 심성 가장 깊은 곳까지 꿰뚫어보는 심리적 통찰력을 가진 소설가’로 평가됩니다. 그 도스토예프스키가 『지하로부터의 수기』라는 책에서 우리 인간을 이렇게 분석합니다. “미련한 게 아니라면 굉장히 배은망덕하다. 지독히 배은망덕하다. 사실 나는 배은망덕한 두 발로 걷는 동물이야말로 인간에 대한 최고의 정의라 믿는다.” 그는 우리 인간을 ‘두 발로 걷는 배은망덕한 존재’라고 정의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부정하고 싶지만 그게 우리의 진실된 모습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받아 누리면서도 그 은혜를 깨닫지 못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그 은혜를 의도적으로 모른 척 하기도 합니다. 내가 하나님의 은혜 안에 산다는 것을 인정하면 지금처럼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대로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건 비단 오늘을 사는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성경에 보여지고 있는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하는 이스라엘의 모습을 생각해 보십시다. 그들도 그랬습니다. 광야에서 엄청난 은혜를 받아 생존하고 있음에도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기보다는 불평하고 원망하고, 심지어 우상을 섬기기도 했습니다. 약속의 땅 가나안에 살면서도 그런 인간 본성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하나님을 떠나고, 이기적인 욕심에 끌려 우상 앞에 절하고,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서 무관심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늘 우리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들이나 오늘 우리나 별반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도스토예프스키가 정의한 대로 ‘인간은 두 발로 걷는 배은망덕한 존재’라는 말이 맞는 말일 것입니다.

  그렇게 끊임없이 하나님의 은혜를 망각하고 욕망에 사로잡혀 사는 우리들이기에 하나님께서는 그런 어리석은 욕망의 껍질을 벗고 진실된 신앙인의 모습을 회복하도록 우리에게 ‘감사하라!’고, ‘감사를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여러분, 내 삶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감사할 수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렇게 힘들고 고달픈데 무슨 감사냐고 반문하고 싶으십니까? 내 생각대로, 내가 바라는 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는데 뭔가 감사하냐고 항변하고 싶으십니까?

  독일의 작가 보도 섀퍼(Bodo Schafer)는 그의 책 『멘탈의 연금술』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벽에 부딪힐 때마다 가장 먼저 ‘고맙다’라고 말해야 한다. 성공의 기회가 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하거나 도전을 하고 있는데 벽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보자. 이는 아주 가벼운 아령으로 근육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우리는 벽에 부딪히고 그 벽을 통과하면서 성장한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고난이 있고 시련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성장합니다. 내 앞에 쉽고 평안한 길만 있다면 우리는 결코 승리의 길로 갈 수 없습니다. 보도 섀퍼가 말한 것처럼, 맨날 뒷동산만 오른 사람은 히말라야를 오를 수 없습니다. 힘들더라도 조금 더 높은 산에 도전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도전에 우리는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나를 연단하여 더욱 크게 하시는 하나님의 뜻이 거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우리의 환경을 바라보며 낙심하지 말고, 오늘을 살아가는 나를 바라보며 감사함으로 사십시다. 하나님께 기도드릴 때에도 감사가 넘치게 기도하십시다. 감사는 하나님를 영화롭게 하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 2021년 11월 7일 주일낮예배 - 추수감사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