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대속자가 살아 계시니

< 본문 – 욥기 19:23-29 >

여러분, ‘판도라의 상자’라는 말을 들어보셨지요? 호기심으로 인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거나,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저지를 때 흔히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고 말합니다. 판도라의 상자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판도라의 이야기는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합니다만, 일반적으로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인간과 신의 아버지라 하는 제우스(Zeus)는 신들의 나라에서 불을 훔쳐다가 인간에게 준 프로메테우스(Prometheus)에게 가혹한 형벌을 내립니다. 그것은 프로메테우스를 코카서스 산의 바위에 쇠사슬로 결박해놓고서 독수리가 와서 그의 간을 쪼아먹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독수리에게 쪼아먹힌 간은 밤사이에 다시 생겨나서 다음날 또다시 독수리가 와서 파먹음으로, 프로메테우스의 형벌을 끝나지 않는 고통이었습니다.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프로메테우스에게 그런 형벌을 내리고도 제우스의 마음은 풀리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금지한 불을 사용하고 있는 인간들의 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마음에 분노가 끓어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우스는 인간들에게 재앙을 내리기로 하고, 공예자이자 대장장이인 헤파이스토스(Hephaistos)에게 여신처럼 아름다운 여자를 만들라고 명령합니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최초의 여인이 판도라(Pandora)입니다.(구약성경에서 하와가 최초의 여성이라면 그리스 신화에서는 판도라가 최초의 여성입니다.) 헤파이스토스가 판도라를 빚어내자 다른 신들은 제우스의 명령에 따라 판도라에게 선물을 주거나 자신이 지닌 재능을 불어넣어 줍니다. ‘판도라’라는 이름은 ‘모든 선물을 받은 여자’라는 뜻입니다.

  지혜로운 프로메테우스는 판도라가 겉보기엔 너무나 아름답고 훌륭하지만, 마음 속에는 거짓을 품고 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러나 그의 동생 에피메테우스(Epimetheus)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그녀를 아내로 맞이합니다. 이때 제우스는 그들 부부에게 결혼 선물로 상자 하나를 줍니다. 그러면서 ‘이 상자를 받아서 안전한 곳에 고이 간직하되,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이것을 열어보면 안 된다.”고 단단히 일러둡니다. 에피메테우스는 사랑에 흠뻑 빠진 나머지 ‘제우스가 주는 선물을 받지 말라.’는 형 프로메테우스의 경고를 잊고 상자를 받아 집 한구석에 숨겨둡니다. 그리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중 상자 속에 무엇이 있는지 너무 궁금했던 판도라는 남편 에피메테우스를 조르지만, 제우스의 말을 거역할 수는 없다며 완고하게 거절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에피메테우스가 나가고 없는 사이에 판도라는 기어이 그 상자를 열고 맙니다. 상자를 열자 그 안에서 증오, 질투, 잔인함, 분노, 굶주림, 가난, 고통, 전쟁, 각종 질병, 노화 등 장차 인간이 겪게 될 온갖 재앙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너무 놀란 판도라가 급히 상자를 닫았지만, 상자 안에 있는 온갖 나쁜 것들은 다 빠져나오고, 오직 하나 ‘희망’만 상자 안에 남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인간 세상은 온갖 불행에 시달려야 하지만, 그럼에도 상자 안에 희망이 남겨진 것처럼 희망을 간직한 채 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신화 이야기가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의 삶을 반영해 주기 때문입니다. 비록 누군가가 만들어낸 신화 이야기이지만, 그것은 과거의 사상을 반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사는 인간 세상이나 우리 인간의 내면 세계는 옛날이나 오늘날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판도라의 상자 이야기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교훈 가운데 하나는 우리가 사는 세상은 분명 온갖 악과 좋지 않은 것들로 가득 차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 인간에게는 여전히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칠흙같은 어두움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인생이라 할지라도 그 인생에도 터널을 지난 후에 만나게 될 희망의 빛을 꿈꿀 수 있습니다. 그 꿈과 희망이 있기에 우리 인간은 다시 용기 내어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판도라의 상자 이야기에서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판도라의 상자는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고 가르쳐줍니다. 그런데 그 희망이 어디에 있는지를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여러분, 우리 인간은 늘 희망은 안고 사는 존재인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그 희망이 근거가 없는 희망일 때에는 때로 망상이 되기도 합니다. 세상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안고 살면서도 길을 잃고 헤매는 이유는 그 희망의 근거가 무엇인지 모른 채 살기 때문입니다. 희망의 근거를 잃어버린 망상에 빠지면 아무리 희망을 붙잡는다 하더라도 그게 결코 그를 절망과 고통에서 건져내지 못합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에 나오는 욥은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 가운데 가장 깊은 고통과 절망의 자리를 경험한 사람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고난당하기 전에 욥은 세상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을 정도로 행복의 길을 가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성품도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성경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그 사람은 온전하고 정직하여... 악에서 떠난 자더라.”(욥기 1:1) 온전하다는 말은 고귀한 인격과 성품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것입니다. 정직하다는 말은 곧고 바라서 거짓에 치우치거나 악에 휘둘리지 않은 사람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욥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성문에 나갈 때면 사람들이 욥의 자리를 마련해 놓았습니다. 고대사회에서 성문은 아주 중요한 장소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일뿐더러 성문에 출입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는 장소였기에, 재판도 그곳에서 열렸고 성내의 중요한 문제를 논의할 때에도 성문 광장에 모였습니다. 그곳에 욥의 자리를 마련해 놓았다는 것은 욥이 그렇게 그 성읍에서 인정받고 있던 사람이었다는 뜻입니다. 그가 그 성문에 나타나면 젊은이들은 그가 가는 길을 비켜주었고, 성문에 미리 와서 앉아 있던 노인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존경을 표했습니다. 욥이 어떤 말을 할려 치면 성내의 유지든 지도자든 모두 하던 말을 멈추고 욥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욥기 29:7-11) 그만큼 욥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던 사람이었습니다.

  인격과 성품에서만 뛰어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에게는 엄청난 재산이 있었습니다. 욥기 1장에 욥을 소개하면서 그의 재산 목록을 기록하고 있는데 그의 재산은 이렇습니다. 양이 7천 마리, 낙타가 3천 마리, 소가 1천 마리, 암나귀가 4백 마리였고, 종도 많이 두었습니다. 오늘 우리 시대에도 그 정도의 재산을 가지고 있다면 분명 큰 부자인데, 지금으로부터 약 4천 년 전에 그렇게 많은 재산을 가졌다면 그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당대 최고의 부자였을 것입니다. 오늘날 자본주의가 만연되면서 부자들이 손가락질을 당하거나 욕을 먹는 경우가 있어, 부자라고 하면 자기 욕심으로 가득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기도 합니다. 그런데 욥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욥은 엄청난 재산을 가지고 있었지만,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 이유를 욥기 29장에서 설명해 줍니다. 그것은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고아들, 일을 하다가 망하게 된 사람들, 외롭고 가난하게 살던 과부들, 맹인과 다리 저는 사람들, 억울하게 소송을 당한 사람들을 그가 지극 정성으로 도와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렇게 선한 일을 하는 욥을 축복했습니다.(욥기 29:11-16) 욥은 ‘빈궁한 자의 아버지’라고 불릴 정도로 자신이 가진 것으로 어려운 사람을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욥은 단순한 부자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칭찬받는 부자였습니다.

  신앙적으로도 욥은 창찬받는 사람이었습니다. 욥을 소개할 때 ‘하나님을 경외하여 악에서 떠난 사람이었다.’고 말씀한 것처럼, 하나님께서는 사탄 앞에서 욥을 이렇게 칭찬하셨습니다. “네가 내 종 욥을 주의하여 보았느냐? 그와 같이 온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는 세상에 없느니라.”(욥기 1:8, 2:3) 그런 말씀을 두 번씩이나 반복해 하셨습니다. 그런 욥의 신앙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가 있지요. 자기 자녀들이 생일을 맞아 잔치를 하고 나면, 욥은 그들을 차례대로 불러다가 성결케 하고, 그들을 위해서 자녀들의 숫자대로 번제를 드렸습니다. 하나님 앞에 철저하게 신앙생활을 했던 사람이 욥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욥에게는 자녀가 모두 열 명이나 되었습니다. 고대사회에서 자녀가 많다는 것은 큰 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인품도 훌륭하고, 재산도 풍부하고, 신앙생활도 잘 할 뿐더러 자녀들까지 많은 욥은 말 그대로 굉장한 축복을 받은 사람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렇게 모든 것에서 복을 누리고 행복하게 살던 욥에게 큰 시련이 한꺼번에 불어닥쳤습니다. 하루아침에 그 많던 재산을 다 잃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열 명의 자녀들이 한 집에 모여 있다가 한꺼번에 죽고 말았습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절망이 그를 덮친 것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의 온 몸에 심한 종기가 났습니다. 그 ‘심한 종기’는 율법에서 ‘하나님께서 내리신 징벌’(신명기 28:35)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하나님의 징벌이라는 것은 존경받던 어른인 그에게는 너무나도 치욕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사람들 앞에 얼굴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수치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 병은 그런 수치스러움만 준 것이 아니라, 육체적인 고통도 안겨주었습니다. 그 병은 ‘열기로 말미암아 타는 듯한’(욥기 30:30: 고통을 주었고, 잠조차 잘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의 밤을 지내야 했습니다.(욥기 7:4, 30:17)

  이런 고난은 욥에게 있는 모든 것을 삼키고 말았습니다. 재산은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결과로 주어진 축복이었습니다. 그 재산이 한 순간에 사라졌다는 것은 그의 모든 과거가 사라졌다는 뜻입니다. 욥이 건강을 잃었다는 것은 현재를 잃은 것입니다. 그리고 그의 자녀들을 한 순간에 다 잃었다는 것은 그의 미래를 다 잃은 것입니다. 욥은 그렇게 자신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모두 잃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모든 것을 잃고 고통스러워할 때 그의 주변에는 그에게 위로가 되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아내는 욥에게 ‘이런 상황에서도 순전하게 살겠다는 말이 나오느냐?’고, ‘차라리 하나님을 욕하고 죽으라.’고 악담을 퍼붓습니다. 그리고 그런 욥의 고통을 위로하기 위해서 찾아온 네 명의 친구들은 욥을 위로하기보다는 욥의 마음에 고통만 주었을 뿐입니다. 그 친구들은 ‘욥이 뭔가 죄를 지었기 때문에 이런 징벌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고 욥을 정죄합니다.

  말 그대로 욥은 모든 것을 잃고 말았습니다. 남아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습니다. 가족도 다 잃었습니다. 친구들마저 욥을 위로하지 못했습니다. 모든 것이 말 그대로 절망 그 자체였습니다.

그 때 욥은 하나님을 바라봅니다. 일견 생각해보면 하나님을 향해서 원망할 수 있습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노력해서 쌓아놓았던 과거도 잃었고, 현재를 살아갈 능력도 잃었습니다. 앞으로 희망을 가져볼 수 있는 미래마저 막혀버렸습니다.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아도 희망을 두거나 마음을 맡길만한 곳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욥은 그런 상황에서 하나님을 바라봅니다. 앞뒤가 막히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막히고, 주변이 모두 막혔을 때 그는 하늘의 하나님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 하나님을 ‘나의 대속자’라고 표현합니다. ‘대속자’(고엘-גאל)라는 말은 ‘값을 주고 되찾다, 속량하다, 구속하다’는 뜻입니다. ‘기업 무를 자’를 뜻하기도 합니다. 그 고엘의 대표적인 사람이 룻기에 나오는 보아스입니다. 나오미와 며느리 룻이 모압 땅에서 돌아왔지만, 남자가 없는 집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밭을 팔려고 하는데, 이스라엘 백성들은 토지를 하나님께서 주신 기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무에게나 팔 수 없었습니다. 살림이 너무 힘들어 밭이나 논을 팔려 할 때에는 반드시 가장 가까운 친척에게 우선권이 주어집니다. 그렇게 해야만 그 가문에 주신 기업의 땅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를 고엘이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친족이 자식이 없이 죽었을 경우 그의 미망인과 결혼하여 후사를 잇는 것도 고엘이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보아스는 성실하고 믿음이 좋은 룻이 비롯 이방인이요 미망인이지만,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보아스보다 더 가까운 친척이 있어, 그 가까운 친척이 나오미 집안의 고엘 1순위였습니다. 만일 그 1순위가 자기의 권리를 포기할 때에는 그 다음 순번에게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보아스는 고엘 1순위인 그 사람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나오미 집안의 고엘 역할을 하겠느냐 물었고, 1순위인 가까운 친척이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자 2순위인 보아스가 나오미의 땅과 함께 룻을 데려갑니다. 그렇게 해서 보아스는 룻과 결혼하게 되고, 그의 후손 중에 다윗이 태어나게 됩니다.

이처럼 고엘(구속자)라는 말은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모두 대신 담당하는 이를 말합니다. 지금 욥은 두 가지 측면에서 대속자(고엘)가 너무나도 절실하게 필요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친구들 때문입니다. 욥을 위로하겠다고 찾아온 친구들은 욥을 위로하기는커녕 욥을 정죄했습니다. 욥이 아무리 범죄 때문에 하나님께 징벌을 받아 자신이 이런 고통을 당한 것이 아니라고 항변을 해도, 친구들은 끝까지 욥의 마음을 용납하지 못했습니다. 욥은 너무나도 억울했습니다. 그 억울함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주변 사람 가운데 어느 누구도 욥의 억울함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욥은 하나님만이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줄 고엘(대속자)가 되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나님 외에는 어느 누구도 자신의 억울함을 알아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억울함을 풀고 자신의 진싱성을 증언해 주실 분은 오직 하나님 뿐이었습니다.

  또 하나 욥에게 고엘(대속자)가 필요한 이유는 이 땅에서는 모든 것을 다 잃었지만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신실함을 아시기에 하나님께서 보상해 주실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욥은 이미 가진 것을 다 잃었습니다. 비록 자신의 잘못 때문에, 자신의 범죄에 대한 하나님의 징벌로 잃은 것은 아닐지라도, 욥은 재산도 잃고 건강도 잃고 자녀들도 다 잃었습니다. 이 땅에서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다 잃었습니다. 그 잃은 것을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되찾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욥은 이 땅에서 자신이 잃은 것을 되찾을 수 없다 하더라도 죽음 이후에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주시고 잃어버린 것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입니다.

본문 26절에서 말씀합니다. “내 가죽이 벗김을 당한 뒤에도 내가 육체 밖에서 하나님을 보리라.” ‘내 가죽이 벗김을 당한다.’는 말은 죽음을 의미합니다. 비록 살아 있을 때에는 자신의 억울함이 풀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리고 살아 있을 때에 자신이 잃어버린 것을 회복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죽음 이후에 자신의 고엘이 되시는 하나님을 뵈올 것이라고 고백한 것입니다.

  27절 말씀은 자신이 하나님을 뵈옵는 그 일이 결코 낯설지 않을 것임을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왜요? 자신이 평소 하나님과 친밀하게 지냈기 때문입니다. 욥기 29:4절에서 욥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그 때에는 하나님이 내 장막에 기름을 발라 주셨도다.” 이 말씀을 영어성경(NIV)에서는 “그 때에 하나님의 친밀하신 우정이 내 집을 축복하셨다.”(when God’s intimate friendship blessed my house)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욥은 하나님과 아주 친밀한 관계였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치 아주 가까운 친구, 마음을 터놓고 뭐든지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처럼 하나님과 친밀하게 지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내 마음이 초초하구나!”라고 탄식합니다. 친밀하신 하나님, 나의 대속자(고엘)가 되신 하나님을 빨리 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하다는 것입니다.

  욥은 이 땅에서 자신의 건강이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잃었던 재산을 되찾지 못할 수도 있고, 잃어버린 자식들을 다시 얻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너무 절박한 마음은 지금의 이 고통을 빨리 끝내고 육체 밖에서 나의 대속자(고엘)이신 하나님을 빨리 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왜요? 이 세상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기 때문입니다. 희망은 오직 나의 고엘이 되신 하나님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욥의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욥은 참으로 힘든 일을 겪어내야 했습니다. 정말 열심히 잘 살았고, 남들을 억울하게 하거나 남들에게 피해주는 일이 없이 살았습니다. 오히려 정성을 다해 이웃을 사랑했고, 힘닿는 데까지 어려운 사람을 도우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쌓아놓은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과거도 잃고 현재도 잃고 미래까지도 다 잃었습니다. 이 땅에는 더 이상 기댈 희망이 없어졌습니다. 가장 가까운 아내도, 그리고 친구들도 결코 위로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 때 욥은 오직 하나님을 바라보았습니다. 하나님만이 희망이었습니다. 하나님만이 나의 억울함을 풀어주신 고엘이 되심을 알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우리도 살다 보면 원치 않는 일로 인해 억울할 때가 많지 않습니까? 내 속을 뒤집어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아무도 자신의 진정성을 믿어주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모든 것을 잃고 어디를 둘러보아도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이,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서조차 위로를 받을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욥은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희망이 사라질 때 우리의 희망은 하늘의 하나님께 있다고 말입니다. 하늘의 하나님께 소망을 둘 때 우리는 다시 일어설 용기를 가질 수 있습니다. 아니 최소한 절망의 상태에 영원히 머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에게 고엘은 예수님이란 사실을 아십니까? 예수님은 우리의 모든 죄를 다 짊어지시고 나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죽으셨습니다. 내가 받아야 할 형벌을 주님이 대신 받으셨고, 내가 받아야 할 저주를 주님이 십자가로 대신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살려주셨습니다. 십자가에 죽으신 그 예수님은 부활로 승리하셔서 우리에게 영원한 소망이 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부활절을 지낸 후 한 주간을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부활의 기쁨을 다 누리기도 전에 우리의 삶에 여전히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찾아오지 않았습니까? 힘들고 고통스러운 내 삶이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희망으로 솟아나야 하는데, 여전히 무덤에 있는 것처럼 풀려지지 않는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 신음해야 하는 순간도 있지 않으셨습니까? 판도라의 상자가 열려져 온갖 재앙과 고통이 우리의 삶에 침투한 것처럼, 힘들고 고통스러운 살이 계속되고 있지 않습니까?

  여러분, 아무리 그럴지라도 우리에게 희망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나의 대속자가 살아 계시니!” 이것은 욥의 고백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 우리의 고백입니다. 죽음에서 부활하셔서 영원히 살아계신 우리 주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영원한 대속자, 우리의 고엘이 되십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아무리 억울해도, 아무리 삶이 버겁더라도, 그리고 우리의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 것 같은 절망이 내 마음을 짓누른다 하더라도, 우리의 대속자이신 예수님은 살아 계십니다. 무덤에, 죽음에 머물러 계신 분이 아닙니다. 부활하여 살아나셔서 오늘 우리를 찾아오십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우리의 대속자(고엘)이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사십시다. 그 주님께서 우리를 품에 안아 주실 것입니다. 힘든 우리를 위로해 주시고, 지친 우리를 안아 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십니다. 종일 걸어가도 피곤치 않을 새 힘을 공급해 주십니다. 우리의 대속자(고엘)는 예수님이십니다. 우리의 희망의 근거는 예수님입니다.

< 2022년 4월 24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