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 좋은 일을 위하여

< 본문 – 히브리서 9:11-15 >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지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합니다. 학생이 좋은 성적을 얻고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놀고 싶은 마음, 친구를 만나고 싶은 마음, 잠자고 싶은 생각들을 포기해야 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놀고 싶은 대로 다 놀고, 자고 싶은 만큼 다 자고서는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없을뿐더러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학생들뿐만 아닙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도 희생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때론 먹고 싶은 것도 참아야 하고, 때로는 좀 쉬고 싶어도 운동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우리 개인의 삶에서도 그렇거니와 좀 더 큰 영역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1910년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주권을 빼앗기자, 빼앗긴 주권을 되찾아오기 위해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희생하였습니다. 목숨을 내놓는 희생뿐만 아니라, 어떤 분들은 가족과 헤어지는 아픔을 겪어야 했고, 어떤 분들은 자신이 가진 재산을 독립운동을 위해 다 희사했습니다. 그 가운데 이석영 선생(1855-1934)은 일제합병 직후인 1910년 12월 여섯 형제와 가족을 이끌고 만주로 떠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남양주의 땅(여의도의 약 3배 면적)을 다 팔아, 그 전 재산을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하도록 희사했습니다. 그 때 판 땅을 현재 가치로 따진다면 2조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정작 자신은 80이 가까운 노구를 이끌고 상해의 빈민가를 전전하며 두부 찌꺼기인 콩비지로 연명하다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런 분들이 어디 한두 사람이었습니까? 일제의 압제를 피해 만주지역으로 이주한 우리 국민이 1910년부터 1919년까지 10년 사에에 20만 명이 넘었고, 그들은 대부분 중국 사람들이 농사짓기를 포기한 곳에 정착하여 땅을 일구며 살았습니다. 낯설고 척박한 땅에 살면서 그들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기꺼이 희생했고, 암암리에 독립자금을 댔습니다. 하와이나 맥시코로 간 이주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40도가 넘는 뜨거운 태양 아래서 채찍에 맞아가면서 월급으로 17달러 정도를 받았는데, 그 중에서 5달러에서 10달러를 독립자금으로 후원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고생하며 번 돈 가운데 많은 부분을 독립자금으로 기꺼이 내놓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서재필이나 안창호 등 덕망있는 지도자들의 역할도 컸습니다만,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오직 조국의 독립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삶을 희생하신 분들이 있었기에 우리나라는 결국 독립을 쟁취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지금 세계 최강대국이라고 하는 미국이 영국으로 독립하기 위해서 그들도 엄청난 희생을 치러야 했습니다. 그들은 미국 시민들에게도 자유가 필요하다는 신념으로 독립을 추진했고, 1776년 7월 4일에 발표한 독립선언서에 벤자민 플랭클린(Benjamin Franklin, 1706-1790)과 토마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1740-1826) 등 56명이 서명을 했습니다. 그들 가운데 많은 사람이 엄청난 희생을 치러야 했습니다. 그 56명 중 5명은 영국인들에게 붙잡혀 죽음에 이르기까지 고문을 당했고, 12명의 집은 수색을 당하고 불태워졌습니다. 2명은 아들을 잃었고, 1명은 두 아들이 포로로 잡혀갔습니다. 그리고 9명은 독립전쟁에서 싸우다 전쟁의 상처와 고통으로 죽었습니다. 버지니아 출신의 부유한 농장주이자 무역상이었던 카터 브랙스톤(Carter Braxton)의 선박들은 영국 해군에 의해 침몰당했고, 그는 집과 재산을 다 팔아 빚을 갚은 후 가난하게 죽음을 맞아야 했습니다. 존 하트(John Hart)는 아내의 임종을 지켜보다가 끌려갔고, 13명의 자녀들을 지키기 위해서 평생 도피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1년 이상 숲과 동굴에서 숨어 살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그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얼마 후에 그 역시 쓸쓸하게 죽음을 맞아야 했습니다. 어디 그들 뿐이겠습니까?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서 독립전쟁에서 오직 자유와 독립을 위해 이름도 없이 싸우다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고 자유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희생을 각오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미국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역사를 통해, 또 경험을 통해 잘 알 듯이 무엇이든 희생과 수고가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특별히 큰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수고와 희생이 필요합니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은 민주화를 위해서 목숨 걸고 투쟁했던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국가가 된 것은 어떻게든 잘 살아보겠다고,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산업과 일터에서 땀 흘리며 수고했던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건 신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초대교회 때부터 신앙의 사람들은 끊임없는 박해와 고난 속에 살아야 했습니다. 예수 믿는다는 것 때문에 박해를 받고, 채찍질을 당하고, 심지어 원형경기장에서 맹수들의 밥이 되었습니다. 믿음을 포기하겠다는 말 한 마디면 그런 모든 박해와 위협과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데, 우리 믿음의 선배들은 죽음을 택할지언정 배교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예수 믿는다는 것 때문에 사회와 공동체로부터 왕따 당하여 외톨이가 되고, 경제활동을 할 수가 없어 굶주리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배고픔과 굶주림 속에서도 오직 하늘나라를 소망하며 그런 고통을 참아냈습니다.

우리는 사도 바울의 모습에서 초대교회 성도들이 당했던 고난의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말 그대로 잘 나가던 청년이었습니다. 교육의 도시 길리기아 다소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집은 로마인이 아님에도 로마시민권을 가질 정도로 대단한 집안이었습니다. 길리기아 다소에서만 공부하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율법을 배우기 위해서 이른 나이에 예루살렘으로 유학을 왔습니다. 그리고 당대 최고의 학자였던 가말리엘의 문하에서 수학했습니다. 나중에 바울을 잘 알던 베스도 총독이 “바울아 네가 미쳤도다. 네 많은 학문이 너를 미치게 하였구나!”(사도행전 26:24)고 말할 정도로 많은 학문을 쌓은 사람입니다. 어느 누가 보아도 부러워할 만한 엘리트 코스를 걷던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앞날은 창창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만난 이후 그의 삶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그는 사람들의 칭찬과 존경을 받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복음을 전할 때 얼마나 많은 고난과 박해를 받았는지 모릅니다. 제1차 선교여정 중 루스드라에 갔을 때, 거기에서 나면서부터 걷지 못한 사람을 고쳐주었습니다. 그 일로 인해서 헤르메스 신이라고 추앙을 받은 듯 했지만, 유대인들의 충동으로 인해 오히려 돌에 맞아 죽을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사람들이 돌로 친 후에 그가 죽은 줄로 알고 마을 밖에다 그를 버렸습니다. 제2차 선교여정 중에는 주님께서 그를 계획에도 없던 마게도냐로 인도하시더니, 처음 복음을 전했던 빌립보에서 귀신들린 여인을 고쳐주었다는 것 때문에 고소를 당해 수없이 매를 맞고 차꼬에 채워져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어디 그 뿐입니까? 사도 바울이 가는 곳마다 유대인들과 그를 대적하는 자들로 인해서 엄청난 고난과 박해를 받아야 했고, 마지막에는 노구에 병든 몸으로 로마 감옥에 갇혀 지내다가 결국 목이 잘려 순교당하고 말았습니다.

  여러분, 남부러울 것이 없는 환경에서 자랐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성공의 길을 걷던 사도 바울에게 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입니까? 왜 사도 바울은 굳이 그런 길을 가야 했던 것입니까? 우리는 잘 압니다. 사도 바울이 그런 고난의 길을 자처해 갔기 때문에 오늘날 그리스도의 복음이 온 세계어 전파될 수 있었고, 기독교가 기독교로 자리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왜 사도 바울은 그런 고난의 길을 간 것입니까?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의 구주이신 예수님께서 그런 길을 가셨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주님께서 그런 길을 가셨기 때문에, 그분의 제자된 우리도 마땅히 그런 길을 가야 합니다. 그런 제자다운 모습을 사도 바울이 잘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예수님의 희생에 대해서 말씀하고 있습니다. 구약시대에 하나님께서는 제사를 통하여 우리 인간과 교제하길 원하셨습니다. 그래서 제사라는 제도를 만들어주셨고, 우리 인간은 죄를 가진 존재임에도 제사를 통해서 죄 용서를 받고 하나님의 백성으로 하나님과 교제하는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인간이 지은 죄가 한 번에 그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에덴동산에서 사탄의 유혹을 받아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하고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따 먹은 인간은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이후에도 계속해서 죄를 지으며 살아갔습니다. 심지어 그들의 죄악이 너무 크고, 하나님께서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고 생각하실 정도로 죄악이 만연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홍수로 세상을 심판하시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홍수 심판 이후 다시는 그런 심판을 내리지 않으시겠다고 다짐하시며 노아와 언약을 맺으셨습니다. 그게 우리가 흔히 ‘무지개언약’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왜 하나님께서는 다시는 홍수로 세상을 멸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신 걸까요? 성경은 그 이유를 분명하게 가르쳐주지 않습니다만, 제가 추측하건데 죄악 때문에 인류를 멸망시키는 심판을 하신다면 아마도 수십 번 수백 번은 더 심판하셔야 할 것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 인간은 노아 시대에만 죄악으로 가득한 삶을 산 것이 아니라, 어느 시대 어느 문화에서건 죄악된 삶을 살아왔습니다. 죄악을 행하는 그런 인간들을 하나님께서 공의의 심판으로 심판하신다면 어쩌면 매년, 아니 매일 심판하시고 멸망시키셔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긍휼의 하나님께서는 죄악된 인간을 심판하여 멸망하는 대신 그들을 구원하시기로 계획하셨습니다.

그런 계획에 따라 이 땅에 오신 분이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심 자체가 이미 큰 희생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본래 하나님이셨고, 하나님의 영광의 자리에 앉아계셔야 하는 분인데, 그 영광의 자리를 내려놓으시고 인간의 몸을 입으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초대교회에서는 이렇게 노랬습니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립보서 2:6-8) 예수님께서 하늘의 영광스런 자리를 내려놓으시고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신 것도 희생이지만, 더욱 큰 희생은 십자가에 죽으신 것입니다.

  여러분, 예수님께서 왜 하늘 영광의 자리를 버리고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셨습니까? 왜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셔야만 했습니까?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사랑하셔서 우리를 죄악 가운데 내려버둘 수가 없으셨습니다. 어떻게든 구원하여 당신의 백성을 삼고 싶으셨습니다.

  구약 시대에는 제사를 통해서 우리 인간이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이 죄를 용서받고 하나님께 나아가기 위해서는 너무 자주 제사를 드려야 합니다. 제사를 드릴 때마다 짐승을 잡아야 하고, 그 피를 드려야 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죄를 지을 때마다 제사를 드릴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일상의 삶을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 죄를 지을 때마다 성전을 찾아가 죄를 용서받기 위해서 짐승을 잡아 제사를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제사를 통해서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있지만, 너무 자주 죄를 짓기 때문에 그 때마다 하나님께 나아갈 수 없었습니다.

그런 인간의 약함을 해결하시기 위해서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셨고, 십자가에서 죽으셨습니다. 오늘 본문이 그것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염소와 황소의 피로, 또는 송아지를 불태워 만들어진 재로 부정을 씻는 제사를 드렸습니다. 그러나 영원한 대제사장이신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단번에 자신을 희생제물로 드리심으로 우리는 다시 제사를 드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오늘 본문 12절입니다. “염소와 송아지의 피로 하지 아니하고 오직 자기의 피로 영원한 속죄를 이루사 단번에 성소에 들어가셨느니라.”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피흘려 죽으심으로 우리에게 영원한 속죄가 이루어졌다는 말씀입니다. 그 단 한 번의 속죄로 우리 인간은 더 이상 짐승을 잡아 드리는 제사를 드리지 않아도 됩니다.

  이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의 죄는 그렇게 용서받게 되었습니다. 이미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우리가 죄를 짓기도 전에 예수님께서 당신의 몸으로 단번에 영원한 제사를 드리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제사를 드리지 않고도 그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로 죄 용서를 받고 구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우리가 죄 용서를 받고 구원을 받은 것은 전적으로 예수님의 십자가 은총 덕분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신 십자가의 사랑이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사탄의 종노릇하며 죄악을 먹고 마시며 살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당신의 생명을, 당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셨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가 구원을 받은 것이지요.

여러분, 그렇다면 왜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위해 그렇게 희생하셨을까요? 왜 예수님은 기꺼이 우리를 위해 당신을 희생하셨을까요? 오늘 본문은 그것을 단 한 문장으로 이렇게 표현해 줍니다. “장래 좋은 일을 위하여” 예수님께서 하늘 영광의 보좌를 버리고 이 땅에 낮고 천한 몸을 입고 오신 이유도 장래의 좋은 일을 위해서입니다. 십자가를 지시고 피를 흘리시며 고통 가운데 죽으신 이유도 장래의 좋은 일을 위해서입니다.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얻어지는 것이 지금의 고통보다 더 좋은 열매를 얻을 수 있음을 아시기에 기꺼이 당신을 희생하신 것입니다.

  물론 그 희생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신 것처럼, 예수님께서도 십자가 지시는 것을 원하지 않으셨습니다. 할 수만 있으면 그 잔을 피하고 싶으셨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뜻은 십자가를 지시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만이 인류를 죄에서 구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십자기를 지시는 것이 너무나도 큰 고통이기에 그 길을 가길 원치 않으셨지만, 장래 좋은 일을 위하여 기꺼이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희생한다는 것, 희생하는 삶을 산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쉽지 않기 때문에 희생이라는 것이 고귀한 것입니다. 쉽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이 그만큼의 가치를 가지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남들은 꺼려하고 남들은 회피하고 싶을지라도, 장래에 더 좋은 결과를 위해서 오늘의 나를 희생하는 것입니다. 오늘 희생해서 내일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알기에 오늘의 고통과 손해를 감수하고서 희생하는 것입니다. 더 나은 내일에 대한 희망이 있기 때문에 오늘의 고통을 참고 희생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이 잘 나가던 삶을 접고,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사는 희생의 길을 간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내가 가고 싶은 길은 분명 사람들에게 명예도 얻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길입니다. 그게 누구나 바라는 삶이니까요. 그런데 사도 바울이 그 길을 포기하고 복음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고난의 길을 간 것은 그리스도의 복음이 온 누리에 퍼져 더 많은 사람이 구원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희생과 수고가 없이는 복음이 세상에 전해지지 않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바로 그렇게 희생을 통해 온 인류를 구원하시는 구원의 길을 열어놓으셨기, 주님의 제자인 자신도 마땅히 그 고난의 길, 희생의 길을 기꺼이 갈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사도 바울만 예수님의 제자인 것은 아닙니다. 우리도 예수님의 제자들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는 스승이신 예수님께서 가신 길을 닮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사도 바울이 예수님의 제자로서 주님이 가신 고난과 희생의 길을 간 것처럼, 우리도 주님의 제자로서 고난과 희생의 길을 따라가야 합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그러나 그 길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도 겟세마네 동산에서 그 길을 가길 원치 않으신다고 기도하신 것처럼, 우리들도 그런 고난과 희생을 길을 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갈 수 있습니다. 왜요?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며 그 희생의 길, 십자가의 길을 가셨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우리에게 때로 희생해야 할 순간이 올 것입니다. 매일 매 순간 희생하며 살라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매일을 평범한 삶으로 살아갑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엔가 내게 희생을 요구하는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올 것입니다. 그 때는 우리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때일 것입니다. 그 때 내 유익과 나 자신만을 위한 길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제자답게 희생의 길을 선택하십시다. 내 결단으로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주님처럼 기도해야 합니다. 그 희생의 길을 가고 싶진 않지만,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길을 가게 해 달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우리가 결단하고 힘든 길, 희생하며 수고하는 길을 선택한다면 그 결과 우리의 그 희생과 수고를 통해서 장래 좋은 일이 우리에게 주어질 것입니다. 나에게는 아닐지라도 누군가에게 분명 더 좋은 일들이 일어날 것입니다.

  하늘 영광의 보좌를 버리고 이 땅에 오신 예수님, 자기를 낮추시되 죽기까지 복종하신 예수님, 그래서 우리를 위해 기꺼이 십자가를 지셨던 예수님을 하나님께서는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사 모든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빌립보서 2:9-10) 하셨습니다. 때로는 우리의 작은 희생일지라도 하나님께서는 그것을 통해 우리를 높여주시고, 하나님 당신께서 영광을 받으십니다. 희생 없이는 장래 좋은 일을 기대할 수 없고, 희생 없이는 우리의 모습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희생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가장 귀한 방법입니다.

< 2022년 1월 16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