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기야와 여호야김

< 본문 – 예레미야 26:16-24 >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은 그가 하란에 머물고 있을 때 하나님께로부터 “내가 네게 보여줄 땅으로 가라!”는 말씀을 듣고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가나안 땅으로 이주해 옵니다. 그때 아브라함은 자신의 조카 롯을 데리고 오지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브라함은 자신이 데리고 온 롯과 헤어져야만 했습니다. 좋지 않은 일 때문에 헤어진 것이 아니라, 아브라함이나 조카 롯이나 모두 많은 가축을 소유하고 있어 함께 머물며 목축할만한 곳을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가나안 땅에서 큰 흉년을 겪고 애굽으로 내려갔다 다시 가나안 땅으로 돌아온 아브라함과 롯은 벧엘과 아이 사이에 머물며 목축을 하고 있었는데, 아브라함의 가축을 치는 목자들과 롯의 가축을 치는 목자들 사이에 갈등과 다툼이 생겨났습니다. 넓지 않은 지역에서 함께 양과 소를 먹일 수가 없어, 서로 좋은 목초지를 선점하기 위해서 다툼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래서 아브라함은 조카 롯과 헤어지기로 결심을 합니다.

  아브라함은 조카 롯에서 먼저 선택권을 줍니다. ‘네가 가고 싶은 곳을 선택하라’고 말입니다. ‘네가 오른쪽으로 가면 나는 왼쪽으로 갈 것이고, 네가 왼쪽을 택해 간다면 나는 오른쪽으로 갈 것이라.’고 말입니다. 삼촌으로부터 선택권을 부여받은 조카 롯은 요단지역을 선택했습니다. 그곳은 물이 넉넉하여 살기가 너무 좋은 곳이었습니다. 성경은 조카 롯이 요단 지역을 선택할 때 그곳이 마치 ‘여호와의 동산 같고 애굽 땅과도 같았다.’(창세기 13:10)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살기가 좋은 곳이었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해서 아브라함과 조카 롯은 헤어져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여호와의 동산 같고 애굽 땅과도 같아 보여 요단 지역을 선택해 갔던 조카 롯은 참으로 큰 시련을 겪어야 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날 왕 아므라벨을 비롯한 북쪽 연합군이 소돔성 등이 있는 요단 남쪽 지역을 침략해 옵니다. 그 전쟁으로 인해 롯은 가진 재산을 다 빼앗기고 자신과 가족들이 전쟁포로로 잡혀가고 맙니다. 그 소식을 들은 아브라함이 그 뒤를 쫓아가서 조카 롯과 재산을 되찾아올 수 있어서 다시금 소돔성에 머물게 됩니다. 그런 시련만 겪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소돔성의 죄악이 너무 커서 결국 롯이 거주해 살던 소돔성은 하나님의 심판에 의해 멸망당하고, 롯이 가진 재산은 다 불에 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롯은 겨우 목숨만 건져 산속 동굴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반면, 아브라함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번성하여 큰 부를 이루었고, 비롯 늦은 나이에 아들 이삭을 얻었지만 그 이삭에게 자신의 많은 재산을 유산으로 남겨줄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아브라함이 많은 재산을 남겨주게 된 것이 축복이 아니라, 아브라함은 이삭과 야곱으로 이어진 믿음의 가문을 만들어 이스라엘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당신을 소개하실 때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출애굽기 3:15)으로 소개하실 정도로, 아브라함의 가문은 축복의 가문이 되었습니다.

여러분, 아브라함과 롯의 차이가 무엇일까요? 왜 좋은 땅을 선택해 갔던 롯은 부자가 될 좋은 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는 모든 것을 다 잃고 초라한 노인이 된 반면, 아브라함은 롯이 거들떠보지도 않은 척박한 땅에 살면서도 부자가 되고 축복의 가문이 되었을까요?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성경은 명확하게 그에 대한 해답을 말씀하고 있진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아브라함과 롯의 행적을 추척해 보면 그 해답을 충분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롯의 이야기를 기록한 말씀을 아무리 읽어보아도 롯이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려 하거나,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했다는 이야기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심지어 소돔성이 멸망당할 때조차도 롯은 ‘소돔성과 함께 네가 멸망할지 모르니 빨리 이 성을 떠나야 한다.’고 재촉하는 천사의 말을 신중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머뭇거리며 지체합니다. 그렇게 아주 중요한 순간에까지 롯은 하나님의 말씀을 신중하게 듣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반면 아브라함은 어떻습니까? 물론 아브라함의 삶에도 실수가 있고, 때론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하나님께서 말씀하실 때 그 말씀을 듣고 즉각 순종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줄 땅으로 가라”(창세기 12:1)고 말씀하실 때, 오랫동안 머물며 살던 곳을 떠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는 일이었지만 아브라함은 전혀 꾸무럭대지 않고 즉시 말씀에 순종하여 가나안을 향해 집을 떠납니다.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아들이 태어나지 않자 아브라함은 자신의 종인 다메섹 사람 엘리에셀을 자신의 후계자로 삼으려 했습니다. 그 때 하나님께서는 “그 사람은 네 상속자가 아니라 네 몸에서 날 자가 네 상속자가 되리라.”(창세기 15:4)고 말씀하시자 엘리에셀을 후계자로 삼으려는 계획을 포기합니다. 그리고 100세에 낳은 아들 이삭을 모리아산에서 번제로 드리라고 말씀하실 때에도 아브라함은 전혀 지체하지 않았습니다. 명령을 받은 그 다음 날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 번제에 쓸 나무를 나귀에 실고 사랑하는 아들 이삭과 함께 모리아산으로 떠납니다. 그리고 모리아산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삭을 결박하고 주저하지 않고 칼을 잡고 이삭을 내리치려 했습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것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왜 그래야 하느냐?’고 토를 달거나 머뭇거림이 없이 즉시 말씀을 따랐습니다. 하란을 떠나 가나안 땅으로 가라고 말씀하실 때에도 그랬고, 늙도록 아들이 없음에도 엘리에셀은 상속자가 아니라고 말씀하실 때에도 그랬고, 이삭을 번제로 드리라고 말씀하실 때에도 그랬습니다. 그 어디에서도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거나 꾸물대거나 ‘왜 그래야 하느냐?’고 반항하지 않았습니다. 아브라함은 철저하게 하나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순종했던 사람입니다. 그랬기에 같이 가나안 땅에 살던 아브라함과 롯이지만, 그 둘에게 주어진 복은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아니 롯이 훨씬 더 좋은 조건과 환경이었지만 오히려 롯은 모든 것을 잃고 말았고, 아브라함은 척박한 상황에서도 부자가 되고 믿음의 가문을 이루는 복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어떻게 듣느냐, 그리고 우리에게 들려진 하나님의 말씀에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해 주신다는 것은 우리가 그 말씀을 듣고, 그 말씀에 순종하여 살기를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자주 우리에게 “들으라!”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께서 하신 말씀을 귀 기울여 듣고, 들은 그 말씀을 따라 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말씀을 따라 사는 자는 복을 받게 됩니다. 시편 1편에서 복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말씀하시면서 “복 있는 사람은...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의 율법을 주야로 묵상한다.”(시편 1:1-2)고 말씀합니다. 묵상한다는 말은 단순히 그 말씀을 마음에 되새기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말씀을 들었다면 그 들은 말씀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마음속에서 되새기며 묵상하고, 내 안에서 묵상된 말씀은 나의 삶을 그 말씀에 끌려 살게 만듭니다. 그래서 “이 예언의 말씀을 읽는 자와 듣는 자와 그 가운데 기록한 것을 지키는 자는 복이 있나니.”(요한계시록 1:3)라고 말씀합니다. 말씀을 읽고 듣는 사람은 그 말씀을 묵상함으로 삶으로 실천하여 복을 누리게 됩니다.

  그러나 말씀을 들었다고 해서 다 그 말씀대로 사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산상수훈의 말씀을 마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나의 이 말을 듣고 행하는 자는 그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지혜로운 사람 같으리니”(마태복음 7:24) 그리고 이어서 “나의 이 말을 듣고 행하지 아니하는 자는 그 집을 모래 위에 지은 어리석은 사람 같으리리.”(마태복음 7:26)라고 말씀합니다. 말씀을 들었다고 모두 말씀을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말씀을 들을 때 들은 말씀을 따라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말씀을 듣고도 그 말씀을 무시하고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한 사람입니까?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들은 후에 그 말씀을 따라 살고 있습니까? 아니면 말씀은 들었지만 그 말씀과 아무 상관없이 사십니까? 우리가 말씀을 들은 대로 100% 다 순종하며 살면 좋은데, 그렇지 못한 게 현실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들을 말씀대로 살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계십니까?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말씀을 들어도 그 말씀을 배척하느냐 하는 것은 그의 삶에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두 사람이 그것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한 사람은 히스기야이고 다른 사람은 여호야김입니다. 오늘 본문은 남유다 열여덟 번째 왕인 여호야김 왕 때 일어난 이야기입니다. 26:1절에서 말씀하고 있는 “여호야김이 다스리기 시작한 때”는 주전 609년입니다. 그때 나라의 정세는 풍전등화와 같았습니다. 바벨론 제국이 엄청난 세력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력을 확장하려는 바벨론에 맞서 애굽은 그 세력을 저지하려 했습니다. 강대국 바벨론과 애굽 사이에 끼여 있던 유다로서는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곤란한 상황이었습니다. 특별히 여호아김의 아버지 요시야는 세력을 확장하는 바벨론에 대항하기 위해서 군사를 이끌고 갈그미스로 가는 애굽의 바로 느고와 맞서다가 죽음을 맞았습니다. 요시야가 죽자 요시야의 뒤를 이어 여호아하스가 왕이 되었는데, 여호아하스는 왕이 된 지 3개월 만에 애굽의 왕 바로 느고에 의해 폐위당하고 애굽으로 끌려갑니다. 그리고 애굽 왕은 여호아하스 대신에 여호야김을 왕으로 세웠습니다. 애굽의 왕에 의해서 왕으로 세워진 여호야김의 입장에서는 애굽에 맞설 수가 없었습니다. 애굽에 맞서다가는 아버지처럼 죽을 수도 있고, 자기 보다 먼저 왕이 되었던 동생 여호아하스처럼 애굽으로 끌려가는 비참한 모습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애굽에게 굽신거리고, 애굽에게 잘 보여야 했습니다.

  그렇게 자신이 살기 위해서 애굽에 굽신거리며 애굽을 등에 업고 바벨론의 위협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여호야김을 향해서 하나님께서는 애굽을 의지하지 말라고 말씀합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까지의 말씀이 바로 그것입니다. 예레미야 선지자는 ‘너희가 하나님께로 돌아와 하나님을 의지하고 율법을 행하지 않으면 너희가 그렇게도 소중하게 여기던 성전을 실로와 같이 되게 하고, 예루살렘 성을 세계 모든 민족의 저줏거리가 되게 하겠다.’는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했습니다. ‘실로와 같이 하시겠다.’는 말씀은 성전을 파괴하고 폐허가 되게 하시겠다는 뜻입니다. ‘예루살렘 성을 모든 민족의 저줏거리가 되게 하시겠다.’는 말씀은 예루살렘 성을 무너뜨리고 나라가 망하게 하시겠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성전이 파괴되고 성읍이 페허가 되어 나라가 망하게 될 것이라고 선포하자, 그 말을 듣던 제사장과 자칭 선지자라 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예레미야를 잡아 죽이려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 16절에서 말씀한 것처럼, 고관들과 다른 백성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한 예레미야 선지자를 죽여서는 안 된다고 가로막았습니다.

그러면서 꺼낸 이야기가 히스기야였습니다. 히스기야는 남유다의 열세 번째 왕입니다. 히스기야 시대에 미가라는 선지자가 나타나서 남유다의 멸망을 예언했습니다. 본문 18절입니다. “만군의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셨느니라. 시온은 밭 같이 경작지가 될 것이며, 예루살렘은 돌무더기가 되며, 이 성전의 산은 산당의 숲과 같이 되리라.” 하나님께로 돌아와 하나님을 신뢰하지 않으면, 하나님의 율법을 따르지 않으면 남 유다를 멸망시키시겠다는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한 것입니다. 그 말씀을 듣고 히스기야 왕과 유다 백성들은 미가 선지자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회개하고 하나님을 두려워하여 여호와께 기도했습니다. 하나님께로 돌아왔습니다. 그랬더니 19절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에 내리겠다고 말씀하신 재앙을 내리지 않으셨습니다. 히스기야 왕이 미가 선지자의 말씀을 듣고 회개하고 돌이켜 하나님께로 돌아옴으로 히스기야나 유다에 내리기로 한 재앙을 받지 않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여호야김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늘 본문 20절에 등장하는 우리야까지 합세하여 ‘하나님께로 돌아오지 않으면 나라가 멸망할 것이라.’고 예언을 하는데도, 여호야김은 선지자들을 통해 들려주신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말씀을 외친 우리야를 죽이려 했습니다. 죽음을 두려워하던 우리야가 애굽으로 도망을 치자, 사람을 보내어 애굽에서 우리야 선지자를 잡아다가 결국 죽이고 맙니다.

히스기야 왕은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을 때 자신의 잘못을 회개했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대로 하나님께로 돌아섰고,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는 기도, 긍휼을 비는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런 히스기야를 하나님께서는 긍휼히 여기셔서 멸망시키겠다는 계획을 철회하셨고, 남 유다는 멸망당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호야김을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는 멸망을 예언한 선지자를 끝까지 추적하여 잡아다가 죽이고 맙니다. 우리야를 죽이는데 그치지 않고 예레미야까지 죽이려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본문 24절의 말씀처럼 아히감이 예레미야를 죽이지 못하도록 감추어주었기 때문에 예레미야를 죽이진 못했지만, 여호야김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 선지자들을 죽이기까지 했습니다. 그 결과 여호야김이 나라를 다스린지 4년만인 주전 605년 남유다는 바벨론의 침공을 받아 수많은 사람들이 포로로 끌려가고 성전의 거룩한 기구들을 모두 전리품으로 빼앗기고 맙니다. 그러다가 여호야김 왕 자신도 쇠사슬에 결박된 채 바벨론으로 사로잡혀 가게 됩니다. 그리고 19년 후인 주전 586년 결국 남유다는 바벨론에 의해 비참하게 멸망당하고 말았습니다.

여러분, 왜 여호야김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았을까요? 왜 예레미야 선지자와 우리야 선지자가 하나님의 말씀을 외치는데도 그 말씀을 들으려 하지 않고, 선지자들을 죽이려 했을까요?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선지자들이 외친 하나님의 말씀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왕으로 통치하고 있는데, 자신이 통치하는 남유다가 멸망할 것이라고,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던 성전이 파괴될 것이라고 외치니 당연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호야김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말씀이라도 들어야 했습니다. 그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했습니다.

  히스기야 왕은 듣기 싫은 말씀이지만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에 순종했습니다. 왕의 체면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왕의 체면이 결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는 어느 누구든 귀를 열고 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생명을 얻고, 복을 받게 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신앙생활하면서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성경을 읽을 때 혹은 말씀을 들을 때 내가 듣고 싶은 말씀만 듣으려 하는 유혹이 우리에게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도 여호야김처럼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말씀은 별로 듣고 싶지 않습니다. 복을 준다는 말씀, 평강이 있을 것이라는 말씀, 앞으로 모든 것이 다 잘 될 것이라는 말씀, 성공할 것이라는 말씀은 듣기 좋아합니다. 그러나 책망하는 말씀, 죄를 지적하는 말씀, 희생하고 수고해야 한다는 말씀은 잘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은 늘 평강만 약속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잘못된 길로 갈 때에는 책망합니다. 특별히 우리가 위기에 놓였을 때, 또는 우리가 무언가 잘못 판단할 때에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바른 길을 가도록 채찍질하는 말씀을 주실 수 있습니다. 그것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는 것이 신앙입니다.

여호야김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은 두 번째 이유는 하나님의 말씀이 자신이 볼 때 세상을 살아가는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것처럼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나라는 혼란 가운데 있습니다. 국제 정세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돌아갑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이런 상황을 이기는 방법으로 ‘하나님께로 돌아와 하나님의 율법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은 비현실적인 대책처럼 보입니다.

  만일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십만 군사를 양성해야 한다거나, 애굽에서 1만 마리의 말을 수입해서 군사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면 여호야김이 솔깃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복잡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하나님의 말씀은 현실과 전혀 맞지 않습니다. 하나님을 신뢰하고 의지한다고 바벨론의 세력에서 나라가 안정을 찾을 것 같지 않습니다. 율법을 잘 지킨다는 것이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 같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 건 방법이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보다 현실적인 대책, 보다 현실적인 말씀을 주시면 좋을텐데 하나님께서는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율법을 지키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전혀 현실적이지 않는 말씀만 주신 것처럼 보입니다.

  여러분, 혹 우리도 그렇지 않습니까?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들은 후에 ‘이 말씀은 오늘 내 현실에는 맞지 않아!’ 그렇게 생각해 보신 적이 없으십니까? 하나님의 말씀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고리타분한 말씀처럼 여겨진 적이 있지 않으십니까? 그냥 하나님의 말씀은 하나님의 말씀일 뿐, 내 삶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신 적은 없으십니까? 우리도 너무 자주 그런 생각 때문에 하나님의 말씀을 듣긴 들어도, 말씀을 읽긴 읽어도 그 말씀을 내 삶에 적용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히스기야의 이야기에서 보여주듯이 하나님께로 돌아오면, 하나님께서 하신 말씀을 지키면 하나님께서 지켜주십니다. 하나님께서 나라의 운명을 책임져 주십니다.

여러분, 우리가 분명하게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다고,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읽었다고 그 말씀이 곧바로 내 삶에 적용되거나 내 삶을 바꾸는 능력으로 역사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 말씀이 내 삶에 능력이 되는 말씀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읽고 들은 말씀을 묵상하는 것입니다. 시편 1편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복 있는 사람은...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의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 사람’입니다. ‘묵상한다’는 것은 되새김질을 하는 것입니다. 읽고 들은 말씀을 자꾸만 내 안에서 되뇌여 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거기에서 말씀의 능력이 나타납니다. 말씀을 묵상하면 거기에서 삶에 지혜가 생깁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면 하나님과 더욱 가까워지고, 하나님께서 내 삶에 역사하시는 능력을 더 깊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말씀이 내게 능력이 됩니다.

  말씀을 읽고 들었다고 바로 깨달아지고, 바로 그 말씀이 내 삶을 변화시키는 능력으로 역사하는 경우는 결코 많지 않습니다. 말씀은 묵상할 때 힘이 생깁니다. 말씀은 묵상할 때 지혜가 됩니다. 그 말씀의 능력과 지혜에 따라서 살아갈 때 그 말씀은 내게 복이 됩니다.

여러분, 나는 어느 쪽에 속한 사람입니까?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될 때 그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따르는 히스기야입니까? 아니면 내 맘에 들지 않는다고, 내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말씀이라고 듣기를 거부한 여호야김입니까? 삶이 척박한 상황에 놓였더라도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한 아브라함의 길을 가는 사람입니까? 아니면 세상의 화려하고 풍요로움만 좇아가느라 하나님의 말씀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고 살던 롯입니까? 앞으로 누구의 길을 가시렵니까?

< 2022년 8월 7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