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은 왜 밭을 샀을까?

< 본문 – 창세기 23:16-20 >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네 명의 아내를 둔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첫째 아내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나깨나 늘 곁에 두고 살아갑니다. 둘째는 아주 힘겹게 얻은 아내입니다. 사람들과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우면서 쟁취한 아내이니만큼, 사랑 또한 극진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둘째는 든든하기 그지없는 철옹성과도 같은 아내입니다. 셋째 아내는 그와 마음이 잘 맞아 늘 같이 어울려 다니며 즐거워했습니다. 반면 넷째 아내에게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그녀를 늘 하녀 취급했고, 온갖 궂은일을 다 시켰습니다. 그런데도 그 넷째 아내는 싫은 기색을 전혀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그저 묵묵히 그의 뜻에 순종하기만 할 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남자가 머나먼 나라로 떠나게 되어 첫째 아내에게 같이 가자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첫째 아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매몰차게 거절하며 방을 나가버립니다. 그는 엄청난 충격을 받습니다. 그는 둘째 아내에게 같이 가자고 말합니다. ‘내가 당신을 아내로 맞으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느냐?’고, ‘그 정을 생각해서라도 나를 따라갈 줄 수 없겠느냐?’고 간청했지만 둘째 역시 거절합니다. 첫째도 안 따라가는데 자기가 왜 가느냐는 것입니다. 그는 셋째 아내에게 같이 가자고 말합니다. 그러자 셋째 아내는 말합니다. “성문 밖까지 배웅해 줄 수는 있지만 더 이상은 같이 갈 수 없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넷째 아내에게 같이 가자고 말합니다. 넷째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당신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가겠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넷째 부인만을 데리고 머나먼 나라로 떠나갔다는 것입니다.

  탈무드에 나오는 이 이야기 가운데 남자가 떠나야 하는 먼 나라는 죽음의 길을 뜻합니다. 그리고 남자의 네 아내는 우리가 살면서 아내처럼 버릴 수 없는 네 가지를 비유하고 있습니다. 첫째 아내는 우리의 몸(육체)을 말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몸인 육체가 곧 나인 것처럼 생각하며 살지만, 죽게 되면 우리는 이 육체를 버려놓고 가야 합니다. 사람들과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우면서 얻은 둘째 아내는 재물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그 재물을 얻기 위해서 몸부림을 칩니다. 치열한 전쟁과도 같은 세상에서 악착같이 돈을 법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모아 쌓아놓지만, 그것이 죽음의 길에 우리와 함께 하지 못합니다. 셋째 아내는 일가친척과 친구들입니다. 세상을 살 동안에는 마음이 맞아 늘 같이 어울려 다니던 이들도 무덤까지는 가 줄지 모르지만, 끝까지 함께 하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그들의 기억 속에서 나라는 존재는 점점 사라지고 맙니다. 마지막 넷째 아내는 마음입니다. 살아있는 동안은 별 관심도 보여주지 않고 궂은일만 도맡아 하게 했지만 죽을 때 어디든 따라가겠다고 나서는 것은 마음뿐입니다. 우리가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마음, 우리가 때론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의 영혼이야말로 마지막에 우리의 삶에 진정한 가치를 가르쳐줄 것입니다.

여러분,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교훈해 주는 것이 무엇인지 아시겠지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별로 중요하지 않는 것에 너무나도 많은 공을 들이고, 그것에 너무나도 큰 가치를 두고 산다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살아가면서 우리와 관계 맺고 살아가는 것 가운데 중요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그래도 무엇이 더 중요한지는 우리가 알고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우리의 몸을 잘 돌보는 것 중요합니다. 건강도 아주 중요합니다. 살아가는데 돈이 왜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가족이나 친구들도 중요합니다. 특별히 나이 들어가면서 돈과 가족은 우리가 노년의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데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죽음을 생각할 때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야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 땅에서의 삶으로 끝난다면 건강하게 살다가, 경제적으로 쪼달리지 않게 풍요롭게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면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노년에 외롭지 않게, 마지막까지 친구들이나 가까운 가족들이 내 곁에 있어 준다면 더 바랄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그러나 우리네 인생은 이 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이 땅에서의 삶으로 모든 것이 종결짓는 것이 아닙니다.

  특별히 믿음으로 사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우리네 인생을 나그네라고 말씀합니다. 베드로전서 2:11절에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사랑하는 자들아! 거류민과 나그네 같은 너희를 권하노니 영혼을 거슬러 싸우는 육체의 정욕을 제어하라.” 하나님께서는 베드로 사도를 통해서 우리네 인생이 ‘거류민과 나그네 같은 인생’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거류민이 누구입니까? 남의 나라 영토에서 잠시 머물러 사는 사람입니다. 나그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집을 떠나 다른 곳에 임시로 머물거나 여행 중에 있는 사람이 나그네입니다. 그러면 왜 성경은, 왜 하나님께서는 우리네 인생을 거류민과 나그네라고 말씀하신 것입니까? 그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우리의 본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땅에 잠시 머물다가 본향을 향해 가야 합니다. 우리의 본향인 천국으로 돌아가야 할 인생들이기 때문입니다. 이 땅이 전부가 아닙니다.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아브라함도 이 땅에서의 삶을 거류민과 나그네로 살았습니다. 히브리서 11:9절에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믿음으로 그가(아브라함이) 이방의 땅에 있는 것 같이 약속의 땅에 거류하여 동일한 약속을 유업으로 함께 받은 이삭과 및 야곱과 더불어 장막에 거하였으니.” 그렇습니다. 아브라함도 자신의 고향이 아닌 이방의 땅에서 거류민으로 살았습니다. 거류민이었기에 집을 짓고 사는 것이 아니라 장막에 거주하며 살았습니다. 마치 유목민처럼 말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아브라함이 원래부터 그렇게 살았겠습니까? 아브라함의 고향은 갈대아 우르입니다. 아브라함이 태어난 갈대아 우르는 4대 문명의 발상지 가운데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이루었던 지역입니다.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이 만나는 곳에 세워진 수메르의 최강 도시 국가 가운데 하나가 바로 우르였습니다. 당시 이 우르는 운하로 연결된 항구도시로 국제무역 또한 굉장히 발달되어 있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우르는 당대 최고로 부유한 도시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최고의 문명을 누리고 있는 부유한 도시 우르에 살고 있는 아브라함을 불러내셨습니다. 여러분, 그 때 아브라함은 어떤 생각을 했겠습니까? 아니 여러분이 아브라함이라면 어떤 생각이 들었겠습니까? 최고의 문명이 꽃피우고 있고, 남부럽지 않게 풍요를 누리며 살고 있는 아브라함을 하나님께서 부르시더니 ‘내가 지시할 땡으로 가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말씀에 순종하여 아브라함은 고향 갈대아 우르를 떠나왔습니다. 어쩌면 아브라함은 ‘하나님께서 여기보다 더 좋은 곳으로 나를 인도하시려나?’ 그런 생각에 고향을 떠나왔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아브라함이 고향을 떠난 이후 그의 삶은 우르에서처럼 풍요롭지 않았습니다. 그가 두 번째 정착한 곳은 하란이었습니다. 하란은 비록 갈대아 우르만큼 풍요롭진 않았지만, 상업과 문화와 종교의 중심지였습니다. 아브라함이 갈대아 우르를 떠나 하란에 머물며 산다는 것은 그에게 엄청난 희생이었습니다. 하란이 비록 풍요롭긴 하지만 갈대아 우르만큼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갈대아 우르를 떠나왔고, 하란에 머물렀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그 하란에서도 떠나라고 말씀하십니다.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에서 떠나 내가 네게 보여줄 땅으로 가라!”(창세기 12:1) 아브라함은 그 말씀에도 순종합니다. 그리고 그가 떠나와 살게 된 가나안 땅은 하란보다도 삶의 여건이 열악했습니다. 갈대아 우르에서도, 그리고 하란에서도 아브라함은 한 곳에 정착해 살았습니다. 그런데 가나안 땅에 와서는 떠돌이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가나안 땅에서 땅 한 평 가지지 않았던 아브라함이 드디어 가나안에서 자기 소유의 땅을 처음으로 갖게 됩니다. 그게 오늘 본문의 말씀입니다. 아브라함이 막벨라에 있는 에브론의 밭을 산 것은 가나안 땅에 들어온 지 62년 만입니다. 그 62년 동안 아브라함은 가나안 땅 여러 곳을 다녔지만, 자기 이름으로 등기된 땅을 갖는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아브라함이 가난해서 그런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아브라함은 결코 가난하지 않았습니다. 성경은 자주 아브라함의 가축이 많았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창세기 13:2절입니다. “아브람에게 가축과 은과 금이 풍부하였더라.” 창세기 12장에서 하란을 떠나온 아브라함이 창세기 13장을 시작하면서 그의 가축과 은금이 풍부했다고 기록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가나안에서의 아브라함이 결코 가난하지 않았음을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왜 아브라함은 그렇게 부자이면서도 자기 소유의 땅을 한 평도 갖지 않았을까? 아니 아브라함은 왜 자기 소유의 땅을 가지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62년이 지난 후에야 왜 밭을 사게 되었을까?’ 라고 말입니다. 우리는 그 이유를 히브리서 기자의 해석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믿음으로 아브라함은 부르심을 받았을 때에 순종하여 장래의 유업으로 받을 땅에 나아갈새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나갔으며.”(히브리서 11:8) 아브라함은 ‘장래 유업으로 받을 땅’을 바라보고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갈대아 우르와 하란을 떠나 가나안 땅으로 갔다는 말씀입니다. ‘장래 유업으로 받을 땅’이 가나안에 있는 어떤 땅이었다면 당연히 아브라함이 그 땅을 사서 자기 소유로 삼았겠지요. 그런데 아브라함이 가나안 땅을 사지 않았던 이유는 ‘장래 유업으로 받을 땅’이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히브리서 기자는 이렇게 말씀을 이어갑니다. “이는 그가 하나님이 계획하시고 지으실 터가 있는 성을 바랐음이라.”(히브리서 11:10) ‘하나님이 계획하시고 지으실 터가 있는 성’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땅에 속한 성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늘에서 준비하실 성, 본향입니다. 아브라함은 천국 본향을 소망하며 살았기에 이 땅에서의 소유에 크게 마음 쓰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면 왜 오늘 본문에서는 막벨라에 있는 에브론의 밭을 샀을까요? 그 이유는 사랑하는 아내 사라의 매장지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이 속한 창세기 23장의 말씀은 사라가 127세에 세상을 떠났을 때, 그 사라를 매장하기 위해서 매장지를 구입한 이야기기를 길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브라함은 에브론이 ‘매장지가 필요하다면 자기의 땅을 무상으로 주겠다’고 하는데도, 굳이 값을 지불하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결국 은 400세겔을 주고 막벨라에 있는 밭을 삽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은 그 밭이 아브라함의 소유로 ‘확정되었다.’는 말을 두 번이나 거듭하며 강조합니다. 드디어 가나안 땅에 아브라함의 소유지가 생긴 것입니다.

  그럼 왜 성경은 그 땅이 아브라함의 소유로 확정되었다는 말을 그렇게 강조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것은 하나님의 언약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가나안 땅을 그의 후손에게 주겠다고 약속하십니다.(창세기 13:15, 15:7 17:8) 비록 그의 후손이 이방에서 객이 되어 400년 동안 이방 나라를 섬길 것이지만, 하나님께서 그들을 인도하여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이끌어오신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400년 후에 아브라함의 후손들이 가나안 땅으로 돌아왔을 때, 그들에게는 그들의 조상 사라의 무덤이 있는 헤브론의 막벨라 굴이 하나의 증거가 될 것입니다. 이 땅은 하나님께서 우리 조상 아브라함에게 주신 땅, 그래서 아브라함이 돈을 주고 자기 소유지로 삼은 땅이라고 말입니다.

그럼 다시 생각해 보십시다. 왜 아브라함은 막벨라 굴 외에는 아무 땅도 소유하지 않았을까요? 아브라함은 비록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가나안 땅으로 오긴 왔지만 그 땅에서 그는 나그네였습니다. 본향을 향해 가는 나그네로 살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아브라함이 돈이 없어서 땅을 사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아브라함은 철저하게 나그네로 살았습니다.

  여러분, 나그네로 산다는 것이 왜 중요한 지 아십니까? 나그네는 자신이 소유한 집을 가지지 않습니다. 집은 우리의 삶을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울타리가 있고 벽이 있는 집은 적이나 도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줍니다. 성읍 안에 산다는 것도 그런 의미입니다. 성읍은 적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안전한 곳입니다. 그래서 고대사회에서 대부분의 집은 성읍 안에 존재했습니다. 그러면 2중으로 보호받는 것이 됩니다. 성읍의 보호와 집의 보호가 그것입니다. 그런데 집이 없이 산다는 것은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해줄 장치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기에 집이 없이 살아가는 나그네는 철저하게 하나님을 의지하며 살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을 붙들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구하며 하나님의 의지하며 사는 삶이 나그네의 삶입니다.

  나그네는 지금 자신 머무는 곳에서 모든 것을 누리려 하지 않습니다.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다 모든 것을 걸지 않습니다. 왜요? 나그네이기 때문입니다. 나그네는 돌아가야 할 고향이 있습니다. 지금 머물고 있는 곳은 잠시 다녀가는 곳일 뿐입니다. 잠시 머무는 곳에다 많은 것을 쏟아부을 필요가 없음을 잘 압니다.

여러분, 우리도 나그네입니다. 아브라함이 나그네였던 것처럼 우리도 나그네입니다. 야곱도 바로 왕 앞에서 자신의 삶을 회상하면서 자신이 살아온 길이 ‘나그네 길의 세월’이었노라고 말했습니다.(창세기 47:9) 성경의 사람들만 나그네 인생을 사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삶이 나그네의 삶입니다.

  그러면 우리 인생이 나그네라고 할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까? 우리도 아브라함처럼 집 한 채 소유하지 않고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까? 물론 그런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경에서 믿음으로 산다고 하는 사람들이 모두 집을 가지지 않고 산 것은 아닙니다. 나그네 인생을 산다고 해서 모두 세상 재물에 관심조차 두지 않고 산 것도 아닙니다. 나그네라고 해서 무조건 떠돌이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도 아닙니다. 성경이 말하는 나그네는 우리 인생을 살아가는 삶의 가치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나그네라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자는 것입니다. 나그네이기 때문에 무엇이 중요한지를 바르게 깨닫고, 나그네답게 살자는 것입니다.

  다윗은 시편 39:12절에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나는 주와 함께 있는 나그네이며 나의 모든 조상들처럼 떠도나이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다윗은 이스라엘의 왕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윗은 자신을 위하여 화려한 왕궁을 지었습니다. 자신이 화려한 왕궁에 거한 것이 하나님께 죄송해서 하나님을 위해서 성전을 지어드리겠노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그런 다윗이 자신의 삶을 나그네라고, 조상들처럼 자신도 떠도는 인생이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다윗은 비록 왕궁에 살지만 자신의 삶의 가치는 나그네였음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나그네의 삶은 단순히 떠돌이의 삶이 아니라 ‘주님과 함께 있는 나그네’라고 말합니다.

주님과 함께 있는 나그네! 얼마나 멋진 표현입니까? 나그네이지만 결코 외롭지 않는 나그네입니다. 세상을 만드신 하나님께서 나의 손을 붙잡아 주시고, 그 손을 의지하여 하루하루 기쁨을 누리며 사는 나그네입니다. 그게 주님과 함께 있는 나그네입니다. 시편 119:54절에서는 “내가 나그네 된 집에서 주의 율례들이 나의 노래가 되었나이다.”라고 말씀합니다. 나그네이지만 고달픈 나그네, 정처없이 떠도는 나그네가 아니라, 주님께서 이끄시는 대로 살아가는 나그네입니다. 주님의 말씀에 이끌리어 살아감으로 우리의 삶의 길이 되는 주님의 율례가 노래가 되어, 하늘의 노래를 부르며 사는 나그네입니다.

  여러분, 이것이 바로 성경이 말씀하고 있는 나그네의 삶입니다. 세상에서 출세하고, 세상 것들의 풍요로움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과 함께 하는 나그네로 주님의 말씀과 주님의 은혜가 내 입술의 노래가 되는 나그네입니다.

  나그네의 삶이 곧 고달픈 것만은 아닙니다. 때론 하나님께서 이 땅에서 누리도록 풍요도 주시고, 때로는 성이나 집이 우리의 안전을 지켜준 것처럼 마음에 두려움이 없이 기쁨을 노래하며 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그네는 오늘 우리가 누리는 것이 영원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 모든 것을 곧 내려놓고 떠나가야 합니다. 그걸 아는 것이 나그네입니다.

  우리가 여행을 하다가 호텔에 머물 때가 있습니다. 호텔에 머물 때에는 호텔에서 제공하는 온갖 편의시설이나 서비스를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호텔을 떠나올 때에는 그 모든 것을 놓아두고 와야 합니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때로는 호텔을 이용하는 사람처럼 살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는 유목민의 장막에 머무는 것처럼 많은 것을 누리지 못한 채 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떤 삶을 살든 우리는 언젠가 우리가 머문 호텔이든 장막이든 떠나야 합니다. 떠날 때에는 미련 없이 떠나야 합니다. 그 잠시 머무는 그 자리가 영원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다가 남겨놓아야 할 것은 무덤뿐입니다. 아브라함이 자기 소유로 삼은 것이 오직 무덤 하나뿐인 것처럼 말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나그네임을 잊지 마십시다. 갑부였던 아브라함도 나그네였고, 왕이었던 다윗도 나그네였습니다. 우리도 모두 나그네입니다. 오늘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을 마음껏 누리며 살되, 이 땅에 것이 영원한 것처럼 애착을 갖고 살진 마십시다. 하나님께서 언제든지 우리에게 ‘떠나라.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라고 말씀하실 때 기쁨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날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사십시다.

< 2022년 1월 23일 주일낮예배 >