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를 돌아보지 말고

< 본문 – 누가복음 9:57-62 >

  다이애나 그루버(Diana Gruver)가 쓴 『영혼의 밤을 지날 때』라는 제목의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아주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던 사람들 가운데, 위대한 신앙의 업적을 남겨 많은 사람에게 존경받는 일곱 명의 이야기들이 실려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인도 캘커타의 성녀’라고 불리는 마더 테레사 수녀이고, 그녀에 대해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이야기를 전해 주고 있습니다.

  테레사 수녀는 그녀의 나이 18세인 1928년 출가해서 21살에 서원을 하고 ‘메리 테레사’라는 이름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인도 캘커타에 있는 세인트메리 고등학교에서 가르쳤고, 36세 때에 캘커타의 빈민들에게 가서 그들을 도우라는 소명을 받고 그들을 섬기게 됩니다. 그녀의 헌신적인 사역에 대해서는 우리가 많이 들어서 잘 알고 있습니다. 빈민들을 도왔을 뿐만 아니라, ‘사랑의 선교 수녀회’를 조직하여 인도 전역에서 말기 환자들을 위한 병원과 보육원, 그리고 한센병 환자들을 위한 요양소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그 ‘사랑의 선교 수녀회’는 그 후 여러 단체들로 확장되어 세계 123개국에서 섬김의 사역을 감당하게 됩니다. 그런 인도주의적인 헌신을 인정받아 1979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열정와 헌신으로 섬겼던 테레사 수녀이지만, 그녀에게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아픔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녀가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극심한 우울증으로 인해 때론 신앙의 깊은 회의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한 고해신부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습니다. “주 하느님, 주님께 버림 받은 저는 누구입니까? 주님의 사랑받는 자녀가 이제는 가장 미움받는 자가 되었습니다. 주님은 저를 원치 않는 아이처럼 버리셨습니다. 부르짖고 매달리고 간청하지만, 주님은 아무런 대답이 없습니다. 붙잡을 하느님이 없는 저는 외롭습니다. 너무 캄캄한 암흑입니다. 잘못 태어난 저는 홀로 버려졌습니다. 사랑을 갈구하는 마음속 외로움은 참기 괴로울 정도입니다. 내 믿음이 어디 있습니까? 밑바닥을 훑어도 공허한 어둠뿐입니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제게 무의미합니다. 하느님은 저를 사랑하신다고 들었지만 현실은 너무 어둡고 차갑고 황량해서 제 영혼이 마비된 것 같습니다.”

  빈민들을 위해 소명을 받고 전 세계를 누비며 하나님의 사랑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사역을 감당했던 테레사 수녀이지만, 때때로 사랑의 감정이 메말라 무감각해지고, 충만했던 하나님의 은혜와 임재는 빈 껍데기로 변해버렸습니다. 그리고는 하나님을 향해 울부짖습니다. “하나님 제가 여기 있는 것이 보이십니까? 왜 저를 버리셨습니까?”라고 말입니다. 그녀와 가까운 사람들조차도 ‘미소라는 망토’에 가진 그녀의 고뇌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그녀는 깊은 고뇌와 절망 가운데서도 자신이 해야 할 사역을 꾸준해 해왔던 것입니다.

  그럼 무엇이 내적인 고뇌로 인해 신앙조차 무참히 무너져내린 것과 같은 상황에서도 그녀로 하여금 끝까지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역을 감당할 수 있게 했을까요? 그녀의 말 속에서 우리는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리스도를 따르라고 명하신 하느님께 정말 감사합니다. 내가 앞서갈 필요가 없으니까요. 어둠 속에서도 길은 분명히 있습니다. 평소보다 흐리고 궂은날에 저는 아주 작은 아이처럼 폭풍이 가라앉기만을 참을성 있게 기다립니다.” 그리고 책의 저자인 그루버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가로등이 꺼지고 길은 보이지 않지만 테레사 수녀는 계속 걸었다. 내면에 파도가 출렁이고 의심의 바람이 몰아칠 때도 감정에 의지하지 않고 전진했다. 심지어 믿음이 파산했다고 느껴질 때조차 감정 때문에 믿음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흐릿한 구주 예수의 윤곽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며 계속 걸었다. 마더 테레사는 어둠 속에서 예수님을 따랐다.’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큰 위로를 받았고, 동시에 도전도 받았습니다. 위로를 받은 것은 그렇게 큰 일을 하는 사람들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리고 신앙적으로 참 많은 아픔과 동시에 절망의 늪을 헤맬 때가 있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우리는 흔히 좋은 믿음을 가진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그 믿음이 흔들리지 않고, 낙담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니다. 그러나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도, 유명한 찬송시 작가인 윌리엄 쿠퍼도, 유명한 설교자 찰스 스펄전도, 그리고 마더 테레사나 미국의 흑인인권 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님도 모두 육체적인 정신적인 고통으로 인해 깊은 절망에 빠진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렇게 ‘위대한 신앙’인이라는 족적을 남긴 분들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에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도전을 받은 것은 그럼에도 그들은 그런 어려움과 위기를 잘 버텨왔다는 것입니다. 특별히 테레사 수녀에게 도전을 받고 공감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앞에서도 읽어드린 것처럼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나를 따라 오라.’고 말씀하셨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우리더러 앞서가라고 말씀하지 않으셨고, 앞서 갈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셨다는 것입니다. 제가 그것에 특별히 도전을 받고 공감한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목회구상 주간에 2022년도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때는 이제 ‘위드 코로나’로 간다고 정부가 발표한 시점이었습니다. ‘위드 코로나’라는 말은 말 그대로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일상을 살아가게 된다는 뜻입니다. 마치 독감 바이러스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2022년도에 우리 교회의 사역들이 예전처럼 온전히 회복되진 않겠지만 많은 부분에서 회복되고 새롭게 감당해야 할 부분들이 있겠다고 생각되었고, 그렇게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목회구상주간이 끝나고 연망당회정책 세미나를 하는 시점이 되었을 때에는 ‘위드 코로나’가 사라지고, 방역을 더욱 옥죄이는 상황에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더욱 긴장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목회구상 때 계획을 세웠던 것들을 전부 수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새해 계획을 세울 때마다 잠언 16:9절의 말씀을 떠올리곤 합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그런데 올해는 유독 계획조차 세울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마치 새해의 모든 일이 어둠 속에 갇힌 듯한 느낌입니다. 그런 상황에 놓인 저에게 ‘앞서가지 말고 뒤 따라오면 돼!’라고 말씀하시는 주님의 말씀은 너무나도 큰 위로였고, 도전이었습니다.

  장로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코로나 시대에 변화된 세상과 교회 환경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무척이나 고민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메타버스 시대에 어떤 분들은 거기에 발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준비한다고 하는데, 저는 우리 교회 상황에서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 장로님께서 이렇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너무 빨리 갈려고 애쓰지 말고, 조금 뒤처지더라도 천천히 가십시다.’ 그 말씀이 제게는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나고 생각해 보니, 그게 오늘 불확실한 지금의 상황에 가장 적절한 말씀이었습니다.

  올해 우리 교회는 좀 천천히 가려고 합니다. 너무 서두르지 않고, 너무 조급해하지도 말고, 한 걸음 한 걸음 주님께서 인도하시는 대로 천천히 따라가려고 합니다. 주님의 시간보다 앞서지도 말고, 주님께서 따라오라고 하시는 대로 천천히 따라가려고 합니다. 테레사 수녀가 말한 대로, 그래서 ‘주님을 따라 오라!’고 말씀하신 그 말씀이 제게는 큰 위로가 되고, 또 도전이 되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의 상황이 그렇습니다. 아무리 앞서 가려 해도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코로나 정국에서 결코 앞서갈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분명한 것은 있습니다. 계획을 세워도 그 계획에 대해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우리에게 분명하게 기준은 있어야 합니다. 저는 그것을 오늘 본문에서 발견했습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던 길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인 누가복음 9:51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예수께서 승천하실 기약이 차가매 예루살렘을 향하여 올라가기로 굳게 결심하시고.” 예수님께서 올라가신 예루살렘 길은 십자가의 길이었습니다. 이번에 올라가면 예루살렘에서 죽으실 것을 이미 아셨습니다. 그래서 죽음의 길을 가셔야 하기에 굳게 결심하고 예루살렘으로 가고 계신 발걸음이었습니다.

  그렇게 예수님께서 무거운 마음으로 예루살렘을 향해 올라가는데,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주님이 어디로 가시든지 제가 따르겠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 때 주님은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집이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도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번에는 예수님께서 다른 사람에게 “나를 따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아버지를 장사하게 허락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으십니다. 그러자 이번에 또 다른 사람이 ‘내가 주님을 따르겠습니다만 먼저 내 가족과 작별 인사를 하고 오도록 허락해 주십시오.’라고 요청합니다. 그 때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쟁기를 손에 잡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나님의 나라에 합당하지 아니하니라.”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세 사람에게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왜 굳이 당신을 따르겠다고 나선 사람에게 ‘인자는 머리 둘 곳도 없다.’는 말씀으로 그의 요청을 거절하셨을까?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후에 따르겠다는 사람에게 왜 장례도 치르지 못하게 하고 하늘나라를 전파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을까? 가족과 작별 인사를 하겠다는 사람이 무안하게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을까?

  이 말씀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씀드린 상황을 전제해야 합니다. 지금 예수님은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고 계십니다.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면 그 길로 수난의 날들을 보내셔야 합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본문에 나오는 첫 번째 사람에게 ‘인자는 머리 둘 곳도 없다.’고 말씀하신 것은 주님의 제자가 된다고 해서 세상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말씀한 것입니다. 예수님께 남아 있는 것은 고난 뿐입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된다고 해서 명예를 얻거나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제자가 되면 예수님처럼 수난받는 자리에 들어선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아무 것도 얻어지는 것이 없음에도 나의 제자가 되어 나를 따라오겠느냐고 물으신 것과 같습니다. 두 번째 사람이 ‘아버지를 장사하고 난 후에 따르겠다’고 할 때 거절하신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당시 유대인들은 보통 장례기간이 7일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장례를 치루고서는 제자의 길을 가야 할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예수님은 예루살렘으로 곧장 올라가시면 십자가를 지셔야 하는데, 장례를 치루고 나서 예수님의 제자가 되려고 하면 이미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죽으신 후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부친의 장례를 치른 후에 주님의 제자가 되겠다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는 맞지 않습니다. 가족에게 작별 인사를 하겠다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으신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얼마나 시급한 시기인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가족들에게 가서 예수의 제자가 되겠다고 말하면 가족들의 반대도 있을 것이고, 그런 가족들을 설득해야 할 것입니다. 당시 예수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종교권력자들에게 미움을 받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족들은 쉽게 예수의 제자가 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는 지금 상황은 종교권력자들이 예수님을 가장 싫어하고 있던 때입니다. 그래서 예루살렘에 올라오신 예수님을 십자가에 죽이고 만 것입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예수의 제자가 된다고 할 때 가족들이 쉽게 허락하진 않을 것입니다.

  이 말씀은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절박한 지를 가르쳐줍니다. 그리고 그 절박한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도 가르쳐줍니다. 본문에 등장 하는 세 사람의 상황은 각각 다릅니다. 한 사람은 자신이 직접 주님의 제자가 되고 싶다고 나섰고, 한 사람은 예수님께서 그를 당신의 제자로 부르셨습니다. 또 한 사람은 조건을 붙이면서 주님의 제자가 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그런 상황에서 분명한 것은 무엇이 먼저인 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서는 선택해야 할 일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때로는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어떻게 결정을 내려야 할지 참으로 곤란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무엇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을 것이냐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분명 둘 중에 하나, 또는 셋이나 넷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우리는 우리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선택하게 됩니다. 어떤 때에는 무엇을 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느냐 하는 것을 따져 선택하기도 하고, 때로는 무엇을 선택해야 내가 덜 손해를 볼 수 있을까를 고려하여 선택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눈치를 보며 선택하기도 하고, 때로는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놓고 선택하기도 합니다.

  오늘 본문은 그런 선택의 문제에서 우리가 무엇을 기준해야 하는 지를 가르쳐줍니다. 그것은 바로 선택의 기준을 우리 자신의 상황에 맞추지 말고, 주님의 상황에 맞추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늘 우리 자신을 기준으로 놓고 생각하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신앙을 갖고 산다는 것은 ‘나’라고 하는 울타리 안에 머물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나의 생각에 머물지 않고 나보다 크신 하나님의 생각에 나를 맞추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나의 입장과 나의 관점이 아닌 하나님의 관점이 무엇인지를 늘 생각해야 합니다. 어떤 것은 나에게 아주 중요한 문제일 수 있지만, 주님께서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나에게는 아주 시급한 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주님의 시간표에서는 아직도 때가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나는 그것이 나의 체면이나 나의 유익에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주님께서는 나의 문제가 아니라 주님의 명예에 대한 문제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생각에 머물지 말고 주님의 생각이 무엇인지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이것은 또한 우리의 생각에 갇혀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씀하기도 합니다. 나라고 하는 지극히 작은 영역에 머물지 말고 좀 더 크고 넓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언가를 선택할 때에는 그 기준을 좀 더 넓게 가져야 합니다. 좀 더 큰 영역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나에서 주님으로, 나에서 교회로, 나에서 공동체로, 그리고 나에서 다른 사람으로, 우리의 생각의 영역이 넓혀져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분명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갈 올해는 분명 불확실한 상황들이 많습니다. 이전에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상황들이 우리 앞에 전개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경험하고,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조금 더 생각을 넓혀야 하고, 좀 더 큰 영역에서 우리의 삶을 바라보며 결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또 하나 중요한 게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상황에 놓인다 하더라도 우리의 눈은 늘 앞을 향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손에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나님의 나라에 합당하지 아니하니라.” 올해 우리가 경험하게 될 상황을 예전의 경험을 근거로 선택할 수 없을 것입니다. ‘위드 코로나’로 간다 하더라도 우리가 살아야 할 상황은 코로나 이전의 삶이 결코 아닐 것입니다. 새로운 일상(뉴노멀)이 될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그래서 우리는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앞을 바라보고, 앞으로 전진해야 합니다.

  그 앞에는 주님이 계십니다. 우리보다 앞서 가신 주님이 계십니다. ‘나를 따라 오라’고 말씀하신 주님께서 우리보다 앞서 가시면서 우리의 길을 열어주실 것입니다. 마치 광야에서 불기둥과 구름기둥이 이스라엘 백성들 앞에서 그들을 인도하신 것처럼 우리가 주님께 우리의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면, 우리가 가야할 길이 보일 것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주신 수신호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주님께서 우리를 어디로 인도하시든지 따라갈 수 있습니다.

  때로는 주님이 가리키는 곳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열 발 앞, 또는 수백 발 앞의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내가 어디에다 내 발을 내딛어야 할지는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의 뒤를 따라가면 말입니다. 먼 미래가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 됩니다. 쟁기를 잡고 밭을 가는 사람이 뒤를 돌아보면 목적지에 이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밭고랑이 삐뚤빼뚤해지고 말 것입니다.

  여러분, 주님을 바라보고, 주님이 이끄시는 대로 가는 것만이 인생의 지름길임을 잊지 마십시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또 내일 일을 우리가 알 수 없어 답답하다 하더라도 결코 뒤를 돌아보지 마십시다. 묵묵히 앞서 가신 주님께 시선을 떼지 않고 주님의 발자국을 바라보며 가십시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에 가장 확실한 삶을 사는 방법은 주님께 나를 맡기고 주님이 이끄시는 대로 사는 것입니다. 답답하더라도, 때론 느리더라도 주님의 뒤를 따라 가십시다. 그 길이 가장 안전한 길이요 지름길입니다.

< 2022년 1월 2일 주일낮예배 - 신년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